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2025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의 착시

by 생각비행 2024. 7. 16.

2025년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시급 기준 1만 원을 넘긴 1만 3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월급으로는 209만 6270원(월 209시간 근무 기준)입니다. 

 

출처 - 한겨레

 

지난 7월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의 대립이 극심했습니다. 지난 10일 9차 회의 때 노동자 측은 1만 2600원을, 사용자 측은 동결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열 차례가 넘는 회의 끝에 노동자 측 최종안 1만 120원과 사용자 측 최종안인 1만 30원을 투표에 부쳐 사용자 안으로 결정됐습니다.

 

의료&복지뉴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시급이 1만 원을 넘었습니다. 시급 1만 원의 벽을 돌파했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막상 뜯어보면 내년에도 노동자의 삶은 팍팍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JTBC

 

명목상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었다고는 하나 인상률로 따지면 1.7%에 불과합니다. 코로나 후유증이 작용한 지난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입니다. 생활물가상승률이 2022년 6%, 2023년 3.9%였던 것을 생각하면 작년 기준으로 봐도 물가상승률의 절반도 안 되는 인상폭이어서 노동자의 실질 가계 수입은 물가인상률만큼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출처 - YTN

 

특히 올해 초부터 대부분의 국민이 실감하는 무시무시한 물가상승 체감을 생각하면 2024년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온다며 기뻐하긴 무리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측이 "복수의 가구 구성원으로 생계를 꾸리는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노동자들의 이런 팍팍한 삶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개미 눈물 같은 최저임금조차 차등해서 지급하자는 얘기를 꺼내들었습니다. 처음엔 국내 노동자를 대상으로 꺼냈다가 총선에서 참패하자 조금 물러섰죠. 한 정당의 당대표 후보자라는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나경원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앞장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면 더 많은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노동력이 필요한 지방 중소도시의 중소기업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간병인과 가사, 보육 도우미 시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고요.

 

출처 - 한경

 

과연 그럴까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정책입니다. 일본 사회를 보면 알 수 있죠. 일본은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습니다. 나경원의 말대로라면 최저임금이 싸니 기업이나 업체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출처 - 한경

 

현실은 '노동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같은 일을 하면서 더 돈을 적게 받는 지방으로 왜 가냐?'가 되고 말았습니다. 큰 도시로 젊은 인력이 몰리고 지방은 인구가 더 감소하여 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을 겪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없애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던 때로 돌아가려는 중입니다. 일본에 비해 인구가 적고 경제 규모도 작은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쓰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출처 - 연합뉴스

 

경영계와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운운할 게 아니라 일본의 수십 배에 달하는 '임금 체불' 문제부터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임금 체불액이 1조 원을 넘을 전망입니다. 이는 역대 최대치이며 작년 전체 임금 체불 규모가 1조 8000억이 조금 안 되었던 걸 생각하면 올해 처음으로 임금 체불 규모가 2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작년 임금 체불 규모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안 좋은 쪽으로 매년 역대치를 경신하는 윤석열 정부입니다. 이 금액은 10년 전 기준으로도 일본 임금 체불액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일본의 3분의 1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0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출처 - KBS

 

밀린 월급도 제대로 안 줄 거면서 최저임금이 높다고 얘기하는 경영계의 부끄러운 행태는 올해도 똑같았습니다. 이를 견제하고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인 국민의 권리를 대변해야 할 정부는 되레 경영계 편만 듭니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린다는 표현에 속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