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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미국 은행 파산 사태를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3. 3. 28.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이후 시그니처은행이 연쇄 파산했습니다. 또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여 미국 은행에서 한 주 사이에 127조 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에 주로 투자금을 빌려주던 SVB, 암호화폐 거래를 일찌기 도입한 시그니처은행의 특성상 경제에 미칠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과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와 미국 국채 장기채 투자에 대부분의 예금을 사용하는 특이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온 SVB는 전통적인 은행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파산의 여파가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시그니처은행 또한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부동산과 법조계를 주 고객으로 하는 곳입니다. 트럼프 집안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은행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시그니처은행은 2018년 가상화폐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는데 이것이 양날의 검이 됐습니다. 지난 1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자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와 가상화폐처럼 거품이 많이 낀 디지털 자산에 많이 노출된 중소 규모 은행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여기에 발을 일찍 들여놓은 시그니처은행도 악재가 쌓인 겁니다. 결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이 일어났습니다. SVB 파산 사태로 지방은행 재정 시스템에 대한 의심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이동하여 대형 은행 예금은 크게 늘었습니다. 주요 외신은 미국 은행의 예금 유출과 저위험성 투자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한 상황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SVB 파산 사태로 이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이 원인이었다고 짚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태를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 미국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서 은행 시스템의 예금 흐름이 안정적이며 파산한 은행의 예금 잔고가 예금 보험 한도를 넘더라도 정부가 전액 보증하겠다고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SVB 파산 사태와 유사한 위기를 막기 위해 은행 규제와 감독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SVB 경영진의 실패를 비판하면서도 연준이 은행 파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SNS 같은 기술 발전으로 과거와 달리 자금 유출 속도가 빨리진 상황에 발맞춰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실제로 이번 뱅크런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로 사람들이 돈을 인출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합니다. 36시간 만에 420억 달러 규모의 예금이 빠져나갔으니 말입니다.

 

출처 - KBS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한 금융 관련 전문가들은 SVB 사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당하게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럴 경우 이번처럼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예금 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을 계속 보증해주는 식으로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면서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단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해 당장은 연준이 금리를 억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0.25% 또 인상하기로 하면서 인플레이션 잡기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SVB 파산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선 이미 파장이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국 은행의 파산 여파가 일주일 만에 스위스에 이어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위기설로 번졌으니까요. 독일 총리가 도이체방크가 흔들릴 일은 없다고 나서서 강조해야 할 정도로 세계 경제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SVB의 사업 구조가 특이해서 일반 은행과 다르다고 해도 규모가 작은 은행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SVB 자산규모는 2090억 달러로 미국 전체 2124개 상업은행 중 16번째였습니다. 1위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자산이 3.2조, 2.4조 달러라는 점에 비춰보면 10% 수준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달리 보면 SVB 규모가 16번째일 정도로 지역은행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출처 - 동아일보

 

한편 SVB 파산 여파가 다른 쪽으로 번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융계의 전통적 위기관리 시스템인 신용등급 평가가 이번 일로 사실상 무력화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A3 등급이었던 은행이 하루아침에 C등급으로 폭락하면서 파산한 것이 이번 SVB 사태의 본질입니다. 금융기관을 신용등급으로도 거를 수 없다면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은행이 대처할 시간조차 극단적으로 짧아진 상황입니다. SVB 사태에 이어 스위스에서 위기가 불거진 조건부전환사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합병하는 조건으로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행한 170억 달러 규모의 조건부전환사채 AT1을 전액 상각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은행들이 자본 조달에 활용해온 AT1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리자 적어도 은행채는 안전하다는 전통적인 신뢰가 흔들리면서 은행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KBS

 

미국 금융당국이 긴급하게 개입하여 큰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고 해도 연준발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위험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두 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전통적인 은행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의심받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위기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단 도이체방크 위기설이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고 미국 증시 역시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큰 불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도하는 분석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평소라면 일어날 리 없는 위기를 촉발하는 잔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에 정부는 동남아 외환 위기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 금융위기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출처 - 대통령실 누리집

출처 - 통일뉴스

 

안 그래도 혼미하던 세계 경제 상황이 이제는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는 혼돈 양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작자가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는 상황인데 우리 경제는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요? 걱정이 앞서는 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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