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나비효과가 끝간 데를 모르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점철된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 교통 체증,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온갖 병폐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산적한 민생, 안보, 외교 문제를 미뤄놓고 윤석열은 자기 보신에만 혈안입니다. 지난 11월 15일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령안을 지난 9일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그 내용입니다.
출처 - MBC
시행령 개정령안에 신설된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처장은 경호구역에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 경찰 등 관계 기관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입니다. 입법 목적은 경호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경호 업무에 군과 경찰은 지원을 합니다. 경호처가 경호 현장에서 주도하는 경우야 있겠습니다만, 법적으로나 형식적으로는 경호처장이 군과 경찰을 직접 지휘할 권한은 없었습니다. 경호처가 군과 경찰의 지휘 계통을 거쳐 협조를 얻는 방식이었죠.
출처 - JTBC
그런데 이번에 신설된 조항이 적용되면 앞으로는 소속 부대나 경찰 지휘 계통을 거치지 않고 경호처장이 군과 경찰을 직접 지휘할 권한을 가집니다. 경호처 소속 인력은 현재 700여 명 정도이고 그간 협조를 얻어온 22경찰경호대, 101경비단, 202경비단 등 경찰 인력 1300여 명, 55경비단, 33군사경찰경호대 등 병력이 1000여 명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현재도 3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내외곽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신설된 조항이 적용된다면 이 3000여 명의 감독, 지휘권을 대통령 직속 경호처가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니까 VIP를 경호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최정예 군경 요원 3000명이 군경 등 정해진 지휘 계통을 생략해버리고 대통령의 명령 혹은 경호처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건 사실상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사병조직을 손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죠. 대통령의 권력이 한층 강력해지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애초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제왕적 대통령상을 깨기 위해 용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대체 뭘 하겠다는 걸까요? 자기모순도 이 정도면 미치광이 수준입니다.
출처 - 공공뉴스
이 때문에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경호처 시행령 개정령안은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 심복처럼 써먹던 차지철 경호실장 시절로 회귀하고 싶어서 이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호들갑이 아닙니다. 대통령경호법이 1963년 제정된 이래 경호업무에 투입된 군경 등 공무원 통솔권이 경호처로 넘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군사독재 시절에 제정된 법률에서조차 시도하지 않은 일을 법으로 명시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행령 개정은 법과 달라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효력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이 개정령안은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다음 달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출처 - JTBC
경호처의 경호 대상은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 가족, 외국 국가원수, 국내외 요인 등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때문에 군과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지원을 받았던 것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경호처의 권한이 강화되면 경호 대상이 있는 장소에서는 경호처가 군과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한남동 관저 입주 등으로 지휘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죠. 이를 악용한다면 지역적으로는 소규모라도 계엄령에 가까운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 시위 때처럼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을 때 VIP가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군경을 동원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출처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트위터
윤석열 정권은 왜 중요한 사항들을 시행령으로 바꾸는 통치를 하는 걸까요?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도 시행령으로 만들고,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도 시행령으로 만들었고, 이번에 대통령경호법에 엄연히 있는 조항을 뛰어넘는 시행령을 만들려 하니 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휘 감독권을 대통령 경호처에 넘기게 생긴 경찰과 국방부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끼긴 했습니다만, 지난 16일 행안부 회의에서 경찰청장은 이번 개정령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는 헌법 82조를 거론하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군사에 관한 행위를 할 때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보증을 통해서 하도록 돼 있다. 경호처장이 경호상의 필요라고 해서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정부의 시행령 통치가 어느 수준까지 이르려고 하는 것인지, 거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습니다. 법을 뛰어넘는 것 이상으로, 헌법도 뛰어넘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다른 많은 문제를 제쳐두고 자기보신을 위한 시행령부터 챙기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저의는 무엇일까요? 애초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같은 소리를 늘어놓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 중 하나입니다. 독재자 박정희와 호가호위하던 경호실장 차지철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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