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한국 법인 노조 쟁의 돌입,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달라지는 이유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와 개선된 순기능은 꽤 많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 경직되어 있던 한국 가구 시장의 변화 등등 말입니다. 구글에 '이케아'를 검색해보면 가장 처음 "더 낮아진 가격"과 "사람+지구에 더 좋은 제품"이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요즘 광고 중인 재활용 소재 제품과 친환경 정책들을 생각하면 지구에 더 좋은 제품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사람에게도 더 좋은 제품일까요? 적어도 한국의 상황을 볼 때 아닌 것 같습니다.


출처 - 구글


스웨덴에서 온 가구업체 이케아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이 쟁의에 돌입했습니다. 더 나은 취급을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해외 이케아 법인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이케아코리아지회에 따르면 한국의 이케아는 전 세계 매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큰 이익을 내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실적을 거두면 더 좋은 처우 보장, 보너스 등을 안겨주어도 괜찮을 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할망정 최저임금밖에 안 준다는 건 기가 막히는 일이죠. 해외 다른 이케아 법인의 노동자 평균 시급이 15달러, 그러니까 1만 7000원 수준인데 한국 이케아 법인은 법정 최저시급인 8500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닌데 해외 법인들과 다른 대우를 한다면 이는 명백한 차별입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전 세계 최고 수준 복지와 노동 문화를 자랑하는 이케아가 지키지 않고 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케아 코리아는 임금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설립 이후 한 번도 임금 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죠.


출처 - 디지털타임스


본봉뿐만이 아닙니다. 해외 법인 이케아는 주말 수당 150%와 오후 6시 이후 근무 수당 120%를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마저 예외입니다. 임금 배분 비율, 임금 보완 정책, 식사 제공 등등, '이케아'라는 간판만 달고 있을 뿐 한국 이케아 노동자들은 명백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시간 노동자들은 주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 자율 근무를 합니다. 그런데 이케아코리아는 자율이 아닌 통보를 받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이 계획에 전적으로 맞추고 있으며 연차를 쓰려고 하면 반려해왔습니다. 이케아코리아에서 주 40시간 풀타임 근무자들의 임금으로도 주택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인데, 단시간 노동자들은 수입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시간 관리도 힘든 상황입니다.

 

출처 - 뉴스1


이케아 코리아에 노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로 이케아코리아지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지회는 이케아코리아 사측과 2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케아코리아 측은 그 나라 현지화를 통해 그 나라 경제 물가 수준으로 맞춘다며 한국은 OECD 10등이고 물가 수준도 최고 수준이라면서 왜 국내 마트 3사와 비교해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변명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2020년 회계연도 매출액 663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3%나 늘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런 사측의 오만함으로 인해 마트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는 지난 3일 전체 조합원 중 96.8%의 지지를 얻어 쟁의 행위에 돌입했습니다. 이케아코리아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등자보를 붙이고 일을 하자 사측은 안전 규정을 위반했다며 업무 현장에서 배제해버렸습니다. 등자보 문구는 "한국 법인 노동자도 동등하게 대우하라"였습니다. 대체 이 문구의 어디가 얼마나 위험하길래 안전 규정을 들먹이며 노동자들을 격리한 걸까요? 노조는 등자보 부착이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고 심지어 국내 마트 노동자들이 사측에게 박해당할 때도 등자보가 법적인 문제가 된 적 없었다며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이케아코리아 사측의 답변은 "회사는 직원과 고객의 안전, 건강을 최우선시하며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였습니다. 직원의 안전도 건강도 여태 돌보지 않다가 뭘 타협하지 않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사실 글로벌 기업의 이런 노동자 차별 대우는 이케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창고형 할인점을 선보인 코스트코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 매출이 4조 1709억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6.3% 증가했습니다. 서울 양재점 코스트코는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죠. 하지만 26년간 코스트코에는 노조가 없었습니다. 올해 8월 겨우 설립된 코스트코 노조에 의하면 해외의 다른 코스트코와 달리 한국 코스트코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는 열악하다고 하죠.

 

출차 - 경향신문


유럽에서는 워라밸과 직원 복지를 그렇게나 강조하면서 한국에만 진출하면 왜 이다지도 빨리 '헬조선 패치'를 장착하는 것인지 외국계 기업들의 위선이 기가 막힙니다. 한국 이케아 노조의 말대로 “왜 ‘이케아의 가치’가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겁니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과거 '까르푸-홈플러스 파업'을 모티브로 해서 제작된 웹툰 〈송곳〉에 이런 대사가 나왔죠.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출처 - 네이버


이케아코리아 사측의 답변도 결국은 하나입니다. 비용과 인사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 기준을 이야기하면서 반대로 세계 기준에 맞춰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한국 문화와 현실에 맞지 않는 개선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가당착적인 이야기 말입니다. 결국 한국에서는 주말 수당을 주지 않아도 괜찮고, 저녁 수당을 주지 않아도 괜찮고, 노동자의 복지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고, 스케줄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도 괜찮다는 겁니다. 〈송곳〉의 대사처럼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불법이 아닌데 왜 돈을 들여서 더 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노동자를 위한 문화가 그야말로 바닥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재확인하게 해줍니다.


출처 - 미디어스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와 스마트폰 환경이 거의 완전히 바뀌었듯이 외국계 회사의 국내 진출이 좋은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외 기업의 나쁜 점에 한국 기업의 나쁜 점이 더해져 더 극악한 헬조선 기업이 탄생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로 노동자들의 형편이 점점 나빠지면 결국 제품을 구매할 소비층이 사라지게 됩니다. 외국계 기업들은 최소한 자기네 나라에서 하는 수준으로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주길 바랍니다. 노동자들과 진심 어린 대화는 그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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