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고인이 지인들에게 검찰 압수수색과 언론의 취재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죠.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손영미 소장의 사망 경위에 대해 "자살이란 결론을 미리 내놓고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음모론을 펼쳤습니다. 곽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재산 증식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었죠. 그는 윤미향 당선인과 윤 당선인의 부친, 남편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다섯 채의 집을 모두 현금으로 샀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자금 출처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과연 사실이었을까요? 윤미향 당선인이 가지고 있는 집은 1억 8600만 원 본인 명의 아파트와 배우자 고향에 4740만 원 빌라로 총 두 채였습니다. '다섯 채'가 어디에서 나왔는가 하니 1995년 결혼할 때 산 빌라를 사고판 횟수를 단순히 더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곽상도 의원의 말도 안 되는 ‘다섯 채’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기에 급급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6월에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뉴스1〉은 '알바 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공항 정규직전환, 힘빠지는 취준생' 기사에서 한 오픈채팅방 이용자가 쓴 글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하지만 글의 내용은 허위였습니다. 뉴스를 보도한 〈뉴스1〉 기자는 "사실 여부는 공사 등에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보를 받아서 쓴 기사다. 그 방은 실제 인천공항 직원들이 만든 방"이라면서 "5000만원이 맞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사의 논조는 취준생과 청년들에 대한 공정성"이라고 했다고 하죠.
출처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언론의 가짜뉴스, 오보는 수없이 많지만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오보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며칠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인이 남긴 의혹은 차치하고 실종 소식이 알려지고 사망이 확인된 약 7시간 동안 '기레기'들의 작태가 벌어집니다. 사망이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 사망 기사를 냈다가 기사를 삭제한 언론이 있는가 하면, 지라시에 도는 정보를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보도한 언론도 있고, 경찰 브리핑 당시 고인의 자살 방법과 시신 훼손 상태를 묻는 기자들마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실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취재마저 게을리하는 기레기들에게 오보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직업윤리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힘들게 취재하느니 오보건 뭐건 자극적인 뉴스로 조회 수나 높이는 편이 훨씬 돈이 될 테니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되는 이런 쓰레기 기사를 걷어내려면 가짜뉴스나 오보를 양산하는 언론사에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월 9일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한 언론사에 대해 기존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로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지난 6월 22일 〈미디어오늘〉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짜뉴스 보도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리서치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1%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미는 있으나 기존 배상액이 너무 적게 책정되어 있어 3배라고 해도 과연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8편에 펴낸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에 집계된 2009년~2018년의 손해배상 청구사건 2220건을 분석한 결과 손해배상 판결 인용액은 500만 원 이하가 47.4%, 500만~1000만 원 사이가 23.4%였다고 합니다. 70%가 1000만 원 이하인 셈이죠. 국민의 알 권리를 빙자해 무분별한 오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사에게 이정도 손해배상 판결 인용액이 과연 위협이 될까요? 여름이면 계곡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식당들은 벌금 몇백, 몇천을 내더라도 한 철 장사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불법을 저지릅니다. 이처럼 기존 손해배상 판결 인용액만 놓고 보면 언론사들은 '그깟 벌금 내고 말지'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로 느끼지 않았을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월 10일에는 언론중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입니다. 이 법안에는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청구권 행사 조항에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오보가 1면 10매였다면 정정보도도 1면 10매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현재는 피해자나 그 대리인과 내용, 크기를 협의한다고 되어 있는데, 개정안은 분량과 지면 위치를 법으로 정하겠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기사가 200자 원고지 6매, 톱 기사의 경우 10매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중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정보도문은 대부분이 3매 이하였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선동기사와 가짜뉴스, 오보가 늘어나지만 정작 정정보도는 찾을 수도 없는 지면 구석에 처박아놓는 행태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출처 - 서울신문
가짜뉴스는 언론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피해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된 반론권도 보장받지 못하죠. 세계 주요 40개국에서 진행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올해도 역시나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바닥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하죠.
출처 - 서울신문 / 디지털뉴스 리포트2020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기자협회는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우리의 주장]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신중해야'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에서 법은 기자들에게 손해를 입힌다기보다 기자를 보호하기 위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미국에서)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경우 기자와 언론사가 악의를 갖고 해당 보도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것은 원고의 책무이며, 승소는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회사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게 비일비재한 소송의 나라 미국을 두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한국기자협회
1999년 언론중재위원회 정기세미나에서 배금자 변호사가 발표한 〈보도와 명예훼손-한미간 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1998년 공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언론 승소율이 75%에 달한다고 하는군요. 이는 반대로 말해서 25%의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평균 위자료는 150만~2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25억 원 정도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를 남발하지 못할 액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기자협의가 우려하듯이 개정안으로 기자의 보도 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없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기레기는 확실히 줄일 수 있게 되겠죠.
출처 - 국경 없는 기자회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019년보다 1단계 하락한 42위에 올랐습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앞서 언급한 《서울신문》 보도처럼 국민들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2일 정준희 교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언론 스스로가 낮은 언론 신뢰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언론 자유도는 정권이 바뀐 이후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언론 환경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정도밖에 안 나오냐’는 실망감이 크게 표현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준희 교수는 "편향되지 않은 뉴스를 선호하는 국가들을 보면, 기성 언론이 중립적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컨대 독일은 굉장히 엄격하다. 공영방송 같은 곳에 대한 신뢰감이 남아 있고, 시민들이 '(중립적 언론을 통해) 유익감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보는 태도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중립적 저널리즘 경험을 제공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소비자가 원래 편향됐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YTN
생각비행은 일전에 〈가짜뉴스와 오보 양산하는 기레기, 비판과 감시 절실하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백 상태에 있는 것이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쁜 언론사는 온갖 오보와 가짜뉴스로 수많은 사람과 기업을 망하게 해놓고 '아니면 말고'라며 입을 씻습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허울 좋은 방패 뒤에 숨어 자기네 이익 챙기기에 바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제 언론, 방송에 대한 자정은 바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언론, 방송에 대한 정화를 위해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1면에 싣게 하거나 뉴스 도입부에 정해진 시간만큼 충분히 내보내도록 의무화하고 중대한 오보에 대해서는 아주 무거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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