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

 

 

1.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결단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권력이 풀어놓은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민낯을 드러낸 참사였다.

 

2.
세월호 하면 떠오르는 숱한 잔상이 있다.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선령 규제 완화, 더 많은 화물을 싣고 승객을 태우기 위한 선박 개조와 증축, 안전 규제 완화와 철폐, 승무원의 비정규직화, 사고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명벌, 승객보다 선장과 선원을 먼저 구조한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구조 방식, 수백 명의 승객이 남아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구조에 힘쓰지 않은 이유, 세월호 침몰 후 수색 작전에서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잠수업체 언딘과 해경의 모호한 유착 관계, 승객 구조의 골든타임에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를 위한 의전 통화나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기 바빴던 119상황실과 해경의 업무 태도, 사고 초기 인명 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재난구조 체계의 총체적 부실과 문제점,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책임 면피에 급급했던 정부와 대통령, ‘정피아’ ‘해피아’ ‘관피아’로 통칭되는 이권을 매개로 한 유착 관계, 세월호와 국정원 간의 드러나지 않은 의문의 관계, 유병언만 잡으면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날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던 권력의 앞잡이들이 펼친 술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잘못과 행적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국가 시스템, 이 모든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받아쓰기한 것도 모자라 진실을 감추는 데 일조한 언론과 방송의 저급한 보도 행태…, 더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3.
진실을 감추는 숱한 잔상에 의해 삶의 바탕이 무너져 하루하루 지쳐가던 그때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 정국, 4.13 총선 이슈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던 시기였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드러낸 숱한 사실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인가? 그렇다면 세월호에서 승객들에 의해 구조된 5살 권 양이 훗날 ‘그런데 왜 구조하지 못했나요?’ 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대답할 준비가 되었는가?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끝난 기록이 아니라 진행형인 기록이며 우리의 몫이 남아 있다.

 

 

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그해 추석 때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라는 책을 곱씹어 읽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의 의미를 묵상할 기회가 있었다. 프리모 레비는 나치에 의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한 당사자였음에도 평생토록 자신이 ‘구조된 자’라는 사실에 힘겨워했다. 그가 짊어지고 살았을 죄책감의 실체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경솔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내가 무죄하다는 생각을 내려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얼마나 깊이 마음 아파했던가를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5.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순간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을 분노의 감정에 휩쓸려 지냈던가? 정부를 비판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사회적 연대에 힘을 쏟지 않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희생된 분들이 겪었을 죽음에 대한 공포, 상실감, 고통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한 나 자신의 부족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화해의 제자도》라는 책에서 저자들은 “기독교적 희망을 배우는 것은 결과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또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사람들과 가까이할 때 우리의 소명은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그 만남에서 오는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데, 참으로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었다.

 

6.
세월호 사건과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참상을 정직하게 보고 대면하도록 요구한다. 아울러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짜놓은 생존경쟁의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톨스토이는 이에 대해 일찍이 답을 내놓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대하고 있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7.
아픈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요, 고통받는 사람들이 우주의 중심이다.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중심, 우주의 중심이 될 존재들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 1011일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가 다짐했으면 한다. 무죄함의 의식에서 벗어나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세월호라는 죽음의 공간을 평화와 화해가 넘치는 역사적 화해의 공간으로 되살려야 할 의무가 바로 우리에게 있다고. 촛불은 그 다짐의 약속이며, 《세월호, 그날의 기록》의 남은 진실을 바로 우리가 기록하겠다고 말이다.

 

*2017년 1월 20일 녹색당 서울시당에 기고한 글입니다. 

 

[편집자 X의 세상 읽기]라는 연재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책은 생각의 집합체입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생각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그 책은 다시 사람들의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냅니다. 이런 생각의 선순환이 잘 이뤄진다면 세상은 좀 더 자유롭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상상의 나래를 펴자! 책으로 꿈꾸는 생각의 혁명!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인식하듯,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진 결과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활개 치게 방치한 결과였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선령 규제 완화, 더 많은 화물과 승객을 싣기 위한 선박 개조와 증축, 안전 규제 완화와 철폐, 승무원의 비정규직화, 사고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명벌, 승객보다 선장과 선원을 먼저 구조한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구조 방식, 인명 수색 작전에서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잠수업체 언딘과 해경의 알 수 없는 유착 관계, 승객 구조의 골든타임에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를 위한 의전 통화에 바빴던 119상황실과 해경, 사고 초기부터 인명 수색에 이르기까지 재난구조체계의 총체적 부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책임 면피에 급급했던 정부와 대통령, ‘정피아’ ‘해피아’ ‘관피아’로 통칭되는 정부와 산업계 전반의 이권을 매개로 한 유착 관계, 허위 정보를 받아쓰기한 것도 모자라 진실을 감추는 언론의 저급한 보도 행태….

 

           

출처 - 경향신문

 

이 모든 게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과 권력을 우선시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더 안전해졌을까요? 국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을 인양하라!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약속했으나 세월호 유가족과 충돌을 빚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철회에 대한 답은 회피했습니다. 팽목항에 있던 9명의 실종자 유가족은 그런 박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합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온 국민이 함께 추모하는 엄숙한 날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세월호 문제를 풀 생각이 전혀 없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잠깐 팽목항을 방문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진정성이 결여된 처사라는 국민의 비판을 면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선체 인양은 유족의 아픔을 달래주고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최우선 선결 과제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기까지 진실을 밝힐 마음이 없었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선체 인양을 추진하겠다며 태도를 바꾼 정부와 여권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이 신뢰를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오늘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한 채 돌아갔습니다. 전명선 가족대책협의회 대표는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모든 사람 앞에서 확실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4.16 가족협의회는 정부가 어떠한 답도 주지 않았다며 오후 2시로 예정된 세월호 참사 1주년 합동추모식을 취소했습니다.

 

한편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보건의료인들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4일부터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보건의료인 다짐과 선언>에 동참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해 세월호 1주기인 오늘 발표했습니다. 이 선언에는 의사와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보건의료노동자, 보건의료학생과 활동가 등 900명이 서명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보건의료인 다짐과 선언


 

우리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참담한 심정으로 묻습니다. 과연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해결되었습니까.
한 사람의 생명은 곧 하나의 세계입니다. 304명의 생명이 한 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모든 국민들 앞에서 침몰과정이 생중계되다시피 했음에도 이들은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의 딸과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누이요 오빠였으며 또 누군가의 어버이였습니다.

다시 그 날입니다. 그날 이후 1년. 무엇이 변화되었습니까? 세월호는 아직 9명의 시신과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습니다. 단 하나의 진실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세월호를 캄캄한 바다에 수장시키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잊혀지길 바랍니다.
유가족들이 1년전과 똑같이 세월호 인양과 참사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찬 농성장 바닥에서 쪽잠을 자며 대답없는 외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세월호 참사 1년, 새로운 다짐과 함께 우리의 뜻을 밝힙니다.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 세월호 시행령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과정과 그 이후의 구조작업의 총체적 실패의 원인은 하나도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 커다란 배가 속절없이 침몰하였으며 침몰되기 전까지 왜 수많은 안전장치들은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선박도입 규제완화와 증개축과정에서의 안전규제의 허술함이 침몰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조는 왜 그토록 더뎠으며 구조업무를 담당해야할 해경에 의해서는 사람들이 왜 구조되지못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침몰된 이후에도 왜 특정 민간기업이 구조작업을 전담하다시피 했고 심지어 군을 포함한 정부 기관들조차 구조작업 참여가 배제되고 늦어졌는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특별조사위원회가 밝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부여된 조사권마저 정부조사결과의 조사로 제한되고, 정부파견 공무원이 조사당사자가 되는, 특별법 시행령이 정부에 의해 강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시행령은 즉각 폐기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위원회는 최소한의 독립된 기구로서 자체적인 조사권한을 가진 특별위원회가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는 온전히 인양되어야 합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이후 사라진 7시간의 행적을 추궁받아야 할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세월호 인양의 기술 가능성을 조건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인양 가능에 대한 결과보고서는 지난해 이미 조사가 끝난 자료임이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돈이 많이 들어서라는 정부의 변명과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서라는 정부의 변명은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그 진실과 함께 온전히 인양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캄캄한 바다 속에 있는 9명의 희생자들을 가족 품안에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실규명을 위해서 반드시 온전히 인양되어야 합니다.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1년동안 너무도 비상식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들이 마치 반정부세력인 것처럼 격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권에 의해 유가족들의 요구는 경제불황의 원인인 것처럼 매도되었고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마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그만 멈춰야 할 요구처럼 취급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지만, 생명과 안전을 위한 요구가 돈을 위해선 뒷전이 되어야 한다는 발상이야 말로 정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주장입니다.

열 일곱 열 여덟. 꽃보다 예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을 사회의 문제덩어리인양 취급한 정권의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이들의 아픔과 분노에 연대한 사람들은 반정부세력이나 반체제세력으로 취급받았습니다. 아픔에 연대하고 슬픔에 동참하는 것이 반정부이고 반체제라면 도대체 현 정부는 무엇이고 이 체제는 무엇입니까?
이윤을 위해 낡은 선박의 수입이 허가되고 과증축 되었고 모든 안전규제는 완화되었으며 심지어 구조작업조차 민영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돈벌이를 위한 규제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안전과 생명을 위한 규제는 단두대에 올려야 할 것이 되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도 돈이 벌린다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정권의 탐욕에 브레이크를 걸고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한 사람의 생명이 하나의 세계라고 배웁니다. 우리는 4월 16일 오늘 별이 된 아이들에게 다짐합니다. 의료현장에서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가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아픈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그대들의 눈망울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세월호 참사 1년. 우리는 점차 기울어지고 있는 세월호처럼 쓰러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침몰시키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기억하는 것은 슬픔과 분노에 함께 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1.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고 세월호 시행령을 폐기하라.
2.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라.
3. 돈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이윤을 위한 안전 규제완화 중단하라.
 


2015.4.16
보건의료인 선언자 일동 

 

 

식물총리와 성완종 리스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 추모일에 해외 순방차 출국하면 27일까지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정치판이 점입가경입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총리는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일국의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중 할 말인지 모르겠군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궁지에 몰린 게 아닌가 짐작하게 되는군요.

 

50여 분 분량의 녹취록 중 10분 분량만 공개되었으나 그 후폭풍은 엄청났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비리 정치인들의 거짓말 또한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태반이 박근혜 정부 요직을 차지한 정치인이라 비리의 최종 목적지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떠도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예측이 요동치고, 대통령 지지율도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기자협회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폭탄 돌리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자 경남기업 회장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되자 지난 9일 유서를 쓰고 자택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경향신문》과 50분간 전화 인터뷰를 한 뒤 잠적했으나 북한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자살하기 직전 성 전 회장은 자신의 상의 주머니에 메모지를 남겼는데요, 여기에는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란 바로 이 메모에 거론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성완종 리스트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성 회장의 메모는 박근혜 정부의 상왕이라고까지 거론되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10만 달러,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7억 원,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3억 원, 친박의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2억 원,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끊어버린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1억 원, 서병수 부산시장은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추청하게 합니다. 이밖에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실세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속속 드러나는 정치인의 거짓말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를 통과해 박근혜 정부의 2인자가 된 이완구 국무총리. 얼마 되지도 않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지난 2013년 4월 재선거 때 3000만 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완구 국무총리는 그런 일이 없다며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까지 걸겠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들통날 거짓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실토하는 걸 보면 이번에도 믿기가 어렵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혈액암 투병으로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자신의 입으로 이미 천안에만 세 번째 유세에 왔다며 박근혜와 함께 큰목소리로 떠드는 그의 모습이 인터넷 곳곳에서 확인되었으니까요.

 

출처 - 세계일보


성완종 회장과는 별다른 친분 관계가 없다던 이완구 국무총리의 말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이완구 국무총리를 23차례나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났다는 얘기입니다. 2012년 4월 총선 전인 1월 16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의 출판기념회에서 성 회장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는 이 총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여하튼 이번 혐의가 확정되면 이완구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출처 - 중앙일보


성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친박계의 핵심인 홍문종 의원을 18차례나 만난 것으로 나옵니다. 또한 그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2억을 건넸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성 회장의 다이어리 내용을 보면 리스트에 등장한 8명과 62차례나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돈이 없어 아이들 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평일 해외 골프 투어로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모자라 과거에 뒷돈으로 1억을 받았다는 내용이 드러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준표 후보에게 1억을 전달하기 위해 성완종 회장이 사전에 직접 만났다는 사실이 측근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성완종 리스트로 드러난 정치판의 실태는 전,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친박의 핵심,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총체적으로 썩어빠진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입니다.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 허탈할 따름입니다. 이 와중에도 연루된 정치인들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은 《경향신문》을 압수수색해서 녹취록을 가져오라고 하질 않나, 성역 없는 수사는 해야 하지만 특검은 거부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정말 끝을 알 수 없습니다.



비리의 뿌리까지 모조리 밝혀야


초등학교 중퇴 후 신문배달 같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경남기업 회장에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던 성완종 씨의 경남기업도 결국 상장폐지 되어 4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잇따른 해외투자 실패로 사세가 기울었지만 경남기업은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라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성 회장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성호 한국서예비림협회 명예회장에 의하면 지난 대선때 박근혜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며, 이완구 청문회 때 충청 총리 당선을 위해 5000개의 현수막을 달아 물밑 작업을 한 이도 성완종이라고 합니다. 토사구팽의 신세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 최종 대상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는 것이겠지요.

 

출처 - 팩트TV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부가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의 15일 조간신문 1면부터 5면까지 엠바고가 걸렸던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로써 2013년 4월 4일 오후 4시 30분, 성 회장 측이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 사무소에 들렀고, 차에서 비타 500 박스를 꺼내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 《경향일보》에 '성완종 녹음파일' 전문이 공개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론이 분출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2차 태풍이 몰아칠 예정입니다.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성완종 리스트가 또 하나의 찻잔 속 태풍이 되지 않으려면 깨어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대응이 이어져야 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성완종 리스트로 드러난 비리의 뿌리를 캐내도록 국민이 힘을 모을 때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지나갔습니다. 문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생각비행은 지난 1년 동안 사회의 각종 문제를 지켜보며 책에 문제의식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오늘은 2014년에 생각비행 블로그에서 주로 다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이슈를 뽑아 대한민국 사회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를 통해 2015년에 우리가 풀어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전망할 수 있겠지요.



2014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의 붕괴

― 세월호 참사부터 백색테러까지


2014년은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그중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과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은 세월호 참사였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수많은 이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 중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목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무능했고 세월호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비리와 의혹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자본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건만 고쳐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2015년부터 가동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는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고 유가족들을 조롱한 전력이 있는 인사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실종된 9명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2015년을 맞았습니다.


출처 - JTBC



한편 하반기에는 은행이라는 경제 시스템의 신뢰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1억 2000만 원 농협 인출 사건입니다. 아무 잘못 없는 소시민의 통장에서 1억 2000만 원이 증발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보안 책임은 나 몰라라 하고 법이 규정한 보상 책임마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농협의 행태는 그야말로 기가 막힙니다.


출처 - 유튜브


 

2014년 12월에는 백색테러가 부활해 사회적인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퇴행을 거듭하다 대미를 장식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근혜 정부의 대응 방안은 테러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공안 몰이, 종북몰이였습니다. 애초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었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사실상 '비상식의 상식화'였고, 대한민국 사회가 비상식 공화국으로 착착 나아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2014년 대한민국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의 시스템이 신뢰를 잃고 작동하지 않는, 그야말로 사회 해체적인 공포를 대면해야 했습니다. 과연 2015년이라고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2014 국민에게 애증을 남긴 사법부


그나마 신뢰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사법부도 오락가락한 판결로 애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2014년 가을에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투쟁이 승리로 결실을 보았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하청 노동자로 근무한 994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죠. 또한 공안 몰이에 한창인 정부의 영장 청구를 기각하고 세계 최초로 리트윗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했던 박정근 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편 사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9.11 테러가 될 수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애매하고 찜찜한 이율배반적 선고를 내려 국민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12월에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최초로 통진당 해산이라는 어마어마한 법적 참사를 일으켰습니다. 정치 권력화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법부를 2015년에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4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인 재벌들


해를 넘겼으나 국민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는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처럼 2014년 한 해는 재벌과 그 자녀들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가관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중역 중 한 명으로 2013년 라면상무를 질책했던 당사자라 더욱 웃지 못할 사태였죠.


출처 - 조세일보



2014년 상반기 질소 과자 논란과 더불어 이른바 '황제 노역'으로 대한민국 재벌은 여론의 몰매를 맞았습니다. 국민과 약자를 봉으로 아는 한국 재벌들의 천박한 자본주의는 얼어붙은 경기를 버텨야 하는 미생들에게 심한 박탈감을 안겼습니다.



2014 생각비행 블로그 인기글



출처 - 한겨레


 

생각비행이 주목한 생활 밀착형 기사가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실질문맹률'에 관한 글과 '노 키즈 존' 논란에 관한 글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이어서 그런지 논쟁도 치열했습니다. 국정원의 사찰로 세간의 관심을 끌며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봤던 '텔레그램' 관련 기사도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2014 생각비행이 펴낸 책

 

 

2014년은 아주 혼란한 해였지만, 생각비행은 출판사로서 묵묵히 의무를 다했습니다. 작년에 총 8권을 출간했더군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작은 출판사이지만 소신 있게 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책을 재미있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에 책에만 집중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지만, 박근혜 정부 임기가 아직 3년씩이나 남았으니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5년에도 블로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해드리는 2015년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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