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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by 생각비행 2014. 2. 21.
최근 한 장의 사진이 누리꾼들을 어이없게 했습니다. 돈 없던 어린 시절 초콜릿의 달콤한 맛이 당길 때나 늘 배고픈 군대에서 수많은 장병의 허기를 달래주는 다이제. 이 과자를 일본 편의점에서 발견하고 촬영한 한 누리꾼이 올린 사진이 시선을 끌고 있는데요, 그 가격이 가히 충격적입니다.

출처 – DC인사이드

할인점이 아닌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100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1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제품이 국내에서는 25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해가 안 가시죠?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과자가 어떻게 수입국인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훨씬 비쌀 수가 있는 걸까요? 국내 유통은 해외 유통망에 비해 물류비용이 적게 들 텐데 말입니다. 같은 과자가 일본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이제를 판매하고 있는 일본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시급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의문은 더 커집니다.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은 5000원 정도이고, 일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은 1만 5000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아르바이트 시급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다이제 가격은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이상 비싼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이제는 내용물이 194g인 반면 수출용 다이제는 내용물이 225g으로 훨씬 양도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습니다. 한국 국민은 일본보다 훨씬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더 비싸고 양도 적은 과자를 사 먹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의 엔저 상태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펼쳤던 이명박 정권 이후 경제성장률을 폭발적으로 앞지른 한국의 고물가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을 겁니다. 2006년 600원이었던 다이제의 가격이 7년 만에 420퍼센트나 인상되어 지금의 2500원에 이른 것이니까요. 2012년 12월에서 2013년 2월 사이에 주요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올린 여파로 과잣값 인상이 현실화되었다곤 하나, 일본과의 과자 가격 차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겨우 과자 하나 가지고 그러느냐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 훨씬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자국민을 호구로 아는 기업들, 혈세 써놓고 내수용과 수출용 차별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의 차별로 불만이 많이 제기되는 품목 중에 단연 손꼽는 것이 바로 자동차입니다. 같은 차종이지만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옵션은 적고 가격은 비싸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내수용의 경우 수출용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녹 문제나 에어백 문제가 터져 나와 소비자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수용과 수출용을 차별하는 관행은 기업의 편에 있는 종편 방송조차 비판할 정도로 그 행태가 무척 치졸합니다.

출처 – TV조선

현대 기아 자동차의 대표적인 경차 모델인 소울의 경우, 수출용은 충격에 대비한 철골이 2개 달린 데 반해 내수용에는 달랑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이는 교통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랫동안 소비자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었던 급발진 문제의 경우,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전적으로 운전자 과실로 치부하며 무시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거의 반파되었음에도 터지지 않는 현대 기아차의 에어백은 운전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입방아에 오릅니다. 

수출용 차량은 방수 처리와 녹 방지 도금을 제대로 하면서도 내수용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새 차에서 녹이 생겨 차가 망가지는 문제는 부지기수입니다. 이 때문에 2013년 국감에서는 현대 기아 자동차의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차별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우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 사장에게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 간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에선 4세대 에어백을 아반떼에도 장착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랜저에도 2세대 에어백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자동차 안전사양이 옵션이라면 우리의 생명도 옵션이라는 것이냐'라고 멋지게 광고했던데 미국 소비자 생명은 필수이고 국내 소비자의 생명은 옵션이란 말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몇몇 대기업에 의한 독점 혹은 과점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독점의 폐단과 과점의 담합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현대·기아차의 독점은 경쟁이라는 시장의 기본 기능 상실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년 오르는 차값이다. 현대차 쏘나타 2.0 모델 평균 가격은 2004년 1800만원대에서 10년 사이에 700만원 이상 올랐다. 액센트와 아반떼, 그랜저 등 다른 주력 차종 역시 국내시장 독점 체제가 형성된 이후 가격이 오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자동차 경기 활성화를 위한 노후차량 교체에 지원한 예산 6000억원 대부분을 가져갔지만 이 기간에도 차값을 올려받았다.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의 품질·서비스가 다르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동일 차종의 국내와 해외시장 가격 및 보증기간이 다르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기아차의 차체 부식에 대한 무상 보증기간은 유럽에선 12년이지만 한국은 7년으로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은 내수용 차량의 직접적인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이어져 내국인만 봉이 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나 국제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생존했고, 국민의 혈세로 다양한 지원과 특혜를 받아 명맥을 이어온 기업들이 그야말로 국민의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수용과 수출용에 차별을 두는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이 자칫 국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에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및 가압류 강행

출처 - 미디어오늘

지난 14일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이 환호했습니다. 법원에서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를 남발해서는 안 되며,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이유를 사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번 쌍용차의 경우 노조가 제기했던 회계조작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정리해고가 경영상 긴박한 필요였다는 주장이 애초에 과장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쁨도 잠시, 해고 무효 판결에 따라 노동자를 복직시켜야 할 쌍용차가 정반대로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강행했습니다. 해고 무효 판결이 회생하려던 쌍용차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며 2009년 쌍용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 114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를 위해 손배가압류를 강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힘겨운 시간을 근근이 버텨왔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행위였습니다. 그간 얼마나 많은 가정이 쌍차 문제로 파괴되었는지 모릅니다. 이 일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야근을 불사하며 일했고, 회사가 어려울 때는 자신의 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회사를 위해 희생했던 노동자들의 은혜를 쌍용자동차는 그야말로 원수로 갚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국민이 나서서 십시일반으로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압류 해결을 위한 모금운동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해고 무효 판결이 난 다음 날, 가수 이효리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 모금운동에 동참하면서 이 운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수 이효리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손배 가압류 문제 해결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18일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이씨는 15일 자필편지와 4만7000원을 담아 편지 한통을 재단에 보냈다. 아름다운재단이 11일부터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려고 진행하는 모금운동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재단이 공개한 편지에서 이씨는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사측과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47억원을 목표 모금액으로 시민 10만명이 1인당 4만7000원씩 내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모금운동이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한 주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말, 경기도 용인에 사는 주부 배춘환 씨가 사측과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47억 원을 시민 10만 명이 4만 7000원씩 모금하여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은 편지와 더불어 자녀 학원비를 아낀 4만 7000원을 한 시사주간지 편집국에 보낸 일이 계기가 되어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죠.


4대강 실패로 인한 빚, 결국 서민 수도요금으로 돌려막나?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는 삽질 정신으로 밀어붙인 아라뱃길 사업과 4대강 사업. 이로 말미암아 한국수자원공사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오늘자 《한겨레》 신문을 보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데요, "수자원공사는 2008년 이후 아라뱃길 사업 1조 9433억원, 4대강 사업 7조 9780억원으로 10조원에 가까운 국책사업 부채를 짊어졌다. 2013년 기준 부채 13조 9985억원에 부채비율은 120.6%로 2008년보다 6배 이상 늘었다. 특히 수자원공사가 민주당 박수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수자원공사는 전체 부채 가운데 금융부채가 90%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한 해 최소 1조 원 이상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한국자원공사는 부채비율 평균 20퍼센트의 건실한 공기업이었습니다. 2003년 2조 1325억 원(25.1%)이던 부채는 오히려 2004년 1조 9186억 원(21.8%), 2005년 1조 8141억 원(19.5%), 2006년 1조 7436억 원(18.1%), 2007년 1조 5755억 원(16.0%)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공의 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8년 1조9623억 원(19.6%)에 그쳤던 수공의 부채는 2009년부터 상승세를 탔다. 2009년 2조9956억 원(29.1%), 2010년 7조9607억 원(75.6%), 2011년 12조5809억 원(116.0%)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08년 부채 규모에 견주어 최저 1.5배에서 최대 4~6배 늘어난 수치다.

수공이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부채비율은 130.8%(14조6619억 원)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63.0%(7조639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공은 "4대강 살리기, 경인 아라뱃길 조성 등 국책사업과 댐·수도 신규시설 등 투자규모가 증가해 부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공의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주요 원인은 2009년부터 시작한 4대강 살리기 사업 투자였다. 수공은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 투자를 위해 2009년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총 6조7037억 원의 공사채권을 발행했다.

수공의 투자비 8조 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비(15조4000억 원, 국토해양부 예산)의 51.9%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자감세' 논란을 일으킨 이명박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부담해야 할 4대강 살리기 사업비의 절반을 수공에 떠넘긴 것이다. 그래서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할 때부터 "재정의 편법 운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자원공사에 '4대강 부채 폭탄' 쏟아진다(오마이뉴스)

이렇게 조그만 과자부터 자동차 같은 고가의 제품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삶의 일터와 먹는 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을 뒤흔들며 노동자와 소비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기업들의 행태를 근절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자본주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

1776년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이라는 저서로 시장경제이론을 집대성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개인이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여건을 마련해주면 국부(국부)와 사회의 복지가 증대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스미스의 이론을 오늘날의 경제 개념으로 정리하면 '기업의 이익 추구→국가 부강→사회복지 확대'로 이어집니다.

출처 - EBS 다큐

서구에서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 2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반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1945년 해방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자본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시장경제를 표방했으나 분단, 전쟁, 사회적 여건 미성숙 등으로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 속에서 한국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으나 내부적으로 심각한 병폐가 그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심화에 따른 양극화의 골은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더욱 깊어져 전 세계적으로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정무역'은 저임금의 노동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공정하게 제값을 주고 상품을 들여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입니다. 여기에는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희망을 잃게 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출처 - 시사IN

공정무역 매출액은 하마나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타임》을 두루 거친 저널리스트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는 《자본주의 4.0》이라는 저서에서 정부와 시장이 어떻게 관계를 정립하느냐는 잣대로 자본주의 발전사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자본주의 1.0은 미국·프랑스의 정치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시작되어 대공황과 함께 막을 내린 시장을 강조한 전통적인 자유방임 자본주의입니다. 대공황 이후인 자본주의 2.0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영국과 유럽의 '복지국가' 개념을 포괄하는 정부 주도의 수정자본주의입니다. 흔히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케인스 경제라 불립니다. 자본주의 3.0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가 발생한 후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의 자유시장 혁명으로 탄생한 신자유주의입니다. 정부 실패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다시 시장주의로 회귀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시 정부가 바뀐 세계 경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 근본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금융위기를 키웠다고 합니다. 이렇듯 경제 환경의 변화와 시장 실패, 정부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본주의는 진화합니다.

칼레츠키는 자본주의 4.0으로의 진화는,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가 있어야만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과 정부가 모두 불안하며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 4.0은 '적응형 혼합경제'입니다. 칼레츠키가 예상한 '자본주의 4.0 정책 리스트'에는 좌파와 우파가 자기 전유물이라고 부르는 항목이 뒤섞여 있습니다. 정부의 규모는 줄어들지만 시장에 대한 책임과 역할은 커지고, 은행에 대한 규제는 강화됩니다. 의료 서비스는 정부와 시장 양쪽 모두에서 확대되고, 고등교육은 시장지향적으로 개편됩니다. 칼레츠키는 이런 정치와 경제 간의 균형은 국가별로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적용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시장과 기업의 업그레이드

그간 자본주의는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창조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받아들이며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왔습니다.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 리더의 모임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00년 이후 거대 자본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가 빈부 격차를 심화시켜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공감 아래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를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고장이 난 자본주의를 교정하는 대안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출처 - csrinternational.org

미국의 사회적 가치평가 전문가 제이슨 사울(Jason Saul)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본주의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제이슨 사울은 《CSR 3.0》이라는 저서에서 CSR 1.0(전통적인 자선), CSR 2.0(전략적 자선이나 지속가능경영)을 지나, 바야흐로 CSR 3.0(기업사회혁신)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는 저희 블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한 바 있으니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이슨 사울은 새롭게 도래한 CSR 3.0 시대에 나눔과 배려, 도와주기와 협력이란 대기업의 의무이거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전략적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상생협력은 협력사의 품질, 생산성, 유연성, 납기 능력에 도움을 줍니다. 그 결과 상생협력을 수행하는 대기업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협력사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강한 기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갑질'을 하는 많은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은커녕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과거 행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 유한양행을 세워 사회공헌의 족적을 남긴 유일한 선생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업은 '이윤'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유일한(柳一韓, 1895~1971)은 서양 문물에 눈뜬 아버지의 영향으로 1904년 9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내고 미시간 주립대학교 상과계열에 입학한 그는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무역업을 하던 중 국내의 삼일운동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1919년 4월, 독립운동 후원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선전을 목적으로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서 ‘한인자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을 때, 대학 4학년생이었던 유일한은 재미 한국인 대표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게 됩니다. 대회에서 반포될 <한국 국민의 목적과 열망을 석명(釋明)하는 결의문> 초안 작성에 참여한 유일한은 이후 평생토록 그 내용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1926년 동포의 절실한 필요를 채운다는 뜻으로 서울에 유한양행을 설립하여 그간 미국 수입에 의존했던 의약품을 대체하기 위해 1933년에 국내 기술로 ‘안티푸라민’을 개발하여 첫 제품으로 삼는 개가를 올립니다. 1970년에 유한재단을 설립한 유일한은 직업교육기관인 유한공업고등학교와 유한공업전문대학을 세웁니다. 1971년 별세하기 전, 그는 1만 달러를 손녀의 학자금으로 사용하게 하고 나머지 전 재산을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는 유지를 남깁니다. 낡은 구두와 아끼던 몇 벌의 양복이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유품이었습니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 유일한

이 말처럼 유일한 선생은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철저히 실천한 기업인이자 한국 사회공헌의 진정한 선구자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0일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과 노사정책, 노동안전정책 등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는 대선 시기와 취임 초반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고용률 70%'와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기조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고용률은 그대로인 채 대화와 상생이 아닌 탄압과 배제의 노사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는 것이 최소한 고용·노동·정책 영역에서는 드러나고 있다"고 총평했습니다.

그리고 철도노조의 민영화 저지파업에 대한 정부의 불법 엄단 방침 역시 '탄압'으로 일관한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의 단면으로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비폭력 필수공익 유지 파업과 자발적 현장 복귀에도 불구하고 노조원 8797명 직위해제, 191명 고소·고발, 490명 징계 회부, 152억 원 손해배상 청구, 116억 원 가압류 집행, 10억 원 위자료 청구소송 등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손해배상가압류는 1000억 원을 넘는 상태로 지속 중에 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은 "단일 노동사건에 대한 최대 탄압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말 집계한 주요 사업장 노조의 손배 청구 금액은 983억원에 달한다. 최근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청구한 162억원의 손배액과 위자료를 포함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손배 청구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급여 등을 가압류한 금액만 63억6000만원에 이른다.
(중략)
해외에서는 노조에 대한 손배 청구가 극히 제한돼 있다. 영국은 조합원 수에 따라 소송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프랑스는 파업권 행사 외 폭행이나 파괴 등에 대한 손배만 엄격히 따져서 인정한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손배 청구를 해봤자 비용만 날리고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주요 사업장 노조 손배 피소 총액 1000억원(경향신문)

대체 시민이 언제까지 정부 대신 나서서 기업들의 폭력을 막아야 할까요? 대기업 배만 불리는 친기업 정책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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