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린이날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모님에겐 가장 바쁜 하루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물을 기대했을 텐데요,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셨는지요?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셨나요?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어린이날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으셨겠지요? 올해는 또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아이와 함께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셨을 테니까요. 오죽 답답했으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어린이날갈만한곳'이 올랐을까요?

상업주의에 매몰된 어린이날

21세기는 실로 문화의 시대입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놀이동산, 테마파크 등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문화상품은 단연 '뽀로로'입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아이코닉스가 기획하고 오콘, SK브로드밴드, EBS가 공동 제작한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엄청난 시쳥률을 자랑하면서 출판, 완구, DVD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사계절 내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의 어느 눈 속 마을에 여러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줄거리를 이룹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뽀로로는 '뽀통령'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입니다.

뽀로로,뽀통령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뽀로로테마파크가 엄청난 화제였습니다. 뽀로로를 캐릭터로 활용해 놀이시설과 다양한 장난감을 갖춘 뽀로로테마파크가 입장 인원을 최대 400명으로 제한한 탓에 줄을 서도 못 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졌기 때문이었죠. 아이들이 정신을 놓을 정도로 좋아한다지만, 비싼 입장료 탓에 적잖은 불만도 들려옵니다. 어른 6000원, 2세~13세 어린이 1만 6000원으로 아이들 입장료가 훨씬 비쌉니다. 부모와 아이 한 명이 입장한다면 2만 8000원을 내야 하고, 자녀를 두 명 둔 가정이라면 4만 4000원을 내야 하는 셈이죠. 입장 후 2시간이 넘어가면 10분당 어른 500원, 어린이 1000원의 초과요금을 부과한다고 하니 불만이 터져 나올 만하네요.

이제 돈 없으면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로 대접받기조차 어렵습니다. 저출산 시대라 한 자녀만 둔 가정이 많고, 예전과 달리 경제력도 받쳐주니 오로지 최고의 것으로 아이를 떠받드는 세상이니까요. 여러분은 '소황제세대'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는지요? 중국 정부가 인구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1973년부터 '한 자녀 갖기' 정책을 시행한 이후 독자로 태어나 '황제'처럼 온갖 응석을 부리며 자라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소년을 지칭하는 문화 용어입니다. 풍요로운 경제적 기반이 있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하여 중국에서는 떠오르는 주류 소비계층으로 대두했습니다.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이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군요.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도 중국의 '소황제'를 주목하여 타깃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떠받드는 문화는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자녀를 하나 혹은 둘만 낳고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사회 풍조가 일반화하면서 '엔젤 산업(angel industry)'은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엔젤 산업은 영유아(1살부터 취학 전까지의 아동)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아동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이면에는, 자녀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강력한 소비 세력인 ‘듀크족’과 조기교육 열풍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엔젤 산업은 교육, 문화 영역은 물론 어린이 전용 백화점, 사진관, 치과, 미용실, 액세서리 가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어린이

TV와 인터넷은 디지털 혁명으로 급변하는 우리 삶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무지막지한 영상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죽고 피가 낭자한 영상만이 폭력적인 걸까요? 아닙니다. 눈만 뜨면 신체를 과도하게 노출한 가수와 연예인이 등장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곧 인기로 이어지는 세상이다 보니 이젠 '영상 폭력'을 재정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어린이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은 나날이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전해주는 동요가 아닌 빠른 비트, 현란한 음악, 영어가 난무하는 댄스 그룹의 노래에 열광합니다.

어린이들이 꿈꾸는 직업도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변신을 거듭해왔습니다. 1980~1990년대 아이들은 장래희망으로 대통령, 판사, 군인 같은 직업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그런 장래희망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수직적 사회구조 속에서 권력과 부를 가져다줄 것으로 인식되었던 직업은 급변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더는 ‘동경’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한국 어린이의 장래희망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연예인이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2007년 야후코리아 조사를 보면 가수가 1위를 차지한 이래 지금까지 연예인이 단연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멋져 보여서’라는 대답이 압도적입니다. 이에 대해 아동학자들은 “억눌린 욕구를 발산하고자 하는 심리와 화려함에 대한 동경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만, 그렇게 전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눈만 뜨면 보고 듣는 게 연예인 관련 소식이다 보니 당연한 일 아닐까요? 어린이의 장래희망을 묻는 또 다른 설문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 1만 478명 가운데 무려 41.6퍼센트가 아이돌 가수를 꼽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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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매체생태학자인 닐 포스트먼 교수는 아동기의 생성과 소멸을 정보환경과의 관계를 통해 고찰하면서 텔레비전 시대의 도래가 낳은 변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책 《The Disappearance of Childhood》를 저술했습니다. (이 책은 1987년에 분도출판사에서 《사라지는 어린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닐 포스트먼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사회적인 위험을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영상매체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TV와 인터넷이 쏟아내는 엄청난 영상에 매몰되다시피 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어린이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요즘 '어린이날' 하면 큰 선물을 떠올리거나 평소 가기 어려운 장소에 온 가족이 나들이하는 날 정도로 그 의미가 굳어지고 있습니다만, 과연 어린이날을 이렇게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게 당연한 일일까요? 미래의 동량인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이 왜 생겨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신 부모님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지 궁금합니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고 유쾌한 추억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야말로 살아 있는 공부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어린이날의 즐거운 기억을 잊어버리기 전에 간략하게나마 어린이날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세계의 어린이날, 대한민국의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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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념하는 날입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적지 않은 나라에서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로 기념한다고 하는군요. 1925년 제네바에서 열린 아동 복지를 위한 세계 회의(World Conference for the Well-being of Children)에서 제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는 나라가 보통 공산주의 국가여서 국제 어린이날이 공산주의 진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 이유에선지 1954년부터 국제 연합과 유네스코는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날(Universal Children's Day)로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과연 그 시작은 언제였고 또 어떤 의미로 어린이날을 기념한 것일까요? 일반적인 유래를 살펴보면 1919년 삼일운동을 계기로 어린이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주고자 진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했고, 1922년 4월 소년운동 단체, 신문사, 동경유학생 등이 모여 논의한 결과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정하고 기념식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923년에 각 소년운동 단체가 모인 조선소년운동협회가 구성되어 5월 1일 어린이날 행사를 전국적으로 개최했다고 합니다. 이날 설립된 단체가 바로 그 유명한 '색동회'입니다. 이후 5월 1일이 노동절과 겹친다는 이유로 5월 첫째 일요일에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되었다가 해방 이후 1946년에 부활하여 1961년 '아동복지법'이 공포된 다음부터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날의 아버지, 소파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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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小波) 방정환

어린이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1899년 11월 9일 ~ 1931년 7월 23일) 선생님입니다. 그는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화운동가, 어린이교육인, 사회운동가로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활동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와 글쓰기에 흥미를 보였는데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소년입지회'를 조직하여 동화구연, 토론회, 연설회 같은 활동을 펼쳤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1913년에 춘원 이광수가 펴낸 잡지인 《청춘》에 보낸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청년 시절 생활비 조달을 위해 조선총독부 토지조사국에 취직했으나 그곳이 조선인들의 토지를 수탈하는 기관이었기에 곧 사직하고 천도교 기관과 관계를 맺었다고 합니다. 여기엔 부친이 천도교 신자였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내천 사상'에 공감했다는 이유도 한몫했지요.

이후 방정환은 일본 유학길에 올라 아동 문학과 아동 심리학을 공부합니다. 1920년~1923년 유학 기간에 천도교 잡지인 《개벽》에 계급투쟁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성격의 우화들을 연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같은 잡지에 번역 동시 〈어린이 노래: 불 켜는 이〉를 발표했습니다. 이 글에서 방정환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유학 시절 외국동화를 번역한 책인 《사랑의 선물》을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살아생전 유일한 단행본입니다. 이 책을 펴낸 이유는 당시 조선의 어린이들이 누릴 만한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의 영향으로 어린이가 읽을 만한 책을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반면, 조선의 어린이들은 그런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에 방정환은 조선의 어린이들의 인권과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 관해 관심을 두고 어린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에게 꿈을 준 잡지 《어린이》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방정환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강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강연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자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도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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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회 회원들


1923년 한국 최초의 순수아동잡지인 월간 《어린이》가 창간됩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시작한 잡지였으나 예상 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엽서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보내면 무료로 잡지를 보내준다고 선전했지만 겨우 8명만 신청할 정도였다니 상황을 짐작할 만합니다. 당시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 수탈로 말미암아 극도로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굶주리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독서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방정환은 재미있는 구연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특유의 입담으로 잡지를 전파하면서 극복해냅니다.

같은 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어린이 문제를 연구하는 단체인 색동회가 창설됩니다. 이 단체의 이름은 동요작가 윤극영이 어린이가 입는 예쁜 색동저고리를 떠올리며 제안한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색동회의 조직으로 월간 《어린이》는 탄력을 받아 아동문학가의 요람이 되어 이원수, 마해송 같은 작가들이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1931년 7월 23일 동화집필, 구연동화, 어린이대상 출판과 같은 지나친 활동으로 건강이 나빠진 방정환은 구연동화를 하던 중에 쓰러집니다. 경성제국대학병원(현재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고혈압으로 끝내 숨을 거두고 맙니다. 입원해서도 간호사들에게 동화를 들려줄 만큼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린이에게 줄 최고의 선물,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

어제 자녀나 조카, 손자, 손녀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주셨나요? 생각비행은 어린이날을 맞아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뭘까 하고 고민하다가 하나의 답을 찾았습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책입니다. 다양한 단체에서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으니 생각비행은 조금 다른 접근으로 두 권의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 지구촌이다 뭐다 해서 영어 조기교육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어 교육엔 얼마나 관심을 두십니까?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국어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영어도 잘한다고 합니다.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때에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익힌다면 나중에 아이가 성장했을 때 가장 좋은 선물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큼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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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책


 (기사 원문 보기: 어린이 한글 맞춤법 관련 책)

- 쌍둥이 형제와 문어 선장의 맞춤법 대결투 / 김정신 / 그림 한상언 /한솔수북
‘쌍둥이 형제와 문어 선장의 맞춤법 대결투’는 쌍둥이 형제 ‘자음이’와 ‘모음이’가 국어 시험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다른 세계에 들어가면서 겪는 사건·사고를 담았다. 이 세계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문어 선장과 지팡이 사나이. 문어 선장은 원래는 해적이었는데, 배가 가라앉아 목숨을 잃었다가 대왕 문어의 몸을 빌려 문어 선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어 선장은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세상을 지배하며 영원히 살고 싶은 생각에, 맞춤법에 맞게 글자를 익히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돌가루의 예언에 따라 맞춤법을 잘 알 만한 아이들을 잡아들인다. 쌍둥이 형제와 함께 문어 선장에 맞서 문제를 풀어가면서 우리말 실력을 기를 수 있다. 뒷부분에는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어 찌꺼기’를 수록했다.

-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맞춤법 /장수하늘소 /그림 윤정주 / 웅진주니어
글을 쓸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을 뜻하는 맞춤법은 원리와 원칙만 알면 우리말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맛있는 맞춤법’은 우리말 맞춤법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냈다. 각 장마다 어린이가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을 비교해 올바른 쓰임새를 알려준다. 덕분에 읽는 독자는 만화 속 캐릭터와 함께 맞춤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책은 아무리 공부하고 응용하고 활용하려고 노력해도 헷갈리기 일쑤인 우리말을 요소별로 정리한 맞춤법 안내서이다. 어린이는 만화를 통해 올바른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우리말의 쓰임새를 엿보고, 그 옆장에 정리된 ‘우리말 규칙 알기’와 ‘잘못 쓴 우리말 찾기’를 통해 올바른 맞춤법을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영국의 유명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무지개>라는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어른이 쉽사리 망각하는 순수한 가치와 상상력을 어린이가 지니고 있음에 착안한 내용이겠지요.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소비문화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요즘 어린이가 아이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방정환 선생님이 활동했던 시기에 어린이가 즐길 만한 문화가 너무 적었다면, 요즘은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는 문화가 너무 많고 상업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기교육 탓으로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런저런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착잡한 마음마저 듭니다. 과연 방정환 선생님이 오늘날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매그니튜드 8.8 규모로 일본을 강타한 후쿠시마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의 외부 건물이 폭발하여 파손되고 한때 멜트다운의 위험성까지 거론되며 방사선 누출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 피해로 사망·실종자가 1700명을 넘었고, 원전 현장에 있던 3명은 방사선 피폭이 확인된 상태라고 합니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어 보이는 상태라고 하네요. 

 

12일 저녁에 후쿠시마 동쪽 근해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일본에 계신 모든 분이 안전하시기를 빌며 더는 피해가 없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대재앙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구호 인력, 물자, 의료 물품과 의사...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주시하는 '침착함'과 피해 복구 '의지'가 아닐까요?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모든 구호 활동의 출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9.11 사태 당시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당황하는 시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라."

 

많은 시민이 침착하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본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아낌없는 노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생각비행은 책과 관련이 있는 작가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슬램덩크>를 필두로 <베가본드>, <리얼> 등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작 만화책을 출간한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의 <Smile> 연작입니다. 그는 가끔 자신의 트위터에 <Smile>이란 제목으로 작품을 올리곤 했는데요,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다양한 필치로 그린 연작입니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11일 지진이 일어난 후부터 사람들이 침착함을 되찾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고자 <Smile>이란 제목으로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끊임없이 그려서 올리고 있습니다.

 ⓒ Inoue Takehiko, All rights reserved.

2011년 3월 13일 0시 현재 <Smile 57>까지 올라왔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뒤 12일부터 "기도합니다(祈る)"라는 트윗과 함께 <Smile 34>가 시작되었으니 하루 만에 24장, 지금껏 그린 작품만큼의 분량을 하루만에 그려낸 셈입니다. 자연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대재앙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미소 띤 얼굴을 보면서 침착함과 희망을 되찾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려내는 한 장 한 장의 미소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일본 사회에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여태까지 게재된 <Smile> 연작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트위터(@inouetake)해쉬 태그 #prayforjapan #tsunami 등으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한편 20세기 말에 <슬램 덩크>를 연재했던 일본 최대의 만화잡지 《점프》를 비롯해 주간지 대부분이 차질없이 이번 주 출간을 완수하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군요. 임원들은 긴박하게 인쇄소 상황을 파악하는 등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낸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문화의 저력이기도 한 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일상을 전해주는 데 일익을 담당하겠죠. 대지진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이 돌아가야 할 그 일상으로 말입니다. 출판 대국인 일본 출판 관계자들의 저력과 강철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자신이 맡은 바에 목숨을 거는 분들의 책임감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군요.
 
 
p.s 일본 지진 당일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 등은 불통이 된 곳이 많았으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건재해서 긴급대피, 정보교환, 실종자 찾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비상통신수단으로 급부상했다고 합니다. 2011년은 중동 민주화 물결부터 일본 대지진에 이르기까지 극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MBC 시사교양국의 간판이자 한국 탐사보도의 상징인 <PD수첩>의 안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건국 이래 한 해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던 한국경제처럼, 권력층의 치부를 드러내고 비리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PD수첩>이 한시도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없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근 MBC의 행보를 보면 이번 정권 들어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더 위험에 빠진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MBC PD수첩 ‘수난시대’(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521, 기자협회보)

"<무한도전> 김태호 PD를 '1년 됐다'고 다른 데로 보내면?" [인터뷰] 최승호 PD "비판 저널리즘 질식 시스템이 갖춰졌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303221627, 프레시안)

‘PD수첩’, MB무릎기도사건 끝내 불방(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739404, 노컷뉴스)

스폰서 검사를 폭로하여 2010년 올해의 PD상을 받은 최승호 PD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인사이동하더니, 지난 8일 생생 이슈 코너에 방영하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은 시사교양국장 지시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사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언론은 그 존재가치가 무색합니다. 그래서 현대 저널리즘에서 탐사보도에 바탕을 둔 '폭로'는 사실을 알리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죠.

폭로 - 사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가치

잡지 연재 초기에 스탠더드 오일을 폭로하는 기사에 대한 찬사가 꾸준히 이어졌다. 타벨은 헨리 데마레스트 로이드에게 받은 찬사에 답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제가 하는 일이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니 참으로 기쁩니다. 저는 양쪽의 입장을 치우치지 않게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한 쪽의 입장에 동조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제가 가진 목적을 끝까지 고수하려 합니다.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_360p

아이다미네르바타벨어떻게한명의저널리스트가독점재벌스탠더드오일? 상세보기

그런 의미에서 <PD수첩> PD들의 인사이동 조치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의 중지를 명령한 시사교양국장은 스스로 언론의 본령을 훼손한 셈입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 따분한 시사 프로그램도 관심 없어, 그렇게 밤늦게 하는 시청률도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누가 본다고... 난 <무한도전>이랑 <나는 가수다>만 보면 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나만..."이라고 외쳤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사가 말해줍니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므로.

마침내 그들이 나에게 들이닥쳤을 때
나를 위해 항변해 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르틴 니뮐러

Ahlul Bayt 뉴스 에이전시에 따르면 2011년 3월 4일자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이 골드만 삭스를 통해서 페이스북을 170조 원에 현금으로 사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체 왜 석유로 잘 먹고 잘사는 사우디 국왕이 뜬금없이 페이스북을 천문학적인 현금으로 사겠다고 한 걸까요? 그 이유는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중동 민주화 혁명을 분쇄하기 위해섭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중심으로 혁명세력이 결집하고 혁명주도 페이지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막아 혁명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이지요.

'석유'와 '페이스북'과 '혁명', 그리고 '민주화'. 이처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일도 가만히 따져보면 연쇄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에서 <PD수첩>이 사라지면 다음에는 전국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위험해질지 모릅니다. 아니 위험해진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작년부터 <PD수첩>과 <무한도전>의 PD들이 '세트로 묶여' 위협받아 왔으니까요. 딱딱한 저널리즘으로 '진실'을 지키는 일이 결국은 온 국민의 피로를 풀어주는 '웃음'을 지키는 일 아닐까요?

그러니 여러분, <무한도전>을 사랑한다면 <PD수첩>을 지켜내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요즘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긴급조치 4호가 위헌으로 판결 났고, 이집트에선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했습니다. 생각비행도 앞서 이러한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 드렸죠.


오늘은 살짝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해보려 합니다. 생각비행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아마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선 책을 어떻게 다루시는지요? 사람마다 책을 보는 방법과 보관하는 방식은 가지각색인데요, 책을 아주 소중히 다루는 분이 있는 반면에 반대로 책을 험하게(?) 다루는 분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저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은 아니랍니다. 한때는 책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책을 손상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답니다. 책을 접거나 침을 묻혀서 보는 사람, 줄을 그으며 보는 사람 등을 싫어했죠(지금도 빌려준 책이나 빌린 책에 줄 긋는 건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더군요. 읽으려고 사던 책이 어느새 수집품이 되고,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나름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선 어디를 가나 책 한 권은 들고 다녔습니다. 카메라 가방, 책가방, 여행용 가방 할 것 없이 그냥 들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사랑을 듬뿍 받은(?) 책들은 만신창이가 되었죠. 그뿐 아닙니다. 좋은 문구를 발견하면 책에 줄을 마구 그었고 팬이 없으면 기억할 페이지를 마구 접었더랬죠.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근데 저 같은 경우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애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죠.

역사적으로 책을 험하게 다룬 인물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동양과 서양에서 한 명씩 소개해 드리죠. 우선 중국의 진시황이 있네요. 중국의 전국시대를 종식하고 최초로 통일을 이룬 인물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아시는 이야기일 겁니다. 근데 진시황이라는 인물이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는 사람에 속합니다. 중국을 통일하고 도량형도 통일하고, 문자마저 통일한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는데 말이죠.

진시황(출처 : 위키피디아)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책과 관련하여 비판을 받는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땅에 묻었다는 말이죠. 사상을 통제하고 불순분자들을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서갱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진시황이 모든 책을 태웠다던가 진짜 유학자를 묻었는지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기》에는 진나라 사상 서적과 실용서를 제외하고 분서를 했다고 합니다. 또한 유학자를 묻었다는 부분도 여러 선비를 묻었다는 말이 나왔고, 여기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진시황에게 사기를 쳤던 방술사들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시황의 분서 때문에 진나라 서적을 제외한 옛 문헌들과 제자백가의 서적이 사라지면서 사상이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 이는 곧 사상통제를 의미하므로 긍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근현대 인물 가운데에도 분서를 했던 유명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히틀러는 나치당에 입당, 독일의 군권과 정권을 휘어잡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이런 히틀러도 사상통제를 위해 분서를 감행했습니다.

베벨 광장(출처 : 위키피디아)


1933년 5월 10일 베벨 광장(Bebelplatz)에는 수많은 책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른바 '비독일적 정신'으로 규정된 책들을 모은 겁니다. 여기에 모인 책들은 하인리히와 토마스만, 에리히 캐스트너, 슈테판 츠바이크, 하인리히 하이네, 카를 마르크스 같은 사람들의 저작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광장에 모은 책에 장작에 던져졌고 마구 태워졌습니다.

베를린 분서(출처 : 슈피겔 온라인)


히틀러의 분서는 1933년 3월 23일 발표된 나치 정권의 문화정책에서 비롯한 일이었습니다. 나치 정권은 "공공생활의 측면에서 정치적인 해독 조치를 함과 동시에 제국정부는 국민 전체에 대해 포괄적인 도덕 정화 조처를 한다. 모든 교육기관과 연극, 영화, 문학, 출판, 방송 등 이 모든 것은 위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라고 발표하고 나치 정권의 뜻과 어긋나는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문화, 언론을 탄압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독일인들에게 선전하고 각인시키기 위해 벌였던 행위가 바로 같은 해 5월 10일 베벨 광장에서 벌어진 '베를린 분서'였던 셈입니다.

베벨 광장의 기념물(출처 : 위키피디아)


현재 베벨 광장에는 당시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물을 세워놓았습니다. 광장 바닥 아래에 책장이 들어가 있고 유리판으로 덮여 있다고 합니다. 빈 책장은 당시 나치의 만행 탓으로 책이 불타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또한 그 기념물 앞에는 하이네의 글 '책을 불사르는 것은 오직 시작일 뿐이다. 그는 결국 인류도 불태우게 된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하네요.

지금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여러분의 책 사랑법을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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