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더불어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가 이제 시작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이미 설 연휴를 누릴 준비를 끝내신 분도 있을 테고, 이제 부랴부랴 내려갈 채비를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설은 모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는 전통적인 의미도 있습니다만, 설 연휴라는 표현을 곧잘 쓰는 것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쉬는 날이란 의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짧은 겨울방학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어린 케빈이 나 홀로 집을 지키는 것을 봐야 하는 것처럼, 연휴마다 재방송하는 철 지난 영화나 물리는 포맷을 거듭하는 TV 프로그램 편성에 질린 분도 많으시죠?

이제 TV와 함께 시간 낭비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픈 분들을 위해 생각비행에서 제안합니다. 설연휴는 책과 함께하시는 건 어떨까요. 마침 이런 기사도 있어서 소개합니다.

"아니, 설 연휴에 누가 이런 걸 해요?" [책과 놀자 ①] 설 연휴, 책과 함께 보내는 법(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128165522, 프레시안)


소설가 김훈 선생님처럼 그동안 못 봤던 책들을 바리바리 싸서 시내 호텔방에 틀어박히는 나만을 위한 휴가까진 힘들더라도 올해만큼은 책과 함께 색다른 연휴를 즐겨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집안 어른들의 취직 걱정, 결혼 걱정 등 듣기 싫은 소릴 피하는 피신처이자 놀이터로 서점만큼 좋은 곳도 없습니다. 장시간 앉아 있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요즘 서점처럼 따뜻한 공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큰 서점 안에는 카페도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여유를 즐기기엔 딱 맞지요.

공감하는 여러분을 위해서 TV 편성표 대신 각 오프라인 서점의 설연휴 운영 시간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연휴 동안 즐길 책을 사시거나 세뱃돈 대신 책을 선물하시려는 분들, 피신처(?)가 필요하신 분들은 이 시간표를 참조하셔서 헛걸음하시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교보문고는 공식적으로 전 지점이 설날 당일(2월 3일)은 휴무입니다. 나머지 날은 정상 영업합니다. 자세한 운영시간은 교보문고 홈페이지 공지(http://www.kyobobook.co.kr/storen/info/StoreHoliday.jsp)를 참고해주세요.

영풍문고는 서울 기준으로 청량리, 미아점은 설날인 3일부터 다음날인 4일까지 휴무입니다. 고대점은 설날 당일만 휴무입니다. 종로, 강남, 명동점은 설날 당일만 정오에 개점하며 나머지 날은 거의 정상 영업입니다. 그밖의 자세한 운영시간은 영풍문고 홈페이지 공지(http://www.ypbooks.co.kr/customer_center.yp?targetpage=notice_info&hiddenBIdx=197)를 참고해주세요.

반디앤루니스는 기본적으로 연중 무휴이며 설날 당일만 정오에 개점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차가 막혀 꼼짝도 하지 않을 때 스마트폰으로 eBook을 보시는 건 어떨까요? 고향 가는 길에 짐이 많다면 무거운 책은 조금 부담스럽죠. 지금 예스24에서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1권 eBook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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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긴 연휴 동안 좋은 책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 다녀오세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원 강의인, <정의>를 교육방송 EBS에서 방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일부터 방영된 <정의>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진행한 강의로 하버드 대학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정의> 방송은 EBS에서 신년기획으로 준비했다고 하는군요. 앞으로 방송될 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의 타이틀>
1강. 벤담의 공리주의
(The Moral Side of Murder/The Case for Cannibalism)

2강. 공리주의의 문제점
(Putting a Price Tag on Life/How to Measure Pleasure)

3강. 자유지상주의와 세금
(Free to Choose/Who Owns Me?)

4강. 존 로크와 자유지상주의
(This Land is My Land/Consenting Adults)

5강. 합의의 조건
(Hired Guns?/For Sale: Motherhood)

6강.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론
(Mind Your Motive/The Supreme Principle of Morality)

7강. 거짓말의 교훈
(A Lesson in Lying/A Deal Is a Deal)

8강. 공정한 출발
(What's a Fair Start?/What Do We Deserve?)

9강. 소수집단우대정책
(Arguing Affirmative Action/What's the Purpose?)

10강.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민정치
(The Good Citizen/Freedom vs. Fit)

11강. 충성의 딜레마
(The Claims of Community/Where Our Loyalty Lies)

12강. 정의와 좋은 삶
(Debating Same-Sex Marriage/The Good Life)


강의 내용을 보시면서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철학적 논쟁이 현재를 살아가는데 무엇이 중요하냐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냥 보기엔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거대 기업들, 거대 이익단체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때 위와 같은 철학적 논쟁을 토대로 나온 사상을 이용해 이익을 관철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이야기에 현혹되거나 당하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지식을 이용한 공격에는 지식을 이용해 방어해야 합니다.

어제 방송된 강의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보면서 생각할 내용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나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경우, 공리주의를 토대로 엉뚱한 계산을 하여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무너뜨린 거대 석유회사인 스텐더드 오일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공리주의에서 나온 계산법인
<비용·편익 분석>으로 각각의 군소업체를 설득하고 무너뜨린 다음 트러스트로 묶어 거대 재벌이 되었으니까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토론식 수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강의니까요. 예를 하나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한국 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도 들더군요.

하버드 특강 <정의>는 EBS에서 저녁 12시 ~ 12시 55분까지 방영하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대 편성에 대한 네티즌의 성화(?) 덕분에 아무래도 방송 시간이 좀 앞당겨질 듯한데요, 아직 공지가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의> 강의를 들으시면서 아울러 생각비행이 펴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진정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정의가 무엇인지 다 같이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테니까요.

올해 11월은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아주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는군요. ^_^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예매를 시작했습니다.( http://ideas0419.com/48 )'란 포스트로 소개해 드린 '제7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 재패니메이션의 모든 것'이 21일로 막을 내렸지만 연이어 30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일본 거장 감독전'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영화의 황금기였던 1950~1960년대 작품들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SF 최고의 걸작영화 <메트로폴리스>를 공짜로 보는 방법( http://ideas0419.com/45 )'이란 포스트에서 이미 한번 소개해 드렸죠. 영화 사료 국가 기관으로서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고전 영화들을 공짜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열심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좋은 국가 기관(?)입니다. ^_^;;

시네마테크 부산과 공동주최로 기획한 이번 일본 거장 감독전은 일본 영화에, 아니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쟁쟁한 이름이 즐비합니다. 소갯글에서 조금 인용해오자면 일본 누벨바그의 전조가 된 마스무라 야스조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자주 언급되곤 하는 오즈 야스지로, 그리고 멜로 드라마의 거장 나루세 미키오의 작품 등이 상영된다네요. 특히 오즈 야스지로의 <부초>와 나루세 미키오의 <오누이>는 올해 새롭게 수집한 프린트라고 하니 이미 보셨던 분들도 다시 찾아볼 만합니다. ^_^

이번 '일본 거장 감독전'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의 욕망을 충격적으로 그린 마스무라 야스조의 <아내는 고백한다>와 이를 한국으로 가져와 리메이크한 유현목의 <아내는 고백한다>를 처음으로 같이 상영한다는 겁니다.

유현목 감독은 20세기 최고의 한국영화를 선정하면 항상 1위에 꼽히는 <오발탄>을 만든 분입니다. 물론 이범선 원작의 그 오발탄말입니다. 항간에서는 <오발탄>을 두고 한국의 <시민 케인>이라고 일컫기도 하지요. 또한 감독 활동 이외에도 국민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를 제작하신 분이기도 하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_^

그런 분이 리메이크할 정도로 대단한 거장의 작품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비교하며 볼 기회는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초겨울이 다가오는 가을의 끝자락을 지적인 유희와 함께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이번 '일본 거장 감독전'을 놓치지 마세요. 언제나 그렇듯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_^

한국영상자료원 - 일본 거장 감독전 시간표: ( http://www.koreafilm.or.kr/cinema/program/category_view.asp?g_seq=69&p_seq=457 )
지난번에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http://ideas0419.com/42) 정말 많은 분께서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__) 이번에는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일본은 매우 많은 책을 쏟아내는 출판 왕국입니다. 출판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주어서 그런지 책과 잡지가 무척이나 많은 나라죠.

출판량이 많은 만큼 소비되는 책도 많고, 버려지고 재생되는 책도 어마어마합니다. 예를 들어 주간 만화잡지 같은 경우 종이의 질이 좋지 않은 중질지를 많이 씁니다. 그 이유는 자주 발행해야 하고 오래 보관하지 않는 탓에 가격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열혈 수집가가 아닌 이상 사람들 대부분이 한 번 보고 버리기 때문입니다(일본에선 버린 잡지를 노숙인들이 주워서 싼값에 되팔기도 합니다). 이렇게 값싸게 만드는 잡지 이외에도 많은 책이 버려지고 재생됩니다. 그 때문에 일본에는 헌책방도 많습니다(Book Off는 한국에서도 유명하죠).

도쿄에 가면 이런 헌책방이 즐비한 곳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도쿄 간다(神田)의 진보초(神保町)가 바로 그곳입니다. 진보초에는 헌책방을 비롯해 출판사, 출판 도매상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주변에는 메이지 대학 외에도 여러 학교가 있습니다. 진보초에서 헌책방을 열어 유명해진 사람이 있습니다. 1913년 간다 여학교를 퇴직한 이와나미 시게오라는 사람이 헌책방을 열어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돈을 번 이와나미 시게오는 나츠메 소세키 전집을 간행하기도 했다는군요.

진보초 고서점가는 한국과도 약간 연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옛 서적이나 각종 문서가 넘쳐나서 없는 게 없다고 하는데요, 해체신서(일본 에도시대의 번역 의학서)도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여기서 한국의 중요한 문서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시민 공신교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김시민 공신교서>는 일본에 있는 한국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것이 방송으로 알려지면서 환수운동을 벌인 끝에 한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렇듯 예전 고문서부터 현대의 헌책까지, 정말 여러 가지가 책이 즐비한 간다의 진보초이다 보니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유명해졌나 봅니다. 진보초에는 해마다 여러 가지 축제를 하는데요, 매년 10월 말쯤에 열리는 '神田古本まつり'(간다고서적축제 정도 되겠네요)도 유명한 축제 중 하나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다녀온 간다고서적 축제를 사진과 더불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다녀온 축제는 49회였습니다(2010년은 51회째). 이 축제도 벌써 50년이 넘는 전통 있는 축제군요. ^^



정말 사람이 많습니다. 모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으러 나온 분들이겠죠?


'50% OFF'라는 말에 사람들의 발길이 멈춰 섭니다. 이미 가방에도 꽉 찼고 비닐봉지까지 들었지만 발걸음이 멈춰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고서점 축제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입니다. 한국과 북한 물건들을 팔고 있더군요. 옛날 한국 영화나 북한에 대한 서적, 물건(돈, 배지 등)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TV에서만 보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북한 물건이라 신기했습니다. ^^


빽빽하게 꽂힌 책들. 여기에는 예전 책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문학 서적이 많이 있더군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어서 몇 권 사기도 했습니다.


헌책을 찾는 데 있어서 남녀노소는 따로 없었습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성도, 나이가 지긋한 중년 남성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이 분을 보니 '책 속에 파묻히다'라는 문구가 절로 생각났습니다. 정말 많은 책 속에 파묻힌 중년 남성분. 저는 언제나 책 속에 파묻히고 싶어요~.


이런 책꽂이는 부산 보수동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실내에 책을 넣기가 어려운 책방은 점포 밖에 책꽂이를 만들어놓고 셔터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책을 보관하더군요.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는 고서들. 밖에 있는 책은 대부분 우리가 말하는 헌책이었습니다. 점포 안으로 들어가면 고서가 곳곳에 눈에 띕니다(내부는 촬영 불가라 사진이 없습니다).


간다 고서점 축제에는 꼭 헌책만 파는 건 아닙니다. 여러 출판사가 나와서 책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좋은 책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직접 책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것이죠.



아~ 축제이다 보니 책만 파는 건 아니더군요.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가지 오래된 물건을 파는 잡화상도 보였습니다. ^^

지금까지 간다 진보초 고서점 축제 상황를 돌아보았습니다. 많은 헌책과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요? 다양한 책과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전해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 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보수동 책방골목도 많은 사람이 참여해 지속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진보초의 축제만큼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도 책과 관련된 이런 멋진 축제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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