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역동적이었던 전투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왜선 330척을 물리친 영웅담입니다. 전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인데요, 영화 <명량>도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68만 2772명을 기록하더니 개봉 이틀 만에 최단 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개봉 5일차에는 역대 최고 1일 스코어인 125만 3633명을 기록하며 최단 기간 400만을 돌파했고, 6일 차에는 500만, 개봉 8일 차에는 최단 기간 관객 7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물리치고 전인미답의 경지인 15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도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명량>을 관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량>은 영화적인 면과 진짜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의 면에서 논란이 있는데요. 생각비행은 이 시국에 영화 <명량>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순신 장군이 남긴 진짜 교훈을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2척 대 330척의 해전에서 진짜 본받아야 할 점


이순신 장군은 세종대왕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인 중의 위인이며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흔히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넬슨은 국가의 지원을 넉넉히 받으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사생활에 추문이 많았습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의 시작 부분에서 드러나다시피 국가의 지원은커녕 임금과 권력자들로부터 고문과 모함을 받아 백의종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한결같이 백성을 위하고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여 청렴한 사생활로 인격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비교할 데 없는 인류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명량대첩은 가히 백미라고 할 텐데요.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한 사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원균은 칠천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친히 키운 당대 최강의 조선 해군을 모조리 말아먹었습니다. 그렇기에 복귀한 이순신에게는 칠천량에서 퇴각해온 12척 외에는 싸울 배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망쳐온 배와 군졸들만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왜선을 물리쳤다니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용맹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이런 이순신의 위용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어 쓰이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오늘날 위정자들은 한국 사람으로서 이순신 장군을 본받으려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감내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활용하곤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해 위에서 하는 말에 일절 불평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이런 억지는 역사가 꽤 깊어 영조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순신은 간과(干戈)가 극렬한 가운데에서도 능히 전선을 만들었었는데 옹진이 아무리 피폐되었다고 해도 돈 4백 냥을 마련하지 못하여 이런 청을 한단 말인가? 수신은 추고하고 스스로 마련하여 배를 만들게 하라.

_영조실록(1744년 2월 20일)


이는 당시 황해 수사 박문수가 경비정을 만들 예산이 부족하다고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영조가 내린 답변이라고 합니다. 이순신은 달랑 12척으로 330척을 이겼는데 겨우 돈 400냥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입니다. 그 유명한 암행어사 박문수조차 이순신과 비교되며 무시당했던 거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비교일까요?


생각비행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진짜로 본받아야 할 점은 대장선의 희생자가 단 2명뿐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영화 <명량>에서 보이다시피 실제 역사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은 홀로 1~2시간을 왜선들과 싸웁니다. 그런데 《난중일기》의 기록에 보면 난전을 치르고도 대장선의 사망자가 단 2명이었고 부상자도 고작 3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2척으로 330척을 패퇴시킨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희생자 수가 극히 적다는 사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입니다. 조선 수군의 12척은 모두 무사했지만 왜선은 침몰한 배의 수만 31척입니다. 이 수치는 최소한 그렇다는 이야기니 실제로는 전과가 더욱 컸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열세를 뒤집는 위대한 승리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순신 장군의 해전의 위대한 점 중 하나는 아군의 희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산대첩 직후 벌어진 안골포 해전에서는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죽지 않았지만 왜군은 42척이 침몰하고 396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마지막 노량해전에서조차 조선수군은 전사자가 10명에 그친 데 반해 왜군은 200여 척이 침몰하고 사상자가 2~3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러니 당시 왜군이 이순신이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만합니다.



출처 - EnCyber.com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훈련과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왜군에 비해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조선 해군의 주력인 판옥선은 왜선보다 크고 단단했으며, 이순신 장군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서 만든 화포는 근대적인 함대 포격전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하죠. 여기에 훈련으로 갖춰진 빠른 기동력과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합쳐지니 일기당천이라고 할 만합니다. 영화 <명량>에서는 대장선의 백병전이 나와 희생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포격전 위주로 전투하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에 왜선이 달라붙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의 백병전은 어디까지나 극적인 긴장감을 위한 상상이지요.


이순신 장군이 항상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 결과 수군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교훈은 책임 있는 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병사를 사지로 내몰지 않고,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되 부하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요?



신상필벌의 이순신 리더십, 하지만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또 하나의 리더십은 엄정한 군율에 기반을 둔 신상필벌이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도 잘 묘사되었듯이 군율을 어지럽히면 반드시 벌을 주었고, 그 죄가 중하면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물론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으로 치하했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순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그렇기에 백성과 군졸은 이순신 장군을 신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훈련으로 축적한 경험 덕분에 혹독한 전투 상황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겠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명량>을 보면 명량대첩이 승리로 끝난 후 노꾼들끼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알까?” “모르면 호로새끼들이지!” 하고 주고받는 대사가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이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사회 전반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상필벌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지도층이 서로 봐주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서울시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로비장부'에 이름이 오른 정모 검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용돈'이라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와 관련해 인정할만한 부분이 없다. 장부 말미에 용돈, 세배돈, 순수 용돈이라고 기재돼 있다"면서 "300만원은 추석용돈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檢 "검사 금품수수 인정되지만 용돈이다" (아시아경제)


사회 정의를 위해 공평무사해야 할 검찰이, 이미 로비 장부에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검사가 받은 돈을 뇌물이 아닌 용돈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검사를 처벌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신상필벌은커녕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오늘날 지도층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나라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8월 8일 현재 세월호 유가족은 2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실제 역사는 아니지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충(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고요. 오늘날 지도층은 영화 <명량>을 아전인수 하지 말고 이순신 장군이 역사에 남긴 진짜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에서 속속 밝혀지는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태가 점입가경입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유우성 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측 진술서마저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국정원이 '국가조작원'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듣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서나 조서를 미리 써놓고 나중에 탈북자 등 증인들의 도장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에 이어 진술조서까지 광범위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위조한 구체적인 정황이어서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술서는 참고인 등이 자신이 할 말을 서술하는 것이고,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에서 문답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인데, 모두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파렴치하게 유우성 씨 측 증인을 세 차례나 회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초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화교 출신 A(여)씨를 세 차례 찾아가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생각비행은 지난 삼일절에 헌법의 근본정신을 돌아보며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나 유우성 공무원 간첩 사건이 오늘날의 드레퓌스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참고 기사: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국가 기관에서 증거를 조작해 죄 없는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수사 방식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 드레퓌스 사건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니까요.
 
국가나 정부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 사건처럼 엄청난 일이 역사 속에서 그저 사라질 리 만무합니다. 시대적 충격을 일으킨 사건은 언론, 방송, 문학, 회화,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재생산되기 마련입니다. 증거 조작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오늘은 좀 감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이 있는 영화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말입니다.

영화 검열의 시작, <드레퓌스 사건>

출처 - GEORGE MELIES : L'affaire Dreyfus

드레퓌스 사건은 그 자체가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란 매체가 막 생겨난 그 시대에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영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조르주 멜리에스도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멜리에스 스스로 '재구성된 뉴스릴'이라고 부른 <드레퓌스 사건>은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건 전체를 12개 장면으로 재현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1899년 프랑스 정부는 이 영화를 포함해 드레퓌스를 다룬 영화를 일괄해 상영 금지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이 막 시작되려는 민감한 때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영화라는 매체는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관객을 만나지도 못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나는 고발한다! <에밀 졸라의 생애>

출처 – 네이버 영화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얼마 지났을 때 미국에서 에밀 졸라를 주인공으로 하여 드레퓌스 사건을 조명하는 영화가 나옵니다. 1937년 작 <에밀 졸라의 생애>라는 영화인데요, 프랑스 정부와 군부가 증거를 조작하고 침묵을 유지할 때 <나는 고발한다!>라는 명문으로 드레퓌스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진실 규명과 무죄 석방을 주장한 대문호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국수주의에 빠진 권력층과 군부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인종차별을 고발합니다. 무죄 석방된 드레퓌스가 고인이 된 에밀 졸라의 무덤을 찾는 마지막 장면은 그 시절 많은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193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작품상, 각본상을 받았으며 드레퓌스 역을 맡은 조셉 쉴드크로트는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에밀 졸라 역을 맡은 폴 무니는 상은 받지 못했으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세상에 맞선 어머니, <체인질링>

출처 – 유니버설코리아 공식 유튜브

1928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여전사에서 어머니로 연기 변신을 한 앤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열연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LA에 사는 싱글맘인 크리스틴은 회사에서 돌아와 9살 난 아들 월터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생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크리스틴은 5달 뒤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찾은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유괴 사건을 조기 종결해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던 경찰과 권력층은 일이 틀어지면 입장이 난감해지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 월터를 찾아달라고 사정하는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경찰이 찾은 아이를 아들로 인정하라는 거죠. 세상 어떤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못 알아볼까요? 결국 이때부터 크리스틴은 부패한 경찰과 세상에 맞서는 어머니가 됩니다.


원칙 없는 세상을 향한 경고, <부러진 화살>

출처 – 다음 영화


"재판장님은 100여 년 전 프랑스 군사재판에서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간 드레퓌스 사건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진범이 잡혔는데도 당국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채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지요. 그런데 100년도 더 지난 21세기에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억지 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주인공 안성기의 대사

2007년 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석궁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이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입니다. 

사건 자체에 관해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대입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김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뒤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사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 교수는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를 찾아가 위협했다고 하죠.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영화 자체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는 사법부의 원칙 없음과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배급 문제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의외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안성기의 열연은 대단했죠. 이 영화에서 경찰의 증거보존능력이 의문시되고 담당 판사가 혈흔 DNA 검사를 거부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 드러납니다. 과학 수사와 증거법정주의를 지향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드러낸 영화였습니다.

국가란 국민이다, <변호인>

출처 – 다음 영화

온갖 우여곡절에도 1000만 관객에게 감동을 준 <변호인>도 권력에 의해 증거 조작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림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는데요. 송강호의 신들린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독재정권에 의해 어설프게 조작된 증거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면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그런 행태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드레퓌스 사건> <에밀 졸라의 생애> <체인질링> <부러진 화살> <변호인>, 다섯 영화를 소개하고 보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절이든 권력에 의한 증거 조작과 진실 은폐, 그에 따른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에밀 졸라의 생애>를 제외하면 모두 DVD 구매 또는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비용을 치르고 합법적인 내려받기가 가능한 영화들입니다. 이번 주말엔 위 영화를 다시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변호인의 1000만 흥행이 부러웠던 걸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하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승만 영화의 총감독이 서세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개그맨에서 목사로 변신해 대중을 놀라게 했던 그가 이번엔 이승만 영화의 총감독을 맡고 시나리오까지 썼다고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최근 '이승만 영화 후원회' 모임은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움을 13일 개최한다"고 알렸다. 이 모임은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승만 영화'의 제작을 위한 3천만 후원자를 모집한다. 시나리오는 <도마 안중근> 등을 만든 서세원 감독이 썼다. 이승만 영화 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다"라며 "서세원씨가 총감독을 맡고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곧 시나리오 내용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승만 영화의 총감독에 시나리오까지 이미 완성한 서세원은 오는 13일에 3000만 명의 영화 제작 후원자를 모으기 위한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죠. 이승만 영화 제작 후원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니, 보다 나은 투자 정보를 드리고자 이승만 영화감독 서세원의 전작 중 대표작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의 첫걸음은 포트폴리오 검토부터 해야 하니까요.


<납자루떼>, 감독 서세원의 데뷔작이자 한국 영화의 어떤 대명사


출처 – 네이버 영화

서세원의 영화에 대한 욕심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개그맨 시절부터 간간이 영화에 출연하던 그는 1986년 <납자루떼>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합니다. 그런데 개그맨 출신 감독의 데뷔작치고는 의외로 제작진이 출중합니다. <우담바라>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촬영을 담당했던 송행기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로 아이돌 한류를 만들어낸 SM엔터테인먼트의 CEO 이수만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개그맨의 연출작이라는 편견 때문이었을까요? 때를 잘못 만난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감독의 역량 부족이었을까요? <납자루떼>는 흥행에 참패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영화 사상 가장 못 만든 영화의 대명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전설 아닌 전설은 지금까지 이어져 네이버 영화 평점 역시 2.74점(10점 만점)으로 바닥을 기고 있죠.


<도마 안중근>. 18년만의 연출, 하지만 이번에도...

출처 – 네이버 영화

<납자루떼> 제작 이후 18년이 지난 2004년. 서세원은 영화 <친구>로 히트했던 유오성을 안중근 역으로 캐스팅해 <도마 안중근>이란 역사극에 도전합니다. 안중근 역의 유오성뿐 아니라 최근 <써니>와 <수상한 그녀>로 큰 인기를 구가하며 젊은 명장이란 소리까지 듣는 배우 심은경이 안중근의 딸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마 안중근>은 <납자루떼>의 뒤를 잇습니다. 흥행에 참패하고 네이버 평점 역시 4.26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소 특이한 점은 <도마 안중근>이 광복 59주년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의 독립과 통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익명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바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3개밖에 안 되는 자신의 연출작 중 하나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민주화 희생자들에게 바쳤던 사람이 네 번째 연출작으로 이승만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니 서세원은 안중근보다 꺼삐딴 리를 영화화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조폭 마누라, 서세원의 원 히트 원더

출처 – 네이버 영화

감독뿐 아니라 영화 제작자로서도 활동하던 서세원은 <납자루떼>와 <도마 안중근> 사이에 <긴급조치 19호>라는 영화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서 말이지요. 홍경민, 김장훈, 공효진, 노주현 등 명배우들과 유명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도 흥행과 비평 면에서 참패했습니다. 네이버 평점은 10점 만점에 4.58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며 <납자루떼>처럼 21세기 못 만든 한국영화의 대명사의 하나가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영화 제작자 서세원이 흥행에 성공한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바로 <조폭 마누라>인데요. 당시 평은 별로 좋지 않았고 네이버 평점 역시 5.39점에 지나지 않지만, 전국 525만 관객을 동원하며 조폭 영화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서세원 감독의 이승만 영화, 정치 깡패로 다뤄야

이상의 포트폴리오로 살펴봤을 때 이번 서세원 감독이 연출하는 이승만 영화는 이승만을 정치 깡패로 다뤄야 합니다. 그의 유일한 성공작인 <조폭 마누라>를 봤을 때 말이죠. 백범 김구 암살 의혹도 있고,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이 가장 잘 다뤘던 게 정치 깡패이기도 한 만큼 제법 잘 어울릴 것이라고 봅니다. 부정선거까지 저지르다 4.19혁명으로 쫓겨나 다시는 대한민국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된 것이 이승만의 역사이긴 하지만요.

<납자루떼>같이 이승만과 프란체스카의 로맨스를 다루거나 <도마 안중근>처럼 말도 안 되는 역사극을 만들거나 <긴급조치 19호>처럼 어설프게 정치를 건드리면 이번에도 흥행에 참패할 것은 안 봐도 뻔합니다. 물론 호사가들의 입에 또 다른 한국 영화의 망작으로 조롱당하며 오르내릴 수는 있을 겁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이미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고 육영수 여사와 고 박정희 대통령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던 일명 박정희 영화 <퍼스트레이디>는 제작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과연 서세원은 이승만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까요? 흥행에 성공하고 싶다면 꼭 정치 깡패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번 기사 <독립출판물 전시회가 있다!>에서 《그린마인드》라는 잡지를 다시 한 번 다루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은 창작자들이 기획, 제작, 유통에 이르는 출판의 전 과정을 도맡아 만든 출판물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 2~3년 사이에 주목받기 시작하여 홍대 주변을 중심으로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서점이 생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독립출판물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얼마 전 《한겨레 매거진 esc》는 '사표'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독립출판물 형태로 사표를 재해석한 신미경(30) 씨를 중점적으로 다뤘더군요. 신 씨는 출판사에 다니다 지난 7월 사표를 내고 비정기 간행물인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독립출판물 잡지를 만드는 강좌를 듣고 과제물로 이런 도전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기사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부터 8월 19일까지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어바웃북스(ABOUT BOOKS: INDEPENDENT BOOK MARKET)> 전시에서 생각비행이 더 주목한 독립출판물은 《그린마인드》였습니다. 

삶과 삶의 무대를 담은 책, 《그린마인드》

이하 사진 그린마인드 제공

최근 발간된 《그린마인드》 2호는 잡지의 성격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린 마인드'는 삶과 삶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환경은 인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삶의 무대이며 인간은 그 무대를 수놓는 주인공입니다. 세상은 시간을 더해 갈수록 더 특별한 것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저희는 묵묵히 버티고 있는 오늘의 '그냥'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도 열심히 사는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당신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비록, 오늘 당신이 밟은 땅이 회색빛 아스팔트 길이 대부분이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밟은 시멘트 땅 속에 보드라운 흙이 있다는 것과 마음에도 '그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선물처럼 전달해 드릴 '그린 마인드'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그린마인드》에는 자연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2호 기획기사는 '재생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끝납니다.

"아무런 보호정책이 없어 재생지의 가격경쟁력이 나무로 만드는 종이에 비해 저렴하지도, 종이의 질이 나무로 만드는 인쇄용지에 비해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재생지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생지는 종이가 종이의 원료가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넘어 종이가 나무를 지킨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 이제 종이를 소비할 때 고지가 사용된 퍼센트가 적힌 고지율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소신 있게 재생지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신 있게 재생지로 만든 책을 찾는 것도 필요한 때이다."

그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다음 사진이 나왔습니다. 잘 정돈된 농지와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얹은 주택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종이를 얻기 위해 많은 나무를 훼손하지만, 한편으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고 있기도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이 한 장의 사진에 녹아 있다고 느끼는 건 아마 저희만은 아니겠지요. 

《그린마인드》를 만드는 이들은 전문 출판인이나 잡지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린 마인드'를 전파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그린마인드》 2호 '당신의 그린마인드' 꼭지에는 삼청동 일대에서 인력거를 끄는 두 젊은이를 취재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주인공은 인재와 모빈. 이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랍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인력거를 끄는 이들을 향해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요. 두 사람의 답변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그린마인드》의 독자가 되어주세요. 오늘 소개하지 못한 '그린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으니까요.


《그린마인드》를 만드는 이들과 나눈 인터뷰

- 《그린마인드》라는 잡지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그린마인드》는 청춘에게 고하는 환경 잡지입니다. 《그린마인드》는 오늘 우리가 밟은 땅의 대부분이 회색빛 아스팔트 길이었어도 우리가 밟은 시멘트 땅속에 보드라운 흙이 있다는 것과 우리의 마음에도 ‘그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잡지의 타이틀처럼 모든 출발은 '그린 마인드'에서 시작됩니다. 'green(자연)'과 'mind(마음)'는 여러분과 우리가 건강한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자연스레 생태와 인간이란 주제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여전히 생태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 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분이 이 잡지를 통해 성장하는 청년들을 발견할 수 있고 응원을 보내게 되리라는 점입니다.

- 잡지를 만드는 분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시고, 각자 맡은 역할도 알려주세요.

김현정_ 애칭은 팅커벨. 학창 시절, 배농사를 지었어요. 직접 수확하고 판매까지 하는 자연주의 교육을 받았답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그린 마인드》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디자인 전공이 아닌 터라 여러 책을 참고하면서 만들고 있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린 마인드》 정신만은 충만합니다!

장혜영_ 애칭은 마치. 삶의 소소한 일들에 호들갑 떠는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해왔습니다. 일관적인 주관을 가진 ‘작가’가 되는 게 꿈이어서 그 꿈에 첫발을 떼는 심정으로 《그린 마인드》의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마치 해야만 했던 것처럼, 마치 처음부터 내 자리였던 것처럼, 기획과 취재를 꿰찬 호들갑을 떠는 마치입니다. 

전지민_ 애칭은 썸머. 부산에서 출생해 포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바닷가를 제 집처럼 누비고 다니던 유년의 추억이 삭막한 도시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소설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지금까지 꿈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시를 쓰려면 시인처럼 살아야 하는 것처럼 《그린 마인드》를 만드는 나도 '그린 마인드'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깨달음을 얻고 있는 꿈 많은 썸머입니다. 잡지의 세부적인 콘셉트와 스토리텔링 및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제까지 우리는 말 잘 듣는 딸들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우리의 삶이 발랄하지는 않다고 느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빨리 ‘무엇’이 되길 바라셨고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무엇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시기 중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겠지만, 우리는 서른이 되기 전 빨리 '사고'를 치고 싶었습니다. 각자 본인의 마음속에 깃들어 꿈틀거리는 소망을 꺼내어 목소리도 붙여주고 옷도 입혀주면서 구체적으로 모양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린마인드》는 이처럼 절대 사라지지 않을 콘텐츠이자 우리의 신념입니다.

- 세상에 많은 잡지 가운데 《그린마인드》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 어떤 잡지로 만들어나갈 생각인지 알려주세요.
 
세 명의 여자가 만든다는 것, 처음엔 이게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셋이기에 풍겨 나오는 감성이 있고, 여자 셋이기에 아기자기한 일들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부록만 봐도 그래요. 저희는 매번 직접 재활용해서 만든 소품을 부록으로 선물할 예정인데요, 창간호는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자르고 남은 자투리 천을 활용한 팔찌였어요. 2호 선물은 쓰고 남은 벽지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노트랍니다. 만일 우리가 남자였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했겠지요. 

우리 잡지의 특성은 ‘성장하는 잡지’라는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잡지여서 부족한 모습이 많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보이려고 해요. 오히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한 예로 저희는 재생지로 잡지를 만들고 싶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창간호는 콩기름 인쇄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호는 표지는 전면 재생지를 사용했어요. 재생지의 가격이나 이미지 구현 면에서 부담이 있었지만, 재생지에 관해 공부하고 공장을 찾아가 취재하면서 저희가 변화된 결과랍니다. 이렇게 저희가 성장하는 만큼 잡지도 성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부터 '그린 마인드'를 잃지 않고, 실천해나가려고 해요. 《그린마인드》가 저희이고, 저희가 《그린마인드》인 삶을 꿈꾸며 '그린 마인드'인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응원하려 합니다.  

- 처음 잡지를 만들면서 생긴 일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잡지를 만들면서 우리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그전에는 좋은 사진을 보거나 그림을 보면 그저 '좋다'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이제는 잡지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사진작가에게 찾아가 말을 걸고, 작품을 의뢰했어요. 잡지가 나온 것도 아닌데, "창간호를 만들고 있는데요~" 하며 말을 건넸으니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잡지를 위해 작품을 주시다니 말이에요. 그 당시에 저희는 명함조차 없었어요. 종이에 친필로 쓴 명함을 건넨 것도 참 귀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출판등록을 하지 않은 독립잡지 형태인데 앞으로 어떻게 구독자를 늘려나갈지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최선을 다했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 글을 기고해주신 분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그린마인드》의 일상을 페이스북, 블로그,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며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잡지를 만들고 나서야 잡지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잡지를 알리고 독자에게 전달되는 통로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독립 출판 서점들과도 연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잡지는 YOUR MIND, 가가린, shop MAKERS, from th books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잡지에 올인할 계획이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그건 언제쯤일까요?

잡지를 향한 마음은 이미 올인입니다. 각자 하고 있는 일들도 책을 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니까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잡지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야 하고, 환경 전반에 관한 공부도 필요하고, 출판 관련 실무 지식도 쌓아야 하거든요. 창간호는 우선 저희 셋이 돈을 모아 제작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린마인드》를 만들고 싶고, 그러자면 제작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콘텐츠의 질에 한계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뿌린 대로 거둔다’고 생각해요. 올인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잡지를 만들고 그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부담을 느끼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 혹시 잡지를 구매한 독자한테서 받은 의견이 있나요? 사연 있는 독자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초창기엔 주로 지인들이 잡지를 구매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피드백 대부분이 응원과 칭찬이었습니다. 출판 분야의 전문가이신 선배님들께 조언을 듣고 싶었지만 선뜻 내밀기엔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저희 스스로 너무나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블로그에 우리 잡지에 관한 후기가 하나둘 올라왔습니다. 절망감에 빠진 어느 야심한 새벽, <그린마인드엔 이효리가 없다>라는 서평을 보았습니다. 이 잡지는 왠지 뒷동산에서 읽어야 할 것 같다며 싱그러운 풀 위에 《그린마인드》를 올려놓고 사진도 찍으며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애정을 보이시더라고요. '특별한 사람이 없어도 가능성이 보이는 책'이라는 문장이 특히 위로가 되었습니다. 

- 앞으로 담고 싶은 특집이나 꼭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잡지의 구성과 연관하여 알려주세요.
 
'그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그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유명한 사람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 소소하게 실천하고 있는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응원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빙글빙글(Round and Round)》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김동환 재활용 작가가 만든 책인데 굉장히 도전받았습니다. 재활용을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재창조’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그의 시각에 정말 박수를 보내게 됐어요. 우리 잡지의 이름 그대로를 딴 특집을 한번 만들고 싶어요. 도전이 되는  《그린마인드》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그린마인드》는 '그린 마인드'를 지닌 사람을 만드는 잡지입니다. 초록 물결이 더 널리 퍼지도록 여러분이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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