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뒤바꾼 일상의 풍경이 한둘이 아닙니다만,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 달 사이에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배럴당 국제유가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20달러 아래로 떨어졌죠. 국제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25%나 격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초기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주도권 다툼을 하며 석유 공급을 늘려 국제유가는 계속 곤두박질쳤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아래 인포그래픽을 보시면 지난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 127만 5000명 가운데 미국의 확진자 수가 33만 6830명으로 최고 많은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국이다 보니 중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일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투명성 부족은 미국 정치의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은 중국은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도하면서 특히 미국을 정면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각종 금융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예측대로 1년 정도 장기화한다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나 감소한다는 충격적 전망을 했습니다. 미국 GDP가 –3%가 된다는 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도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얘기가 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유로존은 –6%, 중국 또한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출처 - 뉴시스


이런 경제 위기 가운데 미국 셰일가스 시장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1일 미국 셰일 석유 채굴, 생산기업인 화이팅 석유(Whiting Petroleum)가 파산 신청을 하며 코로나19의 대혼란에 굴복한 최초의 셰일 생산업체가 됐습니다. 수요량 감소, 산유국 간의 경쟁에 뒤이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오일, 가스 업계의 현금이 바닥나는 가운데 자금 조달 비용마저 치솟고 있어 미국 전통 에너지 업계가 줄도산의 위기 속에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미국은 하루에 약 13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입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죠. 하지만 생산량 대부분이 국내 소비를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부분의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공장들도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 여파로 석유 소비량이 20%가량(200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산유국들이 1000만 배럴 수준의 감산을 한다 한들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20달러 선까지 폭락한 유가는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이 발생하기 이전 수준이라고 하죠. 물, 모래, 화학약품이 섞인 혼합액을 고액으로 분사하는 방법으로 땅속 깊이 매장된 석유를 뽑아 올리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셰일가스는 중동, 러시아 같은 산유국 수준의 채산성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현재 미국 내 석유 소비가 20~40% 감소하면서 초저가 기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 비용 대비 보관 비용의 상승으로 기름을 값싸게 내다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미국 켄터키주에선 갤런(3.78ℓ)당 99센트에 파는 주유소가 생기는가 하면, 오클라호마주에선 0.92센트 주유소까지 등장했다고 하죠.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요지경인 셈이죠. 미국의 3월 마지막 주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갤런당 1.99달러였는데요, 4월이 되면 1.49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6년 만에 최저치라고 하죠.

 

출처 - 개스버디

 

미국 내 최저가 주유소를 안내하는 앱인 '개스버디(GasBuddy)'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기준 미국에서 휘발유가 갤런당 2달러 미만인 곳이 전체 주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미국 내 유가가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말까지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준수 기간을 연장한 것도 유가 수요 측면에서는 악재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 경제가 움츠러드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공급 과잉 상태로 내달리고 있고, 그 영향의 직격탄을 받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은 주요 산유국이 유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최대 225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트럼프는 얼마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현재 원유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죠. 백악관은 두 정상이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석유시장 안정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감산을 유지했던 러시아로서는 결과적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만 높아졌다는 불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국제유가가 이렇게 떨어졌다는데 우리나라 기름값은 언제 싸지나?"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지난 6주간 기름값은 하락세였습니다. 지난 3월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일 대비 ℓ당 5.9원 하락한 1393.03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날에는 ℓ당 1398.93원을 기록해 지난해 4월 3일(1399.91원) 이후 1년 만에 1400원대가 무너진 겁니다. 지난 3월 10일까지만 해도 1500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20일 사이 ℓ당 100원 이상 급락한 셈입니다. 이날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가격도 1199.27원으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러니까 4월 중으로는 기름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기름값이 떨어지면 소비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금리, 물가, 유가, 환율이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더구나 경제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리 경제만 호황을 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 미국의 경기가 나빠진다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제품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휘발유 제품은 대개 40~50일 전에 들여온 원유를 가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이 정도로 폭락해 버리면 비싼 값을 주고 사온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휘발유가 애초 원유 가격보다 싸지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봉쇄령에 가까운 조처를 한 탓에 각종 공장이 가동을 멈춰 석유를 가공해 만든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듭니다. 수출해야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일렉트릭파워


아이러니하게도 재생에너지 업계 또한 코로나19의 불똥이 튀었습니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계도 상당한 원자재 수급을 중국에서 하는데, 아시다시피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국이 엄격해짐에 따라 현장 인력 조달에 어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태양광 업계 역시 국내 업체들이 주력 생산하는 셀, 모듈 등의 주요 수입처가 미국과 유럽인데 이곳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국가 교역이 멈춘 상태이다 보니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더구나 규모가 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의 경우 연기되거나 지연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업계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모습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출처 - CXO 연구소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주요 100개 상장사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난 3월 23일 CXO 연구소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60일이 되는 지난 20일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629조 859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타난 지난 1월 20일의 895조 8895억 원보다 226조 296억 원 떨어진 금액에 해당합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회사 가치가 3분의 1인 29.7%가 증발한 셈입니다. 특히 지난 3월 12일 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포한 이후 8일간 시가총액은 12.7%(91조 8555억 원)나 더 주저앉았습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5개 전자 기업 시가총액이 60일 동안 126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편 자동차는 27조 원, 금융 19조 원, 석유화학 16조 원, 정보통신 15조 원, 금속철강 13조 원, 조선 10조 원씩 각각 감소했다고 합니다. 두 달 사이 주가 역시 20개 업종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는데요, 팬데믹 선언 당시 유일하게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운송‧물류업마저 지난 20일에는 18.9%나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국제유가 급락 소식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까지,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뜻밖에 선물한 좋은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프랑스 파리, 리옹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위 사진과 설명은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의 '미래창' 블로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원사진 자료는 네덜란드왕립기상연구소(KNMI)가 코페르니쿠스 센티널 위성을 통해 이산화질소(NO2) 변화 정도를 추적해서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산화질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주로 나오는 오염물질인데요, 이 연구소는 2019년 3월의 월평균 농도와 올해 3월 14부터 25일까지의 공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하여 도시 봉쇄정책으로 경제활동이 감소하자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한 사실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비디오머그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지구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코로나의 역설'을 입력해보시기 바랍니다.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정지된 모습만으로는 지구 대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실감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GIF 파일 형태로 지구 대기가 변화하는 모습을 알려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출처 - 나우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공장과 자동차들이 멈춰서자 대기질이 극적인 개선을 보이고 있죠. 이맘때면 닥쳐오던 중국발 미세먼지도 작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유럽 주요국들의 경우도 앞서 본 자료처럼 대기가 깨끗해졌고요. 올해 예일대 연구팀이 발표한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기간의 대기오염 감소와 사망률 감소 이득〉이란 논문을 보면 코로나19로 극적인 대기질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중국에서만 약 1만 2000명의 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3월 30일까지 보고된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3304명을 고려하더라도 중국 내 총 사망자가 8000명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참 아이러니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군요.

 

출처 - CNN / 어린이동아 

 

심각한 공기 질로 악명 높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가 코로나19의 여파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 등이 뉴델리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는데요, 국가 봉쇄령과 함께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의 운행 및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기가 맑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의 역설'을 목도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선택해야 할까요? 

 

 

앞서 재생에너지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장기적으로 저유가 때문에 재생에너지 산업이 곤두박질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국제 재생에너지 기구는 올해부터 태양광, 풍력 발전비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럴당 유가 35달러 이하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수익률이나 안정성 면에서 석유·가스 개발 사업보다 낫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석유가 주로 수송용 연료로 쓰이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발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진다고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가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업계가 호소하는 문제는 저유가가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으로 각국이 시행 중인 봉쇄령인 셈이죠. 예전에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로 석유파동이 와 고통받았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저유가로 인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니 석유 의존 경제의 취약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화석연료 산업은 지금도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다.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 기업 중 5개 기업이 석유가스회사이다.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2017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그룹과 중국석유공사CNPC가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고, 로열더치셸이 5위, 영국석유BP가 8위, 엑손모빌이 9위에 올랐다. 이들의 연 매출액은 각각 260조 원을 넘는데, 시노펙그룹은 약 359조 원의 석유와 가스를 팔았다.

19세기 말부터 사용한 전력은 중앙 집중형 대규모 산업의 대표가 되었다. 전기는 생산하고 즉시 사용하여야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양수발전을 통해 물의 위치에너지로 저장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축전지 성능이 높아져 필요에 따라 저장 시설을 갖추기도 하지만 손실이 따른다. 생산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효율적이다. 따라서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그리고 각 가정과 건물, 산업 시설까지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수력발전소는 댐을 건설할 수 있는 곳에 지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도시와 떨어져 있었고, 화력발전소는 초기에 소비지 근처에 지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화하면서 오염물질을 포함한 배기가 문제가 되었고, 또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므로 도시에서 멀리 밀려났다. 원자력발전소는 무엇보다 안전 문제가 중요하므로 주민들이 적고 물이 풍부한 오지 해안을 찾아 나섰다. 내륙의 강가에 세우려면 거대한 냉각탑이 필요하였다.

주민이 적은 지역에 세우는 대형 발전소와 그 전기를 소비지로 끌어오는 송전망, 소비지에서 각 수용가로 전기를 보내는 촘촘한 배전망을 갖춘 전력 산업은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큰 산업이다. 중국의 전력회사 중국전망공사는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이 자산과 매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이렇게 중앙 집중화한 관리 체계의 지배를 받는 대규모 에너지 수급 체계에 기반을 둔 현대 산업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구조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

 

오늘 소개한 국제유가 급락 관련 이슈와 관련해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탄소 민주주의》 같은 책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이동 제한이 풀리면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경제가 예전과 같은 성장 일변도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스1

 

세계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을 겪은 이래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차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의 바탕이 된 화석연료에너지, 1950년대 핵폭탄의 부산물로 등장한 핵에너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반열에 오른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코로나의 역설'을 경험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에너지 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는 뉴노멀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우리는 뉴노멀을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손으로 400번 저어야 완성되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고, 링피트와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기는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고 하죠.

 

출처 - KTV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지자체가 있는 반면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다 국민의 질타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오늘은 두 지자체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착한 소비로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는 수많은 농민의 시름을 덜어준 강원도입니다. 최근 SNS에서는 마스크고 뭐고 감자 좀 사고 싶다는 사람들로 넘쳤습니다. 마스크는 줄을 서면 살 수라도 있지만 강원도 감자는 구매 버튼을 구경조차 못 해보고 매진된다고요. 지난 11일부터 강원도청은 감자 10kg을 단돈 5000원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강원도청 유튜브


 감자 파는 도지사를 자처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SNS와 트렌드를 잘 다루는 막내 비서관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대박이 터졌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감자 사기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보다 힘들고 사법고시보다 뚫기 힘들다면서 '포케팅', '감자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출처 - 트위터


사람들이 강원도 감자에 열광한 것은 단순히 싸게 팔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군부대 납품을 못 하고 개학마저 미뤄지자 강원도 감자는 판로가 막혔습니다. 1만 1000톤이나 쌓인 감자를 4월 햇감자가 나오기 전에 판매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모조리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폐기하는 데에도 돈이 들어가니 강원도나 농민들로서는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닐 수 없었죠. 강원도 차원에서 택배비와 카드 수수료 등을 도비로 보전해주고 농민들은 돈 들여 버리는 것보다는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편이 손해도 덜하고 보람이 있으니 착한 판매가 이뤄진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던 국민의 호응도 한몫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진풍경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은 착한 선순환이며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정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정략의 도구로 이용해 지자체를 넘어 전 국민의 질타를 받는 지자체장도 있습니다. 바로 권영진 대구시장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의 도화선이 된 신천지 교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권 시장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를 정부 탓으로 돌렸고, 자꾸 뭔가 해달라고 징징거리기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권징징'이라고 불리고 있죠.  

 

출처 - 보배드림

 

분노한 사람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권영진 대구시장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청원 내용에는 "전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정부가 적극적인 방역을 펼쳐 진압되어가던 코로나19가 신천지교주형의 장례식에 갔던 신도들의 감염으로 대구 경북에 급속도로 퍼졌다“고 지적하면서 “대구시장 권영진은 신천지 교회폐쇄는 커녕 종교의 자유 운운하며 산천지를 감싸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예산은 걱정말고 빨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했음에도 예산을 핑계로 시민들에게 마스크 공급이나 검역직원도 증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무책임하고 감염지인 신천지를 비호하는 듯한 태도는 대구시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시장으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생각되니 권영진시장을 파면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3월 27일 현재 11만 9238명이 참여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청원 게시판

 

지난 16일 권 시장은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본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서 환영한다"면서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중앙 정부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대구시 차원의 선제 지원 계획에 중앙 정부 지원 계획을 추가해 마련해 코로나 사태를 조기 수습하고, 대구 경제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데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확정되자 그 뒤로 180도 달라진 행보를 보였습니다. 코로나19가 낳은 경제 위기를 넘기 위해 재난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시작한 전주시, 경기도를 비롯해 이를 조속히 도입하려는 부산시, 서울시, 강원도가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딴판입니다.


출처 - MBC


코로나19 국면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권 시장은 재난 기본소득마저 총선을 위한 정략의 도구로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권 시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포퓰리즘 예산이 아닙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지금 죽을 지경에 있는 국민들에게 긴급하게 생계 자금과 생존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라며 대국민 호소를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초기 방역에 실패한 대구 시장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적어도 대구 시민들을 경제적 삶이나마 안정화하기 위해 뒤늦게라도 애를 쓰는가 싶었죠. 하지만 정부가 배정한 예산을 받고서 권 시장은 안면을 몰수합니다. 선거사무 때문에 바쁘니 4월 15일 총선 이후에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일주일 전 돈을 요청할 때는 긴급하다더니 받고 나니 급한 것 없다는 식의 행보를 보입니다. 대구 시장으로서 시민 지원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습니까? 자금이 없어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곤궁한 생활을 걱정하는 대구 시민들이 그의 눈에는 그저 표로 인식될 뿐인가 봅니다.


출처 - YTN


즉시 전국에서 비판이 빗발쳤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은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최대한 빨리 지급할 계획인데 대구시장은 시민들의 안위보다 선거가 더 중요하냐면서요. 그런데도 권 시장은 긴급지원금을 일일이 선별해 선택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여 비판에 기름을 들이부었습니다. 징징거리면서 정부에 동냥하듯 경제지원을 호소하던 시장이 아니었던가요? 그래서 논란이 있었지만 코로나 추경에서 대구, 경북 지역 지원 예산이 1조 원 넘게 증액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돈을 총선이 끝나면 주겠다는 심보는 대체 뭡니까?

 

출처 - 뉴시스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권영진 시장은 다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제273회 임시회에 참석한 뒤 퇴장하던 권 시장은 민주당 이진련(비례) 시의원이 코로나19 긴급생계비를 4.15 총선 이후 지급한다고 한 것에 대해 비판하자 "제발 좀 그만하세요"라고 말하고는 실신하여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그의 실신 소식이 보도되자 사람들은 실신한 사람이 어떻게 업은 사람의 목을 손으로 감을 수 있느냐면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한 달 동안 의식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징징대는 것 그만 보고 싶다는 반응을 하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담양뉴스

총선이 그렇게 중요하다니 대구 시민들께서는 반드시 권영진 시장을 투표로 심판하시길 바랍니다. 누가 지역을 망치고 있는지 흥하게 하고 있는지 제대로 검증하고서 말입니다. 4.15 총선에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투명하게 보이는 요즘입니다.

텔레그램 n번방 중 하나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체포되어 서울종로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속속 드러나는 그의 범행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생각비행은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국회 청원 1호 안건이 졸속으로 처리된 문제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15일 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10만 명 이상의 동의 조건을 충족하여 지난 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3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해당 청원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 중 연예인 등의 사진을 합성해 불법 영상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두도록 하는 정도의 일부만을 수정·추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니까 1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국회 1호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지도, 제대로 입법되지도 않은 채 폐기된 것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텔레그램 n번방 청원, 확실한 입법 보완 필요하다 : https://ideas0419.tistory.com/1039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신상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5건은 불과 일주일 만에 50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국민의 공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이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포토라인에 세워 신상정보가 공개되자 국회는 뒤늦게 처벌을 위한 입법을 하네마네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박사방과 관련하여 최근 드러난 살인 청부나 사기 혐의 등에 관해서는 별도로 처벌하면 되지만 디지털 성착취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비한 법 때문에 조주빈이 길어야 3년 6개월 징역형 정도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에 분노한 국민들이 국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 속기록이 공개되고 당시 의원들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겁니다. 애초 국회 청원 1호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대체 누구를 대의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KBS

출처 - 민중당 진보TV

 

입법 보완이 시급하지만 그보다 돈과 권력으로 여성을 착취해온 범죄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적 태도를 특히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데 거리낌 없이 쓰는 남성들의 문화 말입니다. 문제가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아예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성착취,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걸린 사람이 재수 없다는 이상한 말을 쓰기까지 합니다.


출처 - 스포츠조선


최근 논란이 된 n번방 사건이 아니어도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드러난 사건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작년 교대 남학생들이 동기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적으로 도구화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경우 그냥 농담의 소재라며 넘기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정준영 단톡방 불법촬영 사건은 어떻습니까? 남자라면 야동쯤은 다들 보는데 연예인이라서 재수 없이 걸린 것이라는 동정론조차 있었습니다. 버닝썬 사건은 또 어떻습니까? 수많은 사건이 사건을 덮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제는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주범으로 지목됐던 승리는 군대로 도망쳤고요.


출처 - 스타뉴스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대표였던 양현석은 또 어떻습니까? 소속사 멤버의 마약 구매에 대해 제보한 제보자를 협박하고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고 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썩을 대로 썩은 검찰이 그동안 있었던 YG의 수많은 마약 의혹과 버닝썬 연관 정황을 무마했던 것처럼 양현석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반려했습니다. 검찰은 양현석의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체 대한민국 검찰은 여성들이 당하는 성범죄에 대해 수사할 의지가 있기나 한 걸까요?



와인스타인과 김학의, 엇갈린 결과의 이유는? : https://ideas0419.tistory.com/1038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행 사건마저 무혐의로 만든 것이 검찰과 사법부였죠.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된 조직도 애초 검찰이었지요. 자기네가 저지른 범죄가 가득한데 남의 혐의를 수사하려니 몹시 켕기겠죠. 수많은 국민이 제대로 된 수사를 원했던 고 장자연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온 국민이 다 압니다.


출처 - 프레시안


이런 가운데 성착취 영상의 배후에 있을지도 모를 웹하드 카르텔의 양진호와 관련된 재판이 참으로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1년이 넘도록 양진호에게 제기된 혐의 중 어떤 것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어이없는 실수로 재판이 길어지게 만들고 있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법정 구속기간을 넘겨 구속기한 만료나 보석으로 풀려날지도 모릅니다. 전 직원을 폭행하는 등 엄청난 갑질을 해대던 사람인 만큼 공익제보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타파 / 연합뉴스

 

n번방의 창시자라는 갓갓한테서 n번방을 넘겨받은 켈리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켈리만 항소를 하고 검사는 항소를 하지 않아 2심 법원은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사협조를 참작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사법거래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아동, 성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인물에게 어떻게 검사가 이렇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출처 - 한겨레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의학신문 칼럼을 통해 n번방 관련자가 절대로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단언하는데 충동적 살인은 가능하지만 충동적 성범죄는 불가능하다면서, 성범죄 가해자들은 절대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가 줄 수 있는 가장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지 않으면 성착취 문화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반드시 더 대범하게 재발한다고도 했습니다. 정준영과 버닝썬, 양진호와 김학의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검찰을 개혁하지 않은 결과가 n번방에 다다른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군요.

 

출처 - 한국일보

출처 - 대전인터넷신문

 

현직 공무원이 조주빈의 박사방 운영진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박사방 회원 수가 6만 명에 달한다고 하죠. 그러니 텔레그램 n번방 전체를 파악한다면 성착취 범죄를 관람한 사람이 수십만 명에 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방증입니다. 이 때문에 성착취 영상을 관전한 사람들도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신상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운영자 조주빈뿐 아니라 가담자 전원을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6만 명에 달하는 가담자의 신상 공개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SBS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별도 브리핑을 통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까지 검토하고, n번방 영상을 소지하지 않고 시청만 했어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n번방 사건은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서 자부심을 느끼며 지낸 나날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국가의 품격은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를 얼마나 제대로 단죄하는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명국가, 선진국이란 소릴 듣는 나라 중에 성착취 범죄, 특히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에 관대한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어젯밤 아베 일본 총리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전화 회담으로 1년 정도 올림픽을 연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바흐 위원장에게 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고, 바흐 위원장이 이에 대해 전면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죠, 124년 근대올림픽 역사상 올림픽이 연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출처 - MBC

 

IOC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림픽을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 연기한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올림픽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고,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는 바람에 정상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IOC와 일본이 백기를 든 셈입니다.

 

출처 - MBC

 

코로나19 상황이 도래하기 전부터 2020 도쿄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가 가능한지를 묻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32년 전 도쿄올림픽 취소를 예언(?)한 애니메이션 〈아키라〉가 세간의 화제였습니다. 원작 만화는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일본 잡지에 실린 사이버펑크물인데요, 이후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입니다. 원작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때는 우리나라에서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이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상을 받았습니다. 1984년 제8회 고단샤 만화상 일반 부문, 2002년 아이즈너상 최우수 국제 아카이브 부문 및 최우수 국제 작품 부문, 2015년 42회 앙굴렘 대상이 주요한 수상 실적이라고 합니다.

 

 

〈아키라〉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몰두하고 있는 2019년 네오 도쿄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에서 꿈과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약물에 취해 쾌락을 추구하거나 폭주족이 되어 세력 간 다툼을 벌이는 게 일상입니다.

 

출처 - 아키라

 

1988년 일어난 핵전쟁의 영향으로 폐허로 변해버린 도쿄는 2019년 네오 도쿄로 재건됩니다. 인류가 통제하지 못한 과학기술의 힘에 의해 문명이 붕괴한 상황인데도, 권력자들은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을 서두르는 한편 강력한 무기를 부활시켜 세상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반발하는 저항 세력에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존재들이 가세하면서 네오 도쿄는 극단의 혼동 상태에 빠집니다.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패망을 경험한 일본이 미래에도 그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교훈을 주려 했전 작가는 〈아키라〉 내용 속에 다음과 같은 상황을 그려냅니다.

 

출처 - 아키라

 
입간판에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147일"이라고 적혀 있고, 그 문구 밑에 "중지다 중지"라는 낙서가 쓰여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전쟁의 폐허 위에 재건된 네오 도쿄는 올림픽 개최를 열심히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경기장이 폭파되고 결국 도쿄올림픽은 중지되게 되는데요, 작품 속 2020년 올림픽 개최 147일 전은 현실에서는 지난 2월 28일에 해당하는 날짜입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위험을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고, IOC가 일본 정부에 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나온 날이기도 하니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아키라〉 작품 속 30회 올림픽은 현실에서는 2012년에 이미 열린 올림픽이지만, 작품의 설정은 제3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올림픽 2회가 취소되어 2020년에 30회 도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었던 겁니다.

 

출처 - 아키라

 

작품 속에서는 왜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못했을까요? 문제의 핵심은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핵' 문제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하기 전 2020년 현재의 일본 상황이 이와 똑같았습니다.

 

출처 - YTN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있었고, 그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주입되어 매일 170톤씩 방사능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을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최근 KBS가 취재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일본 후쿠시마현 성화 봉송로의 거의 전 구간이 방사선량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 KBS

 

성화 봉송로 1.5킬로미터 구간 13군데 가운데 기준치 이하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어떤 곳의 흙에서는 기준치의 44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죠. 국제 기준으로 70개 측정 지점의 85%, 일본 기준으로 60%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합니다.

 

출처 - KBS

 

KBS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이 이용하게 될 급식지원센터의 방사선량 측정치를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취재 당일 일본 정부가 공개한 도쿄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0.037 마이크로시버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측정한 결과 호텔 건너편 화단, 호텔과 붙어 있는 골목길, 호텔 뒤 화단, 모두 네 배 이상 차이가 났고 뒤쪽 주차장은 여섯 배나 높았다고 하죠. 그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시설과 그 주변의 방사선량이 전 세계 주요 도시보다 낮다고 주장했으나 그것이 얼나나 새빨간 거짓말이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었다 해도 2020년 도쿄올림픽은 〈아키라〉 작가가 예견한 대로 방사능 올림픽이 될 게 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IOC는 올림픽 개최 연기를 고려하지 않아 생각비행은 이를 비판하는 글을 써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 눈치 보는 IOC, 올림픽을 조롱의 대잔치로 만들 텐가?
https://ideas0419.com/1026

 

출처 - 클리앙

출처 - 비생산적 얼간이 / 티스토리 

  

아베 일본 총리가 올림픽을 성사시켜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부각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때, 평범한 사람들은 올림픽 강행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 32년 전 〈아키라〉 작품 속 장면을 오마주하여 현실에서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아키라〉의 작가는 만화 내용 속에 "WHO 전염병 대책을 비판"이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는데요, 작가가 미래를 시간여행하고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2020년 현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서 놀랍습니다.

 

출처 - 아키라

 

작품 속 두 등장인물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만화 내용이 감염병을 전제로 하고 있진 않으나 올림픽을 치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네오 도쿄의 일면을 포착한 모습에서 2020년 현재 일본의 상황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코로나19 대응의 한 단면이 드러났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다가오는 도쿄올림픽 개최가 중요했던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 감염자를 일본 내 감염자로 분류하지 않았고, WHO는 이를 수용해 승선 감염자를 '기타' 지역 감염자로 분류했죠. 이처럼 전례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머리가 어지럽던 차에 결국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었습니다.

 

출처 - SBS

 

근대올림픽 역사상 올림픽 개최가 취소된 전례는 있습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열린 하계 올림픽은 1912년 5회 대회까지 4년 주기로 잘 개최되었습니다. 그러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올림픽이 취소되었습니다. 1920년 다시 열린 올림픽은 1936년까지는 무난하게 개최되었습니다. 하지만 1940년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와 1944년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취소되었죠. 올림픽 4년 개최 주기가 달라지게 된 건 이번 도쿄올림픽이 첫 사례입니다. 

 

출처 - NASA

 

코로나19가 뒤흔든 우리 삶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는 대자연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개발 지향적이고 생태 파괴적인 삶에서 돌이키라는 메시지입니다. 동시에 전 지구적 위기는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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