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한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가 없는 건 아닙니다. MBC 탐사보도 스트레이트로 다시 한번 주목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이 그런 경우입니다. 2013년 성남시 도촌동 땅 55만 제곱미터를 동업자와 40억에 공매받고 3년 만에 130억 원에 되팔아 무려 90억 원의 막대한 차익을 올린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거액을 끌어다 쓰기 위해 윤석열의 장모인 최씨는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출처 - 신동아


'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조를 한 것'입니다. 2016년 동업자였던 안씨의 형사사건 재판에 출석한 윤석열의 장모 최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300억 원대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을 본인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4년 전 법정에서 자백한 내용인데 그 이후로 이 사건은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 수사를 통해 사문서인 표창장 하나를 위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들부들 떨었던 윤석열과 검찰의 수사 행태를 생각하면 참으로 의아합니다. 무려 300억이 넘는 돈에 대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실질적 범죄는 왜 그냥 덮어두는지 모르겠군요. 윤석열 검찰총장이 누굽니까? 조직엔 충성해도 사람에겐 충성하지 않는다며 법과 원칙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장본인입니다. 그런 사람이 장모-사위라는 사사로운 관계에 얽혀 내로남불 할 리가 없어야 할텐데,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부인은 그렇다 쳐도 장모는 법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밝힌 만큼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처벌해야 할 사안이었죠. 하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다 되도록 시간만 끌고 있었습니다.


출처 - MBC


검찰의 입 역할에 충실했던 언론, 방송의 행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국 사건 때는 사문서 위조 의혹 하나로 온갖 오보에 가짜뉴스, 왜곡 보도를 일삼으며 한 가족을 죽이다시피 갖은 모욕과 언어 폭력을 행사하더니, 이번 윤석열 장모나 부인에 관한 뉴스는 제대로된 사실 전달 기사조차 눈에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주요한 정보를 알리는 언론 보도는 MBC 정도가 유일한데, 그나마 보도된 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죠. 아쉽긴 해도 MBC가 나서서 보도했으면 받아 쓰는 기사라도 있어야 할 텐데, 평소와 달리 주요 언론은 이를 단신 처리하거나 아예 침묵하는 중입니다. 이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출처 - 새날

 

지난 3월 1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던 윤석열의 장모 최씨는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경찰이 별개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진정인인 노덕봉 씨와 장모 최씨의 동업자였던 안씨 등 중요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하죠. 서울경찰청은 윤석열 장모인 최씨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하죠. 특히 경찰은 4년 전에 범죄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그동안 왜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출처 - SBS


2018년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윤석열은 자신이 관련돼 있는 증거가 있느냐며 피해자가 고소하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제 장모의 일은 고소 사건으로 올라 사건 주요 관계자가 모였습니다. 게다가 윤석열은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으니 이젠 몰라서는 안 되는 일이 되었죠. 사위로서나 검찰총장으로서나 말이죠. 장모인 최씨가 위조한 2013년 4월 1일 잔고 증명서는 이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법조계에서는 수사 의지만 있다면 공소시효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장모 관련 사건 공소시효가 당초 알려진 4월 1일이 아니라 오는 10월이 될 수도 있다는 경찰 측의 견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19일 윤 총장 장모인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최씨의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등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10월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뉴스 비디오머그

 

2019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8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습니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합니다.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기소 과정에서 인권·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주기 바랍니다"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출처 - MBC

 

윤석열 검찰총장 스스로 그동안 자신했던 만큼의 공정함만 보였어도 장모 사건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조직에 충성하는 동시에 제 식구만 감싸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평범한 시민은 다시 한번 법 앞의 평등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난 3월 11일 선명히 엇갈리는 2개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학의와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에 대한 결과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넘어간 건 아닌가 싶어 돌아봅니다.


출처 - AFP


미국의 거물 영화제작자였던 하비 와인스타인은 지난 3월 11일 뉴욕 1심 법원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수많은 아카데미상 수상작으로 영화계에 군림하던 와인스타인은 1급 성폭행 혐의로 20년형, 3급 강간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선고는 2006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미리엄 헤일리를, 2013년 뉴욕 호텔에서 제시카 만 등 2명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고소, 고발에 따라 앞으로 형량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원흉이니까요. 하비 와인스타인은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90명이 넘는 배우와 스태프 등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스톰픽쳐스코리아


와인스타인은 항소하겠다고 했는데요. 지겹게 들어온 수많은 가해자들의 단골 멘트처럼, 자신은 합의된 관계를 맺은 것이라면서 그 여자들이 자신과 자고 싶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성의 기색이 전혀 없는 그는 현재 67세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선고된 징역 23년 만으로도 사실상 종신형에 가깝다도 봐야겠죠.


 

출처 - 문화일보

 

그런데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습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지난 1월 말 최모 씨를 건설업자 윤 씨와 함께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치상)로 고소당한 김학의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관련 수사단이 출범한 지 10개월 만에 수사는 아무런 소득없이 종결되었습니다.

출처 - YTN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이를 허위로 입증할 반대 증거 또한 충분치 않다며, 김학의가 진술을 거부해 구체적 증거 없이는 기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무 말 잔치를 할 거면 대체 수사를 왜 다시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김학의를 수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수사지휘 때부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11차례 반려하는 등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은 드러난 사실입니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체포·통신사실조회·압수수색·구속 영장을 9차례, 출국금지 요청을 2차례 반려하기도 했죠.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 속에서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학의 사건을 언급하며 권력형 범죄에 대해 재수사를 강조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한솥밥을 먹은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첫 수사부터 부실 수사와 늑장 기소로 가해자에게 이미 면죄부를 준 셈이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검찰이 세 번째 수사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난 3월 11일 김학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학의는 지난해 11월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1심 무죄를 받았고, 현재 2심을 앞두고 있죠. 검찰의 짬짜미가 국민의 인식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겁니다. 김학의에 대한 이번 판결로 결국 검찰은 짜고치는 고스톱에 대한 비난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김학의 개인 차원이 아닌 검찰의 부실, 은폐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다 검찰의 자업자득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출처 - 미투시민행동

 

같은 권력형 성폭행 사건을 두고 한쪽은 종신형에 가까운 죗값을 치르게 된 반면 다른 한쪽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대체 이런 차이가 어디서 나온 것일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레기'들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천박한 속보 경쟁을 넘어 언론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일보》의 오보였죠.


출처 -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기사를 내어 우리나라가 미국에서는 취급도 안 하는 저질 키트로 코로나19 검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마크 그린 미 하원의원이 청문회 중 그런 발언을 했다며 마치 이 발언이 FDA 공식 발언인 것처럼 말이죠. 이 기사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잠시였지만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번역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검증조차 되지 않은 오보, 아니 사실상 가짜뉴스였습니다. 이 보도로 인해 코로나 검진과 퇴치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인 질병관리본부와 정부는 별도로 한국형 키트의 신뢰성을 불필요하게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하는 수고를 하게 되었죠.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한국일보)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162213380459

 

그런데 오보에 대한 《한국일보》의 유감 표명으로 더 기막힌 상황이 열렸습니다. 지난 3월 17일 《한국일보》는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지난 보도가 오보였다는 유감을 표명했죠. 비상 시국에 국민을 불필요한 혼란에 빠뜨렸으니 응당 사죄를 해야 할 판국인데 유감 표명인 건 둘째 치더라도, 오보에 대한 정정이라는 정보를 하나도 알 수 없게 한 제목은 대체 뭔가요? 제목으로 클릭 장사 할 때 발휘하던 현란한 실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출처 - 한국일보


하지만 유감 표명 기사 내용을 읽은 국민은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기사가 작성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문구 때문입니다. 이름이 나가는 기자가 자기 기사가 작성되는지 몰랐다면 이 기사는 대체 누가 쓴 걸까요? 요즘 기레기들 추세 따라 알바가 적당히 기사를 썼다고 칩시다. 그럼 《한국일보》 편집부의 데스킹 한 번 없이 인공지능이 기사를 그냥 발행했다는 말인가요? 기자가 쓰지도 않았고 편집국이 데스킹도 안 했는데 기사가 실렸다? 이 상황을 유감 표명으로 알게 된 마당에 과연 《한국일보》를 언론이라고 불러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기레기'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한국 언론이 썩을 대로 썩은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입니다.


출처 - YTN


그런데 오보 인정 기사라도 내는 것은 그나마 양반입니다. 요즘 언론과 방송은 오보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나서 아무런 언급 없이 내용을 정정하거나 제목을 바꾸고, 항의가 심해 더는 안 되겠다 싶으면 일언반구도 없이 기사를 삭제하기까지 합니다. 지난 13일 YTN은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라는 자막과 함께 오보를 냈습니다. 죽지도 않은 사람을 죽었다고 뉴스에서 보도한 겁니다. 그나마 YTN은 정정보도문이라도 썼지만, 이 보도를 받아쓰기 했던 《뉴스1》 《머니투데이》 《동아일보》 《디스패치》 《한국경제》 등은 오보라는 인정이나 정정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기사를 삭제하거나 내용을 바꿨습니다. YTN은 2015년 메르스 정국에서 죽지도 않은 사람의 사망기사를 냈다가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바 있죠. 세월호 참사 당시 '기레기'라는 멸칭이 세간에 회자할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언론과 방송이 자숙은커녕 어떠한 변화도 없이 국민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쳐상으로 널리 알려진 퓰리쳐는 살아생전 모든 기사의 핵심은 ‘정확, 정확, 정확’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참 언론인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참다 못 한 사람들이 기레기를 박제하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간간이 보이는 곳이죠. 어떤 미디어의 어떤 기자가 어떤 종류의 기레기질을 했는지 제보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출처 - 리포트래시



리포트래시 : https://www.reportrash.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백 상태에 있는 것이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사가 아닌가 합니다. 온갖 오보와 가짜뉴스로 수많은 사람과 기업을 망하게 해놓고 '아니면 말고'라며 입을 씻습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허울 좋은 방패 뒤에 숨어 자기네 이익 챙기기에 바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제 언론, 방송에 대한 자정은 바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언론, 방송에 대한 정화를 위해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1면에 싣게 하거나 뉴스 도입부에 정해진 시간만큼 충분히 내보내도록 의무화하고 중대한 오보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언론, 방송이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위해 철저한 팩트 체크 과정을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명언보다 '펜이 전염병보다 무섭다'는 말이 더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지난 5일 딥페이크 포르노, 일명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회 재석 193명 중 찬성 190명, 기권 3명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가결한 겁니다. 이 개정안은 특정 인물의 얼굴, 신체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합성한 편집물인 딥페이크의 제작, 유통을 처벌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주로 행해지던 포르노에 지인이나 유명인 등 다른 여성의 얼굴이나 신체를 합성한 불법 영상을 대상으로 합니다.


출처 - 뉴시스


텔레그램 n번방에서 벌어지던 성 착취 범죄는 국회 입법청원 1호이기도 합니다. 청와대 청원에 이어 국회가 따로 마련한 국민동의청원으로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입법을 약속한 법안이죠. 그 이전에도 입법에 대한 국민 청원 제도는 있었지만, 20년간 2825건의 국민 청원이 있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고작 1%인 27건에 불과합니다.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였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해 시행한 것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벤치마킹한 지금의 국민 입법청원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국회 입법청원 제1호인 만큼 26일 만에 10만 명이 동의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논의해 20대 국회가 결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입법이기도 합니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해 각 당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희대의 성 착취 사건이자 인권유린 사건이라며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강화 방안과 관련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앞다퉈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관심 속에서 지난 3월 5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었죠.

 

출처 - 미디어오늘

 

개정안은 딥페이크를 제작하거나 반포, 판매, 임대 등의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입법을 청원한 주체들은 국회의 보여주기식 처리로 졸속 처리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국회 청원 1호로 올라온 내용이 개정안에는 모두 빠진 채 통과됐다는 겁니다. 당시 국회 청원자는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청원에서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수사기관의 2차 가해 방지를 포함한 대응 매뉴얼 제작,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건 사실상 일부 양형 기준 강화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언론은 n번방 청원이 통과됐다는 받아쓰기 기사만 쏟아낼 뿐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청원자들은 개정안에 포함된 사례 역시 이른바 지인 능욕이라 불리는 딥페이크 영상물에 국한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지인 능욕은 디지털 성범죄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겁니다. 법안이 통과된 게 무의미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번 개정안조차 디지털 성범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문제 제기의 요지입니다. 이른바 '일탈계'를 운영하는 여성 청소년을 협박해 가학적이거나 변태적인 성 착취 영상을 찍게끔 하는 범죄는 같은 텔레그램 안의 디지털 성범죄인데도 말이죠.

 

출처 - 법률사무소 위드


국회가 국회 입법청원 제1호 청원이라며 제대로 다룰 것을 약속했다면 더 적극성을 가지고 청원의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합니다. 국민 10만 명의 청원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디지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폭넓은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입법 보완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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