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회장이자 사실상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 행위 논란과 삼성 그룹 내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한 사과문이었습니다. 삼성치고는 생각보다 나아간 입장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한 환골탈태를 약속하는 사과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선 삼성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스스로 나서서 한 사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것입니다.

 

출처 - 한겨레

 

2015년 삼성 그룹 경영권을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분식회계 등 부당한 방식으로 주식을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 주주들에게도 불법적인 손해를 끼쳤죠. 이재용은 이 과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노조 결성을 와해시키고 결성된 노조를 탄압해 무노조 경영을 한 것을 마치 전통인 양 얘기할 정도로 노동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큰 문제였습니다.


출처 - JTBC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삼성에 실질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고,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그룹의 경영권 승계, 무노조 경영, 시민사회 소통의 세 가지 문제를 이재용이 직접 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권고에 따른 행위가 바로 지난 6일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였습니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재판부의 선처를 바라는 반성문 성격에 불과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재용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는 점은 그 내용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아주 큰 결심이라도 한 양 자신의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책임을 지고 스스로 3세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도 아니고 될지 안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를 자녀의 4세 경영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 안 하겠다고 생각 중이라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일까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말로 자신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4세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출처 - 민중의소리

무노조 경영을 철회하고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이재용은 큰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발표해 수많은 노동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조 결성을 와해하고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불법일 뿐입니다. 삼성이 어떻게 경영하든 말든 말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12월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전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 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80여 년간 노조 탄압이라는 불법을 저질러 오던 일가가 이제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법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게 칭찬받을 일이 되는 겁니까? 남들은 다 지키는 상식을 이제야 눈치챈 걸 칭찬해달라는 뜻이었을까요? 하다못해 여태 탄압당했던 삼성 그룹 노조원들에게 그동안의 불법에 대한 보상과 배상책을 얘기하면서 사과를 했다면, 일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방안이나 대책이 없고 오직 말뿐인 사과에 그쳤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찬사 일색이었습니다. 총수 이재용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선언을 했다면서 말이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재판도, 사과도, 배상도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데 언론은 벌써 이재용 총수에 의한 뉴삼성이 탄력을 받는다는 식으로 줄줄이 받아쓰는 중입니다. 국민의 비난과 분노라는 폭풍을 조금만 넘기면 삼성의 홍보지나 마찬가지인 언론들을 이용해 삼성은 원래대로 돌아갈 생각일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다음 주쯤 분식회계 및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으로 이재용을 불러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용과 삼성 그룹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는 것입니다. 일반인이 뇌물을 줬을 때와 같이, 다른 회사가 분식회계를 했을 때와 같이, 다른 회사가 노골적으로 노조를 탄압했을 때와 같이,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은 '법 앞에 평등한 판결'로 말입니다. 이를 위해선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몇천 원이면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의 반성문과 같은 대국민 사과에 대해 사법부가 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면, 결국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4월 27일 살인마 전두환이 광주 법정에 다시 섰습니다. '혹시 이번에는?' 했는데 역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주를 찾은 전두환은 자신의 잘못을 털끝만큼도 인정하지 않았고 법정에서 얼토당토않은 주장만 늘어놓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해놓고 인면수심의 뻔뻔함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지난해 쿠데타 40주년 자축을 한 전두환과 신군부의 오만함을 생각비행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쿠데타 40주년 자축연 벌인 전두환을 단죄하라 : https://ideas0419.com/1017


지난 4월 27일 법정에서 전두환은 꾸벅꾸벅 졸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흉내를 내다가도 자기주장을 할 때는 초롱초롱한 정신 상태였습니다. 재판장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물음에 학살자 전두환은 헬기 사격은 절대로 없었고 있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텐데, 대한민국군은 대한의 아들이기 때문에 사격을 했을 리가 있냐는 헛소리를 했지요. 그의 정신은 또렷했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과연 전두환이 알츠하이머 등 병자로 불출석할 이유가 되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사실 헬기 사격에 대해서는 이미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진 내용이라고 봅니다. 21명의 증언자 나와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했거나 피격당한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외국의 피터슨 목사의 경우에는 이미 영상 자료를 제출한 터라 헬기 기총 소사는 사실이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 JTBC


헬기 사격이 없었다던 전두환의 주장과 달리 이와 관련된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앞두고 계엄군이 무장 헬기 사용을 계획했던 문서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이 작전 내용을 담은 전교사 충정작전계획 문건에 따르면 500MD 무장헬기를 5대 편성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헬기에 '무장'이라고 별도 표시를 해 무장헬기가 각 몇 대인지도 파악해놓은 겁니다. 그리고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이미 내놓은 바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끝까지 사과는커녕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학살자 전두환의 뻔뻔함에 광주 시민들, 아니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1년 만에 광주 법정에 다시 선 전두환의 단죄를 바라며 모인 5.18 관련자들의 40년 묵은 울분이 터져 나왔습니다.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 모여 전두환의 사죄를 촉구하는가 하면, 하얀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전두환을 규탄하기 위해 강하게 항의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도망치듯 나온 전두환의 차량에 길목을 지키고 있던 5.18 관계자가 계란을 던져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MBC


분이 풀리지 않은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재판에 맞춰 광주로 옮겨온 전두환 단죄 동상을 때리며 전두환의 사죄와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학살자 전두환의 구속과 학살 책임 인정, 사죄를 통해 단죄와 역사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도 전두환은 한 마디의 빈말도 없이 광주를 떠났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는 특별한 해입니다. 이 때문에 여러 정당이 분노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끝까지 파렴치한 전두환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고, 민생당은 40주기를 맞아 전두환에 대한 심판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명백히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은 꾀병으로 법정을 농락하는 전두환에게 분명히 책임을 묻고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학살자 전두환의 후계자들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전두환처럼 침묵했습니다.


출처 - MBC


올해는 5.18 40주기입니다. 이제 국회와 정부는 5.18 특별법을 제정하고 학살자 전두환과 그 추종자들의 진실 왜곡과 폄훼, 희생자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강력하게 근절해야 합니다. 뚜렷하게 밝혀지기 시작한 헬기 사격에 이어 최초 발포 명령자와 학살 책임자, 암매장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진상규명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땅에 독재자와 학살자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관심의 끈을 놓아선 안 되겠습니다.


 

출처 - YTN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 혐의로 전두환이 광주 재판에 첫 출석했던 지난 2019년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창가에서 "전두환 물러가라, 구속하라"를 외친 초등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1987년 6월 9일, 반독재 시위에 참여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교였습니다. 전두환이 인정하지 않은 진실을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외침으로부터 또 1년이 지났습니다. 내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나들이를 조심스럽게 계획하는 가족도 많으실 텐데요,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요? 5.18 광주민주화항쟁 40주기를 맞이하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생활의 모습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일은 아무래도 온라인 개학일 겁니다. 단계적인 온라인 개학 계획에 따라 이번 주 초등학생 저학년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개강과 관련해 노심초사한 보호자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돌볼 어른이 있는 집은 집에서, 여건상 가정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은 돌봄교실 등지에서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은 TV나 모니터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고, 수업이 끝나면 모바일 메신저나 통화를 통해 저학년 학생들의 보호자에게 EBS 수업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냈습니다.


출처 - 뉴시스


3학년은 e학습터 등을 활용한 원격 수업을 하고, 스마트 기기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는 1, 2학년은 교육방송과 학습꾸러미를 활용해 수업합니다. 대학생이나 중, 고등학생과 달리 갓 입학한 초등학생들은 아무래도 돌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온라인 교육 과정에서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맞벌이 가정이거나 한부모 가정 등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온라인 교육 과정에서 뒤처지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보호자는 온라인 학급방을 통해 일일이 출결 처리를 확인해야 해서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개학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호자의 부담이 큰 편입니다. 출퇴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고, 가사도 돌봐야 하고, 온라인 개학 전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이제 아이들의 수업까지 일일이 챙겨야 하는 상황이니 학부모의 고충을 짐작할 만합니다. 불가항력으로 학교로 애들을 보내는 긴급 돌봄 신청 수가 한 달 새 2배 넘게 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실 먼저 개학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라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선생님이 이름 부르면 음소거를 해제하고 '네'라고 답하고 화면을 향해 손을 들어주세요"라는 초현실적인 출석 체크가 일상이 된 상황이니까요. 코로나19 속에서 처음 시도되는 교육계의 변화라 여기저기 미숙한 부분도 드러났습니다. EBS 온라인 콘텐츠 등 영상을 시청하고 답을 하는 등 양방향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영상이 나오지 않는 등 자잘한 문제는 부지기수였습니다. 망 과부하를 우려해 정부가 교육 영상의 화질을 SD급 이하로 만들라고 권고한 터라 영상의 질이 떨어져 UHD에 익숙한 학생들이나 선생님이 잘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영상에 잡음이 섞이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 등도 빼놓을 수 없지요. 온라인 개학을 처음 시도하는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도 3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최소 3시간이 걸리다 보니 말 못 할 고충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습량이 많고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데 개학 연기로 수업 일수가 줄어 짧은 기간에 더 많은 학습량을 비대면으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과부하가 걸리긴 매한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애초 수업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는 우려를 생각한다면 정말 원활하게 수업이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죠.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 상황에서 모두 힘을 모아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적인 셈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대학은 어떨까요? 대학생들의 경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거의 폭발할 지경입니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조사에 의하면 대학교에서 실시 중인 온라인 강의에 대해 64.5%의 학생이 불만족을 표했습니다. 만족한다는 의견은 6.8%에 불과했죠. 대학 수업의 경우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토론이 필요한데, 온라인 수업이 비대면이다 보니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의 핵심입니다. 한편 학교별로 온라인 강의 사이트 서버 접속 오류가 나거나 일부 교수는 십수 년 전 동영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때우는 등 전반적인 강의 콘텐츠의 미비도 불만의 대상이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초중고처럼 동네에서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닌 대학생들의 경우 주거 문제로도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기약 없이 미뤄진 개강, 강의 변동 등으로 자취방을 미리 계약해뒀던 학생들의 경우 계약을 해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학생들과 학부모를 힘들게 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던 학생들이라고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기숙사에서 강제 퇴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요. 이런 경우 학생들은 뒤늦게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거나 집으로 내려가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4년제 대학의 97%가 5월 이후에 대면 수업을 시작하거나 1학기 전체를 아예 원격수업으로 하기로 한 탓에 학생들은 개인 PC 등 교육에 필요한 장비가 없는 경우 이를 장만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전 부담을 떠안기도 했습니다. 등록금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생활비와 월세를 마련해야 했고, 알바 자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온라인 개강으로 인한 대학생 전체의 금전적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편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대면 수업이 필수적인 강의가 갑자기 폐강되고, 토익시험이 계속 취소되고,  취업 시험마저 연기되는 탓에 졸업 요건이나 학점을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취업 준비생도 많았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측에 등록금 반환 요청을 했습니다. 전국 203개 대학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9.2%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하죠. 방법 또한 납부한 등록금을 반환하거나 환급해야 한다는 답변이 87.4%였습니다. 대학들이 내세운 장학금 지급안에 동의한 대학생은 11%에 지나지 않았죠. 학생들로서는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지고 도서관이나 기숙사 등 대학 시설 이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왜 비싼 등록금을 다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소송전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시사IN


코로나19가 참으로 많은 것을 뒤바꾸었습니다. 걱정도 많고 탈도 많은 온라인 개학, 개강이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초중고의 경우 교실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신경 쓰기 어렵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우 모두가 선생님과 1:1 상황이라서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보호자가 곁에서 수업을 참관하기도 하고 옆에 친구들과 장난질할 상황도 아니니 그럴 수 있겠더군요.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학교폭력 같은 대면으로 인한 문제 발생률이 현저히 떨어져 교사들 입장에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시국에 하는 온라인 강의이다 보니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재미있는 수업이 개발되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습니다. 교육의 불평등 문제죠.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개발했지만 극빈층의 학생들은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학교에 가면 급식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호자의 학대나 폭력 등으로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이라는 상황이 극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보호자가 옆에서 얼마나 돌볼 수 있느냐가 교육의 질과 형평성과 관련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격차, 계급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학생들의 경우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향후 그들의 인생이 전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코로나19 시대에 교육계도 새로운 기준(뉴노멀)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교육일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민할 때입니다.

'n번방 사건'의 주모자인 조주빈, 강훈을 비롯해 연루자들이 속속 붙잡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손정우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크웹에서 아동음란물 22만 건을 유통한 24세 손정우는 입에 담기도 더러운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하여 돈을 벌었지만, 국내법이 미비하여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자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확연히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청원을 통해 그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게시글이 대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게 안 된다면 아동 성범죄 관련 처벌이 혹독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생각비행에서도 이미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시사저널

 

부끄러운 대한민국, 아동 성착취 범죄 보다 강력히 처벌하라! : https://ideas0419.tistory.com/996


뒤늦은 감이 있지만 여론을 인식했기 때문인지 법무부가 서울 고검을 통해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 인도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법원 심리를 거쳐 최종 인도 여부가 결정되면 손정우가 미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이에 따라 원래 수속 기간이 끝나는 오는 27일에도 그는 석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국 법무부 역시 손정우의 출소에 맞춰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을 요구해왔습니다. 미국 내에도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죠. 손정우는 지난 10월 이미 미국 법에 따라 아동음란물 광고, 아동음란물 수입, 아동음란물 배포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아동성범죄는 미국에서 1급 살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엄벌하고 있습니다. 아동 음란물 제작 시 초범이라도 최소 징역 15년 형을 받으며 아동 음란물을 소지 혹은 밀매, 수령한 사람도 평균 8년 8개월의 실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따라 손정우가 미국에 송환되어도 아동성범죄 법률을 적용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이미 아동성범죄 관련 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법무부는 판결이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등 부분으로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록 성범죄 처벌 가능성이 작아졌다곤 하나 미국에서는 자금세탁 범죄 역시 20년 이하 징역이기 때문에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는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치욕스럽게 느껴야 할 결과입니다. 남의 나라에 송환까지 해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성범죄 관련 처벌 수준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니까요. 성범죄 관련 재판은 여전히 가해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의 심각성과 형량의 차이가 더 극대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직접적 신체 접촉만을 처벌해왔고 디지털 성범죄는 상식에 못 미치는 양형 수준으로 선고가 되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가해를 입거나 피해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법적 절차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디지털성범죄는 양형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판사의 재량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처벌한다 해도 고무줄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성착취물 17건을 소지한 자에게 겨우 500만 원 벌금형을 내리거나, 33건을 소지한 자에게 선고유예를 내리는 등 중구난방입니다. 게다가 판사들은 기계적으로 감형 요소를 적용해왔습니다. 국민들이 어이없어하는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지만 초범이고 자백, 반성했으므로 감형한다"는 판결문은 그렇게 나온 것이죠. 자수를 한 것도 아니고 붙잡힌 뒤 자백했다는 게 감형의 이유가 된다니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심지어 n번방 가해자들조차 반성의 근거로 쓰고 있는 반성문과 탄원서는 인터넷에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하죠. 돈 주고 사서 이름만 바꿔서 제출하는 반성문에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처럼 법제의 미비,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 등이 맞물린 결과가 온갖 성범죄를 저질러도 내려지는 징역 1년 혹은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이 정도 상태라면 사법부와 입법부가 "성범죄 저지르다 걸려도 인생에 별로 지장 없으니 마음 놓고 저지르시오"하는 사인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n번방 사건으로 분노가 폭발한 국민들의 여론이 신경 쓰였는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앞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대법원 양형위는 n번방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지금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라고 했습니다. 청소년 성폭행범에겐 징역 5~8년을 선고하라고 했는데 성착취물 제작은 그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하도록 기준을 만들겠다는 거죠. 조주빈 일당처럼 조직적으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십 년 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출처 - 한국성폭력상담소

 

한편 감경 사유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초범, 반성문, 탄원서 등이 있죠. 현재 쟁점은 '피해 아동이 처벌을 원치 않을 때 형을 줄여줘야 하느냐'였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선 그럴 경우라도 형을 줄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5월 1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논의를 한 번 더 하고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입법부인 국회는 성범죄와 성착취를 단죄할 수 있도록 미비한 법제를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법부가 법을 근거로 하여 가해자들을 단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편 행정부는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성범죄 근절 교육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달 초 텔레그램 n번방처럼 디스코드에서 성착취물 채널을 만든 운영자가 만 12세의 촉법소년으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안긴 것처럼, 이제 10대는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성교육과 성범죄 근절 교육은 지나치게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강조하고 있죠. 여학생에게 피해자가 되지 않기만을 가르친다는 얘깁니다. 이제는 어릴 때부터 모두에게 성범죄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 그리고 특히 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성매매와 포르노가 횡행하는 남성 중심 사회가 어떻게 성착취와 성범죄로 연결되는지, 이런 문화나 범죄에 가담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국일보


빨간 마후라, OO양 비디오, 소라넷, 버닝썬과 정준영, 김학의 별장 성접대, 급기야 텔레그램 n번방까지 이르도록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범죄 대처에 실패를 반복해왔습니다. 그때마다 더 착취적이고 변태적인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이전에 일어났던 범죄를 혹독하게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일벌백계하여 우리 사회가 더는 성범죄와 성착취에 눈을 감지 않는 계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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