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올해 5.18 40주년 기념식은 사상 최초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과 맞서 싸운 최후의 항쟁지였던 만큼 그 의미가 참 남다릅니다.


출처 - 한겨레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가 주요 인사들과 5.18 유공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광주의 자식들이 전두환을 단죄하기 위해 모인다는 설정의 영화 〈26년〉, 5.18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기념식 영상으로 사용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기념식 행사의 백미는 기념식 장소이자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옥상 등에서 제창된 〈님을 위한 행진곡〉 헌정 공연이었습니다. 1980년 5월 그날을 재현한 듯 수십 명이 옛 전남도청 옥상에 올라 이 노래를 제창한 겁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난무하던 이명박근혜 시절과 달리 이번 5.18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정우성, 송가인 등 유명 연예인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기념했습니다.


출처 - MBC


문재인 대통령은 5.18 40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부가 발포 명령자 규명과 민간인 학살 등 진상 규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도 시작되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2018년 제정 및 개정되었고 2019년 말 5.18 진상조사위 구성이 완료되었죠. 위원 구성에 대한 비판이 높았지만 5.18 40주년을 맞이해 이번에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지가 큽니다. 진상조사위는 5월 12일 본격적으로 조사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출처 - KBS


정치권도 의욕적입니다. 광주 지역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1호 법안으로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18진상조사위원회의 강제조사권 강화를 골자로 한 진상규명특별법 개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요. 미래통합당마저 총선 패배를 의식했는지 납작 엎드렸습니다. 5.18 망언과 관련해 사과를 했으며 4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죠.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난 과오를 볼 때 과연 진심일까 싶긴 하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 이 정도의 예의는 앞으로도 지켜주길 바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5.18 광주민주화 40주년을 맞이한 때입니다만, 5.18 관련 혐오 발언과 망언은 여전히 쏟아집니다. 종편은 전두환 때가 우리나라 최고의 호황이었고 헬기 사격과 관련해 전두환은 몰랐다고 변호하기 바빴습니다. 김진태 등 5.18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을 두둔하는 왜곡 보도가 지난 총선 기간에도 계속된 바 있죠.

 

출처 - 경향신문


광주의 진실을 규명의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광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 관련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시민군 최진수 씨는 40년간 동료 주검 행방을 찾고 있고, 광주교도소에 끌려간 강길조 씨는 52명의 사망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행불자가 적어도 78명인데, 그간 있었던 5차례의 암매장 조사는 성과가 없었죠. 이번에 출범한 5.18진상조사위는 실종자 규모와 암매장, 사체유기 등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근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1980년 5~6월 일본외무성 문서에 미국과 일본이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움직임을 평가한 내용이 담긴 기록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이 기록에서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미쳐가고 있다고 직설적인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군부의 힘을 이용해 한국 정치의 실권을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이 쥐고 있다는 것 역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신군부 쿠데타의 핵심이 이 3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전두환은 지난 40년간 광주 학살은 물론 쿠데타의 수괴 역할을 줄곧 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자료에 의해 일본과 미국은 1980년 5월의 상황이 전두환의 쿠데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국보위 이전에도 국사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사실상 군부 정권 수립을 기도했다는 사실, 전두환이 언론사 편집장들을 모아놓고 광주진압작전 계획을 직접 설명한 사실 등을 보면 전두환이 주모자라고 보는 것이 국내외적으로 타당하다는 겁니다.


출처 - SBS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한 올해지만 전두환 일가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며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은 전방위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아버지인 전두환에 대한 추징금 자진 납부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죠. 자신의 부동산과 북플러스라는 도서 유통업체 경영에서 손을 떼며 해당 지분을 다 내놓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약속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전재국은 북플러스의 비상무이사로 재직하며 급여와 법인카드를 받아 펑펑 쓰고 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어려워진 회사 사정은 아랑곳없이 자기 월급을 44%나 올렸습니다. 법인카드를 술집이나 국외여행 등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합니다. 압박이 들어올 땐 수그리다가 지나가면 활개 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부전자전입니다. 4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여전히 5.18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번에 출범한 5.18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진실 규명, 전두환 일가의 단죄를 위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두 눈을 부릅떠야겠습니다.

최근 회계 부정과 쉼터 고가매입 의혹이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해 검찰이 관련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정의연 기부금과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횡령 혐의, 안성 쉼터를 고가로 매입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주된 내용이죠. 미래통합당 등 극우 세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이 사안을 활용하는 데 혈안입니다.


출처 -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의 고발로 수면 위로 올라온 갈등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어느 시민운동이든 선하고 좋은 명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긴 세월 지속되면서 회계에 대한 실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거나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잘잘못을 따져보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번 사건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 본인이 나서서 후원금 등의 의혹을 제기했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와 함께 30여 년을 함께한 정의기억연대라면 당연히 의혹을 풀어드리는 것이 맞겠죠.


 

출처 - 미디어오늘


하지만 작금의 언론과 극우 세력이 펼치는 주장과 자극적인 속보 경쟁은 선을 넘은 지 한참입니다. 또한 명확한 진실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정파에 매몰된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아 문제입니다. 정당한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 오랜 기간 위안부 문제를 사회 이슈로 만들고 일본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해온 단체를 폄훼하고 활동을 비하하는 등 정도를 넘어선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출처 - 평화뉴스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는 정의기억연대가 피해자를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모든 피해자를 위해 필요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이견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쪽으로 보도가 집중되자 12일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는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말한다며, 현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하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언론은 문제 제기의 맥락을 무시한 채 정의기억연대가 회계 부정을 통해 횡령을 했으며 후원금을 모두 개인 치부에 써버렸다는 식의 침소봉대 프레임으로 보도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학대해온 것처럼 말입니다. 이 때문에 "할머니를 앞세운 앵벌이 모금" 같은 천박한 비유까지 나오게 되었죠. 보수 언론의 프레임에 갇힌 기사는 다시 피해자들에게 돈을 안 줬냐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사태를 더욱 진흙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의 해명이 사실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언론 보도는 진영 논리를 바탕으로 자극적인 기사로 채워졌습니다. 기레기다운 모습들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정의연 활동 중에 비리, 부정이 있었다면 조사하여 밝히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우면 됩니다. 특히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높아졌는데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경우 자성해야 할 부분이 분명합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미 지난 15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공익법인 감사 회계 기관 추천을 의뢰했다고 하죠. 그렇지만 검찰은 압수수색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난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머무르고 있는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정의기억연대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이곳은 길원옥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가 함께 거주했던 곳입니다. 작년 1월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이후 길원옥 할머니 혼자 거주하고 있죠. 

 

출처 - 정의기억연대

 

정의연 측은 평화의 우리집에 길원옥 할머니가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검찰 측에 임의 제출 형태로 빠른 시일 내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고 검찰도 이에 동의했습니다만, 이 협의와 무관하게 검찰이 추가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해버린 겁니다. 애초 검찰과 언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안위를 생각했다면 고령의 할머니가 혼자 계신 집을 약속과 다르게 우르르 몰려가 털어버릴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박주민 의원의 말대로 이 약속을 어긴 압수수색은 오히려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출처 - MBC


이런 혼란한 상황을 틈타 극우 세력은 다시 준동을 시작했습니다. 《반일종족주의》 저자들과 얽힌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었다며 강제 동원 피해를 부정하는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고 수요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는 극우시위 역시 다시 극렬해졌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20대 남성이 평화의 소녀상을 돌로 찍어 훼손하는 사건마저 발생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기어나오는 극우 세력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기레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신이 난 건 일본 극우 세력입니다. 《산케이 신문》 등 극우 언론과 일본 극우 단체들은 여태까지 부정해왔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자기네가 해온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사건이라며 반색하고 있습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한국의 남남 갈등으로 몰아가고 위안부 관련 역사적 사실을 없었던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우려는 한국과 일본 보수 세력의 연대를 통해 점점 현실화하고 있죠.

 

출처 - MBC


정의기억연대에 애초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자신은 정의기억연대의 운동 방향과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언론과 보수 세력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해 위안부 피해자 운동 자체를 폄훼하려 든다는 겁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위안부 피해자 운동 자체를 폄훼하려 드는 건 인간 취급을 할 수 없는 인간 이하의 인간이라며 직접적인 분노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미래통합당 홍문표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에서 윤미향 당선자에 대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인간이 겪지 못할 수모를 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성금을 빼돌린 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완용보다 더 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완용보다 더하다는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데 지나치다"며 "지금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 20년, 30년 일 해왔던 사람을 이완용보다 더하다고 매도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의연 활동 회계 문제는 제가 들여다본 결과 대부분 소명이 되는 것 같다”면서 "윤미향 본인이 변소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렇구나' '이해가 간다' 이런 내용들이 꽤 많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는 오는 25일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에 윤미향 당선인이 참석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논란이 어떤 식으로 풀려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습니다. 적어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대한 폄훼는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팩트' 경쟁을 하며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시민들은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진영 논리를 떠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얼마 전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를 추모하기 위해 경비원들이 지난 20일 ‘전태일 50주기 2차 캠페인’에 참석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전태일 다리 위에는 최희석 경비원을 위한 작은 분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날 캠페인 참석자들은 "경비노동자도 사람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안타깝게 사망한 고 최희석 경비원. 그는 입주민의 폭행, 폭언에 시달리다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고 최희석 경비원 사건을 되돌아보겠습니다.


출처 - SBS


사건의 발단은 주차 문제였습니다. 지난 4월 21일 경비 업무 중이던 최희석 씨는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어 주차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때 나타난 아파트 입주민인 차 주인은 자기 차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최희석 씨를 밀치며 시비가 붙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 주인은 최희석 씨를 폭행하며 "돈도 쥐꼬리만큼 받는 머슴 주제에 건방지다"는 등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4월 27일에는 경비실 안에 있던 최희석 씨를 화장실로 끌고 가 수차례 폭행하여 코뼈가 부서질 정도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출처 - SBS


이번 사건이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 것은 다른 입주민들이 경비노동자인 최희석 씨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인은 평소 입주민들과 가족처럼 가까이 지냈다고 하는데요, 5월 5일 입주민들은 폭행 사건에 대해 긴급회의를 열고는 "도저히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는 최희석 씨를 위해 입원을 시켜주고, 폭행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법률 지원과 관련해서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인 문제의 차주는 다른 입주민들과 달리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며 최희석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섰습니다. 마음이 상하고 억울함과 압박감에 시달린 최희석 씨는 결국 세상을 등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유서에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던 입주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를 남겼습니다.


출처 - 뉴스1


아파트 입주민들은 최희석 씨의 산재 처리와 장례 절차를 알아봐 주는 한편 유족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시위도 진행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중 한 명은 경비노동자 최희석 씨의 사망 직후 청와대 게시판에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죠.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도 가해자는 유족인 형에게 전화해 어찌 됐든 미안하다고 한마디했을 뿐 빈소를 찾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쌍방폭행이었다며 버티는 중입니다.


출처 - 뉴스1


우리 사회에 고 최희석 경비원처럼 갑질의 피해자는 부지기수입니다. 아파트 미화원인 어머니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뿌리며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르는 입주민, 내가 왕이니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 내쫓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 입주자 대표회장, 어디 노예가 내 앞에서 고개를 드냐면서 손을 올리는 부자 아파트 입주민 등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온갖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끝이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최희석 씨의 사건을 단순히 인면수심의 입주민 한 명의 잘못으로 보고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시민의식은 물론 갑-을 관계로 짜인 노동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최희석 씨가 두 딸과 먹고살기 위해 아파트에서 잘릴 수 없다고 절규했던 것처럼, 아파트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 대부분은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나 노동자로서 누릴 권리마저 포기한 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에 대해 상식 있는 입주민들뿐 아니라 전 국민이 공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아파트 노동자들이 더는 '사회적 타살'을 당하지 않도록 구조와 제도를 촘촘히 다져야 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지난 5월 12일 《서울신문》은 경비원이 경험하는 주민 갑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간의 갑질 관련 사건 판결문 13건을 분석하여 기사화했습니다. 그 결과 폭행·상해·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주민 중 실형이 선고된 건 3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10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용기를 내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억울함을 느껴도 해고가 두려워 말하지 못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사건에서 아쉬운 점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경비원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과 근로기준법의 미비함도 문제입니다. 2017년 시행된 개정안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 주체는 경비원 등 아파트 노동자에게 적정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내리면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어겼을 때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법을 재개정해서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오는 6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 청소, 주차단속 같은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법원 판례가 나와 경찰청이 아파트 경비업법 준수에 대한 계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는 경비 업무만을 해야 합니다. 진즉 이랬어야 할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은 이와 달리 복잡합니다. 앞으로 노령층이 경비업에 남아 있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규모 있는 아파트들은 경비원 대신 분리수거나 택배 등까지 전담할 관리원을 고용하려 들 테고, 전자경비로 대신하거나 젊은 경비원을 들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관리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수순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일 착한 입주민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


노동절이 있는 5월에 우리 사회의 최약자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터져 나오는 참사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법과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선 적어도 우리 스스로 좋은 입주민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비노동자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입주민이 되는 것이 그 시작점입니다.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지난 6일, 다른 한쪽에선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숨진 노동자 38명의 합동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의 합동 감식이 마무리되어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한데 모인 유가족들은 국화꽃을 하나씩 집고 오열했습니다.


출처 - SBS


노동절을 앞둔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주)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나라의 노동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참사였습니다. 화재 사망자 38명 중 대부분은 전기, 도장, 설비 등의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막노동에 나선 외국인들도 3명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황금연휴 시작 전날이라고 다들 들떠 있던 때, 정규직 대신 원청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 현장 가장 말단의 사람들이 희생된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노동 현장의 참사가 언제나 그렇듯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였습니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6차례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업체가 공단의 개선 요구를 지키지 않아 화재 가능성을 키웠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데 화재 참사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용접 불꽃'과 '샌드위치 패널'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용접 불꽃이 화재의 핵심 원인이라면, 그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해당 노동자나 작업반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죠.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추측성 기사는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둔갑시킬 가능성을 키웁니다.

 

출처 - 문화일보

 

현재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이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우레탄폼 작업과 도색 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해 유증기가 가득 찬 '폭발 하한치'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개선 요구를 무시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병행해서는 안 되는 위험 작업을 동시에 한 끝에 발생한 참사일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이 경우 환기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공사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이번 참사가 지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의 복사판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이와 같습니다. 대피로가 미확보되어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진 것까지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의 형태로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밝히고 관리 감독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규명하라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6차례 개선 요구를 했다고는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건 공사 업체의 문제가 분명하지만, 법적인 미비나 감독 기관의 해이로 그 개선 요구가 즉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 이유를 규명해 수정해야 앞으로 이런 참사가 더는 일어나지 않겠지요.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관련 주체 중 원청 시공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원청의 안전경영체계 결함 또는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하청 업체 꼬리 자르기 수준이 아니라 원청에 책임을 강하게 물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그간 정책과 대책은 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떨어졌기 때문에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용균법이 제정되어 모든 작업장에 반드시 화재감시자와 안전관리자가 배치되어야 하지만, 이번 참사 현장에도 배치가 미흡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발주처와 시공사를 압박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출처 - 뉴스1


민주노총은 지난 4월 30일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시공사인 건우, 그 아래 9개의 하청 업체, 또 얼마나 오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라는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 속에서 참사가 발행할 때마다 발주처와 시공사는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하청업체 말단 관리자만 책임지는 일이 너무 많았다면서,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런 참사는 다시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입니다. 주요 거래처는 한화 계열사입니다. 공정위가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로 제재에 착수한 곳입니다. 재벌로부터 시작해 일용직으로 끝나는 '위험의 외주화'는 또 한 번 이렇게 참담한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번 참사는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 시행 100여 일 만에 처음으로 터진 대형사고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김용균이 있어야 제대로 된 변화가 가능할까요. 가슴이 미어지는 5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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