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공식 규정했습니다. 팬데믹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동시에 감염되어 전 지구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동안 WHO는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명명하길 주저했습니다. WHO 사무총장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대책이 이뤄지지 않아 이제 이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 지역과 미국까지 중국 밖 확진자 수가 지난 2주 사이에 13배나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코로나19 초반 상황 때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일방적으로 차별하던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보다 미흡한 대처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처럼 코로나19 확산에 사실상 백기를 든 나라들마저 나오기도 했으며 이탈리아처럼 전 국민 이동 금지라는 초법적인 수단까지 쓰는 나라가 발생하면서,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한겨레


WHO가 마지막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건 2009년 신종플루 때였습니다. 당시 처음 겪는 감염병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했죠. 바이러스가 신종이고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며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전파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는 팬데믹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킵니다. 백신 같은 확실한 예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확산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처 방법입니다. 현재까지 114개국에서 11만 8000여 명이 확진자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으나 우리의 방역 조치가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감염병 위기단계를 이미 심각단계까지 올리면서 선제적인 조치들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그간 우리가 해온 조치들을 계속 이어가면 된다는 겁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선제적인 조치를 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누그러지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 경북 등 확진자가 많은 지역과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처럼 불확정 요소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이러할 때는 집단적 공포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방역 노력이 중요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주요한 행사들이 속속 취소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한 이상 도쿄 올림픽을 그대로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베 정부는 여전히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조직위 내에서는 1~2년 연기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발언도 나오고 있죠. 아베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올림픽이므로 아예 취소하거나 무관중 경기로 강행한다면 경제적 충격은 물론 정권 자체가 붕괴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울며 겨자 먹기식이지만 연기라도 하자는 거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연기를 하면 1~2년 동안 올림픽 시설물 관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충격이 더 심해진다는 주장도 있어서 아베 정권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그간 코로나19 상황을 숨기기 급급했던 졸속 대응, 믿을 수 없는 통계, 비이성적인 각종 조처로 인해 일본 국민들은 아베 정권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팬데믹이 선언된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6%) 폭락한 23,553.2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40.85포인트(4.89%) 추락한 2,741.38, 나스닥은 392.20포인트(4.7%) 떨어진 7,952.05에 장을 마감했다고 하죠.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20% 이상 폭락했습니다.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추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봅니다. 2009년 이후 약 11년간 이어진 장기 강세장이 마침내 막을 내린 셈입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종가 기준 약세장 진입이 코앞이라고 외신이 전하고 있습니다.


 

출처 - AFP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했지만 시장의 극심한 공포를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증시도 휘청겨렸습니다. 프랑스 CAC 4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9% 하락한 4347.94, 독일 DAX 30 지수는 5.72% 내린 9841.90을 나타냈다고 하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 역시 5.58% 급락한 2743.29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유럽 증시 급락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팬데믹 조짐을 보이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급속히 퍼지며 엔화에 견준 원화 환율이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제금융시장도 출렁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 주체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원·달러 환율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환율의 세계는 탐욕과 공포의 전쟁터와 같습니다. '국제금융거래의 안정화를 통한 글로벌 경제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뒤에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실리가 숨어 있지요. 환율 세계는 손익을 다투는 전투가 벌어지며, 각국의 주체들은 매일 벌어지는 전투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환율 변화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환율 예측을 어려워합니다. 세계 각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사회 현상 등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저자는 경제 문제를 넘어 이룩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를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단순한 구호를 배격하는 치밀한 전략과 실행, 배타주의를 물리치는 개방적인 포용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미래 환율을 예측하는 작업은 지나온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통해 본 역사의 발전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환율 예측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믿느냐' 하는 철학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외신은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며 일부 유럽국가 방문·체류 입국자를 대상으로 15일 0시를 기해 특별입국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이라 이제는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더욱 긴밀하게 대응해야 하고, 국민은 정부를 믿으면서 인종차별과 사회 단절, 경제 침체 등 코로나19가 야기한 각종 후폭풍에 대응해나가야 합니다. 지나친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을 지양하고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이끌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천지, 코로나 확산 정국 가운데 태극기 집회를 열었던 전광훈, 정부의 모임 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의 행태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인들도 많지만 일부 몰지각한 신도들 때문에 기독교를 '개독교'로 욕하는 분들의 심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초창기에 비하면 병의 정체를 많이 인식하게 된 상황이라 급변하는 확진자 수에도 시민들은 점차 일상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분한 국민의 태도와 달리 눈치코치 없는 곳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예상하셨듯이 국회입니다.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종교인 퇴직소득세를 감면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시행도 안 되는 종교인 과세가 더 후퇴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종교인, 특히 개신교 종교인에게 세금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논란도 컸습니다. 생각비행은 개신교계의 헌금 장사와 교회 세습을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교회는 사회의 낮은 곳으로 돌아갈 때 : https://ideas0419.com/976

하나님 죽이는 한기총 전광훈, 기독교계가 '목레기'를 좌시해선 안 된다 : https://ideas0419.com/1018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 소득세가 부과되는 종교인 퇴직소득 범위가 축소됩니다. 이렇게 되면 퇴직금이 많은 대형 교회일수록 혜택이 커집니다. 30년 근무 후 퇴직금 3억 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현재는 직장인 퇴직자와 동일하게 13,896,630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교인 과세 범위가 3억 원의 30분의 1인 1000만 원으로 줄어들죠. 그렇다고 1000만 원을 그대로 내는 것도 아닙니다. 1000만 원은 면세 내 소득이어서 결국 종교인 퇴직소득세는 0원이 되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출처 - 이데일리


우리 사회는 수십 년이나 종교인 과세 유예라는 유례없는 혜택을 종교계에 주었죠. 그런데 퇴직소득세까지 특혜를 보장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인에게 이렇게까지 세금 특혜를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한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았습니다. 대표 발의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했고 김정우·강병원·유승희·윤후덕 의원이 이름을 올렸으며, 미래통합당에서는 김광림·권성동·이종구·추경호와 민주통합의원모임 유성엽 등 의원 10명이 이 법안의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출처 - JTBC / 이토랜드

 

이 개정안은 작년 3월 29일 기재위 전체회의 당시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소속 기재위 의원(정원 26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난리인 이때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의식해 종교계 표 관리를 하려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죠. 2015년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이 국회에서 겨우 통과되었는데도 정부는 시행을 계속 미뤄왔습니다. 게다가 종교인에게 의견을 받아 시행령을 수정하는 등 법안 취지마저 퇴색시켰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전국이 혼란한 틈을 타 국회의원들이 슬그머니 종교인 과세 혜택을 더 주려는 건 국민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시민사회의 반발이 격해지자 지난 4일 회의 예정이었던 종교인 퇴직소득세를 감면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일단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되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법안은 조세 형평성을 주요 가치로 하는 헌법적 가치에 맞지 않게 특정인에게 조세 이익을 준다. 특정인(목사 등)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더 논의하자"고 주장하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이를 계류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2월 임시국회가 오는 17일까지 열립니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이달 본회의 처리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겁니다. 신천지를 비롯하여 종교계가 시민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상황 속에서 숱한 시민들은 일부 종교인들에게 특혜를 주며 표를 챙기려 한 국회의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총선까지 6주 남았습니다. 유권자의 힘을 보일 때입니다.

총선이 다음 달로 다가오고 코로나19 사태로 정국이 혼미한 상황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숟가락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4일 박근혜는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세력에게 힘을 합해달라고 호소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와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 지역을 다독이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자필 편지는 A4 용지 4페이지 분량이었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로 정치권이 술렁였습니다. 총선을 불과 42일 앞둔 시점에 나온 편지이다 보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서로 다른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신이 났습니다. 박근혜가 자기들을 중심으로 극우 진영이 통합되기를 바란다고 표명했으니까요. 반대로 여권은 박근혜의 편지 공개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보냈습니다. 국정농단과 선거조작 등으로 감옥에 간 사람이 이 시기에 이런 메시지를 낸다는 건 다시 한번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한 게 아무것도 없었던 박근혜가 다른 일도 아니고 신천지 때문에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말을 얹을 자격이나 있는 사람입니까?   


출처 – 서울의 소리


사이비 종교 신천지의 총회장인 이만희는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줄을 대어 친분을 과시해왔습니다. 이번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에 대해 사과한답시고 인터넷 생중계 자리에 나와 사과문을 읽고 절할 때 보인 손목시계는 박근혜가 대통령 시절 일부 사람들에게만 준 박근혜 기념 시계였습니다. 여기서 시계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까지 이만희가 보수 정치권과 결탁해 세력을 강화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가 신천지 확장에 곤란을 야기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박근혜 시계로 연출된 것이죠.

 

출처 - MBC


신천지는 2002년부터 이회창 대선 후보를 지원했고 2003년에는 한나라당 대표에 출마한 서청원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에는 이만희가 한나라당 선거 유세에 신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있죠. 그 와중에 있었던 신천지 전국체전 축사 자리에 이경재 새누리당 기독교 대책 본부장이 직접 나서자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6년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맹형규의 출판기념회에 이만희는 신도들과 더불어 참석했습니다.


출처 – 서울의 소리


2006년 이만희는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황장엽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2007년에는 박근혜의 당내 경선을 돕고자 신천지 신도들을 대거 한나라당 당원으로 가입시키기도 했습니다. 황길중 신천지 수석 장로는 2012년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처럼 신천지는 정치권, 특히 개신교 색채가 강한 극우 보수 정당에 계속해서 줄을 댔습니다. 그간 신천지가 합법적/불법적으로 정치 헌금을 준 액수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루머가 괜히 떠도는 게 아닙니다. 국정농단과 사이비 종교의 밀월 관계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전부터 줄곧 있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


출처 - 뉴스1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들어간 박근혜. 허리 수술을 받고 인터넷 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문을 읽으며 국민에게 큰절한, 신천지 신도로부터 선지자로 추앙받는 이만희.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를 대체 어떤 멍청이가 믿는 거냐고 의아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100퍼센트는 아니어도 박근혜를 잊지 못하는, 박근혜 편지에 호들갑을 떠는 무리가 상당하겠죠.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건, 박근혜의 망령에 휘둘리고 거짓 선지자의 혀에 현혹되는 이들이 엄청난 권력과 재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의 안위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긴 틈을 타 해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2심 선고로 재구속됐던 이명박이 6일 만에 풀려난 겁니다. 법원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은 법원 스스로 판결을 뒤집은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사법농단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사법부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판사들이 하나둘씩 재판부로 복귀하는 것과 맞물려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어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이 지난 19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보석이 취소되어 그날 재수감되었죠. 그런데 불과 엿새 만인 지난 25일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대법원에 제기한 보석 취소에 대한 재항고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들어 이명박을 다시 석방했습니다. 6년이 아니라 엿새 만에 다시 풀어줬다는 건 둘 중 하나라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2심 재판부가 법을 고려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한 것이었거나 구속적부심을 다룬 법원 쪽이 무리하게 법을 끌어다 이명박을 풀어주려고 혈안이 된 것이죠. 누가 봐도 어느 쪽인지 분명한 터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고인이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례는 흔치 않고,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재판부가 구속집행을 보류한 경우는 선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보석 취소가 아닌 구속집행 정지라는 방식으로 이명박을 석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이명박에 대한 보석 조건은 대부분 사라지고 주거지만 논현동 자택으로 제한되어 사실상 대외활동에 법적 제한이 없어지게 됩니다.

 

출처 - MBC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죠. 마땅한 사유가 없었다면 보석을 유지하는 게 맞고, 섣부른 선고로 촌극을 낳았다는 의견을 낸 법조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비판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구속 사유가 있어 구속한 피고인을 불과 며칠 사이에 선례가 없는 이유로 풀어주게 되면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게 될 사법 불신이 확산하는 결과만 낳는다는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명박 측은 "경호를 받는 전직 대통령은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말로 구속집행정지를 얻어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을 들어준 사법부의 판단대로라면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건 거짓말이 될 뿐입니다. 같은 사례라도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풀어주고 일반 시민은 풀어줄 수 없다는 말이 되니까요. 법 앞의 평등이란 헌법 가치를 법원이 정면으로 무시한 이번 사태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했습니다. 정당한 구속집행정지 사유가 없고 재판부가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결정을 내려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법원 관계자 역시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 피고인을 법정 구속하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다면서 전직 대통령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법정 구속은 재판부가 선고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라면서요. 한 부장판사도 항소심에서 중한 실형이 선도됐는데 피고인이 항고장을 낸다고 구속을 못 한다는 것은 실무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변호사 역시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항고만 가능하고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며 구속집행정지는 허용되지 않는 게 바르다고 밝혔죠. 이처럼 법조계에서는 이명박 재구속이 옳다는 입장이 중론입니다. 이에 더해 1심 선고 때 보석을 허락해준 게 애초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검찰의 항고가 어떻게 처리될지 시선을 끄는 가운데 이명박이 또 다시 구속된다면 기간은 일단 6개월이 될 전망입니다. 상고심 최대 구속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이죠. 이명박과 사법부 어느 쪽이 됐든 이번 '6일 천하'는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아 비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는 기계적으로 법리 장난질을 할 거면 AI에게 판단을 넘기고 옷을 벗으라는 대중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법 앞의 평등, 그리고 실제적인 정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인간 판사들이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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