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가정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계획한 일 모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생각비행은 꿋꿋하게 지난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2015년 한 해 동안 생각비행이 포착하여 기사화한 내용을 중심으로 2015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흘러간 시간을 잘 정리해야 새로 시작하는 2016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출처 - 교수신문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대학교수들이 그해를 함축하는 사자성어를 꼽곤 합니다. 2015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습니다. 이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세월호 사태로 비탄에 빠진 국민을 오히려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메르스 사태 때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숱한 국민이 죽어 나가게 만들었으며, 친일·반민족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꾀함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종내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에 헐값에 팔아먹으며 민족반역자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네,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얘깁니다. 박근혜 정부 3년 차, 대한민국 사회를 지칭하는 단어인 '헬조선'처럼 2015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죠.

 

 

사상 초유의 연말재정산으로 막을 올린 2015년 박근혜 정권

 


출처 - 한겨레

 


2015년을 열자마자 13월의 월급을 기다리던 대다수 직장인이 세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연봉이 적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세금을 오히려 더 내게 되는 등 문제가 많았는데요, '서민 증세'라는 여론이 터져 나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새누리당은 사상 초유의 연말재정산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혼란을 가중했습니다. 2016년 연말정산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박근혜 정권의 연속된 인사 대참사

 

출처 - 기자협회보

 


박근혜 정권은 초기부터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해외에서 의전 중에 성추행 파문을 일으키며 인사 참사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인사 참사는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박근혜란 암군 곁에 제 이익 차리기에 바쁜 간신들만 모였으니 당연한 결과겠지요. 그 와중에 총리 후보가 된 이완구는 싸구려 조폭 영화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읊으며 대한민국 언론을 난도질했습니다. 병역비리 정도에 그치면 그나마 청렴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박근혜의 인맥은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었죠.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도 있었죠. 잘 길든 검경과 사법부가 없었더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메르스 사태, 살아남기조차 힘들었던 2015년


출처 - 경향신문

 


여름으로 들어갈 무렵 메르스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초기 대응으로 무고한 국민이 죽어갔고 또 많은 사람이 슬픔과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이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백배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었으나 유체이탈화법으로 실무자들을 족치기 바빴습니다. 그야말로 2014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의 재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을 위시한 위정자들로 인해 해마다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니, 올해는 또 어떻게 지내야 할지 2016년이 벌써 두려워집니다.



국정원의 계속되는 민간인 사찰

 

출처 - 한겨레

 

 



박근혜 정권의 성립에 일조한 국정원이 불법 대선 개입도 모자라 해킹툴을 활용하여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이런 사실의 실체가 드러나려 하자 담당 직원을 자살로 내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무능함과 전근대적 운영방식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사찰 대상이 될까 봐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SNS에서는 "마티즈 태우러 온다"는 말이 높으신 분들에 의해 자살 당한다는 동의어로 쓰이게 되었죠. 지금 돌아봐도 아찔한 정국이었습니다.



노동개악과 헬조선

 

출처 - 경향신문

 



숨돌릴 틈도 없이 하반기에 들어서자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노동개혁의 기치를 올리더니 노동개혁을 빙자한 '노동개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더욱 팍팍해진 취업 문턱은 결국 극단적 좌절을 낳아 '노오오오력'조차 무의미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우리에게 이땅은 '헬조선'일 뿐이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했습니다. 1년도 안 된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회장의 아들은 전무로 승진했던 두산 사태만 봐도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의 틀이 짜인 대한민국의 상황을 알 법합니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삼권분립마저 무시한 채 국회의장에게 노동개악을 위한 법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사실상 명령을 내려 논란의 대상이 되었죠.



국정교과서 문제와 친일파 박근혜

출처 - 경향신문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세 차례에 걸친 민중총궐기로 극한에 달했던 국민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지고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박근혜 정부는 느닷없이 한일외무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합의되었으며 이는 최종적, 불가역적이라고 발표해 다시금 수많은 국민을 경악시켰습니다. 아무리 아버지가 한일협정을 맺은 친일파의 거두라고 해도 21세기에 딸까지 이렇게 당당히 자기가 친일파임을 드러내리라곤 상상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런 조짐은 계속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 자기 아버지를 따르는 무리의 과거를 세탁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파동을 일으켰으니까요.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비를 끊으려고 획책하던 박근혜 정부는 결국 사달을 내고 말았습니다. 제2의 한일협정인 12.28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는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니까요. 하지만 민의를 반영하지 않은 독단적인 합의는 원천 무효이며 친일파의 본성을 드러낸 민족반역 행위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피해자를 등한시하고 정치적 야합을 벌인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면피할 수 없습니다.



외계어를 구사한 박근혜와 아버지를 두 번 죽인 김무성

 

출처 – 페이스북


 

대한민국의 문제는 현 대통령인 박근혜와 여권의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김무성으로 귀결됩니다. 생각비행이 쓴 다양한 기사 중에서 지난 1년간 독자 여러분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내용도 바로 박근혜와 김무성의 망언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말이 통하는 사람이 국가를 책임져야 할 텐데 외계어를 구사하고 망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중책을 맡고 있으니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된 게 아니겠습니까? 이명박근혜 정부를 살아가는 우리가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반면교사를 통해 얻었다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가혹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앞으로 2년이 더 남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 4월에는 총선이 있습니다. 드디어 조금이라도 바꿔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모쪼록 2016년에는 생존보다는 더 나은 삶의 가치를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조직이 흔들리고 높은 분이 위기에 처하자 밑 사람이 자살로 스캔들을 막고, 첩보 활동에 연루된 용의자는 유유히 해외로 도피해 휴양을 즐기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치 일드와 미드를 합해 놓은 듯한 일입니다. 이탈리아 해킹팀 자료 유출로 민간인 사찰 정황이 드러나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담당자인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하고, 해킹 프로그램 RCS를 국정원에 구매해준 나나테크 사장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유유히 캐나다로 날랐습니다. 막장 드라마 같은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입니다.

출처 - 시사인


생각비행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CS라는 프로그램을 구매해 지난 대선 개입 당시부터 운용한 사실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빅브라더, 국정원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다 : http://ideas0419.com/566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이 점입가경입니다. 오늘은 그 난맥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해킹 불법 사찰 의혹으로 자살 '당한' 국정원 직원


해킹 프로그램으로 인한 민간인 사찰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확산 기미를 보이던 지난 주말, 국정원 직원인 임 모 과장이 자기 승용차 안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5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고 그의 아내가 소방서에 실종 신고를 한 지 2시간 만인 오후 12시 2분, 소방대원들이 야산에서 임 과장의 시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휴대전화 내 위치추적 앱을 활용해 임 과장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국정원 직원이 휴대전화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고 다녔다는 말인데, 이 사실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더 이상한 점도 있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아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자살로 추정되는 현장에서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더구나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쳐 외부 접근을 막기는커녕 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해 사진을 찍고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기도 하는 일마저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자살한 임 과장은 운전석에 앉은 채 몸이 굳어 있었습니다. 조수석과 뒷좌석에는 자살에 사용된 번개탄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수석에 A4 용지에 쓴 3장의 유서가 있었습니다. 주말에 자살한 시점, 언론과 방송의 이례적인 자살 속보 경쟁, 경찰의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자살 현장이 기자들에게 그대로 개방된 것…. 이렇게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건에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지난 7월 18일 오후 9시 17분에 《조선일보》는 <[단독]숨진 국정원 직원은 해킹 내부 직원... "내국인 해킹한 적 없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때까지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 과장이 해킹 업무를 담당했는지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어떤 언론사보다 먼저 임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과 해킹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 등을 보도한 셈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던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국정원의 자살 사건을 보도하면서 내국인 해킹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뭔가 짜인 각본에 의해 연출된 듯한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유서 공개를 극구 반대한 유족을 설득해 경찰은 다음 날 임 과장이 국정원 상사들에게 쓴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임 과장은 유서를 통해 국민과 선거에 대한 사찰이 전혀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유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유서라기보다는 사과문이나 시말서에 가까움을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국정원은 임 과장이 2012년도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실무적으로 판단하고 주도한 사이버 전문 기술직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유서 내용과 국정원이 밝힌 내용에 근거한다면 임 과장이 자살할 이유는 사실상 전혀 없었습니다. 국정원의 발표대로 북한을 해킹하기 위한 구매였다면 그 부분의 자료만 증빙하면 될 것이고, 연구 목적이었다면 관련 사실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해 의혹을 풀면 될 일입니다. 임 과장의 유서 내용처럼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한 적이 없다면 그가 억울해할 일이 전혀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임 과장은 오해를 일으킨 자료를 모조리 지워버리고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정말로 해킹 프로그램이 대북한용이었거나 연구 목적일 뿐이었다면, 그리고 임 과장이 너무나도 억울해서 죽음을 각오할 정도였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는 편이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에 근거한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죽음을 앞두고 관련 데이터를 지워버렸다는 건 역설적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을 더욱 의심하게 하는 정황 증거가 됩니다. 자살 직전 진행되고 있었다던 국정원 내부 감찰이 임 과장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수는 있지만 첩보 분야 전문가가 그런 부담감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여러 정황 증거를 맞춰보면 임 과장은 국정원의 보이지 않은 압력에 의해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실제로 또 있었습니다.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권 모 과장은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의 항변도 이번과 똑같았습니다. 국정원이 간첩 증거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거였죠.


일본 정치권이나 우리나라나 거대한 스캔들이 일어나면 몸통이 아닌 꼬리가 희생되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책임자라며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죽음으로 내몰았던 유병언 회장의 자살 사건도 의혹으로 가득했습니다. 그가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맞는가 하는 사실관계의 의구심부터 누군가 그의 시신을 바꿔치기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국정원과 정치권과 경찰의 무능하고 한심한 반응들


진실을 감추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이번에도 여전합니다. 해킹팀의 해킹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매했지만 아무 논란 없이 받아들여졌으며 근거 없는 의혹으로 국가 정보기관을 매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겁니다. 새누리당도 여기에 동조했지요.

출처 - 시사인


하지만 변명 자체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해외 정보기관 역시 이번 해킹팀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FBI와 마약단속국에 해킹팀 해킹프로그램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마약단속국은 해킹프로그램 사용을 시인하고 사용 규모를 공개했습니다. 키프로스 정보기관은 정보보호법 저촉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장이 물러났습니다. 규모가 큰 나라부터 작은 나라까지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뻔히 나오는 뉴스를 두고서도 국정원은 마치 자신들이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는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조작과 변명을 일삼았습니다. 

 

이는 국정원의 마인드가 전근대적인 시점에 멈춰 있음을 방증합니다. 그들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화룡점정은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로 언론에 배포된 공동성명입니다. 명색이 정보기관이라는 곳의 직원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감성팔이를 하는 것은 세계 정보 역사에 유례가 없을 겁니다. 직원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고, 위에서는 내부 직원들을 통제조차 못 하는 무능한 조직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사건의 용의자이니 헛소리를 해도 사실을 은폐하고 싶어 그러려니 하겠지만, 민간인 사찰 의혹과 이로 인한 국정원 직원 자살에 반응하는 정치권과 경찰의 대처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출처 - 뉴스1


유승민 사태 때 박근혜 대통령 보위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번에는 국정원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국가 안위를 위해 필요하면 해킹해야" 된다고 발언해 비난을 받았죠. 대한민국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입니다. 여권의 제1 대선주자라는 사람이 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헌법을 모르고 있다면 크나큰 문제입니다. 알고도 저런 소리를 지껄였다면 이는 더 큰 문제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빼놓으면 섭섭하게 여기겠지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부터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산 넘어 산이었던 청와대로서는 이번 해킹 프로그램 사건에 개입하면 일이 커질까 봐 쉬쉬하고 있습니다. 2005년 참여정부 때는 국정원의 도청 의혹을 "정부나 국정원이 무슨 말을 한들 국민이 믿겠느냐. 도청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려면 (국정원이)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비판하던 분이 왜 지금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출처 - 한겨레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최종 지휘권자는 대통령입니다. 국정원이 이번 해킹 프로그램의 용도로 변명한 대공 감청의 최종 허가권자 또한 대통령입니다. 백번 양보해 국정원의 변명을 믿어준다고 해도 이번 사태는 실정법 위반의 혐의가 짙습니다. 해킹 프로그램을 대북용으로 사용했다 한들 대통령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명백한 실정법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4개월에 한 번씩 대통령으로부터 감청 허가를 몰아서 받는다고 변명했는데요, 법적으로 개별 건마다 대통령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이것만으로도 국정원은 위법 혹은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허가를 받은 감청 대상자라도 그 사람이 대한민국 국적의 내국인과 통신을 할 때는 추가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따라서 국정원은 어느 쪽이든 법을 어긴 셈입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직속기관이 뭘 하는지도 몰랐던 무능한 대통령인 셈이고, 알고도 허가했다면 미국 닉슨 대통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입니다.

 

출처 - 조세일보


정치권과 국정원이 한통속이니 경찰이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경찰은 임 과장의 자살이 불법 민간인 사찰과 맞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사실상 하루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부검 결과 타살 의문이 없고 행적도 다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경찰은 평범한 사람의 자살 사건이라도 한 번쯤은 조사해볼 통화 내역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정원 윗선의 압력으로 인한 자살이라면 부당한 업무 지시나 협박에 의한 죽음으로 볼 의혹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한 윗선의 지시로 데이터를 삭제했다면 이는 증거 인멸 교사라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부분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도무지 수사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렇게 어지러운 판국에 국정원과 해킹팀 사이에서 에이전트 역할을 했던 나나테크의 허 대표는 출산을 앞둔 자기 딸을 보러 간다며 유유히 캐나다로 출국했습니다. 허 대표는 해킹팀의 프로그램 구매와 사용이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역시 이번 사건의 중요한 용의자 중 한 명입니다. 그런 사람을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아 캐나다로 나가는 것을 그냥 뒀으니, 이는 일부러 보내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철수 의원 국정원 해킹 자료 요청, 과연 의혹을 파헤칠 수 있을까?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9일 안철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원의 불법 해킹을 통한 사찰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련 직원의 돌연한 죽음으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운영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수사 당국은 한 점 의혹 없이 국민 앞에 밝혀 달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존재감이 미미했던 그가 이번 사건에서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지난 21일 국정원에 7개 분야 30개에 이르는 해킹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해 국정원과 새누리당을 당혹게 했습니다. 보안업계 출신자다운 행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안 의원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3년 6개월치의 모든 로그 파일과 감청 단말기, 인적 사항을 포함한 인원 숫자, 감청 내역 및 조치 사항, RCS 감청 시연 및 운용 실무자 면담까지 물샐 틈 없이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데이터와 관련해서도 그가 삭제 수정해 훼손된 디스크 원본과 복구 파일을 동시에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스스로 복구하겠다며 해킹 미끼 블로그들을 지우고 있는 국정원의 위변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이상한 점은 새누리당이 "국정원이 목숨을 끊은 직원 임 씨의 삭제 자료 복원을 완료하는 시점에 맞춰 새정치연합도 여야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합의한 국정원 현장 조사에 응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료가 복원되면 새누리당은 정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석연치 않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삭제된 자료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100퍼센트 복원할 수 있다는 국정원의 대응, 새정치민주연합의 의혹 제기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는 새누리당의 알 수 없는 자신감 등을 미루어 볼 때 과연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가 걸린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작년 오늘 저희는 <다시 기억해야 할 5.18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의 독재와 언론·방송의 굴종사>라는 기사로 방송과 언론이 그 당시 상황과 신군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과거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찬탈한 뒤 어떻게 언론을 억압했는지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부 4년만에 언론, 방송이 초토화되었습니다. 낙하산 사장 투하,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언론인 학살 등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과거 신군부 세력의 과오를 답습한 것입니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 KBS, MBC, YTN 방송 3사는 연대 파업이라는 초유의 행동을 단행했습니다. 왜 권력은 언론, 방송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는 것일까요? 1980년대에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빼앗아버린 신군부의 행태를 돌아보면 작금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되기 마련입니다.

1980년, 빼앗긴 서울의 봄 

1980년 5월19일자 경향신문 1면

1980년 서울의 봄은 10.26 이후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되면서 대학가의 시위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극심한 혼란기였고, 박정희 군사독재에 시달렸던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사회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일파 신군부 세력은 권력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1980년 5월 17일에 10.26 사태로 선포됐던 비상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계엄 포고 10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정치 활동을 중지하며 정치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한다. 정치 활동 목적이 아닌 옥내 집회는 신고를 하여야 한다. 단 관혼상제와 의례적인 비정치적 순수 종교 행사의 경우는 예외로 하되 정치적 발언을 일체 불허한다.
2. 언론·출판·보도 및 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
3. 각 대학(전문대학 포함)은 당분간 휴교 조치한다.
4.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 이탈이나 태업 및 파업 행위를 일체 금한다.
5. 유언비어의 날조·유포를 금한다. 유언비어가 아닐지라도 ① 전·현직 국가 원수를 모독, 비당하는 행위 ② 북괴와 동일한 주장 및 용어를 사용·선동하는 행위 ③ 공공 집회에서 목적 이외의 선동적 발언 및 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는 일체 불허한다.
6. 국민의 일상 생활과 정상적 경제 활동의 자유는 보장한다.
7. 외국인의 출입국과 국내 여행 등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한다.

박정희 정권에서 경험한 긴급조치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신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을 배반한 신군부 세력은 18년간 이어진 박정희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폭압 통치를 시작했습니다. 

신군부의 언론 대학살

1980년 당시 신군부 집단이 일으킨 일련의 언론 탄압 정책은 주요한 역점 사업의 하나였습니다. 보안사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측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언론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여 마침내 체제 언론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앞서 소개한 계엄 포고 10호의 내용에 따라 신군부 세력은 진실 보도, 자유 언론을 주장하는 기자들을 유언비어 유포 및 내란 음모 등의 혐으로 구속하여 해직시키고, 광주 시민을 폭도·난동 분자·무장 폭도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언론과 방송은 '언론 검열 철폐와 자유 언론 실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검열 거부, 제작 거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계엄사 측은 5월 17일부터 언론인 검거에 착수합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5월 22일 각 언론사 사장을 보안사령관실로 초치, 선동 주모자 처벌 방침을 통보하며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언론 탄압 조치 가운데 가장 먼저 시행된 것은 반정부 언론인 강제 해직이었습니다. <언론계 자체정화계획서>에 의하면 반체제 언론인, 반체제 인사, 불순한 자, 이들과 직간접으로 동조한 자, 편집 제작 및 검열 거부 주동 및 동조자, 특정 정치인과 유착돼 국민을 오도한 자 등이 해직 대상으로 선정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안사는 각 언론사에 출입중인 언론대책반 요원들을 통해 해직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했으며, 신군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이들을 각 언론사가 자체 숙청토록 강요했습니다. 이로써 중앙 7대 일간지에서 265명, 서울 5개 방송사가 219명, 2대 통신사가 22명이 강제로 해직됐습니다. 이후 추진된 언론 통폐합으로 강제 해직된 언론인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다음으로 단행된 조치는 11월에 벌어진 언론 통폐합 조치였습니다. 1980년 11월 12일 각 언론사 대표들은 정부 기관에 소환되어 언론 통폐합 통고를 받고 이를 수락하는 각서에 서명합니다. 이는 권력이 언론을 이용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하는 속성이 잘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7개 중앙 종합지 중 《신아일보》가 《경향신문》에 흡수 통합.
2. 4개 경제지 중 《서울경제》가 《한국일보》에, 《내외경제》가 《코리아헤럴드》에 흡수.
3. '1도() 1지() 원칙'하에 대구의 《영남일보》가 《대구매일신문》에 흡수, 부산의 《국제신문》이 《부산일보》에 흡수, 경남 진주에서 발행되던 《경남일보》가 마산에서 발행되던 《경남매일신문》에 흡수(후에 《경남신문》으로 게재), 광주의 《전남매일신문》이 《전남일보》에 흡수(후에 《광주일보》로 게재).
4.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이 합병하여 연합통신으로 발족(기타 시사, 경제, 산업 등 군소 통신사는 문을 닫음).
5. 민영 방송을 폐지하고 공영 방송 체계로 바꾸어 KBS와 MBC 두 채널로 이원화.

언론 통폐합 결정에 앞서 신군부는 172개 정기 단행물에 대해서 등록 최소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씨알의 소리》《뿌리깊은 나무》《창작과 비평》《월간중앙》 등이 언론이 강제 해직과 때를 같이하여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쾌거

신군부 세력은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억압했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바람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광주에서 시민이 흘린 피는 결국 역사를 바로잡았으며, 군사독재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니까요. 수많은 기자와 시민이이 폭정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고 이런 각종 자료는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역사를 돌아보게 합니다. (추천 누리집: 5.18 기념재단)

2011년 유네스코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소식은 저희가 2011년 8월 24일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참고: <기록은 있는 그대로 둘 때 가치 있다>)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발발과 진압, 이후의 진상 규명과 보상 등의 과정과 관련하여 정부, 국회, 시민, 단체, 미국 정부 등에서 생산한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기록물입니다.

정확한 등재명은 [인권기록유산-1980년 5월 18일 군사정권에 대항해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항쟁 관련 기록물]입니다. 2010년 1월 광주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같은 해 3월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보완과 수정을 거쳐 2011년 5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 등재를 권고하기로 결정하였고, 5월 25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공식 발표했지요.

표현의 자유를 억합하는 권력에 맞선 개인의 기록물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례(출처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명박 정부, 
역사는 과연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신군부 세력은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억압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막지 못했음을 살펴봤습니다. 1980년 시작된 신군부의 억압에 굴하지 않은 저항한 흔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이명박 정권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나 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건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정연주 KBS 사장의 강제 퇴진, <PD수첩> 보도 탄압, 미네르바 기소, 김미화 씨 블랙리스트 사건, 국방부 금서 지정 파문, 이른바 '쥐 벽서' 사건, 그리고 최근 불거진 민간인 사찰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 신군부 세력과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G20 개최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려 언론 탄압을 일삼는 MB정권을 풍자한 그림 (출처: @schbard)

이 사건을 《미디어오늘》이 <'쥐그림'을 '쥐벽서' 대접한 공안검찰>이라는 기사에서 잘  다뤘는데요, 내용을 조금만 인용하겠습니다.

……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시내에 ‘쥐그림’이 등장하자 경찰과 검찰이 그것도 공안검찰이 출동했다. 어이없게도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라는 혐의를 씌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처음에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경직된 사고와 권력 충성이 지나친 누군가의 ‘실수’로 보였다. 이유는 G20을 앞두고 쥐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역풍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학 강사의 행위는 정부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한 게 문제인지, 쥐를 그린 게 문제인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낙서를 한 게 문제라면 그에 걸맞은 처벌(필요하다면…)을 하면 될 일이다.

쥐를 그린 게 문제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왜 ‘쥐’가 문제인가. 소는 괜찮고, 닭은 괜찮고, 말도 괜찮은 데 쥐라서 안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쥐는 안 되는지 그것을 설명해야 한다. 바로 검찰이, 공안검찰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모습인가. 검찰은 국민이 바라는 ‘청와대 대포폰’ 몸통 찾기에는 나서지 않고 엉뚱하게 ‘쥐그림’에 집착하고 있으니 이런 검찰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런데 검찰과 검찰이 진짜 그런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도 아니고 현실로 벌어진 일이다. 경향신문 11월 16일자 10면에는 <‘G20 포스트 쥐그림’ 수상한 공안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실제 상황이다. 쥐그림을 그린 사람과 경찰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에게 'G20에 쥐를 그린 것은 무슨 의미인가' '쥐를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이들은 '발음이 같아서 그렸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대답했다.”

G20의 'G' 발음이 쥐와 비슷해서 그렸다는 데 경찰은 쥐를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상황은 웃을 수 없는 황당한 상황 아닌가. 거꾸로 경찰은 쥐가 무엇이라고, 누구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왜 공안검찰까지 출동했는가. ……

사실 이런 상황은 2010년 5월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한 프랭크 라 뤼(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우려에서 예감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라 뤼 보고관은 "한국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 현장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은 경제 및 기술발전에 걸맞게 인권 및 노동기준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를 지난 6월 3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식 발표하면서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한국이 의사 표현 행위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특히 라 뤼 보고관은 한국에서 공무원이 언론과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나 공무원이 언론이나 시민의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을 제한하고 있으니까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들이라면 국민과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인사는 그런 당연한 권리를 명예훼손이라는 법적 근거를 내세워 억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장관이 방송국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국정원이 시민단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겁박하는 일은 국민과 언론으로 하여금 글을 쓰거나 기사를 쓸 때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는 상황을 조장합니다. 

(출처: 세계일보)

최근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화가 이하 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벽에 붙이려다 검거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씨는 5월 17일 오전 전두환 대통령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밝힌 29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들고 있는 풍자 그림을 대통령 자택 부근에 붙이다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해 나치 복장을 한 이명박 대통령을 그린 그림을 공공장소에 부착해 검거되기도 했던 이하 씨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경찰의 검거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찰은 내가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그분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명예는 누가 지켜주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24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판결이 나올까요? 이명박 정부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안 봐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서두에 던진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왜 권력은 언론, 방송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국민을 위하는 권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법한 권력이라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세를 불리려고 하고, 국민을 쥐어짜서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하는 권력은 국민을 억압하는 동시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제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 해도 십 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꾼 이들은 잃어버린 그들의 십 년을 되찾기 위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엄청나게 후퇴시켰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불법을 자행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국토를 시멘트로 뒤덮었으며, 국민을 괴담 유포자 정도로 간주합니다.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권력 말기에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은폐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이 그냥 넘길 리 없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되기 마련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이명박 정부를 과연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