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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외신을 통해 살펴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by 생각비행 2015. 10. 22.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독재와 친일을 상징하는 후계자들이 역사 국정교과서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는 행위가 점입가경입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독재 정권 시절 박정희 본인조차 민망해했다던 내용, 즉 일본군 장교인 박정희가 독립군을 도왔다는 역사 왜곡을 끌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상식 있는 시민들은 국정교과서 참여 거부와 대안교과서 집필 그리고 촛불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보수우익 언론을 비롯한 방송사들은 박근혜 정권의 역사 쿠데타를 찬양하며 교육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광고로 돈을 벌기 바쁜데, 거기에 《한겨레》 신문마저 끼어들어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혼탁한 복마전 속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제3자인 국제사회의 눈에는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동이 과연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외신기자들의 성토와 교육부의 동문서답


지난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역사 교과서 브리핑은 외신기자들의 성토로 인해 한국의 국격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대망신의 시간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현행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와 이념 편향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검정체제를 국정교과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곧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외신기자는 설명을 들어도 납득이 안 된다며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게 문제지 왜 국정화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다며 질문했습니다. 역사 교과서에 이상이 있다면서 검정 기준을 바꾼 것도 아니고 검정에서 탈락시킨 것도 아니니 그동안 정부가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 관계자는 책임을 집필진과 학생에게 전가하는 치졸한 답변으로 얼버무렸죠. 또한 박근혜 정부는 브리핑하는 내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논리를 강조했습니다. 국정화로 교과서 공급을 단일화하는 방안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정부 관계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운운하다가 외신기자들 앞에서 참으로 쪽팔리는 꼴을 당한 것이죠.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객관적 역사와 편향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비판과 질타도 쏟아졌습니다. 영국의 외신기자는 한국 정부는 편향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는데 역사에서 완전한 균형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 외신기자는 지금 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정부가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요.


또 다른 외신기자는 어떤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하면서 한국 정부는 왜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의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발언으로 한국 사회에 내포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채널A


정부가 계속 현재 교과서가 편향되어 어쩔 수 없이 국정화하게 됐다는 식으로 앵무새 같은 답변을 반복하자 외신기자들은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어느 교과서에 북한과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이 실렸느냐고 말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박근혜 정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해 외신기자들로부터 빈축만 샀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브리핑 자리에서 증거나 자료 하나 없이 그저 자기 말이 맞으니 자기네 말대로 해야 한다며 어린아이처럼 떼를 쓸 뿐이었습니다.



《아사히 신문》 ― 박근혜야말로 한국 내 대립의 최대 원인


지난 19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국의 교과서, 시대를 되돌리려 하나>라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강행을 날 선 논조로 비판했습니다. 민주화된 지 30년 가까인 된 한국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선진국인데 지금 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죠.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에 반발하는 야당, 학생, 시민단체 등을 소개하며, 한국 사회 대립의 최대 원인이 국정화의 일방적 통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한국 사회 분열의 근원임을 지적했습니다.

 

출처 – 아사히 신문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대다수 전문직과 고위 공무원들이 친일파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인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를 복권하려 하는 일본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습니다. 두 나라가 시도하는 교과서 수정은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부인하는 위협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사히 신문》의 사설은 박근혜 정부가 붙인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명칭에 대해 도대체 누가 올바르다고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견지하라고 매번 우리가 비판하던 일본으로부터 되레 비판을 받게 하는 박근혜 정부가 새삼 부끄럽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직격탄, 박근혜를 아베에 비교하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은 어떤 시선으로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작년부터 국정화 의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뉴욕 타임스》는 1년 전에 직격탄을 날린 바 있습니다. 지난 2014년 1월 13일 《뉴욕 타임스》는 <정치인들과 교과서>라는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들과 관련된 부끄러운 과거사를 감추고자 교과서에 압력을 넣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대다수 전문직과 고위 공무원들이 친일파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인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를 복권하려 하는 일본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습니다. 두 나라가 시도하는 교과서 수정은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부인하는 위협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를 왜곡한다며 비판하는 일본조차 검정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일본의 아베 총리와 보수 세력이 욕망이 있다 한들 검정제를 악용할지언정 감히 교과서 국정화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참 저열한 수준입니다.



UN도 검정제 권고, 박근혜야말로 스스로 만든 '종북'에 딱 맞는 꼴


지난 4월 사회주의 국가이자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 베트남이 역사 과목을 포함한 전체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했습니다. 베트남 교육개발부 장관은 이것이 선진 교육 추세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N 인권이사회의 국정 교과서 폐지 권고를 베트남이 받아들인 겁니다. 이로써 아시아에서 국정교과서를 고수하는 나라는 방글라데시를 빼면 북한과 우리나라가 될 상황입니다. 

 

외신기자의 대정부질문 발언도 그렇거니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누가 '종북'인지 모르겠습니다. 기를 쓰고 북한처럼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심지어 북한이 국정교과서 만들기를 중지하라고 발표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는 상황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박근혜 정부의 개편에서 교육부 차관이 유례없이 빨리 경질되었습니다. 임명 이전 국정교과서를 비판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죠. 유승민 대표도 그렇고 그나마 새누리당 내에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던 사람은 죄다 사라지는 형국입니다. 박근혜 정부에 남은 사람들의 수준을 알 만합니다.

 

최근 《경향신문》의 만평만 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왜곡된 역사관을 교육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의 반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만평의 특성상 매일 다른 주제를 다루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역사 왜곡과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정치권, 학계, 시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야권은 '국정화 반대 1000만 시민 거리서명전'을 시작했으며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한 한국사학계의 원로들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현 국사편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럽히지 말고 이번 사태에 대한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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