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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세 살배기가 20억 아파트의 주인? 금수저 물고 태어난 그들만의 세상

by 생각비행 2015. 10. 5.

만성적자 공공기관, 그들만의 '돈 잔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지난 추석에는 가족, 친지가 모여 짜증과 한숨이 교차하는 경험을 한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삶이 지나치게 팍팍해지고 힘들다 보니 가족에게조차 마음과 달리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뼈아픈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손주들에게 덕담과 용돈을 듬뿍 안겨주고 싶지만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손주들에게 주는 용돈조차 부담으로 느끼게 된 지 오래입니다. 

 

젊은이들은 1년에 몇 번 만나기 어려운 친척들의 괜한 오지랖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례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추석에 취직 안 하느냐 결혼 안 하느냐는 압박 때문에 바다에 투신했다 구조된 청년이 있었죠. 또한 친척끼리 주먹다짐을 하다 칼부림까지 벌인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러고 싶었겠습니까? 앞이 막막한 현실 때문에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출처 - 부산일보


일반적인 시민의 팍팍한 삶과 대조적으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들은 만성적자에도 '돈 잔치'를 벌였습니다. 기관장은 억대연봉을 챙기고,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방만한 경영을 한 것이죠. (《경향신문》 기사를 참고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이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니 참 가관입니다. 기관 대부분이 적자 운영되는 와중에 10곳의 기관장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고 합니다. 킨텍스 대표는 1억 8900만 원, 경기연구원장은 1억 4500만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기관장은 1억 4000만 원을 챙겼습니다. 한편 최근 3년간 임직원 3328명(2014년 기준)에게 총 237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하는군요. 경기연구원은 최근 3년간 직원 75명에게 32억 3210만 원의 성과급을 줘 도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연구원 직원 1인당 평균 4309만 원을 받은 셈이랍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3년간 경기연구원이 총 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도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편 광주시 공기업 및 산하 기관장 상당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능력이나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가 없어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기관장 후보자들이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경영비전과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능력과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만 현행 지방공기업 및 산하 기관 등의 대표직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교체 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자체장의 보은, 정실 인사가 기관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로서는 그야말로 1년 내내 한가위 같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훈훈함은 평범한 시민의 기회와 세금을 편법으로 갈취한 것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더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 살배기 아기가 20억 아파트의 주인?

 

최근 결혼 시장의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죠? 결혼 당사자가 아닌 그 사람 아버지의 지위나 할아버지의 재력을 보는 것으로 말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의 부자들에게도 할아버지의 재력은 핵심입니다. 최근 3년간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바로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세대생략증여가 인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증여된 재산만 2조 4500억 원, 13만 명이 이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최소 2388억 원의 상속/증여세를 아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상속세와 증여세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에 대표성을 띠는 세금인데 말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현행 세법은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세대생략증여를 할 경우 30퍼센트의 가산세를 매깁니다. 원래대로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손자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한다면 세금을 두 번 내야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직접 상속이나 증여를 하면 세금을 한 번만 내는 겁니다. 그런데 현행 세법대로 30퍼센트의 가산세를 붙인다 한들 세금을 더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폭 할인된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 국감 현장에서 드러났습니다.

 

국가가 마땅히 걷어야 할 세금을 못 걷고, 부의 재분배가 요원해지는 맹점입니다. 하지만 부자들로서는 좋은 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손자가 미성년일 경우 증여된 재산을 부모가 관리하기 때문에 부자들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세대생략증여를 통해 30억 이상의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한 사람은 동년기보다 34퍼센트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 MBC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부자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부동산을 미리 증여해놓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이런 방식의 증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 살배기 아이가 서울 강남 중심부에 있는 20억대 아파트의 주인이 되는 참으로 웃지 못할 사례도 발생합니다. 주말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강남대로의 한 빌딩, 매매가만 216억 원에 임대료만 월 7000만 원이 넘게 나오는 건물의 주인이 16살짜리 고등학생이랍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쾌척했기 때문이죠.

 

출처 - MBC


이 역시 세금 때문입니다. 강남의 알토란 같은 땅에 있는 부동산이라면 가격이 내려갈 리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가장 싼 가격일 지금 시점에 증여나 상속을 미리 해둔다면 결과적으로 미래에 낼 세금보다 파격적으로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7년 동안 시세가 2배 이상 오른 건물의 경우 7년 전에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지금 증여하는 것보다 세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아이가 대한민국에 참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3700명의 미성년자가 받은 부동산만 1조 4000억 원 규모입니다. 이러니 학자금 대출과 알르바이트 최저임금에 벌벌 떠는 흙수저들이 '헬조선'과 '죽창' 운운하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겁니다.



손주 교육비로 1억까지 면세 혜택 주자는 새누리당


그런데 놀랍게도 부자들의 손주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작년 하반기에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 알고 계신가요? 교육비가 중산층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에게 교육비 1억 원을 대신 내주면 증여세를 면세해주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가계 소비 여력이 늘어나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출처 - SBS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냐는 반응부터 보이실 겁니다. 교육비를 1억이나 내줄 수 있는 조부모를 가진 가족이 어떻게 중산층이겠습니까? 발의된 법안 내용대로라면 손주가 10명일 경우 한 명당 1억씩 10억까지 완전 면세로 재산을 증여하는 방법이 열리는 겁니다. 애초에 혜택을 볼 사람이 극소수 부자들일 게 뻔한 이런 법안을 중산층을 위한다는 핑계로 발의하다니 과연 제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세상과 사람 사이


지난 24일 펀드가 아닌데도 '펀드'라는 이름을 붙인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꼼수, '청년희망펀드'에 기부를 독려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주자인 김무성 대표는 구체적인 기부 액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농담을 던졌습니다.


"나는 여태까지 내 월급이 얼마인지 한번도 본 일이 없다."


참 어이없는 말입니다. 돈 많은 친일파 아버지 덕에 호의호식하며 살더니 현실감각이 사라졌나 봅니다.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최고위원 경선 주자였던 정몽준 의원이 KBS 1라디오 한나라당 당권주자 생방송 토론에서 라이벌이었던 공성진 의원의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 요즘 카드로 타면 한 번 탈 때 한 70원 하나?" 하고 답변한 망언은 지금까지 정치인의 현실감각이 없음을 조롱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꼽힙니다. 청년 일자리를 고민하는 자리에서 금수저 자랑 같은 농담이나 던지는 사람이 유력한 다음 대통령 후보인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참으로 답답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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