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환자가 속출하고 일각에서 공기 전염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메르스로 인한 10번째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현재 사망 10명, 확진 환자 122명, 격리자 3805명으로 메르스 사태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임신부와 경찰관까지 확진자가 나오고 진료했던 의사가 위독한 상태에 빠지는 등 메르스 사태는 다시 혼란스러운 국면을 향해가고 있는데요. 뉴스에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취소 러시, 붐비기로 유명한 명동과 놀이 공원의 한산한 모습은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같습니다.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인터넷에선 2013년에 개봉됐던 영화 <감기>가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공포의 영향 때문이겠지요. <감기>는 개봉 당시 스토리의 설득력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메르스 확산이란 현실로 말미암아 사회적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감기> 속에서 처음엔 병을 우습게 보던 사람들도 형형색색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고, 환자들이 나온 도시나 거리는 인적이 끊깁니다. 점차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와중에 병의 확산이 통제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릅니다. 요즘 메르스 정국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지 않습니까? 혹자는 <감기>라는 영화에서 표현된 대통령의 판단력이 현재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면 지극히 정상적이라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아닌 지적으로 보건당국과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메르스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며 현 상황이 되기까지 지지율만 생각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 보건당국은 허구인 영화 속 현실을 까마득히 뛰어넘어버렸습니다.

 

출처 – 영화 괴물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황을 악화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인 정부의 무능한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대표적인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 <괴물>입니다. 굉장히 한국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분향소 신은 세월호 참사 이후 현실의 모습으로 재현되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괴물이라는 문제 상황 앞에서 당국은 방역차로 살충제나 뿌려대고 공무원들은 뒷돈을 받으며 이권을 팔았습니다. 개인의 권리와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죠. 그 와중에 언론은 끊임없이 지라시 수준의 기사를 남발합니다. 결국 영화 <괴물>에서는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이 각자도생하며 문제에 대처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 펼쳐집니다.

 

출처 - KBS


지난 9일 메르스 확산 사태 속에 신음하는 대구 시민을 염려해선지 야구장에 방역차가 등장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메르스를 차단하는 조치를 요구해 지역 보건소에서 방역 활동을 한 건데요. 방역은 살충 성분 약품을 경유 혹은 석유와 섞어 가열해 연기 형태로 내뿜는 연막 방식과 살충 성분을 액체 형태로 뿌리는 분무 방식의 방역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은 통상 모기, 벌레 등을 죽이는 데 활용될 뿐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는 데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인 메르스에 효과가 없는 살충제만 뿌리는 쇼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영화 <괴물>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10년이 지난 오늘날 똑같이 재현되어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영화 <감기>보다 한 해 앞서 개봉되어 의외의 흥행을 한 <연가시>도 있습니다.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가 사람에게 옮아 사람을 조종하여 죽게 한다는 설정의 영화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양상이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은 좀비 영화와 흡사한 면이 있습니다. <감기> <괴물>과 마찬가지로 <연가시>에서도 일개 가장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정부는 오늘날의 모습처럼 무능합니다. <연가시> 영화에서 사람들은 연가시 자체보다 혼란을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 때문에 죽어 나갑니다.

 

출처 – 영화 아웃 브레이크


질병으로 인한 재난을 다룬 작품 중 20년 전에 개봉한 <아웃 브레이크>라는 외화가 있습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이 영화는 당시 창궐한 에볼라를 모티브로 한 것이었죠.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 동물이 한국 국적의 선박인 태극호에 실려 있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죠.


출처 – 다음 영화


최근 외화 중에는 <감기>와 같은 해에 개봉한 <컨테이젼>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기네스 펠트로가 기침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전염성 바이러스가 세상에 가져올 재앙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기침은 전 세계 각지로 퍼져 열과 호흡기 질환으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공포에 몰린 사람들은 절도와 방화를 일삼고 막 개발된 백신을 손에 넣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영웅은 등장합니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도 환자를 돌보는 의사, 공포로 뒤덮인 세상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백신을 소년에게 양보하는 노 의사 등등 말이죠. 하지만 <컨테이젼>에서 정부와 관료들은 원인도 모르는데 시민들을 겁줄 필요가 있느냐며 예산 문제를 운운하기 바쁩니다. 언론은 이 공포를 돈벌이에 이용하기 바쁘고요.


출처 – 네이버 뉴스 댓글


요즘 세상에 현실이 허구보다 기이하다지만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능할 수 있는 건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아카데미 무능상이 있다면 작품상부터 주연상까지 모두 휩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 장도리

 

메르스 때문에 외출하기 찜찜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주말은 집에서 앞서 소개한 영화를 하나하나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화 감상이 현실에 대한 예습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가족의달'인 5월, 어린이날 잘 챙기셨나요? 아이들이 있는 곳에 웃음꽃이 만발했길 빕니다. 어린이날 하면 소파 방정환 선생을 떠올리는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어린이'란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한 분이기도 하죠.

 

지금은 어린이날이 5월 5일이지만 원래는 5월 1일이었습니다. 1922년 5월 1일에 제1회 어린이날(소년일) 기념식이 열렸죠. 1923년에는 방정환 선생이 소년운동 활성화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색동회를 창립했습니다. 이후 노동절과 겹쳐 5월 첫째 일요일로 옮겼는데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되었다가 광복 후 5일이 어린이날로 재지정되었습니다. 어린이날이 휴일로 지정된 건 1975년부터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방정환 선생이지만, 그분의 면모를 단순히 어린이에 국한해서 볼 일은 아닙니다. 그는 편집자, 기획자, 시사평론가이자 문화운동가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생각비행은 출판사로서 방정환 선생의 잘 알려지지 않은 출판 문화인으로서의 면모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



어린이는 물론 여성지부터 영화잡지까지, 미다스의 손


방정환 선생을 논하면서 어린이 관련 잡지를 빼놓을 순 없겠죠. 그가 내놓은 잡지 《어린이》는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고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소년운동에 불을 지폈고 나라 잃은 설움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겐 민족적 정체성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에게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었습니다. 

 

한편 방정환 선생은 잡지 《어린이》를 통해 시대를 풍미한 많은 작가를 길러냈습니다. 윤석중, 마해송, 이원수, 최순애, 윤극영, 박목월, 정순철, 서덕출 등 국어책에서 한 번쯤 들어본 분이 즐비합니다. 당시 《어린이》는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통할 정도의 양인 10만 부를 발행했습니다. 그때 서울 인구가 32만 명이었다고 하니 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인기였는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출처 - 동심넷


출판 문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재능을 발휘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3.1 독립운동 당시 독립운동 활동을 알리는 지하신문 《독립신문》을 직접 제작해 몰래 배포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적도 있습니다. 또한 그가 창간을 주도한 《신청년》은 한국 최초의 문예동인지로 알려진 《창조》와 앞뒤를 다투던 잡지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 최초의 영화잡지인 《녹성》을 창간하기도 했고, 최초의 여성잡지인 《신여성》, 그리고 《학생》 같은 잡지의 주필과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글을 기고했습니다.



계급투쟁부터 양성평등까지 아우르다

― 작가, 번역자, 시사평론가, 저널리스트로서의 방정환


소파 방정환 선생은 현진건, 염상섭 등이 소설을 기고한 것으로 유명한 잡지 《개벽》에 계급 투쟁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성격의 우화들을 연재했습니다. 1920년 《개벽》 3호에 번역 동시인 <어린이 노래: 불 켜는 이>를 발표하며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본 유학 기간에는 <안데르센 동화> <그림 동화>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외국 소설을 선별해 번역한 《사랑의 선물》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해당 작품의 우리말 첫 번역임과 동시에 우리말로 씌어진 첫 동화집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방정환 선생은 <왕자와 제비> <잠자는 왕녀>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의 번역자이기도 한 셈입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어린이 문학이 발전한 일본에 비해 누릴 것이 없었던 조선의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집까지 냈으니, 그의 어린이 사랑은 참으로 깊고 넓다 하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한편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뿐 아니라 양성평등을 이야기하며 여성에 대한 기고를 많이 했습니다. 여학교 동창회의 풍경을 그림 <여학생과 결혼하면>이란 글에선 "제발 월급쟁이나 시어미 있는 데는 연애 아니라 아무거래도 가지를 말아요. 사람이 그냥 썩어요 썩어!"라고 쓰거나 "혼자 살면 혼자 살지 누가 그런데로 가!"와 같이 직설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가족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선사람의 가정은 하루종일 직무에 충실하느라고 피곤해 가지고 돌아와서 평안히 쉴 수 있는 재미있는 가정이 아니라 커다란 객주집 여관"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면모를 보면 오늘날 남성들보다 더 진보적인 말을 거침없이 한 시사평론가이기도 한 셈입니다. 하긴 100여 년 전에 이미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역설하신 분이니까요.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방정환 선생은 동요, 동화극, 동화, 번안동화, 논문, 탐사기, 수필 등 800편에 이르는 글을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글을 기고하기 위해 쓴 필명도 한두 개가 아닙니다. 잔물, 잔물결, 물망초, 몽견초, 몽견인, 삼산인, 북극성, 쌍S, 서삼득, 목성, 은파리, CWP, 길동무, 운정, 김파영, 파영, ㅈㅎ생 등이 모두 방정환 선생의 필명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모두 일본의 언론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일제에 의해 활동을 금지당할 때까지 해마다 70회 이상, 통산 1000회 이상의 동화 구연과 순회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어린이 대상 강연회에서 <난파선>이란 이탈리아 동화를 번안해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야기하는 재주가 매우 뛰어나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눈물 바다에 빠졌고, 심지어 감시하러 온 일본 경찰까지 눈물을 훔치느라 바빴다고 합니다. 1967년 《신동아》 기사에 따르면 일본 고등계 경찰관 미와는 방정환을 이렇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방정환이라는 놈, 흉측한 놈이지만 밉지 않은 데가 있어... 그놈이 일본 사람이었더라면 나 같은 경부 나부랭이한테 불려다닐 위인은 아냐. 일본 사회라면 든든히 한 자리 잡을 만한 놈인데... 아깝지 아까워.”



출판 문화계의 큰 별, 방정환 선생

 

이처럼 작가이자 편집자, 기획자, 번역자, 저널리스트, 사회운동가, 독립운동가, 시사평론가 등등 초인적인 활동을 했던 방정환 선생은 안타깝게도 과로와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33세에 요절했습니다. 어린이를 사랑한 위인으로서뿐 아니라 출판 문화인으로서도 큰 족적을 남긴 방정환 선생의 작품과 연보는 한국방정환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소파 작품 연보 : http://www.korsofa.org/sub_2_2-b1.php

소파 발굴 작품(동화, 동요, 시, 수필, 교양 등) : http://www.korsofa.org/sub_3_1.php


앞으로 어린이날이 돌아오면 출판 문화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긴 방정환 선생의 업적도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어린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은 곧 선생이 지키려 했던 우리의 문화일 테니까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제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생각비행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딱 1년 전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맞물린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수많은 후보자가 너나 할 것 없이 '안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로부터 1년,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선거철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생활정치의 변화를 기대하건만, 그 희망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지난 6.4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든 의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고민을 담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생각비행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엮은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입니다.

 

이 책은 2014년에 있었던 6.4 지방선거에 서울시 용산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꼴등으로 낙마한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선거 도전기입니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선거일기를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선거 무경험자가 한데 모여 옥신각신하며 추진했던 선거운동, 조직도 없이 초보 티를 팍팍 내며 오락가락했던 선거운영 등을 솔직하게 풀어낸 체험기는 반면교사로 삼을 요소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삶을 살던 저자의 선거 도전기는 한국 정치판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후보자가 지방선거를 치르는 사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리와 책임을 절감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지점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참여하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대안입니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해야 합니다!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지방선거 도전기


▸분야: 정치·사회  ▸지은이: 서정원  ▸판형: 신국판 변형(140*200)
▸쪽수: 216쪽  ▸가격: 13,500원
▸ISBN: 978-89-94502-33-5 (03300)

 

"참여하는 시민이 대안이다!"

 

 

번갯불에 콩 굽듯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가 되다!

 

선거철이 되면 누군가는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유권자들은 투표하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날이 갈수록 정치가 현실과 유리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민주주의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고, 우리가 던진 표가 기득권의 세를 불리는 형태로 끝나는 경험을 되풀이한 탓에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마저 급증하는 추세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정치에 무관심하고 직업적인 정치꾼을 혐오하던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남편 대신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자 엉겁결에 6.4 지방선거 구의원 후보가 된다. ‘어떻게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는 얕은 생각이 화(?)를 불렀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로 등록을 마친 저자는 남편을 원망했다. ‘내가 왜 저 사람과 결혼해서 이 고생을 하는 것인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선거 후보로 ‘출마’해서 당사자로서 선거운동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멀찌감치 서서 고고한 척하며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들을 야망의 노예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었을지 모를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statesman)가 아닌 정치꾼(politician)에 대한 혐오는 비단 저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목적 없이 방향을 잃고 달려가는 기차처럼 권력을 향하는 정치 풍토에 대한 불만과 그로 인한 무관심은 대한민국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철이 돌아오면 철새 정치인들이 표를 구걸하듯이, 유권자 역시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마치 인기스타 뽑듯이 툭 던지고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과연 이런 방식의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낙선으로 끝난 선거, 과연 무엇을 남겼나?

 

6.4 지방선거의 낙선 경험을 통해 저자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후보자로서 발로 뛴 선거 경험은 자신이 사는 동네와 지역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구의원 후보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보지 못했을 풍경, 가지 않았을 장소, 경험하지 못했을 처지를 몸소 겪었다.

 
물론 시작은 누군가의 한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쪽방촌에도 가고, 술 취한 사람에게 머리 숙여 인사도 했다. 부끄러운 것도 없이 길에서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서서히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을 귀가 열린 것이다.


선거판에서 만난 유권자의 태도는 무척 다양했다. 유권자 중에는 기호 1번이 아니어서 찍지 않겠다거나, 돈을 쓰지 않으면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교회 청년은 정치 혐오증을 강하게 드러냈고, 다른 누군가는 구의원 후보로 나왔으니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여성 유권자들이 오히려 여성 후보로 나온 이를 냉대하는 태도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의 필요를 절감했고, 각자의 관심사와 추구하는 지향점을 통해 마을과 지역의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 무경험자가 뛰어들기엔 현실 정치의 벽이 너무 높았다.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도 문제이거니와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후보자를 검증하기 어려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저자는 낙선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정치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우리 사회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자고 말한다. 우리의 관심만이 우리 마을,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은 권리와 책임이 있는 주체다.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떳떳하게 누리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가꿀 책임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고 하는 패배감을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하기 바란다고.

 

저자는 비록 낙선했지만 변화를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고자 도전하는 시민들의 당선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우리에게 옹골찬 도전기를 남겼다.

 

지은이  서정원


대전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자랐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중 태극권 동아리에서 ‘심오한 채식주의자’ 남편을 만나 결혼해 티라노킹 로봇이 되고 싶어 하는 5살 큰 아들과 먼지떨이를 좋아하는 2살 작은 아들과 함께 용산구 효창동에 살고 있습니다.

 

두 아들이 마을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4년 6.4 지방선거에 용산구의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꼴등으로 낙선했습니다. 선거 출마는 남편에게 등 떠밀려 엉겁결에 이뤄진 일이었지만, 민주사회의 관찰자에서 권리와 책임을 통감하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2012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엄마학생들의 모임인 서울대부모학생조합 맘인스누Mom in SNU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공동체, 조직화, 시민사회, 여성운동, 풀뿌리 운동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차례

 

프롤로그 | 유모차 밀고 지방선거를 경험하다

 

1 삐뚤빼뚤 선거일기

번갯불에 콩 굽듯 하루 만에 후보 등록하기 | 우리 집 거실은 선거사무소 | 선거 실무를 위한 속성 과외를 받다 | 막막한 공약 세우기 | 못 말리는 남편의 선거 공약 바꿔치기 |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하다 | 땡볕에 유모차 몰고 시작한 선거운동 | 엄마가 오셔서 한시름 놓다 | 나를 울컥하게 만든 때 묻은 손 |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부부의 메뚜기 유세 | 용산장애인연대와 공약이행협약을 맺다 | 동네 어르신들의 호출 | 기특하고 고마운 후배 | 선거에서 이기고 싶어지다 | 쪽방촌 주민의 기본권과 음모론 | 교육감 후보들 덕분에 좋은 엄마를 꿈꾸다 | 장서 갈등에 끼인 자의 고단함 | 체력 방전, 기댈 곳이 필요하다 | 분노 속에 마친 선거운동 | 내가 나를 찍다니! | 낙선 결과 받아들이기 | 낙선사례로 선거 후유증 털기

 

2 옥신각신 선거운동

선거구 유권자를 다각도로 분석하라 | 공약은 유권자의 생애 주기별 필요에 맞춰 세우라 | 부디 내 홍보물을 반면교사 삼으시길! | 이거 하나는 잘한 듯~ SNS와 블로그를 이용한 온라인 홍보 | 동선은 최소화, 체력 안배는 필수! | 돈 주고는 얻지 못했을 빛나는 내 선거운동원들

 

3 오락가락 선거운영

탄탄한 조직 없이는 선거 못 이긴다 | 부족한 선거 비용은 후원 펀드로

 

4 들쭉날쭉 선거제도

피선거권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 |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 후보자 검증 못 하는 현행 선거제도 | 무소속 후보 추천장 검증도 허술 | 재개표 하고 싶으면 800만 원 내야 한다고?

 

5 티격태격 유권자들

앞집 택시 기사 할아버지에게 외면당하다 | 빨간당 입당 권유한 “무조건 1번” 할아버지 | 돈 안 쓰면 떨어진다고 낙선 예언한 할아버지 | 청파동 ‘교회 청년’의 정치 혐오 | 후암동 술 취한 아저씨는 정말 투표했을까 | 효창동 근육질 아저씨와 운동권 생각 | 청파동 스쿠터 사내가 준 교훈 | 여성 후보에 냉담한 여성 유권자들

 

에필로그 | 우리 사회를 바꿀 후보자의 당선을 기원하며


 

살짝 기분을 들뜨게 했던 즐거운 만우절이 지났습니다. 가뭄을 해갈할 반가운 봄비로 공기도 한껏 맑아진 4월 첫 주말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더불어 영화를 보며 문화생활을 만끽하고 싶은 때입니다. 하지만 움직이기만 하면 돈이 드니 부담스러워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생각비행이 데이트하기 좋고 가족끼리 가더라도 만족할 만한 무료 영화 프로그램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출처 - 뉴스1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기 어려웠던 영화 한번에 보기



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에서 손꼽히는 영화 보관소인 한국영상자료원을 소개합니다. 작품성 높은 고전 영화부터 좋지만 작은 영화라 상영관에 퐁당퐁당 걸려 볼 기회를 놓쳤던 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알만한 영화인 <인사이드 르윈>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내일을 위한 시간>  <미스터 터너> <맵 투 더 스타> 등 얼마 전까지 돈을 내고 극장에서 봐야 했던 영화들을 무료로 잘 갖춰진 상영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시민들이 자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거의 매일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인 만큼 티켓 부스에 가셔서 그냥 표를 달라고 하시기만 하면 된답니다.

 

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상영일정 보러 가기

http://koreafilm.or.kr/cinema/screen_calendar.asp


생각비행은 출판사로서 토요일 상영작인 <행복한 사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이 등장해 대세가 되어가던 때부터 전자책이 대세로 떠오르는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종이책, 그중에서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 같은 종이 사전을 만드는 출판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출처 - 마블 스튜디오


한국영상자료원은 곧 개봉할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예고편에 등장한 상암MBC 동상 바로 앞에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봄날의 짧은 영화 여행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작년에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에 가까운 영화들의 기획전 MMCA필름앤비디오를 열었습니다.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1~2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하는데요. 2014년 세계 거의 모든 영화 관련 잡지에서 TOP 10으로 꼽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언어와의 작별>이 3D로 상영됩니다. 또한 흑인 히스클리프라는 파격을 내세운 <폭풍의 언덕>,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 장률 감독의 <경주>,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정> 등 좋은 영화가 즐비합니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영화를 본 다음 미술 전시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4000원의 관람료가 들긴 하지만 요즘 극장 주말 티켓 값이 1만 원이 넘는 걸 감안한다면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검증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셈이죠.

 


 

 

다음 영화, 귀차니스트를 위한 맞춤 무료 영화


 

출처 – 다음 영화


영화는 보고 싶은데 밖에 나가기는 너무 싫은 귀차니스트를 위한 무료 영화도 추천해드릴게요. 토렌트로 불법적으로 받는 영화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상영 중인 인터넷 무료 영화가 있습니다. 다음 영화에서는 현재 26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인터넷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귀찮게 내려받을 필요도 없이 인터넷 다음팟에서 바로 재생됩니다. 귀차니스트들에게 딱 맞는 차림새라 할 만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다음 영화 스페셜 무료영화 보러가기

http://tvpot.daum.net/mypot/View.do?ownerid=AxiNH2D5WKU0&page=1


다음 영화에도 <행복한 사전>이 있네요.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불리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워즈>, 아카데미의 인정을 받은 <허트 로커>, 먹방 애호가를 위한 <남극의 쉐프> <해피 해피 브레드> <식객:김치전쟁> 등 가벼운 영화부터 심각한 영화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군요.

 

이번 주말 축 처져 있기보다 가벼운 무료 영화 감상으로 활력을 충전해보세요. 4월 한 달 내내 좋은 기분으로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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