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여름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사정상 올해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하셨던 분들이나 외출이 어려운 분들, 마지막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분들을 위해 유익한 정보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는 영화제의 계절이지요. 깊어가는 가을에 추수하듯 명작들을 거둬내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부터 한여름 장마 속에서도 마니아층의 발길을 끄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좋은 영화제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EBS에서 주최하는 EIDF는 조금 특이한 영화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주제로 한 영화제라 그렇기도 하지만 영화제 기간 내내 따끈따끈한 상영작을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도 편하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EBS국제다큐영화제 누리집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는 2004년 '변혁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시작되어 올해 11회를 맞이한 중견 영화제입니다. 그간 세상과 진실 그리고 희망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왔습니다. 올해는 이스라엘 특별전을 마련했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사건 등으로 다수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보이콧을 선언해 개막 직전 이스라엘 특별전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EIDF에는 흥미로운 작품이 많습니다. 올해는 '다큐, 희망을 말하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Hope Lies Within US', 즉 희망과 공존이라는 다큐멘터리의 근본정신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새기자는 의미의 주제 아래 EIDF 2014가 진행 중입니다.





EIDF가 여느 영화제와 다른 점은 영화제임에도 EBS를 통해 상영 작품을 TV와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화제 기간 내내 EBS 채널로 하루 평균 9시간 방송되고 방송이 끝난 후 일주일 동안 인터넷으로 다시보기를 지원합니다. 그러니 표를 사려고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시간 맞춰 TV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히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EBS국제다큐영화제 누리집


올해는 총 82개국에서 781편이 출품되었고, 그중 23개국 50편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총 38편을 TV로 방영 후 인터넷 다시보기를 지원한다고 하는군요. 회원 가입이나 프로그램 설치를 할 필요도 없이 TV 방영이 끝났다면 다시보기 페이지에서 본편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바로 고화질로 볼 수 있습니다(TV 방영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으면 본편 다시보기를 해도 예고편만 나옵니다).



EIDF 홈페이지 : http://www.eidf.org


EIDF 극장 예매 시간표 : http://www.eidf.org/kr/schedule/screeningSc01


EIDF TV방송 편성표 : http://www.eidf.org/kr/schedule/tvSchedule


EIDF 2014 상영작 다시보기 : http://www.eidf.org/kr/archive/movieList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EIDF는 오늘까지(8월 31일) 열립니다. 영화관 관람을 원하신다면 위 극장 예매 시간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BS스페이스, 상명대학교, 서울역사박물관, 인디스페이스, KU시네마테크, 롯데시네마 누리꿈(상암)에서 의미 있는 다큐영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생각비행이 다큐멘터리 몇 편을 추천해드립니다.


 



CERN: 세상을 바꾼 60년(다시보기)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뉴스를 통해 그 이름은 들어봤을 겁니다. 신의 입자로 널리 알려진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힉스 입자를 예견했던 피터 힉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죠. 신의 입자를 발견해 현대 우주론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곳이 바로 CERN입니다. 이 연구에 사용된 도구는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였습니다. 다큐멘터리는 CERN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이 일의 의미와 보람에 대해 생생한 의견을 들려줍니다. 신의 입자를 밝혀낸 LHC의 전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입니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다시보기)


제86회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아 이미 유명세에 오른 음악 다큐멘터리입니다.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진짜 스타 가수들 못지않은 백업 가수들을 조망한 다큐멘터리로 그들의 삶과 인생역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비록 조연으로 밀려났지만 롤링 스톤즈,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앨튼 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 최고의 가수들이 즐비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팝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누가 애런 슈워츠를 죽였는가?(다시보기)


블로그나 SNS를 자주 쓰는 분들이라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CCL)' 'RSS' '레딧' 등의 용어가 익숙하실 텐데요, 이 모두를 만드는데 공통적으로 이름을 올린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26살의 천재 해커 애런 슈워츠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2013년 1월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지요. 미국 정부의 정보통신 제도에 반기를 들고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 옹호에 힘썼던 그의 일대기를 그린 이 다큐멘터리는 현대 정보통신 이면에 숨겨진 통제와 권위의 구조를 파헤칩니다. 그리고 기존 체제에 저항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애런 슈워츠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꼼꼼히 되새기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간첩 조작, 민간인 사찰 등에서 드러났듯이,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일상적인 현시점에 함께 보시면 좋을 다큐멘터리로 생각해 추천합니다.



영화 <명량>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역동적이었던 전투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왜선 330척을 물리친 영웅담입니다. 전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인데요, 영화 <명량>도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68만 2772명을 기록하더니 개봉 이틀 만에 최단 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개봉 5일차에는 역대 최고 1일 스코어인 125만 3633명을 기록하며 최단 기간 400만을 돌파했고, 6일 차에는 500만, 개봉 8일 차에는 최단 기간 관객 7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물리치고 전인미답의 경지인 15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도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명량>을 관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량>은 영화적인 면과 진짜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의 면에서 논란이 있는데요. 생각비행은 이 시국에 영화 <명량>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순신 장군이 남긴 진짜 교훈을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2척 대 330척의 해전에서 진짜 본받아야 할 점


이순신 장군은 세종대왕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인 중의 위인이며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흔히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넬슨은 국가의 지원을 넉넉히 받으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사생활에 추문이 많았습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의 시작 부분에서 드러나다시피 국가의 지원은커녕 임금과 권력자들로부터 고문과 모함을 받아 백의종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한결같이 백성을 위하고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여 청렴한 사생활로 인격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비교할 데 없는 인류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명량대첩은 가히 백미라고 할 텐데요.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한 사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원균은 칠천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친히 키운 당대 최강의 조선 해군을 모조리 말아먹었습니다. 그렇기에 복귀한 이순신에게는 칠천량에서 퇴각해온 12척 외에는 싸울 배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망쳐온 배와 군졸들만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왜선을 물리쳤다니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용맹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이런 이순신의 위용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어 쓰이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오늘날 위정자들은 한국 사람으로서 이순신 장군을 본받으려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감내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활용하곤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해 위에서 하는 말에 일절 불평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이런 억지는 역사가 꽤 깊어 영조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순신은 간과(干戈)가 극렬한 가운데에서도 능히 전선을 만들었었는데 옹진이 아무리 피폐되었다고 해도 돈 4백 냥을 마련하지 못하여 이런 청을 한단 말인가? 수신은 추고하고 스스로 마련하여 배를 만들게 하라.

_영조실록(1744년 2월 20일)


이는 당시 황해 수사 박문수가 경비정을 만들 예산이 부족하다고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영조가 내린 답변이라고 합니다. 이순신은 달랑 12척으로 330척을 이겼는데 겨우 돈 400냥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입니다. 그 유명한 암행어사 박문수조차 이순신과 비교되며 무시당했던 거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비교일까요?


생각비행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진짜로 본받아야 할 점은 대장선의 희생자가 단 2명뿐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영화 <명량>에서 보이다시피 실제 역사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은 홀로 1~2시간을 왜선들과 싸웁니다. 그런데 《난중일기》의 기록에 보면 난전을 치르고도 대장선의 사망자가 단 2명이었고 부상자도 고작 3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2척으로 330척을 패퇴시킨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희생자 수가 극히 적다는 사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입니다. 조선 수군의 12척은 모두 무사했지만 왜선은 침몰한 배의 수만 31척입니다. 이 수치는 최소한 그렇다는 이야기니 실제로는 전과가 더욱 컸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열세를 뒤집는 위대한 승리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순신 장군의 해전의 위대한 점 중 하나는 아군의 희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산대첩 직후 벌어진 안골포 해전에서는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죽지 않았지만 왜군은 42척이 침몰하고 396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마지막 노량해전에서조차 조선수군은 전사자가 10명에 그친 데 반해 왜군은 200여 척이 침몰하고 사상자가 2~3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러니 당시 왜군이 이순신이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만합니다.



출처 - EnCyber.com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훈련과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왜군에 비해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조선 해군의 주력인 판옥선은 왜선보다 크고 단단했으며, 이순신 장군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서 만든 화포는 근대적인 함대 포격전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하죠. 여기에 훈련으로 갖춰진 빠른 기동력과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합쳐지니 일기당천이라고 할 만합니다. 영화 <명량>에서는 대장선의 백병전이 나와 희생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포격전 위주로 전투하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에 왜선이 달라붙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의 백병전은 어디까지나 극적인 긴장감을 위한 상상이지요.


이순신 장군이 항상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 결과 수군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교훈은 책임 있는 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병사를 사지로 내몰지 않고,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되 부하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요?



신상필벌의 이순신 리더십, 하지만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또 하나의 리더십은 엄정한 군율에 기반을 둔 신상필벌이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도 잘 묘사되었듯이 군율을 어지럽히면 반드시 벌을 주었고, 그 죄가 중하면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물론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으로 치하했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순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그렇기에 백성과 군졸은 이순신 장군을 신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훈련으로 축적한 경험 덕분에 혹독한 전투 상황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겠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명량>을 보면 명량대첩이 승리로 끝난 후 노꾼들끼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알까?” “모르면 호로새끼들이지!” 하고 주고받는 대사가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이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사회 전반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상필벌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지도층이 서로 봐주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서울시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로비장부'에 이름이 오른 정모 검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용돈'이라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와 관련해 인정할만한 부분이 없다. 장부 말미에 용돈, 세배돈, 순수 용돈이라고 기재돼 있다"면서 "300만원은 추석용돈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檢 "검사 금품수수 인정되지만 용돈이다" (아시아경제)


사회 정의를 위해 공평무사해야 할 검찰이, 이미 로비 장부에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검사가 받은 돈을 뇌물이 아닌 용돈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검사를 처벌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신상필벌은커녕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오늘날 지도층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나라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8월 8일 현재 세월호 유가족은 2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실제 역사는 아니지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충(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고요. 오늘날 지도층은 영화 <명량>을 아전인수 하지 말고 이순신 장군이 역사에 남긴 진짜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미개하다"와 "미안하다"

 

"미개하다"와 "미안하다", 지난 6.4 지방 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단어입니다. 당시 서울 시장 후보였던 정몽준의 막내아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을 향해 미개하다는 망언을 하여 아버지의 낙선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아들의 발언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당황하며 즉각 사과했지만 이미 민심은 떠나버린 후였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고승덕 후보 역시 페이스북을 통한 딸의 폭로로 여론조사 1위에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곤경에 처했습니다. 사태가 다급하게 돌아가자 선거 유세 마지막 날 고 후보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버린 딸을 향해 미안하다고 소리쳤습니다. 이 장면은 아직도 인터넷과 개그 소재로 패러디되고 있습니다.

출처 – YTN/뉴스1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아들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진심을 담은 글 덕분에 후보로서 공약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극적으로 당선의 기쁨까지 누리게 되었죠. 물론 선거 이후 나온 통계 자료에 의하면 사전투표 결과에서 조 후보가 1위를 차지하긴 했습니다만, 조 후보의 아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든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선거판을 뒤흔드는 후보자 자녀들의 선거 지원

 

이 밖에도 강원도지사 후보였던 최문순의 딸들이 선거운동에 발벗고 나서기도 하는 등, 지난 지방선거는 유난히 후보자 자녀들의 행동이 두드러졌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올해 선거에서 각 후보의 가족 및 자녀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흔드는 주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과거에는 후보자의 가족이 명함을 돌리는 정도로 소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후보자의 자녀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후보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은 7월 30일에 있을 재보궐 선거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동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해 자진 사퇴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아들 기대명 군이 한동안 화제였습니다. 인기 배우를 닮은 매력적인 외모와 훤칠한 키로 아버지의 유세장에 등장해 유권자의 표심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무더위에 아랑곳없이 선거운동을 펼쳤던 기대명 군은 '효도유세'라는 유행어를 남겼습니다.

 

출처 - 트위터


이번 7.30 재보궐 선거의 가족 지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이는 경기도 수원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의 딸입니다. 박광온 후보는 여론조사상 같은 지역구 후보로 나온 정의당 천호선 후보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6일 박 후보의 딸이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 )>라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큰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일명 랜선효녀라고 알려진 이 트위터 계정의 특이한 점은 박광온 후보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시점에서 사실상 실명 후원과 다름이 없는데도 그 운영이 익명의 트잉여(트위터만 하는 잉여)가 하는 것과 다름없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가감 없이 툭툭 던지는 일상어 말투, 후보로 나선 아버지를 지원하는 건지 '디스'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절묘한 문장 구사 등으로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선거 지원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새로움에 큰 흥미를 느끼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트위터


슈퍼불효녀를 자칭하면서도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를 홍보하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효도로 시작한 랜선효녀의 트위터 활동은 적어도 그녀가 원했던 아버지의 인지도 상승이란 측면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듯합니다. 후보자 자녀의 선거 지원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후보자 자녀의 선거 지원 행위는 위험 부담도 굉장합니다. 선거를 위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어휘 선택과 사적인 감정 표현으로 자칫하면 지원은커녕 후보자를 매장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의 사례만 봐도(이 경우는 아버지를 지원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는 없는 사례이긴 합니다) 알 수 있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화제가 된 박광온 후보의 딸 계정도 처음에는 박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딸을 사칭한 비방용 계정이 아닌가 오인하여 차단했다가 나중에 해제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가족은 후보자와 동일시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자녀의 선거 지원은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 트위터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랜선효녀의 계정처럼 운영되는 방식은 잃을 것이 없는 후보가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한 일종의 모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누린 주목도가 실제 득표율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랜선효녀는 애초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의 목적을 아버지에 대한 인지도 상승으로 명확히 설정했고, 한국에서 트위터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인 2008년부터 트위터를 사용해온 공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는 별다른 역풍을 받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트위터에 대한 이해 없이 어설프게 '드립'을 치며 장난식으로 운영했다면 벌써 묻혔거나 건방지다는 역풍을 맞았을지 모릅니다. 이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후보자의 자녀가 선거 지원을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여겨 사람들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며 반응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계정 운용을 누군가 다시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주목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초라는 프리미엄에 명확한 목표 설정 그리고 홍보 대상에 맞춘 운영 능력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7.30 재보궐선거의 향방은?


이렇게 위험 부담이 있음에도 올해 선거 판세를 뒤흔든 일들은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일어났습니다. 선거만이 아니라 개인, 단체, 기업의 활동에 있어서 브랜딩과 마케팅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포털 게시판,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한 차례씩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번 7.30 재보궐 선거는 또 어떤 후문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월 25일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따른 사전투표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선거인 288만 455명 중 22만 9986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7.98퍼센트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역대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 중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서울 동작을 지역구는 13.22퍼센트의 투표율을 기록했군요. 재보궐선거에 어떤 후보자들이 나왔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각비행은 한 표 차이가 가른 역사 (꼭 투표하세요!)라는 기사에서 우리가 행사하는 한 표가 때론 국가와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크나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정부, 정치인의 약속만으로는 앞으로 벌어질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이 없는 한, 그리고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흘린 눈물은 의미 없이 증발하고 말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하는 일은 자본주의적 욕망에 생을 저당 잡히고 점점 괴물을 닮아가는 우리네 모습에서 벗어나 삶의 근본적인 조건을 변혁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보궐선거 유권자분들은 소중한 권리를 꼭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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