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 관객을 넘어선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뉴스타파》의 앵커이자 과거 MBC 〈PD수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승호 PD가 감독했죠. 이명박의 언론장악으로 인해 KBS, MBC, YTN 등의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지기 시작했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감독인 최승호 본인이 그 과정의 피해자이기에 더 뜻깊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MBC와 KBS 등은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져 내려온 언론장악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동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감독의 전작인 〈자백〉도 그 시절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국가폭력의 행태를 고발하며 국정농단의 한 축인 김기춘을 인터뷰해 압박하기도 했었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부대 대선개입 등을 포함해 박근혜 정권 창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정권의 패악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시곗바늘이 되돌아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출처 - 이데일리


지난달 이명박과 박근혜가 몸담았던 자유한국당의 강효상 의원이 밝혔다시피 이명박 정부가 종합편성채널, 이른바 종편을 만든 이유는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지상파를 두고서는 국정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상파를 길들일 때까지 자신들의 입맛대로 쓰다 버릴 말로 종편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이는 방송과 언론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TV조선 보도본부장을 지낸 강 의원은 이것이 팩트라며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홍준표가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MBC의 좌편향을 견제하기 위해 종편을 만들었다고 고백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깁니다. 그렇게 탄생한 종편 가운데 JTBC와 TV조선이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파헤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개입을 넘어 이제 이명박의 턱밑까지 조준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출처 - JTBC


삼성 이재용 재판에서도 주요하게 쓰였고 박근혜의 명줄을 끊을 증거를 대거 포함하고 있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도 이명박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국가안보실 캐비닛에서 나온 문건 중에는 이명박이 허가해서 큰 논란이 일었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에 관련된 문건들도 있기 때문이죠. 롯데그룹의 총괄회장인 신격호의 숙원사업이었지만 공군의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로 십여 년간 정부 허가가 나지 않았던 제2롯데월드타워는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어이없게도 공군이 활주로 각도를 트는 조건으로 신축 허가가 나게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개 민간 기업의 초고층 빌딩 신축을 위해 국가의 군 시설을 멋대로 바꾸게 한 대통령의 지시는 필연적으로 정경유착 의혹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번에 발견된 캐비닛 문건에 제2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과정에 불법적인 지시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이어 이명박의 정경유착 역시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생긴 것이죠.


출처 - 뉴시스


지난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국가 기관으로 정보 활동을 해야 할 국정원을 사유화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정권 창출을 위해 불법적인 외주 용역까지 남발한 장본인에게 어울리는 결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대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아가며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댓글 작업에 직접 관여했을 정도라면 이명박과 박근혜가 이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죠. 이제 법의 칼끝이 이명박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1년 언론계의 최대 화두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출범이었습니다. 온갖 특혜 속에서 출범한 종편이 저널리즘의 위기와 방송의 공공성 악화를 가져온다고 우려한 언론노조와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경남도민일보》 등은 1면 하단에 백지 광고를 내며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저희도 종편 개국을 반대하는 뜻으로 종편 개국이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리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종편 개국)

여야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미디어렙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양측이 이견을 보여 자꾸 처리가 미뤄졌습니다. 그러다 2012년 1월 5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미디어렙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해당 상임위의 여야 합의안이 아닌, 수정안이 올라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 끝에 통과되지 못하고 정회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끄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경선이 끝나는 15일 민주당 지도부로 강경파가 많이 들어오면 현재 잠정 합의된 미디어렙법이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미디어렙 처리에 미온적이었던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두고도 종편 편들기를 하면서 법안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2년 들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미디어렙법. 오늘 생각비행은 미디어렙이 과연 무엇이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최근 문방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의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려 합니다.

미디어렙, 그것이 알고 싶다

한국방송광고공사

'미디어렙'은 매체를 뜻하는 미디어(Media)와 대표자를 뜻하는 레프리젠터티브(Representative)를 합성한 용어로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해주고 판매대행 수수료를 받는 회사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우리말로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라고도 하죠. 이런 대행체제는 방송사가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자본가인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사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일부 막아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디어렙은 취급하는 매체의 종류, 방송국과의 관계, 운영주체와 설립자본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취급하는 매체의 종류에 따라서 같은 종류의 매체만 취급하는 방식과 다른 매체를 함께 취급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둘째, 특정 방송국의 광고만을 취급하는 자회사 방식, 방송국의 자회사이지만 타 매체 광고도 판매하는 방식, 방송국과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셋째, 설립자본과 운영주체에 따라 공영매체기업의 자회사 방식으로 운영하는 공영 미디어렙, 민영방송사 자체에서 운영하거나 매체기업과는 관계없이 운영하는 민영 미디어렙,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국영 미디어렙 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미디어렙은 어떤 방식에 해당할까요? 1981년 1월 20일 한국방송광고공사(Korea Broadcast Advertising Corporation, KOBACO)라는 미디어렙이 설립되었습니다. 국가가 방송광고를 독점하여 공급하는 형태의 미디어렙 방식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받은 광고를 방송으로 내보내고 그에 맞는 수수료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공영 미디어렙을 통해 진행되었던 한국의 미디어 광고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차 변화합니다. 

방송광고시장을 노리는 하이에나 종편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광고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방송광고제도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1999년 말에 통과된 통합방송법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대행제도를 폐지하고 새 미디어렙을 설치하며, 방송광고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방송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 분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방송의 직접 광고영업과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의 출자를 금지했습니다. 이때 민영 미디어렙 신설이 논의되었으나 신문사와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대하여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방송광고시장은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합니다. 2008년 1월 27일,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방송법 73조(방송광고 등) 5항(지상파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을 근거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판매대행 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2009년까지 새로운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3년 넘게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출처: 뉴시스

2009년에 이르러 이명박 정부는 방송법, 신문법-미디어법을 개정하고 통과시켜 신문·방송의 겸업을 허가했습니다. 미디어렙 법안의 공백 상태를 틈타 언론의 하이에나와 같은 종편들이 2011년 10월 직접 영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에 SBS 등 지상파도 가세할 채비를 하면서 방송광고시장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2011년 12월 1일, 개정된 미디어법에 따라 종편이 출범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에 온갖 특혜를 선물한 결과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종편의 직접광고 허가는 기존 미디어에 큰 피해를 안기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출처 : 한겨례

실제로 2011년 말부터 신문과 중소방송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지역방송 등 각종 매체의 광고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여론 다양성을 떠받치는 큰 기둥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은 5일 밤 문방위에서 종편에 특혜를 주는 미디어렙법을 야당의 반대 속에 단독으로 처리했습니다.

문방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문방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 같은 논란을 야기하는 것일까요?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종편 채널의 직접광고를 3년간 유예했습니다. 종편채널인 조선, 중앙, 동아, MBN이 방송광고를 미디어렙에 위탁해 판매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승인 시점부터 3년간 적용받지 않게 된 것이죠. 둘째, 1공영 다민영 체제가 통과되었습니다. 공영방송-KBS, EBS, MBC-의 광고영업을 맡는 1개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공사와 나머지 방송사를 관장하는 여러 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1개 미디어렙에 출자할 방송사의 수를 명시하지 않아 방송사가 자사 미디어렙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직접 광고판매와 다를 바 없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이렇게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발간한 《미디어렙법안 통과와 방송광고판매제도의 변화》보고서에서 "방송광고의 산업적 지향과 시청률 중심의 방송 상업화로 인해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특히 방송사 내부에 자회사 형태로 미디어렙을 두는 경우 방송편성의 독립이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이죠.

보고서는 입법조사처가 그런 의견을 낸 까닭을 "방송의 상업화, 취약매체의 경영악화 등 발생가능한 방송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개별방송사가 방송광고 판매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1공영, 1민영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다"며 "방송의 공공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소유제한, 광고판매대행자의 금지행위 등 몇몇 조항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광고와 함께 미디어렙의 소유가 방송 환경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가를 지적한 것이죠. 

미국은 상업방송을 표방하기 때문에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지 않고 방송사가 직접 영업으로 판매합니다. 그 결과 미국의 방송 환경은 뉴스를 비롯한 교양·시사 프로그램이나, 예능·오락 프로그램 모두 폭력성과 선정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뉴스는 전쟁을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방송하고, 잔인한 사고현장의 모습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송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죠. 

입장 차이로 표류하는 미디어렙 법안

출처: 오마이뉴스

이렇듯 구멍 투성이인 미디어렙 법안이지만, 언론노조는 미디어렙 법안의 통과를 원하고 있습니다. 직접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종편의 전횡으로 광고단가의 상승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수주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신문사들을 비롯한 중소 방송사들의 광고수익 적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앞서 소개했듯 SBS는 미디어렙 법의 지연을 틈타 독자 영업에 나섰는데요, 이 때문에 기존에 SBS와 결합판매를 해왔던 종교방송과 지역민영방송들의 광고수주가 급감했다고 합니다. 

혼탁해지는 상황 속에서 CBS, 불교방송, 평화방송, 원음방송으로 구성된 종교방송협의회는 9일 성명서를 냈습니다. 그들은 “불교방송을 비롯한 종교방송과 일부 지역 민방들은 방송광고를 대행할 미디어렙이 지정되지 않아 광고수입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이들 방송의 경영은 파탄 지경에 이르러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며 절박한 상황을 토로했습니다. 이어서 한나라당이 하루 빨리 미디어렙 법안을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통과시키라며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중소 방송국의 강력한 주장에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안의 본회의 통과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나라당은 문방위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통과시킬 때 ‘KBS 공영성 강화 소위원회’ 구성안을 기습 상정해 통과시켰습니다. 그러고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미디어렙 법안과 함께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로 연기해서라도 두 법안을 함께 통과시키겠다고 버티고 있지요.

미디어렙 법안,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방송광고의 산업적 지향과 시청률 중심의 방송 상업화로 인해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종편의 출범으로 미디어의 생태계는 한층 더 혼탁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를 바로잡아야 할 미디렙 법안 조차 표류하고 있으니 미궁으로 빠지는 형국입니다.

문방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의견도 상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협상안이 후퇴한 것이라고 해도 지금 법률에 명시를 해둬야 미디어 생태계의 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며 부족한 미디어렙 법안이지만 통과를 시켜놓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다른 의견을 보입니다. “종교·지역방송의 어려움도 잘 알지만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참고 있으라는 압박을 해야 한다”며 언론노조의 입장을 반박합니다.

미디어렙 법안이 표류하고 있는 와중에 공중파 방송 3사는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상황입니다. SBS와 MBC는 자사 미디어렙을 만들어 광고판매를 시작하려 하고, KBS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합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입법기관이 공공성 보장이라는 미디어렙법의 큰 그림 위에서 정책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방송 3사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며 현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또한 정치권을 향해 "지상파, 종편 등의 이해에 휘둘리지 말고, 방송산업 발전과 방송의 공적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1월 6일 《경향신문》의 사설이 잘 정리했습니다.

...어쩌다가 조·중·동 종편과 SBS 특혜가 요체인 미디어렙법안 통과가 목전에 오게 됐을까.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다. 민주당은 이런 한나라당을 견제하기는커녕 계속 끌려다녔다. 민주당은 이 정권이 미디어 산업 재편이란 이름으로 저지르고 있는 여론 다양성 및 미디어 생태계 파괴 행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나 한 것인가. 이런 안이한 상황인식과 전략 부재를 노출하면서 수권정당 운운하는 게 가당한 일인가. 김진표 원내총무가 “올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는데 지금도 잘 못 싸우면서 그런 가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언론노조의 상황논리도 문제다. 지상파 3사가 미디어렙법 입법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언론생태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로서 문제가 많은 법이나마 우선 제정하라고 촉구하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거대악을 막기 위해 작은 악은 허용하고 보자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한나라당이 전보다 더 후퇴한 법안을 내놓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힐수록 해결책은 본질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보인다. 이는 편성·제작과 광고 분리라는 대원칙에 따라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다시 하는 것이다. 모든 사단의 시작은 종편이다. 그 문제를 총연출한 한나라당에 책임을 추궁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타협과 양보로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오늘 전체회의를 열어 미디어렙법 등을 심사하려고 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정회한 채 추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의원들이 더 올 때까지 정회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오늘 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 불참에는 다소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디어렙이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하루 빨리 올바른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어 무주공산으로 변해버린 방송광고시장을 안정시키고, 종편의 무한한 특혜를 막아야 합니다. 비교육적이고 상업적인 프로그램에 홀린 '카우치 포테이토'(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 텔레비전에 중독된 사람을 뜻함)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표류하는 미디어렙 법안에 대해 국민이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지는 12월 1일〈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종편 개국〉이란 기사에서 종편 출범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3년 반 동안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방송과 언론의 공공성은 무너졌고, 공정성마저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조중동 같은 언론 괴물들에게 불법과 위법으로 종합편성채널을 선물했습니다.

오늘 《한겨레》는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 연내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위탁을 2년 유예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언론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종편에 2년간 직접영업을 허용하면 이미 무너진 방송의 공공성이 더 크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또한 방송과 언론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합니다.

작은 지역언론 고사 위기에 내몰려

12월 1일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사장은 "종편의 출범으로 지역시문들은 큰 펀치 4방을 한번에 맞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종편 반대 총파업투쟁에 뜻을 같이하는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국제신문》《경남도민일보》 등은 지면에 종편 개국에 항의하는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특히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8월 '조중동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윤전기를 멈추고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지역신문이 신문 발행을 중지할 만큼 종편이 언론 시장을 위협하는 엄청난 문제라는 방증입니다. 

2011년 12월 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투쟁특보

12월 2일자 《한겨레》 보도에서 구주모 사장은 "지역의 광고시장은 규모가 작습니다. 이마저 종편들이 저인망식 광고 직거래로 훑어가게 되면 지역 광고시장이 흔들리고 지역신문의 생존기반이 위험해집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또한 "그간 보수 성향의 조중동이 보도했던 역량을 발휘해 종편 4곳이 반통일, 비민주적인 이념 잣대로 집중 보도를 해대면 지역의 여론도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크게 왜곡될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더구나 "보수 편향의 조중동 종편의 개국으로 앞으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12월10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캐나다 퀸스 대학의 빈센트 모스코 명예교수가 "4개 종편 출범을 보는 한국 내의 우려는 합당하다"면서 "시청자의 다양한 프로그램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디어 기업에는 겸영이 이익이겠지만 시민들에게는 고통"이라는 얘기입니다.  

개국 한 달, 종편의 성적표

이런 심각한 우려가 있음에도 온갖 특혜 속에서 12월 1일 개국한 종편이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먼저 종편 개국 성적표를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한 <민중의소리> 자료를 주목해주십시오. 각종 특혜를 받고도 초라한 성적으로 출발한 종편의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4대종편 개국 성적표 (http://www.vop.co.kr/A00000454304.html)
조중동매 종편 특혜(http://www.vop.co.kr/A00000453869.html)
** 인포그래픽은 링크를 통해 《민중의 소리》에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종편은 개국 첫날 방송에서 수준 이하의 콘텐츠, 선정적 보도, 사실 왜곡 등으로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조중동 종편 3사가 처음 인터뷰한 인물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였습니다. 프로그램 형식은 대본대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뒤 사후 편집을 할 수 있는 사전녹화 방식이었습니다. 

채널A(동아)는 1일 밤 메인 뉴스와 2일 오전 뉴스에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일본 야쿠자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해 선정적인 뉴스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23년 전 일을 무리하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JTBD(중앙)은 예전 TBC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다가 언론 통폐합으로 문을 닫았다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한편 편성 시간을 메울 콘텐츠 부족으로 TBC 시절 프로그램인 <쇼쇼쇼>와 <청실홍실> 등 1970년대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종편은 요란하게 개국했지만 이처럼 상식 이하의 방송으로 시청자를 기만했습니다. 그 결과 4개사의 첫날 시청률은 초라했습니다. 인포그래픽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종편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JTBC의 메인 뉴스 <뉴스 10>가 고작 1.215%에 그쳤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는 개국 첫날 종편의 평균 시청률이 모두 0.5%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0.3~0.5%대의 시청률은 1000가구 중 3~5명이 시청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날 지상파들은 5~9%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이처럼 종편 프로그램 수준이 기대 이하인 데다가 시청률도 예상보다 낮은 탓에 종편 광고 단가 책정 논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종편 4사는 거대 신문을 등에 업고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 단가를 요구해왔습니다. 기업 대부분이 종편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25% 수준으로 보는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서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사장의 염려대로 지역신문은 생존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 벌어집니다. 종편은 신문과 방송의 힘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약탈할 기세여서 광고시장은 무법천지로 변하고 정상적인 거래와 시장 질서가 무너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디어렙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

채널A가 광고주에게 배포한 프로그램 가이드를 보면 "보도상품 패키지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해준다"고 홍보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광고와 프로그램을 맞바꾸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이 쏟아질지 우려를 금치 못하겠군요. 이런 식이라면 종편이 기업의 홍보 창구로 전락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진실을 오도하고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취사선택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이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미디어렙 법안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디어렙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경남도민일보》 투쟁특보에 실린 기사를 인용하겠습니다.

어려워요! 미디어렙?

Media Representative로 우리말로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입니다. TV, 라디오 등 방송광고를 방송사가 광고주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에 판매 대행사를 통하게 하는 것입니다.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해 특정 기업과 집단에 유리한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방송사가 기업들의 약점 등을 잡아 광고를 강매하는 등 나쁜 짓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또 광고비를 멋대로 올리는 것을 조정하고, 시사 고발, 교양, 다큐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계속 방송되고, 지역과 중소·종교 방송사를 지원해 다양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2011년 12월 1일자 《경남도민일보》투쟁특보 3면 내용 중에서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미디어렙법 제정 투쟁을 지난 6월부터 시작해서 8월 총파업 투쟁을 단행했고, 9~11월에도 집중적으로 투쟁했습니다. 미디어렙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맞물린 심각한 문제입니다. 언론노동자들은 2008년부터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입니다. 이를 허용한 종편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독과점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나라당은 2009년 7월 22일 대리투표, 재투표라는 있을 수 없는 불법을 저지르며 언론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 제정을 미루면서 조중동 방송이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판매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미디어렙법을 새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디어렙법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중동 방송은 광고영업을 직접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사의 광고 직거래는 언론의 공공성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폐단이 심각합니다. '광고주의, 광고주에 의한, 광고주를 위한' 방송으로 변질될 테니까요. 조중동은 전체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독과점 신문입니다. 상품권, 자전거로 독자를 매수해서 세를 불려 왔습니다. 독자 수를 늘리려는 의도는 단 하나입니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종편의 매출을 끌어오기 위한 꼼수인 것이죠. 지금 같은 샹황을 묵과하면 경쟁력이 약한 지역언론이 몰락해 민주주의적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습니다. 

SNS, 종편의 마수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이패드로 타임라인에 새롭게 도착한 메시지들을 살피고 있다. 사용자들은 트위터로 뉴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다른 사라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간다. (출처: 경향신문)

종편 개국으로 보수와 친재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때 SNS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할 마지막 보루입니다. 제도언론에 대항할 독립언론과 시민 저널리즘으로서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SNS는 제도언론보다 빠르고 거짓을 폭로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미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 영향력이 검증되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한국에서 트위터 이용자 중 상위 1%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계정 수는 2011년 9월 19일 현재 392만 7519개로 2010년 8월 31일의 112만 6206개에 비해 3.5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팔로어 수는 68명에서 87명으로 늘었고, 팔로어 링크 수는 4.5배 증가해 계정 증가 수를 웃돌았습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SNS상에서 새로운 생각의 수용>이라는 논문에서 트위터의 비이성적인 정보 확산이나 트위터 사용자들이 객관적 판단 없이 타인의 정보를 받아들여 퍼뜨린다는 통념을 반박했습니다.  이원재 교수는 "누군가를 쫓아가는 메커니즘이 트위터에 분명 존재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면서 "그 후에는 스스로 판단하면서 그런 경향을 거부하는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새로운 정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SNS를 통한 괴담 유포를 우려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왜 정부와 야당은 SNS를 규제하려는 걸까요?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매체 수단을 통제하려는 이유를 <트위터 이후의 민주주의(Ⅱ)> 라는 논문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경향신문》 12월 16일자 기사를 보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투표 인증샷 놀이'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한나라당에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라는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심의팀을 신설하고 조중동이 "괴담" 운운하며 SNS를 제재하려 하는 까닭은 국민의 자발적인 언론 활동을 두려워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 경영진 임명에 개입하거나, 보수언론에 종편 채널을 몰아주는 등,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태도를 보인 이명박 정부 또한 SNS의 파급력을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나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은 여론을 좌지우지하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1987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일찍이 보장했던 한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와 국가안보 부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과 함께 명예훼손의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보수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한국의 인터넷, SNS 검열이 도를 넘었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여론 탄압 사례 (《경향신문》 2011년 12월 9일 3면 내용 중)

2009. 1.
-검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온라인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기소

2010. 2.
-선관위, 6.2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 관련 트위터 활동 규제 방침 발표

2010. 3~8.
-연평도·천안함 사태 당시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 올린 시민들 기소

2011. 10.
-선관위, 10.56 재·보선 앞두고 트위터상 유명인의 투표 인증사진 트위터 게재 등을 제한하는 지침 발표

2011. 11.
-검찰, SNS를 통한 한·미 FTA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방침 발표

12월 8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2개국 정부 대표와 민간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터넷 자유'(Freedom Online)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에 국가 차원의 장벽을 만들려는 일부 나라들의 시도는 인터넷 자유에 재앙"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여러 외신이 한국 정부의 SNS 규제와 심의 착수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인터넷실명제, 청소년 심야게임 셧다운제, 명예훼손죄 등을 거론하며 인터넷에서 표현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언론의 희망은 SNS에 있다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종편과 인터넷 콘텐츠 심의와 차단을 맡은 방통심의위원회의 거꾸로 가는 정책에 대항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희는 SNS에 그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7%가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20대와 30대는 각각 90%와 71%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얻은 정보에 대해 42.9%가 '믿을 만하다'고 답해, '믿을 만하지 않다'는 12.1%의 응답률을 크게 앞섰습니다. 12살 이상의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게 됐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정보에 대한 신뢰도와 전파 구조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낮고 그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종편은 안 보면 그만입니다. '채널 숨기기' 기능으로 종편을 아예 보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언론이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포기할 때, 시민은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납니다. 저희는 SNS가 그 종착지가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트위터

309일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투쟁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세상과 소통한 통로는 '트위터'였습니다. 김 지도위원은 트위터 중독이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SNS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고,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SNS는 기존 정치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미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SNS는 여론을 주도했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의 급등하는 상황을 나타낸 통계자료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의 상황을 넘어 세계를 한번 볼까요?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로 쫓겨났고,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에도 SNS, 특히 페이스북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여름에 일어난 영국 폭동과 미국의 월가 시위 또한 SNS를 통한 시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위 장면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시대의 변화를 원하는 많은 시민이 참가하면서 그 열기가 퍼져 나갔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랍의 봄'을 이끌어낸 SNS는 그저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는 담론의 장이 아닙니다. SNS는 당당히 기존 사회 질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전의 매체와는 다르게 소통방식의 혁신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민언론으로서 기능하는 면도 있습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젊은층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기존 보수 언론의 보도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SNS를 통해 직설적 풍자를 날리는 <나는 꼼수다>는 오프라인 공연으로 대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기존 인터넷 언론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입니다. SNS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관계적이며 소통하는 힘이 셉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기존 대중매체가 담당하지 못한 저널리즘의 기능을 SNS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대안언론, 독립언론, 시민언론으로서 SNS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부의 개입이 없이도 자발적으로 자체 윤리를 확립하고 건강한 소통을 회복하는 SNS의 문화가 살아 있는 한 언론 자유를 향한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리영희 선생(출처 : 위키피디아)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12월 5일, 어제는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신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7묘역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진보적 언론인이자 사회 운동가이기도 했던 리영희 선생은 언론 자유를 신장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고양하는 일을 하면서 군사정권에 의해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뜻은 아무도 꺾지 못했습니다.

생각비행은 리영희 선생 서거 1주기를 맞아 고인의 생애를 간략하게 돌아보면서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과 문제점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리영희, 자유언론과 민주주의의 투사

리영희 선생은 평안도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상경했습니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말미암아 숙식과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 리영희는 여수·순천사건을 목격합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국군에 자원입대하여 통역장교로 근무하면서 국민방위군 사건을 접했습니다. 이때 리영희는 미군 고문단 장교와 함께 미군의 보급품을 빼서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된 이들을 도왔습니다. 이후 거창 양민학살사건도 겪었는데요, 자신이 속한 부대인 11사단 9연대가 그 사건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국군 고위간부들의 부정부패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제1공화국 정부에 대해 강한 혐오감으로 드러납니다. 

한국전쟁 이후 리영희는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습니다. 1957년 《합동통신》을 시작으로 외신부 기자생활을 시작해, 이승만 독재에 대한 소식을 《워싱턴 포스트》에 익명으로 기고했습니다. 이승만 정권 시절 지켜봤던 국민방위군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을 보면서 느꼈던 제1공화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결과였습니다. 이후 이승만 정권이 4.19 혁명으로 무너진 후, 리영희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연수를 다녀와 《조선일보》에서 외신부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때부터 고난의 삶이 시작되었는데요, 〈아시아아프리카 외상회의,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안 검토중〉이라는 기사가 반공법에 위반된다는 혐의로 구속된 일이 발단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반공법에 위반되었다는 근거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추진'이라는 국제회의 제안이 국익에 반하는 정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리영희가 5.16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글을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에 기고한 일에 대해 군사정부가 앙심을 품고 있다가 덜미를 잡은 것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베트남 전쟁의 실상(출처 : www.life.com)

이후 리영희는 베트남전쟁 취재를 거부하여 《조선일보》에서 퇴직을 강요받는 상황에 부닥칩니다. 당시 언론들은 국가에서 보내주던 베트남전 취재를 다녀와 미군과 한국군을 미화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리영희는 "나는 저널리스트로서, 직업적 양심과 훈련된 격식에 따라, 본 대로 있는 대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은 못 쓴다는 말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베트남전쟁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평소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리영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조선일보》는 그를 여러 한직으로 좌천시켜 결국 스스로 퇴직하게 했습니다. 

퇴직 후 외판원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다가 《합동통신》으로 다시 복직한 리영희는 언론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습니다. 언론 관련 연구논문을 꾸준히 펴내는 와중에 박정희 대통령은 1969년에 정권 연장을 위해 3선개헌을 국회에서 변칙적으로 통과시키고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습니다. 3선개헌을 막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진 민주진영은 1971년을 '민주수호의 해'로 선언합니다. 이때부터 강연회와 좌담회, 성명서 발표, 인권탄압 사례조사, 공명선거를 위한 협의회 같은 각종 반독재 시민단체가 조직되었습니다. 

그해 10월, '64인 지식인 선언'이 발표됩니다. 선언문은 총통제 분쇄, 학원탄압 중지, 구속학생 석방, 대학생 강제 입영 중단, 대학 점령군인 철수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선언에 언론인으로서 참여한 리영희는 언론계에서 강제 추방되기에 이릅니다. 이후 학생을 가르치는 강단에 섰지만, 리영희는 언론인으로서 독재정권을 끊임없이 비판할 뿐 아니라 곡학아세하는 언론인들을 향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이어지는 신군부 세력은 리영희에게 끊임없이 제동을 걸었고, 그의 고난의 시간은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진척되기 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리영희 -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라는 책 머리말에서 리영희 선생의 삶을 이렇게 압축적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리영희라는 창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큰 줄거리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창은 어떤 창인가? 투명한 창이다. 100% 투명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리영희만큼 투명한 '인간 창'은 없으리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리영희는 순수 그 자체다. 이게 찬양처럼 들리는가? 그렇다면 뒤집어 말해 보겠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번영에 관한 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물이었다.
'아사리판'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선 같이 따라서 미치거나 타락해야만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번영을 기할 수 있다. 선량한 보통사람들도 방어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는 그런 판에 물이 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리영희는 한사코 그런 최소한의 '방어'마저 거부했다. 미욱할 정도로 스스로 고난을 자초했다.
리영희는 아홉 번이나 연행되어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이나 재판받고, 언론계에서 두 번 쫓겨나고, 교수 직위에서도 두 번 쫓겨났다.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1012일에 이른다. 오로지 진실을 추구했다는 죄 하나 때문에 말이다.  
 
그렇습니다. 엄혹한 시절에 《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8억인과의 대화》 같은 책을 펴내고,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건에 참여해 논설고문을 지냈고, 방북취재를 추진하다 옥고를 치른 리영희의 삶을 보면 '순수 그 자체'라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 참으로 적절하다고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리영희라는 투명한 '인간 창'을 통하지 않고서 어찌 우리가 한국 언론사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리영희 선생은 어떠한 고난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소신을 지켰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신군부는 리영희를 회유하고 협박하고 구속했지만, 그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개인적 신념을 지키며 끝까지 항거했습니다. 참 언론인의 삶을 살아낸 리영희 선생이 오늘날 언론의 현실을 보면 얼마나 분개하실까요?

부끄러운 한국 언론의 현재

2011년 12월 1일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했습니다. 언론시장의 황폐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법에 대해 살아생전 리영희 선생은 '파시즘의 전조'라고 질타한 바 있습니다. 

종편 채널은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강호동 야쿠자 연루" "김연아 앵커" 보도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4개 종편은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족벌 보수신문과 방송이 보이는 어이없는 행태는 더욱 가관입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나라당의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KBS 뉴스는 '해외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 값싼 농산물을 먹게 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미FTA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등,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뉴스를 채워 문제가 되었죠. 

한편 MBC는 낙하산으로 부임한 김재철 사장이 〈W〉와〈후플러스〉 같은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PD수첩〉을 비롯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편향적인 뉴스를 내보낸 결과, MBC 로고를 보면 환영하던 시민이 이제는 MBC 기자의 취재를 거부하고 내쫓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꼼수다 오프라인 공연 포스터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늘 새로운 대안언론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2011년 4월 28일 팟캐스트를 통해 첫 방송이 공개된〈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나꼼수>는 자신들을 그저 잡담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잡담은 대중적 공감을 넘어 많은 시민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나꼼수>는 기존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회 이슈를 재미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정리해주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대중적 전파력이 탁월한 새로운 비판적 여론형성 기제를 이명박 정부와 여권은 '괴담 유포자'로 지목하고 옥죄고 있습니다만,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나꼼수>에 민주언론상을 수여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거대 수구언론,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제도권 야당을 비롯한 기존의 권력집단을 향한 비판과 풍자로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기성언론과 수구언론은 <나꼼수>라는 대안언론의 출현을 보면서 자신들의 보도관행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비언론인 출신 진행자가 만드는 <나꼼수>가 기성 언론기관 종사자들의 보도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는 원인이 무엇인지 통렬한 자기반성도 해야 할 때입니다.

99대 1의 모순을 타파하는 정론을 바라며

최근 온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금융권을 비롯한 사회의 부정부패 문제를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에서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은 경제 파탄을 해결하라고 성난 시민이 나선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도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고 한미FTA 비준 날치기 통과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과연 언론은 이를 제대로 다루고 있습니까? 일부 족벌신문은 1퍼센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도배된 뉴스를 내보내고 있으며, 종편까지 손에 넣은 이들이 방송까지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을 신설하여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젊은층의 SNS 접촉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입니다.

리영희 선생은 여러 글에서 지식인, 특히 언론인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고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문화리뷰》에 실린 강연록 〈전환기 시대 민족 지성과 동북아 평화〉에서 일부 내용을 인용합니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사회에는 문화·예술이 꽃필 수 없으며, 심지어 가치중립적이라고 하는 과학·기술도 발전하지 못합니다. 한 예로 문학을 들어봅시다. 노벨문학상이 한국(남한)에서 안 나온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인간의 자유로운 창조활동이란 진정으로 자유로운 생각(사유·사상)이 보장되는 가운데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일본 정도의 사상적 자유의 분위기는 보장되어야만 인간 활동의 새로운 산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반공이라는 동앗줄로 꽁꽁 묶인 사회에서 노벨문학상이 어떻게 나올 것이며 자유로운 창작물이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광적인 반공사상은 냉전주의와 하나가 되어서 휴머니즘을 왜곡하는 법입니다. 그것들은 다양한 인간 사상을 짓밟으면서 유일한 가치를 강요합니다."

리영희 선생은 시대의 우상을 타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우상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철저한 리얼리스트로 살았습니다. 저항과 투쟁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곧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지름길이었습니다. 가려진 진실을 밝히는 일은 기자의 본분이요, 언론의 사명입니다.

수많은 언론인이 투쟁하여 이뤄낸 언론 민주화를 무효로 만들고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아집을 비판할 대안언론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국민을 위하는 언론이라면 여당의 날치기에 침묵하고 영하의 날씨에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행태에 침묵해서야 되겠습니까?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언론이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이 시대에 고 리영희 선생의 삶을 돌아봅니다. 언론을 향한 시민의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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