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번에 탐사보도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했습니다. 어떻게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탐사보도 관련 기사는 연재물로 기획했습니다. 처음에는 탐사보도라는 장르의 개념을, 그다음으로는 탐사보도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여러분께 소개하기로 약속드렸죠.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에는 3개의 지상파 방송이 있는데요, 방송국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사라지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연재할 포스팅은 방송사마다 장수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아울러 주요 사건도 함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래 방송되지 못하고 사라진 프로그램도 추후에 다룰 예정입니다.)

오늘 소개할 방송사는 MBC입니다. MBC는 정말 많은 탐사보도 프로그램를 제작하고 방영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주목해서 소개하려는 프로그램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불만제로> 입니다.

<PD수첩>

<PD수첩>은 1990년 5월 8일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편을 시작으로 처음 전파를 탄 MBC의 간판격 탐사보도 프로그램입니다. 1980년대 말, 많은 시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등장한 기념비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부터 방영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보니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직접 취재하여 방영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PD수첩> 스스로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목격자'라는 말과 부합하는 면이 있는 듯하군요.

지금까지 <PD수첩>이 방영한 탐사보도 가운데 사회에 영향을 끼친 내용이 무척 많습니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란, 촛불집회의 효시가 된 효순이·미선이 사건, 사이비 종교 문제,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 고위인사들의 한국 국적 포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회의 부조리를 밝혀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렸습니다. 특히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다룬 방송은 국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게 한 기념비적인 방송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 밖에도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간 동포들이 살고 있는 우토로 철거에 대한 탐사보도는, 국내에서 우토로 살리기 운동을 촉발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도 했었죠.

방송금지 사태가 벌어진 3개의 탐사보도


방송을 위해 늘 현장을 취재하는 <PD수첩>이다 보니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세 번의 방송금지 사태였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직전 방영할 예정이었던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편은 MBC 사장의 직권으로 방송을 금지한 사례였는데요, 이 때문에 MBC 직원들은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다음으로 만민교회 이단 목사 파문의 경우가 좀 특별합니다. 방송이 나가는 도중 갑자기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MBC 방송사으로 만민교회 신도들이 난입한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광신도들이 MBC 주조종실에 침입해서 기기를 부수는 바람에 방송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황우석 교수 사태 때는 <PD수첩> 프로그램이 사실상 존폐위기에 놓였습니다.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편은 당시 언론 대다수가 '신화'로 일컫는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에 '황우석 열풍'이 불던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들이 <PD수첩>을 옥죄기 위해 MBC에 광고를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결국 자본의 힘 앞에서  <PD수첩>은 무기한으로 방송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PD수첩>은 끝까지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결국 줄기세포가 없다는 진상을 밝혀냈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도 <PD수첩>은 많은 외압을 받고 있습니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광우병 파동, 스폰서 검사사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탐사보도를 제작 방영하면서 PD가 경찰 조사를 받는 엄청난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PD수첩>의 보도 의지는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시청자의 파수꾼, 외압과 무력에 굴하지 않는 <PD수첩>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죠. 이러한 의지의 산물일까요? 올해 <PD수첩>이 20주년을 기념하며 시청자들을 초대해 축하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


앞서 <PD수첩>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PD들이 방송을 제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기자가 중심이 되어 제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시사매거진 2580>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PD수첩>과 비슷한 시기인 90년대 초(1994년)에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외국인 매춘관광' '화장품 피라미드' 등을 다뤘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의 첫 방송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시사프로그램으로, 그것도 심야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24퍼센트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니까요.

첫 방송 이후, <시사매거진 2580>은 첫해에만 2개의 상(이달의 프로그램상, 한국방송대상 보도부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존파 7인의 어린 시절 등을 다룬 방송으로 시청률 30퍼센트를 돌파합니다. 시의적절한 내용을 발 빠르게 전달했기 때문에 좋은 출발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에 <시사매거진2580>이 폭로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습니다. 재벌 일가인 어느 중견업체 회장이 회사 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에서 제외되자 항의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인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구타한 사건이었습니다. <시사매거진2580>이 밝힌 내용은 구타 후 발설하지 않는 대가, 즉 맷값으로 2000만 원을 건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방송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른바 재벌의 폭행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맷값 사건이 방영된 후 수많은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결국, 최 사장은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결국에는 구속되었습니다. '맷값 사건 보도'는 재벌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파렴치한 행위를 탐사보도로 밝혀내어 시민의 억울함을 풀어준 통쾌한 방송이었습니다.


<불만제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돈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대부분의 시민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죠.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낸 만큼 제값을 따지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이젠 소비자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MBC에선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익을 찾아주는 탐사보도 방송을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만제로>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음식재료를 잘못 쓴 어떤 기업이 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들통 난 사건이었는데요, 그 일이 일어나자 기업 총수가 TV에 나와서 90도로 인사하며 사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동안 그 기업의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소비자의 대응이 조금 약한 편이죠. 그런데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문제가 있는 상품에 관한 불만사항을 올리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그런 불만이 쌓여 점차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불만제로>는 탐사보도 형식으로 많은 불량기업을 폭로하며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불만제로는 우선 시민의 여러 가지 불만을 접수합니다. 그리곤 직접 확인 과정을 거치는데요, 그 과정이 상당히 정확하고 과학적입니다. 이를테면 기업의 문제라면 내부 고발자를 인터뷰하고, 몰카를 이용하여 잡입취재를 해서 생생한 증거물을 수집하는 방식이죠.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직접 확인하는 실험과 분석을 진행한 다음, 콩트 형식으로 알기 쉽게끔 설명하는 진행방식은 <불만제로>의 큰 장점입니다.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시사적이고 대의적인 내용이 많다면, <불만제로>는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보도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만제로>의 가장 큰 특징은 사후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방송으로 끝내지 않고 다시 찾아가 소비자의 불만 내용이 시정되었는지 재차 확인합니다.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곳은 또다시 고발해서 바로잡도록 했고, 제대로 고친 곳은 그 내용을 시청자에게 당당하게 공개했습니다. 방송에서 소비자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법이 개정되어 <불만제로>가 문제가 있는 기업체를 고발한 다음 그 업체 정보를 게시판에서 알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기업의 상호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또한 취재 과정에서 우수했던 기업의 상호나 연락처도 공개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잘못된 기업에 대해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지금까지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MBC에서 방송했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더 있으며, 그 방송이 정말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프로그램은 과거에 쉬쉬하고 지나갔던 암울한 과거를 바로잡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김혜수의 W>는 세계 여러 나라에 눈을 돌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미처 보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을 전해주었습니다(W를 통해 제 3세계 불우 아동들에 대한 후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자세히 다룬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로 많지만, 이 정도로도 여러분이 국내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다룰 다른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전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못다 한 이야기
**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PD수첩><시사매거진 2580>< 불만제로> 등)은 imbc홈페이지에 회원가입후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일부는 다운로드까지 가능합니다.
** <PD수첩>의 인기는 코미디 패러디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김현철 씨의 <PD공책>이 바로 그것이죠. ^^
** 현재 <PD수첩>은 많은 고초를 겪었으며, 낮아진 퀄리티로 인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럴때일수록 따끔한 비판도 좋지만, 따뜻한 지지로 많은 힘을 북돋아주었으면 합니다.




이마트 피자에 이어 뜨거운 찬반양론을 몰고 온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이 결국 16일부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며 7일 천하로 막을 내렸습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재래시장에 타격을 준 데 이어 영세업종인 피자와 치킨 분야까지 건드리면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이었죠. 대기업이 소규모 개인 사업자들을 짓밟음으로써 시민의 반발을 샀다는 점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어린 시절과 조금도 바뀐 바가 없다는 사실이 우릴 슬프게 합니다.

잃은 것과 얻은 것
타협이 아닌 저항을 꿈꾸다

아버지가 겪는 고역을 곁에서 지켜보며 타벨은 석유 생산자 조합에 동질감을 느꼈고, 기업 하나가 다수의 사업가가 품은 꿈을 무참히 파괴할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재능이 있는 만큼 이상주의자이기도 했던 십대의 타벨은 잘못된 현실을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100년 전 여성 저널리스트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물샐틈없는 탐사보도를 무기로 록펠러의 석유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해체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나마 그때는 석유 사업이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피자와 치킨이라는 아주 소소한 분야까지 대기업이 잡아먹으려는 현실을 보면서 좀스럽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해프닝의 경우, 100년 전과는 다른 것이 이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치킨을 붐업시킨 대상이 일차적으로 언론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확산시킨 건 인터넷 패러디 사이트들을 비롯해 트위터 등의 SNS 서비스였습니다.


또한 이번 롯데마트 치킨의 경우 이마트 피자 때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이마트에서 피자를 판매한다고 했을 때 동네 피자를 옹호하는 의견이 시민 사이에 더 많았던 반면, 롯데마트 통큰치킨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마트를 옹호하는 의견이 더 많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손석희 “롯데마트 치킨 약탈적 가격인지” 묻자…'시선집중' “재벌 탐욕주의”- “유통 혁신” 찬반 격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567, 미디어오늘 )

아마도 동네 피자의 경우 1만 원에 두 판, 이런 식으로 가격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마트 피자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대기업 대 영세 상인의 구도란 이미지가 생겼지만, 치킨의 경우 BBQ를 위시한 프랜차이즈 치킨들의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태에서 롯데마트 5000원 치킨이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대기업 대 영세 상인이 아닌 대기업 대 담합 기업이란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말입니다. 그래서 위 동영상을 비롯해 첫날 롯데마트 치킨을 사 먹은 사람들에게 얼리어닭터란 칭호를 붙여주고, 롯데마트가 5000원 치킨을 팔기 시작한 날을 계천절, 판매를 종료한 날을 계충일이라고 부르는 등 온갖 패러디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사태가 언론의 집중적인 탐사보도나 시민단체의 운동이나 영세 상인들의 정당한 노동운동에 의한 해결이 아닌 소위 '높으신 분의 한마디'로 해결된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와대 트위터글에 '통큰치킨' 중단?(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605, 미디어오늘 )

공식적인 정부의 개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기업은 정권에 굽실대고 정권은 그들을 알아서 기게 하는 상황은 21세기가 아닌 20세기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렇게 뜨거운 맛(?)을 본 롯데마트는 치킨을 포기하고 선주문해 두었던 5만 마리의 닭을 15일까지 판매한 다음 불우이웃돕기 같은 용도로 기증한다고 하더군요. 반면 일련의 이슈의 시발점이 된 이마트는 피자 부문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롯데 "치킨 중단"..이마트 "피자 확대"(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121316377071435&outlink=1, 머니투데이 )

그렇다면 이번 롯데마트의 결정으로 영세 상인들과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승리했을까요? 글쎄요. 그건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일단 공정위에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을 대상으로 담합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치킨 프랜차이즈 담합 조사(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121306831, 한국경제 )

그렇지만 롯데마트로서는 크게 손해랄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SSM계에서 3위이던 롯데마트는 1위인 이마트의 피자에 이어 이번 5000원 통큰치킨으로 비할 바 없는 광고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것도 이마트와는 다르게 좀 더 좋은 이미지로요. 현재 근소한 차이로 2위이던 홈플러스는 이 이슈의 한가운데서 자취조차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네요. 그런데다 자신들보다 작은 치킨 프랜차이즈들을 링 위로 끌어올려 담합 조사라는 성과(?)까지 거두었으니... 만약 전부 노리고 한 일이라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군요.

오늘날 자본주의하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닌, 강자와 약자의 대결에서 악과 더 큰 악의 대결로 양상이 바뀌어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롯데마트나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모두 투명하게 원가를 밝히고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소비자들의 정당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결론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출간한 이후 여러분께 '탐사보도'라는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하여 몇 개의 포스팅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탐사보도'에 대한 개념과 역사에 대해 소개하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이에 '탐사보도'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하는 포스팅을 연재할까 합니다. 이번 연재물을 통해 '탐사보도'가 어떤 것인지 한번 돌아보시고 그러한 보도 방식의 완성에 큰 공을 세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여러분이 더욱 쉽게 이해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탐사보도의 시작

퍼블릭 어커런스 - 출처 : 위키피디아

오늘은 첫 번째 포스팅으로 탐사보도의 정의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탐사보도'라는 개념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요? 탐사보도라는 개념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정의 내려진 보도양식이라고 합니다.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사전에는 '진상조사보도'라고 게재된 이 보도 양식은 미국의 사회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군요. 그럼 미국에서 시작한 탐사보도는 어떤 전통을 거쳐 발전해 나갔을까요?  (미국이란 나라가 이민자들, 특히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서 발전한 나라이다 보니 ) 미국의 탐사보도는 영국 식민지 시대인 16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1690년은 미국에서 신문의 형태가 나온 시기이기도 합니다.
1690년 9월 25일 발간된 《퍼블릭 어커런스Publick Occurrences》라는 인쇄물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동맹', 그리고 영국이 '인디언을 잔인하게 대우'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합니다. 《퍼블릭 어커런스》는 미국 최초의 신문이었으나 창간호를 끝으로 나흘 만에 폐간이라는 불운을 맞습니다.


탐사보도의 정의(미국)

이렇게 시작한 '탐사보도'는 오늘날에 이르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미국에선 '탐사보도'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요? 아직도 미국에선 '탐사보도'에 대해 확실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탐사보도만 50여 년간 연구했다는 스테인(Stein, 1979)이란 사람조차  “미국에서 탐사보도에 관한 연구가 개념상의 혼란으로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새로운 연구 결과나 발견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탐사보도에 대한 정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탐사기자 및 편집인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IRE 1983)'가 내린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이나 정보를 찾아내 보도하는 것’
㉠ 기자 주도하에 정보를 찾아내고
㉡ 독자들이 알아야 할 스토리를 갖춰야 하며
㉢ 누군가가 독자들로부터 사건을 숨기려는 의도를 파헤치는 것

'특정 개인·집단이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이나 정보'라는 것은 대부분 불순한 의도가 많을 것입니다. 사실 불순한 내용이 아니라면 숨길 이유도 없겠죠. 이렇게 개인이나 집단이 '사건'이나 '정보'를 숨김으로써 피해를 받는 사람이 생기겠죠. 이에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는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를 독자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만들어야 하며, 왜 그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과 '정보'를 은폐하려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고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마치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행했던 '트러스트'의 부적절함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과 같은 보도 일입니다.

미국 탐사기자협회(http://www.ire.org/)


이러한 미국의 탐사기자 및 편집인협회의 정의에 '프로테스와 그의 동료(Protess et al., 1991)'는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는 폭로저널리즘”이라면서 “세밀하고 분석적이며 때때로 지루하게 인내를 필요로 하는 취재과정을 거쳐 권력자의 부정부패나 사회비리를 파헤친다. 나아가 국민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정책의 변화를 유도한다”고 탐사보도를 규정합니다. 이들은 개인, 작은 단체뿐 아니라, 거대한 개인인 권력자, 그리고 국가라는 거대한 단체의 정책 변화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이 '탐사보도의 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들은 탐사보도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도 함께 말했는데요, 그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탐사보도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
㉠ 보도에서 목표로 삼는 악역(Villian), 고발대상
㉡ 고발대상이 만들어낸 피해자
㉢ 보도를 통해 악역을 처벌하고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

보도에서 목표로 삼는 악역(Villian), 고발대상은 인내하며 세밀하고도 분석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경우엔 고발대상이 스탠더드 오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스탠더드 오일를 세밀하고도 분석적으로 파고들었기에 《매클루어 매거진》에 〈스텐더드 오일의 역사〉라는 폭로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고발대상이 만들어낸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고발대상'으로 하여금 개인이나 혹은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보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맷값' 최철원 사건의 경우, 〈시사매거진 2580〉에서 폭행당한 피해자 유모 씨의 진술이 있었고, 사회 전체가 재벌의 횡포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도를 통해 악역을 처벌하고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은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사회정화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이번 한미FTA에서도 쇠고기는 논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물론 현재 한미FTA의 흐름은 결과를 알 수 없는 길로 흐르고 있습니다만....)

탐사보도의 정의(한국)

그렇다면 한국에선 '탐사보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탐사보도'라는 보도양식이 미국을 시작으로 발전해왔고 방송양식이나 학문적 성과에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연 〈추적 60분〉은 미국 CBS의 〈60 Minutes〉를 거울삼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국 학자들은 탐사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비행을 폭로 고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 -  안광식(1984)
정부나 사회의 부정부패, 비리, 위선 등을 파헤쳐 폭로, 고발하는 보도 - 차배근(1986)
기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조사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부정을 캐내어 폭로하고 또 고발하는 보도 - 팽원순(1984)

위의 정의를 근거로 한국 학자들도 세 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는데요, “첫째,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악역이 존재한다. 둘째, 악역의 행위로 빚어진 피해자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 셋째, 탐사보도를 통해 이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하며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프로테스와 그의 동료가 이야기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네요.


이를 근거로 한국에서도 '탐사보도' 저널리즘이 발전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추적 60분>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알려지지 않은, 혹은 숨겨지고 은폐된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부당한 것이라면 시정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본격적으로 미국의 탐사보도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신문에서 시작한 미국의 탐사보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 가운데 생각비행이 주목한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에 대한 언급도 있을 듯합니다. ^^

참고문헌 : 《TV 고발뉴스 제작의 실제》(김문환 저, 커뮤니케이션북스)




인간의 행위가 올바름과 온전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진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관세율이 도덕적으로 온당하게 개정되어야 한다는 사실마저 거부하는 그런 권력자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다.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원출처 : No Man More Dangerous( http://www.youtube.com/watch?v=5Yog7FyAFyA, 'The Erie Hall of Fame'의 유튜브 )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생각비행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이리 명예의 전당 2009년 수상 기념 동영상에 한글 자막을 붙여보았습니다. ^_^

1857년 11월 5일 석유 개척기 시대에 펜실베이니아 시골 마을에서 출생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매클루어 매거진》에 기고하기 시작해 명실상부한 커리어 우먼으로 자리 잡고, 총 19회에 걸친 연재 폭로기사로 록펠러의 석유 독점기업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해체하는 데 영향을 끼친 이후 만년에 강연을 하며 87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의 일대기를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의 책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분량이 만만치 않아 부담을 느낀 분들은 이 동영상으로 타벨의 일대기를 간략하게나마 한번 정리한 다음 읽으면 한결 편하실 겁니다. 특히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분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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