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

 

 

1.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결단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권력이 풀어놓은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민낯을 드러낸 참사였다.

 

2.
세월호 하면 떠오르는 숱한 잔상이 있다.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선령 규제 완화, 더 많은 화물을 싣고 승객을 태우기 위한 선박 개조와 증축, 안전 규제 완화와 철폐, 승무원의 비정규직화, 사고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명벌, 승객보다 선장과 선원을 먼저 구조한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구조 방식, 수백 명의 승객이 남아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구조에 힘쓰지 않은 이유, 세월호 침몰 후 수색 작전에서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잠수업체 언딘과 해경의 모호한 유착 관계, 승객 구조의 골든타임에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를 위한 의전 통화나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기 바빴던 119상황실과 해경의 업무 태도, 사고 초기 인명 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재난구조 체계의 총체적 부실과 문제점,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책임 면피에 급급했던 정부와 대통령, ‘정피아’ ‘해피아’ ‘관피아’로 통칭되는 이권을 매개로 한 유착 관계, 세월호와 국정원 간의 드러나지 않은 의문의 관계, 유병언만 잡으면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날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던 권력의 앞잡이들이 펼친 술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잘못과 행적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국가 시스템, 이 모든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받아쓰기한 것도 모자라 진실을 감추는 데 일조한 언론과 방송의 저급한 보도 행태…, 더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3.
진실을 감추는 숱한 잔상에 의해 삶의 바탕이 무너져 하루하루 지쳐가던 그때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 정국, 4.13 총선 이슈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던 시기였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드러낸 숱한 사실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인가? 그렇다면 세월호에서 승객들에 의해 구조된 5살 권 양이 훗날 ‘그런데 왜 구조하지 못했나요?’ 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대답할 준비가 되었는가?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끝난 기록이 아니라 진행형인 기록이며 우리의 몫이 남아 있다.

 

 

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그해 추석 때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라는 책을 곱씹어 읽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의 의미를 묵상할 기회가 있었다. 프리모 레비는 나치에 의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한 당사자였음에도 평생토록 자신이 ‘구조된 자’라는 사실에 힘겨워했다. 그가 짊어지고 살았을 죄책감의 실체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경솔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내가 무죄하다는 생각을 내려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얼마나 깊이 마음 아파했던가를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5.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순간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을 분노의 감정에 휩쓸려 지냈던가? 정부를 비판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사회적 연대에 힘을 쏟지 않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희생된 분들이 겪었을 죽음에 대한 공포, 상실감, 고통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한 나 자신의 부족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화해의 제자도》라는 책에서 저자들은 “기독교적 희망을 배우는 것은 결과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또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사람들과 가까이할 때 우리의 소명은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그 만남에서 오는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데, 참으로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었다.

 

6.
세월호 사건과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참상을 정직하게 보고 대면하도록 요구한다. 아울러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짜놓은 생존경쟁의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톨스토이는 이에 대해 일찍이 답을 내놓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대하고 있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7.
아픈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요, 고통받는 사람들이 우주의 중심이다.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중심, 우주의 중심이 될 존재들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 1011일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가 다짐했으면 한다. 무죄함의 의식에서 벗어나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세월호라는 죽음의 공간을 평화와 화해가 넘치는 역사적 화해의 공간으로 되살려야 할 의무가 바로 우리에게 있다고. 촛불은 그 다짐의 약속이며, 《세월호, 그날의 기록》의 남은 진실을 바로 우리가 기록하겠다고 말이다.

 

*2017년 1월 20일 녹색당 서울시당에 기고한 글입니다. 

 

[편집자 X의 세상 읽기]라는 연재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책은 생각의 집합체입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생각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그 책은 다시 사람들의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냅니다. 이런 생각의 선순환이 잘 이뤄진다면 세상은 좀 더 자유롭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상상의 나래를 펴자! 책으로 꿈꾸는 생각의 혁명!

 

2010년 1월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보도를 해 큰 관심을 받았던 박대기 기자를 기억하십니까? 2013년 9월에는 박 기자가 트위터에 남긴 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언론은 다 거짓말이니까 진실을 알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그를 언론인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트위터


헬조선,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필리버스터 등등 한국 사회의 이상 징후를 드러내는 사회적 현상에 관해 언론과 방송은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왜곡된 사실을 반복 재생산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마저 '선거구 획정 처리'를 위한 거대 양당의 야합으로 그 빛을 잃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생각비행은 수차례 한국의 상황을 외신을 통해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박근혜를 비판한 세계 주요 외신 보도, 박근혜 대통령, 그 입 다물라!, 외신을 통해 살펴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시간이 갈수록 국내 언론과 방송 환경이 피폐해지다보니 국내 상황을 외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관해 관심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필리버스터 정국을 외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 로켓은 북한이 쐈는데 왜 남한 국민을 터나?



모처럼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선사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정국을 미국 《뉴욕타임스》가 상세히 전했습니다. 은수미, 정청래 의원의 필리버스터 기록은 물론 집단 필리버스터로는 이미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해서요. 아울러 《뉴욕타임스》는 한국 야당 의원들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는 정부의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특히 독재자 박정희와 그간 민간인 불법 사찰 등 무수한 정치 개입을 일삼았던 국정원을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권력 남용을 제재할 대책도 없이 국정원에 더 많은 권한을 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정청래 의원의 필리버스터 중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인데 왜 국정원은 한국 국민의 휴대폰을 조사하려 하는가? 로켓을 발사한 것은 북한인데 왜 국정원은 한국 국민의 은행계좌를 추적하려고 하는가?"라는 발언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가디언》과 무디스 ―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경제 적신호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를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증거도 없이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우리나라 124개 기업과 많은 협력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한국은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김정은 손에 놀아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기습적인 남한 정부의 결정은 합의를 파기한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손해 액수로 따져도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이 북한보다 훨씬 크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 가디언


국내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월 13일 무디스는 개성공단의 폐쇄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한국의 국가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사고만 치고 뒷수습을 하지 않는 무능한 박근혜 정부는 무디스의 발표와는 정반대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및 경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무디스가 보고서 제목과 본문에 부정적(Negative)이라는 표현을 강조했음에도 말입니다. 

 

무디스의 보고서를 직접 찾아보거나 해외 언론의 분석을 신경 쓰지 않고 정부 발표 받아쓰기에 바쁜 국내 언론 기사만 보신 분들은 별문제 없다고 착각하고 계시겠죠. 박대기 기자 어머니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가디언》은 기사에서 "2016년은 이미 후에 한국의 역사책에서 기억되고 후회될 새로운 날짜들을 추가하는 우울한 겨울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UN과 국제앰네스티 ―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 위축되었다


UN과 국제앰네스티 등 세계 주요 기관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 집회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세월호 유가족, 백남기 씨 가족 등 시민사회 각계 관계자를 두루 만나 한국의 집회, 결사의 자유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1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했습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은 "(2015년 민중총궐기의) 백남기 씨 사례에서 보듯 물대포는 심각한 신체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물대포와 차벽을 과도한 무력과 함께 사용할 경우 경찰과 시위대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뒷걸음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견 제기를 억누르는 북한의 방식은 우리가 피해야 할 대표적 사례"라고 질타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식이 북한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 겁니다.

 



출처 - 국제앰네스티


유엔만이 아닙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세계인권상황 연례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표현, 결사, 집회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인권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국가보안법,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이주노동자 노조 등록 지연 등의 사례 수집,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앰네스티 또한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쏜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IU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 의하면 2015년도 한국은 민주주의 수준 평가에서 이전까지 지키고 있던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미흡한 민주주의로 단계'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거 과정' 점수의 폭락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권하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국정원의 합작으로 이뤄진 대선 부정 개입 때문입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는 물론 정치, 외교, 경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 퇴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외신을 통해 꾸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 헬조선을 말하다


 

한국 사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인 '헬조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른바 고학력 백수에 해당하는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 기준 334만 6000명에 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하루라도 빨리 노동 개혁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의 '노동 개악'은 대기업의 쉬운 해고를 위한 것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죠. 박근혜 정부 들어 중산층 붕괴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는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고, 전세와 월세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도 나아지는 것이 없고, 사회안전망은 나날이 약해지는 형국이지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다양하게 분석하는 기사에서 '헬조선 현상'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한국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계급이 나뉜 나라이고, 젊은층의 3분의 2가 비정규직인 흙수저들에겐 답도 미래도 없다고 말입니다.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 그룹, 온라인 사이트 등에 헬조선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실행하는 한국 세태를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겨레

 

어떠십니까? 권력에 장악된 국내 주요 언론, 방송이 떠들어대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덕분에 안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주말이면 경칩입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한동안 겨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12일, 안산 단원고에서 눈물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학생과 교사 등 262명이 희생되어 2000년대 최악의 사건으로 한국 역사에 기록될 세월호 참사. 해가 두 번 바뀌어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아직 배에 희생자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 아이들과 유족들의 억울함도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생존 학생들이 졸업할 정도로 시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망언만 무성했던 세월호 청문회

 

생각비행은 지난 연말 피해자들의 뒤통수를 치듯 한일 양국 간 졸속으로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며 박근혜 정부가 과연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예상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커녕 이를 수습할 의지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밝혀지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출처 –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 TV 유튜브


지난해 12월 14일에 열린 세월호 참사 특조위 1차 청문회 당시 구조에 나섰던 해경이 유족들 앞에서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철이 없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아 탈출하지 못했다는 망언을 해 큰 분노를 샀습니다.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했습니다.


그들로서는 기억이 나면 큰일 나긴 할 겁니다.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를 보면 당일 구조 임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해경123정은 현장 도착 직후부터 사진과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는 세월호 승객을 구조해야 할 골든타임에 해경 핫라인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진과 영상 자료를 보내라며 최소한 7차례 이상 독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는 다른 일 하지 말고 영상부터 띄우라고 독촉하기도 했습니다.


10시 25분의 핫라인 통화에선 다음과 같은 지시가 내려진다. 


청와대: 오케이, 그다음에 영상시스템 몇 분 남았어요?

해경: 거의 10분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예.

해경: 10분 이내에 도착할 거 같습니다.

청와대: 거 지시해가지고 가는대로 영상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해경: 예.


[단독] 해경 세월호 현장 도착해서 한 일은 청와대에 카톡 전송


구조하러 간 해경에게 구조보다 먼저 영상부터 띄우라고 했으니 박근혜 정부의 일 처리가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잘 드러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요구하던 청와대는 정작 구조를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고, 구조를 위한 지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받아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지금도 오리무중입니다.



해수부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 고발하라고 사주했다


사태 예방과 수습에 놀랍도록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는 이후 세월호 참사를 국민의 기억에서 지우는 데는 기가 막힌 조직력과 행동력을 선보입니다.

 

출처 - KBS


세월호 참사 보도가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으셨나요? 청와대에서 직접 개입해 세월호 보도를 막은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그것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망언으로 논란을 낳았던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이 폭로한 것입니다. 청와대가 길환영 KBS 사장을 통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KBS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과연 청와대의 이런 개입과 조작이 KBS에 국한된 것이었을까요?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열렬히 지지하며 전범기를 꺼내 들기까지 한 홍위병들처럼 세월호 416연대 내에 보수단체 회원이 암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래 가입해 동향을 살피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확산시켜온 것이죠. 이들은 416연대 내에서 활동하며 흠이 될 법한 발언이나 행동을 스파이처럼 훔쳐 듣고는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박근혜 정부 쪽에 보고해왔다고 합니다. 외부든 내부든 세월호 특조위를 흠집 내려는 정보 유출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이 보수단체와 결탁해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온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겁니다.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해양수산부의 3급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에 대한 고발과 특조위 해체 주장을 해온 보수단체와 결탁한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요, 당시 해수부 공무원은 보수단체 대표에게 세월호 유가족 중 홍모 씨를 왜 고발하지 않느냐며 "다 조국을 위하는 일이니 홍씨를 재차 고발해 달라"고 사주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주로 인해 유족인 홍 씨는 대통령 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으로 고소를 당했죠.

 

이는 일반 공무원 몇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인 특조위 활동 방해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의 '최고 존엄'을 위해서는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엄마조차 빨갱이로 몰아 고소하기까지 했으니, 박근혜 정부는 무능할 뿐 아니라 사악하기조차 합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결국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해수부의 세월호 유가족 핍박 사주와 특조위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주한 해수부 공무원과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출처 - 뉴시스


같은 날 오후 한강에서 125톤 규모의 유람선이 운항 도중 가라앉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등 11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영동대교 부근에 가라앉은 유람선은 아직 예인되지 못했고 침몰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크고 작은 선박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젠 서울 한복판에서 유람선이 가라앉는 일마저 생겼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얼마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의 1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를 본 관객수가 3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희도 이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만, 사실 독립영화의 특성상 1만 관객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나쁜 나라》의 흥행은 경이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영화에 소개된 《나쁜 나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2014년 4월, 진도 앞바다에서 생중계된 세월호 침몰사건은 304명의 희생자가 속해 있는 가족들에게 평생 지고 가야 할 상처를 안겨줬다. 그중에서도 단원고 학생들의 유가족들은 자식 잃은 슬픔을 가눌 틈도 없이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질문은 단 하나,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 진실은 1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평생 ‘유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마주친 국가의 민낯, 그리고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그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 1년의 기록.

 

지난 3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나쁜 나라》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이 노스욕 시청 대회의실을 빌려 무료 공동체 상영을 한 것이고 합니다. 해외에서 세 번째로 열린 상영회였는데, 250여 명의 관객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월호 진실 규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화 상영 후 요크 대학교에서 온 현지 학생은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데 어떻게 바로 조사를 들어가지 않았는지, 가족들이 어떻게 저렇게 해야 하는지 여기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지요.


세월호 인양은 7~9월로 예정돼 있는 데 반해 특조위의 활동기한은 6월까지입니다. 특별법 7조 1항에 따르면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얼마나 무능하길래, 혹은 대체 무엇이 밝혀지는 게 그렇게 두려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이렇게까지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걸까요?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녹아내릴 것 같던 폭염이 수그러들고 8월도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습니다. 작년 8월 31일에 <내 방 안의 영화제, EIDF 다시보기>라는 기사로 EBS국제다큐영화제 소식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 올해도 EIDF가 시작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쳐선 안 될 진수성찬 같은 영화제입니다.

 

출처 – EIDF 2015


올해는 '세상과 통하다(Connecting with the World)'라는 주제를 내걸고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삶과 타인의 삶, 공동체의 관계를 재고함과 아울러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500일이 되었습니다. 불통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올해 EIDF 주제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네요.


현재 한창 진행 중인 EIDF 2015는 8월 30일(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극장, TV, 인터넷 다시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따끈따끈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볼 수 있는 상영관은 EBS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미로 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 4개관입니다. 영화관을 직접 가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TV 방영과 인터넷 다시보기 D-BOX도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출처 – EIDF 2015 누리집

 

EIDF 2015 누리집: http://www.eidf.co.kr/2015kor/


EIDF 2015 극장 예매 시간표: http://www.eidf.co.kr/2015kor/screen/play


EIDF 2015 TV방송 편성표: http://www.eidf.co.kr/2015kor/screen/tvSchedule


EIDF 2014/2015 VOD 다시보기: http://www.eidf.co.kr/dbox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을 반영해 EIDF 2015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했습니다. 얼마 전 개편한 생각비행 블로그처럼 말이죠.

 


2014년 인기 다큐멘터리들을 VOD 구매로 편히 볼 수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요. EIDF 2015 상영작은 작년처럼 TV 방영이 끝난 후 무료 VOD 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기간이 1주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찜해둔 다큐멘터리는 이번 일요일까지 얼른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입니다. 주말을 이용해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에도 참석하시고 나와 타인, 세계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뜻깊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출처 – EIDF 2015


시티즌포(Citizenfour)http://www.eidf.co.kr/2015kor/movie/view/146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과 그 프로그램을 폭로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대표작입니다. '시티즌포'는 2013년 당시 NSA에서 일하고 있던 스노든의 별칭이었죠. 스노든을 직접 촬영하고 인터뷰한 희소성 있는 영상은 물론 NSA의 기밀문서도 직접 볼 기회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국정원 해킹 사건을 겪은 우리네 일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여지도 생기겠지요.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해 큰 화제를 일으킨 다큐입니다. 아쉽게도 금/일 2회에 걸쳐 극장 상영만 합니다. 집중해서 관람하실 분은 어서 예매하세요.

 


출처 – EIDF 2015


월스트리트의 예언자(The Forecaster)http://www.eidf.co.kr/dbox/movie/view/163


중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를 덮치고 있는 이때, '10월 1일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번져 공황에 이를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1999년에 마틴 암스트롱은 오늘날 국가 부채 위기의 도래를 예언하며 2015년 10월 1일 이후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개발한 경제전환예측 프로그램과 이 예언 때문에 FBI에 연행되어 재판도 없이 7년간 수감되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미네르바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의 예언자>는 극장, TV,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EIDF 2015


인도의 딸:그날 버스에서 있었던 일(India's Daughter)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32


인도 델리에서 23세 여성이 잔인하게 버스에서 강간당하고 살해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천인공노한 사건이었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인도 전역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큰 항의 시위가 일어났고, 전 세계적으로 성폭행과 연관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촉발하기도 했습니다. 권력관계를 악용한 성추문, 데이트 성폭력 등이 우리나라에서도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인도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을 선고받은 범인이 처형 직전에 한 인터뷰를 보면 성범죄와 폭력의 원인이 일그러진 사회와 그 사회의 도덕성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의 딸> 역시 극장, TV,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주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 저녁부터 주말 동안 이뤄지는 행사도 있으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 대한문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기다림과 진실의 버스'가 있습니다. 아직 바닷속에 있는 희생자를 기억합시다. 그들을 기다리는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합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합시다.

 

출처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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