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그리고 탄핵까지 수많은 일들 가운데 아직 일단락되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발생할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령을 공포하자는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 의혹입니다. 중대한 사안인지라 생각비행에서도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박근혜 친위 쿠데타 확인 인터뷰한 김무성 : https://ideas0419.com/1173

지난 2018년 7월 폭로에 의하면 기무사가 2017년 3월 작성한 문건에서 박근혜가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군이 무력을 동원해 촛불집회를 진압하려는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계엄사 구성과 국회, 언론 통제 방안, 광화문과 여의도 등에 장갑차를 비롯한 공수부대를 투입 등 구체적인 실행 지침까지 담겨 있었죠. 당시 군과 검찰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이 수사했지만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망쳐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되었습니다.

 

출처 - MBC

 

미국으로 도망친 후 조현천은 여권이 무효화되고 연금도 끊겼습니다. 그런데 군과 검찰이 못 잡는 건지 안 잡는 건지, 시간만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국정농단 세력이던 국민의힘이 정권을 차지하자 계엄 문건의 핵심 당사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던 송영무 전 장관을 이 계엄 문건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송 전 장관이 단순 검토 보고서일 뿐 불법성이 없는 이 문건을 내란 음모 목적이 있는 것으로 왜곡해 기무사 해체에 활용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력의 후예라 그런지 이들은 친위 쿠데타에 대한 죄의식 따윈 없나 봅니다.

 

출처 - JTBC

 

지난 9월 14일 미국에서 조현천은 현지 변호인을 통해 "계엄문건 작성의 최고 책임자인 저는 계엄문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라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의힘이 빠져나갈 멍석을 깔아주는 상황이라 입국해 대충 둘러대면 증거불충분으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겠다는 심산이겠죠. 지난 5년간 여권도 없고 연금도 받지 못한 조현천의 뒤를 누가 봐줬는지 그림이 그려지는 구도입니다. 법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조현천은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출처 - 한겨레

 

검찰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입국하면 공항에서 체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엄 문건으로 내란 음모와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고발된 이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됐습니다. 공교롭지 않나요? 국민의힘이 고발한 송영무 전 장관도 비슷한 날 서울서부지검에 이송됐습니다. 돌아보면 조현천을 불기소하는 문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이었습니다. 올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윤석열의 오른팔 한동훈은 이유 없이 미국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공식 일정보다 비공식 일정이 더 많았죠. 그때는 딸 입시부정 뒤처리하러 갔다고만 생각했는데, 비공식 일정 중 과연 누굴 더 만났을까 의구심이 드는군요. 검찰총장도 없이 한동훈이 검찰을 장악한 상황이라 더더욱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가 없네요.

 

출처 - JTBC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의 시계를 탄핵 이전으로 되돌리려 합니다. 군사독재의 잔당들이 다 사라졌나 싶었는데 좀비처럼 돌아오고 있습니다. 조현천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 대한민국에서 더는 쿠데타가 허용될 수 없도록 쐐기를 박아야 하지 않을까요? 조현천 자진 귀국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관련 수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정을 농단한 핵심 중 한 명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과 벌금이 선고된 후, 지난 2월 27일 국정농단의 주역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이 구형되었습니다. 같은 국정농단의 주범이었던 최순실이 민간인으로서 징역 20년을 받았다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휘두르고 세금을 국정농단에 사용한 박근혜는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자 국민의 뜻일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으며, 그 결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버지인 박정희처럼 과거의 유물이 되었어야 마땅한 권위주의 정부의 정경유착을 그대로 답습해, '경제민주화'라는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건 물론이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치부했다는 거죠. 또한 그 죄를 묻는 법정에서 재판을 보이콧하는 등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반성의 뜻도 보이지 않으니 엄중한 처벌로 그 책임을 물어야 역사가 바로 선다는 내용도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박근혜는 1심 결심 공판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순실의 1심 판결이 징역 20년이었던만큼 법적인 책임이 있는 직위에 있었던 박근혜는 그보다 더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박근혜의 1심 선고 공판은 4월 초로 예상됩니다.


출처 - 뉴스1


한편 이명박근혜 시대를 열고 국정농단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이 정해졌습니다. 물론 피의자 신분입니다. 검찰은 오는 3월 14일 9시 30분 이명박을 소환 통보했습니다. 현재 100억 원대 뇌물수수 의혹과 다스 관련 등 갖가지 의혹에 엮인 이명박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해야 실체적 진실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지난 5일 이명박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곧바로 이들을 소환 조사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을 소환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이 소환에 응한다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역대 다섯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에게 준비할 시한을 충분히, 넉넉히 주었기 때문에 출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박근혜에게 6일 전에 소환 통보를 했었는데, 그에 비해 이명박에겐 이틀을 더 준 셈입니다.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반론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죠.


출처 - 조선일보


이명박은 비서실 명의로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면서도 날짜는 검찰과 협의해 정하겠다며,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범치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난 혐의만 해도 국정원 특활비 상납, 불법자금 수수, 다스 의혹, BBK 투자금 반환 과정 직권남용 의혹, 삼성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이면 거래 등등 수두룩합니다. 저지른 범죄가 너무 많아선지 이명박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 소환을 늦출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 교통신문


대한민국 곳곳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 하고 외치게 했던 국정농단 사태 해결의 오프닝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은 보편적 상식과 윤리가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잘못해도 잡아떼면 모면할 수 있었고, 법정에 서더라도 빠져나가는 악인들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근혜 9년은 국민이 개·돼지로 전락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진 사회, 갑은 철저하게 갑질을 하고, 을은 을들과의 전쟁에 내몰리는 사회였습니다. 사람보다 돈을 앞세웠던 이명박근혜 정부에 맞서 촛불의 힘을 배경으로 탄생된 새 정부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 보편적 상식과 윤리를 재정립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염원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 사태 해결이 이제 본론에 들어갑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던 삼성 이재용을 잊지 말고 국정농단 사태의 대단원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원한을 앙갚음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을 되돌리는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단지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반영되는 기초가 튼튼한 나라로 탈바꿈하도록 우리가 뜻을 모아야 합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가 그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피고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국정농단 사태의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내려진 1심 판결입니다. 2016년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450일 만인 2018년 2월 1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내려진 1심 선고인데요. 1심 공판 횟수만 무려 114회, 긴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주문 낭독에만 2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박근혜와 함께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든 죗값은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그리고 추징금 72억 원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1심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검찰은 최순실을 재판에 넘기면서 무려 19개나 되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핵심은 뇌물수수였지요. 최순실이 삼성에서 받은 돈 가운데 약 73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1심 법원은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탔던 말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순실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이 K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삼성의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판결과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삼성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그에 대한 뇌물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통되지만 뇌물 액수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뇌물 공여를 깎고 또 깎아 36억 원만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1심 재판부가 최순실이 이재용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뇌물 액수는 그 두 배인 72억 원입니다. 주는 사람은 36억을 줬는데 받은 사람은 두 배인 72억을 받았다니, 이게 무슨 무슨 오병이어의 기적도 아니고 어떻게 두 배로 뻥튀기가 됩니까?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끼리의 판단이 이렇게 달랐던 지점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에서 도드라졌습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순실 1심 재판부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그런 대화를 했다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을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약 36억 원만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니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안종범 업무수첩은 그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1, 2심, 이화여대 입시 비리사건 1, 2심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됐고, 1심 진행 중인 최순실, 장시호, 차은택, 박근혜 재판부들도 증거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재판부가 나머지를 다 죽이더라도 어떻게든 삼성만큼은 구하려고 한 결사적인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며, 국정농단 사태의 끝판왕은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삼성과 이재용을 비롯한 오너 일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 최순실의 1심 판결로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구속되었습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넨 돈은 뇌물로 봤기 때문입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박근혜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거로 판단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신동빈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도 롯데가 삼성 정도의 취급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 칼을 갈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난 이재용 판결과 이번 최순실 판결을 비교한다면 정의가 구현된 판결이라기보다는 롯데가 삼성만큼 부와 권력이 있었으면 또 유유히 빠져나갔으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결국 이는 재벌 봐주기식 판결을 한 사법부의 실책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순실 역시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후원금을 받아낸 행위는 모두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이외에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 하나은행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등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공모관계도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1심에서 형량이 남았을 뿐 유죄는 확정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앞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마지막 대법원이, 최순실은 2심이, 박근혜는 1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랬다저랬다 하는 판결로 사법부는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미 큰 흠을 남겼습니다. 문자 그대로 '국가를 말아먹으려고 했던 시도'에 비하자면 징역 20년도 낮습니다. 우리는 풀려난 이재용과 삼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 대법원에서 삼성과 이재용이 단죄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최근 새로 확보된 안종범의 수첩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뇌물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들어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박근혜의 구속 기한이 연장되었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경영권 승계 지원의 대가로 430억 원대의 뇌물을 주었는지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뇌물은 어느 시대에서든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관심사입니다. 시대에 따라 뇌물처럼 좋지 못한 의미로 쓰이는 돈의 별명도 각양각색입니다. 만 원짜리 색을 딴 '배춧잎',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봉투'가 부정한 돈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죠.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인들과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인 '와이로'(わいろ)가 그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순사 포케또에 와이로 좀 찔러드렸다"는 식으로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모를 말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SBS


이보다 이전인 조선시대로 올라가면 화폐보다 현물이 뇌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산삼 같은 귀한 약초야 사극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뇌물입니다만, 잡채와 김치가 뇌물로 쓰인 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요? 조선의 잡채에는 오늘날과 달리 당면이나 고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치는 오늘날과 달리 각종 채소류를 소금에 절인 음식을 뜻했다고 합니다. '침채'로 불렸죠.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땔감이 귀한 조선에선 튀김 요리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절임 같은 발효식품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출처 - SBS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신흠의 문집인 《상촌집》을 보면, 김치와 잡채가 광해군의 문고리 권력인 내시들에게 얼마나 잘 통했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잡채와 침채(김치)를 바쳐 벼슬을 얻어 잡채상서니 침채정승이니 하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편 임진왜란 때 왜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패퇴하여 일본으로 도주할 당시 바닷길을 열어달라며 이순신 장군에게 총과 칼, 금은보화를 뇌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에게 빼앗은 총칼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금은보화는 조선 백성한테서 도적질한 것일 테니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호통을 치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싸워서 모조리 물리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네요.


출처 - 조선일보


일본의 총리인 아베 신조는 전범의 후손답게 최근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인인 아키에는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제기되었고, 아베 신조 본인은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 산하 대학에 무려 52년간 불가능했던 수의학과 신설 허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우익 사학과 연루된 스캔들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일본 국민의 과반인 65퍼센트는 아베 신조 정부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박근혜, 트럼프, 아베 신조까지 한-미-일 정상들이 사이좋게 손잡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군요.

출처 - 한국일보


한편 이 스캔들 덕분에 일본에서는 뇌물을 뜻하는 새로운 은어가 탄생했습니다. 우익사학재단인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국유지 헐값 매입을 위해 자민당의 전 방재담당장관에게 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종이에 들어있는 물건을 건네 받긴 했지만 바로 되돌려줬다며 "(봉투에 들었던 게) 돈인지 곤약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100만 엔 현찰의 두께가 1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일본 슈퍼마켓에서 파는 곤약의 두께가 딱 그정도라고 하는군요. 실제로는 상품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간에선 곤약이 돈의 은어가 되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파벌정치와 사실상 일당독재에 가까운 정치 후진국 일본은 그에 걸맞게 뇌물과 관련된 은어가 많았습니다. 전후 최악의 부정부패로 불리는 1976년 록히드 사건 때는 '피넛(땅콩) 100개'란 말이 유행했는데 뇌물수령 영수증 금액을 의미하는 은어였다고 합니다. 피넛 1개가 100만 엔이니 1억 엔이 오갔다는 뜻이죠. 이로 인해 일본 정치의 풍운아라는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구속되어 실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위스키에 빗대 돈 받은 파벌 개수를 헤아리거나 풍덩과 퐁당이란 의성어로 지난 밤에 어느 정도 수준의 접대를 받았는지를 자랑하는 은어에 이르기까지 참 표현이 다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별칭으로 부르든 결국 뇌물일 뿐이죠.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뇌물죄에 대한 형량은 높으나 실제로 처벌받은 사람이 너무 적어 꼽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뇌물은 민주주의 사회 시스템을 왜곡하고 열심히 사는 선량한 사람들의 일상을 무력하게 만드는 사악한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최고 권력자가 얽힌 뇌물죄 사건이 일벌백계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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