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잡채, 곤약이 뇌물? 한일 뇌물의 초간단 역사

최근 새로 확보된 안종범의 수첩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뇌물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들어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박근혜의 구속 기한이 연장되었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경영권 승계 지원의 대가로 430억 원대의 뇌물을 주었는지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뇌물은 어느 시대에서든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관심사입니다. 시대에 따라 뇌물처럼 좋지 못한 의미로 쓰이는 돈의 별명도 각양각색입니다. 만 원짜리 색을 딴 '배춧잎',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봉투'가 부정한 돈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죠.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인들과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인 '와이로'(わいろ)가 그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순사 포케또에 와이로 좀 찔러드렸다"는 식으로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모를 말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SBS


이보다 이전인 조선시대로 올라가면 화폐보다 현물이 뇌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산삼 같은 귀한 약초야 사극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뇌물입니다만, 잡채와 김치가 뇌물로 쓰인 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요? 조선의 잡채에는 오늘날과 달리 당면이나 고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치는 오늘날과 달리 각종 채소류를 소금에 절인 음식을 뜻했다고 합니다. '침채'로 불렸죠.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땔감이 귀한 조선에선 튀김 요리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절임 같은 발효식품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출처 - SBS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신흠의 문집인 《상촌집》을 보면, 김치와 잡채가 광해군의 문고리 권력인 내시들에게 얼마나 잘 통했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잡채와 침채(김치)를 바쳐 벼슬을 얻어 잡채상서니 침채정승이니 하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편 임진왜란 때 왜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패퇴하여 일본으로 도주할 당시 바닷길을 열어달라며 이순신 장군에게 총과 칼, 금은보화를 뇌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에게 빼앗은 총칼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금은보화는 조선 백성한테서 도적질한 것일 테니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호통을 치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싸워서 모조리 물리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네요.


출처 - 조선일보


일본의 총리인 아베 신조는 전범의 후손답게 최근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인인 아키에는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제기되었고, 아베 신조 본인은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 산하 대학에 무려 52년간 불가능했던 수의학과 신설 허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우익 사학과 연루된 스캔들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일본 국민의 과반인 65퍼센트는 아베 신조 정부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박근혜, 트럼프, 아베 신조까지 한-미-일 정상들이 사이좋게 손잡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군요.

출처 - 한국일보


한편 이 스캔들 덕분에 일본에서는 뇌물을 뜻하는 새로운 은어가 탄생했습니다. 우익사학재단인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국유지 헐값 매입을 위해 자민당의 전 방재담당장관에게 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종이에 들어있는 물건을 건네 받긴 했지만 바로 되돌려줬다며 "(봉투에 들었던 게) 돈인지 곤약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100만 엔 현찰의 두께가 1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일본 슈퍼마켓에서 파는 곤약의 두께가 딱 그정도라고 하는군요. 실제로는 상품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간에선 곤약이 돈의 은어가 되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파벌정치와 사실상 일당독재에 가까운 정치 후진국 일본은 그에 걸맞게 뇌물과 관련된 은어가 많았습니다. 전후 최악의 부정부패로 불리는 1976년 록히드 사건 때는 '피넛(땅콩) 100개'란 말이 유행했는데 뇌물수령 영수증 금액을 의미하는 은어였다고 합니다. 피넛 1개가 100만 엔이니 1억 엔이 오갔다는 뜻이죠. 이로 인해 일본 정치의 풍운아라는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구속되어 실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위스키에 빗대 돈 받은 파벌 개수를 헤아리거나 풍덩과 퐁당이란 의성어로 지난 밤에 어느 정도 수준의 접대를 받았는지를 자랑하는 은어에 이르기까지 참 표현이 다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별칭으로 부르든 결국 뇌물일 뿐이죠.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뇌물죄에 대한 형량은 높으나 실제로 처벌받은 사람이 너무 적어 꼽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뇌물은 민주주의 사회 시스템을 왜곡하고 열심히 사는 선량한 사람들의 일상을 무력하게 만드는 사악한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최고 권력자가 얽힌 뇌물죄 사건이 일벌백계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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