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청소나 봉투 붙이기는 지난날 가난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두 작업이 254억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갚을 수 있는 황제의 일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른바 '황제 노역'으로 인구에 회자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때문입니다.

출처 - MBN
 

25일 광주교도소는 허 전 회장의 나이 등을 감안해 노역의 종류를 구내청소로 결정, 이날 오후부터 이행토록 지시했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1월21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 등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30일안에 납부치 않아 환형유치 금액(일당)이 5억원으로 책정됐다. 50일만 노역하면 254억원의 벌금이 탕감되는 것으로 일반인들의 평균 노역 일당(5만원~10만원)의 1만배에 이르러 '황제노역' '신의 노역' '지역 판관의 문제점' '전관예우' 등 큰 논란을 일으켰다.


허재호 회장은 2007년 대주그룹의 경영자로 508억 원의 탈세와 회삿돈 100억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허재호 전 회장은 벌금을 내지 못하겠다며 몸으로 때우는 노역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역의 가치가 일당 5억 원으로 책정돼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벌금을 납부 못하면 그에 대비해서 노역장에 유치시킬 수 있고 그 유치 기간을 계산해야 하는데요. 그 계산법을 1일당 해당할 벌금을 확정하는 판결을 5억 원으로 정한 것인데요. 우리 형법은 벌금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3년 범위 내에서 양형 재량을 발휘할 수 있게 법원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죠. 지금 일반인들 같은 경우에는 노역장 유치, 환산금액을 1일 5만원으로 정하는 것이 거의 통상이었고요. 최근에 형사법관에 의해서 이 금액을 실질화해야 한다 해서 10만원으로 올려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비하면 5억 원이면 5만원으로 치면 만 배, 10만원으로 치면 5000배, 이런 재판에 의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수감자 중 정말 돈이 없어서 노역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일당이 막노동 현장의 임금과 비슷한 5~10만 원꼴이므로, 허재호 전 회장은 무려 일반인의 1만 배에 달하는 일당을 받고 노역하는 셈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청소로 49일만 노역하면 254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벌금이 문자 그대로 사라집니다. 다시 세상에 나오면 그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겠지요. 일반 시민은 이와 같은 불합리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벌금과 추징금이 두렵지 않은 재벌과 권력자들

출처 - JTBC

가장 큰 문제는 재벌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검찰에서도 마찬가지고 사법부에서도 솜방망이 판결을 해 준다는 거죠. 서민들이 5억의 벌금을 맞았으면 하루 5만원씩 계산하면 1만일이 되거든요. 그러면 27년을 살아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재벌은 하루만 살고도 그냥 나오는 거니까 국민들 법 감정으로는 이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요.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뉴질랜드에서 땅 팔고 분양 사업을 하며 호화생활을 누렸기 때문에 은닉 의혹 재산의 유무를 떠나 벌금을 낼 능력이 충분합니다. 그러니 벌금을 못 내는 게 아니라 안 내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건설업계의 속성상 그에게 공사 대금을 떼인 하도급업체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 그리고 공사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일당도 떼이고 앉은 자리에서 망할 판인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제공자인 허 전 회장의 벌금 254억 원은 그저 49일간의 청소 노역으로 탕감된다니, 정말 이제는 대놓고 무전유죄, 유전무죄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출처 - SBS

이번처럼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 나온 데에는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주기업과 광주 지역 법조인들의 지역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명 짬짜미라고 하는데요.

<중앙일보>는 25일 ‘교도소 일당 5억 황제노역 판결한 29년 광주 향판’ 제하의 기사를 통해 2010년 당시 광주고법 형사1부장판사로 해당 판결을 내린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지연 때문에 이와 같은 판결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일당 5억의 황제 노역을 판결한 장병우 부장판사는 현재 광주지방법원장이 되었고, 허재호 전 회장의 변호인 4명 중 2명은 광주지법원장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솜방망이 판결은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얘깁니다. 게다가 검찰까지 벌금 구형과 동시에 선고 유예를 신청했다고 하니, 정말 우리나라 학연·지연 문제의 결정판을 보는 기분입니다.

일이 커지자 대법원은 부랴부랴 벌금을 내지 못하면 대신 노역을 하는 '환형유치제도'에 대한 개선안 검토에 나섰습니다. 문제가 되는 노역장 유치 기간 3년 제한 규정, 노역의 일당 액수를 법원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 등, 국민이 납득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오는 28일 열리는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 환형유치제도를 안건으로 올려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하고요. 법 개정 추진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어제 기사를 올린 이후 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을 중단하고 벌금 집행 절차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들끓는 여론에 놀란 檢… 황제노역 중단·벌금환수 착수>)

출처 - 조선일보

하지만 허재호 전 회장의 경우는 새 발의 피입니다. 254억 원이라는 벌금이 우스워 보일 정도의 고액 미납자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으니까요. 그들은 권력과 재벌임을 믿고 해외로 도피해 호화 생활을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전두환의 재산을 추징한 전두환 추징법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 금방 사그라졌습니다. 고액 추징금 미납자를 대상으로 은닉 재산과 차명 재산에 대한 사법기관의 강제 몰수를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하는, 일명 김우중 추징법이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법조계 안팎에선 고액 추징금 미납자 방치가 '추징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인식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추징금을 형벌의 일종인 벌금으로 전환하거나, 추징금 미납자를 일정 기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면법을 고쳐 추징금을 안 내면 아예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두환 추징법'에 이어 '김우중 추징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추징금 미납자 가족 등 제3자의 재산이 범인의 은닉 재산으로 확인되면, 별도 소송 절차 없이 강제로 몰수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이러는 가운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임직원의 추징금 미납 현황은 압도적인 1위입니다. 이들은 총 22조 9470억 원의 추징금 중 1퍼센트도 내지 않고 외유 중입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더니 그 뜻이 세상에는 도망 다닐 곳이 참 많다는 소리였나 봅니다. IMF의 상징처럼 각인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추징금 미납금은 1280억 원, 전두환 전 대통령은 꼴사납게 추징당하고도 아직 1200억 원의 미납금이 있습니다.

2013년 8월 통계 기준으로 추징 판결이 내려졌으나 아직 환수하지 못한 돈이 무려 25조 3773억여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추징에 성공해 실제로 환수한 금액은 1조 3157억 원에 불과하다는군요.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활성화 같은 소리보다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추징금과 벌금부터 거둬들이는 게 어떨까요? 이편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부족한 세수도 채우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3년 3월 들어 비로소 첫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사회혁신 비즈니스―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하루를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수억 명의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변함이 없습니다.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사회를 향한 불신은 커져가고 희망을 잃게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나의 문제이거나 친구의 문제, 또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세계 곳곳에 산재한 많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는 두 저자의 물음에 관한 답이 바로 《사회혁신 비즈니스》입니다.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을 쓴 두 사람은 2006년 초여름, 서울 안암동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기독교 사회지도자 양성기관인 ‘한국리더십학교’의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났다. 다양한 모임을 함께하며 이야기하던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결 방안’은 늘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활화산과 같았다. 그러한 열정으로 우리는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책을 읽고, 삶의 현장에서 사회적기업, 마이크로크레디트, 기업사회공헌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한국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책을 펴내며' 중에서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유한양행을 창업하여 기업의 모범을 보인 유일한 박사는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사회혁신'을 이루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고 말이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우리가 왜 '사회혁신 비즈니스'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책에서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분,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분,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에 관심이 있는 분,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모든 분에게 해결 방안을 알려드립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

▸분야: 경제․경영              ▸판형: 신국판(152*225)            ▸발행일: 2013년 3월 15일  
▸지은이: 전병길․김은택     ▸쪽수: 308쪽 
▸가격: 15,000원                ▸ISBN: 978-89-94502-13-7 (13320)


“사회혁신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기업과 최근 들어 급부상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다양한 조직이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상생’ ‘공유’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회적경제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 산재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기초를 두고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기업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으며, 사회문제와 비즈니스의 기회를 융합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사회적 참여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활동을 ‘사회혁신 비즈니스’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의 사회혁신’이며, 일자리 창출형 중심의 사회적기업을 넘어선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혁신’을 의미한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지구촌 경제와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양질의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자본주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사회혁신’을 이루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

이 책의 도입부인 1장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과 ‘정약용’을 통해 ‘한국적 사회혁신’의 기원을 조명한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사회혁신은 대부분 미국, 유럽의 사례로 그 기원은 그네들의 역사에 잠재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면 앞서간 분들이 그 시대 속에서 변혁을 꿈꾸며 다양한 시도를 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일어난 자생적 혁신의 움직임을 그동안 등한시한 건 아닌지 반성의 의미를 담아, 조선 후기 실학이 추구한 사회혁신의 모습을 이 시대에 되살려본다.

2장에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소개한다. 사회적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정무역, 마이크로크레디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사회혁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그룹이나 사회적기업이 혁신적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고장 난 자본주의를 치유하는 하나의 처방전’으로 좀 더 넓고 의미 있는 사회혁신을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은 ‘사회적기업’과 ‘기업사회혁신’을 통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실천적인 담론을 담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주로 사회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비즈니스의 목적과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에서 이점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기업사회혁신은 사회와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한 후 비즈니스를 통해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를 결정한다. 접근 방법은 다르더라도 사회적기업과 기업사회혁신은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큰 축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일고 있는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현상과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도움을 주고자 했다.

5장에서는 구체적인 ‘사회혁신 브랜드 구축 방안’을 제시한다. ‘브랜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사회혁신 비즈니스’와 ‘브랜드 전략’의 연계에 무관심하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그동안 경영 컨설팅과 강연을 진행하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기업의 브랜드 전략 구축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느껴 ‘S/O/U/L/M/A/T/E’를 사회혁신 브랜딩 전략으로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면, 기업과 사회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긍정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생태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병길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브랜드 혁신가의 삶을 살고 있다. 다수의 기업, 공공단체, 비정부기구NGO, 대학 등을 대상으로 강연과 컨설팅을 해왔다.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앤디 워홀의 상상력, 무하마드 유누스의 실천력을 본받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 예스이노베이션 경영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저서로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2009, 네이버 오늘의 책), 《코즈마케팅》(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김은택
한동대에서 경제학와 국제지역학을 공부하고 스리랑카, 중국에서 자원봉사와 어학연수로 각각 1년을 보냈다. 의미와 적성이 조화된 일을 찾고자 아이티IT벤처, 과외교사, 유학원, 대북지원 비정부기구NGO, 마이크로크레디트, 사회적기업 등에서 일했다. 키바Kiva 창립자 매트를 인터뷰한 뒤 사회적기업 창업을 결심하고 위체인지어스WeChangeUs라는 소셜벤처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와 동아시아에 관심을 두고, 향후 동아시아의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꿈꾸고 있다.

목차

추천사 | ‘멋진 혁신세계’를 꿈꾸며
          | ‘혁신’, 모두를 위한 일보 전진
머리말 | 사회혁신은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1. 실학(實學), 조선 사회의 혁신을 꿈꾸다

옛사람이 꿈꾼 사회혁신
도탄에 빠진 조선 백성의 현실 | 실학, 새로운 사회를 향한 비전 | 사회개혁을 꿈꾼 다산 정약용 | 현대화된 ‘실학’은 오늘날 여전히 필요하다


2. 자본주의와 사회혁신

1. 변화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씨앗’ |  인류의 삶을 뒤흔든 산업혁명 | 새로운 소외계층의 출현 | 자본주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 | 시장과 기업의 업그레이드 |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대전환 |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물결 |  세계화의 이면에 잠재한 문제와 창조적인 해결방안

2.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의 다양한 모습 | ‘통일벼’와 혁신 | ‘이산가족찾기’와 혁신 | 사회혁신의 정의 | 사회혁신 가치네트워크 | 사회혁신 비즈니스 |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두 가지 접근


3.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기업
 
1.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자선’이 아닌 ‘기회’로 가난을 극복하기 |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 시작된 배경 | ‘사회적기업’을 향한 오해 | 사회적기업의 두 형태 그리고 ‘사회적기업가’ | 사회적 가치사슬

2. 사회적기업의 유형
‘빵’과 사회적기업의 관계 |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 |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기업 | 사회적 목적을 위한 수익활동형 사회적기업 | 사회문제 해결형 사회적기업 |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기업 | 협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

3. 사회적기업의 5가지 속성, ‘S/M/A/R/T’
‘맥가이버 칼’에서 찾은 혁신의 속성 | 공감(Sympathy) | 비용 최소화(Minimize) | 적절한 해결책(Appropriate Solution) | 관련성(Relevence) | 변형(Transform)

4. 사회적기업의 미래
사회적기업을 이끌 트렌드 | 다양한 사회문제의 대두 | 아시아를 섬기고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전략 | 개방과 공유를 통한 혁신 |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가 양성 | ‘협동조합’의 시대 | 사회혁신 자본시장 구축 | 상생을 위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 사회적기업,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하다


4. 기업사회혁신, 경영의 새로운 흐름

1.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기

기업은 ‘이윤’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사례 | 기업의 사회적 책임

2. 기업사회참여의 질적 변화

‘물 부족’ 문제는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 물 부족 해결 활동으로 살펴보는 ‘기업사회혁신’ | 기업사회참여의 세 단계 |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Shared Value)’ |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혁신’으로

3. 기업사회혁신전략

전략경영 | 기업사회혁신전략 | 기능별 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사업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기업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대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기업사회혁신’에 대한 비판들 | 한국형 ‘기업사회혁신’의 방향


5. 사회혁신 브랜드 창조하기

1. 소비자가 기업을 바꾼다
소비자는 편익을 찾는다 | 소비자, 윤리를 말하다 | 소비자가 원하면 기업은 변한다

2. 브랜드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기업은 ‘브랜드’에 가치를 담는다 | 브랜드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 브랜드는 ‘사랑’이다 |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 ‘진실의 순간’을 추구하는 사회혁신 브랜딩 |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새로운 날개, 브랜드

3. 사회혁신을 만드는 영혼의 브랜딩, S/O/U/L/M/A/T/E

브랜드의 혼(魂)ㆍ창(創)ㆍ통(通) | 영혼의 비전을 가져라(Spiritual Vision) | 기회를 인식하라(Opportunity Recognition) | 독창적인 가치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 | 연계된 파트너(Linked Partner) | ‘가치’ 포지셔닝을 하라(Make a Value Positioning) | 선도적인 소통 프로그램을 개발하라(Advanced Communication Program) | 이야기로 말하라(Tell ‘the Story’) | 평가(Evaluation)


6. 디자인으로 바라본 세상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계영배(戒盈杯) 디자인에 숨은 의미 | 사회혁신을 이끄는 ‘디자인적 사고’


참고문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2년 10월 7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플래시 포워드 부분 감독 프레젠테이션에서 지미 라루슈 감독은 "내 영화(<상처>)는 한 인간이 아동기에 겪은 상처가 인생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독립, 하셨습니까?]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이은 씨가 <상처>를 관람하고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아울러 풀어냈습니다. 지난번 연재 이후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내년에 상영될 친족 성폭력 다큐멘터리 <잔인한 나의, 홈> 제작 일정으로 연재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상처〉를 대하는 태도,
지미 라루슈 감독에게 묻다

‘상처’는 삶의 복잡다단함을 보여주는 한편 삶을 직면하지 않을 핑계도 제공해준다. 때로는 삶의 중요한 순간을 은근슬쩍 피해 숨을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장치 아닌가 말이다. 그런 태도로 면피해온 것들을 근래 자주 느끼고 있다. 어릴 적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가정에서 혈연가족이 가하는 폭력은 뚜렷한 족적을 남긴다. 지난 상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상처와 불화하게 되는 것은 그 후폭풍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한 편의 영화에 이끌려 부산으로

애초 부산에 갈 계획은 없었다. 화려한 레드카펫, 국경을 가로지르는 거장의 영화, 밤마다 넘실대는 술잔…. 영화 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나와 거리가 있는 것들이었다.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과 마음이 움직이는 일만 하다 보니, 그중에서도 독립의 독립, 자본과 무관한 작품들이나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영화가 관객과 만나도록 기획하는 일로 바삐 움직인 터라 정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관객으로도) 가본 적이 없었다.

<상처>의 메인 포스터. 붉은 색감이 무척 강렬하다. 묵직하게 쓰여진 시놉시스는 또 어떻고! 하지만 영화는 붉은 빛보다 잿빛에 가깝다. 

"잘못된 인생에서 미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씻을 수 없는 상처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듯, 리차드의 어린 시절 창고에서 일어난 사건의 상처는 그의 인생을 알게 모르게 바꾸어놓는다. 삼십 년이 지난 후, 그는 복수를 위해 그 장소를 다시 찾고, 한 인간이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는 순간을 강렬한 심리적 서스펜스로 그려낸다."

영화 <상처>의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나의 무의식과 의식이 한달음에 '꼭 봐야 할 영화'라며 소리쳤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새벽기차를 타고 내려가 조조로 영화를 보고야 말았으니, 근래 드물게 유별난 끌림이었다. '트라우마 상담'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살아온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와중에 소란스럽던 내면이 조금 정리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 어딘가 영화가 와 닿을 것 같아서였다. 상처 많은 사람이라 여기며 실상 그 이름에 스스로를 가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는 걸 조금씩 깨닫던 무렵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심신이 온전히 자라기 이전이므로 별 뜻 없이 저지른 일들이 큰 상처로 남아 평생의 무게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론 사건의 영향력이나 피해에 비해 빨리 아무는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 아주 큰 트라우마를 겪고서도 남을 돕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의 예를 왕왕 볼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연쇄 살인범이라도 매 순간이 상처의 기억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듯,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꼭 사람을 혐오하는 성인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상처나 사건 자체보다는 그 후의 처치나 오랜 시간의 관리(혹은 치유), 그리고 자라나며 접하는 환경이란 변수가 꽤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과정이 쉽거나 자연스레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도리어 내면에 괴물을 키워낼 수도 있다. 꼭 가족이나 가까운 이가 아니라도 마음의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가 있다면 상처는 치유의 길로 시나브로 접어든다.

영화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상처>는 매우 현실적으로 등장인물, 가해 혹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판타지를 접목해 인물들의 정서를 놀랄 만큼 세세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예측하지 못한 결말까지 숨도 못 쉬도록 몰아붙이는 촘촘한 솜씨에 소름이 돋을 정도.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던 감독의 이중적 경험을 캐릭터의 감정으로 탄탄히 쌓아올렸기 때문이리라.

30년 전의 리차드와 폴, 그리고 폴의 친구들. 둘 사이의 권력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리차드도 그들 중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폭력이었다. 

극 중 리차드는 창고에서 린치를 당하고 돌아오지만 싸늘한 집안 공기에 혼자 마음을 쓸어내린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와의 불화로 어머니가 떠난 후였다. 감싸 안아줄 이가 없었던 그의 마음은 점점 황폐해지고 그조차 마음의 빗장을 열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상담이나 도움을 받으려 해보지만 상처는 봉합되지 않고 커져만 갔다. 한편 리차드를 집요하게 괴롭힌 폴에게는 위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있었고, 그는 타인의 고통에 이입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났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리차드는 아들과 부인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는 폴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다. 창고에서 재현되는 폭력적 상황은 판타지와 실재를 오가며 그의 분열된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30년 후, 창고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용서와 화해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결말은 기대를 처참하게 배반한다.


상처를 증폭시키거나 잦아들게 하는 것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엄마'의 부재 때문으로 그려지지만 실상이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 예를 들어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린 아이를 누군가 때렸다고 치자. 거슬러 올라가면 엄마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원인이 있지만, 실상 폭력을 직접 유발한 것은 친구의 놀림이다.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가 트라우마일 수는 있지만, 이를 거론하며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신이 어쩌지 못할 상황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 절망한 아이는 계속 주먹을 휘두르거나 그러다 때때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연쇄구조를 뷰파인더에 담으며 감독은 냉랭할 만큼 거리를 둔다.

도움의 손길에도 폭력으로 대응하는 리차드는(이는 도와주려던 이를 물어뜯는 개의 모습으로 대변된다), 물어뜯긴 자국이 마음으로 번져 통제하지 못할 무기력에 휩싸인다. 감독 혹은 리차드는 30년 전의 사건을 호출하고, 그곳으로 가해한 친구를 데려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고통을 '해결'하려 발버둥친다. '복수'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그 절박한 마음을 대변한다. 그러나 자신의 약함을 강함으로 가리며 살아온 폴에게 그 사건은 기억조차 희미해진 하나의 해프닝일 뿐이었다. 폭력의 결과로 마음이 망가진 리차드의 항변도 그에겐 '약해빠진 놈들의 핑계'로 치부될 뿐이다. 실패한 복수는 삶의 의지마저 앗아간다.

혼자가 된 리차드. 아내도 아들도 그를 외면한다. 배우 마크 비랜드(Marc Beland)는 드라마 시리즈의 주연 배우로, 섬세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   
 
나는 처음에 이 이야기가 실패한 복수, 탈출구를 찾지 못한 분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되씹어보니 그저 절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벗어나기를 포기한 게 아니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쓸수록 더욱 그것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하지만 "영화의 절반이 자신의 이야기"임을 고백한 감독은 장난꾸러기의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두운 절반을 영화에 쏟아붓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해진 것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익힌 그는 렌즈를 통과한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드러내었다. 그만한 거리를 둘 수 있게 됐다는 뜻일 터.

지미 라루슈 감독

"열다섯 살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었어요. 다행히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지만 어머니의 부재를 매 순간 느꼈어요. 체구가 크다고 놀림도 많이 받았고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 그러지 않게 된 건, 아마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게 된 무렵인 것 같습니다. <상처>는 이전에 만든 두 개의 단편을 이어 더 풍성하게 만든 영화고요."

아쉽게도 그의 영화가 거친 폭력을 연상(오해이긴 하지만)시켰는지, 평단이나 관객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작은' 영화들은 사실 영화제의 상영작 수를 채우고 가끔 의외의 발견을 위해 존재할 뿐, 스포트라이트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라인업에서 정해진다.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영화를 프로그래밍하고 추천작으로 선정하고 스타들을 레드카펫에 세워 시선을 끄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도 적은 예산(총 제작비가 1,100달러, 약 1억 2000만 원의 저예산 영화)으로 영화를 만들기가 녹록하지 않은 것은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그 성취가 크지 않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생애 첫 장편영화인데, 영화제에서 초청해주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사비와 프로듀서의 출연으로 제작했는데 개런티에 무관하게 배우들이 출연해주었어요. 덕분에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자전적인 이야기로 만든 영화라도 '극영화'임이 분명한데, 나는 자꾸 만든 이의 '삶'에 집중해 이야기를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보니 극영화와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영화를 통해 만든 이의 삶 혹은 정서를 들여다보게 되는 태도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 읽기가 갈수록 어렵다. 삶과 영화의 경계, 감상과 성찰의 경계, 영화 속 삶과 영화 밖 삶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 점점 무거워지는 까닭이다.


아마도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상처는 상처에 의해 증폭되거나 묻히거나 혹은 해결되기도 한다. 갈 곳 잃은 상처야말로 가장 위험한 종류의 내상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자원이라고 여기는 것도 과언은 아닐 터. 포기하는 것조차 선택일 수 있지만 돌이킬 기회가 있을 때에야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수잔 브라이슨이 쓴 책,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에 나오는 문구로 글을 맺어야겠다.

"트라우마 생존자의 목표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그것은 트라우마를 초월하는 것도 아니고, 트라우마 희생자가 겪는 생존자의 딜레마를 푸는 것도 아닌 단지 견뎌내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그저 견뎌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일 수 있다.
트라우마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살아야만 해'라는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사무엘) 베케트적 딜레마를 푸는 것이 얼마나 자신들을 지치게 하는 일인지 잘 이해한다."

어쨌거나 삶도, 영화도 계속된다. 내놓을 용기가 있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묻어두려 하지만 않으면 어떤 상처라 하더라도 응당한 대가를 돌려준다고 '믿는다'. 감독의 다음 영화가 코미디라는 사실이 지금으로서는 의미심장하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주말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을 맞이하여 열린 평화군축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한반도에 당면한 평화 문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과 수출주력사업으로 육성해왔습니다. 그 결과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이 되었고, 국방비 지출은 세계 12위에 해당합니다. 지난 25일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였습니다. 분야별 예산을 추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라고 합니다. 반면 2013년 국방예산안은 35.5조 원에 달하며, 매일 972억 원을 국방비로 쓰게 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는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군비증강, 전쟁무기 도입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제주 해군기지처럼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방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한편 시민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투자(교육, 주거, 의료 등의 복지예산의 중요성 등)를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세계 평화의 날'은 경희대 설립자이자 세계대학총장회의(IAUP) 의장을 지낸 조영식 박사가 1981년 6월 개최된 세계대학총장회 제6차 총회에서 제안한 뒤 유엔에 의해 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총성 없는 날'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2001년부터 9월 2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평화의 날 31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 현장] 풍선으로 만든 탱크 뒤편으로 평화단체에서 다양한 참여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기수출 세계 7위 국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첨단무기를 과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수시로 벌였습니다. 남북관계는 급속히 단절되었으며 그 결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낳았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는 군사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고, 무기산업을 키우고 군비를 확장하면 필연적으로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는 자명한 현실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교육, 주거, 의료 등 복지를 위한 예산을 희생하면서 적정규모 이상 책정되는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3회 평화군축박람회는 우리 사회에 평화에 관한 관심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면서 군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토크쇼, 콘서트,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휴전 상태이므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 여성교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방위비 감축과 여성복지 확대, 군사주의 문화를 평화문화로 전환' 같은 의제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현실을 무시하고 당장 모든 군대를 없애자거나 무장을 해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하자고 제안할 뿐입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친구가 되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와 핵억지력 등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켜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닐 뿐더러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총을 내려놓고 조금씩 군비지출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신뢰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전>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변모하는 세계정세,
과연 군사력이 대안인가?  


과거 국제정치에서 국력을 중요한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주로 '현실주의'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정세는 그동안 많이 변해왔고, 국력만큼 중요한 요인도 많이 생겼습니다. 국제정치에서 현실을 강조하는 이들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세계정세를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그동안 세계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간과하거나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차이는 절대적이었으나 이제는 그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파탄 났던 우리나라가 지금 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군비증강이 그 요인입니까? 아닙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하면서 인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랬듯이 우리와 같은 역량을 갖춘 나라가 앞으로 많이 생겨날 겁니다.

과거 강대국은 세계의 주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렸던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룬 국력으로 지금도 세계 패권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미국을 '불량국가'로 규정합니다. 미국이 세계 유수의 지역분쟁을 유발했으며, 지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깡패국가이기 때문이지요.

시민 한 사람 사람은 도덕적일지 모르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으로서의 사회는 비도덕적이기 쉽고, 깡패국가나 불량국가가 되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친 국방력 그 자체가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미군, 미국의 경제의 한 축이 된 군산복합체, 국가안보사업에 집중되는 최첨단 기술 등은 사실상 미국경제를 떠받치는 토대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유지비가 듭니다. 이 때문에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는 미국은 시시때때로 전쟁을 일으켜 무기 재고를 소진하고, 지하자원을 획득하거나 전후 복구를 떠맡으면서 국가경제를 쇄신해왔습니다.

이렇게 국력 강화에 힘을 쏟는 미국조차 최근 국제정치에서는 영향력을 잃고 있습니다. G3, G7, G8, G20... 이런 국제적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무엇입니까? 세계정세가 단극화 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요? 일부 깡패국가를 제외하면 전쟁보다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편이 각국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세계 정상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와 연대를 공고히 하고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국제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도둑, 강도, 깡패가 있다고 전 국민이 무장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당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위해를 가하는 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신다면, 비록 지금 국제기구의 힘이 약하다고 하나 그 실효성을 키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막연한 이상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이 깡패국가를 이겨낼 만한 군사력을 갖추는 일이 오히려 더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과거 대한민국 안보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북한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국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적인 냉전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전쟁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국방비로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 논리는 필요 이상으로 남북의 군사적 대립을 조장했고, 때때로 무력 충돌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군사력 증강에 투입하는 예산을 복지와 다른 측면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후대에겐 지금과 다른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최근 센가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분쟁이 미·중 간 신경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미·일 양국은 괌 일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데요, 양국 군이 합동으로 도서 상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합동 군사훈련이 일본과 중국 간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미·일 삼국의 군사동맹 강화 시도나 신냉전 구도를 연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해군은 "제주남방해역은 한·중·일의 울타리 없는 앞마당과 같은 지역으로 보호가 절박하다. 주변국들은 항공모함, 잠수함 건조 등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우리의 해양영토 넘보기를 노골화하는 등 우리의 각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해군의 논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미국의 해양패권전략을 위한 것인지가 드러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 행사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실체를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으며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는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제주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해왔는데요, 과연 믿을 만한 이야기일까요?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제주도민을 속이고 이중계약서까지 써가면서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사업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항만 내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 입출항이 불가능하다고 해군조차 설계 오류를 인정했지요. 그 밖에 절차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는 2011년 12월 말에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급제동을 걸었습니다. 예결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삭감된 새해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된 점을 고려하면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거부감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한 해군기지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거짓과 은폐를 조장하여 강정마을 주민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게 함으로써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켰습니다. 제주 해군기지의 진행과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볼까요?

1. 2007년 4월 26일에 강정마을 전 회장 윤태정 씨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불과 87명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하고 다음 날 유치 신청했습니다. 향약에서 정한 공고일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수시로 방송해서 마을주민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공고 내용조차 불명확했습니다.

2. 제주도지사는 2차례 여론조사를 하고서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2007년 5월 14일 강정동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용역 발주, 설문 내용, 설문 대상 선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KBS <추적60분>에도 이런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3.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강정마을 주민은 유치 찬반을 마을 전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 결과 94퍼센트의 주민이 해군기지를 반대했습니다. 이것이 강정주민의 뜻입니다.

4. 2009년 4월에 해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시행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연산호 현황조사 미비와 보존 및 저감대책 부재, 해양 환경의 영향 예측 검토 미흡, 공유수면 매립 및 부유사로 인한 저감대책 부재, 공동생태계조사결과 반영 미흡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5. 2009년 12월 17일에 제주도의회는 <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변경안> 2건을 날치기로 통과시킵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기명전자투표가 아닌 거수표결 실시도 문제였고,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했는데 찬성 수가 적어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한 결과입니다.

6. 2010년 12월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포함 2011년도 예산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2월 16일에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면서 건설 중인 해군기지를 대한민국 해군은 여전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속이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남용하여 강정마을 주민, 평화지킴이, 종교인을 위시한 평화지지자들을 탄압하면서 인권유린 또한 서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렸습니다. 9월 18일 《한겨레》신문에 <세계자연보전총회 뭘 남겼나>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부각하여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해군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제주 강정마을을 고립시키고 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과도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세계자연보전연맹과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총회에서 정부와 자본, 군사주의에 굴복하고, 과학적 근거로 자연 생태계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중립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기사 주요내용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는 것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집행부가 한국 내 환경 현안에 대해 중립적 입자을 취하지 않고 한국 정부 쪽에 기운 듯한 태로를 보이면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강정마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회식에 참석하러 오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일본 지부 대표의 입국 신청까지 거부할 정도로 국외 환경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입국 거부조처를 남발했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결의문(자연보전과 경제개발의 지송가능한 전략으로서 녹색성장) 통과 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으로 포장된 원전 확대 정책과 토건 사업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한국 정부에 의한 환경파괴 사태를 직시하지 않고 결의문이 채택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결의문 발의안 원안에 있던 "한국 녹색성장의 지도국이며,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녹색성장의 사례로 고려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부분은 거의 삭제되고, "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전략과 비전으로 채택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만 살아남았다. 이번 총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정책을 전세계 환경단체들에 홍보하고, 자연환경 부문 세계 환경단체 연합체로부터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공인받으려던 계획은 절반만 성공한 셈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총회장 안팎에서 뜨거운 문제로 부각됐다. 강정마을회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총회 부스 설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총회에 참석하려던 외국 활동가 7명의 입국이 거부됐다. 국방부와 해군은 기자호견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의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려 총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국의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 평화, 통일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입니다. 이런 시국에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면서 무기를 앞세운 평화가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화군축박람회는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습니다. 평화와 군축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가 대화하고 협력하는 만남은 앞으로 더 자유 열려야 하며, 평화와 군축을 지향하는 시민의 공감을 더 많이 끌어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추진한 실리 외교의 결과는 실로 참담했습니다. 대북정책의 실패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습니까? 남북 간에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우리 국민이 득 본 게 있습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또 어떻습니까? 한미혈맹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굴욕적인 외교협상도 모자라 끝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세간의 염려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한미FTA를 통과시켜 애초에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았습니다.

이처럼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계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남북화해를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대한민국이 남북 간 갈등 국면을 넘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계기가 되어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클 테니까요. 무력은 결코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고, 평화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국민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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