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공짜로 나오는 다큐멘터리도 안 보는데 누가 극장에서 돈 주고 보느냐며 찬밥 신세였던 다큐멘터리가 요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MBC 〈PD수첩〉 출신으로 해고당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이 이명박근혜의 공영방송 장악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수십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기획제작하고 자타칭 이명박 전문기자인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의 검은 돈을 추적해온 필사의 5년을 담은 〈저수지 게임〉도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의 물꼬를 튼 건 〈공범자들〉입니다. 이명박근혜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해고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이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작품입니다. 지난 10년간 MBC, KBS, YTN이 이명박과 그 공범자들로 인해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져버렸는지를 고발한 작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자백〉에서 김기춘을 추궁하는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최승호 감독이 이번에는 방송장악의 주범인 이명박을 만나 추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송 정상화 여론에 힘입어 현재 MBC와 KBS는 총파업투쟁을 벌이며 지난 10년의 망령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중이죠.


출처 – 유튜브


지난 9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종걸, 표창원 의원이 이명박의 비자금 농협 210억에 대한 수사촉구 발언을 하며 인용한 〈저수지 게임〉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기획제작한 다큐멘터리 3부작 중 이명박근혜의 선거 부정을 다룬 〈더 플랜〉에 이은 두 번째 작품입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 털기에 혈안이 된 주진우 기자가 뉴욕, 토론토, 케이만 군도 등 해외를 넘나들며 이명박의 검은돈을 추적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스타일리시한 애니메이션과 빠른 편집이 《딴지일보》 답게 보는 재미까지 더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저수지를 찾아라》라는 책도 낸 바 있죠.


출처 - 고발뉴스


지금도 회자되는 가객 김광석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개봉했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다이빙벨〉을 만든 이상호 감독입니다. 〈김광석〉은 가수 김광석의 음악에 대한 다큐가 아닙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아온 김광석의 죽음과 관련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다큐입니다. 어쩌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에 초점을 모은 영화죠.


출처 – 다음 영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질주에는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지난겨울 촛불로 광장을 메우고 박근혜를 탄핵시켜 국정농단을 단죄했던 시민들이 이 세상을 좀 더 정확하고 깊이 알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료에 대한 관심으로 시야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필요로 하니까요. 때로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공범자들〉을 내놓은 최승호 감독은 차기작으로 이명박의 4대강을 정조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블록버스터와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국 영화계가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들로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주 한 장의 사진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람들 앞에 무릎 꿇고 읍소하는 장애인 학생 부모들의 사진이었습니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폐교부지에 설립 예정이던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장애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허락해달라며 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같이 무릎을 꿇었지만 다른 주민들은 장애학생들의 읍소에도 쇼하는 것이라며 마음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애학생의 부모들이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읍소한 이유는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10년 사이에 2만 5412명으로 40퍼센트 넘게 늘었는데, 같은 기간 전국 특수학교는 143개에서 170개로 18.9퍼센트 느는 데 그쳤습니다. 특수학교 대상자는 2만 명이 늘었는데 특수학교 정원은 2000명으로 겨우 10분의 1 수준만 늘어난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지역주민들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장애인 시설이 생기면 집값, 땅값이 떨어진다며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반발로 특수학교 신설이 좌절되면서 서울의 경우 52개 자치구 중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지역이 8곳이나 됩니다.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의 장애학생들은 다른 지역 특수학교로 다닐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통학 거리와 시간이 늘어납니다. 비장애인 아이라도 등교시키는 데 애를 먹기 마련인데, 장애인 아이를 다른 지역의 학교에 보내려면 아이와 부모 모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비장애인 아이와 부모보다 훨씬 더 심하죠.

 

출처 - 경향신문

 

이렇게라도 특수학교에 등교라도 시킬 수 있는 가정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게 헬조선의 현실입니다. 서울의 경우 특수학교 설립이 무산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대상자의 3분의 1도 안 되는 장애아동만이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는 형편입니다. 한 학교에 장애아동들이 집중되는 과밀화로 벌어지는 학교 내의 문제까지 포함하면 특수학교와 관련된 문제는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역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특수학교가 세워지면 과연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집값이 내려갈까요? 조사 결과에 의하면 특수학교 설립과 집값은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대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수학교 설립과 23개 특수학교 지역 집값을 분석한 결과 16개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역에 특수학교가 들어와 오히려 긍정적 영향이 나타난 곳이 2개교가 있었습니다. 한편 부정적 영향을 미친 학교는 7개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사한 지역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특수학교가 집값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니, 지역주민들의 걱정은 지나친 면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YTN


중요한 점은 특수학교가 지역 내에 들어오느냐는 것이 아니라 특수학교와 지역사회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가입니다. 마포구에 자리한 한국우진학교는 지역주민들과 5년여의 갈등 끝에 설립되었는데요, 오랜 갈등 끝에 얻은 답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주민들에게도 개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만든 겁니다. 개교 17년째를 맞은 지금 지역주민과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5년여의 갈등이 무색하게 주변의 집값도 오히려 올랐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3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며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향후 5년간 특수학교 18개를 신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도 특수학교는 헌법적 권리로 양보할 수 없으며 설립이 교육청의 책무라고 못 박았습니다. 천부인권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민주주의 공화국인 우리나라는 헌법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동등한 권리가 있습니다. 지역주민이라 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는 없는 겁니다. 앞으로 장애학생들을 위해 그 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같이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아이폰X가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루머로는 아이폰7S와 아이폰8이 발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아이폰8 시리즈와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X가 되었습니다. 10주년이기에 'X'는 '엑스'가 아닌 '10'이라고 하는군요. 요즘은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아이폰답게 이번 아이폰X도 신기술로 무장하고 나왔습니다. 아이폰 역사상 처음으로 LCD가 아닌 OLED를 채택해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가 크게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았던 홈버튼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까지 모두 화면으로 가득 채워 화면 비율도 다소 변경되었습니다.


출처 - 애플스토어


외부적인 변화 외에 눈여겨봐야 할 점은 True Depth 인식기술을 이용한 페이스ID입니다. 이전까지 아이폰은 밀어서 잠금해제를 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홈버튼에 손가락을 올려 지문을 인식하게 하여 사용자를 식별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X는 홈버튼이 사라지며 지문 인식 방법도 사라졌습니다. 이를 대신해 새로운 생체 인식 기술로 얼굴 인식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상단에 내장된 도트 프로젝터로 얼굴에 보이지 않는 수만 개의 점을 쏴서 얼굴 윤곽과 깊이를 읽어내고, 마찬가지로 내장된 적외선 카메라와 가시광선 카메라로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얼굴을 인식해냅니다. 심지어 정면으로 인식시킬 필요 없이 책상에 올려놓은 채로 폰을 까딱 내려봐도 정상적으로 인식이 된다고 합니다. 향후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돌아다닐 웹사이트의 로그인 정보나 금융 정보에 접속할 때도 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일일이 비밀번호를 치지 않아도 됩니다.


출처 - 조선일보


이런 얼굴 인식 기술이 아이폰에 처음 쓰인 건 아닙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등 내로라하는 기술 기업들이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인 기능입니다. 페이스북은 회원들이 올린 사진을 분석해 개인의 취미나 관심사를 파악 후 맞춤형 광고에 활용 중이며, 구글은 구글 포토 사진 저장 서비스에서 사람, 장소별로 사진을 분류하고 그 관계를 인식해 앞으로 광고에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천, 수억 명의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방문하는 매장에 맞춤 광고를 선보이거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즉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간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중국은 알리바바를 필두로 모바일 간편 결제의 신원 확인 및 비밀번호를 대체하려는 중입니다. 알리바바는 이달 초 항저우 한 패스트푸드점에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검색업체 바이두는 베이징 공항에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이미 7억 명이 넘는 얼굴 빅데이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장차 정부가 개개인의 사생활에 끊임없이 간섭하고 주민 감시와 통제에 악용할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신기술은 더 편한 세상을 약속함과 아울러 그에 걸맞은 역풍을 불러옵니다. 이를 우려한 EU는 10여 년 전부터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지문, 홍채, 얼굴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 페이스북에는 얼굴 인식 기능이 빠져 있었습니다.


사실 얼굴 인식 기술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도는 약과입니다. 최근 더 큰 역효과가 등장하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까지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마이클 코신스키 교수 연구진이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보고 성적 취향을 알아맞히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이 AI는 남성의 얼굴 사진을 보고 동성애자를 81퍼센트의 정확도로 구분해냈으며, 여성 얼굴의 경우 71퍼센트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하죠. 남녀 수만 명의 사진과 그들이 밝힌 성적 취향 정보를 데이터로 삼아 인공지능이 학습한 결과, 외모에서 나타나는 동성애자의 특징을 파악하여 이를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성소수자 단체가 집단으로 반발한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현재의 확률이라면 약 5명 중 1명은 이성애자인데 동성애자로 판별하거나 혹은 동성애자인데 이성애자로 판별할 수 있다는 얘기니, 큰 오해를 불러일으켜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적 취향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지속적인 머신러닝을 통해 100퍼센트 정확도를 자랑하게 된다고 한들,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됩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람을 AI가 제멋대로 드러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처럼 기업이 면접 자리에서 개인의 관상까지 판별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이니, 개인의 성적 취향을 알아맞히는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의도적으로 성소수자들을 배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술에 의한 차별이라는 인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


이제 와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에 나온 기술의 확산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진보된 기술이 많은 사람에게 너무나 편리한 사회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조만간 안경은 물론이고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얼굴을 꽁꽁 싸매도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수준이 될 거라는 예측마저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술의 진보가 더 나은 사회와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어쩌면 다가올 사회의 근본을 뒤틀리게 할 소지가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만일 얼굴 인식 기능이 담긴 AI 소프트웨어를 각종 기기에 탑재해 모든 사람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영화 속에서 암울하게 묘사되는 디스토피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갤럭시, 아이폰 등 전 세계에 팔리는 스마트폰에 얼굴 인식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한 이상, 그 편리함을 누리는 한편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새로운 기술이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규제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 2만 명을 대상으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관련 1차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부터 시작된 조사는 최대 18일간 진행되는데, 지난 9월 9일 1차 여론조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9월 10일 조사 결과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론 조사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조사가 끝나는 10월 20일 한꺼번에 공개하겠다는 겁니다. 1차 여론조사 결과가 자못 궁금합니다.

 

1차 여론조사 이후 시민참여단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 중에 신고리원전 5·6호기에 대한 의견,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500명을 선발하게 됩니다. 선발된 시민참여단 500명은 합숙 교육 및 토론의 과정을 거쳐 이견을 조율하게 됩니다. 2~4차 조사는 시민참여단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친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 – JTBC


언뜻 보면 탈핵과 관련된 일반적인 여론조사 같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꽤 험난했습니다. 원전을 계속 지으라는 지역주민들의 입장과 탈핵을 원하는 시민·시민단체 사이의 대립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원자력 전공 교수 등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자체를 중지해 달라고 아예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지난 6일 법원은 공론화위원회가 국가 정책 결정 사안이고,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이므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출처 - 뉴시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이 공론화 기간에 여론을 선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겠다는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단체들의 여론전이 무척 뜨겁습니다. 지난 9월 9일 주말에 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전국시민행동' 집회와 탈핵콘서트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4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었습니다. 

 

이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전국 탈핵대회’에서는 밀양할머니와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지역 주민들의 발언과 아울러 종교계, 탈원전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정당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울산저널》 보도에 따르면 집회 참여자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투명한 정보를 전제로 시작해야 함에도 그 시기를 놓쳤다고 질타하는 한편 여론조사에서 주민의 개념을 최인접지역 주민만으로 가두어 반경 30킬로미터 안의 울산, 부산, 경남 주민과 분리했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원전 건설이 극히 일부 지역주민만의 문제인 것처럼 비치고고 최인접지역 주민들의 피해대책 요구가 마치 ‘계속 건설’인 것처럼 혼란함을 방치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신고리원전을 건설에 찬성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노조와 서생면 주민, 원전 관련 교수와 학생, 원전건설 현장의 노동자와 협력업체, 한수원(주)퇴직자 등의 단체도 이날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원전찬성 이상대 대책위원장은 "원자력은 에너지의 대들보이며, 원전이 없다면 신생에너지도 대안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전 찬성 측은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원전으로 인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계에 타격이 오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건설을 촉구하는 지역 주민들은 공론화위원회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잘 생각해봅시다. 울산과 부산, 경남엔 이미 세계 최대 다수의 핵발전소가 있고 그것도 세계 최대 용량인 데다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382만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확인된 활성지진대 역시 최대 다수인 곳이죠.

 

이런 곳에 핵발전소 2기를 더 짓겠다는 건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폭에 가까운 위험을 감수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이미 전 세계 전기 가운데 단 10퍼센트만이 핵발전이고, 재생에너지가 24퍼센트일 만큼 핵발전은 계속 감소 중인데, 우리나라만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뭘까요?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원자력계와 보수언론은 연일 거짓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는 공동으로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고, '핵'발전에 대한 '노'골적인 가짜뉴스에 깔끔하게 '답'하는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출처 - 녹색당

 

여기서 8번 기사에 해당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전력 등에 문의한 결과라며 "2016년 대비 2030년 가구당 연간 31만3803원이 오른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전력구입단가가 1kWh 당 82.76원에서 19.96원 더 올라 전기요금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겁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녹색당과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정 의원이 발표한 금액은 한국전력의 2030년 전기요금 전망치 가운데 산업용, 상업용, 주택용을 구분하지 않아 생긴 오류입니다. 대형 공장의 전기요금과 주택 한 가구의 전기요금을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것으로,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증가 예상치는 6만 2391원으로, 월평균 5200원 수준입니다.

 

추산 기관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는 다르게 분석되기도 합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전기요금이 2016년 대비 21퍼센트 올라 가구 당 매달 1만 1130원의 전기요금을 더 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한 달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2030년에 지불해야 할 전기요금은 2만 8328원(할인율 2% 적용)으로 추정되며, 2015년(2만 5619원)과 비교하면 2709원(10.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원전의 발전 단가가 천연가스보다 저렴한 까닭은 세금이 붙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에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관세 등이 면제됩니다. 그러므로 원전, 가스, 석탄 등에 붙는 세금을 조정하면 요금 인상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의 공동 연재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셔서 더는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 한겨레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54개 지역조직, 8개 전문, 협력기관과 함께 캠페인, 시민토론회, 서명운동 등 신고리 백지화 집중 행동에 나섰습니다. 한편 탈핵을 주장하는 사회단체들도 한데 뭉쳐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 148개, 울산 202개, 경남 89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운동본부와 탈핵 단체들은 지난 8월 31일 울산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호소하는 차량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죠.


출처 - 한겨레


신고리원전과 관련하여 첨예한 대립 속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앞으로 6차례의 공개토론회와 4차례의 TV 토론회를 열 계획입니다. 지역 주민 등에 대한 간담회도 4차례 계획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공약대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홍보에 들어갔습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의미에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 http://www.etrans.go.kr )를 개설했습니다.

 

신고리 공론화에서 보이듯 '탈원전'이라는 단어가 민감한 이슈로 떠올라 '에너지 전환'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이런 홍보활동 자체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탈핵 환경 단체들은 오히려 순화한 표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정부도 본격적인 홍보활동은 공론화 과정이 끝난 후로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정책으로 8년 뒤인 2026년부터 5년 동안 5~10기가와트 규모의 발전 설비가 부족하다고 내다봤지만, 이는 신재생, LNG 발전소 등의 건설로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기 부족 사태나 전기요금이 폭등할 일은 없을 거라는 얘깁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지진과 원전공사 비리, 원전 마피아의 거짓된 행동 등을 생각할 때 탈핵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금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어렵습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의 중지를 모아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의견을 내기를 바랍니다.

석유 이후, 에너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많은 이들이 에너지 전환을 꿈꾸고 있지만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아직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변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문화의 포괄적 변화라는 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각축전은 민주주의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3020 계획, 탈핵 로드맵 등 에너지 전환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민주적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 생각비행이 펴낸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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