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바둑 대표 이세돌 9단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애초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 고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결이었지만, 막상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5전 3선승제 방식의 바둑 대결에서 내리 3판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겼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슈퍼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최첨단 알고리즘 기술로 탄생한 알파고를 과연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판세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열린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기자 "이세돌이 이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긴 것"이라고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알파고의 승리는 곧 구글의 승리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두고 모든 것이 구글의 뜻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우선 구글은 인간 바둑 대표를 꺾어 명실공히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인공지능 분야는 2025년 최소 2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로 어마어마한 시장이지요. 그에 비한다면 이번 대회에 구글이 우승 상금으로 내놓은 100만 달러(약 12억 원)은 껌값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구글은 이번 대국을 위해 20억 원 안팎을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는 대국 장소인 포시즌스 호텔 임대료와 행사 진행비 등이 포함되겠죠.

 

출처 - 구글

 

'인간 vs 인공지능'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로 시작된 이번 행사로 구글은 전 세계에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사를 선점했습니다. 알파고에 관한 뉴스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었죠. 특히 세 판 연속으로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의 기술력에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로써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 최강 기술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대결로 돈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구글은 대회 개최 전부터 "알파고가 승리하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인 셈인데요, 아주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뒀으니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는 알파고도 이세돌 9단도 아닌 자신들이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뒀습니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은 사회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권리가 있고 의무를 진 완벽한 사회의 구성원, 즉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이윤을 얻고 튀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고 의미 있게 기여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이유의 이면에는 수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사익을 추구해온 씁쓸한 역사가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저희가 예전에 올린 관련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나?> <기업사회참여(CCI)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가?>) 

 

기업이 돈으로만 공헌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알파고의 승리로 인해 인공지능 분야가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점치는 분석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구글은 전통적인 검색 시장에서부터 모바일폰, 드론, 무인 자동차까지 넘보며 다양한 IT 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이번 알파고의 승리를 이끈 원동력인 핵심 기술, '딥러닝'을 많은 분야에 접목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구글 지도와 지메일(Gmail)에도 신기술을 적용해 기술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동시통역 시장 등을 개척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구글은 '돈'보다는 '기술' 그 자체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기업이 취해온 사회공헌활동의 노력과 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 '활명수' 의 사회공헌활동과 접목해서 다뤄보려 합니다. 저희가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 역시 이런 시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02년부터 '전략적 자선' '사회적 투자' '전략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을 이야기하며 기업이 사회를 위해 어떻게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에 관해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해왔습니다. 포터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상호연관성'에 주목해야 하고, 대의명분이 얼마나 가치 있느냐보다 '공유된 가치(shared value)'를 얼마나 창출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 《사회혁신 비즈니스》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How to Fix Capitalism)〉라는 논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보다 진일보한 개념인, 기업과 사회가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양산한 사회적 부작용을 벌충(trade-off)한다는 개념으로 대두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늘날 기업이 자본주의가 내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기업의 공유가치창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이론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는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사회혁신 비즈니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잘 유지되려면 보건, 의료, 주택 보급, 영양 개선, 복지시설 확충, 재정 안정성 강화, 환경오염 방지와 같은 다양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데는 발 빠르지만, 사회적 요구에 따르는 수요를 놓치는 일이 빈번합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안한 공유가치창출 개념은 이러한 현실에 입각하여 기업이 갖춘 자원과 자본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기업과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공유가치 개념을 사업에 적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제품과 시장 재정의 제품이 어떤 사회적 요구를 담고 있는지 파악,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사회적 욕구 인식
• 가치사슬 재정의 운송과 유통 단계 혁신, 생산 과정에서 환경, 인권 등의 사회적 요소 고려
• 지역 클러스터 개발 지역 내 인프라 활용, 다양한 주체의 역량 결집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를 적용하면 기업은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공동체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한국 경제도 2011년 이후 사회적책임경영(CSR)을 넘어 공유가치창출(CSV)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과 공유가치창출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공정무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입니다. 공정무역의 대표 상품은 기호식품인 커피와 초콜릿인데요, 이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부들은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5퍼센트도 채 가져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반면 중간 유통업체와 식품회사는 전체 이익의 70퍼센트 이상을 가져갑니다. 따라서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 농작물에 제값을 쳐주자는 공정무역운동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보면 공정무역은 '착한소비로 빈곤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의 일정 부분을 생산자에게 분배하는 데 그친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무역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생산자들을 조금 '덜' 가난하게 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공유가치창출 관점은 커피, 카카오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나아가려 합니다. 이를 위해 생산 농법을 개선하고 농부를 위한 협력과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시도합니다. 농부들로 하여금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게 함으로써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하도록 돕는 식이죠. 이러한 구조의 변화는 농가의 수익 증가로 이어져 생산자와 농작물을 구매하는 기업 양쪽에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활명수, 아프리카를 살리는 생명의 물이 되다


깨끗한 물 없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80만 명이 더러운 물 때문에 병에 걸려 생명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깨끗한 물은 특히 어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콜레라, 장티푸스, 설사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매일 수천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시기에 더러운 물로 인한 사망 위험이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이나 말라리아로 인한 위험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하니 깨끗한 물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출처 - 동화약품 


깨끗한 물이 없어 생명을 잃는 어린이를 위해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매년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활명수' 이름의 뜻에 걸맞은 이 캠페인은 물부족 국가의 식수 정화 사업, 우물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식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입니다. 1897년, 탄생부터 우리 민족의 생명을 살리는 물로 제 역할을 했던 활명수가 이제는 전 세계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는 물이 되기 위해 공유가치창출(CSV) 관점에 입각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출처 - 의계신문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해마다 한정판 활명수 제품을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기부해왔습니다. 2013년 패키지 제작에는 박서원(크리에이터), 홍경택(팝아티스트), 권오상(사진조각가) 등 유명 작가가 참여하여 '생명을 살리는 물'을 주제로 각자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2014년 '활명수 117주년 한정판'(2014) 패키지 제작에는 이동기(팝 아티스트), 이용백(미디어 아티스트)이 참여하여 2종의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2015년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 디자인은 전통 공예 기법인 나전칠기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활명수가 탄생한 시기(1897년)와 같은 19세기 말 작품 <나전칠 산수문 끊음질 이층롱>의 문양을 새긴 것으로, 바다의 생명을 상징하는 소라와 전복의 껍데기로 만들어 오래도록 빛을 발하는 나전칠기를 통해 활명수가 대한민국의 최장수 브랜드로서 '생명을 살리는 물'의 역할을 해왔다는 의미를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출처 - 동화약품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깨끗한 물 1250만 리터를 물 부족 국가에 전달했습니다. 이는 약 1700명의 어린이가 한 해 동안 위험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오지 않고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깨끗한 물을 아이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로 하여금 건강하게 자라 더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동화약방, 소의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하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기 약 100여 년 전에 동화약방(동화약품의 전신)은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활명수의 모체 동화약방은 교육기관인 '소의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습니다. 소의학교는 1907년 인재양성을 통한 국권회복을 목적으로 동화약방 민강 사장을 비롯한 서소문 주변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조개골(현재 지하철 충정로역 3번 출구 부근)에 설립한 초등학교였습니다.

 

설립 당시 소의학교의 수업연한은 4년이었고 학생층은 7~8세에서 20세 이하까지 다양했습니다. 학교 이름인 '소의'(昭義)는 동화약방이 있던 '서소문'(西小門)의 정식 명칭인 '소의문'(昭義門) 지역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소의학교와 동화약방은 50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화약방과 소의학교 그리고 서소문 지역사회는 이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강 사장과 지역 유지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던 소의학교가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을 때, 동화약방은 조선물산공진회에 참가하여 그곳에서 활명수와 여러 약품을 판매한 수익금을 소의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소의학교는 1920년대에 이르러 천주교 재단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까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서울 혜화동에 있는 동성중고등학교가 바로 소의학교의 후신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

 

제약업의 특성을 살린 공헌, '희귀약품센터'


'활명수'라는 최고의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은 동화약방-동화약품은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업'이라는 특성상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1944년 일본군에 강제징집되어 만주로 갔다가 1946년 대한광복군의 일원으로 돌아온 청년 윤광열은 1948년부터 동화약방 업무에 참여하게 됩니다. 당시 시대적 과제는 한국 사회의 현대화였습니다. 

 

동화약품의 상무였던 윤광열은 이런 흐름 속에서 동화약품을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특히 힘을 기울인 활동은 동화약방의 자체 역량에 근거한 사회공헌사업이었습니다. '희귀약품센터'가 일례입니다. 1973년에 개소한 희귀약품센터는 의사가 진단을 내려도 약을 구할 수 없었던 시절에 의약품을 수입하여 24시간 전국에 약을 실비로 제공하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로써는 정부 보건당국도 하지 못하던 획기적인 시도였죠. 

 

이처럼 기업과 상공인들이 사회와 어떻게 소통했는가를 살피면 우리나라만의 공유가치창출 역사와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활명수와 동화약품은 한국 브랜드와 기업의 역사를 대표합니다. 공유가치창출 역사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활명수의 공유가치창출 노력은 수많은 기업의 CEO가 기업을 경영하는 데 큰 모범이 될 것입니다.

 

 

구글의 힘, 활명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구글맵 사용자 10억 명, 스마트폰 80퍼센트 구글 안드로이드 탑재, 한류 확산의 일등공신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타임》 선정 최고 발명품 구글글라스, 이메일 중심의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막을 알린 지메일과 구글드라이브, 스마트 TV 시대를 연 구글 TV와 크롬캐스트, 개시 5년 만에 7억 명의 사용자를 돌파한 웹·모바일 통합 브라우저 크롬 등 세계를 열광시킨 혁신의 아이콘 구글.

 

세상을 바꾸는 구글의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이란 책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긍정의 문화를 세워라
- 해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하라. 긍정의 말은 일을 진척시키는 핵심이다.

 

폐쇄보다는 공개를 기본으로 설정하라
- 혁신을 추진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개방이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라
- 늘 학습하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고개만 끄덕이는 인형을 조심하라
- 조직을 결속하고 궁극적인 결정에 이르게 하는 힘은 서로 다른 의견에서 나온다.

 

계급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라
- 시간을 들여 사람을 파악하라.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인간관계에 있기 마련이다.

 

일단 내어놓은 다음 개선하라
- 너무 잘하려다 망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결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뜻밖에 간단했습니다. 구글의 힘은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곧 구글의 힘이었습니다. 구글의 성공을 보면 누구나 아는 간단한 원리를 실천할 수 있느냐가 기업 성패의 관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118년간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최장수 브랜드 활명수의 모체, 동화약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동화약품의 윤도준 회장은 2009년 제2회 기업가정신 국제 콘퍼런스에 기조 연사로 초청돼 '장수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국내 최초의 제약회사 설립(1897), 부채표 활명수 만주국 특허등록(최초 해외상표 등록, 1937), 국내 최초 희귀약품센터 설치(1973), 국내 최초 전사원월급제 실시(1978)" 등 최초의 역사를 기록해온 기업이라는 점을 소개하며 동화약품이 국내 최장수기업이 될 수 있었던 5가지 비결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1. 위기는 좌절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한다.
2. 직원들이 남의 회사가 아니라 내 회사라고 느껴야 한다.
3.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히트상품과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이 있어야 한다.
4. 신뢰는 기업의 생명이다.
5.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구글과 동화약품, 특정 분야에서 1위의 자리에 있는 두 기업이 걸어온 길과 사회공헌활동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구글과 동화약품의 행보를 보면 과학을 발전시켜 지구를 살린다는 느낌을 주요한 사업 방향으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기술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바탕으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시도하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앞날을 내다보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 공유가치창출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은 두 기업을 미래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최근 한 장의 사진이 누리꾼들을 어이없게 했습니다. 돈 없던 어린 시절 초콜릿의 달콤한 맛이 당길 때나 늘 배고픈 군대에서 수많은 장병의 허기를 달래주는 다이제. 이 과자를 일본 편의점에서 발견하고 촬영한 한 누리꾼이 올린 사진이 시선을 끌고 있는데요, 그 가격이 가히 충격적입니다.

출처 – DC인사이드

할인점이 아닌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100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1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제품이 국내에서는 25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해가 안 가시죠?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과자가 어떻게 수입국인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훨씬 비쌀 수가 있는 걸까요? 국내 유통은 해외 유통망에 비해 물류비용이 적게 들 텐데 말입니다. 같은 과자가 일본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이제를 판매하고 있는 일본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시급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의문은 더 커집니다.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은 5000원 정도이고, 일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은 1만 5000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아르바이트 시급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다이제 가격은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이상 비싼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이제는 내용물이 194g인 반면 수출용 다이제는 내용물이 225g으로 훨씬 양도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습니다. 한국 국민은 일본보다 훨씬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더 비싸고 양도 적은 과자를 사 먹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의 엔저 상태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펼쳤던 이명박 정권 이후 경제성장률을 폭발적으로 앞지른 한국의 고물가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을 겁니다. 2006년 600원이었던 다이제의 가격이 7년 만에 420퍼센트나 인상되어 지금의 2500원에 이른 것이니까요. 2012년 12월에서 2013년 2월 사이에 주요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올린 여파로 과잣값 인상이 현실화되었다곤 하나, 일본과의 과자 가격 차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겨우 과자 하나 가지고 그러느냐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 훨씬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자국민을 호구로 아는 기업들, 혈세 써놓고 내수용과 수출용 차별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의 차별로 불만이 많이 제기되는 품목 중에 단연 손꼽는 것이 바로 자동차입니다. 같은 차종이지만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옵션은 적고 가격은 비싸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내수용의 경우 수출용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녹 문제나 에어백 문제가 터져 나와 소비자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수용과 수출용을 차별하는 관행은 기업의 편에 있는 종편 방송조차 비판할 정도로 그 행태가 무척 치졸합니다.

출처 – TV조선

현대 기아 자동차의 대표적인 경차 모델인 소울의 경우, 수출용은 충격에 대비한 철골이 2개 달린 데 반해 내수용에는 달랑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이는 교통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랫동안 소비자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었던 급발진 문제의 경우,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전적으로 운전자 과실로 치부하며 무시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거의 반파되었음에도 터지지 않는 현대 기아차의 에어백은 운전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입방아에 오릅니다. 

수출용 차량은 방수 처리와 녹 방지 도금을 제대로 하면서도 내수용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새 차에서 녹이 생겨 차가 망가지는 문제는 부지기수입니다. 이 때문에 2013년 국감에서는 현대 기아 자동차의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차별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우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 사장에게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 간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에선 4세대 에어백을 아반떼에도 장착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랜저에도 2세대 에어백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자동차 안전사양이 옵션이라면 우리의 생명도 옵션이라는 것이냐'라고 멋지게 광고했던데 미국 소비자 생명은 필수이고 국내 소비자의 생명은 옵션이란 말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몇몇 대기업에 의한 독점 혹은 과점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독점의 폐단과 과점의 담합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현대·기아차의 독점은 경쟁이라는 시장의 기본 기능 상실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년 오르는 차값이다. 현대차 쏘나타 2.0 모델 평균 가격은 2004년 1800만원대에서 10년 사이에 700만원 이상 올랐다. 액센트와 아반떼, 그랜저 등 다른 주력 차종 역시 국내시장 독점 체제가 형성된 이후 가격이 오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자동차 경기 활성화를 위한 노후차량 교체에 지원한 예산 6000억원 대부분을 가져갔지만 이 기간에도 차값을 올려받았다.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의 품질·서비스가 다르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동일 차종의 국내와 해외시장 가격 및 보증기간이 다르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기아차의 차체 부식에 대한 무상 보증기간은 유럽에선 12년이지만 한국은 7년으로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은 내수용 차량의 직접적인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이어져 내국인만 봉이 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나 국제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생존했고, 국민의 혈세로 다양한 지원과 특혜를 받아 명맥을 이어온 기업들이 그야말로 국민의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수용과 수출용에 차별을 두는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이 자칫 국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에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및 가압류 강행

출처 - 미디어오늘

지난 14일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이 환호했습니다. 법원에서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를 남발해서는 안 되며,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이유를 사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번 쌍용차의 경우 노조가 제기했던 회계조작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정리해고가 경영상 긴박한 필요였다는 주장이 애초에 과장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쁨도 잠시, 해고 무효 판결에 따라 노동자를 복직시켜야 할 쌍용차가 정반대로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강행했습니다. 해고 무효 판결이 회생하려던 쌍용차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며 2009년 쌍용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 114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를 위해 손배가압류를 강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힘겨운 시간을 근근이 버텨왔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행위였습니다. 그간 얼마나 많은 가정이 쌍차 문제로 파괴되었는지 모릅니다. 이 일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야근을 불사하며 일했고, 회사가 어려울 때는 자신의 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회사를 위해 희생했던 노동자들의 은혜를 쌍용자동차는 그야말로 원수로 갚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국민이 나서서 십시일반으로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압류 해결을 위한 모금운동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해고 무효 판결이 난 다음 날, 가수 이효리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 모금운동에 동참하면서 이 운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수 이효리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손배 가압류 문제 해결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18일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이씨는 15일 자필편지와 4만7000원을 담아 편지 한통을 재단에 보냈다. 아름다운재단이 11일부터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려고 진행하는 모금운동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재단이 공개한 편지에서 이씨는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사측과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47억원을 목표 모금액으로 시민 10만명이 1인당 4만7000원씩 내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모금운동이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한 주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말, 경기도 용인에 사는 주부 배춘환 씨가 사측과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47억 원을 시민 10만 명이 4만 7000원씩 모금하여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은 편지와 더불어 자녀 학원비를 아낀 4만 7000원을 한 시사주간지 편집국에 보낸 일이 계기가 되어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죠.


4대강 실패로 인한 빚, 결국 서민 수도요금으로 돌려막나?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는 삽질 정신으로 밀어붙인 아라뱃길 사업과 4대강 사업. 이로 말미암아 한국수자원공사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오늘자 《한겨레》 신문을 보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데요, "수자원공사는 2008년 이후 아라뱃길 사업 1조 9433억원, 4대강 사업 7조 9780억원으로 10조원에 가까운 국책사업 부채를 짊어졌다. 2013년 기준 부채 13조 9985억원에 부채비율은 120.6%로 2008년보다 6배 이상 늘었다. 특히 수자원공사가 민주당 박수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수자원공사는 전체 부채 가운데 금융부채가 90%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한 해 최소 1조 원 이상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한국자원공사는 부채비율 평균 20퍼센트의 건실한 공기업이었습니다. 2003년 2조 1325억 원(25.1%)이던 부채는 오히려 2004년 1조 9186억 원(21.8%), 2005년 1조 8141억 원(19.5%), 2006년 1조 7436억 원(18.1%), 2007년 1조 5755억 원(16.0%)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공의 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8년 1조9623억 원(19.6%)에 그쳤던 수공의 부채는 2009년부터 상승세를 탔다. 2009년 2조9956억 원(29.1%), 2010년 7조9607억 원(75.6%), 2011년 12조5809억 원(116.0%)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08년 부채 규모에 견주어 최저 1.5배에서 최대 4~6배 늘어난 수치다.

수공이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부채비율은 130.8%(14조6619억 원)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63.0%(7조639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공은 "4대강 살리기, 경인 아라뱃길 조성 등 국책사업과 댐·수도 신규시설 등 투자규모가 증가해 부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공의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주요 원인은 2009년부터 시작한 4대강 살리기 사업 투자였다. 수공은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 투자를 위해 2009년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총 6조7037억 원의 공사채권을 발행했다.

수공의 투자비 8조 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비(15조4000억 원, 국토해양부 예산)의 51.9%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자감세' 논란을 일으킨 이명박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부담해야 할 4대강 살리기 사업비의 절반을 수공에 떠넘긴 것이다. 그래서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할 때부터 "재정의 편법 운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자원공사에 '4대강 부채 폭탄' 쏟아진다(오마이뉴스)

이렇게 조그만 과자부터 자동차 같은 고가의 제품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삶의 일터와 먹는 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을 뒤흔들며 노동자와 소비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기업들의 행태를 근절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자본주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

1776년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이라는 저서로 시장경제이론을 집대성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개인이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여건을 마련해주면 국부(국부)와 사회의 복지가 증대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스미스의 이론을 오늘날의 경제 개념으로 정리하면 '기업의 이익 추구→국가 부강→사회복지 확대'로 이어집니다.

출처 - EBS 다큐

서구에서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 2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반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1945년 해방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자본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시장경제를 표방했으나 분단, 전쟁, 사회적 여건 미성숙 등으로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 속에서 한국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으나 내부적으로 심각한 병폐가 그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심화에 따른 양극화의 골은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더욱 깊어져 전 세계적으로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정무역'은 저임금의 노동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공정하게 제값을 주고 상품을 들여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입니다. 여기에는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희망을 잃게 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출처 - 시사IN

공정무역 매출액은 하마나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타임》을 두루 거친 저널리스트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는 《자본주의 4.0》이라는 저서에서 정부와 시장이 어떻게 관계를 정립하느냐는 잣대로 자본주의 발전사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자본주의 1.0은 미국·프랑스의 정치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시작되어 대공황과 함께 막을 내린 시장을 강조한 전통적인 자유방임 자본주의입니다. 대공황 이후인 자본주의 2.0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영국과 유럽의 '복지국가' 개념을 포괄하는 정부 주도의 수정자본주의입니다. 흔히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케인스 경제라 불립니다. 자본주의 3.0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가 발생한 후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의 자유시장 혁명으로 탄생한 신자유주의입니다. 정부 실패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다시 시장주의로 회귀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시 정부가 바뀐 세계 경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 근본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금융위기를 키웠다고 합니다. 이렇듯 경제 환경의 변화와 시장 실패, 정부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본주의는 진화합니다.

칼레츠키는 자본주의 4.0으로의 진화는,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가 있어야만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과 정부가 모두 불안하며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 4.0은 '적응형 혼합경제'입니다. 칼레츠키가 예상한 '자본주의 4.0 정책 리스트'에는 좌파와 우파가 자기 전유물이라고 부르는 항목이 뒤섞여 있습니다. 정부의 규모는 줄어들지만 시장에 대한 책임과 역할은 커지고, 은행에 대한 규제는 강화됩니다. 의료 서비스는 정부와 시장 양쪽 모두에서 확대되고, 고등교육은 시장지향적으로 개편됩니다. 칼레츠키는 이런 정치와 경제 간의 균형은 국가별로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적용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시장과 기업의 업그레이드

그간 자본주의는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창조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받아들이며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왔습니다.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 리더의 모임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00년 이후 거대 자본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가 빈부 격차를 심화시켜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공감 아래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를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고장이 난 자본주의를 교정하는 대안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출처 - csrinternational.org

미국의 사회적 가치평가 전문가 제이슨 사울(Jason Saul)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본주의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제이슨 사울은 《CSR 3.0》이라는 저서에서 CSR 1.0(전통적인 자선), CSR 2.0(전략적 자선이나 지속가능경영)을 지나, 바야흐로 CSR 3.0(기업사회혁신)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는 저희 블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한 바 있으니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이슨 사울은 새롭게 도래한 CSR 3.0 시대에 나눔과 배려, 도와주기와 협력이란 대기업의 의무이거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전략적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상생협력은 협력사의 품질, 생산성, 유연성, 납기 능력에 도움을 줍니다. 그 결과 상생협력을 수행하는 대기업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협력사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강한 기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갑질'을 하는 많은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은커녕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과거 행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 유한양행을 세워 사회공헌의 족적을 남긴 유일한 선생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업은 '이윤'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유일한(柳一韓, 1895~1971)은 서양 문물에 눈뜬 아버지의 영향으로 1904년 9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내고 미시간 주립대학교 상과계열에 입학한 그는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무역업을 하던 중 국내의 삼일운동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1919년 4월, 독립운동 후원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선전을 목적으로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서 ‘한인자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을 때, 대학 4학년생이었던 유일한은 재미 한국인 대표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게 됩니다. 대회에서 반포될 <한국 국민의 목적과 열망을 석명(釋明)하는 결의문> 초안 작성에 참여한 유일한은 이후 평생토록 그 내용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1926년 동포의 절실한 필요를 채운다는 뜻으로 서울에 유한양행을 설립하여 그간 미국 수입에 의존했던 의약품을 대체하기 위해 1933년에 국내 기술로 ‘안티푸라민’을 개발하여 첫 제품으로 삼는 개가를 올립니다. 1970년에 유한재단을 설립한 유일한은 직업교육기관인 유한공업고등학교와 유한공업전문대학을 세웁니다. 1971년 별세하기 전, 그는 1만 달러를 손녀의 학자금으로 사용하게 하고 나머지 전 재산을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는 유지를 남깁니다. 낡은 구두와 아끼던 몇 벌의 양복이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유품이었습니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 유일한

이 말처럼 유일한 선생은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철저히 실천한 기업인이자 한국 사회공헌의 진정한 선구자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0일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과 노사정책, 노동안전정책 등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는 대선 시기와 취임 초반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고용률 70%'와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기조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고용률은 그대로인 채 대화와 상생이 아닌 탄압과 배제의 노사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는 것이 최소한 고용·노동·정책 영역에서는 드러나고 있다"고 총평했습니다.

그리고 철도노조의 민영화 저지파업에 대한 정부의 불법 엄단 방침 역시 '탄압'으로 일관한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의 단면으로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비폭력 필수공익 유지 파업과 자발적 현장 복귀에도 불구하고 노조원 8797명 직위해제, 191명 고소·고발, 490명 징계 회부, 152억 원 손해배상 청구, 116억 원 가압류 집행, 10억 원 위자료 청구소송 등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손해배상가압류는 1000억 원을 넘는 상태로 지속 중에 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은 "단일 노동사건에 대한 최대 탄압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말 집계한 주요 사업장 노조의 손배 청구 금액은 983억원에 달한다. 최근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청구한 162억원의 손배액과 위자료를 포함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손배 청구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급여 등을 가압류한 금액만 63억6000만원에 이른다.
(중략)
해외에서는 노조에 대한 손배 청구가 극히 제한돼 있다. 영국은 조합원 수에 따라 소송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프랑스는 파업권 행사 외 폭행이나 파괴 등에 대한 손배만 엄격히 따져서 인정한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손배 청구를 해봤자 비용만 날리고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주요 사업장 노조 손배 피소 총액 1000억원(경향신문)

대체 시민이 언제까지 정부 대신 나서서 기업들의 폭력을 막아야 할까요? 대기업 배만 불리는 친기업 정책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3년 3월 들어 비로소 첫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사회혁신 비즈니스―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하루를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수억 명의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은 변함이 없습니다.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 사회를 향한 불신은 커져가고 희망을 잃게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나의 문제이거나 친구의 문제, 또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세계 곳곳에 산재한 많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는 두 저자의 물음에 관한 답이 바로 《사회혁신 비즈니스》입니다.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을 쓴 두 사람은 2006년 초여름, 서울 안암동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기독교 사회지도자 양성기관인 ‘한국리더십학교’의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났다. 다양한 모임을 함께하며 이야기하던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결 방안’은 늘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활화산과 같았다. 그러한 열정으로 우리는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책을 읽고, 삶의 현장에서 사회적기업, 마이크로크레디트, 기업사회공헌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한국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책을 펴내며' 중에서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유한양행을 창업하여 기업의 모범을 보인 유일한 박사는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사회혁신'을 이루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고 말이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우리가 왜 '사회혁신 비즈니스'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책에서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분,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분,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에 관심이 있는 분,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모든 분에게 해결 방안을 알려드립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

▸분야: 경제․경영              ▸판형: 신국판(152*225)            ▸발행일: 2013년 3월 15일  
▸지은이: 전병길․김은택     ▸쪽수: 308쪽 
▸가격: 15,000원                ▸ISBN: 978-89-94502-13-7 (13320)


“사회혁신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기업과 최근 들어 급부상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다양한 조직이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상생’ ‘공유’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회적경제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 산재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기초를 두고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기업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으며, 사회문제와 비즈니스의 기회를 융합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사회적 참여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활동을 ‘사회혁신 비즈니스’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의 사회혁신’이며, 일자리 창출형 중심의 사회적기업을 넘어선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혁신’을 의미한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지구촌 경제와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양질의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자본주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과 사회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사회혁신’을 이루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라”

이 책의 도입부인 1장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과 ‘정약용’을 통해 ‘한국적 사회혁신’의 기원을 조명한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사회혁신은 대부분 미국, 유럽의 사례로 그 기원은 그네들의 역사에 잠재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면 앞서간 분들이 그 시대 속에서 변혁을 꿈꾸며 다양한 시도를 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일어난 자생적 혁신의 움직임을 그동안 등한시한 건 아닌지 반성의 의미를 담아, 조선 후기 실학이 추구한 사회혁신의 모습을 이 시대에 되살려본다.

2장에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소개한다. 사회적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정무역, 마이크로크레디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사회혁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그룹이나 사회적기업이 혁신적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고장 난 자본주의를 치유하는 하나의 처방전’으로 좀 더 넓고 의미 있는 사회혁신을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은 ‘사회적기업’과 ‘기업사회혁신’을 통해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실천적인 담론을 담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주로 사회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비즈니스의 목적과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에서 이점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기업사회혁신은 사회와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한 후 비즈니스를 통해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를 결정한다. 접근 방법은 다르더라도 사회적기업과 기업사회혁신은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큰 축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일고 있는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현상과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도움을 주고자 했다.

5장에서는 구체적인 ‘사회혁신 브랜드 구축 방안’을 제시한다. ‘브랜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사회혁신 비즈니스’와 ‘브랜드 전략’의 연계에 무관심하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그동안 경영 컨설팅과 강연을 진행하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기업의 브랜드 전략 구축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느껴 ‘S/O/U/L/M/A/T/E’를 사회혁신 브랜딩 전략으로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면, 기업과 사회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긍정적인 사회혁신 비즈니스 생태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병길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브랜드 혁신가의 삶을 살고 있다. 다수의 기업, 공공단체, 비정부기구NGO, 대학 등을 대상으로 강연과 컨설팅을 해왔다.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앤디 워홀의 상상력, 무하마드 유누스의 실천력을 본받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 예스이노베이션 경영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저서로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2009, 네이버 오늘의 책), 《코즈마케팅》(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김은택
한동대에서 경제학와 국제지역학을 공부하고 스리랑카, 중국에서 자원봉사와 어학연수로 각각 1년을 보냈다. 의미와 적성이 조화된 일을 찾고자 아이티IT벤처, 과외교사, 유학원, 대북지원 비정부기구NGO, 마이크로크레디트, 사회적기업 등에서 일했다. 키바Kiva 창립자 매트를 인터뷰한 뒤 사회적기업 창업을 결심하고 위체인지어스WeChangeUs라는 소셜벤처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와 동아시아에 관심을 두고, 향후 동아시아의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꿈꾸고 있다.

목차

추천사 | ‘멋진 혁신세계’를 꿈꾸며
          | ‘혁신’, 모두를 위한 일보 전진
머리말 | 사회혁신은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1. 실학(實學), 조선 사회의 혁신을 꿈꾸다

옛사람이 꿈꾼 사회혁신
도탄에 빠진 조선 백성의 현실 | 실학, 새로운 사회를 향한 비전 | 사회개혁을 꿈꾼 다산 정약용 | 현대화된 ‘실학’은 오늘날 여전히 필요하다


2. 자본주의와 사회혁신

1. 변화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씨앗’ |  인류의 삶을 뒤흔든 산업혁명 | 새로운 소외계층의 출현 | 자본주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 | 시장과 기업의 업그레이드 |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대전환 |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물결 |  세계화의 이면에 잠재한 문제와 창조적인 해결방안

2.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의 다양한 모습 | ‘통일벼’와 혁신 | ‘이산가족찾기’와 혁신 | 사회혁신의 정의 | 사회혁신 가치네트워크 | 사회혁신 비즈니스 |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두 가지 접근


3.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기업
 
1.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자선’이 아닌 ‘기회’로 가난을 극복하기 |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 시작된 배경 | ‘사회적기업’을 향한 오해 | 사회적기업의 두 형태 그리고 ‘사회적기업가’ | 사회적 가치사슬

2. 사회적기업의 유형
‘빵’과 사회적기업의 관계 |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 |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기업 | 사회적 목적을 위한 수익활동형 사회적기업 | 사회문제 해결형 사회적기업 |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기업 | 협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

3. 사회적기업의 5가지 속성, ‘S/M/A/R/T’
‘맥가이버 칼’에서 찾은 혁신의 속성 | 공감(Sympathy) | 비용 최소화(Minimize) | 적절한 해결책(Appropriate Solution) | 관련성(Relevence) | 변형(Transform)

4. 사회적기업의 미래
사회적기업을 이끌 트렌드 | 다양한 사회문제의 대두 | 아시아를 섬기고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전략 | 개방과 공유를 통한 혁신 |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가 양성 | ‘협동조합’의 시대 | 사회혁신 자본시장 구축 | 상생을 위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 사회적기업,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하다


4. 기업사회혁신, 경영의 새로운 흐름

1.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기

기업은 ‘이윤’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사례 | 기업의 사회적 책임

2. 기업사회참여의 질적 변화

‘물 부족’ 문제는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 물 부족 해결 활동으로 살펴보는 ‘기업사회혁신’ | 기업사회참여의 세 단계 |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Shared Value)’ |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혁신’으로

3. 기업사회혁신전략

전략경영 | 기업사회혁신전략 | 기능별 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사업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기업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대전략 단계의 사회혁신 | ‘기업사회혁신’에 대한 비판들 | 한국형 ‘기업사회혁신’의 방향


5. 사회혁신 브랜드 창조하기

1. 소비자가 기업을 바꾼다
소비자는 편익을 찾는다 | 소비자, 윤리를 말하다 | 소비자가 원하면 기업은 변한다

2. 브랜드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기업은 ‘브랜드’에 가치를 담는다 | 브랜드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 브랜드는 ‘사랑’이다 |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 ‘진실의 순간’을 추구하는 사회혁신 브랜딩 |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새로운 날개, 브랜드

3. 사회혁신을 만드는 영혼의 브랜딩, S/O/U/L/M/A/T/E

브랜드의 혼(魂)ㆍ창(創)ㆍ통(通) | 영혼의 비전을 가져라(Spiritual Vision) | 기회를 인식하라(Opportunity Recognition) | 독창적인 가치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 | 연계된 파트너(Linked Partner) | ‘가치’ 포지셔닝을 하라(Make a Value Positioning) | 선도적인 소통 프로그램을 개발하라(Advanced Communication Program) | 이야기로 말하라(Tell ‘the Story’) | 평가(Evaluation)


6. 디자인으로 바라본 세상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계영배(戒盈杯) 디자인에 숨은 의미 | 사회혁신을 이끄는 ‘디자인적 사고’


참고문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치다 보면 모자라니만 못하다는 말이죠.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보릿고개, 춘궁기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요즘은 먹을 만큼만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버리자는 캠페인을 열고 있을 정도입니다.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풍요롭게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이 풍요는 어디에서 왔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이런 풍요를 누리는 건 아닙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한 다양한 기술과 지혜의 결과를 지금 이 시대에 그저 누리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세상에 산다고 한들 이렇게 넘치게 사는 삶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회의가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빠르게 움직이고 교류하려는 목적으로 개발한 자동차는 우리의 삶을 확실히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교통체증으로 수많은 이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석유에너지가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기도 하지요.

통신기기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획기적인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불과 10년 전 한국에서 휴대전화가 상용화되었을 뿐인데 지금은 한 사람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스마트 미디어기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기술의 진보는 너무나 빨라서 '공부'하지 않으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똑똑해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지체' 현상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쓰레기문제입니다. 하이테크 시대의 편리함 이면에 잠재된 어두운 그림자를 경고하는 책과 영상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EBS 지식채널e, 불편한 소문. 넘치는 삶이 과연 올바른 삶일까?
 

첨단 디지털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하드웨어 생산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첨단 디지털 산업에는 전문가들이 운영 시스템이나 검색엔진을 암호화하는 분야 이외에 제품을 생산할 때 다량의 화학물질과 금속, 플라스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과 화학물질 오염에 의한 위험성을 몰랐기 때문에 첨단 전자 폐기물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첨단 디지털 산업이 성장기로 접어들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과 대중들은 이미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 폐기물과 첨단 전자제품 제조업이 환경과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눈으로 직접 보고 실감하기란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 문제는 안심하고 밀어 놓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한 이 문제는 문명의 발달에 반대하고 단순한 세계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환경운동가가 사소한 것까지 분석해서 문제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알건 모르건 우리 모두에게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정보 시대 기술은 전 세계를 어느 때보다 가깝게 하나로 연결해 왔지만, 동시에 그 잔해와 파편들은 하나로 연결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_《디지털 쓰레기-하이테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중에서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할까

오늘은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만, 저희는 과학기술을 부정하거나 자연으로 막연히 회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류의 행복을 증진할 기술과 자본은 이제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발전해야 하고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전기가 부족할지 모르니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하고, 결과적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도 더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많은 기업이 성장을 거듭해야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국가와 기업은 국민을 희생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시민의식도 많이 성숙했습니다. 우리에게 더 많은 성장과 발전보다는 분배와 상생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정부의 방침에 직접 반대를 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도 생겼고, 녹색 모임을 만들어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또한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주요한 흐름도 만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성장을 삶의 주요 목표로 추구했는가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 사회는 가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폐허가 된 경제를 회복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960~1970년대 시절, 사람들은 국가 주도의 개발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내면화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엄혹한 시절 전태일 같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에서 국가권력의 요구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당한 분배 없이 몇몇 기업의 독점으로 경제적 질서가 재편되고 일부 정치 권력이 성장하는 시기를 한강의 기적이라며 떠들기 바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정작 뼈 빠지게 일한 시민에게 돌아온 반사이익은 크지 않았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나 잘못 짜인 정치·경제 구조 탓에 1997년 IMF 구제금융체제라는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IMF와 더불어 찾아온 비정규직 제도는 국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할 당시 많은 사람이 해고되는 만큼 또 다른 사람들이 고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출 일변도의 경제정책에 부응하여 경제를 성장시키고, IMF 위기를 금 모으기 운동으로 극복한 국민

먹고살기 어려워진 국민은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인지는 잘 몰랐지만 성장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 따른 부의 재분배를 생각했던 국민에게 정부와 기업은 아직 분배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며 오히려 더 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은 줄로 착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감지되던 시기에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바로 이때 등장한 사람이 CEO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747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자마자 기업이 발전해야 국민이 수혜를 본다며 친재벌 정책을 펼쳐 많은 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안겼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넘치도록 가져가면 흘러넘치는 이익이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를 이야기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가계 부채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한들 살림살이가 전혀 나아지지 않으니 불법 도박 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는 기이한 결과마저 뒤따랐습니다. 

성장은 결코 답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며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이 제대로 된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가족을 배불리 먹이고 조금 잘살아 보겠다고 달려온 수십 년의 세월이 소수의 재벌 배를 불리고 국가를 좀먹는 정치집단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오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때 골프장을 지으면 지역경제가 발전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지역에선 서로 골프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녹색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골프장은 지역 환경을 훼손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골프장의 잔디는 농약 성분이 너무 높아서 폐기물로 처리된다는 사실, 골프장에서 뿌리는 과도한 농약으로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골프장의 폐해는 점점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골프장으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도 마찬가지죠.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지자체의 유치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 때문에 한때 그것을 환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홍보가 먹힐 때 이야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터지자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는 거짓도 더는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수명연장 계획과 방폐장 공기연장 문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발전과 성장을 위해선 자연 따윈 상관없다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성장보다는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시작된 녹생당의 움직임은 크고 작은 생태적 화두를 많이 제시했습니다. 4.11 총선에서 0.48퍼센트의 정당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지만 왜 우리 사회가 자연과의 공존을 지향해야 하며 생태적 삶을 고민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인간이 생태계를 좌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고 상생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그림

또 하나 바람직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대기업을 최고의 직장으로 생각하던 인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교가 대기업 사원을 양산하는 스펙 쌓기의 전당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지만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일고 있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시도하는 이가 많아졌고, 특히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젊은이가 목표를 찾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옛날에는 대학을 나와 기업에 취직하면 그 분야에서 인생을 나름대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성과와 실력을 중시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예전같이 기업에 근무하면서 보수를 얻는 길 이외에 '삶의 보람'이나 '하고자 하는 의욕'을 발견하려고 모색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가의 출현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였던 20세기로부터 자연과 공생하고 환경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로 나아가는 시대의 흐름에도 들어맞는다. 그들의 시선 앞에 놓여 있는 곳이 풍요로운 자연으로 둘러싸여 사람과 사람과의 긴밀한 유대가 남아 있는 '지방'이었다. 미개척의 지역자원이 잠자고 있는 지방에는 지금까지의 도시 비즈니스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일으킬 가능성이 감춰져 있다.


우리의 삶이 단순한 성장과 이윤 추구에 목말라 있다면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은 대안적인 사업 모델을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은 시대에 각종 사회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가 공동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의식이 성장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하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국민이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수많은 기업이 CSR을 행하고 있으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사회참여(CCI, Corporate Community Involvement)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겨우 CSR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지만 기업이 단순히 돈으로 공헌하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는 시대도 지나갈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만이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이와 연관된 논의는 그동안 저희가 작성한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나?> <기업사회참여(CCI)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가?>) 

성장을 넘어 분배와 상생의 사회로


전 세계는 지금도 성장을 멈추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 FTA, 한-EU
FTA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맺은 통상조약이며,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많은 국민이 더욱 잘살 수 있게 된다고 정부는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정부의 장밋빛 꿈은 현실과는 달랐으며, 대다수 국민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 친화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이제 믿을 수 없는 거짓이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토록 추구해왔던 '성장'에 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과연 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성장하면 우리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과거 우리가 추구했던 행복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쌓은 환경적 지식으로 이젠 경제적 성장보다는 자연과의 공존과 공생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환경문제에 관한 한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친환경적인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기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환경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으며, 개인은 나 하나쯤 하는 마음으로 손쉬운 선택을 하고 맙니다. 

변화는 한꺼번에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 인류가 직면한 전 세계적인 위기를 완화할 수 있으며 우리의 실천으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데서 희망의 싹이 움틉니다. 사회의 변화는 그저 오지 않습니다. 해결의 몫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생각비행도 성장을 넘어 분배와 상생의 사회로 나아가는 움직임에 동참하겠습니다. 그간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알리는 책을 출간함으로써 출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왔는데요, 앞으로 관련 소식을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로 뛸 수 있는 일에 더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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