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일시적이지만 지구 곳곳이 깨끗해지는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대기가 맑아지고, 각종 동물이 사람의 활동이 뜸해진 해안이나 강, 운하에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새와 물고기가 돌아오거나 하는 등 말입니다. 대기와 물이 맑아져서 생기는 이런 반가운 모습을 보며 지구를 더 깨끗하게 만들 생각만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일부 인간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올림픽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인 일본은 방사능 문제에 대해 대책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나오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처리 방안 초안을 지난 3월 발표했습니다. 2022년 여름이면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진다며 일본은 어떻게든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할 생각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증기 형태로 대기 방출하는 방안은 일반 평가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계산하지 않았고,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방류를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란 장치로 방사성물질 62종을 한 번 더 정화한 뒤 10~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한다는 초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지난 2017년 후쿠시마 오염수 가운데 이 장치로 정화작업을 끝낸 오염수 89만 톤을 조사해보니 80%가 넘는 75만 톤이 여전히 배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다시 한번 정화해 방출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 장치로 정화되지 않는 삼중수소량도 그렇고 정말 한 번 더 정화한들 과연 기준치 밑으로 내려갈지 의심스럽습니다. 재정화 처리 후에도 세슘137 같은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고, 삼중수소량 농도를 낮춰서 천천히 방류한다고 해도 결국 바다에 내다 버리는 총량은 같기 때문에 생태계에 타격이 없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해양으로 방류할 경우 방출량과 관계없이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해안을 따라 가늘고 길게 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100조 베크렐 방출 때는 30km까지 확산한다고 하는데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이 때문에 일본 어업인들과 관광업 종사자들 역시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 방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터라 문제가 심각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를 제쳐놓고라도 일본의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은 대책이 없습니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 수천 발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플루토늄 추출 공장 가동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연료 재사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발전용으로 플루토늄을 소비할 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데, 대체 어디서 재사용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재처리공장 사업에 드는 막대한 비용, 안전성에 대한 우려, 제한된 플루토늄 소비처 등을 고려하면 일본이 굳이 플루토늄 생산 시스템을 고수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국제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의 헌법 개정 야욕과 맞물려 핵무기 보유라는 엉뚱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죠. 보유한 플루토늄의 양과 기술력으로 보면 일본은 사실상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니까요.


출처 - MBC


이런 골치 아픈 민폐 이웃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핵발전소와 관련해서는 답답합니다. 지난 12월 말 대전 도심에 있는 원자력 연구원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유출되었습니다.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물질로 평상시의 60배나 되는 양이었습니다. 조사해보니 30년 전인 1990년 허가받지 않은 관을 마음대로 설치해 오염수를 몰래 흘려낸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슘 오염수는 지난 30년간 매년 4백여 리터씩 모두 1만 5000리터 정도가 도심 하천으로 흘러나갔다는 말이 됩니다. 더 문제인 건 아무도 이 경위에 대해 설명을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1990년 당시 도면에 없던 이 배수관을 당시 연구원이 임의로 설치해 운영해왔기 때문인데요. 관련자가 모두 퇴직해서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없다고 하고 현재 근무자들은 거기에 배수 탱크가 설치된 것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탈원전 비난을 위한 선동 기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 《조선일보》의 〈탈원전 2년만에 7조 날아갔다〉 같은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마치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가 탈원전 탓인 양 보도하여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 것처럼 가짜뉴스를 쏟아냈습니다. 한전 적자까지도 탈원전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처럼 썼지만, 아직 본격적인 탈핵은 시작도 안 했는데 한전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건지 어이가 없는 기사입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은 에너지 안전 문제는 경제적 리스크로 집어넣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출처 - 이미지투데이


지난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었습니다. 핵발전소와 허상뿐인 경제 논리에 목매어 언제까지 바다와 대기를 더럽혀야 하겠습니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경고를 생각하며 지구 차원의 안목으로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 2만 명을 대상으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관련 1차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부터 시작된 조사는 최대 18일간 진행되는데, 지난 9월 9일 1차 여론조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9월 10일 조사 결과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론 조사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조사가 끝나는 10월 20일 한꺼번에 공개하겠다는 겁니다. 1차 여론조사 결과가 자못 궁금합니다.

 

1차 여론조사 이후 시민참여단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 중에 신고리원전 5·6호기에 대한 의견,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500명을 선발하게 됩니다. 선발된 시민참여단 500명은 합숙 교육 및 토론의 과정을 거쳐 이견을 조율하게 됩니다. 2~4차 조사는 시민참여단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친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 – JTBC


언뜻 보면 탈핵과 관련된 일반적인 여론조사 같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꽤 험난했습니다. 원전을 계속 지으라는 지역주민들의 입장과 탈핵을 원하는 시민·시민단체 사이의 대립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원자력 전공 교수 등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자체를 중지해 달라고 아예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지난 6일 법원은 공론화위원회가 국가 정책 결정 사안이고,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이므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출처 - 뉴시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이 공론화 기간에 여론을 선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겠다는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단체들의 여론전이 무척 뜨겁습니다. 지난 9월 9일 주말에 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전국시민행동' 집회와 탈핵콘서트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4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었습니다. 

 

이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전국 탈핵대회’에서는 밀양할머니와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지역 주민들의 발언과 아울러 종교계, 탈원전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정당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울산저널》 보도에 따르면 집회 참여자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투명한 정보를 전제로 시작해야 함에도 그 시기를 놓쳤다고 질타하는 한편 여론조사에서 주민의 개념을 최인접지역 주민만으로 가두어 반경 30킬로미터 안의 울산, 부산, 경남 주민과 분리했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원전 건설이 극히 일부 지역주민만의 문제인 것처럼 비치고고 최인접지역 주민들의 피해대책 요구가 마치 ‘계속 건설’인 것처럼 혼란함을 방치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신고리원전을 건설에 찬성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노조와 서생면 주민, 원전 관련 교수와 학생, 원전건설 현장의 노동자와 협력업체, 한수원(주)퇴직자 등의 단체도 이날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원전찬성 이상대 대책위원장은 "원자력은 에너지의 대들보이며, 원전이 없다면 신생에너지도 대안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전 찬성 측은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원전으로 인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계에 타격이 오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건설을 촉구하는 지역 주민들은 공론화위원회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잘 생각해봅시다. 울산과 부산, 경남엔 이미 세계 최대 다수의 핵발전소가 있고 그것도 세계 최대 용량인 데다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382만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확인된 활성지진대 역시 최대 다수인 곳이죠.

 

이런 곳에 핵발전소 2기를 더 짓겠다는 건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폭에 가까운 위험을 감수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이미 전 세계 전기 가운데 단 10퍼센트만이 핵발전이고, 재생에너지가 24퍼센트일 만큼 핵발전은 계속 감소 중인데, 우리나라만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뭘까요?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원자력계와 보수언론은 연일 거짓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는 공동으로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고, '핵'발전에 대한 '노'골적인 가짜뉴스에 깔끔하게 '답'하는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출처 - 녹색당

 

여기서 8번 기사에 해당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전력 등에 문의한 결과라며 "2016년 대비 2030년 가구당 연간 31만3803원이 오른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전력구입단가가 1kWh 당 82.76원에서 19.96원 더 올라 전기요금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겁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녹색당과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정 의원이 발표한 금액은 한국전력의 2030년 전기요금 전망치 가운데 산업용, 상업용, 주택용을 구분하지 않아 생긴 오류입니다. 대형 공장의 전기요금과 주택 한 가구의 전기요금을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것으로,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증가 예상치는 6만 2391원으로, 월평균 5200원 수준입니다.

 

추산 기관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는 다르게 분석되기도 합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전기요금이 2016년 대비 21퍼센트 올라 가구 당 매달 1만 1130원의 전기요금을 더 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한 달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2030년에 지불해야 할 전기요금은 2만 8328원(할인율 2% 적용)으로 추정되며, 2015년(2만 5619원)과 비교하면 2709원(10.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원전의 발전 단가가 천연가스보다 저렴한 까닭은 세금이 붙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에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관세 등이 면제됩니다. 그러므로 원전, 가스, 석탄 등에 붙는 세금을 조정하면 요금 인상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녹색당과 《오마이뉴스》의 공동 연재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셔서 더는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 한겨레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54개 지역조직, 8개 전문, 협력기관과 함께 캠페인, 시민토론회, 서명운동 등 신고리 백지화 집중 행동에 나섰습니다. 한편 탈핵을 주장하는 사회단체들도 한데 뭉쳐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 148개, 울산 202개, 경남 89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운동본부와 탈핵 단체들은 지난 8월 31일 울산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호소하는 차량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죠.


출처 - 한겨레


신고리원전과 관련하여 첨예한 대립 속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앞으로 6차례의 공개토론회와 4차례의 TV 토론회를 열 계획입니다. 지역 주민 등에 대한 간담회도 4차례 계획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공약대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홍보에 들어갔습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의미에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 http://www.etrans.go.kr )를 개설했습니다.

 

신고리 공론화에서 보이듯 '탈원전'이라는 단어가 민감한 이슈로 떠올라 '에너지 전환'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이런 홍보활동 자체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탈핵 환경 단체들은 오히려 순화한 표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정부도 본격적인 홍보활동은 공론화 과정이 끝난 후로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정책으로 8년 뒤인 2026년부터 5년 동안 5~10기가와트 규모의 발전 설비가 부족하다고 내다봤지만, 이는 신재생, LNG 발전소 등의 건설로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기 부족 사태나 전기요금이 폭등할 일은 없을 거라는 얘깁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지진과 원전공사 비리, 원전 마피아의 거짓된 행동 등을 생각할 때 탈핵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금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어렵습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의 중지를 모아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의견을 내기를 바랍니다.

석유 이후, 에너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많은 이들이 에너지 전환을 꿈꾸고 있지만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아직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변화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문화의 포괄적 변화라는 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각축전은 민주주의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3020 계획, 탈핵 로드맵 등 에너지 전환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민주적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 생각비행이 펴낸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16년은 원자력과 핵의 무서움을 세계에 알린 체르노빌 사고 30주기이자 후쿠시마 사고 5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본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 지진이었던 동일본 대지진은 진원지에서 36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에서조차 성인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강했습니다.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는 최대 높이가 40미터에 달했습니다.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원을 상실해 긴급사태가 선포되었고 수소폭발로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경찰청 집계에 의하면 1만 5894명이 사망했고 2561명이 행방불명되었으며 40만 채 이상의 건물이 파손되었다고 합니다. 직접적 피해 규모는 25조 엔에 달하고 이후 5년간 재해로 인해 건강 악화나 자살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또 3400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로써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는 '원자력 안전 신화'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EBS



싸고 안전하다? 원자력 발전 신화의 붕괴


3.11 동일본 대지진이 낳은 가장 극적인 변화는 원자력 발전이 비교적 싸고 통제 가능한 안전한 기술이라는 통념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녹아내리는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하루 300톤의 물을 사용했지만, 이를 모아놓은 저농도 오염수 탱크를 보관할 여유 공안이 이젠 없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생성을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는 3000억 원 이상을 들여 동토차수벽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이마저 안전한 운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대책 없이 17만 4000명의 주민이 고향 후쿠시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설 주택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녹아내리고 있는 후쿠시마 원자로 해체를 위해 미국, 프랑스와 협력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 내용도 믿을 수 없습니다. 과연 안전하게 원자로를 해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참사로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은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으며, 인류가 확보한 현재 기술로는 원자력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싸서 경제성이 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단 한 차례 사고로 대한민국의 국가 예산 정도의 돈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참상을 이웃나라에서 목격했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탈핵 움직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는 앞다투어 원자력 발전과 연관된 후속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해일 방벽을 높이고 발전소 침수에 대비해 방수형 배수펌프와 이동형 발전차를 확보했다고 하죠. 한편 아예 탈핵을 선언한 나라도 있습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완전히 정지시킬 계획입니다. 미국도 풍력 발전량을 지난 6년간 세 배로 늘리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탈핵 움직임에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탈핵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독일은 에너지 생산 비용 증가와 원전기업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거액 소송에 따른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나마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독일 정도니 탈핵이 가능하지 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쉽사리 탈핵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한편 탈핵 움직임에 아랑곳없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사고로 인한 대재해를 겪은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진행 중인 대표 주자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원전 제로 정책을 선언하고 가동 중이던 원전을 모두 정지시켰습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반원전, 탈원전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졌죠.


그런데 이후 총리가 된 아베 신조는 원전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원전 재가동을 강행합니다. 2015년 8월에는 가고시마 현에 있는 센다이 원전을, 올해 들어서는 후쿠이 현의 다카하마 원전 1, 2호기를 재가동했습니다. 나아가 지난 1월에는 영국에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베 정권은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20~22퍼센트까지 늘리기로 했죠.


물론 일본 국민이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재가동된 다카하마 원전에 인접한 시가 현 주민들이 법원에 원전 가동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9일 법원은 주민들의 요구대로 원전 가동을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참사를 겪은 일본에서조차 탈핵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한국의 상황, 새누리당만 탈핵 반대해


대재앙에도 아랑곳없이 원전 마피아의 이익을 위해 정부 여당이 국민을 희생시키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형국입니다. 한국YWCA연합회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함께 탈핵에 대해 우리나라 주요 정당에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국민의당 등 대부분의 당은 신규원전 중단,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에 동의했지만, 유일하게 새누리당만 원전 필요성을 역설하며 노후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주민투표마저 반대했습니다.

출처 – 환경일보


토론회 참석조차 거부한 새누리당은 서면을 통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으며 현 비중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영덕 삼척 주민의 투표에 따른 지정 취소 요구 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노후원전 운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주민투표를 의무화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요. 신재생에너지 관련해서는 발전차액제 도입에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녹색가격에도 부정적이며 초고압송전로 재검토 또한 불가하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원전 홍보 예산 삭감이 불가하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탈핵이 시대적 요구임에도 새누리당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당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게 폐쇄적인 시스템 문제라고 하죠. 사고 이후 원전 마피아인 도쿄전력의 무능함에 대한 성토가 일본 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컸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나라에서도 투명하고 독립적 감시체제가 필요하지만, 원전 안전관리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5년 전 사고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도 바뀐 것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출처 - 녹색당

 

4.13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이 국민의 선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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