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원자력과 핵의 무서움을 세계에 알린 체르노빌 사고 30주기이자 후쿠시마 사고 5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본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 지진이었던 동일본 대지진은 진원지에서 36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에서조차 성인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강했습니다.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는 최대 높이가 40미터에 달했습니다.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원을 상실해 긴급사태가 선포되었고 수소폭발로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경찰청 집계에 의하면 1만 5894명이 사망했고 2561명이 행방불명되었으며 40만 채 이상의 건물이 파손되었다고 합니다. 직접적 피해 규모는 25조 엔에 달하고 이후 5년간 재해로 인해 건강 악화나 자살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또 3400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로써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는 '원자력 안전 신화'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EBS
싸고 안전하다? 원자력 발전 신화의 붕괴
3.11 동일본 대지진이 낳은 가장 극적인 변화는 원자력 발전이 비교적 싸고 통제 가능한 안전한 기술이라는 통념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녹아내리는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하루 300톤의 물을 사용했지만, 이를 모아놓은 저농도 오염수 탱크를 보관할 여유 공안이 이젠 없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생성을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는 3000억 원 이상을 들여 동토차수벽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이마저 안전한 운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대책 없이 17만 4000명의 주민이 고향 후쿠시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설 주택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녹아내리고 있는 후쿠시마 원자로 해체를 위해 미국, 프랑스와 협력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 내용도 믿을 수 없습니다. 과연 안전하게 원자로를 해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참사로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은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으며, 인류가 확보한 현재 기술로는 원자력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싸서 경제성이 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단 한 차례 사고로 대한민국의 국가 예산 정도의 돈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참상을 이웃나라에서 목격했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탈핵 움직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는 앞다투어 원자력 발전과 연관된 후속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해일 방벽을 높이고 발전소 침수에 대비해 방수형 배수펌프와 이동형 발전차를 확보했다고 하죠. 한편 아예 탈핵을 선언한 나라도 있습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완전히 정지시킬 계획입니다. 미국도 풍력 발전량을 지난 6년간 세 배로 늘리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탈핵 움직임에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탈핵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독일은 에너지 생산 비용 증가와 원전기업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거액 소송에 따른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나마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독일 정도니 탈핵이 가능하지 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쉽사리 탈핵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한편 탈핵 움직임에 아랑곳없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사고로 인한 대재해를 겪은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진행 중인 대표 주자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원전 제로 정책을 선언하고 가동 중이던 원전을 모두 정지시켰습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반원전, 탈원전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졌죠.
그런데 이후 총리가 된 아베 신조는 원전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원전 재가동을 강행합니다. 2015년 8월에는 가고시마 현에 있는 센다이 원전을, 올해 들어서는 후쿠이 현의 다카하마 원전 1, 2호기를 재가동했습니다. 나아가 지난 1월에는 영국에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베 정권은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20~22퍼센트까지 늘리기로 했죠.
물론 일본 국민이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재가동된 다카하마 원전에 인접한 시가 현 주민들이 법원에 원전 가동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9일 법원은 주민들의 요구대로 원전 가동을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참사를 겪은 일본에서조차 탈핵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한국의 상황, 새누리당만 탈핵 반대해
대재앙에도 아랑곳없이 원전 마피아의 이익을 위해 정부 여당이 국민을 희생시키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형국입니다. 한국YWCA연합회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함께 탈핵에 대해 우리나라 주요 정당에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국민의당 등 대부분의 당은 신규원전 중단,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에 동의했지만, 유일하게 새누리당만 원전 필요성을 역설하며 노후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주민투표마저 반대했습니다.
출처 – 환경일보
토론회 참석조차 거부한 새누리당은 서면을 통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으며 현 비중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영덕 삼척 주민의 투표에 따른 지정 취소 요구 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노후원전 운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주민투표를 의무화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요. 신재생에너지 관련해서는 발전차액제 도입에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녹색가격에도 부정적이며 초고압송전로 재검토 또한 불가하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원전 홍보 예산 삭감이 불가하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탈핵이 시대적 요구임에도 새누리당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당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게 폐쇄적인 시스템 문제라고 하죠. 사고 이후 원전 마피아인 도쿄전력의 무능함에 대한 성토가 일본 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컸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나라에서도 투명하고 독립적 감시체제가 필요하지만, 원전 안전관리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5년 전 사고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도 바뀐 것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출처 - 녹색당
4.13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이 국민의 선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