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얘기한 "전 재산은 29만 원"의 뒤를 이을 유행어가 탄생할 예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 재판 최후 진술에서 "가진 재산은 집 한 채"라면서 부당하게 돈을 챙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요. 이 날 검찰은 110억 원대의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에게 징역 20년과 추징금 150억 원을 구형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얼마 전에 2심 선고로 25년형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구형량이 유기징역 최대 상한선인 30년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년이 적은 셈입니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액을 따지는 양형 기준과 죄질 등 여러 사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단 이명박이 받는 16개 혐의 중 형량을 가를 핵심 쟁점은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입니다. 특가법상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특경법은 횡령을 통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이 두 가지 혐의에서 검찰 주장이 인정되면 1심 판결에서 이명박은 중형을 피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핵심 쟁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네. 맞습니다. 인터넷 유행어로 번졌던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것이냐?"입니다. 검찰의 구형 전제는 다스가 이명박의 것이라는 기초 위에 세워졌습니다. 이명박이 다스의 실소유주이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지시해 339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했고, 다스 법인자금을 자신의 선거캠프 운영비와 개인적 소비 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검찰은 91쪽 분량의 공소장 가운데 13쪽을 다스 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기초 사실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재판 초기에 입을 연 이명박 측근들이 '다스 소유주는 사실상 이명박'이라고 한 진술도 한몫했습니다. 이명박이 다스 소유주가 아니라면 삼성이 자신의 협력업체도 아닌 현대자동차의 조그만 협력업체에게 소송비 67억 원을 왜 대주었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이 구형하기 전 증인석에 앉은 이명박에게 82개에 이르는 질문을 했지만 이명박은 단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하죠. 섣부른 대답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걱정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그는 증인석에서 내려오자 15분에 걸쳐 최후진술로 다스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형님의 것이라며 항변합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과 더불어 자신의 전 재산은 집 한 채가 전부이고 이런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 자체가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 리암 트로츠키

 

이명박은 검찰의 말대로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도 진심 어린 반성을 하기는커녕 끝까지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자신의 유행어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출처 - 세계일보


재판 시작 150일 만에 내려진 검찰의 구형과 이명박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1심 재판은 선고만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다음 달 5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며, 박근혜 때처럼 이 과정을 생중계할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명박의 구형량도 구형량이지만 무엇보다 추징금이 너무 적다고 느낍니다. 4대강 사업으로 털어먹은 국민 세금만 40조가 넘습니다. 게다가 직접적으로 이번에 받은 혐의에 나타나는 액수만도 339억의 비자금, 그리고 삼성의 67억 뇌물성 소송비 대납 등으로 총 400억 원이 넘어가는 상황인데, 정작 추징금이 그 3분의 1밖에 안 되는 150억 원이라뇨?

 

출처 - 금강일보

 

국가 권력을 이용해 사익의 극한을 추구한 무뢰배는 먹은 것 그 이상을 토해내게 만들어야 제대로 정의구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떼먹은 돈보다 물어내는 돈이 훨씬 적다면 '돈 떼먹기 권하는 사회'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겠습니까? 과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권력을 이용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위정자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엄정한 판결을 내리길 바랍니다.

MBC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신임 이사진이 구성되어 첫 이사회를 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세월호합동분향소였습니다. 최승호 사장 이하 본부장 등 7명은 분향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304명의 희생자께 헌화했는데 최승호 사장은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방송 참사를 일으킨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들로 가득 찼던 MBC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그들의 세월호 참사 왜곡 및 유가족 헐뜯기는 차마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그 언론장악의 희생자였던 최승호 PD가 MBC의 사장이 되었으니 MBC를 근본부터 쇄신하기 위한 첫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그 적폐들이 해임되어 파업도 끝이 났지만 MBC 전임 사장들이 싸질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권의 폐부를 찌르는 유능한 언론인들은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자르더니 기자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력기자라는 사람들을 헐레벌떡 채용해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의식도 균형감각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근혜 정권 비호 뉴스들만 쏟아냈습니다. 한때 뉴스의 대명사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으로서의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언론사의 얼굴인 뉴스가 이 정도였으니 기타 제작현장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였죠.


출처 - 뉴스1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에 이어 부사장에 변창립 아나운서 등 각 본부장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조직도 개편하여 보도본부 내에 탐사보도부를 신설하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눈엣가시라 해체됐던 교양제작국을 시사교양본부로 격상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또 뉴스콘텐츠센터를 설치해 영상취재부의 기능을 부활시켰고 프로그램 제작본부는 사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출처 - MBC


한편 MBC 최승호 사장은 MBC재건위원회를 통해 MBC 정상화와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MBC의 얼굴이었던 〈뉴스데스크〉에 먹칠을 한 배현진 아나운서는 8일부로 교체되었고, 십수 명에 이르는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이와 맞먹는 숫자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만든 책임이 큰 신동호 아나운서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같은 8일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6명은 모두 MBC로 돌아왔습니다. MBC 구성원들은 레드카펫을 깔고 그들의 복직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겼습니다. 부당 해직 기간에 병을 얻은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전임 안광한 사장이 만든 MBC의 유배지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와 신사업개발센터는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권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나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유배지 등 비제작 부서로 밀려났던 기자, PD 등이 제작부서로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선'과 '제작 능력'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환골탈태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런데 MBC에 남아 있는 적폐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문화방송 이사들이 억대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MBC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죠. 정권의 비호가 사라졌으니 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심보입니다. 1인당 3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총 20억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소말리아 해적단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치료를 받고 내지 않은 치료비를 국가가 대신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오늘(14일) 아침 보건복지부가 밝혔습니다. 석 선장의 치료비는 모두 2억 5500만 원이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낸 8800만 원을 뺀 1억 6700만 원을 받지 못해 아주대병원은 이를 결손 처분한 바 있습니다.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자기 칭찬에 바빴던 이명박과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한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내지 못한 치료비를 모른 체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정부 홍보는 할 대로 다하고서는 정작 영웅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은 겁니다. 수십조를 4대강에 퍼붓고 자원외교로 탕진할 시간은 있었어도 국민을 살릴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겁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는 더 노골적이었죠.

 

      출처 - MBC 〈PD수첩〉

 

지난 12일 〈PD수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7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파헤쳤습니다. 아울러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문건의 내용에 따라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퇴출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박상후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진 MBC가 이명박근혜 시절 동안 몰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할까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였던 언론장악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투쟁을 거친 지금에 이르러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잘못이 산재해 있어 단숨에 정상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공중파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호전되어 가는 MBC를 보며 KBS가 못내 안타까웠는데 이제 돌파구가 보입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가 적발된 강규형 KBS 이사에게 해임 사전 통보를 하고 해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1명의 자리만 바뀐다면 KBS 노조가 요구하는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KBS 파업 사태도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MBC와 KBS를 응원합니다.

 

박근혜와 김기춘, 조윤선 등이 구속되었을 때 더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블랙리스트. 하지만 그 깊은 뿌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KBS 새노조는 최근까지 KBS 내부에 출연자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이에 따른 지침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지난 7월 5일 KBS 1라디오의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을 녹음할 예정이었던 한완상 전 부총리는 KBS로 가는 도중 갑자기 전화로 출연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KBS 1라디오 등을 책임지는 국장급에 해당하는 이제원 라디오프로덕션 1담당이 방송 취소 지시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황당하게도 한 전 부총리의 자서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이 있어서 그랬다고 하는데요, 한완상 전 부총리가 이제원 담당과 통화하여 책을 읽어보긴 했느냐고 물으니 안 읽었다며 그제야 자기가 경솔했다면서 면피했다고 하죠. 이에 대해 한완상 전 부총리는 국장 개인의 돌출 행동이라기보단 KBS의 문화와 구조의 잘못이라며 사과를 하려면 사장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원 담당의 전횡은 그 일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정렬 전 판사를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담당 PD에게 경위서를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대선 이후 헌법의 의미와 개정 논의 등을 다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랍니다. 또 신동만 환경전문 PD가 출연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지적하자 방송에서 언급하기 부적절하며 공정성을 해쳤다는 질타와 함께 프로그램 폐지까지 언급했죠. 이후 이제원 담당은 사전에 출연자 리스트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숫제 방송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심산이었죠.


출처 - 미디어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이제원 담당을 비롯한 문제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발탁해 블랙리스트 전횡을 용인하고 묵인한 고대영 KBS 사장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KBS 새노조가 기자회견으로 KBS 블랙리스트를 폭로하자 바로 이제원 담당을 직위 해제하고 전보 조치해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대응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공론화하며 KBS 13년차 이하 기자 273명은 지난 7월 4일 오전에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 부역자인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과 제작 거부를 촉구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의 주요 표적이 되어 결국 이명박근혜 정권의 부역자가 된 MBC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7월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파견이 MBC 장악 의도이며 새로운 형태의 언론 탄압이라는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의 말을 인용하면서 보신에 나섰습니다. 뉴스 프로그램에 자사를 옹호하는 주장을 담아 공공의 전파를 전용한 것은 공영방송의 사유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큰 문제는 자신들이 왜 특별근로감독을 받는지를 쏙 빼고 보도한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지난 6월 29일 오후 2시에 특별근로감독관 3명을 MBC로 급파했습니다.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요, 이는 MBC의 너무나 많은 직원이 부당한 해고와 징계, 부당 전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김민식 PD도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가 부당 징계와 해고 통보를 받았죠. 이런 부당 행위의 피해자가 무려 200명이 넘어가는 상황인데,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게 고용노동부로의 직무유기 아닐까요?

 

출처 - 오마이뉴스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개봉에 앞서 지난 8월 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최승호 PD와 영화 속 주역에 해당하는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참석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스타

 

이 자리에서 김민식 MBC PD는 "이용마 기자와 많이 싸웠다. (2012년 당시) 파업을 접고 복귀하자고 했던 제가 다시 싸우는 이유는 (눈물을 삼킨 뒤)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는 소식 때문이다. 용마는, 보도국 기자들이 어떻게 당하는지 봐 왔거든. 물러나면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온다는 걸 안 거지. 그 과정에서 그 친구는 속이 썩어갔고, 전 그냥…. 그냥 잘 살아왔다. 드라마도 연출했고, 잘 살았다. 정말 부끄럽다. 영화 보면서 제가 정말 저항자일까. 용마가 아프다는 말에 너무 미안했다. '내가 그의 말대로 끝까지 같이 싸웠으면 이렇게까지 MBC가 망가졌을까' 이 생각을 항상 하고 산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죄 갚는 심정으로 그렇게 한 거다"라면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연국 MBC 기자는 "김민식 PD는 MBC 측이 만든 블랙리스트에서 1등급이었고, 지난 1년간 연출일도 못했다. 노조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그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고 《오마이스타》가 보도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4일에 KBS 새노조는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이날 박은영 아나운서(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는 KBS 1라디오 〈빅데이터를 보는 세상〉 진행을 포기하고 총파업에 참여해 KBS 내부에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저는 2회 연속 저성과자라는 인사고과로, 전보조치까지 내려졌다. 이광용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2010년, 2012년 파업에 참여한 KBS본부 조합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이 있었다. 저희 내부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이다. '얘는 방송시키지 말아라'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울러 최원정 아나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와 대단한 각오로 이번 총파업에 아나운서들이 임하고 있다. 부디 아나운서들이 이렇게 나서는데 2012년 때처럼 총알받이가 돼서 처참히 물러나는 일 없도록 여러분들의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총파업 지지를 촉구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이명박근혜 정권이 남긴 미디어 내 인적 장악의 잔재가 편파 및 왜곡 방송을 일삼고 있습니다. 이에 저항하는 방송인들은 이 순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이런 현실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6월 항쟁에 대한 KBS와 MBC의 대응만 봐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6월 9일 이한열 열사 30주기 추모식은 30주년이란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의미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방송사가 적어도 2건씩은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의 부역자들이 권력의 중추에 있는 KBS와 MBC는 단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이 민주항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예입니다. 언론 장악에 성공한 이명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의 적폐가 드러나는 사례이기도 했죠. 이명박이 대선에 개입하여 국정을 농단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박근혜가 탄핵당해 구속된 지금도 우리는 적페를 청산하지 못해 이명박근혜 시대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민주주의는 바른 언론과 방송 없이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도 마찬가지죠. 이명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공영 미디어 장악과 탄압이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는 반헌법적인 폭거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부당 징계자의 원상 회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울러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 부역자를 처단하고 퇴출하는 조처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공영 미디어 정상화는 민주주의 회복과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나날이 퇴보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정권에 비판적인 멘트를 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말씀드릴까요? 뉴스데스크에 광고가 24개 정도 붙고 하나당 5000만 원 정도 호가합니다. 근데 제가 그만둘 무렵 광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중소기업 하나 남았습니다. 그래서 대포 광고했습니다. 회사가 돈을 안 내지만 이름만 쓰는 겁니다. 서너 개 회사 이름을 써서 내보낸 적이 있는데, 그 회사에서 전화 와서 돈을 줄 테니 이름을 빼달라고 합니다. 제가 그때 청와대도 조지고 삼성도 조지고 군도 조지고 국정원도 조지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그 회사의 상무에게 왜 그러십니까? 물었더니 '저쪽'에서 어제 광고 잘 봤다고 매일 아침에 전화가 온다는 겁니다. 국정원이 그런답니다. 그렇게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제발 그런 짓을 안 하길 바랍니다만."


―MBC 뉴스데스크에서 물러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중에서


신경민 의원의 발언대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우리나라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나날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파업을 불사하며 국민을 대변했던 MBC가 이제는 TV조선과 어깨를 겨루며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 정점은 얼마 전에 터진 MBC 녹취록 파문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MBC가 증거도 없이 기자와 PD들을 해고했다는 녹취록



"그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알고 얘들을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 그런데 이놈들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예요" - 2014년 4월 1일 녹취록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뉴스타파)

 

2012년 170일간 이어진 파업의 도화선이었던 김재철 사장은 끝내 해임됐지만, MBC는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에게 친숙했던 아나운서들이 한 사람씩 회사를 떠났습니다. 시사교양국 분리 해체로 해당 PD들은 예능 프로로 발령이 나거나 스케이트장 관리직 등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곳으로 좌천되기도 했습니다. 파업에 대한 보복이자 정권에 비판적인 PD들의 싹을 자르려 한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MBC는 정당한 인사권이라며 이를 무시해왔죠. 그런데 지난 1월 25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녹취록은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합니다. 해고의 직접적 피해자들은 후안무치한 녹취록이 공개되자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습니다. 당시 최승호 PD는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라는 사실을 파헤쳤으나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은 방송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방송을 불허한 MBC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일주일 후에 방영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 잘 보여야 했던 경영진은 최승호 PD를 비롯해 정권 비판적인 시사교양국 PD들을 한 사람씩 찍어낼 궁리를 했죠.

 

출처 - 한겨레


문제의 녹취록에는 라디오는 새빨갛다며 눈엣가시인 패널은 교체를 지시하고, 국부이신 이승만 프로그램은 좌파뿐인 MBC 내부에 만들 놈이 없으니 외주 제작을 해야겠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법통인 임시정부를 폄훼하면서 말이죠. 또한 MBC 노조를 비판한 극우 인터넷 매체의 편집장을 만난 자리에선 방송 출연과 외주 청탁을 주고받는 말이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녹취록을 통해 의도된 부당 해고,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개입, 진보 언론 탄압 행위 그리고 청탁 비리까지 천태만상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PD수첩>의 기수였던 백종문 PD의 타락


이 녹취록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백종문 미래전략 본부장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녹취록에서 최승호 PD 등을 증거 없이 해고하고 비판적 시사 프로그램을 못 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자랑스레 말한 그가 바로 <PD수첩> 출신 PD이기 때문이지요.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이 변절하여 일제에 부역하는 셈이랄까요?

 

1990년대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표방하며 성역 없는 비판을 추구했습니다. 당시 백종문 PD는 그런 <PD수첩>의 기수였습니다. 지금도 제목만 들으면 알 만한 '의혹 기도원에서 생긴 일'(1993.03.26), '죽어서도 사람대접 못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1994.01.25.), '의혹 영생교를 벗긴다'(1994.02.15), '사람대접 받고 싶어요 외국인 근로자들의 절규'(1995.01.17), '시대유감! 우리 사회의 노래심의'(1995.10.17), '80년 5월 광주 이 얼굴들을 아십니까?'(1999.05.18) '고문 이근안 뿐인가'(1999.11.09) 같은 대표작으로 종교, 정치, 사회문제 등 문자 그대로 성역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사람이었죠. 그랬던 그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변절 끝에 정권의 충견이 된 것일까요? 웹툰 <송곳>의 명대사처럼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도 변하기 때문일까요?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후배들을 이끌어주었어야 할 사람의 변절을 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윗물이 탁한데 아랫물이 깨끗할 리 만무하지요. 지난 8일 MBC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의도된 결과를 얻기 위해 편향된 질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안겼습니다. MBC는 미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67.8퍼센트가 공감하며 25.8퍼센트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사드 배치 찬성 의견이 두 배 이상 많았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여론조사 설문지 전체 내용을 보면 원문 질문 자체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라며 사드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답변으로 공감한다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짜여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국회 쟁점 법안에 대한 국회의장 직권상정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마치 국회선진화법이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악법인 양 질문을 던져 직권상정 찬성으로 투표를 유도하는가 하면 노동개혁에 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도록 질문지 자체를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지극히 편향된 프레임으로 짠 설문이라 엄밀히 설문조사라고 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밝힐 정도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 설문조사 왜곡 논란을 취재하던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MBC 최기화 보도국장은  "개새끼야. 어디서 내 정보를 알아낸 거야. 싸가지 없는 새끼 아냐"라고 원색적인 쌍욕을 퍼부어 문제가 되기도 했죠. 기자가 "욕하시면 안 되죠"라고 말하자 "욕이고 지랄이고 간에 내 개인정보를 네가 왜 아냐. 네가 녹음을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고 마치 시정잡배처럼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이라죠? 이런 사달이 나고 직접적인 증거도 명확함에도 박근혜 정권 인사로 가득한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재임했습니다. 자신들의 충견을 쓰다듬어준 셈입니다. 최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은 MBC 녹취록 논란의 장본인 백종문 본부장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했으나 보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녹취록 파문은 선거철을 앞두고 기획된 정치공작이라는 MBC 측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처럼 방문진 이사들이 백종문 본부장의 일방적인 해명을 듣고 내릴 결론은 뻔합니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개인적 의견일 뿐이고, 업무상 불법행위가 있다면 법적으로 처벌받으면 되는 일이므로 방문진은 이 문제에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지요.

 

 

언론 및 표현의 자유 vs 테러방지법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날 우리나라 주요 방송사의 기사 타이틀은 위와 같았습니다. MBC와 KBS는 '정치쇼'로 치부했고, SBS는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의견만 옳다는 것을 전제하고 정한 제목이니 프레임 자체가 왜곡되었다고 봐야 하겠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무슨 이유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필리버스터를 강행했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방송은 JTBC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공중파 3사의 프라임 뉴스 상황이 이러하니 시청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할 수 없고 왜곡된 의견을 사실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언론 장악에 열을 쏟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겠죠.


국제적인 저널리스트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는 매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발표합니다. 세계 각국·지역 보도의 자유도에 순위를 매김으로써 검열 상황, 제도장치, 투명성, 인프라 등의 항목으로 세계 180개국·지역을 채점해왔습니다. 2015년 2월 12일에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 2015'에서 한국은 전체 180개 조사 대상국 중에서 60위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 국경 없는 기자회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노무현 정부에서 최고 31위(2006년)를 기록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는 하락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가 역대 최하위인 69위를 기록했을 때는 2009년이었죠. 아시다시피 그 당시에는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등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등이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권하에서 언론의 자유는 계속 위축되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례없이 언론사 총파업 같은 행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57위, 2015년 60위라는 순위가 알려주듯이 박근혜 정권 들어 언론자유지수는 회복될 기기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출판사 창립 이후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 탐사보도를 중심으로 관련 기사를 꾸준히 발행해왔는데요,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주요한 기사를 정리해서 보여드립니다. 시간순으로 정리했으니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위축됐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현시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검사와 스폰서 사건에서 발견한 탐사보도의 가치
http://ideas0419.com/126

 

《PD수첩》 무죄판결로 살피는 탐사보도의 가치
http://ideas0419.com/220

 

사진으로 보는 '으랏차차 MBC' 공연 참관기
http://ideas0419.com/312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며 표현의 자유를 다시 돌아보다
http://ideas0419.com/354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http://ideas0419.com/456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주류 언론
http://ideas0419.com/470

 

<세월오월> 전시 유보, 박근혜 무엇을 얻었나?
http://ideas0419.com/493


빅브러더, 국정원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다
http://ideas0419.com/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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