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지는 12월 1일〈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종편 개국〉이란 기사에서 종편 출범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3년 반 동안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방송과 언론의 공공성은 무너졌고, 공정성마저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조중동 같은 언론 괴물들에게 불법과 위법으로 종합편성채널을 선물했습니다.

오늘 《한겨레》는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 연내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위탁을 2년 유예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언론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종편에 2년간 직접영업을 허용하면 이미 무너진 방송의 공공성이 더 크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또한 방송과 언론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합니다.

작은 지역언론 고사 위기에 내몰려

12월 1일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사장은 "종편의 출범으로 지역시문들은 큰 펀치 4방을 한번에 맞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종편 반대 총파업투쟁에 뜻을 같이하는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국제신문》《경남도민일보》 등은 지면에 종편 개국에 항의하는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특히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8월 '조중동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윤전기를 멈추고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지역신문이 신문 발행을 중지할 만큼 종편이 언론 시장을 위협하는 엄청난 문제라는 방증입니다. 

2011년 12월 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투쟁특보

12월 2일자 《한겨레》 보도에서 구주모 사장은 "지역의 광고시장은 규모가 작습니다. 이마저 종편들이 저인망식 광고 직거래로 훑어가게 되면 지역 광고시장이 흔들리고 지역신문의 생존기반이 위험해집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또한 "그간 보수 성향의 조중동이 보도했던 역량을 발휘해 종편 4곳이 반통일, 비민주적인 이념 잣대로 집중 보도를 해대면 지역의 여론도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크게 왜곡될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더구나 "보수 편향의 조중동 종편의 개국으로 앞으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12월10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캐나다 퀸스 대학의 빈센트 모스코 명예교수가 "4개 종편 출범을 보는 한국 내의 우려는 합당하다"면서 "시청자의 다양한 프로그램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디어 기업에는 겸영이 이익이겠지만 시민들에게는 고통"이라는 얘기입니다.  

개국 한 달, 종편의 성적표

이런 심각한 우려가 있음에도 온갖 특혜 속에서 12월 1일 개국한 종편이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먼저 종편 개국 성적표를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한 <민중의소리> 자료를 주목해주십시오. 각종 특혜를 받고도 초라한 성적으로 출발한 종편의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4대종편 개국 성적표 (http://www.vop.co.kr/A00000454304.html)
조중동매 종편 특혜(http://www.vop.co.kr/A00000453869.html)
** 인포그래픽은 링크를 통해 《민중의 소리》에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종편은 개국 첫날 방송에서 수준 이하의 콘텐츠, 선정적 보도, 사실 왜곡 등으로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조중동 종편 3사가 처음 인터뷰한 인물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였습니다. 프로그램 형식은 대본대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뒤 사후 편집을 할 수 있는 사전녹화 방식이었습니다. 

채널A(동아)는 1일 밤 메인 뉴스와 2일 오전 뉴스에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일본 야쿠자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해 선정적인 뉴스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23년 전 일을 무리하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JTBD(중앙)은 예전 TBC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다가 언론 통폐합으로 문을 닫았다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한편 편성 시간을 메울 콘텐츠 부족으로 TBC 시절 프로그램인 <쇼쇼쇼>와 <청실홍실> 등 1970년대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종편은 요란하게 개국했지만 이처럼 상식 이하의 방송으로 시청자를 기만했습니다. 그 결과 4개사의 첫날 시청률은 초라했습니다. 인포그래픽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종편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JTBC의 메인 뉴스 <뉴스 10>가 고작 1.215%에 그쳤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는 개국 첫날 종편의 평균 시청률이 모두 0.5%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0.3~0.5%대의 시청률은 1000가구 중 3~5명이 시청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날 지상파들은 5~9%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이처럼 종편 프로그램 수준이 기대 이하인 데다가 시청률도 예상보다 낮은 탓에 종편 광고 단가 책정 논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종편 4사는 거대 신문을 등에 업고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 단가를 요구해왔습니다. 기업 대부분이 종편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25% 수준으로 보는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서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사장의 염려대로 지역신문은 생존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 벌어집니다. 종편은 신문과 방송의 힘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약탈할 기세여서 광고시장은 무법천지로 변하고 정상적인 거래와 시장 질서가 무너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디어렙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

채널A가 광고주에게 배포한 프로그램 가이드를 보면 "보도상품 패키지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해준다"고 홍보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광고와 프로그램을 맞바꾸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이 쏟아질지 우려를 금치 못하겠군요. 이런 식이라면 종편이 기업의 홍보 창구로 전락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진실을 오도하고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취사선택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이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미디어렙 법안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디어렙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경남도민일보》 투쟁특보에 실린 기사를 인용하겠습니다.

어려워요! 미디어렙?

Media Representative로 우리말로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입니다. TV, 라디오 등 방송광고를 방송사가 광고주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에 판매 대행사를 통하게 하는 것입니다.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해 특정 기업과 집단에 유리한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방송사가 기업들의 약점 등을 잡아 광고를 강매하는 등 나쁜 짓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또 광고비를 멋대로 올리는 것을 조정하고, 시사 고발, 교양, 다큐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계속 방송되고, 지역과 중소·종교 방송사를 지원해 다양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2011년 12월 1일자 《경남도민일보》투쟁특보 3면 내용 중에서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미디어렙법 제정 투쟁을 지난 6월부터 시작해서 8월 총파업 투쟁을 단행했고, 9~11월에도 집중적으로 투쟁했습니다. 미디어렙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맞물린 심각한 문제입니다. 언론노동자들은 2008년부터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입니다. 이를 허용한 종편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독과점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나라당은 2009년 7월 22일 대리투표, 재투표라는 있을 수 없는 불법을 저지르며 언론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 제정을 미루면서 조중동 방송이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판매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미디어렙법을 새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디어렙법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중동 방송은 광고영업을 직접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사의 광고 직거래는 언론의 공공성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폐단이 심각합니다. '광고주의, 광고주에 의한, 광고주를 위한' 방송으로 변질될 테니까요. 조중동은 전체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독과점 신문입니다. 상품권, 자전거로 독자를 매수해서 세를 불려 왔습니다. 독자 수를 늘리려는 의도는 단 하나입니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종편의 매출을 끌어오기 위한 꼼수인 것이죠. 지금 같은 샹황을 묵과하면 경쟁력이 약한 지역언론이 몰락해 민주주의적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습니다. 

SNS, 종편의 마수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이패드로 타임라인에 새롭게 도착한 메시지들을 살피고 있다. 사용자들은 트위터로 뉴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다른 사라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간다. (출처: 경향신문)

종편 개국으로 보수와 친재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때 SNS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할 마지막 보루입니다. 제도언론에 대항할 독립언론과 시민 저널리즘으로서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SNS는 제도언론보다 빠르고 거짓을 폭로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미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 영향력이 검증되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한국에서 트위터 이용자 중 상위 1%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계정 수는 2011년 9월 19일 현재 392만 7519개로 2010년 8월 31일의 112만 6206개에 비해 3.5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팔로어 수는 68명에서 87명으로 늘었고, 팔로어 링크 수는 4.5배 증가해 계정 증가 수를 웃돌았습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SNS상에서 새로운 생각의 수용>이라는 논문에서 트위터의 비이성적인 정보 확산이나 트위터 사용자들이 객관적 판단 없이 타인의 정보를 받아들여 퍼뜨린다는 통념을 반박했습니다.  이원재 교수는 "누군가를 쫓아가는 메커니즘이 트위터에 분명 존재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면서 "그 후에는 스스로 판단하면서 그런 경향을 거부하는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새로운 정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SNS를 통한 괴담 유포를 우려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왜 정부와 야당은 SNS를 규제하려는 걸까요?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매체 수단을 통제하려는 이유를 <트위터 이후의 민주주의(Ⅱ)> 라는 논문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경향신문》 12월 16일자 기사를 보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투표 인증샷 놀이'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한나라당에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라는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심의팀을 신설하고 조중동이 "괴담" 운운하며 SNS를 제재하려 하는 까닭은 국민의 자발적인 언론 활동을 두려워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 경영진 임명에 개입하거나, 보수언론에 종편 채널을 몰아주는 등,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태도를 보인 이명박 정부 또한 SNS의 파급력을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나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은 여론을 좌지우지하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1987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일찍이 보장했던 한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와 국가안보 부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과 함께 명예훼손의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보수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한국의 인터넷, SNS 검열이 도를 넘었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여론 탄압 사례 (《경향신문》 2011년 12월 9일 3면 내용 중)

2009. 1.
-검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온라인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기소

2010. 2.
-선관위, 6.2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 관련 트위터 활동 규제 방침 발표

2010. 3~8.
-연평도·천안함 사태 당시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 올린 시민들 기소

2011. 10.
-선관위, 10.56 재·보선 앞두고 트위터상 유명인의 투표 인증사진 트위터 게재 등을 제한하는 지침 발표

2011. 11.
-검찰, SNS를 통한 한·미 FTA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방침 발표

12월 8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2개국 정부 대표와 민간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터넷 자유'(Freedom Online)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에 국가 차원의 장벽을 만들려는 일부 나라들의 시도는 인터넷 자유에 재앙"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여러 외신이 한국 정부의 SNS 규제와 심의 착수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인터넷실명제, 청소년 심야게임 셧다운제, 명예훼손죄 등을 거론하며 인터넷에서 표현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언론의 희망은 SNS에 있다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종편과 인터넷 콘텐츠 심의와 차단을 맡은 방통심의위원회의 거꾸로 가는 정책에 대항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희는 SNS에 그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7%가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20대와 30대는 각각 90%와 71%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얻은 정보에 대해 42.9%가 '믿을 만하다'고 답해, '믿을 만하지 않다'는 12.1%의 응답률을 크게 앞섰습니다. 12살 이상의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게 됐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정보에 대한 신뢰도와 전파 구조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낮고 그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종편은 안 보면 그만입니다. '채널 숨기기' 기능으로 종편을 아예 보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언론이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포기할 때, 시민은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납니다. 저희는 SNS가 그 종착지가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트위터

309일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투쟁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세상과 소통한 통로는 '트위터'였습니다. 김 지도위원은 트위터 중독이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SNS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고,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SNS는 기존 정치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미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SNS는 여론을 주도했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의 급등하는 상황을 나타낸 통계자료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의 상황을 넘어 세계를 한번 볼까요?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로 쫓겨났고,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에도 SNS, 특히 페이스북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여름에 일어난 영국 폭동과 미국의 월가 시위 또한 SNS를 통한 시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위 장면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시대의 변화를 원하는 많은 시민이 참가하면서 그 열기가 퍼져 나갔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랍의 봄'을 이끌어낸 SNS는 그저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는 담론의 장이 아닙니다. SNS는 당당히 기존 사회 질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전의 매체와는 다르게 소통방식의 혁신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민언론으로서 기능하는 면도 있습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젊은층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기존 보수 언론의 보도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SNS를 통해 직설적 풍자를 날리는 <나는 꼼수다>는 오프라인 공연으로 대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기존 인터넷 언론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입니다. SNS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관계적이며 소통하는 힘이 셉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기존 대중매체가 담당하지 못한 저널리즘의 기능을 SNS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대안언론, 독립언론, 시민언론으로서 SNS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부의 개입이 없이도 자발적으로 자체 윤리를 확립하고 건강한 소통을 회복하는 SNS의 문화가 살아 있는 한 언론 자유를 향한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2월 6일 저녁 MBC <100분 토론>의 주제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규제였습니다. 4명의 전문가가 나와 토론을 벌였습니다. 정부측 입장에 있는 분들은 SNS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므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측 입장에 반대하는 분들은 현행법으로 충분히 조처할 수 있는 사항인데 굳이 SNS 규제팀까지 만들어 사회적 소통을 막고 분위기를 무겁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토론자가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시민을 전화로 연결해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그중  1명이 냉면 가게를 운영했으나 SNS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SNS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온라인에서는 SNS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식당 주인의 말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퍼졌습니다. 실제로 그 식당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얼마 전에는 《조선일보》 트위터 알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조선일보》에 기사가 올라오면 같은 시간에 다수의 이용자가 똑같은 글을 퍼뜨린다는 점 때문에 의문이 일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건의 SNS 의혹 사건을 분석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도하는 SNS 심의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시청자를 농락한 냉면집 사장님의 새빨간 거짓말

<100분 토론>에 나온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전화 연결로 시청자의 의견을 청쥐하는 시간에 신촌에서 냉면 음식점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이 자신의 식당을 방문한 손님이 트위터에 종업원이 욕을 했다는 거짓된 정보를 올려서 피해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식당주인은 손님이 올린 트윗이 리트윗되어 무한 확산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하고, 명예훼손 수사도 진행했으며, 포털과 트위터 본사에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삭제 조치는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식당주인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SNS 심의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00분토론 SNS규제 논란

식당주인의 전화의견 때문에 정부측 패널들은 힘을 었었습니다. 한편 반대 입장에 섰던 곽동수 교수는 이러한 SNS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규제에 신경쓸 게 아니라 피해를 보는 분들을 위해 구제 기구를 만들어 피해를 억제하는데 힘을 더 쏟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100분 토론>이 끝나고 나서 신촌냉면집은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많은 네티즌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신촌냉면집과 관련된 정보와 사실 확인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신촌 냉면 욕설'이라는 키워드로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으나 단 한 건의 게시물도 나오지 않는다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떤 파워트위터러는 평소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시하고 있지만, '신촌 냉면 욕설'과 관련된 내용은 금시초문이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또 다른 네티즌들은 전화의견을 낸 식당주인이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대표에게 "왜 나의 팔로워 신청을 거부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트위터에는 팔로워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맺어진 팔로워를 차단하는 '블록'이란 기능은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네티즌들은 <100분 토론> 자체에 대해 "조작방송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100분 토론> 제작진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화의견을 제기한 식당주인이 사실은 냉면집을 운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식당주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사실은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해고된 강사가 트위터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시켜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학원을 냉면집으로 바꿔 이야기한 이유는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군요. 이번 사건을 두고 <100분 토론>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사과의 글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100분토론 전화의견 시청자의 친필 사실 확인서(출처 : 100분토론 홈페이지)


"생방송의 특성을 살려 다양하고 소중한 시청자 전화의견을 실시간으로 방송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전확인에 미흡함이 발생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출처: <100분 토론> 홈페이지

<100분 토론>에서 잘 드러났듯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정보는 수많은 의혹을 낳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엄청나게 다양한 관계로 맺어진 SNS를 규제한다는 것부터가 몰상식적인 일입니다. 신설한 SNS 규제 기구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민이 SNS 규제를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과정을 규제하겠다는 꼼수로 이해합니다. 쓸데없는 일에 혈세를 낭비하는 일을 국민은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윗 알바 동원한 한국의 대표 보수언론, 《조선일보》 

<100분 토론> 의혹이 있기 하루 전에는 《조선일보》가 SNS에서 정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사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일보》 트위터 '알바'로 추정되는 여성 트위터러들이 새벽에 기사가 올라오면 동시에 똑같은 멘션을 트위터로 날렸기 때문이었는데요,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네티즌들이 캡쳐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내용을 리트윗한 것이 아닌 완전한 '복사'해서 '붙여넣기'로 이뤄진 트윗 내용.


《조선일보》트윗 알바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위키트리》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같은 글을 동시간대에 리트윗하거나, 똑같은 글을 동시간대에 다수의 사람이 적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네티즌들은 《조선일보》의 이상한 행태에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대표 언론이라고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정말로 사실로 드러난다면 SNS 서비스를 부정적으로 이용한 언론사라는 치욕적인 기록이 남게 될 것입니다.

SNS 심의, 과연 필요한가

앞서 소개한 두 문제를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의도적인 정보조작으로 시청자를 현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대한민국 대표 언론이라고 자임하는 신문조차 의혹의 중심이 될 수 있으니 SNS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십니까?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 대다수는 SNS를 통한 자연스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이 2000만 대를 넘어서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방문자가 매일 늘어나는 마당에 어떻게 천문학적인 SNS 게시물을 일일이 심의할 수 있겠습니까?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팀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올리는 이들을 감시하고 재갈물리는 일일 뿐입니다. 과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론을 어떻게 틀어막았는지를 보면 이러한 우려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PD수첩>의 '광우병편'과 '4대강편', <추적60분>의 '천안함편'처럼 정부에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프로그램에 불이익 준 전례가 있으니까요.

최근 SNS의 힘을 바탕으로 중동에선 자스민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과 유럽에선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업계에 대한 반대시위가 확산되었습니다. 민심은 천심인 법입니다. 자연스러운 의사 표현의 흐름을 막는 정부는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 중국, 이집트, 영국에 이어 위키피디아 트위터 검열(Censorship of Twitter) 섹션에 올랐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최근에는 사법부 판사들도 SNS 규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한미FTA를 비판하는 의견을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비판한 《조선일보》에 대해 서기호 판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판사들도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대중들과 소통할 권리가 있다"며 SNS 규제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또한 서기호 판사는 "쫄지 않고 할말 하는 사람들이 있어 역사는 발전한다. 역사의 발전은 기득권을 위협하기에 기득권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 그런 세상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며 보수언론의 부당한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앞서 소개한 <100분 토론>과 《조선일보》 의 사례를 돌아보겠습니다. 네티즌은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았으나 MBC 제작진의 공개사과를 받아냈고, 《조선일보》의 알바고용 의혹을 세간에 널리 알렸습니다. 자, 다시 한번 질문해봅니다. SNS를 일부 기구가 심의해서 이런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100분 토론>에서 곽동수 교수가 지적했듯이 SNS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지원하고, 잘못되게 흘러가고 있는 부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드는 편이 더 낫습니다. 도도한 여론의 흐름은 막아서도, 막으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번 기사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개념을 소개하고 실제 사례도 알려드렸습니다.  오늘은 일본과 우리의 사례를 비교하여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올바르게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겠습니다.

평화누리길 사업, 누굴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인가

제주도 올레길 사업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지자체는 각종 '길'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별별 이름이 붙은 길이 마구 생겨났습니다. 서울의 지역구조차 경치가 좋은 곳에 길을 조성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2월 강원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좋은 경치의 길을 소개했습니다. 그중에는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조성되고 있는 '평화누리길'도 있었습니다.

평화누리길 공사현장. 자연파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인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행정안전부가 생태탐방로를 만든다며 DMZ에 500킬로미터 가까운 자전거길을 조성한 사업을 벌였습니다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동안 양구군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열목어를 군 최대 자원이라고 홍보해왔습니다. 그런데 필요도 없는 평화누리길을 조성한다며 자연을 파괴하고 있으며, 특히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열목어의 생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열목어 산란 철을 전후해 이동하는 길목에 다리 공사를 함으로써 군 최대 자원의 서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양구군만이 아닙니다. 화천군은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에 자전거 도로를 내고 있어 산양의 생태에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평화누리길 공사구간 지도. 자연파괴뿐 아니라 이용자에게 위험한 요소가 다분하다. (출처: 한겨레)

동물만이 아니라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평화자전거 누리길이 조성되는 곳은 지뢰지대와 인접해 있습니다. 두타연 자전거 도로의 경우,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상류에서 지뢰가 떠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공사에 앞서서 위험성 조사를 해야 함에도 문헌조사로 끝냈다는군요. 어쩌면 자전거를 타다가 지뢰폭발로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평화누리길 사업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 주도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이에 맞는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 각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개발하고 진행한 결과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지역주민과 공동체를 위한 길도 아닐뿐더러 외부 이용자에게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사업이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몇 정치가와 공무원이 자신들의 '특수한 이익'을 위해 토건식 개발논리를 내세우며 공공의 세금으로 말도 안 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벌이고 합리화하기 때문입니다.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진정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국가 주도로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자연 친화적인 사업의 예는 많이 있습니다. 최근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된 충북 청주의 '두꺼비 생태공원'이 좋은 예입니다. 신기하게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에 조성된 공원인데요, 2003년 개발과 보존이라는 논란 속에서 상생의 타협점을 찾아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뜻깊은 생태공원이어서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두꺼비 생태공원에서 동면 중인 두꺼비 (출처: MBC 뉴스)

두꺼비의 동면을 위해 낙엽을 덮어주는 두꺼비 생태공원 관계자들 (출처: MBC 뉴스)

생태공원에 있는 두꺼비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선 낙엽이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땅에 깔린 낙엽은 차가운 공기를 막아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썩어서 부엽토가 되어 두꺼비들의 겨울잠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생태공원에 낙엽을 공급하는 원천은 다름 아닌 인근 아파트 단지라고 하는군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많은 나무에서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많은 양의 잎이 떨어집니다. 이것을 처리하려면 별도로 폐기 비용이 발생하지만 생태공원이 생기고부터는 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군요. 이와 더불어 생태공원 덕분에 지역주민은 두꺼비에게 낙엽 덮어주기 행사를 열어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의 장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처럼 지역주민이 힘을 합쳐 만든 생태공원 덕분에 두꺼비도 살고 많은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 WE FARM

일본의 사례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게임들 많이 하시죠?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가상의 농장을 운영하는 'we farm'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토마토, 배추, 옥수수 같은 작물을 키우거나 닭, 오리, 타조 같은 가축을 키울 수 있습니다. 레벨이 올라가면 경작지도 넓힐 수 있고, 새로운 건물과 시설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키울 수 있는 작물과 가축의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온라인으로 친구도 맺을 수 있어서 상대방과 자신의 농장을 비교하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임을 통해 실제로 채소나 쌀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SNS를 통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빅글로브팜

일본에는 '빅글로브팜(BIGLOBE ファーム)'이란 온라인 서비스가 있습니다. 빅글로브팜은 지방의 농가와 연대하여 도시에서 농업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을 모집하여 SNS를 매개로 채소를 키우거나 벼농사에 참여하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농장을 가꾸지만 실제로는 지역에서 농장을 무대로 작물이 자라고 벼농사를 짓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용자는 현지에 관리인을 두고 농사일을 대행하게끔 합니다. 관리인은 원칙적으로 매일 작업과정이나 생육과정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이용자에게 보고합니다. 작업과정마다 포인트를 매겨 이용자는 그 포인트에 맞춰 관리인에게 요금을 지급합니다. 만약 작물을 탈 없이 수확했다면 이용자는 관리인에게 보너스 포인트를 주기도 합니다. 수확한 채소는 이용자에게 발송됩니다.

빅글로브팜은 농지가 있는 지역민과 농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싶어하는 도시인을 적절하게 연결해줌으로써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년층만 남은 지역 농장은 지속적인 운영을 할 수 있어서 수익이 발생하고, 도시 이용자는 온라인에서 게임을 하면서 농촌에 대한 관심이 생겨 나중에는 귀농하는 사람도 생겨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농사일을 꿈꾸고 있는 도시인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쌓게 함으로써 즐거움을 주고 더 나아가 귀농에 도움을 주는 윈윈 비즈니스인 셈입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5가지 요점

지금까지 잘못 진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례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례를 비교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잘 분석하면 바람직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여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실현하기까지 잊지 말아야 할 요점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다음의 충고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1.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지역의 정보를 모으자.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관심이 있는 지역을 실제로 발품을 팔아 조사해보자.

2. 지역과 깊이 있게 소통하기 위해서 지역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에 순응하도록 노력하자.

3. 지방과 도시 쌍방에 이익이 되는 윈윈하는 틀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실현하지 못한다.

4. 어떤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할지, 자신에게 있는 지식과 기술을 살릴 수 있을지, 지금은 어떻게 조달할지를 종합적으로 모의실험해보자.

5. 지방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도시에서 사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지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주는 협력자를 찾아보자.


커뮤니티 비즈니스라고 해서 거창한 일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5가지 요점을 잘 지킨다면 지역에 활기를 주고 공동체를 살리는 사업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의 공동체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데 역점을 둡니다.

여러분이 어떤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정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지역, 그리고 지역주민과 깊이 소통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누리길'처럼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 될지 모르니까요. 지금 당장은 사업적으로 큰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은 발전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일이야 말로 올바른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아닐까요?


얼마 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2011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아시나요? 세계 각국의 전자업체들이 모여 스마트폰, TV, 태블릿PC 등 첨단 기기를 선보이며 그해의 화두를 던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람회 중에 하나랍니다. 이번 2011년 CES에서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 시스코의 CEO 존 챔버스 등과 함께 기조연설 키노트를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삼성에서는 2011 CES 개막 전날인 5일 이젠 필수가 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키노트 티저 영상 네 편을 공개했습니다. 제품이 아닌, 1시간 남짓한 키노트를 위해 무려 티저 영상까지 만든 거죠. 그것도 한 편도 아닌 네 편씩이나요.

이 티저 영상에는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연 배우인 제이콥 클레멘트를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이콥은 윤부근 사장과 함께 키노트 현장에도 등장하여 티저에서 제시한 스토리텔링을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011년 1월 7일 오전 9시 30분~10시 30분까지 진행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기조연설 키노트. <기술로 구현되는 인간의 본성(A Story of Human Nature Enabled By Technology)>이란 주제로 주인공 제이콥의 성장과정을 IT 산업의 발달과 접목시킨 키노트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에서 이 기조연설 프레젠테이션을 생중계했습니다. 영상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1(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87,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2(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88,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3(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89,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4(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90,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5(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91,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6(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92, 삼성전자 페이스북 )

 

엔가젯에서 편집한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BK Yoon) 사장의 키노트 하이라이트
 
* 엔가젯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자막이 없지만 삼성전자 페이스북의 영상들은 100%는 아니지만 한글 자막을 지원합니다. 풀 버전이고요. 키노트를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으신 분들은 삼성전자 페이스북을 이용해주세요.

이게 프레젠테이션인지 발레 발표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물량공세를 펼친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전문 사이트인 엔가젯에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이 기조연설 키노트를 Best of CES 2011 중 최고의 프레스 컨퍼런스(Best press conference)로 선정했습니다. 먼저 기사를 보시죠.

Best of CES 2011( http://www.engadget.com/2011/01/11/best-of-ces-2011/, Engadget )

정말? 하고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삼성의 키노트를 비꼰 의미로 상을 준 것이더군요. 서양식 조크라고나 할까요.

엔가젯이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기조연설 키노트에 2011 CES 최고의 프레스 컨퍼런스 상을 수여한 것은 언뜻 보면 삼성을 최고라고 칭찬한 듯 보이지만, 실상 엔가젯이 말한 바는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가 꼽은 '베스트'는 삼성인데, 사실은 '베스트'라고 쓰고 '이게 뭐야?'로 읽어야 한다."

즉 키노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돌려서 말한 거죠.

그러면서 엔가젯은 뒤이어 제이콥과 윤부근의 등장을 두고 '동물 모자를 쓴 이 10살배기 게으름뱅이는 아귀가 맞지 않는 말을 외치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그 와중에 삼성 사장 BK 윤은 "인류의 삶이야말로 우리의 최우선입니다"라며 경고했고...(후략)'라고 말했네요. 미국인인 그들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들을 알고 있는 걸까요? 솔직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관련 포스트: http://mongu.net/641, 미디어몽구 )분들을 생각하면 인간이 삼성전자의 최우선순위 운운하는 게 우습기도 합니다만, 이번 포스트는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니 일단 줄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엔가젯은 CES 기조연설에 '참석한 기자들은 공짜로 받은 카라멜 팝콘을 들고 앞줄에 앉아서 누군가의 해석이 필요한 발레(동영상 보면 나오는 그 춤!)를 감상했다'며,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발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라고 칭찬하듯 비꼬았습니다. 아마도 뮤지컬을 도입한 게 재밌다기 보다 난삽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꽤 많았나 봅니다. 뭔가 대단한척해서 베스트를 주긴 줬는데, 프레젠테이션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엔가젯이란 청자의 입장에선 삼성은 이번 키노트에서 이런 실책을 저지른 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뜻밖의 행동을 하라는 것이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이긴 합니다만, 너무 그쪽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상대를 설득한다는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을 잊을 건 아닐까요? PT 자체를 만드는 데 엄청난 품을 들이는 낭비처럼 스토리텔링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되어버린 무리한 댄스 공연 도입이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가장 큰 단점은 준비하는 시간의 90퍼센트를 표나 슬라이드 같은 자료를 만드는 데 허비한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 데 말이다. 목적이 아닌 수단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가능성을 제안하기 보다는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다.

설득의스토리텔링 상세보기


엔가젯은 일주일 후에 이 '비꼼'의 쐐기를 박습니다. 
춤추는 장면만 가득한 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며 '거의 일 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와일드한(동물모자 쓴 아이와 이상한 춤 등을 빗댄 표현) 삼성의 CES 2011 발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발표를 블로그에서 생중계했고, 쇼캐스트에서 이야기도 했고 또 이 발표를 CES에서 "최고"의 발표로 선정했던 건 분명히 우리가 맞다. 그렇지만 그런 우리라고 해도 발표 속 댄서들의 광기라든지, 예상할 수 없었던 순간이나, 미래소년 졸(Zoll)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당신도 한번 직접 보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삼성은 유튜브에 전체 발표를 6조각으로 나눠서 올려놓았다. (아래에 그 중 첫 발표를 가져다 놨다. http://www.engadget.com/2011/01/12/samsungs-crazy-ces-2011-keynote-the-highlight-reel/) 그 전체 내용을 우리가 짧게 편집해서 하이라이트로 만들어서 위에 올려뒀다. 진짜 가관이다. 정말이다.'란 멘트로 마무리하네요.

과유불급. 삼성의 발표는 쇼로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삼성의 미래 가치와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으로서는 가치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이런 걸 보면 삼성의 키노트를 비꼬기 위해 일부러 상까지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미국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립니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수많은 영화 중 최고의 영화를 뽑는 시상식이죠.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해마다 골든라즈베리시상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아카데미상과는 반대로 한 해 동안 제작된 영화 중 최악의 영화, 최악의 배우에게 어떻게 이렇게 못날 수가 있느냐는 감탄(?)을 담아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이랍니다. ^_^;;

엔가젯의 베스트 프레스 컨퍼런스로 선정한 삼성의 키노트. 2011 CES 골든라즈베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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