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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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간디는 악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 것을 폭력보다 더 배척했습니다. 그는 악을 방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폭력이 더 낫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는 결코 폭력을 시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관하는 자세를 악에 대한 투쟁에 더 중요한 제일위적인 것으로 간주한 그의 태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강경대 열사, 그로부터 20년...

1991년 4월 26일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해 사망한 명지대학교 강경대 열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학원자주화'를 외치다 사복경찰 백골단의 구타로 숨진 고 강경대 열사의 희생으로 다음 날 노태우 정권은 안응모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습니다. 이후 박승희 전남대 학생, 김영균 안동대 학생, 천세용 경원대 학생,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 노동자 윤용하 씨 등이 잇따라 분신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습니다. 

꼭 2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열사들이 흘린 피로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 노동자 백혈병 사태, 유성기업 사태, 한진중공업 사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 같은 일련의 문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여전한 재벌과 군 당국, 위정자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일상을 짓밟고, 부당하게 해고하고, 평화의 섬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려는 이들에게 과연 양심이 있는 걸까요?

생전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의 중요성을 이렇게 잘 표현한 말은 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어록, "비록 고난 속에 살더라도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줄 때 그는 더욱 행복하다"는 말씀도 되새겨봅니다. 85호 크레인에서 228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씨와 4년 이상 해군과 지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강정주민은 모두 각자의 양심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연대하는 '희망버스'와 '평화비행기'가 그들을 행복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고난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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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하품

인생은 어떠한 고난, 고충 속에서도 살 가치가 있으며 감사할 가치가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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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기자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하품하는 모습이 유난히 많습니다. 의원회의같이 앞자리에 앉아 계실
           때조차……. 사진 찍기 힘들어요.
김대중   나의 이런 버릇을 알고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고 나면 한 장을 고르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DJ는 하품하는 표정이 많았고, YS는 옆을 곁눈질하는 모습이, 정주영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 사람의 습성은 사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 《사랑의 승자》 2부 첫 사진이 바로 '하품'입니다. 책을 편집하며 즐거웠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어디서 대통령이 하품하는 생생한(!) 모습을 보겠습니까? 사진 한 장의 인연을 두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쉴 틈 없이 지난날의 추억을 토해내시던 오동명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책 후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하품하는 모습과의 '인연'을 이렇게 정리해두셨습니다. 이 말씀과 함께 생각비행은 하품하는 고단한 대통령, 고 김대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예전에 카메라에 담은 김대중의 모습 가운데 한 장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품을 참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난 그의 지난한 삶(끝없는 참음, 이겨내고자 했던 끈기)과 끝내 이뤄낸 성취(하품, 민족사랑과 통일의지)를 사진 한 장에서 발견하며, 우리가 아직 이루지 못한 미완성의 희망을 엿본다. 지금 이 땅의 우리나라는,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아내려고 하는, 한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아직 이루지 못한, 참고 견뎌내야 하지만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과도.
우리와 동시대인으로 살다간 김대중. 그는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우리보다 좀 더 가진 게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끈기'였다. '참아냄'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음'이요, '희망을 얻게 되리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 그에게서 배울 점은 바로 이것, '끈기'다.
오동명, 《사랑의 승자》, 129~130쪽



곧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주기가 돌아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각비행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여러분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의 첫 책 《사랑의 승자》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상을 담은 포토 에세이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이 책을 출간했는데,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생각비행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는 말씀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억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한국 정치사를 돌아볼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협박과 회유와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인물이 또 있을까요?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의 산 증인으로 납치와 감금을 당한 것도 모자라 사형수로 내몰린 인간 김대중. 그러나 갖은 고초를 이겨내고, 3전 4기의 도전 끝에 제15대 대통령이 된 그는 우리 시대의 양심이었습니다. 분단 이후 최초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내는 등, 평생을 남북 평화협력과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살다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 현대사가 낳은 거목이기도 했습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단순한 ‘유화정책’이 아니라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이뤄내겠다는 현실주의적 외교정책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김대중을 남북관계를 화해와 공존으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로 인식합니다. 인간 김대중. 그의 개인사는 이 땅의 역사와 함께 질풍노도 그 자체였습니다. 

일제식민지 치하의 유년 시절부터 좌우 대립, 분단, 남한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 이승만 독재,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 유신독재, 민주화 투쟁, 10.26 사태, 5.18 광주민주화항쟁, 6월항쟁, 정계 은퇴, 대통령 당선, IMF 사태 극복, 6.15 남북정상회담, 노벨 평화상 수상에 이르기까기 그의 인생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그대로 축소해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는 말년에 이런 글을 일기로 남겼습니다.

“오늘은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 <마지막 일기> 2009년 1월 6일


2주기 추모행사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억하시는 분들을 위해 2주기 추모행사 소식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8월 18일(목)에 추도식이 있습니다. 그 밖에 추모 음악회와 출판기념회 등의 행사 소식도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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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도식
- 일시, 장소 : 8월 18일(목) 오전 10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
- 식순 : 추도사, 김 대통령 육성 영상, 추모 노래, <김대중 연보> 헌정, 유족대표 인사
※ 추도식 후 김 대통령의 묘소로 이동, 헌화와 참배.

○ 추모음악회
- 일시, 장소 : 8월 17일(금) 오후 7시,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
- 출연진 : 최선규 아나운서와 영화배우 오정해 씨 사회, 목포시립교향악단 및 합창단, 정은숙(소프라노),
  김철웅(바리톤), 신형원·안치환(가수), 신영희(국악인), 김정환(시인), 이명수(섹스폰 연주자) 등 출연

※ 추모기간 : 2011년 8월 10일∼8월 18일(9일간)
-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분향소가 마련되고, 추모사진전이 개최됩니다.
-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5층 김대중 대통령 집무실이 일반인에게 개방됩니다.

○ <김대중 연보> 출판기념회
- 일시 및 장소 : 8월 16일(화) 16:00,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 추모사진전 ‘만남과 동행’
- 기간 : 8월 1일~31일(개막식 8월 1일 14:00, 김대중도서관)
- 장소 : 김대중도서관 지하 1층 컨벤션홀


비판은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목에 항상 있다

2주기를 맞이하며 생각비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예전의 언론기사를 한자리에 모아봤습니다. 《프레시안》과 《경향신문》이 비교적 잘 정리해두었더군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보시고 난 뒤 여러분도 다시 한 번 그분의 뜻을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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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선 각계 인사를 직접 만나거나 혹은 그들의 글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돌아보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김대중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으로 총 32회에 걸쳐 연재된 이 기사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의 시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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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작년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관련 기사를 묶어서 정리해놓았습니다. 《주간경향》에 게재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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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생각비행도 《사랑의 승자》라는 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한 바 있습니다. 아는 분은 알고 모르는 분은 모르는 책이죠. 판매량과 상관없이 이 책은 생각비행으로서는 뜻깊은 책입니다. 이 책으로 출판사로서 첫 비행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사랑의 승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살아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에세이집입니다. 저자 오동명 선생님이 기자로 활동하시던 때에 촬영한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담은 책이죠. 오동명 선생님은 《사랑의 승자》에서 인간 김대중을 노벨상을 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보다는 일상의 고단함에 지쳐 하품을 하고 정원 화초에 물을 주며 즐거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 김대중의 모습을 보고 싶은 분은 생각비행의 《사랑의 승자》를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비행은 김대중 전 대통령 2주기를 맞이하여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일주일에 2회 정도 소개하겠습니다. 기대해주시고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생각비행 1주년을 기념하여 열렸던 오동명 선생님 강연회 내용을 올려드립니다. 이날 강연은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사진에 대한 오동명 선생님 자신의 경험을 비롯하여 사진과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카메라를 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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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명 선생님

대학 강연을 그만둔 지 벌써 2년이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약간은 떨립니다. 제가 유명인이나 대단한 사람들 앞에선 떨지 않습니다만, 젊은 사람들이나 진지한 사람들 앞에선 긴장하는 편이거든요. 오늘 참석한 여러분이 젊고 진지한 분들 같아서 긴장되네요. (웃음)

제가 생각비행과 인연을 맺은 건 《사랑의 승자》를 기획하면서부터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 개인적인 인연이 있긴 했습니다만, 생각비행의 첫 책으로 출간된 책이니《사랑의 승자》부터라고만 말씀드리죠. 어쨌든 생각비행 분들, 매우 진지한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강연 주제도 매우 진지한 내용을 주셨어요. 〈보도사진과 혁명〉.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보도사진이라는 분야와 혁명을 붙인 이유는 아마도 제가 신문사 기자 출신이라는 딱지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시는 분은 《중앙일보》 이야기를 꼭 하시거든요. 벌써 12년이나 흘렀는데 말이죠. 전 그저 《중앙일보》에서 일어난 일이 창피해서 나온 것뿐인데 많은 분이 아직까지 이야기해주십니다. 고맙고도 부끄러운 일이죠. 이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처음 만진 때는 대학교에 들어가서였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집안의 반대에 부딪쳐 경제학을 전공하게 됐거든요. 그런데 경제학은 제게 잘 맞지 않았나 봅니다. 공부하기 싫은 차에 마침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잡은 카메라가 직업으로 이어졌죠. 사람들이 돈 많이 주는 좋은 직장이라고 이야기하는 제일기획, 《국민일보》 《중앙일보》를 거쳤습니다. 공부도 잘 못했던 제가 그런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경기가 좋았기 때문이었겠죠. (웃음)

사진으로 자기계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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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게르와 니에프스(출처: 위키피디아)

요즘은 카메라 다들 하나씩 갖고 계시죠? 제가 기자생활 할 때만 해도 카메라는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다게르(Louis Daguerre)니에프스(Joseph Nicephore)가 공동연구로 시작했다가, 1839년에 다게르가 독자적으로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카메라는 매우 크고 무거운 물건이었습니다. 그랬던 게 롤필름이 나오면서 한층 가벼워져 휴대하기 간편해졌죠. 조금씩 대중화하던 카메라는 최근 10년간 디지털화를 거치는 사이 완전히 대중의 일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이제 누구나 카메라 한 대씩은 가지고 있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너도나도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이른바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에 제가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라는 사람의 책을 한 권 봤는데요, ‘자기계발’이야말로 미래의 혁명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말대로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도구는 아주 다양합니다. 오늘 우리는 ‘사진’을 통한 자기계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여러분 혹시 다들 취미 하나씩 갖고 있는지요? 영국의 유명한 석학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취미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뭔가 하고자 하는 게 있고, 그 일에 집중하면 주위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이는 곧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음악가인 브람스(Johannes Brahms)의 좌우명은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였습니다. 여기서 고독이란 뭔가에 집착하고, 외부와의 단절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고독은 우리로 하여금 뭔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어떤 일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요?

자, 그렇다면 사진을 취미 삼아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야말로 사진으로 자기계발을 했던 사람입니다. 앞서 대학교 시절에 카메라를 처음 접했다고 말씀드렸죠? 원래 저는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사진기를 잡게 된 이유도 그런 성격을 바꿔보려는 일환이기도 했죠. 사진을 찍기 위해선 적극적이어야 하니까요.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피사체를 향해 좀 더 다가가야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거든요. 그러니 사진은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소통의 도구로 카메라 활용하기

요즘 같은 불통의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사진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피사체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관찰이 필요한데요, 그러다 보면 사람이 적극적으로 변하게 됨과 동시에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평소보다 침착해질 수 있습니다.

다게르 타입, 라이카, SLR, 일안반사식카메라

1839년 다게르 타입 카메라와 라이카의 M7(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소통의 도구로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흔히들 잘못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카메라의 발전, 특히 카메라의 디지털화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셔터 누르기를 남발하고, 사진을 찍기까지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불과 10년 전 필름을 사용할 때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필름 값이 아까워서라도 사람들은 피사체를 진지하게 관찰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필름 값이 들지 않는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하면서 사람들은 무조건 찍기 바쁩니다. 더구나 포토숍 같은 수정·보정 도구의 등장은 사진을 더더욱 성의 없이 찍는 문제를 낳았습니다. 대충 찍은 사진이라도 포토숍을 이용해 보정을 거치면 전혀 다른 사진이 되니 사람들은 한 컷 한 컷 찍는 데 의미를 두지 못하는 것이죠.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생산자라는 생각으로 사진을 촬영한다면, 셔터 누르기를 남발하고 성의 없게 촬영해선 안 되겠죠. 요즘은 사진 기자만이 아니라 일반인이 찍은 사진도 얼마든지 보도사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대구 지하철 사건 때 신문에 보도된 사진을 보셨겠지요? 그 사진은 무겁고 사용하기 어려운 DSLR로 촬영한 게 아닙니다. 기자가 촬영한 사진은 더더욱 아니지요. 현장에 있던 어느 학생이 휴대전화기로 촬영한 사진이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사건도 기억하시겠지요? 연평도 포격사건을 다룬 뉴스에서 처음 보도된 사진 또한 일반인이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한 겁니다. 이처럼 이제는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주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현장에 있다면 언론에 제공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언론을 경계할 수도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훌륭한 보도사진을 찍으려면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는 문제겠지요. 대구 지하철 참사, 연평도 사태를 담은 사진을 봐서 다들 아시겠지만, 일단은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기자들이 보도사신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현장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도 현장에 있다면 당연히 자신만의 고유한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현장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활하는 영역도 훌륭한 현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청소하는 분들의 생활을 잘 모릅니다. 대부분 사람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일어나 일하시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청소하시는 분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담는다면 그것도 훌륭한 보도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DSLR,콤팩트 카메라,캐논

DSLR이든 콤팩트 카메라든 그 종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출처: 캐논 컨슈머 이미징).


다음으로 사진을 잘 찍으려면 대화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피사체가 사람이라면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수록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피사체가 사물이라면 어떨까요? 끊임없이 관찰해야겠죠. 금낭화를 예를 들어보죠. 사람들은 금낭화의 대롱을 많이 찍습니다. 여러분도 그 이외의 사진을 본 적이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금낭화를 잘 관찰한 사람이라면 씨앗을 찍었을 겁니다. 별모양의 금낭화 씨앗은 아주 예쁘거든요.

또 하나, 여러분은 피사체와 관련된 정보를 두루 습득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대학에서 강의할 땐 초반에 미술책을 자주 보게 했습니다. 구도, 빛과 같이 미술의 기본적인 요소는 사진에서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미술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한 이후 본격적인 사진수업에 들어갔죠.

마지막으로 보도사진가를 지망하는 분이라면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둬야 합니다. 신문을 계속 읽으면서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사회과학 서적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보도사진가는 뷰파인더를 통해 본 사회를 담기 이전에 제가 앞서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 찍는 사람은 보도사진가가 아닙니다. 여러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진정한 보도사진가입니다.

자유롭고 고독하게 사진 찍기

아, 사진을 배우실 때 주의할 점을 빠뜨렸네요. 사진을 처음 찍는 분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따라하기’ 같은 책을 구입하는 겁니다. 제일 좋은 사진책은 말이죠, 카메라 제품설명서입니다. 사실 다른 카메라에 대해 알 필요는 없잖아요. 자기가 소유한 카메라에 어떤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만 파악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겁니다.

남들 따라 동호회에 들어가지 마세요. 사진을 빨리 배우겠다고 동호회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런 분들은 대부분 사진기부터 바꿉니다. 주위 사람들이 갖춘 장비에 현혹되기 때문이지요. 서투른 사람이 연장 핑계를 대는 법입니다. 저도 경험해본 바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냥 사람이 좋고 사진은 겸해서 배우려는 분이시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제대로 배우려는 분이시라면 삼가기 바랍니다. 차라리 사진 설명서를 제대로 보고 교양과 시각을 형성하는 데 좋은 책을 사보시는 편이 사진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각비행, 생각비행 1주년, 생각비행 1주년 기념 강연, 보도사진과 혁명, 자기계발 혁명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꽤 오래 이야기했습니다만, 혁명이야기는 안 하고 다른 이야기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사실 저는 혁명이라고 해서 크고 대단한 담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자기계발을 통해 성장하고 그것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이겠죠.

여러분 중에 혹시 오선지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시는 분이 있나요? 아무도 모르시죠. 저도 얼마 전에 알았답니다. 몇백 년 전에 수도사들이 음계와 함께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아쉽게도 오선지를 만든 수도사들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유명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이름 없는 사람들 덕분에 점점 변했고, 바로 이런 변화가 하나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명의 과정이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이름’을 남기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유명한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라는 사람의 묘비명을 아시는 분 있나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하는군요. 현대인들은 여러 이유로 망설이는 일이 잦습니다. 그럴 때 망설이지 말고 뛰쳐나오시기 바랍니다. 브람스의 말처럼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겠죠. 그때 여러분의 도구가 사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사진으로 고독한 자기계발을 해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여기 계신 분 모두가 자유로워지셔서 그 힘이 한데 모여 혁명을 이루는 것,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참석해주시고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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