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에 이어 국기문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어 사회 이슈에 신경 좀 끄고 살겠구나 하는 분이 많이 계셨을 텐테요, 적폐 세력의 발악이 참으로 끈질깁니다. 이번에는 특히 군이 나서서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뒷통수를 친 셈이라 국기문란이란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안보실장인 김관진과 국방부가 짜고 사드 도입 대수와 배치 현황을 대놓고 속였기 때문이지요.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월 25일 낮까지 국방부는 사드 추가 반입이 없다고 국정기획위에 공식적으로 보고했으나 그날 밤 10시 사드 발사대를 몰래 이동시키다 언론에 틀켜 26일 새벽 사드 2기 알박기에 들어갔죠. 박근혜 탄핵으로 궐위 상태이던 때여서 국방부의 단독 행동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YTN이 사드 4기가 벌써 들어와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국방부는 아니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인수위가 없었다고는 하나 국가안보실장 김관진은 그 직책에도 불구하고 5월 14일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표를 던졌고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는 국정운영과 관계된 자료를 넘겨주기는커녕 모든 자료를 파쇄하고 튀어버린 상황이었죠.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존재이자 대한민국 군의 최고 통수권자입니다. 당연히 전 정권에서 문제가 된 북핵과 사드 관련 보고를 빠짐없이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안보팀은 김관진 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핵과 사드에 대한 현안 보고나 관련 자료를 넘겨받지 못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김관진의 후임으로 임명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1일 임명되었으나 김관진 실장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드도 2기밖에 없다고 보고서에 적습니다. 4일 후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방부도 사드를 2기 들여왔다고 거짓 보고를 합니다. 4기가 들어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추정일 뿐이며 YTN의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확인된 바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모든 것이 그랬듯 아니라고 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일상적이었습니다. 

 

성주에 알박기한 사드 발사대 2기도 절차상의 문제로 철수가 공론화되는 마당에 국방부는 비밀리에 4기의 발사대를 이미 국내에 추가 반입한 상태였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고서야 알게 되었다는 게 매우 충격적입니다. 사드는 국방부에서 북한에 대항하는 무기로 도입한 까닭에 초미의 관심사였고, 동북아 질서와 경제적으로는 사드 보복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제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무기의 존재를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부하에게 전화로 직접 확인한 뒤에야 알게 되었다는 건 정말 황당한 상황이 아닙니까? 시쳇말로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말이죠.


출처 - 연합뉴스


우선 국방부가 발사대 4기를 반입하고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공식 업무보고 문서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국방부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관련 보고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드 정도 되는 무기의 존재를 회의에서 공식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방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요직을 차지했던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모의하지 않았다면 가능할 리 없는 일이죠.

 

출처 - 경향신문

 

이번 사드 보고 누락은 시민 사회의 논리까지 갈 것도 없이 그동안 누누이 군이 강조했던 자체 논리로 봐도 큰 문제입니다. 국방부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상관에 대한 항명이자 명령불복종 아닙니까? 더구나 전황을 좌우할 무기를 대통령 모르게 반입했다는 건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는 초유의 일이죠. 군과 극우 세력이 늘 강조하는 말버릇처럼 우리나라는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식으로라면 국방부를 해체할 만한 일대 사건 아니겠습니까?


출처 – 민중의 소리


이런 국방부와 군피아의 행태에 분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국기문란 사태로 인식하고 발사대 4기 반입 경위와 누가 반입을 결정했는지 정부 보고를 누락한 경위 등을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국방부의 고의 누락으로 드러날 경우 군 내부의 적폐 인력 청산과 함께 국방개혁에 탄력이 붙을 겁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배치 업무를 진두지휘한 김관진부터 그의 지시를 신속히 이행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 국방부 국방정책실, 대미 관련 부서 등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국방부 장관이 임명된 후 곧 단행될 대장급 인사 등 군 수뇌부 인사 구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핵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참여정부 때 '국방개혁 2020'에 저항했던 육군 중심의 문화가 여전히 뿌리내리고 있는 국방부에 전방위 수술이 불가피해졌음을 국방부 스스로 드러낸 꼴입니다.

 

박정희 군사독재를 경험하고, 독재자의 딸이 바로 전임 대통령인 시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군의 월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국민의 절반 정도가 군에 복무해야 하는 징병제 국가이기 때문에 군의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염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숙청했듯 문민 통제가 살아 있음을 이 기회에 추상같이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의 올바른 명령 체계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할 테니까요.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듯, 이번 국방부의 국기문란이 엄정한 군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기세, 왜 이렇게 비싼가?

 

38.2도. 몸살감기로 몸이 펄펄 끓는 환자의 열이 아닙니다. 지난 10일 사람 체온보다도 높게 치솟은 경주 날씨입니다. 이 밖에도 영덕은 36.5도, 포항은 34.4도 등 해안 지역도 찜통더위가 이어졌습니다. 기상청 지도에서 전국이 죄다 보라색이라 어디가 폭염경보 지역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죠.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에 안 그래도 여름만 되면 고온다습하고 장마에 시달려야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마치 아열대처럼 뜨겁고 스콜이 퍼붓는 지역으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기후의 변화로 이제 에어컨은 사치품이라기보다는 여름을 무사히 나기 위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40년 전 산업화 시대의 낡은 체제가 우리 삶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바로 전기요금 누진제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리나라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기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비싸지는 누진제가 적용됩니다.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왜 논란이 되는 걸까요? 그건 40년 전 산업화 시대에 맞춘 낡은 기준이 변화된 환경과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잦은 정전과 전기 생산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살기 어려운 시절을 거쳤습니다. 가정의 전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 산업용, 즉 기업이 쓸 전기를 마련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죠. 오늘날 대기업이 휘청거릴 때마다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살려내는 것처럼 과거에도 기업에 전기를 몰아주어 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펼쳤던 겁니다. 그래서 산업용 등 비주택용 요금제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 싶은 어르신들도 계실 테지만,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누진제를 운용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누진율을 채택하고 있어 전기요금의 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처 - KBS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크게 6단계로 나뉩니다. 100kWh로 적게 사용할 때와 500kWh 이상 많이 사용할 때 무려 11배나 전기요금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과도하다는 얘기를 듣는 대만조차 5단계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어 최고-최저요금 비율은 2.4배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11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누진제는 전력량 요금에만 부과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한 전력과 상관없이 기본으로 내야 하는 기본요금에도 적용됩니다. 이에 의한 요금 차이는 무려 31.6배에 달합니다. 사채의 이자율처럼 불어나는 요금 체계에서 전기 먹는 하마인 에어컨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서민은 언감생심입니다.


채희봉 산업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누진제 개편 여론이 비등하자 여름철 전력수요 조절을 위해 누진제는 꼭 필요하며 이를 없앨 경우 한전의 적자가 심해진다고 엄살을 부렸습니다. 채희봉 실장은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며 꼭 필요할 때 4시간씩 켜고 끄는 합리적인 사용을 하면 누진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서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박근혜 정부가 사드 논란으로 안 그래도 뜨거운 여름에 성주 시민을 달아오른 아스팔트로 내몬 것처럼, 채 실장의 누진제 옹호 발언은 대한민국 전체에 뜨거운 기름을 끼얹은 꼴입니다. 에너지 문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현실을 이렇게 모르다니 국민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출처 - 문화일보


대한민국은 산업화 시기를 거쳐 급성장했고 수십 년 사이에 기본적으로 쓰는 전기용품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삶의 질이 높아진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지위도 전기를 쓰지 않으면 불가능했겠죠. 여름철이라고 집에서 에어컨 하나만 틀고 사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밥솥, 냉장고, TV뿐 아니라 컴퓨터, 인터넷 공유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전기 없이 돌아가는 게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전기를 쓰는 물품이 이렇게 늘어난 상황에서 전기를 쓰지 말라는 건 1970년대 생활로 돌아가라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그럴 거면 경제발전은 왜 했습니까? 전기 생산을 위해 수많은 혈세를 쓰고도 아직도 전기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전기 부족 운운하는 산업자원부와 청와대 관계자들만 불볕더위에 전기 적게 먹는 벽걸이 에어컨으로 하루 딱 4시간만 틀기 바랍니다.


전력 수급과 관련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때문에 적자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전은 이미 순이익 10조 원에 올 2분기 영업이익률만 20.4퍼센트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4.2%와 비교해보면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준이죠. 이 돈으로 한전은 임원 성과급을 70퍼센트나 늘렸습니다. 직원들은 술집에서 법인카드를 펑펑 긁어댔고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뒷전이었습니다. 올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1151억 원, 순이익 대비 1.1퍼센트 수준입니다. 자기네끼리 돈 잔치한 성과급 지급 총액의 3분의 1도 채 안 되는 액수입니다. 이쯤 되면 전기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아시겠죠? 한마디로 도둑이 너무 많은 것이지, 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의 잠재량 / 우리나라 가정용 전력 소비량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의 이론적 잠재량은 354억 4241만toe로 산지와 도로, 철도 등을 제외하고 입지 조건을 고려한 지리적 잠재량은 97억 3249만toe, 이 중에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기술적 잠재량은 13억 7167만toe에 달합니다. 2013년에 우리나라가 소비한 1차 에너지원은 모두 2억 8029만toe이므로 기술적 잠재량만 해도 현재 우리나라 총에너지 소비량의 약 5배인 셈입니다.

출처 -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 조건이 다른 나라보다 나쁘지 않아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난 값이 올라도 그냥 화석연료 사다 쓸래요." 아니면 "난 핵에너지가 좋아요. 발전소는 우리 집 앞에 지으세요." 하고 말해야 하겠죠.


화석연료와 원자력,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중 어느 에너지를 쓰느냐 하는 건 경제성과 자원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의 문제일 뿐입니다. 선택은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 역시 우리 모두의 몫이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높은 누진세를 적용하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전기세를 앞으로도 꼬박꼬박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정용 전력 소비 비율은 더 줄이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위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전력 소비 비율은 산업/상업용 전기 소비가 87퍼센트를 차지하고 가정용 전기 소비는 1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OECD 주요국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의 절반밖에 안 쓸 정도로 우리 국민은 전기를 아껴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업/상업용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고 그쪽에 누진제를 시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정용 누진제는 완화하면서 말입니다.


출처 - JTBC


그런데 산업계는 허구한 날 죽는소리만 합니다. 전기료를 올리면 기업의 원가부담이 너무 커져 수출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이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사실 제조업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6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1퍼센트 늘어날 때 기업의 원가는 0.016퍼센트(제조업 평균) 증가할 뿐이었습니다. 다른 곳이 아닌 한국전력의 연구 결과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40년간 말도 안 되게 싸게 공급된 산업용 전기요금이 이번에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철강 분야에 관세폭탄이 떨어진 이유에는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대체 전기가 얼마나 싸면 그 많은 쇠를 용광로가 아닌 전기로로 녹이냐는 겁니다. 이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겨우 0.0399퍼센트(1차 금속)에 불과한 원가를 아끼겠다고 전기요금을 붙잡아 봐야 관세폭탄을 맞고 나면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으로 되레 엄청난 손해가 초래될 뿐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가정용 전기에 누진제 폭탄을 안기면서까지 산업용 전기에 특혜를 줄 이유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올해에만 대구 경북에선 온열 질환자가 65명 발생했고 그중 4명이 숨졌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세상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전기 아껴 쓰기 정책 홍보도 이젠 지겹습니다. 전기를 낭비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는 게 먼저여야 합니다. 전기료 폭탄에 민심이 들끓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8월만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자면서 청와대의 방침과 달리 한 발 물러선 입장입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보다 전기요금 체계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40년이나 먹여 살려줬으면 이제 갚을 때도 되지 않았나요? 불지옥 같은 헬조선에서 에어컨 바람이라도 좀 속 편히 쐬고 싶군요.

 

국가 비상사태를 과연 누가 만들고 있는가?

 

북한이 쏜 위성을 계속 미사일로 규정하던 일당이 한반도의 긴장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 새누리당이 바로 그 주체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국가 정보원에 테러 용의자 감청, 계좌추적 등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했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 지연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죠.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근혜의 안보위기 여론몰이에 굴복한 것이라고 봐야 하겠죠.

 

출처 - filibuster.me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입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5분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더민주 은수미 의원을 거쳐 24일 오후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장장 5시간 33분간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경신해 많은 이를 놀라게 했죠. 그런데 그것도 잠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무려 10시간 18분간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는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법사위에서 진행했던 10시간 15분의 최장연설 기록을 경신한 것이라고 합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던 대통령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전쟁 위협을 부추기는 언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보수 언론과 보수 종편 방송은 온종일 북한을 탓하는 얘기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얻으려는 것이 뭘까요? 시쳇말로 "기-승-전-테러방지법"입니다. 

 

출처 - 한겨레

 

어쩌면 이는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강조한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민을 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이에 결합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하기 시작했지요. 결국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개성공단 폐쇄로 맞섰습니다. 개성공단에 직간접적으로 목을 매고 있는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안보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테러방지법 처리를 강행하려 합니다.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돌연 연기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지난 23일 서명 직전에 돌연 연기되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 연기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예정된 약정 체결 연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물밑 조율의 여지를 남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미국은 강도 높은 북핵 제재를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이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의 입장을 절충하는 방안이 논의되겠지요.   

 

출처 - 경향신문

 

대테러방지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점입가경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2월 10일 발표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가 대북 억제력 유지를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드 배치 문제조차 대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나 싶군요. 오늘은 한반도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사드 한반도 배치가 현실화함에 따라 일전에 말씀드렸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 경제에 적신호일 뿐


이명박근혜 정권이 좋아하는 경제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미국은 바다 건너에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에 인접한 나라들이죠. 냉전 시대에는 공산주의를 막아내는 최전선으로서의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보호와 경제적 수혜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후 고도의 경제 발전의 결과로 겪은 IMF 사태로 알 수 있다시피, 무한경쟁 시대의 한국은 과거와 같은 지정학적 가치를 누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에 대한 논평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미국의 선택은 한국에서 물러나 일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냉전 시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중국,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입니다. 1992년 수교 이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과의 교역은 약 40배나 늘었습니다. 미국,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무역을 하는 상대국이 바로 중국입니다. 러시아 역시 1990년 수교 이후 수출은 90배, 수입은 210배가 증가해 주요 무역상대국이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현실화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무역은 타격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사드가 일단 배치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어려워지겠지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척을 질 경우 과연 우리 경제는 이를 견딜 수 있을까요? 연내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은 과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과 경제적 충격을 타개할 대비책이 있기나 한 걸까요? 심히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 관계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된 비무장지대 안보관광의 현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안보관광지가 텅텅 비었으니까요. 남북 관계의 긴장 고조로 중국인 단체 관광이 끊겨 파주 안보관광지 방문객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뻔한 사드 배치가 진행된다면 중국인 관광객이 과연 한국을 찾을까요? 무엇보다 경제를 생각한다면 사드 배치는 가볍게 언급할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한겨레


48일 만에 재개된 안보관광을 위해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개성공단 등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남북 긴장 관계가 나빠지면 국민이 얻을 것은 전무합니다. 평화가 우리를 배부르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동아시아 외교 관계 급랭, 일본만 어부지리


중국 외교부는 한미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가시화하기 시작할 때부터 결연히 반대한다며 강경한 성명을 내왔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취임 후 한중 관계 개선에 꽤 많은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지요.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동안 미국보다 중국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죠. 그런데 현재는 중국의 반발을 잠재우지도 못하고 있고,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 제재가 되지도 않는 상황이어서 아무런 실리도 없이 그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무엇보다 사드가 배치가 된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우리나라 방위에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배치 후보지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드의 최대 사거리는 200킬로미터이고, 요격 고도는 40~150킬로미터입니다. 한반도는 그리 큰 땅이 아니어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3~5분 이내에 우리나라에 도달하게 됩니다. 또한 산악 지형이라 초기 발사 탐지 및 추적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발사 탐지-추적-표적 확인-요격이라는 사드 작전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기 때문에 과연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할 만한 시간이 나올지 의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드 배치도 문제입니다. 평택에서 70킬로미터 떨어진 수도권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드 요격 고도는 최소 40킬로미터인데 북한에서 수도권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이미 미사일은 하강 단계일 테니까요. 과연 평택에서 쏜 사드 미사일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요? 평택에서는 미군 기지와 오산공군기지 정도를 방어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평택은 국방부에서도 끊임없이 얘기하는 북한 신형 방사포의 사정거리 안에 속합니다. 사드 자체가 표적이 되므로 미사일이 아닌 포격에 의해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과연 사드 배치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이 의문이 들지 않으시나요?

출처 - 뉴스타파


미국에서 원하는 대구라면 어떨까요? 수도권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 사드를 배치한들 수도권 방위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대구를 바라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한국전쟁 당시처럼 한국은 초토화되더라도 유사시 낙동강 이남의 부산과 진해를 통해 미 해군 전력을 전개할 수 있고 신형 방사포 사정거리 밖에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의 병력 전개에 용이하고 일본은 한국을 방패로 바다 건너 자기 나라를 지키기에는 용이하기에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 비즈니스포스트


이처럼 사드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세계 구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에게는 실익이 없는 일입니다. 경제, 외교적으로는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안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돈만 들어가는 국가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사드 배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북풍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장해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선거 승리 외에 국민의 안위에는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방증하는 사례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사드 한반도 배치는 절대 불가한 일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마크 리퍼트 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지나친 성원이 연일 화제입니다. 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이 통성기도와 발레, 부채춤, 난타 공연을 벌이며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병원 앞에 자리를 잡고 '석고대죄 단식'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석고대죄는 예부터 왕실에서만 했다"며 신 총재는 자신을 왕족에 비유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인이 하는 것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 대통령의 제부가 음식을 끊고 길가에서 밤을 새면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서명 100만개를 받을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으니 참 기가 막힙니다.

 

애견가에게 개고기를 바치는 사람, 자신이 왕족이니 석고대죄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 백주에 광장에서 부채춤에 난타 공연을 하며 통성기도로 쾌유를 비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은 어이없는 칼부림만큼이나 그 수습 과정 또한 세계에 유례없는 진풍경을 낳았습니다. 

 

한국 사회의 호들갑스러운 현상에 대해 미국 언론은 한국 보수층의 미국 숭배주의가 이런 기괴한 모습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기이하게도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은 '사드(THAAD)'에까지 불똥을 튀기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습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피습 사건과 사드 도입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합니다. 대체 사드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걸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란 무엇인가?


군사 혹은 국방 관련 뉴스를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이라면 MD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아실 겁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issile Defense)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과 우방에게 미사일 공격이 가해질 경우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방공미사일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사드는 이 MD를 구성하는 방공미사일 프로젝트인데요, 사드는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뜻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대륙 간 공격에 사용되는 ICBM은 대기권 너머로 상승했다가 목표 지역을 향해 하강하여 폭격이 이뤄집니다. 이런 미사일을 방어하는 체계는 지상에서 최대 150킬로미터 높이인 고고도에서 요격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국제선 여객기의 비행 고도가 8.6~12.5킬로미터라니 사드의 요격 미사일이 대체 얼마나 높은 곳까지 날아가는지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사드와 쌍을 이루는 고성능 레이더인 X밴더 레이더는 주변 2000킬로미터 거리의 미사일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최강의 방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사드는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X밴더 레이더로 추격해 대기권을 뚫고 떨어지기 전에 우주에서 터뜨려버리는 미사일인 셈입니다.



사드를 둘러싼 힘겨루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


미국은 2011년부터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나라는 청와대와 국방부는 그동안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넘기곤 했습니다. 미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검토 중이라거나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정보를 흘리면 우리나라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잡아떼는 진실 공방을 계속해왔습니다.


우리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중국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예전부터 한미동맹이 공고하긴 했으나 G2로 성장한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YTN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도입한다고 하면 미사일을 감시할 수 있는 X밴드 레이더 설치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반경 2000킬로미터를 감시하는 이 레이더를 우리나라가 설치하면 북한 전체는 물론 중국 동부와 러시아 일부까지 사정거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한국을 통해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날이 갈수록 미 정부의 국방 예산이 긴축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해외 시장, 즉 동맹국에게 팔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 하나가 바로 사드입니다. 미사일 발사대 6개와 미사일 48발로 구성되는 사드 1개 포대 구축에 약 1~2조 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사드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2~4개 포대는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그러니 미국은 잊을 만하면 계속 들먹이는 것이고, 중국은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생각해 결사적으로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방부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정책을 고수하며 레이더 사정거리를 한반도 안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우리의 독자 기술로 과연 이런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시간을 벌면서 중간자적인 입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드 논란을 이용해온 측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의 줄타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작년 12월 1일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주한 중국대사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새누리당은 중국의 내정간섭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생각하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벌어진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은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라도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된 중대 사안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려는 한심한 행태가 참 가관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출처 - 한겨레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새로운 무기를 사고 안 사고의 문제처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안보와 군사주권 문제, 동북아의 세력 균형,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우리나라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을 제어하고 싶은 미국의 안보 논리와 미국을 넘어서 진정한 세계의 패권을 손에 쥐려는 중국의 야욕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각비행은 지난 3월 10일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이 서울 명동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동북아정세 토론회 자리에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사가 밝힌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뉴스》의 <정욱식, "주한미군 주둔 상태의 통일 어려워">라는 기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한반도 평화통일 프로세스, 이것이 동북아 평화협력 프로세스와 같이 병행되면서 미군이 필요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폐적이고 약소국 콤플렉스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볼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 말했던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수 있는 영리한 소, 고래를 춤추게 할 수 있는 영리한 돌고래"가 되어야 한다면서 "대양세력과 해양세력의 평화적인 가교역할을 통해서 우리의 이익과 주변국의 이익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존번영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전에 열강의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뼈아픈 대리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이 과연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지난 11일 청와대가 사드 문제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부 발표에 의한다면 일관성이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이 문제의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비주체적인 태도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연 언제까지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 의문도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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