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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사드 공론화 논란, 한국의 줄타기 언제까지 계속될까?

by 생각비행 2015. 3. 12.

마크 리퍼트 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지나친 성원이 연일 화제입니다. 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이 통성기도와 발레, 부채춤, 난타 공연을 벌이며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병원 앞에 자리를 잡고 '석고대죄 단식'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석고대죄는 예부터 왕실에서만 했다"며 신 총재는 자신을 왕족에 비유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인이 하는 것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 대통령의 제부가 음식을 끊고 길가에서 밤을 새면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서명 100만개를 받을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으니 참 기가 막힙니다.

 

애견가에게 개고기를 바치는 사람, 자신이 왕족이니 석고대죄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 백주에 광장에서 부채춤에 난타 공연을 하며 통성기도로 쾌유를 비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은 어이없는 칼부림만큼이나 그 수습 과정 또한 세계에 유례없는 진풍경을 낳았습니다. 

 

한국 사회의 호들갑스러운 현상에 대해 미국 언론은 한국 보수층의 미국 숭배주의가 이런 기괴한 모습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기이하게도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은 '사드(THAAD)'에까지 불똥을 튀기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습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피습 사건과 사드 도입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합니다. 대체 사드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걸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란 무엇인가?


군사 혹은 국방 관련 뉴스를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이라면 MD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아실 겁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issile Defense)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과 우방에게 미사일 공격이 가해질 경우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방공미사일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사드는 이 MD를 구성하는 방공미사일 프로젝트인데요, 사드는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뜻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대륙 간 공격에 사용되는 ICBM은 대기권 너머로 상승했다가 목표 지역을 향해 하강하여 폭격이 이뤄집니다. 이런 미사일을 방어하는 체계는 지상에서 최대 150킬로미터 높이인 고고도에서 요격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국제선 여객기의 비행 고도가 8.6~12.5킬로미터라니 사드의 요격 미사일이 대체 얼마나 높은 곳까지 날아가는지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사드와 쌍을 이루는 고성능 레이더인 X밴더 레이더는 주변 2000킬로미터 거리의 미사일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최강의 방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사드는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X밴더 레이더로 추격해 대기권을 뚫고 떨어지기 전에 우주에서 터뜨려버리는 미사일인 셈입니다.



사드를 둘러싼 힘겨루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


미국은 2011년부터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나라는 청와대와 국방부는 그동안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넘기곤 했습니다. 미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검토 중이라거나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정보를 흘리면 우리나라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잡아떼는 진실 공방을 계속해왔습니다.


우리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중국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예전부터 한미동맹이 공고하긴 했으나 G2로 성장한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YTN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도입한다고 하면 미사일을 감시할 수 있는 X밴드 레이더 설치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반경 2000킬로미터를 감시하는 이 레이더를 우리나라가 설치하면 북한 전체는 물론 중국 동부와 러시아 일부까지 사정거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한국을 통해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날이 갈수록 미 정부의 국방 예산이 긴축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해외 시장, 즉 동맹국에게 팔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 하나가 바로 사드입니다. 미사일 발사대 6개와 미사일 48발로 구성되는 사드 1개 포대 구축에 약 1~2조 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사드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2~4개 포대는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그러니 미국은 잊을 만하면 계속 들먹이는 것이고, 중국은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생각해 결사적으로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방부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정책을 고수하며 레이더 사정거리를 한반도 안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우리의 독자 기술로 과연 이런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시간을 벌면서 중간자적인 입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드 논란을 이용해온 측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의 줄타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작년 12월 1일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주한 중국대사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새누리당은 중국의 내정간섭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생각하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벌어진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은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라도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된 중대 사안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려는 한심한 행태가 참 가관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출처 - 한겨레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새로운 무기를 사고 안 사고의 문제처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안보와 군사주권 문제, 동북아의 세력 균형,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우리나라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을 제어하고 싶은 미국의 안보 논리와 미국을 넘어서 진정한 세계의 패권을 손에 쥐려는 중국의 야욕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각비행은 지난 3월 10일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이 서울 명동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동북아정세 토론회 자리에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사가 밝힌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뉴스》의 <정욱식, "주한미군 주둔 상태의 통일 어려워">라는 기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한반도 평화통일 프로세스, 이것이 동북아 평화협력 프로세스와 같이 병행되면서 미군이 필요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폐적이고 약소국 콤플렉스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볼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 말했던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수 있는 영리한 소, 고래를 춤추게 할 수 있는 영리한 돌고래"가 되어야 한다면서 "대양세력과 해양세력의 평화적인 가교역할을 통해서 우리의 이익과 주변국의 이익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존번영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전에 열강의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뼈아픈 대리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이 과연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지난 11일 청와대가 사드 문제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부 발표에 의한다면 일관성이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이 문제의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비주체적인 태도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연 언제까지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 의문도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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