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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테러방지법 vs 필리버스터 & 사드(THAAD)

by 생각비행 2016. 2. 24.

국가 비상사태를 과연 누가 만들고 있는가?

 

북한이 쏜 위성을 계속 미사일로 규정하던 일당이 한반도의 긴장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 새누리당이 바로 그 주체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국가 정보원에 테러 용의자 감청, 계좌추적 등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했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 지연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죠.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근혜의 안보위기 여론몰이에 굴복한 것이라고 봐야 하겠죠.

 

출처 - filibuster.me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입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5분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더민주 은수미 의원을 거쳐 24일 오후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장장 5시간 33분간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경신해 많은 이를 놀라게 했죠. 그런데 그것도 잠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무려 10시간 18분간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는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법사위에서 진행했던 10시간 15분의 최장연설 기록을 경신한 것이라고 합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던 대통령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전쟁 위협을 부추기는 언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보수 언론과 보수 종편 방송은 온종일 북한을 탓하는 얘기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얻으려는 것이 뭘까요? 시쳇말로 "기-승-전-테러방지법"입니다. 

 

출처 - 한겨레

 

어쩌면 이는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강조한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민을 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이에 결합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하기 시작했지요. 결국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개성공단 폐쇄로 맞섰습니다. 개성공단에 직간접적으로 목을 매고 있는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안보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테러방지법 처리를 강행하려 합니다.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돌연 연기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지난 23일 서명 직전에 돌연 연기되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 연기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예정된 약정 체결 연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물밑 조율의 여지를 남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미국은 강도 높은 북핵 제재를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이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의 입장을 절충하는 방안이 논의되겠지요.   

 

출처 - 경향신문

 

대테러방지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점입가경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2월 10일 발표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가 대북 억제력 유지를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드 배치 문제조차 대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나 싶군요. 오늘은 한반도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사드 한반도 배치가 현실화함에 따라 일전에 말씀드렸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 경제에 적신호일 뿐


이명박근혜 정권이 좋아하는 경제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미국은 바다 건너에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에 인접한 나라들이죠. 냉전 시대에는 공산주의를 막아내는 최전선으로서의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보호와 경제적 수혜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후 고도의 경제 발전의 결과로 겪은 IMF 사태로 알 수 있다시피, 무한경쟁 시대의 한국은 과거와 같은 지정학적 가치를 누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에 대한 논평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미국의 선택은 한국에서 물러나 일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냉전 시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중국,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입니다. 1992년 수교 이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과의 교역은 약 40배나 늘었습니다. 미국,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무역을 하는 상대국이 바로 중국입니다. 러시아 역시 1990년 수교 이후 수출은 90배, 수입은 210배가 증가해 주요 무역상대국이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현실화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무역은 타격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사드가 일단 배치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어려워지겠지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척을 질 경우 과연 우리 경제는 이를 견딜 수 있을까요? 연내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은 과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과 경제적 충격을 타개할 대비책이 있기나 한 걸까요? 심히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 관계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된 비무장지대 안보관광의 현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안보관광지가 텅텅 비었으니까요. 남북 관계의 긴장 고조로 중국인 단체 관광이 끊겨 파주 안보관광지 방문객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뻔한 사드 배치가 진행된다면 중국인 관광객이 과연 한국을 찾을까요? 무엇보다 경제를 생각한다면 사드 배치는 가볍게 언급할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한겨레


48일 만에 재개된 안보관광을 위해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개성공단 등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남북 긴장 관계가 나빠지면 국민이 얻을 것은 전무합니다. 평화가 우리를 배부르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동아시아 외교 관계 급랭, 일본만 어부지리


중국 외교부는 한미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가시화하기 시작할 때부터 결연히 반대한다며 강경한 성명을 내왔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취임 후 한중 관계 개선에 꽤 많은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지요.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동안 미국보다 중국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죠. 그런데 현재는 중국의 반발을 잠재우지도 못하고 있고,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 제재가 되지도 않는 상황이어서 아무런 실리도 없이 그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무엇보다 사드가 배치가 된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우리나라 방위에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배치 후보지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드의 최대 사거리는 200킬로미터이고, 요격 고도는 40~150킬로미터입니다. 한반도는 그리 큰 땅이 아니어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3~5분 이내에 우리나라에 도달하게 됩니다. 또한 산악 지형이라 초기 발사 탐지 및 추적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발사 탐지-추적-표적 확인-요격이라는 사드 작전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기 때문에 과연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할 만한 시간이 나올지 의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드 배치도 문제입니다. 평택에서 70킬로미터 떨어진 수도권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드 요격 고도는 최소 40킬로미터인데 북한에서 수도권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이미 미사일은 하강 단계일 테니까요. 과연 평택에서 쏜 사드 미사일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요? 평택에서는 미군 기지와 오산공군기지 정도를 방어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평택은 국방부에서도 끊임없이 얘기하는 북한 신형 방사포의 사정거리 안에 속합니다. 사드 자체가 표적이 되므로 미사일이 아닌 포격에 의해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과연 사드 배치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이 의문이 들지 않으시나요?

출처 - 뉴스타파


미국에서 원하는 대구라면 어떨까요? 수도권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 사드를 배치한들 수도권 방위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대구를 바라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한국전쟁 당시처럼 한국은 초토화되더라도 유사시 낙동강 이남의 부산과 진해를 통해 미 해군 전력을 전개할 수 있고 신형 방사포 사정거리 밖에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의 병력 전개에 용이하고 일본은 한국을 방패로 바다 건너 자기 나라를 지키기에는 용이하기에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 비즈니스포스트


이처럼 사드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세계 구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에게는 실익이 없는 일입니다. 경제, 외교적으로는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안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돈만 들어가는 국가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사드 배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북풍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장해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선거 승리 외에 국민의 안위에는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방증하는 사례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사드 한반도 배치는 절대 불가한 일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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