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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영화 <귀향>을 볼 권리

by 생각비행 2016. 2. 26.

영화관 대관이라고 하면 거창한 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의외로 요즘은 연인 간 이벤트나 회사 워크숍 등으로 생각보다 대관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같은 출판계 행사가 영화관에서 이뤄지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영화관을 대관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학생들과 영화를 단체 관람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습니다.

 

대광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최태성 선생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이분은 사비를 털어 사람이 많이 오가는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5개 관 무려 434석을 빌렸습니다. 들어간 돈만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최태성 선생님이 영화관 대관에 사비를 털어 넣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 귀향을 볼 권리


지난 설날 <검사외전>이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인 것은 영화의 만듦새보다 스크린 독과점을 이용한 거대 자본의 힘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이 과반이 넘는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어 스타도 자본도 없는 작은 영화는 사람들이 잘 보기 어려운 시간대에 상영되거나 아예 스크린을 잡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영화 중 하나인 <귀향>이 지난 24일 개봉했습니다. 무려 14년의 준비 기간과 시민 7만 5270명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제작된 영화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봉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지난주까지 전국 상영관은 30여 곳밖에 안 됐습니다. 보고 싶어도 영화를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 유튜브


이런 문제점 때문에 최태성 선생님은 사비를 털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강남 한복판의 영화관을 빌린 겁니다. 오로지 <귀향>을 상영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을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최태성 선생님은 SNS를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의 뜨거운 열기로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최 선생님 같은 분의 노력이 빛을 본 걸까요?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하던 <귀향>은 적은 상영관 문제에도 불구하고 예매율 25.6퍼센트로 1위를 차지하자 개봉 전날부터 극장들도 호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합류해 전국 300여 극장에서 상영할 길이 열렸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스크린이 10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 논란을 일으킨,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가진 CGV는 마지막까지 <귀향>을 배제하다가 개봉 직전 수많은 관객의 항의에 무릎을 꿇고 스크린을 배정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한일 위안부 문제에 합의를 해주었으니 <귀향> 같은 영화를 걸었다가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 3대 체인의 상영관을 잡을 수 있게 된 <귀향>은 5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어 개봉 첫날 예매율 1위, 관객 16만 명이라는 기록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합니다. 영화와 관객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입니다.



박근혜 정부, 교과서에서도 위안부 삭제


반면 국민의 분노와 슬픔에도 아랑곳없이 박근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지키기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심하게 맞으면서도 굴욕적인 합의를 지켜나가다니, 과연 친일파 자손들로 이루어진 정부답습니다. 친일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죽이기, 역사 왜곡하기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우선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보급되는 사회과 교과서에서 '위안부'라는 용어와 사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위안부라는 용어와 사진은 2014년에 발행된 실험본 교과서엔 실려 있었는데 최종본에선 삭제된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박근혜 정부가 일제 치하의 시대상에 대한 교육 내용조차 바꾸기 시작한 셈입니다. 실험본에서는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되었다"라는 설명과 사진이 있었는데 최종본 교과서에는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는 식으로 완곡한 표현으로 뒤바뀌었습니다. UN에서 공식 용어로 쓰는 '성 노예'와 '위안부'라는 표현이 모조리 삭제된 겁니다. 이쯤 되면 대체 어느 나라 정부가 어느 나라 교과서를 만들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입니다.


한편 외교적 공조를 통해 일본군의 패악을 국제사회에 고발해도 모자랄 판국에 박근혜 정부는 미국 의원에게도 위안부 관련 활동을 중지하라는 요청을 보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실에서 올해 초 일본군 위안부 관련 조치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한국 주미대사관의 요청으로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미국의 한국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소식을 알렸는데요, 갑자기 한국 주미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며 앞으로는 위안부 관련 인권 활동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합의 이전까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해서 미 의회 내에서도 지지를 끌어내기 시작한 문제를 왜 인제 와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이미 국제 사회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국제적인 비웃음의 대상이 된 박근혜 정부의 각 부처는 국내에선 공포 정치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지병으로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최 할머니에 대한 분향 시설을 수요집회가 열리는 일본대사관 앞 공간에 마련하려 하자 경찰이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며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굴욕적인 합의를 해놓고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강요한 것도 모자라, 돌아가신 분 영전에서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다니, 인간의 형상을 하고서 감히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경찰은 오해라며 오히려 추모시설이 엄연한 불법인데 봐줘서 운영할 수 있는 거라는 식으로 마치 대단한 시혜라도 베푼 것처럼 변명했습니다. 박근혜의 충견다운 대응입니다.

 


영화 <귀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여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에 서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지점입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피해자 할머니들을 분노하게 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하시고 <귀향>을 보신 후에 이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교육의 기본은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요? 잊어서는 안 될 일을 기억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 변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생각비행의 관련 기사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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