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와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지난 2월 8일 대장동 일당에 조력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을 뿐, 핵심 쟁점인 50억 원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뇌물 혐의로 함께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2021년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곽상도의 아들 곽병채는 퇴직금, 성과급 명목으로 무려 50억 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6년 차 대리였던 곽병채가 50억이나 되는 거금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었던 건 곽상도가 아버지였기 때문이라는 혐의가 짙었습니다. 곽상도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하여 하나은행 등 금융권에 청탁을 한 대가성 뇌물을 아들을 통해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곽상도가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곽병채가 받은 성과급 50억 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기는 하지만 곽상도에게 가는 뇌물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국민의 법 감정과 딴판인 1심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대체 어느 회사 어느 대리가 퇴직금, 성과급으로 50억 원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50억이면 시쳇말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삼성전자 사장보다도 퇴직금이 많은 셈이니, 당연한 의문이겠죠. 곽상도 아들이 정상적으로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으려면 1200년을 일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야당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단체가 비판 성명을 연달아 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공권력의 선택적 적용"이라고 비판했고, 참여연대는 "화천대유가 고위 검사 및 민정수석비서관과 국회의원직까지 역임했던 유력인사의 친족을 이렇다 할 전문성도 없이 채용하고 6년 근무 대가로 50억 원이란 거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에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은 사회 통념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50억 클럽 중 검찰이 곽상도만 기소하고 나머지 인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이번 재판 결과가 진실 규명과 추가 수사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MBC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전현직 판사들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무엇보다 분가를 했다는 이유로 아들과 아버지가 경제공동체가 아니라고 본 대목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생계를 따로 꾸렸다는 이유만으로 비상식적인 금액의 퇴직금이 아버지를 향한 뇌물이 아니라고 본 판단이 말이 되느냐는 겁니다. 특히 '성인이 됐기 때문에 부양 의무가 없다'라고 판결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 누가 미성년자한테 뇌물을 직접 주느냐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전직 판사들한테서 나왔습니다.

 

출처 - MBC

 

한 현직 판사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받은 돈도 뇌물로 보는데 추후 재산을 상속받을 아들이 아버지와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반문했다고 합니다. 뇌물죄와 경제공동체에 대해 '같이 살고 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익을 공유하고 있냐'로 판단해야 하는데 마치 이혼 법정에서 다투듯 같이 사느냐 마느냐로 말장난 같은 판결을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이 검찰과 법원 등 사법 카르텔과 권력의 필요에 의한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했고 법원은 아주 좁게 법을 해석해 비상식적인 판결로 면죄부를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기소할 때 청탁금지법이나 제3자 뇌물죄 등 여러 혐의를 적용했으면 애초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는 비판입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예비적 공소사실로 제3자 뇌물수수로 같이 기소했으면 아들이 받아도 결국 제3자 뇌물수수가 되는 건데, 일부러 빠져나갈 구멍을 가르쳐준 부실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국민들은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50억을 받은 게 뇌물이 아닌가?", "진짜 산재 위로금이라고 판단했다는 거냐?", "그럼 앞으로 해당 증상에 대한 산재 위로금은 모든 사람이 50억을 받을 수 있다는 거냐?",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고받으면 뇌물죄가 아니란 거냐?",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아들 딸을 통해 100억, 1000억을 줘도 뇌물이 아니란 말이냐?", "로또 한두 번 당첨으로도 못 받을 돈을 상속세까지 면탈해준 뇌물의 신경지를 열었다"며 황당한 판결을 한 법원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런 국민의 분노에 대해 법원은 "개별 재판에 대해 판결 이외에 별도로 입장이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을 뿐입니다. 

 

출처 - 아이엠피터

 

곽상도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해 아빠 찬스에 진절머리난다며 맹공격을 퍼부은 바 있습니다. 윤핵관 장제원도 자식 관련 발언으로 자기가 내뱉은 말과 싸워야 했는데, 곽상도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출처 - 청년하다


청년진보당과 청년 학생들이 '국민의 힘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50억 뇌물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21일 서울중앙지법 정문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는 "국회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50억을 준 것도 충격인데, 사법부가 무죄판결을 내리는 걸 보며 청년들은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조차 잃어버렸다"면서 "50억 클럽에서 곽상도를 제외한 나머지 고위급 검판사 출신은 대놓고 봐주고, 곽상도 마저도 무죄가 나오도록 허술한 수사를 한 건 검찰"이라며 규탄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들은 "역시 나는 검사/국회의원 아빠가 없어서 가난한가?", "나도 대리 달고 퇴직금 50억 받는 회사 가고 싶다", "내가 50억 받았으면 감옥에 50년 아님?"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곽상도 아들이 받은 것이 과연 뇌물이 아니었는지 되물었습니다. 아울러 청년들은 사법부가 곽상도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뒤엎고 엄중하고 공정한 판결로 이 사회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상식과 공정의 사회를 원한다면, 비상식과 불평등에 분노하는 청년들을 위해 곽상도 50억 특검을 실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  뉴스아고라

 

지난 9일 JTBC는 김만배가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이른바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를 만나 곽상도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김만배가 곽병채를 통해 곽상도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네겠다고 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녹취파일이었습니다. JTBC는 "병채 아버지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라며 "(병채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할 건지' 그래서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줘 줘야지'"라고 말하는 김만배의 음성을 보도했습니다. 한편 JTBC는 김만배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도 비슷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공개된 녹취파일을 보면 김만배는 "아들(병채)은 회사 막내인데, 50억을 어떻게 가져가려고"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이 "곽 선생님은 변호사 아녜요?"라며 "현역이잖아요, 정치자금법 문제가 될 텐데"라고 반응합니다. 김만배는 이어 "아니 아들한테 주든 뭐든"이라고 말했고, 유 전 본부장은 "아들한테 주는 수밖에 없어요. 아들이 그렇게 받아갔다고 하면 나중에 아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요"라고 화답합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은 곽상도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돈을 줄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눕니다. 김만배는 "그거는 형이 기술적으로 잘 할 테니까"라며 "OOO하고 곽상도 아들은 여기 50억 넣지도 않았어. 비용이 5억씩 넣었어. 그치?"라고 말합니다. 유 전 본부장은 "5억씩 주는 것도 문제가 될 거 같은데"라고 하자, 김씨가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가져가기 때문에"라고 답합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직원들한테 돈 벌어서 보너스 줬다?"라고 호응합니다.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6개월 뒤인 2021년 4월 곽병채는 성과급과 위로금을 포함해 퇴직금 50억 원, 실수령액으로 25억 원을 회사에서 수령했습니다.

 

출처 - 서울의소리

 

이런 사실을 다 알기 때문인지 '곽상도 50억 뇌물 무죄' 판결에 대한 역풍이 거셉니다. 곽상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과 가족을 사찰하다시피 했지만 그가 제기한 내용 중 사실인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제반 증거와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사회통념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툴 예정"이라고 항소했습니다만, 뻔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을 내놓은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애초 법원이 곽상도에게 무죄를 선고한 까닭은 검찰이 대충 수사해 공소장을 엉터리로 썼기 때문 아닌가요? 재판관도 검찰이 범죄 입증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니까요. 하지만 곽상도 50억 뇌물 무죄 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어떤 형태로 윤석열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지는 아직 모릅니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경제 공동체로 묶어 처벌했던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었으니까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의 의미를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알지 모르겠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부터 탄핵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되는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물러난 대통령은 닉슨이 유일하죠.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했던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했으나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보도로 파문이 커졌죠. 연방수사국(FBI)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닉슨은 계속 발뺌했지만 그에 의해 해임된 존 딘 백악관 고문이 상원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고 증언함으로써 꼬리가 잡힙니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고 닉슨은 어쩔 수 없이 중요 내용을 삭제한 테이프를 내놓게 됩니다. 대법원은 미공개분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결국 다시 제출된 자료에서 닉슨과 보좌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중앙정보국(CIA)까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내용을 확인하게 됩니다. 탄핵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닉슨은 결국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죠.  

출처 - 서울포스트

 

그로부터 24년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퍼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성 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재판 초기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죠. 하지만 르윈스키가 동료에게 성관계가 있었다고 말한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특별검사가 클린턴의 위증을 추궁합니다.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으나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죄 표를 던져 탄핵안이 가결되진 않았습니다. 

 

닉슨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고 이를 수사하려는 움직임을 권력을 동원해 방해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문제를 일으키긴 했으나 사생활의 문제일 뿐 범죄행위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클린턴 탄핵은 공화당 강경파가 클린턴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측면이 강했다는 겁니다.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 소추 결의 뒤 갤럽 조사에서 '탄핵 반대 68퍼센트, 탄핵 찬성 29퍼센트'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ㅍㅍㅅ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미국 FBI 국장의 입이 열렸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FBI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좋은 사람이다. 그를 놓아주라"라고 발언한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공개 증언했습니다. 그는 증언대에서 "나는 그것을 지시라고 봤다. 미국 대통령이 나와 독대하면서 (플린을 놓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그가 내게서 바라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바람처럼 얘기했다곤 해도 대통령과 FBI 국장이란 관계로 독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시나 다름없는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또한 코미 전 국장은 앞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둘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임기를 다 채우고 싶냐는 질문을 하며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당신의 충성심을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도 FBI 국장인 자신을 밑에 두려는 시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해임된 이후 의회 공개 증언에 나서게 된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말을 거듭해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친구를 통해 증언한 내용을 기자에게 공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도를 가지고 정보 유출을 한 행위를 시인한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그 옹호자들은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 전 국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죠.


출처 - 뉴스1


전미 방송사와 SNS 등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생중계한 이 청문회는 미국 국민에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나라 국민이 박근혜와 최순실 관련 기사 하나, 뉴스 하나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말이죠.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60퍼센트는 코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매체들도 이번 청문회에서 제임스 코미 전 국장과 FBI, 그리고 방아쇠가 된 대화 메모를 보도되도록 한 다니엘 리치먼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 등이 완벽히 승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대선 기간부터 러시아 스캔들을 시작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고 탄핵 위기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사태를 묵인했던 법무부 장관 등 행정부는 패배한 셈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청문회 결과가 트럼프 탄핵론의 핵심 근거인 사법 방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거의 최후의 보루인데요. 둘만의 대화였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하기가 어렵고 만약 어느 진영에서든 녹취록이 나온다 해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임명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여부 결정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일단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증인 살해나 증거 인멸같이 명백한 사법방해는 아니더라도 그만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를 부정하게 방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미연방법상 포괄적 의미의 사법방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특히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가 러시아 스캔들을 덮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부정한 의도로 그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도 사법방해가 된다는 과거 판례가 있으니까요. 르윈스키 성 추문에 휘말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도 이 사법방해를 사유로 탄핵 소추를 당했죠.


출처 - 동아일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트럼트 탄핵은 과연 가능할까요? 우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가기 위한 과반수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는 것은 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만으로는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검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론이 트럼트 탄핵 쪽으로 기울더라도 실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작년 우리의 겨울처럼 미국 특검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트럼프가 박근혜처럼 탄핵될 것인지 수사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큰 관심사가 될 듯합니다. 애초에 트럼프는 미국이란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죠. 독재자의 후손이자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코미 청문회 폭로가 터진 때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뇌물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정치판도 어떤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예단만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죠.

 

출처 - 경향신문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은 십 년을 못 가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필귀정의 세상 이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군요.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의 시대도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그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끝나가고 다변화되는 세계 정세에 맞춰 우리도 안보와 외교의 틀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박근혜나 트럼프는 둘 다 사이좋게 교도소에서 죗값을 달게 받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작년 오늘 저희는 <다시 기억해야 할 5.18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의 독재와 언론·방송의 굴종사>라는 기사로 방송과 언론이 그 당시 상황과 신군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과거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찬탈한 뒤 어떻게 언론을 억압했는지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부 4년만에 언론, 방송이 초토화되었습니다. 낙하산 사장 투하,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언론인 학살 등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과거 신군부 세력의 과오를 답습한 것입니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 KBS, MBC, YTN 방송 3사는 연대 파업이라는 초유의 행동을 단행했습니다. 왜 권력은 언론, 방송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는 것일까요? 1980년대에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빼앗아버린 신군부의 행태를 돌아보면 작금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되기 마련입니다.

1980년, 빼앗긴 서울의 봄 

1980년 5월19일자 경향신문 1면

1980년 서울의 봄은 10.26 이후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되면서 대학가의 시위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극심한 혼란기였고, 박정희 군사독재에 시달렸던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사회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일파 신군부 세력은 권력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1980년 5월 17일에 10.26 사태로 선포됐던 비상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계엄 포고 10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정치 활동을 중지하며 정치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한다. 정치 활동 목적이 아닌 옥내 집회는 신고를 하여야 한다. 단 관혼상제와 의례적인 비정치적 순수 종교 행사의 경우는 예외로 하되 정치적 발언을 일체 불허한다.
2. 언론·출판·보도 및 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
3. 각 대학(전문대학 포함)은 당분간 휴교 조치한다.
4.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 이탈이나 태업 및 파업 행위를 일체 금한다.
5. 유언비어의 날조·유포를 금한다. 유언비어가 아닐지라도 ① 전·현직 국가 원수를 모독, 비당하는 행위 ② 북괴와 동일한 주장 및 용어를 사용·선동하는 행위 ③ 공공 집회에서 목적 이외의 선동적 발언 및 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는 일체 불허한다.
6. 국민의 일상 생활과 정상적 경제 활동의 자유는 보장한다.
7. 외국인의 출입국과 국내 여행 등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한다.

박정희 정권에서 경험한 긴급조치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신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을 배반한 신군부 세력은 18년간 이어진 박정희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폭압 통치를 시작했습니다. 

신군부의 언론 대학살

1980년 당시 신군부 집단이 일으킨 일련의 언론 탄압 정책은 주요한 역점 사업의 하나였습니다. 보안사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측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언론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여 마침내 체제 언론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앞서 소개한 계엄 포고 10호의 내용에 따라 신군부 세력은 진실 보도, 자유 언론을 주장하는 기자들을 유언비어 유포 및 내란 음모 등의 혐으로 구속하여 해직시키고, 광주 시민을 폭도·난동 분자·무장 폭도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언론과 방송은 '언론 검열 철폐와 자유 언론 실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검열 거부, 제작 거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계엄사 측은 5월 17일부터 언론인 검거에 착수합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5월 22일 각 언론사 사장을 보안사령관실로 초치, 선동 주모자 처벌 방침을 통보하며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언론 탄압 조치 가운데 가장 먼저 시행된 것은 반정부 언론인 강제 해직이었습니다. <언론계 자체정화계획서>에 의하면 반체제 언론인, 반체제 인사, 불순한 자, 이들과 직간접으로 동조한 자, 편집 제작 및 검열 거부 주동 및 동조자, 특정 정치인과 유착돼 국민을 오도한 자 등이 해직 대상으로 선정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안사는 각 언론사에 출입중인 언론대책반 요원들을 통해 해직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했으며, 신군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이들을 각 언론사가 자체 숙청토록 강요했습니다. 이로써 중앙 7대 일간지에서 265명, 서울 5개 방송사가 219명, 2대 통신사가 22명이 강제로 해직됐습니다. 이후 추진된 언론 통폐합으로 강제 해직된 언론인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다음으로 단행된 조치는 11월에 벌어진 언론 통폐합 조치였습니다. 1980년 11월 12일 각 언론사 대표들은 정부 기관에 소환되어 언론 통폐합 통고를 받고 이를 수락하는 각서에 서명합니다. 이는 권력이 언론을 이용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하는 속성이 잘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7개 중앙 종합지 중 《신아일보》가 《경향신문》에 흡수 통합.
2. 4개 경제지 중 《서울경제》가 《한국일보》에, 《내외경제》가 《코리아헤럴드》에 흡수.
3. '1도() 1지() 원칙'하에 대구의 《영남일보》가 《대구매일신문》에 흡수, 부산의 《국제신문》이 《부산일보》에 흡수, 경남 진주에서 발행되던 《경남일보》가 마산에서 발행되던 《경남매일신문》에 흡수(후에 《경남신문》으로 게재), 광주의 《전남매일신문》이 《전남일보》에 흡수(후에 《광주일보》로 게재).
4.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이 합병하여 연합통신으로 발족(기타 시사, 경제, 산업 등 군소 통신사는 문을 닫음).
5. 민영 방송을 폐지하고 공영 방송 체계로 바꾸어 KBS와 MBC 두 채널로 이원화.

언론 통폐합 결정에 앞서 신군부는 172개 정기 단행물에 대해서 등록 최소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씨알의 소리》《뿌리깊은 나무》《창작과 비평》《월간중앙》 등이 언론이 강제 해직과 때를 같이하여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쾌거

신군부 세력은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억압했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바람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광주에서 시민이 흘린 피는 결국 역사를 바로잡았으며, 군사독재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니까요. 수많은 기자와 시민이이 폭정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고 이런 각종 자료는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역사를 돌아보게 합니다. (추천 누리집: 5.18 기념재단)

2011년 유네스코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소식은 저희가 2011년 8월 24일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참고: <기록은 있는 그대로 둘 때 가치 있다>)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발발과 진압, 이후의 진상 규명과 보상 등의 과정과 관련하여 정부, 국회, 시민, 단체, 미국 정부 등에서 생산한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기록물입니다.

정확한 등재명은 [인권기록유산-1980년 5월 18일 군사정권에 대항해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항쟁 관련 기록물]입니다. 2010년 1월 광주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같은 해 3월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보완과 수정을 거쳐 2011년 5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 등재를 권고하기로 결정하였고, 5월 25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공식 발표했지요.

표현의 자유를 억합하는 권력에 맞선 개인의 기록물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례(출처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명박 정부, 
역사는 과연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신군부 세력은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억압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막지 못했음을 살펴봤습니다. 1980년 시작된 신군부의 억압에 굴하지 않은 저항한 흔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이명박 정권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나 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건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정연주 KBS 사장의 강제 퇴진, <PD수첩> 보도 탄압, 미네르바 기소, 김미화 씨 블랙리스트 사건, 국방부 금서 지정 파문, 이른바 '쥐 벽서' 사건, 그리고 최근 불거진 민간인 사찰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 신군부 세력과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G20 개최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려 언론 탄압을 일삼는 MB정권을 풍자한 그림 (출처: @schbard)

이 사건을 《미디어오늘》이 <'쥐그림'을 '쥐벽서' 대접한 공안검찰>이라는 기사에서 잘  다뤘는데요, 내용을 조금만 인용하겠습니다.

……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시내에 ‘쥐그림’이 등장하자 경찰과 검찰이 그것도 공안검찰이 출동했다. 어이없게도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라는 혐의를 씌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처음에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경직된 사고와 권력 충성이 지나친 누군가의 ‘실수’로 보였다. 이유는 G20을 앞두고 쥐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역풍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학 강사의 행위는 정부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한 게 문제인지, 쥐를 그린 게 문제인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낙서를 한 게 문제라면 그에 걸맞은 처벌(필요하다면…)을 하면 될 일이다.

쥐를 그린 게 문제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왜 ‘쥐’가 문제인가. 소는 괜찮고, 닭은 괜찮고, 말도 괜찮은 데 쥐라서 안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쥐는 안 되는지 그것을 설명해야 한다. 바로 검찰이, 공안검찰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모습인가. 검찰은 국민이 바라는 ‘청와대 대포폰’ 몸통 찾기에는 나서지 않고 엉뚱하게 ‘쥐그림’에 집착하고 있으니 이런 검찰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런데 검찰과 검찰이 진짜 그런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도 아니고 현실로 벌어진 일이다. 경향신문 11월 16일자 10면에는 <‘G20 포스트 쥐그림’ 수상한 공안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실제 상황이다. 쥐그림을 그린 사람과 경찰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에게 'G20에 쥐를 그린 것은 무슨 의미인가' '쥐를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이들은 '발음이 같아서 그렸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대답했다.”

G20의 'G' 발음이 쥐와 비슷해서 그렸다는 데 경찰은 쥐를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상황은 웃을 수 없는 황당한 상황 아닌가. 거꾸로 경찰은 쥐가 무엇이라고, 누구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왜 공안검찰까지 출동했는가. ……

사실 이런 상황은 2010년 5월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한 프랭크 라 뤼(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우려에서 예감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라 뤼 보고관은 "한국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 현장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은 경제 및 기술발전에 걸맞게 인권 및 노동기준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를 지난 6월 3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식 발표하면서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한국이 의사 표현 행위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특히 라 뤼 보고관은 한국에서 공무원이 언론과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나 공무원이 언론이나 시민의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을 제한하고 있으니까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들이라면 국민과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인사는 그런 당연한 권리를 명예훼손이라는 법적 근거를 내세워 억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장관이 방송국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국정원이 시민단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겁박하는 일은 국민과 언론으로 하여금 글을 쓰거나 기사를 쓸 때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는 상황을 조장합니다. 

(출처: 세계일보)

최근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화가 이하 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벽에 붙이려다 검거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씨는 5월 17일 오전 전두환 대통령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밝힌 29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들고 있는 풍자 그림을 대통령 자택 부근에 붙이다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해 나치 복장을 한 이명박 대통령을 그린 그림을 공공장소에 부착해 검거되기도 했던 이하 씨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경찰의 검거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찰은 내가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그분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명예는 누가 지켜주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24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판결이 나올까요? 이명박 정부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안 봐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서두에 던진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왜 권력은 언론, 방송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국민을 위하는 권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법한 권력이라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세를 불리려고 하고, 국민을 쥐어짜서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하는 권력은 국민을 억압하는 동시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제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 해도 십 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꾼 이들은 잃어버린 그들의 십 년을 되찾기 위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엄청나게 후퇴시켰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불법을 자행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국토를 시멘트로 뒤덮었으며, 국민을 괴담 유포자 정도로 간주합니다.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권력 말기에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은폐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이 그냥 넘길 리 없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되기 마련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이명박 정부를 과연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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