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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코미 청문회 폭로, 트럼프 탄핵될까?

by 생각비행 2017. 6. 13.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부터 탄핵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되는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물러난 대통령은 닉슨이 유일하죠.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했던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했으나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보도로 파문이 커졌죠. 연방수사국(FBI)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닉슨은 계속 발뺌했지만 그에 의해 해임된 존 딘 백악관 고문이 상원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고 증언함으로써 꼬리가 잡힙니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고 닉슨은 어쩔 수 없이 중요 내용을 삭제한 테이프를 내놓게 됩니다. 대법원은 미공개분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결국 다시 제출된 자료에서 닉슨과 보좌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중앙정보국(CIA)까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내용을 확인하게 됩니다. 탄핵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닉슨은 결국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죠.  

출처 - 서울포스트

 

그로부터 24년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퍼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성 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재판 초기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죠. 하지만 르윈스키가 동료에게 성관계가 있었다고 말한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특별검사가 클린턴의 위증을 추궁합니다.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으나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죄 표를 던져 탄핵안이 가결되진 않았습니다. 

 

닉슨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고 이를 수사하려는 움직임을 권력을 동원해 방해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문제를 일으키긴 했으나 사생활의 문제일 뿐 범죄행위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클린턴 탄핵은 공화당 강경파가 클린턴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측면이 강했다는 겁니다.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 소추 결의 뒤 갤럽 조사에서 '탄핵 반대 68퍼센트, 탄핵 찬성 29퍼센트'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ㅍㅍㅅ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미국 FBI 국장의 입이 열렸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FBI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좋은 사람이다. 그를 놓아주라"라고 발언한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공개 증언했습니다. 그는 증언대에서 "나는 그것을 지시라고 봤다. 미국 대통령이 나와 독대하면서 (플린을 놓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그가 내게서 바라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바람처럼 얘기했다곤 해도 대통령과 FBI 국장이란 관계로 독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시나 다름없는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또한 코미 전 국장은 앞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둘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임기를 다 채우고 싶냐는 질문을 하며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당신의 충성심을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도 FBI 국장인 자신을 밑에 두려는 시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해임된 이후 의회 공개 증언에 나서게 된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말을 거듭해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친구를 통해 증언한 내용을 기자에게 공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도를 가지고 정보 유출을 한 행위를 시인한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그 옹호자들은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 전 국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죠.


출처 - 뉴스1


전미 방송사와 SNS 등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생중계한 이 청문회는 미국 국민에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나라 국민이 박근혜와 최순실 관련 기사 하나, 뉴스 하나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말이죠.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60퍼센트는 코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매체들도 이번 청문회에서 제임스 코미 전 국장과 FBI, 그리고 방아쇠가 된 대화 메모를 보도되도록 한 다니엘 리치먼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 등이 완벽히 승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대선 기간부터 러시아 스캔들을 시작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고 탄핵 위기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사태를 묵인했던 법무부 장관 등 행정부는 패배한 셈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청문회 결과가 트럼프 탄핵론의 핵심 근거인 사법 방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거의 최후의 보루인데요. 둘만의 대화였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하기가 어렵고 만약 어느 진영에서든 녹취록이 나온다 해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임명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여부 결정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일단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증인 살해나 증거 인멸같이 명백한 사법방해는 아니더라도 그만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를 부정하게 방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미연방법상 포괄적 의미의 사법방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특히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가 러시아 스캔들을 덮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부정한 의도로 그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도 사법방해가 된다는 과거 판례가 있으니까요. 르윈스키 성 추문에 휘말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도 이 사법방해를 사유로 탄핵 소추를 당했죠.


출처 - 동아일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트럼트 탄핵은 과연 가능할까요? 우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가기 위한 과반수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는 것은 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만으로는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검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론이 트럼트 탄핵 쪽으로 기울더라도 실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작년 우리의 겨울처럼 미국 특검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트럼프가 박근혜처럼 탄핵될 것인지 수사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큰 관심사가 될 듯합니다. 애초에 트럼프는 미국이란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죠. 독재자의 후손이자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코미 청문회 폭로가 터진 때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뇌물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정치판도 어떤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예단만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죠.

 

출처 - 경향신문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은 십 년을 못 가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필귀정의 세상 이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군요.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의 시대도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그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끝나가고 다변화되는 세계 정세에 맞춰 우리도 안보와 외교의 틀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박근혜나 트럼프는 둘 다 사이좋게 교도소에서 죗값을 달게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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