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사회, 대한민국

 

지난 6월 25일은 한국전쟁 67주년이었습니다. 이 땅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과 이름 없던 작은 나라를 위해 참전하여 희생한 세계 각국의 영령들을 기리는 날이죠. 한데 그 누구보다도 이분들의 뜻을 기리고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군의 현실은 자랑스럽지 못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국전쟁 기념일 다음 날인 지난 26일 이한열 기념관에서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경남 지역 39사단장인 문 소장이 공관병, 운전병 등 병사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문 소장의 갑질은 가관이었습니다. 지난 3월 술을 마신 뒤 심야에 공관으로 간부들을 데리고 들어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지시하고는 공관병의 뺨과 목 부위를 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침 중인 병사를 깨워 술상을 차리게 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고 비상사태를 대비해야 할 군의 지휘권자가 새벽에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만취한 상태로 병사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니 징계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쁜 육사 마피아들은 문 소장이 병사의 뺨에 손을 대긴 했지만 때린 것은 아니라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수사는커녕 징계위원회에 회부조차 하지 않았죠. 


문 소장의 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운전병을 개인 기사처럼 써서 임무와 상관없는 민간인을 만나러 갈 때도 수시로 불러냈습니다. 또한 그는 새벽에 공관 보일러 담당 장병을 불러 보일러 작동 확인을 시키더니 추운 이유가 뭐냐고 따졌습니다. 온도를 올렸으나 원인 파악을 제대로 못 한 장병에게 폭언을 쏟아낸 문 소장은 다음 날 아침에 보일러 담당 장병에게 해안 경계를 보내버리면 정신 차리겠느냐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문 소장은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대신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거나 담배를 피울 때 당번병에게 곁에서 재떨이를 들고 있으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 뿐이 아닙니다. 짜장면 배달을 시켰는데 철가방에 넣어서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기를 공사판 노가다 취급했다며 부하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애초 저따위 인성으로 어떻게 별을 달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인성의 소유자에 대해 육군본부는 구두경고를 했을 뿐 사실상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합니다.


문 소장의 행동을 보면 장군에게 과연 공관병과 당번병, 운전병이 꼭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직급에 따라 당연히 있는 국가공인 사노비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업무상 필요하다면 월급도 많이 받는 장성급이 스스로 필요한 만큼 고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의 당번병, 공관병 제도는 아예 없애거나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육사끼리 제 식구 허물을 덮어주는 군 내부의 적폐 청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미군은 본인 돈으로 고용하는 형태라고 합니다. 왜 국방의 의무를 지는 청년들을 사노비처럼 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JTBC


대한민국 남성 중 군대를 갔다 오신 분들 가운데 황당한 사례를 경험하지 않은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징병제를 채택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상 군대는 애증의 대상입니다.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에게 집단적으로 가해지는 부조리와 갑질의 향연은 이상한 군대 문화를 내재화하여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젖어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군대는 원래 다 그래." "군대 더러운 게 어제오늘 일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군대 내부에 잠재한 부조리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알베르 카뮈도 말한 바 있습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말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하는 갑질, 교수가 조교에게 하는 갑질, 회사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갑질,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기사들에게 벌이는 갑질 등등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갑질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도됩니다. 최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단 수십 장이 발견되고 벽보가 붙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방침을 세우자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행동에 나선 겁니다.

 

출처 - 울산매일

 

그런데 경비실 에어컨 반대 추진자들의 전단과 벽보 내용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며 에어컨 설치를 찬성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글을 붙인 주민도 있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여러분께서 쓴 글이 경비아저씨들께 그리고 글을 읽는 주민들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생각해 보셨느냐"면서 "경비 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대 없었다는 것이 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주민은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하루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운동을 하시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이라면 분리수거 잘 지켜달라"고 충고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대기업의 '갑질' 규제를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 그리고 피자업계 선두권인 미스터피자가 그 대상입니다. 현대위아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최저가 낙찰을 받은 하도급업체에 24차례에 걸쳐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은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이런 갑질로 현대위아는 연 매출 7조 원대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위아를 검찰에 고발하고, 3억 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 의해 좌천됐다가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활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첫 수사 대상으로 미스터피자를 지목했습니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비싼 값으로 치즈를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죠. 지난 지난 21일 미스터피자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회장 자서전 강매, 비자금 조성, 본사 책임의 광고비를 가맹점에 떠넘긴 의혹 등 다각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우현 회장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사과한 뒤 회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출처 - 시사포커스

 

패션잡화 브랜드 CM을 운영하는 성주디앤디의 김성주 공동 대표이사 또한 올해 초 하도급업체들의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당해 갑질 논란이 일자 최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죠. 그리고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또한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6월 들어 3명의 오너가 추문 및 갑질 논란으로 줄줄이 물러난 셈이 되었습니다. 

 

 

하청사회,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서 갑이 사회적 부를 움켜쥐게 된 까닭은 을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쥐어짜 가로챘기 때문입니다. 갑질이 가능한 이유는 '하청'이라는 특수한 계약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원래 하청(subcontract)이란 일의 일부 혹은 전부를 위탁받는 상호계약이며, ‘갑’과 ‘을’도 계약거래 당사자 양쪽을 일컫는 명칭일 뿐입니다. 그러나 양자가 평등하거나 대등하지 않기에, 대개 계약은 일거리를 주는 원청인 갑에게 유리한 반면 일거리를 받는 하청인 을에게는 불리합니다. 이 때문에 흔히 갑은 우위에 있는 자로, 을은 지위가 낮은 자로 인식되죠. 생각비행이 최근 출간한 책, 《하청사회》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문제점을 고민해보겠습니다.


계약 조건상 유리한 위치에 있는 갑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부당행위를 합니다. 원청과 하청 사이에 널리 알려진 부당행위 또는 '불공정 하도급거래'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구두발주, 하도급대금 부당감액 등"이 있습니다. '갑질'은 단지 갑이 '우위에 서는 것'만이 아니라 하위에 있는 을을 '밟고 서는 것'을 포함합니다. 갑은 갑질을 통해 스스로의 우월한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지대 또는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출처 - 《하청사회》


하청사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갑은 계속해서 갑의 위치를, 을은 계속해서 을의 위치를 유지해야 하죠. 달리 말하면, 갑과 을의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하청사회는 존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갑은 어떻게 해야 계속해서 갑이 될 수 있을까요? 갑의 지위를 견고하게 지키거나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갑과 을 사이의 불평등이 점차 줄어든다면 갑으로서의 특권과 특혜도 점차 약화되겠죠. 따라서 갑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되 그에 따르는 을들의 불만을 무마해야 합니다. '낙수효과 이론'은 그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위 그림이 표현하고 있듯이 낙수효과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는 효과를 가리킵니다. 낙수효과 이론의 지지자들은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의 수중에 먼저 돈을 채우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가난한 사람에게도 그 혜택이 흘러내려 온다고 설명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그림처럼 '부자 감세'는 부유층의 지출 증가와 투자 증가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을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예언합니다.

출처 - 《하청사회》

 

과연 낙수효과로 빠른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게 될까요? 갑들은 낙수효과를 반복해서 말하지만 실제로는 낙수효과를 차단하거나 지연하면서 갑의 위치를 확고히 지켜왔습니다. 경제학자들 또한 낙수효과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부자들은 감면된 세금만큼의 현금을 재투자하며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하거나 자산에 투자했을 뿐이죠. 2016년 5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370조 원으로 10년 만에 약 3배나 증가했습니다. 사내유보금이 많다는 것은 기업이 이익을 남긴 뒤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그저 '곳간'에 차곡차곡 채워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하청사회》

 

갑들은 '낙수효과'를 얘기하면서 을들의 불만을 억눌러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제의 선순환은커녕 빈부의 차가 날로 확대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갈수록 더 많은 빚을 떠안는 악순환이 이어졌죠. 위의 그림을 살펴보시죠. 맨 위 칸의 와인잔 3개의 크기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사이에 화살표를 넣으면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도급을 주고받는 하청관계가 그려집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갈수록 맨 위 칸의 와인 양이 줄어드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도급관계, 즉 외주 혹은 하청관계에 있는 갑과 을의 처지를 설명해줍니다. 와인의 양은 외주 단계를 거칠수록 줄어드는데, 줄어든 양으로 아래 잔을 채워야 하는 을로서는 인력 활용도를 극대화하거나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화물 운송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화물운전기사들은 2003년, 2008년, 2012년에 파업한 이력이 있습니다. 거듭된 화물연대 파업의 근본 원인으로, 화주와 운송회사, 운송노동자로 연결되는 화물운송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꼽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화물운송노동자가 제대로 운임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하청사회》

 

위 표를 보시죠. 40ft(freight ton, 운임톤) 컨테이너로 부산―서울 구간을 왕복 운송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출입업체(화주)가 대형 운송회사에 123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대형 운송회사는 이 가운데 27만 원가량을 가져가고, 운송 업무를 알선업체에 맡기게 되죠. 알선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운임의 약 10퍼센트인 10만 원가량을 챙기고, 이를 다시 영세 운송사나 소규모 알선업체에 넘깁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도 10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8만 원을 수수료를 챙깁니다. 결국 실제로 운반 업무를 맡는 화물 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최종적으로 78만 원으로, 수입업체(화주)가 지불하는 돈의 63퍼센트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부당한 구조를 파타해야 하건만 이 시대의 을들은 성과주체로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 믿으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게 됩니다. 을들은 학교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 성적이나 성과로 서열을 매기는 무한경쟁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집단 전체가 그저 맹목적으로 앞으로만 내달리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고 마는 아프리카의 스프링폭스라는 산양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을'이 옆에 있는 다른 '을들'을 마주 보고 함께 조직을 이루거나 연대한다면, 그래서 을들이 질주를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하청사회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청사회》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청사회로 변모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분절화되고 개인화된 관계를 어떻게 청산하고, 원청과 하청 사이의 책임 있는 관계와 연대의 끈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갑질사회와 하청사회를 살아가는 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언론,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갑들의 행패를 더는 좌시하지 않고 을들의 단단한 연대를 통해 갑들이 만든 시스템의 부조리를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합니다. 서두에서 인용했던 카뮈의 말을 다시 언급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나라면 전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커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3연패를 당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였던 중국의 커제가 인공지능에 패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러다가 인류사에서 인공지능에게 승리한 마지막 인간이 이세돌이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커제의 완패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인간 바둑 기사들이 쌓은 전체 기보가 16만여 개에 머무르는 반면 알파고는 이번 커제와의 대국에 임하면서 일부러 인간 기보 데이터를 빼고 인공지능끼리의 대국으로 3000만 개 이상의 기보를 축적한 상태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알파고가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인간의 지력과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자기 학습 덕분입니다. 커제에게 완승한 인공지능의 압도적인 기량을 보면서 이젠 정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특정한 분야에 국한해서만 그 성능을 선보이기 시작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무섭죠.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차원으로 도약하리라 예측했는데 벌써 수긍할 만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인간이 쌓아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때때로 섬뜩한 일도 벌어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편견까지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글로브(GloVe)라는 유명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를 학습하는 동안 사회적 편견까지 덩달아 학습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브는 인터넷상에 퍼져 있는 텍스트들을 분석하고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딥러닝 AI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통계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의 중간 개입 없이 텍스트를 스스로 학습하고 각 단어 사이의 의미적 연결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생성해놓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학습한 이 인공지능이 인종차별이라는 인간의 편견까지 학습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어 유쾌함(pleasant), 불쾌함(unpleasant)의 두 그룹으로 단어를 분류하는 실험에서 꽃은 유쾌함으로, 벌레는 불쾌함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런 실험을 인간에게까지 연장해보니 흔히 백인 이름으로 쓰이는 에밀리나 맷은 유쾌함으로 분류했는데 흑인에게 주로 쓰이는 이름인 에보니, 자말은 불쾌함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를 학습하면서 부정적인 편견까지 그대로 학습했음을 방증합니다.



출처 - 로봇뉴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트위터 AI 테이(Tay)는 인터넷에 확산된 인간 언어 습관을 학습하고 이를 공유하는 인공지능이 있었습니다. 테이가 막상 작동을 시작하자 사용자들의 질문에 백인우월주의, 흑인 비하, 대량학살 옹호 등을 일삼아 마이크로소프트가 황급히 서비스 자체를 종료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인간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 문제는 인공지능 연구에서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2017년 현재 전 세계 295가지 언어로 총 4400만 건 이상의 기사가 공개된 위키피디아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기본적으로 그 기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직접 작성과 수정을 하고 있지만, 방대한 규모 때문에 기사 편집 작업의 일부를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이른바 봇(Bot)이 담당하게 하여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양적으로 봇은 인간의 0.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위키피디아 전체 편집 작업의 15퍼센트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뛰어난 작업 효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옥스퍼드 대학교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위키피디아 편집 이력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봇끼리 서로의 편집 작업을 삭제하는 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자기가 작성한 글이 반복해서 삭제되고 반려된다면 그 이유를 알아보고 토의를 통해 타당한 결론을 도출했겠지만, 당시 봇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습니다. 이론적으로 봇끼리는 편집을 두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구 결과 이 싸움은 여러 가지 언어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사의 특정 단어에 대해 링크가 있다면 봇끼리 영문 정보 링크가 정답이다, 일문 정보 링크가 정답이다를 두고 싸운 겁니다. 언어의 차이가 맹점이 되어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죠. 다행히 이런 현상은 2013년 다른 언어 간 링크를 보조하는 위키데이터가 세워진 후 사라졌다고 합니다.



출처 - 이데일리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 언어에 따른 봇의 행동 경향 차이도 드러났습니다. 이는 각각의 봇이나 봇이 동작하는 환경의 이면에 인간 설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인공물인 인공지능이 인간 문화를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나는 신화를 보면 늘 인간은 조물주인 신을 닮아가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조물주인 인간을 닮아가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분석 자료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감소하는 일자리를 걱정하여 연대해야 할 대상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다소 감소시킬 수 있겠으나, 그와 반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여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공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같은 유행에 함몰되어 기계화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의 고용 형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하청사회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일자리 파이가 줄고 그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을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의 '갑들'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상세한 내용은 생각비행이 펴낸 책, 《하청사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까 걱정하기 이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기업의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편견을 학습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대목은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속에 있는 차별 혹은 추악한 욕망에 대한 경계가 아닐까 합니다.

 

'갑'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 '을'을 자유롭고 풍요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만들지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문제입니다. 우리 속에 내재한 편견을 깨고 화합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인공지능에 의해 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하청사회를 살아가는 '을들'의 단단한 연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과거 남양유업 사태로 폭발한 '갑'의 횡포 때문인지 켜켜이 쌓인 분노가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일이 빈번합니다. 분노한 '을'들의 제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갑의 횡포에 따른 성희롱, 성폭력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 기사를 자주 접합니다. 국가기관과 공직자부터 사기업 임원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에 갑질이 만연합니다. 

 

최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골프장 캐디의 가슴을 만져 물의를 일으킨 뒤 "손녀 같아서" 그랬다며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남성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성적 본능 때문에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은 우발적인 판단 착오로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힘, 즉 구조적인 권력의 문제로 파악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왜 이 지경일까? 일부 주장처럼 '남자의 성 욕구는 본능적'이고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서'일까? 그렇다면 그 본능적 욕구는 왜 늘 높고 강한 사람이 낮고 약한 사람을 대할 때만 발동할까? 한국 남자들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의 남자들보다 진화가 덜 된 미개한 인종집단일까? 게다가, 최근엔 여성 상관이나 직장 상사, 혹은 교사들이 남자 신입사원이나 학생들을 성추행하는 사건들도 늘고 있다. 지위가 높아지면 여성 성호르몬이 남성 성호르몬으로 바뀌고 남성적 성 욕구가 생기는 놀라운 '생물학적 변화'가 발생하는 것일까?


[표창원의 단도직입]'성(性) 갑질'을 멈추게 하라(경향신문)


우리 사회에서 권력 구조상 상위에 있는 사람이 힘과 신분을 앞세워 발생하는 성희롱이나 성범죄가 비일비재한 현실입니다. 사회적 '갑질'도 이와 같은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만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옆에 있던 여성이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면 감히 손가락이나 델 수 있었겠습니까? 힘없고 하소연할 데 없는 사람들이 성희롱과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 정규직 되고 싶으면 벗으라는 현실

 

 

출처 - 쌤앤파커스


최근 출판계에서도 어이없는 성범죄가 불거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대표작으로 《이기는 습관》 《가슴 뛰는 삶》 《세상에 너를 소리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 매년 베스트셀러를 쏟아내며 성장한 쌤앤파커스 출판사는 최근 발생한 성추행 문제로 며칠간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여성으로서 입지전적인 성과를 이루어낸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는 많은 여성의 롤모델이자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박시형 대표를 롤모델로 삼아 177대 1의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쌤앤파커스 마케팅팀 사원으로 취직한 책은탁 씨(@Bookistak)도 언젠가는 박시형 대표 같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안 그래도 힘든 청춘을 아프게 만들기로 작정했는지 쌤앤파커스 출판사는 책은탁 씨를 수습사원 신분으로 무려 17개월 동안이나 일하게 했습니다. 3개월도 6개월도 아닌 17개월 동안 수습사원 신분으로 일을 시키다니 같은 출판계 종사자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쌤앤파커스 출판사는 이 부분에 대해 책은탁 씨에 대한 내부 평가가 엇갈려 재차 수습 기간을 연장하였고 "수습 기간 6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정직원과 동일한 급여와 복지를 제공했고, 그와 동일한 업무가 부여되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직원과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면 정직원으로 채용하면 될 일이지 왜 17개월간 수습사원 신분으로 일을 하게 했던 걸까요? 뭔가 잘못을 저지르기만 하면 바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려 했던 건 아닐까요? 기형적이고 비상식적인 대한민국 기업의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쌤앤파커스의 이상한 조처를 보면 상식이 있는 출판사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책은탁 씨가 17개월의 수습기간을 끝내고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인사권자인 상무가 최종 면담격인 술자리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술자리 후 자리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옮긴 상무는 A 씨에게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하고 침대로 끌고 가 입을 맞췄습니다. 술에 취한 책은탁 씨는 그 시점에서 저항하기 어려웠으나 나중에 뛰쳐나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정신을 잃었지만 주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남에게 밝히지 못할 치욕스러운 일을 겪은 뒤 정직원이 되긴 했으나 이런 일이 자신만이 아니었고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지난해 7월 사내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출처 - 아시아투데이


사실이 공개되자 상무는 회사를 그만뒀지만 책은탁 씨는 내부고발자로 몰려 9월에 쌤앤파커스를 사직하게 되었습니다. 치욕스러운 일을 겪으면서까지 얻어낸 정규직을 말입니다. 사직하면서 이 상무를 성추행으로 고소했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올해 4월 어이없는 판결을 내립니다. 이 상무가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 것이나 키스를 한 사실 등은 인정되지만 책은탁 씨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겁니다. 

 

선거에 관여한 것은 인정되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최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똑같은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 당사자가 뛰쳐나와 도망치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저항하라는 걸까요? 성추행 혐의가 분명한데도 어이없는 판정이 나오는 한심한 현실입니다.


쌤앤파커스 출판사는 법원의 무혐의 처분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 상무를 복직시켰습니다. 책은탁 씨는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돕겠다는 동료들이 나섰습니다. 그들이 밝힌 이 상무의 추태는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입니다.


 

이 출판사의 전 직원 ㄴ씨는 “이 상무는 회식 때마다 여직원들만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껴안았고 거부하면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했다. 저자와의 룸살롱 접대 자리에도 여직원들을 데리고 나가 블루스까지 추게 했다”고 재정신청을 위한 증인진술서에서 밝혔다. 이 회사는 저자, 유관업체, 타출판사 관계자를 초청한 송년회 때 여직원들을 드레스 등을 입게 한 뒤 각 테이블에 한 명씩 배치했다고 한다. ㄴ씨는 “나도 피해자였다. 한번은 술 취한 채 전화를 해 내가 사는 집 호수까지 대며 ‘술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집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ㄱ씨의 전 동료 ㄷ씨도 증인진술서에서 “인사권을 가진 이 상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며 “ㄱ씨의 재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에 출석해 진술하겠다”고 했다.


유명 출판사 상무 성추행 사건 뒤늦게 공개… 여직원 “수습 때 오피스텔 데려가 옷 벗으라 요구”(경향신문)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거야’라는 이 말에 권력과 직위를 통한 갑질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아픈 청춘을 무려 17개월이나 수습사원으로 일하게 하고 정규직 채용 권한이 있는 인사권자인 이 상무에게 다른 직원들은 모두 을로 보였겠지요. 쌤앤파커스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회사는 중립적으로 법대로 하고 있다며 무혐의 처리된 이 상무의 복직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미 성추행 사실 자체는 모두 인정된 상황인데 여성 대표로서 피해 여성의 어려움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박시형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쌤앤파커스 신입사원 초봉이 3000만 원 수준이라고 자랑하기 바빴습니다. 17개월이나 수습사원 신분으로 일을 시킨 회사의 대표가 말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난 대학졸업하고 2005년까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 한 곳에서만 20년 동안 편집자로 일했다. 그 사이에 출판사 잘되는 것은 봤어도 편집자가 잘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운동권 출신이라는 출판사 사장들조차 돈 많이 벌어 직원들에게 적정하게 되돌리기보다는 사옥이나 짓고 자기만 부자가 됐다. 출판계 하면 '박봉'을 떠올리는 직군이 돼버렸다. 이래서야 어떻게 좋은 인재들이 출판에 뛰어들겠는가? 그러니 독자 수준과 동떨어진 책이나 내고 독자들이 외면하니 불법 편법 마케팅이 판을 치고 경영은 악화되고 사장들은 엉뚱한 재테크나 하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리지 않으면 출판계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 걸음이 직원들의 연봉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한우의 聽談] '떠오르는 출판권력'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조선일보)


언론의 보도만으로 본다면 쌤앤파커스는 정말 떠오르는 출판 ‘권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 대표로서 자기 회사에서 벌어진 성추행 당사자를 복직시킨 행위를 보면, 자신이 욕하던 부자 된 운동권 출판사 사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보이니까요. 박시형 대표는 성추행 사건이 공개된 이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익을 대가로 성을 요구하는 사람은 당연히 물론,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것에 응하는 사람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피해자로 나선 사람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어떻게 출판사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걸까요? 




출처 - 트위터


피해자인 책은탁 씨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상무가 가해자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가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보상을 마다하고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기만을 바라는 것처럼요. 책은탁 씨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재판이 열려 유죄 판결이 내려져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성추행 성희롱의 갑질을 멈춰라!

[성명] 사내 성폭력에 눈감는 출판사 쌤앤파커스는 각성하라

(전국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분회)

http://cafe.naver.com/booknodong/2270


사내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후 전국언론노조 출판분회는 성명을 내고 책은탁 씨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사내 성폭력 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연대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혜민 스님이나 조국 교수처럼 쌤앤파커스에서 책을 낸 저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 공적인 목소리를 내주기 바랍니다. 그들이 저서에서 한 말이 진심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성(性) 갑질'이 더 문제인 이유는, 가해 행위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피해자는 극도로 수치심을 느껴 큰 충격과 긴 후유증에 시달리는 데 반해 신고나 항의 혹은 피해구제 노력을 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이다. 만약 '성(性) 갑질'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신고할 경우 피해자들을 도와야 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오히려 숨기고 무마하려 애쓰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가하기도 한다. 가해자들은 이런 피해자들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서로 공유하거나 학습하면서 '성(性) 갑질'을 상습적으로 저질러왔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누이와 딸과 손녀를 생각하라며 '갑들에게 반성과 자각'을 호소해 봐야 효과가 없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고소한 용감한 골프장 경기진행요원 같은 '을'들의 자기 권리 찾기 노력과 이들의 용기와 노력을 지키고 보호하고 북돋워 주는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이 '성(性) 갑질'을 멈추게 해야 한다. '발본색원' '4대 악 척결' 같은 용어는 '성(性) 갑질'에 적용되어야 한다.


[표창원의 단도직입]'성(性) 갑질'을 멈추게 하라(경향신문)


'을'의 신분에 따른 학습된 무기력함을 어쩔 수 없다며 묻어버리면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을의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은 물론 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게끔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가해자를 엄하게 벌할 법률 그리고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예방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책은탁 씨의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에 상응하는 정의로운 결과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론의 보도가 뒤따르자 상무는 사직서를 냈고 박시형 대표가 이를 수리하긴 했습니다.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피해자 책은탁 씨와 쌤앤파커스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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