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로 전 국민의 비난을 받은 조현민 때문에 조씨 삼 남매의 갑질이 재조명되더니 그들의 어머니인 이명희와 아버지인 조양호의 갑질 행태도 폭로로 이어졌습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이 사회적으로 회자하면서 이에 대한 폭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관세포탈 혐의를 조사 중인 관세청은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총수 일가가 관세를 포탈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입니다만 최근 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습니다. 대한항공이 발암물질로 기내 청소를 시켜왔고, 이 때문에 암에 걸린 직원도 나왔다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대한항공 청소 하청업체에서 5년간 일했던 김태일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지부장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대한항공이 발암물질로 기내 청소를 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김 지부장이 언급한 발암물질은 템프(TEMP)와 CH2200인데요, 템프의 주성분이 쿼츠라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사용을 금지한 약품이라고 하죠. CH2200에 인체가 장시간 반복 노출되면 장기와 생식능력에 손상을 주며 태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승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발암물질이 묻은 테이블 위에서 식사하고 잠을 잤던 겁니다.


출처 - 한국일보


더 큰 문제는 이 약품에 가장 오랜 시간 노출되었을 승무원들과 청소 노동자들입니다. 특히 기내 청소 노동자들은 밀폐된 공간인 비행기 안에서 템프를 천에 묻혀 좌석을 닦고 CH2200을 분무기로 분사하면서 종일 일했다고 합니다. 장갑을 끼고 일하면 미끄러져 등받이 식탁 등을 잘 닦을 수 없다며 관리자들이 장갑을 끼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약품이 묻은 천을 맨손으로 만져가며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10년 넘게 청소를 했지만 이 물질이 어떤 위험성을 가졌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발암물질 사용이 중단된 건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여객기 안을 청소하는 노동자 5명이 기내 투입 5분 만에 구토하며 쓰러져 인근 대학병원에 실려서 갔고 진단 결과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청소 노동자 중 한 명인 김 지부장이 사내 게시판 한쪽 구석에 붙은 시정 명령서를 찾아낸 결과 발암물질 사용을 중단할 수 있었습니다. 시정 명령서의 내용이 CH2200의 위험성을 교육하고 이 물질의 용기마다 위험 문구를 붙여야 하는데 안 했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명령서를 정직원에게 물어볼 때까지 아무도 그 약품이 뭔지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1년 이내에 암으로 퇴사한 청소 노동자가 5명인데, 결국 이 약품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노동청에 비행기 유해물질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은 상태라고 합니다. 대한항공의 발암물질 기내 청소가 사실로 최종 확인되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처럼 큰 산업재해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입니다.


출처 - SBS


새로이 드러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중에는 라면상자 사건도 있습니다. 조양호 일가가 비행기에 오를 때 라면상자를 짐으로 실었는데 협력사 직원이 큰 박스라 그냥 수하물로 부쳤다고 하죠. 그런데 대한항공 상주 직원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크게 혼을 냈다고 합니다. 라면이 부서지면 책임질 거냐는 황당한 이유였습니다. 대체 조양호 일가가 그간 얼마나 갑질을 해댔기에 직원이 라면 부서지는 것까지 신경을 써야 했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결국 직원은 화물 컨테이너를 마련해 그 안에 스티로폼을 깔고 비닐 포장을 완비하여 라면 상자를 안전하게 모셨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건 그 컨테이너에 라면 한 상자 외에는 그 어떤 짐도 싣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기네스북에 오를 황당한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사람을 라면상자 정도만큼이라도 배려했다면 시정 명령까지 받은 상황에서 청소 노동자들로 하여금 발암물질로 기내 청소를 계속하게 했을 리는 없겠죠. 대한항공의 갑질과 조씨 일가의 갑질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갑질 행태는 삼성전자에 이어 한진그룹까지 대기업 오너들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정부 기관들은 한진그룹의 불법행위를 단죄함과 동시에 전 대기업으로 확대해 갑질 행태를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입니다.

화병(Hwabyeong), 재벌(Chaebol)에 이어 갑질(Gapjil)도 영어사전에 등재될 것 같습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조현아에 이어 동생 조현민의 갑질이 지난 14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사로 났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화병을 유발하는 경제 시스템의 근원이 재벌이고 갑질을 하는 것도 재벌이니 세계화된 단어의 근간에 재벌이 있는 셈입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병을 집어 던지고 얼굴을 향해 물을 뿌린 이른바 물벼락 갑질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후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단순히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조절장애 이상의 정신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악을 쓰며 괴성을 지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그간 다양한 채널로 대한항공 조씨 집안의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갑질 행태가 터져 나왔죠. 첫째인 조현아는 땅콩회항으로 유명인이 되었고, 셋째인 차녀 조현민은 이번 물벼락 갑질뿐 아니라 다른 갑질도 드러났으며, 둘째인 아들 조원태는 차선 위반으로 단속하려던 경찰을 치고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힌 바 있습니다. 그는 아기를 안고 있는 70대 할머니를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죠. 이처럼 자식들이 콩가루 집안임을 입증했는데, 그들의 부모라고 멀쩡할 리 있겠습니까? 삼 남매의 어머니인 조양호 회장의 부인은 더 한다는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입에 아주 욕을 달고 살며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재벌 일가의 갑질에 분노한 국민들은 한진그룹 소유인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회수하고 한진항공이라고 하게 하자거나, 조현민을 처벌해달라고 하는 청원을 청와대 누리집에 올리는 등 사회적 단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조씨 일가가 재벌이라는 배경을 이용해 온갖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물벼락 갑질의 조현민은 외국 국적인데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이사를 5년 동안 맡아 불법 의혹이 제기되었죠. 국내 항공법상 외국 국적자는 이사를 맡을 수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현민의 상속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또한 항공사 오너 일가라는 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여러 물품을 들여오며 공항 세관의 눈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죠. 오너 일가의 짐을 마치 승무원들의 짐인 것처럼 나눠 들고나와 대한항공 운영사무실을 통해 공항 밖으로 빼낸 건데요. 대한항공은 이를 관행이었다며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세관을 거치지 않는 건 엄연한 관세법 위반인데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세관 직원들에게 무료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제보도 나왔습니다. 

 

심지어는 총수 일가의 화물을 항공기 부품으로 속여서 들여온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조양호는 카메라 부품과 와인, 부인인 이명희는 가구, 조현민의 경우는 애완견용 특정 브랜드 사료를 그런 식으로 반입했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수입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를 했더라도 실제 다른 물건을 들여오면 밀수죄에 해당합니다. 원가가 5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도 가능한 중죄이며 벌금형 없이 반드시 징역형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오너 일가가 이랬으니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SBS


900명이 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에서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 사례를 공유하며 회사 정상화에 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채팅방은 지난 18일 개설되었고 참가자들이 총수 일가와 관련한 폭언 녹취 파일,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제보받고 있습니다.

 

출처 - MBN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갑의 횡포, 을의 일터》의 저자는 정당한 경쟁을 회피하는 재벌의 지대추구행위를 비판합니다.

 

 

내가 책에서 지대추구행위의 대상으로 주로 비판하려는 대상은 공공선택론자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정부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갑의 지대추구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즉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 공공의 이익을 증대하도록 하는 대신, 기득권을 지닌 갑이 부당하게 경쟁을 회피하며 특권과 특혜를 증가시키려는 행위를 비판한다. 달리 말해, 나는 지대추구행위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비유한 E. K. 헌트의 이해를 공유하고자 한다.

 

하청사회의 갑은 어느 날 갑자기 그 위치에 서게 된 것이 아니다. 갑의 ‘보이지 않는 발’이 남긴 발자국을 추적해 들어가면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공영호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재벌, 정치인, 관료들이 ‘지대추구연합’을 형성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재벌을 위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저렴한 금리를 제공했으며, 각종 규제를 통해 다른 업체의 진입과 경쟁을 억제하는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이처럼 오늘날 하청사회의 갑인 재벌과 대기업은 오랜 기간 정부에 의지해 막대한 지대를 획득하면서 성장해왔다. 엄청난 규모로 누적된 지대추구행위가 시간의 흐름에 묻혀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토지나 토지와 유사한 성격의 영역을 선점한 지대추구행위자는 이 ‘보이지 않는 발’을 통해서 경쟁자들을 짓밟은 채 사회에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단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득을 옮길 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독점적으로 지대를 차지하는 데 들인 매몰비용을 회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순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대추구행위가 경쟁의 규범처럼 작동하면 독점적인 지대를 차지하는 갑이 되는 것만이 중요해집니다. 대한민국에서 갑들을 지대추구행위를 통해서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단순히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득의 이전만을 행할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재벌가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막장드라마처럼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습니다. 한화의 김승연과 그 아들이나, SK 오너 일가의 맷값 폭행 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재벌 일가의 갑질이 계속되는 건 철저한 단죄와 예방 조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고 윤리의식마저 바닥인 오너 일가가 재벌 기업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두는 건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 큰 문제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입법과 단죄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랍니다.

이제 1만 원으로 영화 한 편도 못 보는 세상이 됐습니다. 업계 점유율 1위인 CGV가 4월 들어 기습적으로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을 발표했고, 뒤이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똑같은 인상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3대 체인의 극장 점유율이 90퍼센트가 넘으니 사실상 전국 모든 극장의 영화 한 편 관람료가 1만 원을 넘기게 된 셈입니다. 몇 년 전 CGV가 좌석 차등제를 도입하며 프라임 타임, 프라임 좌석에서 1만 원 시대에 돌입한 바 있는데요, 이번 인상으로 영화 한 편 보는데 11,000원 이상이 들게 됐습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영화 체인들은 관리비와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올리게 되었다고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최근 신촌 맥도널드가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점을 결정할 정도니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은 거대 프랜차이즈마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더라도 거대 영화 체인들이 일괄적으로 관람료를 올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좌석 차등제를 시행한다면 임대료가 낮은 곳은 관람료가 훨씬 싸야 맞는 것 아닙니까?


출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구나 거대 영화 체인들은 관람료를 인상한 타이밍 때문에 사람들의 욕을 먹고 있습니다. 25일 개봉이 예정된 슈퍼 히어로 무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노렸다는 게 너무나도 뻔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 작품이자 슈퍼 히어로 무비의 클라이맥스가 될 영화여서 영화 관계자들은 무난하게 10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품 개봉 직전에 영화 관람료를 일제히 올린다는 건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위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편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는 그들의 핑계는 옹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나라 극장의 장애인 접근성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어지러워서 보기 곤란한 맨앞자리 한두 군데를 장애인석으로 만들어 구색만 갖춘 곳이 대부분이죠. 배리어 프리 영화는 가뭄에 콩나듯합니다.

 

반면 미국 극장의 경우 장애인석이 중앙 프라임석인 경우가 많고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잡는다고 하죠. 또한 청각 장애인을 위한 'Closed caption device for subtitle'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Closed caption device for sound'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Closed caption device for subtitle'는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시력이 나빠 글씨를 가까이 보기 원하는 관객을 위해 영화의 모든 것을 자막으로 처리해 개인별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Closed caption device for sound'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자막을 포함한 영화의 모든 것을 소리로 들려주는 개별 장치입니다. 이런 장치는 티켓 박스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대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돌비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극장들은 가격을 올리고 관리 향상을 입으로는 떠들면서 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들에게 유용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극장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자의로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이나 기타 약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소당하기 일쑤이고 이런 부실한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제재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돈이 들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들까지 관객으로 흡수할 수 있을 테니 극장으로서도 손해만 보는 서비스는 아닐 겁니다.

 

출처 - 뉴시스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알고 계실 겁니다. 1981년에 전두환 정권은 민간에서 개최하던 '재활의 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365일 중에 하루를 특정하여 그날만 장애인을 동정하는 풍토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적, 동정적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모해야 합니다. 지난 2002년 100여 개 단체들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영화 체인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 관람료를 올리기만 하는 거대 체인들이 장애인을 위해 진심 어린 서비스를 한 적이 있습니까? 계속 올라가는 관람료만큼 폭넓은 관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 개선을 요구합니다.

한국 마트 어디를 가나 깐 양파를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깐 양파가 지난 1월 영국에서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국에서는 보통 일반 양파를 사다가 손질해서 먹는데, 독일계 식품 잡화 체인점인 리들이 우리나라처럼 깐 양파를 선보였습니다. 판매 촉진 전략의 일환이었겠지만 영국 사람들은 이를 거대한 흉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엄청난 역효과를 낳은 것이죠. 양파를 포장하는 플라스틱이 화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깐 양파를 판매하기 위해 사용된 플라스틱 포장이 환경을 위협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허프포스트


영국 소비자의 반응을 우리나라 현실과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 안에서조차 양파 손질이 힘든 장애인 등 누군가에겐 필요한 일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세계 최고의 노동 시간과 강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손질된 양파가 꽤 유용하다는 데 대해서 공감하는 의견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해 소량 판매가 점차 일반화하는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영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비닐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어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2010년부터 환경부와 비닐봉지 판매 금지 협약을 맺고 있는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은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량제 봉투와 종이봉투, 박스 등을 매매하거나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비닐을 가져오면 보증금을 되돌려줍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이 많은 실정입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비닐 봉지를 사겠느냐는 취지로 "비닐 봉지에 담아드릴까요?" 하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은 "아니, 그럼 이걸 그냥 들고 가란 소리냐?" 하며 어이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1인당 연간 420장에 달해 총량이 1년에 216억 장 수준이라고 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1인당 연간 4장, 아일랜드가 1인당 연간 20장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이 쓰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니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 기호일보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쪽에서 내놓아야 마땅합니다. 우리나라는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2위로 압도적이지만, 동시에 폐기물 재활용률도 세계 2위로 압도적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요? 생산자들이 과대포장, 과다포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중심지였던 아파트만 봐도 분리수거 자체는 꽤 잘되는 편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분리수거를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일주일에 한 번뿐인 재활용 쓰레기 배출은 세계적인 평균과 비교하자면 상당한 피로감을 야기하고 있었죠.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을 사고 버리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음식물을 담는 데 쓰이는 비닐, 냉장 배송으로 물건을 받을 경우 포장재인 스티로폼과 보냉제, 책 한 권 주문해도 딸려오는 완충제, 비닐, 스티로폼 조각이 잔뜩입니다. 쓰레기가 될 플라스틱들을 보낸 건 생산자들인데 이를 분리하고 버리는 수고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일회용품을 강력히 규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재활용 쓰레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러므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생산자재활용책임제란 정부가 상품 생산자에게 돈을 거둬 재활용업체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수거 후 잔재물 소각 비용을 생활 폐기물 수준으로 낮추는 제도입니다. 이는 생산자가 애초에 생산품 자체를 재활용하기 쉽도록 만드는 일도 포함됩니다. 폐기물 재활용률 세계 1위인 독일에서는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페트병도 몸통부터 뚜껑까지 단일 재질로 만든다고 합니다. 최근 문제가 된 중국의 재활용품 수거 거부도 따지고 보면 이것이 원인이었죠. 중국은 우리나라 재활용 폐기물을 잘 안 받아도 독일 폐기물은 쉽게 받아준다고 하죠.

 

출처 - 경향신문

 

1회용 컵을 줄이기 위해 2002년부터 소비자로부터 50~100원을 받는 보증금제도가 실시되었으나 2008년에 폐지되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점포에서는 비닐봉지를 20~50원에 팔도록 되어 있지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미미한 실정입니다. 2016년 12월 경북 경산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비닐봉투값을 요구하는 편의점 종업원을 살해하는 일도 있이 있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권부터 온갖 적폐의 상징인 박근혜 정권까지 규제완화로 인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는지는 측정조차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환경부는 1회용품 감량과 재활용 촉진 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라졌던 1회용 컵 보증금을 부활시키고 비닐봉지 규제 등을 강화해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환경부는 폐기물을 유발하는 제품 생산자들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경험한 우리 사회는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함은 물론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기업과 유통업체의 전향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 한국환경회의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올해 지구의 날 기념 시민행사는 "미세먼지 없는 서울, 숨 쉬고 싶은 지구"라는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됩니다. 전국환경단체의 연대체인 한국환경회의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48회 지구의 날 행사에서는 환경, 교육, 문화 단체들이 각자의 이슈와 주제로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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