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3일 전국에서 동시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8, 9일로 예정된 사전투표일을 앞두고 어제(7일)부터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블랙아웃에 돌입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로 표심이 좌지우지되는 걸 막고 공약과 유권자의 판단으로 투표하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블랙아웃 직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는 여당 후보들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 14곳은 여당이, 2곳은 야당이, 1곳은 무소속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고, 총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이 11곳, 무소속이 1곳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탄핵까지 이른 박근혜 정권과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무능함에 대한 염증이 심하기 때문이겠지요. 현재 여당의 압도적 우위는 문재인 정권의 후광과 전 정권에 대한 반사이익 등이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때문에 여당과 야당 모두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에 대한 걱정이 여느 때보다 크다고 합니다.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6.13 지방선거가 북미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개최되는데다 이렇다 할 선거 이슈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까지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선거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의 경우 어차피 이길 선거란 생각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어차피 질 선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 하나쯤 투표하지 않는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죠.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진영에, 낮으면 보수진영에 유리하다던 상식이 이번에는 들어맞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그 때문일까요?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당과 야당은 모두 사전투표율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줄곧 50%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3년 처음 사전투표제도를 시행한 이후 투표율과 사전투표율이 계속 상승해왔으니 사전투표율을 높이려는 이유는 분명해보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정 의원 등 여성 의원 5명이 사전투표율이 20%가 넘을 경우 파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달부터 사전투표를 독려해왔는데 아무래도 잘될 것 같은 북미정상회담의 여파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그전에 치르는 사전투표를 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한반도에 찾아드는 평화의 분위기를 반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선거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보는 정당이라니, 자유한국당이 그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명약관화하군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 국면이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등장한 당이 있습니다. 바로 녹색당입니다. 2012년 3월 4일 전국 창당대회를 연 녹색당은 그해 4월 11일 총선을 치렀습니다. 총선 슬로건을 "정당투표는 녹색당"으로 결정하고 3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어 선거에 임했으나 103,842표(0.48%)를 득표해 의석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녹색당은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안운동으로서 녹색정치를 표방하여 농업, 생명권, 비정규노동, 소수자인권 정책은 어느 정당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출처 - 녹색당

 

그렇지만 녹색당은 창당 후 1달여 만에 정당등록을 취소당하고 이름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4.11 총선에서 득표율이 2%에 미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는 한국 정치가 얼마나 기득권 중심의 정치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녹색당 또는 녹색정치조직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 어떤 나라의 녹색당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득표율이 일정비율에 미달한다고 해서 정당등록을 취소하고 정당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악법조항 때문이었습니다.

 

녹색당은 국가폭력에 굴하지 않고 등록취소를 당하고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되는 시련 속에서도 2012년 10월 13일 '녹색당 더하기'라는 당명으로 재창당해 꿋꿋하게 활동해왔습니다. 그 결과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해군기지, 경북 영양댐 등 생명·평화의 가치가 위협받는 현장에 녹색당원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정의가 위협받는 곳에서 어김없이 녹색당이 연대했습니다. 정책정당으로서 탈핵, 탈화석연료, 탈토건을 포함한 녹색전환의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안해왔고, 말 못하는 생명들의 목소리까지도 대변해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은 2012년 4.11 총선이 끝난 직후인 5월, 정당법 제41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다른 정당은 당명을 너무나 쉽게 버리지만, 녹색당은 전 세계 녹색당과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2013년 1월부터 당명 찾기 릴레이 1인 시위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정당에 유리한 기호부여제도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6.4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룸에 따라 녹색당은 동일한 당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당법 제41조 제4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후보자들이 녹색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고, 투표용지에도 ‘녹색당’이라는 이름이 찍히게 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습니다. 

 

출처 - 녹색당

 

그 결과 2014년 1월 28일 녹색당은 정당법 제41조 제4항과 제44조 제1항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승소했습니다. 이에 녹색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의 이름을 수시로 바꾸는 기존 정당들과는 달리, 녹색당은 이름을 바꿀 수 없는 정당이다. 녹색당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명, 평화, 사회정의, 인권, 풀뿌리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가치를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활동을 해 온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녹색당’이라는 이름 속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녹색당(Green Party)들이 이 명칭을 공유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논평했습니다.

 

녹색당이 당명을 되찾기까지의 경과

 

– 2011년 10월 30일 녹색당 창당 발기인대회
– 2012년 3월 4일 녹색당 창당
– 2012년 4월 11일 총선에서 0.48%, 103,811표 득표
– 2012년 4월 12일 중앙선관위, 녹색당 정당등록 취소. 정당법 제41조 제4항에 의해 4년간 동일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
– 2012년 5월 3일 행정소송(정당등록취소처분 취소소송)과 헌법소원(명칭사용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 2012년 10월 13일 녹색당 재창당. 중앙선관위에는 ‘녹색당 더하기’라는 명칭으로 정당등록
– 2012년 10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은 정당등록취소의 근거조항인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 2013년 1월 7일 녹색당,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 시작
– 2013년 11월 11일 지방선거이전에 선고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제기
– 2014년 1월 28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선고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은 다양성이 배제된 양당 중심의 정치 환경에 맞서 정당법 개정을 주도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탈핵에너지전환 기본법안 마련, 전국 방사능안전급식 조례제정운동조직, 공장식 축산 헌법소원진행, 미세먼지를 정치의제로 만들며 대응했습니다. 여성당원이 50%가 넘는 유일한 정당으로 성평등을 실천하고, 전면추첨제로 대의원을 선출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신지예 선거캠프

출처 - 녹색당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가 연일 화제입니다. 사법부 권력을 비판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박훈 변호사가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벽보 이미지를 공유하며 지난 4일 페이스북에 "1920년대 이른바 계몽주의 모더니즘 여성 삘이 나는 아주 더러운 사진을 본다. 개시건방진”이라며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다. 그만하자. 니들하고는"이라고 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서울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의 신지예 후보 선거 벽보가 사라지거나 눈 부분이 파이는 등 훼손된 채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젊은 여성 정치인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실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녹색당 신지예의 정책이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벽보 훼손 사건만 부각되는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아울러 나이가 어리다거나, 여성이라거나,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다는 사실만 강조되고, 이런 조건을 갖춘 후보를 혐오하는 분위기에서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촛불시민의 힘으로 국가를 바꿨습니다. 정치가 바뀌면 전쟁의 위기를 넘어 평화의 봄이 찾아올 수 있음을 온 국민과 세계인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직장에서 재벌 갑질에 휘둘립니다.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은 폭력 이후 침묵을 강요합니다.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조차 안전하지 않습니다. 여성, 성소수자, 저소득 주민, 동물들이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바꿔야 합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렇기에 지방선거는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결과라는 면에서 대선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단적인 예로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재외 국민 투표를 하지 않습니다. 반면 현재 거주지에 등록된 외국인은 투표를 할 수 있죠. 왜냐하면 지방선거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지역을 더 좋게 만들 사람을 직접 뽑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현재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면 투표를 할 수 없고, 외국인이더라도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투표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자신의 삶의 질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을 오롯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뽑는 선거가 바로 지방선거인 셈입니다.

 

출처 - 뉴스1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사전투표를 한다고 하죠. 이번 6.13 지방선거는 본 투표일이 6월 1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사전투표는 오늘(6월 8일)과 내일(6월 9일) 각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각자 자신이 투표할 수 있는 투표소 혹은 사전 투표소를 미리미리 찾아두시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살아갈 지역을 이롭게 할 현명한 선택으로 소중한 한 표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6월 8일~9일 사전 투표소 찾기 : http://info.nec.go.kr/bizcommon/popup/popup_search_prevoteForm.xhtml?electionId=0020180613


2018년 6월 13일 전국 동시 지방 선거 내 투표소 찾기 : https://si.nec.go.kr/necsps/sps.SpsSrchVoterPolls.nec

 

지난 5월 28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중 유일하게 공소시효가 남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 3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씨는 언론계를 포함한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여 차례 이상 술접대와 성상납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고 합니다. 유서에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소속과 직함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이 의혹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던 바 있습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10명 모두 말입니다. 장자연 씨와 유족의 억울함만을 남기고 그 사건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묻히고 말았죠.


출처 - KBS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 덕분에 사정이 반전됐습니다. 2018년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만에 청와대 답변 커트라인인 20만 명을 넘겼습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2월 6일 1차 사전조사 사건 발표 당시 제외했던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2차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에는 이런 국민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장자연 리스트 재조사에 앞서 《한겨레21》이 2009년 당시 검찰과 경찰이 진행했던 수사기록을 입수해 검토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검경이 당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모 씨가 2008년 10월 28일 장자연 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꽤 면밀히 조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날은 장자연 씨가 어머니의 기일인데도 이런 자리에 나가야 하느냐며 슬퍼했다던 바로 그날이죠. 장자연 문건에서 접대를 했다고 밝힌 인물은 모두 5명인데 2009년 8월 19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모 씨만 쏙 빠졌습니다. 이러니 국민들 사이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지지 않겠습니까?


출처 - KBS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장자연 씨의 기획사 대표이자 성접대를 강요한 김모 대표에 대한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김 씨가 고 장자연 씨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인 방모 씨가 참석한 술자리에 대해 입단속을 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것이죠. 장자연 씨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 등을 상대로 한 접대 자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라는 문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그 주인공인 방모 씨는 술자리에 잠깐 들렀다 일찍 나왔다는 말로 발뺌했습니다.


출처 - KBS


하지만 검찰은 기획사 사장인 김 씨만 추궁했을 뿐 거듭된 거짓말에도 당사자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 방모 씨는 추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피의자 14명에 대한 성매매 혐의 등에 모조리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접대를 강요한 김 대표에 대해서도 피해자 장자연 씨가 작성한 문서에 술접대 강요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의미가 명확지 않다, 문서에 구체적 기재가 없이 잠자리 강요를 받았다는 내용만으로 성매매 단정을 할 수 없다며 모조리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지만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처분이었습니다.


출처 – KBS


재수사를 한다니 다행이지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건 강제추행 부분뿐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사 사주 아들이 얽혀 있어 검찰과 경찰에서 봐주기가 있었다면, 혹은 당시 정권과의 뒷거래가 있었다면 그 관련자를 색출해 처벌함이 마땅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고 장자연 씨의 억울함을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풀고, 일상에서 성적인 억압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노동절로 시작된 5월이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고달팠습니다.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이라 하면 지금까지 기본급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에 직무수당이라는 최저한의 기본급을 최저임금이라고 불렀습니다. 상여금이나 복지후생비, 중소기업들의 숙식비 등은 따로 쳤습니다.


출처 – SBS


그런데 지난 5월 개정안으로 최저임금이 기본급에다 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부분까지도 다 최저임금으로 받은 걸로 간주하게 되었죠. 복지후생비 중에서 해당연도 최저임금의 7% 초과 부분까지도 다 최저임금으로 합쳐서 의제하겠다고 말입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더니 상여금, 복지후생비 등 다른 개념까지 합해서 기본급으로 퉁치겠다니 노동자 입장에선 화가 날만 합니다. 이번 개정안대로 최저임금 계산법이 바뀌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이 떨어지는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이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서 잘됐네 못됐네 하는 세간의 평이 분분합니다.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상여금,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게 상식이라거나 직종 관계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거나 하는 식의 해외 사례를 '글로벌 스탠더드'인 양 주장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나라마다 형편이나 제도, 관행이 다른데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소개되는 주장들을 보면 보통 재계의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꼴에 가깝습니다.


출처 – SBS


이 때문에 녹색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노동계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나 할 만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개악을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며 비판 여론 진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기본급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정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기본급이 적지만 상여금을 많이 받는 고임금 노동자까지도 최저임금 혜택을 받아 기업에 부담이고 저임금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벌리는 문제가 일어난다는 거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동위원장이 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할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상여금 한 푼 없고 복리후생비가 존재하지 않는 편의점 알바처럼 젊은이들에게 가장 흔한 직종의 경우, 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달라지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노동자들 입장에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신들의 삶을 좌우할 문제인 최저임금 개정 과정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었기 때문이죠. 더구나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저임금 노동자와 차상위 노동자의 소득을 싸잡아 끌어내려놓고 격차가 줄었다고 얘기하면 대체 누가 이 법안을 곧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녹색당, 정의당을 비롯한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아니라 국회에 최고임금 상한제를 요구하며, 민주노총의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하려면 국회는 최고임금 상한제부터 만들어라]라는 논평에서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그동안 최소한의 생활조건을 반영하지 못했고, 지난 대선 때 대다수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에 동의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기본급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집어넣어 그 합의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무능력한 국회, 방탄국회라 불리는 국회가 왜 이 문제를 유독 관철시키려 할까? 이명박, 박근혜, 재벌과 기업의 편에 섰고, 지금 감옥에 있다. 이참에 국회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아니라 국회에 최고임금 상한제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녹색당

 

한국노총,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항의하는 의미에서입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으로 통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는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도 큰일이지만, 국가가 소시민들의 노동으로 영위한 경제활동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가 잊지 말기 바랍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은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인 양 나라가 거꾸로 돌아갔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까지 마수를 뻗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자 의혹을 극구 부인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현재 드러나고 있는 양상을 보면 혹시나가 역시나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억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요, 판사들이 이와 같은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던 시점에 대법원 컴퓨터에서 2만 개가 넘는 파일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파일 중에는 진보적 판사들의 모임과 관련된 것들도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대법원 차원에서 증거 인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대법원 특별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법원행정처의 김 전 심의관이 판사들의 인사 이동이 예정됐던 날 새벽 2시간 동안 2만 5000여 개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전 심의관도 삭제 후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파일 중에는 당시 논란이 뜨거웠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된 파일도 포함됐습니다. 이 시기는 판사들이 행정처의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주장하던 시기라 더욱 큰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파일 삭제 나흘 전에는 인권법 연구회 관련 업무를 맡은 심의관이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할 정도였으니 의도적으로 파일을 삭제했을 것이라는 심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판사들은 파일 삭제가 증거 인멸이나 공용 서류 무효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 고발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서민들에게 크게 와닿을 문제는 KTX 해고승무원 관련 재판을 미끼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법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일 겁니다. 지난 25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잘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2월 KTX 승무원 관련 재판 등을 미끼로 청와대와 거래를 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당시 대법원은 KTX승무원의 실제 사용자는 코레일이라는 1, 2심 판결을 갑자기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1, 2심 승소로 코레일로부터 미지급된 임금과 소송비용 등을 받았던 승무원들은 이 대법원 판결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회사로 돌려줘야 했습니다. 한 해고 승무원은 이 대법원 판결이 너무 억울한 나머지 한 달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습니다. 만약 당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뒷거래를 한 끝에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라면 사법 살인이라 할 수 있는 크나큰 사태입니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양승태를 구속하고 엉터리 판결로 고통을 가중시킨 당시 정부와 철도공사의 사과 그리고 복직을 요구했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김명수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재판 개입과 판사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간부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장을 맡았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국회에 나가 범죄 혐의가 뚜렷한 사안은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이와 관련된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7건이나 접수되어 있어 검찰은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조단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이 사태에 관련됐던 박근혜 정부 당시 대법원 판사들이 피고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출처 - 천지일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원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즐비한 마당에 사법정의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은 제눈의 들보부터 처리해야하지 않을까요? 신속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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