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학교를 다녀온 내용을 바탕으로 2회에 걸쳐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전 기사 1, 2) 오늘은 농촌마을에 인문학 공부 열풍을 몰고온 밝맑도서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에 자리 잡은 농촌에 곧 있으면 도서관이 개관됩니다. '홍동밝맑도서관'이 바로 그곳인데요, 시골이라고 생각하는 농촌 지역에 도서관이 생긴다는 건 정말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연 이 도서관은 어떻게 생겨났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밝맑도서관의 시작

밝맑도서관이 생긴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홍동 지역에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풀무학교가 설립되어 많은 젊은 학생이 홍동에 뿌리를 내리는 사이 홍동마을은 유치원부터 대학교육까지 아우를 수 있는 특이한 시골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에선 국제농업회의가 열리고, 국내외 유명 환경 생태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 연구를 활발히 시도하고, 새로운 유기 농업기술을 소개하고 실천하는, 그야말로 '작지만 큰 마을'이 되었습니다.

밝맑도서관 입구에 붙은 입춘첩


밝고 활기찬 홍동지역이지만 청소년과 주민 모두에게 교육 시설과 문화 시설이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도서관을 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이라고 하면, 베스트셀러 위주의 서가와 열람실, 그리고 연속간행물을 늘어놓은 공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홍동 사람들은 도서관의 개념을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은 지역 특성인 생태농업 정보의 저장고이자 주민의 평생교육 기관이고, 지역 안에서 만남의 장소미취학 어린이들이 책을 쉽게 접하는 곳일 뿐 아니라 지역 역사의 기록을 보존하는 정보센터로서 향토사의 규장각인 셈입니다. 홍동밝맑도서관은 이런 다양한 지역주민의 바람을 하나로 모아 지은 자치적인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밝맑도서관은 풀무학교 설립자 중 한 분이신 '밝맑 이찬갑 선생님'과 연관이 있습니다. 풀무학교에서는 해마다 이찬갑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해 문집을 내고 추모 예배도 드리지만, 그분을 기념하는 사업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이찬갑 선생님의 자제인 이기문 교수와 이기백 교수가 풀무학교에 장서 기증의사를 밝히고 상당한 양의 국어학 책과 인문학 책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찬갑 선생님이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한글을 지키려고 애써 모았던 책도 기증할 의사를 밝혀 밝맑도서관 설립 추진에 더 큰 힘이 실렸다고 하는군요.

도서관 개관 진행상황을 설명 중인 홍동 지역주민 최문철 씨

각처에서 기증한 도서가 한데 모여 분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풀무학교 개교 50주년을 맞이한 2008년에 기념사업추진회를 꾸려 크게 두 가지 기념사업을 벌였는데요, <풀무교육 50년사> 편집과 홍동밝맑도서관 건립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밝맑도서관의 현황과 전망

2008년에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밝맑도서관 신축사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도서관을 지을 건축 부지를 학교에서 사들였고, 풀무교육 5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바자를 열어 모금활동을 벌였으며, 충남도청으로부터 〈사단법인 홍동 밝맑도서관〉인가 또한 받았습니다. 그리고 추진위원회는 몇 번의 회의를 거쳐서 아래와 같이 밝맑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 지역의 정신적 바탕이 되는 기독교, 국학, 교육학 기념 아카이브
◎ 지역 역사자료와 지역 관련 정보 수집
◎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어주어 꿈과 의미, 창의력을 높이는 두밀리 어린이방 조성
◎ 지역 유기농업 발전을 위한 도서 수집 및 활용
◎ 농민 글쓰기, 전통농촌문화를 재창조하는 문화사업과 공연 공간 조성
◎ 각종 세미나와 강좌, 독서회, 토론 연구 발표로 평생학습장으로서의 역할
◎ 지역출판사와 연계해 도서, 잡지 간행
◎ 갤리거 곤충의 집(곤충관)과 휴게실, 선물가게 운영
◎ 작은 숙소와 식당, 전시 공간과 이동식 박물관 조성
◎  아카이브, 역사정보, 두밀리방, 농촌문화 등 분야별로 위원회 조직 자율운영
◎ 도서자료의 인터넷 열람
◎ 도서관 주변이 지역의 중심적 문화공간이 되게 함

마지막으로 언급한 "도서관 주변이 지역의 중심적 문화공간이 되게 한다"는 취지를 따라 밝맑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홍성여성농업인센터, 홍동보건소, 갓골어린이집, 풀무학교생협, 반짇고리공방, 뜸방, 재생비누공장, 느티나무헌책방, 그물코출판사, 갓골농업연구소, 갓골목공실 등이 한데 어울려 그야말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문화를 창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밝맑도서관은 홍동 지역이 도서관 마을로 거듭나는 데 중앙도서관으로서 그 기능을 맡을 예정입니다. 아카이브 조성 계획을 보면 지역 전체에 전문도서관을 분산시켜 지역 전체를 도서관 마을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생길 작은 도서관은 컨테이너 조립식 건축물로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되, 안팎을 창의적으로 꾸며 특색 있는 도서관으로 꾸밀 계획이랍니다.

밝맑도서관은 중앙도서관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함과 동시에 지역주민에게 각종 전시, 공연을 제공하고 영화를 상영하는 등 다양한 문화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수집한 지역 자료는 책과 잡지를 간행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며 도서관 내에서는 다양한 체험 강의와 평생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찾아가는 서비스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밝맑 움직이는 도서관' 차량을 운행하여 마을의 모든 사람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는군요.

<홍동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과 관련된 모임들>

풀무고등학교 고전문학반

- 1963년 풀무학교 무교회 일요집회를 마친 뒤 홍순명 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선생님과 홍성고, 풀무고 남학생들이 모여 고전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영문요한복음을 읽은 뒤 고전을 읽었는데, 단테의 <신곡>뿐 아니라 밀턴, 어거스틴, 세익스피어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모임은 3~4년 이어지다가 잠시 중단, 1990년대에 다시 시작되었다. 이때 단테의 작품이 문학, 철학, 사상 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단테의 <신곡>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 목요독서모임

- 1980년대 후반부터 풀무학교 여선생님들과 지역 여성들이 모여 성서잡지(현 성서신애)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으로 시작했다. 잡지를 읽는 동시에 무교회 신앙을 이해하기 위해 함석헌, 김교신 전집 등을 읽고 공부한다. 지난해에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읽었고, 올해는 《토지》를 읽기 시작해 10권을 향해 가고 있다.


풀무고등학교 공감

- 2007년 '문소망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학생 이름을 앞에 걸고 풀무학교 학생들이 모여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같은 책을 읽고 모여 생각을 나눈다. 함께 책을 읽어나가고, 느낌을 나누며 친밀감을 쌓고, 책과 가까워지자는 생각으로 모임을 연다. 책을 함께 읽고 공감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 '공감'이다.


책 읽어주는 아마

- 2010년 봄부터 시작한 홍동 초등학교 학부모회 '책 읽어주는 아마'모임은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임이다.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아마(아빠+엄마)'로 활동하는데, 이들은 매주 1회 아침 8시 45분부터 20분간 그림책, 옛날 이야기책, 창작 동화책 등 다양한 어린이책을 1~6학년 아이들에게 매주 한두 권씩 들려주고 있다. 책읽기가 끝난 뒤 도서실에 모여 각자 소감을 나누며 다음 시간을 준비한다.

언뜻 보면 밝맑도서관은 농촌지역에 생기는 하나의 작은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서관 하나 생기는 게 뭐 그리 대단하고 중요한 일이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밝맑도서관이 의미 있는 점은 서울을 비롯한 큰 도시에 있는 도서관들보다 더 크고 멋진 꿈을 현실로 이뤄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홍동의 역사에서 1958년 학교 개교가 제1의 물결이라면, 1975년 이후 유기농업이 지역에 퍼진 일이 제2의 물결이고, 풀무 개교 50주년을 맞아 2007년부터 논의되어 2010년 제대로 활동이 시작될 홍동밝맑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이 총제적인 평생학습공동체로 들어서는 것이 제3의 물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동밝맑도서관 바탕과 전망> 중에서, 홍동밝맑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 대표 홍순명

도서관의 전망을 내다본 글에서 드러나듯이 밝맑도서관은 마을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연구하고, 공동체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인문학을 습득하는 농부를 양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 스스로 마을공통체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풍요로운 공동체문화를 기르는 데 앞으로 밝맑도서관의 역할이 큰 힘이 되리라고 봅니다.
 
생각비행은 농촌이라는 흔히 생각하기에 문화적인 혜택을 덜 받는 곳이라고 여기는 곳에, 어느 지역보다 훌륭한 문화적인 혜택을 지역주민에게 전하는 도서관을 기획하고 주민의 힘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더 생생히 보기 원하시는 분은 한번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갓골목공실을 소개합니다

생각비행은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를 출간하고 자체 기념 행사로 충남 홍동마을에 있는 풀무학교를 가족 같은 독자분 몇 분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녀와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풀무학교와 홍동마을의 명물 몇 곳을 전반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세세한 소개를 하겠다고 약속한 뒤로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그때 전하지 못한 모습을 앞으로 연재하겠습니다. 예전 기사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세요.

자연과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사람을 키우는 곳. 풀무학교

최근 농촌으로 귀농을 꿈꾸는 분이 많은데 농촌이라고 농사만 지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특기를 살려서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생각비행이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지역 명물은 ‘갓골목공실’입니다. 농촌에 있는 소박한 목공실이 지역사회, 그리고 지역민과 어떻게 소통하며 아름다운 꿈을 이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갓골목공실은 충청남도 홍성군 홍도면 운월리 790번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풀무학교전공부가 예전에 목공실 및 도예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고쳐서 열었다고 하는데요, 갓골목공실은 어른과 아이들의 즐거운 창작 놀이공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전통 공방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모여서 즐거운 만들기 놀이를 할 수 있고, 차 한 잔 마시며 마을 공동체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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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목공실 전경


갓골목공실의 주인장과 나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귀농을 꿈꾸시는 분이나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일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 사회적기업을 창업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마음 깊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참 많습니다.

마을에 보탬이 되는 목공실을 만들다

생각비행: 갓골목공실에 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갓골목공실: 제가 이곳에 내려온 지 8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풀무학교에 미술을 가르치고 있지요. 강사로요. 전에는 농업교육관에서 약간 일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이 맞지 않아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때 뭔가 다른 일을 해보자 하고 시작한 일이 목공일이었어요. 예전에 목공을 배운 적이 있거든요. 이곳 학교 선생님들도 목공실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사실 전 다른 곳으로 가려 했는데, 이곳에서 공간도 빌려주고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목공소를 차리게 됐지요. 그게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여러 선생님의 의도는 ‘목공일로 먹고 살아라’가 아니라, 자리를 빌려주되 ‘이 마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마음이셨겠지요. 저 또한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마을을 돕고 싶은 마음 마음이 있었습니다. 목공실을 열 공간은 학교에서 빌려주고, 저는 기계와 목공 도구를 사는데 1500만 원을 들였습니다. 네 분 선생님이 각자 100만 원씩 출자를 해서 도와주셨는데, 사실 그분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어요.

지역에 목공소가 필요하다는 건 일본의 사례를 보고 배웠어요. 목공일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고, 지역민의 물건이 망가졌을 때 수리를 해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곳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지역이어서 원목으로 하는 일이 많았어요. 뭐, 처음에는 막연하게 일했죠.

풀무학교에는 원래 건축 선생님이 계셨어요. 지금 이 장소도 원래는 건축 교육을 하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건축 교육이 잘 맞지 않다보니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죠. 처음에저는 목공실을 공방식으로 하려다가 ‘갓골’이라는 이름을 넣고 친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3년이 흘렀어요. 당시 선생님들은 3년만 넘기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2010년 11월이었어요. 정말로 지금은 목공일로 먹고살고 있고, 그 사이에 제자도 많이 생겼습니다. 처음에 제게 배웠던 친구들이 이젠 이곳에서 함께 가르치기도 하지요. 목공일이 점차 잘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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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목공실 내부 모습. 연장과 기자재가 잘 정돈되어 있다. 연장은 지역민에게 대여하기도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풀무학교전공부 학생들이 지역에 남을 때, 그 친구들과 기술을 같이 공유하고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여기 홍동마을에 ‘꿈이자라는뜰’이라고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꾸어가는 배움터이자 일터가 있는데요, 장애아동에겐 기술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줍니다. 그런 협력 방식이 아니라 만일 외부에서 돈만 대는 사람들과 연계해서 일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의미를 지닌 일이라도 결국 돈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불편해집니다. 목공실 일과 연결해서 정리하자면, 풀무학교 학생이 지역에 남아 농사를 지을 때 그 친구들이 일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서로 연계해서 일한다면 잘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나중에 목공소가 안정되면 저 또한 농사를 지을 작정입니다.

생각비행: 그렇다면 지금은 농사는 하지 않고 전적으로 목공일만 하고 계신지요?

갓골목공실 : 집 앞에 텃밭이나 가꾸는 정돕니다. 그러니 전적으로 목공일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런데 이곳에 정착하는 학생은 대부분 나중에 농사만 하니까, 그걸로는 먹고살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목공일을 병행하면서 함께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목공실을 시작했어요. 예상대로 실제로 지금은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가서 대안학교 아이들이 방학 때 목공 수업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주 인상적이었죠. 그걸 보고 돌아와서 첫해부터 목공 수업을 열었어요. 벌써 3년째죠. 지금은 아이들이 목공실에 와서 알아서 도구를 다루곤 합니다.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은 풀무학교를 졸업하면 이곳으로 돌아와 목공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하려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이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목공 교육은 방과 후 프로그램인데, 그분들이 비용을 대주시거든요. 선생님들이 대부분 귀농하셨거나 지역에 애착을 품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갓골목공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가 이곳에 7~8년 지내는 동안 지역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께 인정을 받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비행: 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마을 어른들이 지켜보신다는 말씀인가요?

갓골목공실 : 그렇습니다. 목공일을 하기 전까지 거의 6년 정도 지역에서 일하다 보니 인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목공일은 장기적으로는 원주민이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것도 현재 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와서 배우는 분들이 늘고 있거든요. 어르신들도 계시고요. 최근에는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할아버지도 한 분 나오셔서 목공을 배우고 계십니다.

생각비행: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저희도 배우러 오겠습니다.

갓골목공실: 저는 지역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에게 목공일을 가르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번에 풀무고등학교 인테리어를 네 명이서 같이 하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아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이가 아니어서 학교는 우리에게 뭔가 요구하기 편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편하게 일하거든요. 지역에 이런 큰일이 있을 때마다 저한테 배웠던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일합니다. 특히 겨울에 농사를 짓지 않을 때 함께 모여 일하지요.

지역 주민: 이분이 동네 집수리 다 하고 있어요. (웃음)

갓골목공소: 우리 목공실을 사회적기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쨌든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여기 배우러 오시는 분들 가운데 돈이 없는 분에겐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드립니다. 돈을 목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도 즐거운 방향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또한 저는 이 일의 규모를 키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공장처럼 되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지요. 소박하게 소규모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작게 즐겁게 말이죠. 거기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재미있게 운영하고 싶어요.

목공실이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띤 이유

생각비행: 목공실을 운영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요?

갓골목공실: 그전에는 대안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했어요. 제가 가르치던 대안학교가 폐교가 되면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농민교육을 담당하는 사무를 봤어요. 풀무학교에서 미술교육도 병행했고요. 그렇게 지내는 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지역 주민: 시골에서는 결혼하고 애도 낳고 해야 이 사람이 정말로 여기에 정착하겠구나 하고 생각해요.

갓골목송실: 이런저런 일로 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떠나려는 찰나에 목공실을 열게 되었어요. 아내는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열심히 해보라고 밀어줬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걸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비행: 행복하게 사시니까 외부인인 저희 눈에도 행복하게 보이는 거겠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갓골목공실: 빚을 지지 않고 사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있는 돈 다 까먹을 작정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일거리도 웬만큼 있고 해서 좋아요. 어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데, 미용사분이 ‘머리에서 나무 냄새가 나는데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묻더라고요. 마침 향나무를 이용해서 작업하던 날이었어요. 왜 물어보나 했더니 미용사분이 마침 책꽂이가 하나 필요하다시며 한번 찾아오겠다고 하시더군요.

지역 주민: 그건 향나무 때문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웃음) 나는 계속 불을 때다보니까 사람들이 훈제 바비큐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요? (웃음) 그나저나 우리는 ‘사우스 마운틴’에 이은 ‘오서 마운틴’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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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공간은 아이들에겐 배움터가 된다.


갓골목공실: 작년에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이라는 책을 같이 봤어요. 그 책을 보고 느낀 점이 참 많았죠. 우리 목공실이 사우스 마운틴처럼 되길 바라요. 즐겁게 하면 좋겠어요.

지역 주민: 그 책을 보면서 사우스 마운틴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기업이 마을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마을이 필요한 만큼 목공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요. 요즘 세상에 사회적기업은 수익을 환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사우스 마운틴이라는 회사에서 그건 옵션일 뿐이에요. 기업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지역공동체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기업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이유로 우리는 작년 여름에 오서 마운틴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했어요. 근처에 오서산이 있어서 우리 활동을 오서 마운틴이라고 이름 지었지요. 올 겨울에 일을 또 시작하려고 합니다.

갓골목공실: 대개 학교에서 보수공사를 하면 업자가 붙습니다. 여기 학교는 돈이 없으니, 업자와 우리가 함께 일했어요. 보통 업자들은 3~4단계로 하청을 줍니다. 그만큼 단계를 내려가다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되도록이면 풀무학교에선 외부 업자에게 공사를 맡기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우리가 일하게 되었고, 정말로 성심성의껏 했어요. 나중에는 학생들도 학교를 보수하는 데 동참했습니다. 풀무학교를 처음 지을 때는 학생들이 건물을 지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먼 곳까지는 일하러 가지 않습니다. 주로 인근 동네에 있는 작업을 합니다. 해가 바뀌면 보수공사가 필요한 일도 있기 마련이어서 작업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니 지역사회에 목공실이 하나씩 있으면 편하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일부러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잘되니까요.

물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선생님들이 희생양이 되셨어요. 실력이 없는데도 자주 불러주셨거든요. 지금이야 저도 많이 성장했으니 더 잘해드리죠. 그때 그분들이 바라시던 게 하나 형성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 옆에 있는 이분이 참여하는 꿈이자라는뜰도 잘 운영되고 있어요. 이처럼 풀무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대부분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모임에서 만든 기술과 지식은 그대로 지역에 환원되고 있습니다.

희망의 씨앗이 된 마을 목공실

생각비행: 아까 꿈이자라는뜰은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꾸어가는 배움터이자 일터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이 목공일을 배우러 오기도 하는지요?

갓골목공실: 아이들은 목공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뭔가 만들면서 배웁니다. 아이들 수업료는 학교에서 나오고요. 아이들은 금요일마다 옵니다.

지역 주민: 학기 중에는 중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로 편성되어 옵니다. 또 방학 때는 기초반, 심화반으로 나누어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합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갓골목공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즐거워해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 학생들이 처음에는 조그만 것들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의자, 책상, 책장 같은 큰 물품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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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책장, 서랍 등 다양한 제품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


갓골목공실: 아이들 기술이 상당합니다. 일본에서 아이들 몇 명이서 테이블을 만드는 모습을 봤는데, 여기 아이들은 혼자서 테이블을 거뜬히 만들어냅니다. 처음 목공실을 시작할 때 생각한 일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요.

지역 주민: 목공실 선생님이 목숨 걸고 일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실제로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나오시니까요.

갓골목공실: 제가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버는 건 아닙니다. 그저 즐거워서 그렇게 하는 겁니다.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했더니 애기 엄마가 ‘목숨 걸고 직장 안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설렁설렁 다녀서 가족 먹여 살릴 수 있겠느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더군요. (웃음)

어쨌든 시작은 그렇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만의 즐거움을 찾았고, 더불어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목공실이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을 거예요. 예전에 학교에서 1500만 원 상당의 연장을 사놓았는데, 그것이 어느새 다 없어져버렸거든요. 그런데 제가 목공실을 하면서 연장이 하나하나 관리가 되다보니 학교와 동네 주민까지도 빌려다 씁니다. 이젠 웬만한 연장은 2세트씩 구비해놓습니다.

지역 주민: 마을 카페 공사도 갓골목공실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갓골목공실: 우리가 주로 일을 맡고 근처 목공소 분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공사가 이상하게 되고 있지요. (웃음) 처음 설계와 다르게 진행되지만 이것도 의미 있습니다. 귀농하신 분 가운데 벽돌을 쌓는 일을 하신 분이 계세요. 그분이 벽돌을 쌓으시고, 중간 중간 많은 분이 도와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각자 10만 원씩 출자도 했습니다. 처음에 300만 원을 모아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떤 사람이 여기서 술집을 하면 잘될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 한 명이 운영하는 것보다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함여하고 함께 운영하는 곳,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뜻을 모아 마을 사람들이 몇 번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일인데 만일 돈이 모이면 환원을 하려 합니다. 출자를 했던 분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하면 운영이 투명해집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이곳이 조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나타내려 합니다.

생각비행: 듣고 보니 국내 최초 조합형태의 치킨집이 될 것 같은데요? 둘러보니 진짜 이곳 외에는 먹을 곳이 없겠더라고요. 그럼 요리는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주민이 돌아가면서 하는 방식인가요?

갓골목공실: 한 분이 하겠다고 나섰어요. 요리를 연구하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요즘 사람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그분의 요리를 테스트하고 있는 중입니다. (웃음)

생각비행: 더디지만 정확하게 하고 계신 듯합니다.

갓골목공실: 뭐, 아주 정확하고 멋있게 나오진 않겠지만, 진행되는 모습만 봐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잘되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은 지역에 환원되겠지요.

생각비행: 맥주 제조 회사를 만들어도 되겠는데요? (웃음) 지역에서 특산품을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갓골목공실: 뭐든지 가능합니다. 이 지역에 귀농한 분들의 예전 직업이 무척 다양합니다. 방송계에서 일하시던 분, 선생님, 바리스타… 정말로 다양하거든요. 예전에 주말 카페를 연 적도 있습니다. 인적 인프라가 워낙 좋아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카페를 완공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뭐라도 하자고 하겠죠.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이야기하는 곳으로 카페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 같습니다. 카페뿐 아니라 이곳에서 도서관도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기금을 조금씩 모아서 만들고 있지요.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생각비행: 기금 마련부터 시작해서, 일을 벌이고 이익이 나면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보입니다.

갓골목공실: 이 지역에서 벌이는 일이라는 게 사람들마다 개별적으로 운영하니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아마도 그 기본적인 개념은 비슷할 겁니다. 여기 들어오면서 풀무학교와 관련이 있거나 혹은 귀농을 하려고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귀농한 사람들은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환경을 생각하되 혼자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면 함께한다는 생각을 다 갖고 있습니다. 돈 문제는 일단 배제되기 때문에 주요한 이슈는 아이들 교육 문제죠. 따라서 연합체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알게 모르게 선생님들이 참여를 많이 하십니다. 풀무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선생님들께 묻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앞서 귀농을 하신 분들이시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십니다. 농사를 지을 땅을 얻을 때도 도와주시고 하면서 유기적으로 잘 교류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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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일을 하면서 나오는 자투리도 별도로 보관한다.



물론 귀농한 사람들이라고 모두 편안하게 사는 건 아닙니다.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때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십니다. 사실 농촌에 계신 분들의 삶을 보면 돈을 아주 적게 쓰십니다. 농촌에 계신 할아버지들이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정도면 당신들은 나물만 뜯고 계신 거예요. 다들 그렇게 사셨어요. 그러니 도시에서 살던 사람은 귀농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내려와야 하는데 무턱대고 내려오니 힘든 겁니다. 앞으로는 각자 희망과 현실을 조절하는 게 능력이 될 겁니다. 의지만 있다면 앞서 귀농한 선배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간혹 농촌 생활을 못 견디고 올라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생각비행: 이곳은 정착 성공률이 몇 퍼센트 정도 되는지요?

지역 주민: 약 70퍼센트 정도 됩니다.

갓골목공실: 실패하고 올라가는 분들도 대개 2~3년은 정착했다가 올라갑니다. 또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분도 계시고요.

생각비행: 다양한 배경이 있는 분들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결국 공동체를 중심으로 움직일 텐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목공일을 배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 공동체 전체로 볼 때 인력이 편중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갓골목공소: 마을공동체라고 해서 누군가 그런 역할을 하라고 조종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제가 이곳에서 목공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차릴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만일 한다면 뭔가 다른 것으로 들어오겠죠. 실제로 그렇게 이곳에 들어온 분이 계십니다. 목공실을 조금 옆에다 차리셨거든요. 그분은 마을과 상관없이 개인 작업을 하시는 분입니다. 이렇듯 비슷한 업종의 일이라도 약간씩 세분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을에서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각자 알아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방식이지요.

생각비행: 그런 자연스러움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서울 같은 도시의 경우 남의 몫을 더 뺏어오지 못해서 안달이거든요.

갓골목공소: 아마도 풀무학교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풀무학교를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풀무학교와 관련되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마을 전체를 풀무학교 공동체라고 이야기하긴 뭣 하지만, 어쨌든 풀무학교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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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농촌의 목공실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 이곳의 일들은 큰돈이 될 게 없으니 달려들지 않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사심 없이 그냥 합니다. 만일 이곳에서 목수일을 해서 큰돈을 벌수 있다면 너도나도 달려들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목수일을 한다 해서 큰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아껴 쓰며 살아야 하거든요. 그렇더라도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면 생계유지는 할 수 있어요. 이처럼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게 바로 농촌의 넉넉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비행: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실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이군요.

갓골목공실: 그렇습니다. 이곳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요. 제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여기서 뭘 해서 먹고사느냐고 하지만, 마을공동체 안에선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지역 주민: 아르바이트나 일거리를 부탁할 때, 서울이라면 가격 흥정을 하고 가부를 정하겠지요. 그런데 여기는 워낙 일꾼이 없으니 실력이 없어도 쓰고, 부를 때도 가격을 정하지 않는 게 다반사예요. 약속도 안 했지만 지나고 보면 통장에 돈이 들어와 있지요.

갓골목공실: 농사하는 분들은 워낙 품앗이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부르면 바로 달려가고 부른 사람은 알아서 보답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주고받지요. 얼마전에 어떤 선생님 한 분이 가야금이 망가졌다며 목공소로 가져오신 일이 있어요. 아주 간단한 일이어서 돈을 받지 않고 고쳐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나물을 가져다주시더군요. 저는 되레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사소한 보답이 돈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목공소에서 연장을 빌려가는 일도 비슷하지요. 시골에선 돈을 벌려면 돈이 많은 사람을 통해 벌어야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겐 제값을 다 받습니다. 그런데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해줍니다.

생각비행: 오랜 시간 진솔하게 답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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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비행은 기업이 돈으로 공헌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업이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는 시대도 지나갈 것으로 봅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하여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만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생각비행이 펴낸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핵심전략》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광고는 하향세에 있다. 미래는 기업시민활동에 있다." - 필립 코틀러, 저자 겸 마케팅 전문가

기업은 사회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권리가 있고 의무를 진 완벽한 사회의 구성원, 즉 기업시민(coporate citizen)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저 '이윤을 얻고 튀는' 게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고 의미 있게 기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1960년대에는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을 정부가 공공선(公共善)을 대비하는 뜻으로 이해했다. 당시의 기업들은 그저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사회적 계약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등장했다. …… 사회적 계약에 대한 이 새로운 개념은 다양한 역할의 전이를 보여준다. 즉 사회적 혁신과 변화를 공동으로 창출하기 위해 모든 부문(sectors)의 참여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다. …… 이 일을 함께 해나가려면 각 부문 간 협력적 책임이 필요하며, 그런 이유에서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하다. 또 각 부문 간 일련의 협력과 동반관계를 맺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는 기업들이 발전시켜야 할 덕목이다.

이런 내용을 비추어볼 때 조그만 마을 목공소가 공동체에서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영업적 이익보다 상생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1인 기업이든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기업은 돈만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래 한국의 재벌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과 비정규직 확대로 영업 이익을 창출하려는 얕은 경영 방식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연 그렇게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이 어떻게 세계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생각비행은 홍동마을의 다양한 기업과 조합의 예를 연재하면서 지역과 상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꾸준히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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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강자 <무한도전>이 올해에도 재미있는 일을 기획했습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무한도전은 2년마다 '도로변(?)' 가요제를 개최하여 많은 사람에게 큰 공감을 얻어왔습니다. 2009년에 '올림픽도로 듀엣가요제'를 개최했고, 올해에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기획하고 가수들을 섭외하여 곡을 만들었습니다. 쟁쟁한 가수들이 모였습니다. 빅뱅의 G드래곤, 이적, 정재형, 10센치, 스윗소로우, 싸이, 바다와 같은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다음 주 토요일에 방영될 예정인데요, 벌써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가요제의 무모한 시작과 현재

<무한도전> 가요제의 시작은 2007년 7월에 방영됐던 강변북로 가요제입니다. 한때 MBC에 <강변가요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1979년부터 2001년까지 춘천시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가요제였습니다. <무한도전>이 시작한 가요제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시청자에게 선보일 여러 가지 재미있는 소재를 찾는 가운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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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제 로고


첫 회인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가요제 준비나 아티스트 섭외 등 그 진행 과정이 그다지 수월해보이지 않았습니다. <무한도전>의 콘셉트와 꼭 맞는, 그러니까 특별한 계획 없이 무모하게 작곡가들을 섭외해 곡을 만들고 강변북로에 무대를 만들어 가요제를 여는 과정 속에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구성이었으니까요. 비록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가요제에서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부른 모든 노래가 음반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에 이어서 2009년에는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를 개최했습니다. 도로변에서 개최한다는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면서도. 지난 가요제와 비교하면 덜 무모하게 진행된 듯합니다. 멤버들이 각자 함께할 가수를 선택하게끔 했고, 그 가수와 더불어 음악을 만들어 가요제에서 발표하게 했으니까요. 그 결과 박명수와 제시카가 팀을 이룬 명카드라이브가 부른 <냉면>이란 노래가 큰 인기를 얻었고, 타이거JK·윤미래 부부와 유재석이 팀을 이룬 퓨쳐라이거가 부른 <Let's Dance>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냉면>과 <Let's Dance>는 음악방송 무대에 서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지요. 물론 강변북로 가요제에 이어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노래도 앨범으로 출시되어 높은 판매고를 거뒀습니다.

올해 세 번째 <무한도전> 가요제가 열립니다. 그간 행사 장소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충남에서 가요제가 열린다고 하는군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번 가요제에는 앞서 소개한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가요제 일주일 전에 진행한 <무한도전> 멤버와 가수들의  MT가 방영되어 큰 웃음을 줌으로서 사람들의 기대는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에서 사회적기업을 엿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 프로그램. 생각비행은 이 프로그램에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의하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인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씩 설명해보겠습니다. <무한도전>에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요제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대중의 인기와 더불어 음원 판매로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그 수익을 사회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했습니다. 2007년, 2009년에도 그랬고, 이번에 열리는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앨범 수익 또한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고 합니다.

2008년에 제작된 <무한도전> 달력은 또 어떻습니까? 달력을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어필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한편 판매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습니다. 다음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죠.

<무한도전> 일본 지진피해 성금 1억 원 기부!
http://talk.imbc.com/news/view.aspx?idx=38189

무한도전, 달력 판매 수익금 기부하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111774927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개최, 수익금 전액 기부
http://www.ibtimes.co.kr/article/news/20090704/7441653.htm

생각비행이 <무한도전>에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뿐이 아닙니다. <무한도전>은 사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영역에 관심을 보이며, 그 문제에 도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봅슬레이 특집편이 그 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군요. 솔직히 봅슬레이 특집에서 멤버들이 한 일은 어떻게 보면 민폐(?)일 수도 있었습니다. 매일 훈련해야 하는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에게 부담을 주는 일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들의 경험이 고스란히 TV로 방영되어 국민적인 관심이 봅슬레이에 쏠려 그 종목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지요.

단편적인 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생각비행은 <무한도전>이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점을 직시하고 직접 참여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환기하고 참여와 기부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 바 사회적기업으로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 나아갈 길

사회적기업 창업교과서의 저자 야마모토 시게루는 사회적기업을 일컬어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소셜 비즈니스"라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길 바라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공공 영역에 시민의 참여가 점차 확산하고 있는 오늘날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않습니다. 불만이 있거나 잘못된 일이 있다면 당당히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시게루도 "불만이 있으면 자신이 직접 손발을 움직여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그의 얘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볼까요?

정부는 지원을 목적으로 한 후원단체가 아니다. 비판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다. 민과 관 사이 마음의 거리만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 정부는 사회적기업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다. 비판하거나 진정을 내기보다는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정책보다 더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우리는 무심코 사회문제를 놓고 나라 탓을 하기 쉽다. 사실 우리가 세금만 내고 공공의 문제를 무관심하게 내던져버리고 살면서 말이다. 소셜 비즈니스에서 정부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288~289 내용 중에서

<무한도전>이 물론 사회적기업 그 자체는 아닙니다. 사람들을 직접 도와 일을 창출하는 기업은 아니니까요. TV에서 방영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일 뿐이죠. 하지만 <무한도전>이 시도하고 있는 일에서 사회적기업이 하는 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저희의 생각을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생각비행은 <무한도전>을 만드는 예산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훨씬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기업을 찾아가 삶을 변화시키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무한도전>은 충분히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며,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예상합니다. 더구나 <무한도전> 자체의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연일 주요 기사로 나오고,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기사로 다뤄질 정도입니다.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사회적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문제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또한 그들만의 유쾌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환기하고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갔습니다. 많은 시청자가 앞으로도 <무한도전>의 도전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유는 그들이 선사하는 재미만이 아니라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요? 생각비행은 앞으로도 <무한도전>이 다양한 특집으로 '사회적기업'다운 모습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음 뷰 베스트에 올랐네요. 감사합니다. (__)

천인공노할 일이 터졌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부가 2011년 1월 말부터 4월 말까지 4개월간 코스닥 상장사 관련 시세조종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6개 코스닥 상장사의 사주와 임직원 등 관련자 8명 및 이들과 결탁한 주가조작 전문가 등 총 17명을 기소하고 2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하는군요. 모범을 보여야 할 재벌 3세와 경제단체의 전직 부회장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주가조작단의 놀라운 실체

대기업, LG그룹, 럭키금성, LG그룹손자

사건의 실상은 이렇습니다. 고 구인회 LG그룹 회장의 손자인 구본현 엑사이엔씨 전 대표는 신소재 개발업체 합병과 관련해 추정매출액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사채업자들과 결탁해 허수매수주문·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했습니다. 이른바 '작전'을 펼쳤다는 얘깁니다. 이로써 253억 원이란 거액을 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회삿돈 765억 원을 빼돌렸다고 하는군요. 직원 대여금 명목으로 회계 처리를 조작하고 회사의 약속어음을 개인 채무 담보물로 제공한 100억 원대 배임 혐의도 확인되어 결국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 부회장이자 와이엔텍 회장인 박용하는 '작전세력'을 직접 고용하여 시세를 조종했습니다. 주식고가 매수, 가장·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작전을 펼친 결과 박용하 일당은 8억 원이라는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합니다. 재벌 3세와 경제단체의 전 부회장만이 아닙니다. 재계 고위 인사, 공인회계사 출신인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도 회사 인수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시세조종한 후 시세차익을 얻고, 그 과정에서 비상장사 주식가격을 3배 부풀려 매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쳐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주가 조작 범죄가 성행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거 한국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국가는 일부 기업에 많은 특혜를 주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특혜를 이용하여 부정적인 일을 많이 저질렀죠. 경영권 방어와 기업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일을 저질러왔습니다.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조작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건 그들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에 한몫했습니다.

주가조작단, 그 처벌은 어떻게 될까

검찰은 이들이 얻은 이득 가운데 110억 원가량을 이미 추징했습니다. 그리고 적발한 19명 가운데 17명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시세조종에 대한 처벌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요?

시세조종에 대한 형사책임: 10년 이하의 징역(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다만,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그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배)을 병과

시세조종에 대한 민사책임: 해당 주식 등을 거래한 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출처: KRX 불공정거래신고 홈페이지

기소된 사람 대부분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될 듯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본형 재벌 3세는 시세조종으로 253억이라는 거액을 챙기고 회삿돈 765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또 어느 정도의 부당이득을 가져갔는지 모릅니다. 이들 때문에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범죄 수익을 박탈하기 위해 주가조작 사범이 보유한 주식 등 모두 110억 원에 이르는 액수를 추징 보전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9명이 빼돌린 돈에서 110억 원을 추징했다면 너무 적은 금액 아닌가요? 이래서야 사람들이 '작전'의 유혹을 떨칠 수 있겠습니까?

작전세력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이래저래 억울한 이들은 결국 '작전'에 속아 넘어간 개미투자자뿐입니다. 생각비행은 이전에도 '작전세력'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고 개미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주식투자를 권유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작전주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저희가 출간한 《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35장에 해당하는〈작전주에 뛰어든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 주식왕, 길문섭, 생각비행《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 길문섭, 생각비행


작전주는 대표적으로 4가지 유형이 있음

첫째: 루머를 퍼뜨리고 치고 빠지는 유형
둘째: 신규 등록 기업의 대주주물량 보호예수조항 때문에 1년 동안 매매 못 하는 약점을 이용하는 유형
셋째: 대량의 허수 주문으로 주가를 움직여 수익을 챙기는 유형
넷째: 여러 명이 짜고 묻지마식으로 가격을 올린 후 상승하면 물량을 팔고 빠지는 유형

* 의무보호예수조항: 새로 상장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한 제도로 회사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아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 35장 〈작전주에 뛰어든 경우〉 중에서

사실 작전주의 유형은 여기에 제시한 내용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저희가 소개한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작전주를 매입했을 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작전주를 어느 구간에서 샀느냐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꼭대기에서 작전세력이 대량 물량을 턴 후 매수했다면 빨리 팔고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보유한 주식이 연속으로 상한가를 치는 현상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작전주일 가능성이 있으니 목표했던 금액을 넘겼을 때 빨리 매도하는 편이 좋다고 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주식투자는 1956년 3월 대한증권거래소 개장과 더불어 시작되어 어느덧 5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으나 한국의 주식시장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발전했지요. 하지만 그 역사는 일반투자자의 환희보다는 눈물로 얼룩져 있습니다. 초보 주식투자자들은 늘 작전세력의 먹잇감이자 표적이 되는데요, 건전한 투자가 아닌 대박을 노리는 마음을 품은 이들은 더 쉽게 작선세력의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

일본에서 전설적인 주식투자자로 '주식투자의 신'으로 불렸던 '고레가와 긴조'는 불황일 때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을 싼값에 매수해 호황일 때 매도하는 어쩌면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1000억 엔의 돈을 벌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주식투자로만 전 일본 소득세 납부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그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나를 투자의 신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절대로 신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어리석은 실패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승률로 따진다면 2승 5패쯤 될까? 경우에 따라서는 2승 10패 정도로 떨어진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일반투자자와 다른 이유는 지금까지의 쓰디쓴 경험으로 작은 실수는 해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투자의 귀재라고 다들 얘기하는 워런 버핏은 이런 충고를 합니다. 제대로 골라서 투자한 뒤에는 진득하게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단기간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엉덩이 묵직하게 기다리는 게 최상책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의 성향을 분석하면 투자 기간이 길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초단타매매에 대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개미투자자가 섣불리 시도할 방법은 아닙니다.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은 쉽게 망하는 법입니다. 나름의 원칙을 세워 투자의 고수들이 권하는 기본에 충실한 투자로 성공하시길 빕니다.

무너진 노블레스 오블리주, 세상에 이런 일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구성원 중에서 지도자 위치에 서 있는 상위층 사람들의 도덕적 책임의무를 뜻하는 말로 프랑스에서 유래한 용어죠. 이번 주가조작 사건을 보면서 한국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막연히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자율적인 책임의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일단은 가차없는 법의 심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문제는 힘과 권력을 가진 자에겐 유리한 '법 체계'와 '법 해석'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은 혹시 '양형기준'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는지요? 죄마다 정해진 형(刑)의 범위를 법정형이라고 하며, 법정형 내에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減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형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양형기준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둔 것을 말합니다.

최철원,맷값 최철원, 한 대에 100만원, 시사매거진2580, 탐사보도, MBC

'맷값 폭행'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던 SK그룹 사주 일가이자 물류업체 M&M 전 대표 최철원을 기억하시겠지요? <시사매거진 2580>이 보도한 뒤 들끓는 여론을 의식했던 재판부는 1심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보복에 나선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이 무겁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최철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인데 2심 재판 결과를 보면 기가 차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얼토당토않은 법 해석 경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07년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우리나라 법원의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분석: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율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와 일반범죄 사이에 양형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0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배임 또는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와 CEO 중 언론보도로 확인할 수 있었던 137개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137개 사건의 1심 피고인 149명 중 106명(71.1%)이 집행유예된 반면 43명(28.9%)만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까지 더하면 125명(83.9%)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05년 1심 재판에서 범죄유형별 집행유예 선고율 평균치인 절도·강도 47.6%, 형법상 횡령배임 41.9%,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전체 47.5%에 비하면 각각 23.5%p, 29.2%p, 23.6%p 높습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3년 이하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면 절도는 6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경제개혁연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득액이 50억 원이 넘는 경우에도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1심 61.6%, 항소심 75%를 넘었습니다. 형법상의 작량감경(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며 법관 재량으로 형을 깎는 것) 때문입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지 않은 범죄행위인데도 우리 법원이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일반 국민 법감정의 현실적 근거"라고 비판한 바 있지요. 보고서는 또한 "지배주주나 전문 경영인에게 징벌적 효과가 부족한 집행유예가 남발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사법적 규율이 사실상 방기되고 있다"고 고발합니다.

여러분은 또 한화 김승연 회장의 술집 종업원 폭행을 기억하실 겁니다. 돌아보니 맷값 최철원 사건을 예견한 사건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당시에 사회적 파문은 대단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2007년 3월 8일 새벽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 김 씨가 술집 종업원과 몸싸움을 하던 중 눈을 다쳤습니다. 3월 8일 오후 김승연은 경호원 17명을 대동하고 몸싸움을 벌인 술집 종업원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보복성 집단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3월 8일 밤 김승연 씨와 아들 김 씨, 경호원들은 김 씨와 다투었던 종업원들이 일하는 술집으로 재차 찾아와 다시 폭행을 가합니다. 2007년 3월 9일 인근 주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으나 술집 종업원들은 "우리끼리 다투었다"라고 하자 철수하고 맙니다. 다음 날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월 24일 일부 언론에서 재벌 아들의 폭행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경찰은 4월 28일자로 정식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고 김승연의 아들은 출국 중이어서 수사가 지연되었습니다.

들끓는 여론을 감지했기 때문인지 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복성 폭력인 만큼 사회정의 확립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표명했으며,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도 재벌 총수가 사람을 때려도 된다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당국은 그런 분일수록 진상을 밝혀 다시는 국민 앞에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경찰의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의혹을 둘러싼 객관적 사실을 확인키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2007년 7월 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사회적 지위나 재력 및 조직을 내세워 사적 보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행위라는 점을 중시하고 이를 위반한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하여 법질서 위반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항소한 김승연 회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합니다.

재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996년 말부터 불거졌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 SDS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은 또 어떠했습니까? 경영권 불법승계 등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13년 만에 법률적 심판이 사실상 종결되고 말았지요.

그 당시 법원은 쟁점이 됐던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당시 적정 가격을 주당 1만 423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전 회장 아들 이재용 전무가 1999년 당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가격은 7150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회사에 끼친 손해가 모두 227억 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배임액이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법원이 판단함에 따라 이건희 전 회장에게는 공소시효 10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적용되었습니다. 원래 1심 법원에서는 배임액을 44억 원으로 판단해 공소시효 7년인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했고 이 전 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며 면소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적정가격을 판단하지 않고 저가발행 자체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무죄 판결했습니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4부는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원심과 같이 이건희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고발인인 경제개혁시민연대는 "유죄를 인정하고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기업인 범죄에 대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에 해당한다"고 평가했지요.

언제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그냥 둘 것인가

20세기 초에 엄청난 자본과 교묘한 전략을 보유했던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를 제어할 방법은 거의 없는 듯했습니다. 입법부나 사법부조차 록펠러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오로지 진실을 밝히는 탐사보도로 록펠러를 신경 쓰게 만들었고, ‘자본주의의 토대’마저 삼켜버렸던 초거대 자본의 행보를 멈추게 했습니다.

자본의 작동방식은 20세기나 21세기나 변함이 없습니다. 거대한 자본은 변함없이 위험하고, 변함없이 우리의 자유를 위협합니다. 《매클루어 매거진》에 독점재벌을 파헤치는 연재기사를 기획했던 새뮤얼 매클루어는 1903년 1월호 서문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새뮤얼 시드니 매클루어, 매클루어 매거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타벨새뮤얼 시드니 매클루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매클루어 매거진》 편집기자로 이끌었다.


타벨 씨는 우리나라 자본가들이 고의적으로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가려고 공모하고 있으며, 법을 어기거나 법을 악용해 다른 이들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다. …… 자본가와 노동자, 정치인, 시민 모두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방관하고 있다. 법을 지켜낼 이는 과연 누구인가? 변호사인가? 미국의 가장 뛰어난 변호사 중 일부는 소송을 맡아 변호하기 위해서 법정에 가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법률회사에 고용되어 그들이 처벌받지 않고 법 조항을 피해 갈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하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사인가? 많은 판사가 법률을 지나치게 존중한다. …… 이제 남은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밖에 없다. …… 대중이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오늘 지급해야 할 청구서를 정산하지 않고 잔여금을 떠넘긴다면, 빚은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 중에 어떤 이들은 그 빚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떠넘긴 채 떠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그 빚은 갚아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빚을 전부 갚는 날에야 우리는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13장 중에서

부익부 빈익빈, 상대적 박탈감, 하우스 푸어와 같은 말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요즘 우리 사회는 ‘복지’ 관련 이슈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복지일까요? 사실 복지를 논하기 이전에 준법사회를 먼저 이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을 어기고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가진 자의 세상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량한 시민의 힘을 보여줍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모일 때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야 합니다. 매클루어가 100여 년 전에 남긴 글처럼 사회의 변화는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 빚은 우리가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며, 모든 권력이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오롯이 보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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