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처벌하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대별로 의견이 꽤 갈릴 문제인데요, '사랑의 매'가 없으면 가정교육의 근본이 흔들릴 것으로 보는 사람부터 '훈육'이란 미명하에 아이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이제 그쳐야 한다는 사람까지 입장이 나뉠 듯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찬반 논란이 계속되었던 체벌, 정확히는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62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KBS


법무부가 민법에 명시된 자녀 징계권을 전면 삭제하기로 확정하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통과되면 62년 만에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사라지게 됩니다. 치열한 찬반 논란이 일었던 부모의 자녀 징계권은 1960년 민법이 처음으로 시행될 때부터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가 양육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는 자녀 징계권의 조항이 그것이죠. 한편 개정안은 친권이 제한되는 경우를 규정한 민법 924조의 2에 담긴 징계 표현도 삭제했습니다. 미성년 후견인의 권리 등을 정의한 민법 945조에서 "미성년자를 감화기관이나 교정기관에 위탁하는 경우"라는 조항도 제외됐습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허가를 규정하고 있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14도 빠지게 됐습니다. 최근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런 조항이 아동학대를 체벌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데 이용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아동에 대한 폭력을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한 권리, 징계할 권리로 변명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죠.


출처 – 리얼미터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동거하는 부모로부터 발생하는 사례가 76.9%였습니다.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73.5%로 대부분이고 계부모는 3.2%로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절대다수의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친부모에 의해 발생한다는 얘깁니다. 그러므로 시대적 흐름상 유효하지 않은 민법의 자녀 징계권을 없애 부모들이 아동을 학대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아동권리보장원

 

2020년 6월 현재까지 프랑스, 일본 등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60개 국가가 체벌을 금지하는 입법을 했습니다. 일본은 체벌과 필요 이상의 훈육을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프랑스는 "부모의 권위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폭력 없이 행사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습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40일 동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칩니다. 일각에선 징계권 삭제로 초래된 자녀교육 혼란을 우려해 훈육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체벌과 훈육이란 이름의 학대는 62년 만에 법적으로 폐지되게 됩니다.

 

출처 - 매일경제

 

이번 민법 개정을 계기로 아동학대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아동의 권리를 신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고 구하라 씨 사례처럼 부모랍시고 수십 년 만에 나타나 자식의 재산을 가로채는 일 따위는 없어져야겠습니다. 또한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는 수차례 소송을 해야만 하는 식으로,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막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교육부는 지난 7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위기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부처별 정보를 공유·연계하고 인프라 개선 및 재발 방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 부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법들을 속히 개정하길 바랍니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뒤를 봐준 전광훈 일파의 폭거로 코로나19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일일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하는 397명이었으나 이후 24일과 25일 이틀 동안은 200명대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겉보기에 이틀 연속 확진자 수가 정체된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전국 확산의 폭풍전야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엄중하게 말했습니다. 더불어 이와 관련하여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MBC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지 여부는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서 나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확진자 수가 줄더라도 잠복기를 거쳐 집단감염으로 번지는 사례는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면 며칠 내에 300~4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2주간(12일~25일) 신고된 3285명 중 이른바 '깜깜이 전파' 사례는 556명으로 16.9%에 달합니다. 방역당국은 이번주 내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황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실내외 상관없이 10인 이상의 모임이나 행사, 집합이 금지됩니다. 무관중이나 소수 관중으로 유지되던 스포츠 행사도 원천 중지됩니다. 다중이용시설 중 공공기관과 민간 시설 중 고·중위험시설의 운영 또한 중단되며 식당이나 마트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곳들도 21시 이후면 운영이 중단됩니다. 지하에 있는 시설은 밀폐된 환경상 운영이 중단됩니다. 학교, 유치원 등도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민간기업도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일상생활 자체가 멈추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환경과 역할에 따라 세부 사항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방역당국은 가능한 세밀하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라며 구체화해서 다시 브리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JTBC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자업자득으로 입원한 전광훈과 극우단체 환자들을 비롯해 일부 환자들이 병원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환자 급증으로 안 그래도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는 현장 의료진을 난처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입원 중인 병실에서 강짜를 부리며 방송을 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있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환자들도 왕왕 있다고 하죠. 복날이니 삼계탕을 먹어야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방역복을 입은 간호사가 어쩔 수 없이 뼈를 발라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안전 문제로 참치 캔은 반입이 안 되기에 종이컵에 담아주었더니 간호사에게 전화기를 던져 박살내는 이도 있었습니다. 또한 2인실에 있던 환자가 자기는 1인실을 꼭 써야겠다며 다른 환자를 몸으로 밀쳐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코로나19 환경은 더욱 심각한 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런 철면피 같은 어른들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입니다. 다음 주면 9월인데 고3 학생들은 올해 수능과 입시 문제로 피가 마를 겁니다. 교육부가 강력한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여 원래대로 12월 3일에 수능을 치르는 게 목표라고 하지만 엄중한 현 상황을 고려하여 플랜B 또한 준비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정 경기 교육감은 불가피하게 플랜B가 필요하다면 특단의 조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수능을 부득불 미뤄야 한다면 3월 학기제를 포기하고 내년 5, 6월에 수능을 보고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가지 않겠냐고 말이죠.

 

출처 - 서울신문


'코로나19 공동대응 상황실·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통계를 공개하고 "지금과 같은 확산세가 계속되면 오는 30일 전후로 가장 많은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병상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디 이번 주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여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로 돌아서기를 바랍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브리핑 발언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정치적 입장을 구분하지 못하고 종교의 종류도 모릅니다.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누구나 퍼뜨릴 수 있다는 얘기인 만큼, 모두가 함께 조심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겠습니다.


출처 - JTBC


명확한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 아니 최대한의 방패는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기본적인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따르는 것입니다. 지난 8일 코로나19 감염자 여성이 파주시의 한 스타벅스 카페를 방문한 지 수일 후 이 카페를 찾은 27명의 고객이 1차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차 감염으로 27명, 3차 감염으로 8명, 4차 감염으로 1명이 더 확진되었지만,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했던 직원 4명은 감염을 면했습니다.

 

출처 - 문화매일일보 / 파주시

 

파주 스타벅스 사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얼마나 빨리 퍼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한편 마스크 착용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임이 입증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지난 24일 블룸버그통신도 이런 사실에 주목하며 보도했습니다. 파주 스타벅스 2층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신 27명의 손님은 코로나19에 걸렸지만 가장 오랬동안 스타벅스에 있었던 직원들은 감염을 면했다는 것이죠. 스타벅스 사례는 에어로졸 전파 또는 에어컨을 통한 급속한 바이러스 전파로 해외에서도 화제였으나, 이곳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위생장갑을 꼈기 때문에 안전했습니다. 

 

출처 - 현합뉴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살아가는 '뉴노멀'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억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생활 속 방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주는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가급적 집에 머물며 사회적 확산을 최소화함으로써 또 한 번의 위기를 잘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지난 8월 15일 전광훈 목사 일당의 광화문 시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며 일촉즉발의 상황인 가운데, 의협이 오는 26~28일 예고한 제2차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의 대화 제안에 응했으나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습니다.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협과 대화에 나섰으나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출처 - MBC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코로나 확산 저지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의료계 파업에 대해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 휴업 등의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 표명은 지난 14일 낮 12시 기준으로 지자체에 휴진을 신고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31.3%로 전체의 3분의 1 정도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의 뜻을 표하며 의협의 총파업에 참여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의협과 연계하여 전국 의대생들 또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9월 1일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집단 휴학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출처 - 아시아경제 / 인스타그램

 

앞서 정부는 지역별 휴진율이 30%를 넘어설 경우 지자체들을 통해 의료기관들에 진료개시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의료법 59조에 의거해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일베 출신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료기관이 업무정지 처분을 당한다면 의사 면허증을 모조리 불태우고 행정명령을 지시한 지자체장을 형사 고발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계가 이렇게까지 진료 공백을 만들며 총파업을 결행하는 까닭은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뜻에 반대하고, 2024년 개교할 공공의대 설립에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 만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건 근거 없는 낭설이며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건 낮은 수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출처 - 문화일보


우선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5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4명입니다. 여기서 한의사를 제외하면 1.89명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또한 서울의 종로, 강남, 중구 소위 잘사는 동네는 1000명당 의사 수가 11명이지만 경북 군위, 영양, 봉화는 1.7명으로 14배나 차이가 납니다. 서울 역시 전체로 놓고 보면 3.1명으로 OECD 평균보다 낮습니다. 게다가 미용이나 뷰티 성형 같은 분야가 아닌 감염내과, 소아외과, 중증 외상, 역학조사관 등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절체절명의 의료 위기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분야로 한정하면 의사는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진료 시간은 어떤가요? OECD 평균은 환자 1명당 평균 진료 시간이 17.5분인데 반해 한국은 4.2분에 불과합니다. 경험상으로도 상급병원으로 갈수록 예약하고도 기다리는 시간이 진료시간보다 훨씬 긴 편이죠.


출처 - MBC


그런데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인구 증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2038년이 되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자연히 맞춰진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합니다. 이에 대해 의학계 내부에서도 이는 반쪽짜리 분석이라고 반박하고 있죠. 전체 인구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의료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년층이 늘어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수요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라면 의사가 2만 명 이상 모자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OECD 평균 수준까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를 만나지 못해 죽는 사망자를 해마다 1만 5000명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48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게다가 의협은 2022년부터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해마다 계속 400명씩 늘릴 거라는 식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팩트는 현재 3058명인 전체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400명을 증원해 10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3458명의 정원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2032년이 되면 다시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리려는 이유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지역의사로 양성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와 의사 역학조사관은 전체 전문의 중 0.3%에 불과합니다.


출처 - KBS


우리나라에서는 '수가'를 정부가 결정하고 의료법에 의해 의사들은 파업을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강경책을 쓴다 한들 의사들이 정부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협이 2차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의사 수를 늘리기 싫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 국민 중에 의사가 경제적 주체로서, 생활인으로서 돈을 벌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부가 정한 수가도 낮은 편이고 기준도 까다롭다는 사실 또한 모르는 바 아닙니다. 어려운 공부 과정을 거쳐 힘들게 의사가 된 사람이 정당히 버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이했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계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을 의사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큰 혼란 없이 어려움에 대응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출처 - 매일경제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의사단체들의 실력 행사에 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의사 수가 부족해 의사를 만나지 못해 죽는 안타까운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일 겁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접수 취소와 관련해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자 불과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이 찬성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국민의 목소리를 의협과 의사단체, 의대생들이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상황과 관련하여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번 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작되면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는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의협이 집단 휴진을 예고한 26~28일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아야 하는 중대한 고비일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헌신하는 의료진을 보며 수많은 국민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 경의와 존경의 마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의협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랍니다. '수가 조정'이나 '정책적 변화'는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일부 의사들이 하고 있는 '거꾸로 챌린지'는 부정적인 여론만 조장할 뿐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 의정부고의 독특한 졸업사진은 유머와 풍자로 매년 화제가 됩니다. 졸업사진을 찍는 시기가 되면 의정부고와 별 연관이 없더라도 그들의 졸업사진을 기다리곤 합니다. 생각비행도 몇 년 전 그들의 소소하지만 센스 있는 졸업사진에 감탄하며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거창한 것만이 문화인가? : https://ideas0419.com/488

 

출처 - 디스패치


그런데 올해는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이 안 좋은 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올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밈 중 하나인 가나의 상조회사 직원들, 이른바 '관짝소년단'을 모방한 졸업사진 때문입니다. (얼마 뒤엔 충청남도 공주시 소재 공주고등학교 학생들도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졌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패러디가 나온 관짝소년단 사진이 왜 문제일까 싶으시겠지만, 논란의 핵심은 학생 5명이 흑인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명백한 인종차별이다'라는 의견과 흑인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으니 '단순한 패러디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며 큰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관짝소년단과 같은 나라 사람인 방송인 샘 오취리가 자신의 SNS에 의정부고 학생들의 흑인 분장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자 이 졸업사진은 더 큰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관짝소년단 흑인 분장을 한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대해 샘 오취리는 흑인들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썼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의 SNS에 "흑인 피부색이 검어서 검게 칠한 것뿐인데 별 게 다 불편하다", "다른 나라 갔으면 공장에서 돈이나 벌었을 놈이 한국 와서 좀 뜨더니 훈계질이다" 등등 확연히 인종차별적인 언어로 댓글을 달며 비난했습니다. 거기에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올리며 학생들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한 점, 과거 방송에서 맥락은 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동양인 비하 행위를 연상케 하는 눈찢기를 했다는 사실도 언급됐습니다. 결국 샘 오취리는 하루 만에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그 부분에서 잘못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다른 인종이 흑인 분장을 하는 '블랙페이스'는 역사적 맥락이 있는 분명한 인종차별 행위입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어렸을 적 한 행사에서 흑인 분장을 한 사실이 밝혀져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했죠. 여러 인종이 얽혀 사는 다민족 국가에서 다른 인종을 흉내 내는 행위는 무례하거나 인종차별적인 행위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문제는 인종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우리나라입니다. 40~50대 정도 되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1980년대에 '시커먼스'라는 코미디 코너가 있었습니다. 코미디언 박미선의 남편으로 유명한 이봉원과 부채도사로 유명한 장두석 두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코너였는데요, 힙합 같은 최신 음악을 소개하며 웃음을 주었습니다. 당시 이 코너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큰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시커먼스'라는 이름처럼 흑인 분장을 하고 흑인 흉내를 우스꽝스럽게 내는 것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코너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변명할 여지가 없는 또 다른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였던 겁니다. 한창 인기를 끌던 시커먼스가 갑자기 폐지된 까닭은 88 서울올림픽 때문이었습니다. 외국인 손님이 많이 오는데 인종차별적 코미디가 방송을 타선 곤란하다는 의식이 그때도 분명히 있었다는 얘깁니다.

 

출처 - SBNNEWS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컸으나 인종 다양성에 대한 인권 의식이 부족했습니다. 문제의식이 있는 이가 있었다곤 해도 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커먼스 코너를 그저 재밌는 코미디로 받아들였죠. 국민 대부분이 해외여행조차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외국인을 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핑계라도 댈 수 있는 과거의 일입니다. 최근 일어난 의정부고 졸업사진 논란처럼 인종차별적인 일에 대해 모른 척 넘어가는 건 문제가 있겠지요.


출처 - 일간스포츠


샘 오취리가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찢기를 했던 행동은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비판할 일이지 그랬기 때문에 너도 인종차별을 당해 마땅하다는 식의 대응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뿐입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드러난 인종차별에 문제를 제기한 이에게 더욱 선명한 인종차별의 언어로 상처를 주고 결국 사과까지 하게 만드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K팝, K드라마, K푸드에 감탄하고 탄복할 때는 한국인인 것처럼 좋아하다가 한국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비판하면 한국에서 나가라, 니네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한 주제에, 왜 한국을 혐오하느냐는 식으로 앙갚음하는 선별적 시선은 우리의 부족한 모습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문화도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판을 받더라도 나머지 훌륭한 문화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죠.


출처 - SBS


이제 막 인종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선생이든, 학생이든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확대 과정에서 성장의 진통을 겪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이번 관짝소년단 논란처럼 인종차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시행착오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단 인종차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2020년 초 국회에서 '절름발이 총리'라는 표현이 논란이 된 것처럼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절름발이'를 비롯해 온라인상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흑형' 같은 표현들이 국가인권위원회가 규정한 혐오 표현임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출처 - SBS


우리는 특히 '어디서 감히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비판을 한단 말이냐',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냐'라는 식으로 마치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기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도가 없었다, 농담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약한 집단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상사나 선배 등 윗사람이 하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불쾌한 마음을 삭여야 했던 경험은 누구든 한 번쯤 있을 테니까요. 의정부고 졸업사진 논란을 보면서 6년 전 생각비행 블로그에 썼던 〈거창한 것만이 문화인가?〉라는 글을 들여다보니 삽입한 졸업사진 가운데 흑인 분장을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블랙페이스'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등학생들의 귀여운 일탈과 재미라는 측면만 부각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출처 - 세계일보

 

2019년 5월 2일 여성가족부가 '2018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문화가족 자녀(만 9∼24세) 가운데 지난 1년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8.2%로 2015년(5.0%)에 비해 3.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만 12∼17세의 경우 학교폭력 경험률이 2015년 5.9%에서 2018년 12.7%로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습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아지는 와중에도 우리 안에 존재하는 편견을 고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문화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일은 우리 앞에 주어진 사회의 당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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