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지난 9월 2일 새로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일 상임위 개최에 앞서 온라인 의원총회를 열고 당명과 정강, 정책 개정에 대한 의견 취합에 나섰습니다. 전날 결론을 못 내려 추가로 의총을 연 건데요, 당명은 통과가 됐지만 정강, 정책은 이견이 분분해 뒤로 미뤘다고 합니다. 당명 역시 쉽게 통과된 것은 아니었다고 하죠. 주로 누가 쓰던 이름이다, 부르기 어색하다는 식의 반대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이라는 새로운 당명을 거론할 때부터 국민들은 패러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국민의짐', '국민의심' 등등으로 말이죠.

 

출처 - 이토랜드

출처 - 인벤

출처 - 트위터

 

출처 - 유튜브

 

그동안의 당명 개정이 간판 바꿔달기에 지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명을 바꿨다면서도 사람이나 시스템은 그대로니까요. 지난 3일까지 '국민의힘'이라는 URL만 새로 만들었을 뿐 인터넷 사이트 섬네일은 여전히 미래통합당이었고, 대변인 논평 코너에는 ‘미래통합당 대변인 공식 논평·보도자료입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과거 박근혜가 당대표였던 새누리당 URL로도 접속이 가능해 국민의힘은 새누리당, 그리고 미래통합당과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증언한 상태입니다. 과연 국민의힘은 이전과 다른 당이 되겠다는 쇄신의 뜻과 의지가 있기나 한 걸까요?


 

출처 -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은 19대 대선을 앞둔 2012년 선보였는데, 이때도 당명이 희화화될 수 있고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등 당내에서도 비판이 가득했죠. 이미 그때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이란 당명이 나오자 이미 누리고 있는 특권 ‘새로 더 누리겠당’의 약자 아니냐는 조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가 새 당명이 마음에 든다며 밀어붙였죠. 그 전신인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1997년 등장하여 최고 오래 사용된 당명인데, 당시 총재였던 이회창은 정작 그 당명에 대해 좀 이상하다고 반응했다죠. 너무 운동권 용어 같다는 불만도 많았다고 하고요.


출처 - 굿모닝충청


이번 '국민의힘'은 단순히 패러디나 조롱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본 극우 세력의 슬로건을 표절했다는 겁니다. 일본 극우의 총본산인 일본회의의 창립 5주년과 10주년 기념식에 쓰인 슬로건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일본회의는 일본 내 최대 극우 조직으로 회원 수가 4만 명에 달하며 아베를 비롯한 극우 정치인들의 뒷배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조직이죠. 안 그래도 친일파 후손들이 특권을 누리는 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친일을 하겠다는 거냐며 비웃음을 사는 중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라이프타임즈

 

간판만 새로 달았다고 정말로 '국민의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 광화문 집회와 선도 제대로 긋지 못하는 걸 보면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것 같지만, 적어도 '국민의 짐'은 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지난 9월 5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21살의 한 재학생이 최근 사망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고대 19학번인 A가 일전에 명예훼손으로 디지털 교도소 관계자들을 고소한 적이 있다 보니 아마도 n번방 같은 성착취물 가해자로 추정된 데 따른 극단적 선택이 아닌가 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디지털 교도소에 성범죄자로 신상이 올라온 A씨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교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었습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A씨가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며 그의 얼굴 사진과 학교, 전공, 학번, 전화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게시했습니다. 지인능욕이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성범죄를 의미합니다. A씨는 대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정보는 내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범죄사실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자신이 성착취물을 제작한 적도 공유한 적도 없다고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한 겁니다. 이에 대해 디지털 교도소 측은 피해자 측이 A씨의 목소리 파일을 가지고 있으며 확인 결과 A씨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A씨가 디지털 교도도 관계자를 고소하자 디지털 교도소 측은 A씨가 진짜 가해자일 경우와 해킹으로 인한 피해자일 경우 모두에 대해 대처를 고민 중이라면서 A씨의 해명글을 함께 올렸으나 최근까지도 지인능욕 가해자가 A씨일 정황이 높다고 주장하며 신상을 계속 공개했습니다. A씨는 지난 9월 3일 집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되었습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도 '디지털 교도소'라는 게 뭔지 여전히 생소한 분도 계실 텐데요, 디지털 교도소란 범죄자들, 특히 살인이나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30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조회할 수 있게 공개한 사이트를 말합니다. 손정우의 웰컴투비디오나 n번방 사태처럼 온 국민을 공분케 했던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에 분노한 사람들이 적어도 범죄자가 누구인지는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인터넷상에 개설한 교도소가 바로 디지털 교도소인 셈입니다. 이번에 언론, 방송에 이름이 오르내린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는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며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도소에는 손정우를 비롯해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에 대한 가해자, 고 최희석 경비원을 죽음으로 몰고간 심모 씨, 고유정 같은 사람 150여 명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출처 - 아시아뉴스통신


디지털 교도소를 만든 사람들의 감정적인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디지털 교도소 운영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명예훼손과 아청법 위반이며 나아가 국가의 성립과 함께 금지된 사적제재의 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명예훼손죄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이나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형태의 디지털 교도소가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나 대한민국 법체계 내에서는 형사처벌 대상이며 외국에 체류하고 있더라도 변하지 않습니다.

 

출처 - 에펨코리아

 

지난 7월 23일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자 찬반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애초 사법부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판결을 내려왔다면 이런 사이트가 생길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손정우만 해도 사법부가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형량을 구형하더니 미국 송환마저 불허한 탓에 출소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죠. 경찰이 엄정한 수사를 호언장담했던 n번방 성착취물 구매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도 결국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얽혀 있던 버닝썬 사태가 어떻게 유야무야 묻혀버렸는지를 생각한다면 디지털 교도소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납득할 만합니다. 공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기가 요원하다 보니 사적인 방식으로라도 정의를 구현해보겠다는 심산인 겁니다. 그런데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또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나면서 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출처 - JTBC


가장 발생하기 쉬운 문제는 애먼 사람을 성범죄자 등으로 낙인 찍는 경우였습니다. 지난 7월 격투기 선수 출신인 김도윤 씨는 디지털 교도소에 의해 자신이 2004년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신상이 공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몰려와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성폭행 가해자라는 정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디지털 교도소의 정보 취합 과정에서 연관성이 없는 김도윤 씨를 가해자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김도윤 씨가 이에 대해 디지털 교도소 측에 항의하자 디지털 교도소 측은 뒤늦게 정보를 지우고 사과했습니다만, 성폭행 가해자로 이미 오인받은 사람의 정신적인 충격과 물질적 피해를 과연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습니까?


출처 - JTBC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이 공인된 사람들도 아니고 객관적인 자료를 다룰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니 이처럼 사실 관계 오인 이나 정보 오류, 동명이인 등에 의한 잘못된 신상정보 게재 등 부작용의 가능성은 농후했습니다. 제도와 절차에서 벗어나 범죄자를 자기만의 정의감으로 단죄하겠다며 견제받지 않고 휘두르는 힘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 선의의 피해자를 다치게 하는 칼이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들이 자기네와 의견이 다른 댓글을 삭제하고 IP를 차단하는 식으로 독재적인 운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에 하나 가해자를 색출한다는 취지로 운영진들이 취합한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멋대로 어딘가 제공하거나 까발릴 경우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죠.

 

출처 - 성범죄자 알림e

 

디지털 교도소가 신상 공개한 사람들이 실제 가해자라 할지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신상공개제도를 운영 중인데 디지털 교도소는 공개된 기준 없이 운영진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신상을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교도소는 의혹 단계이거나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신상공개명령은 법과 제도에 의한 것이어도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지난 2012년 9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A씨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언론사에서 A씨가 아닌 대학생 Q씨 사진을 잘못 게재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13년에는 신상공개명령을 선고받은 아버지를 둔 자녀가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습니다. 

 

출처 - 전북일보

그 자녀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법과 제도에 따른 정당한 신상공개일지라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디지털 교도소가 자신들만의 정의감으로 신상공개를 마구 행한다면 어떤 불특정 다수 혹은 개인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최근 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던 디지털교도소가 엉뚱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연이어 공개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논란을 빚자 지난 8일 오후부터 이 사이트의 접속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도소는 일부 실익이 있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나도 큽니다. 하지만 사법부와 검경은 왜 사람들이 이런 디지털 교도소까지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길 바랍니다. 국민들 사이에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발생한 사태를 되집어보면 그 근원에는 사법부와 검경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색출하려는 노력 이상으로 실제 범죄 가해자들을 색출해내야 마땅하겠죠.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디지털 교도소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길 바랍니다.

지난 3일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때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팩스로 보낸 공문 한 장으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 즉 법외 노조를 통보했습니다.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거친 것도 아닌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전국 전교조 지부에 상근하던 교사 34명이 일방적으로 해직되었습니다. 교사 조합원이 6만 명이나 되는 노동조합이 하루아침에 법외노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7년 가까운 세월을 전교조 교사들은 투쟁해야 했죠.


출처 - 오마이뉴스


문제의 발단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음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를 법적 근거가 있는 정당한 집행명령이라고 보았지만 전교조는 법률에 따라 인정된 합법노조의 권리를 행정부가 임의로 만들 수 있는 시행령으로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죠.

 

출처 - 경향신문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조치를 당한 전교조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박근혜 정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이 모법인 노동조합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은데도 전교조를 법외노조 통보한 것은 노동삼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비즈니스 포스트

 

대법원은 "사실상 노조해산이나 다름없는 법외노조 통보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한 것은 노동삼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이라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습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이 위헌적 조항이라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률이 아닌 명령·규칙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이 가릴 수 있는데요, 헌법재판소가 2015년 해직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 2조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출처 - 뉴시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했습니다. 법외노조 취소 통보 역시 공문 한 장이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정상화될 수 있는 일을 위해 무려 6년 10개월간의 투쟁이 필요했습니다. 법적인 절차상 대법원의 파기 환송으로 인한 2심 판결을 또다시 기다려야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법외 노조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면서 전교조는 사실상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법내 노조가 된 전교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을 회복하게 됐습니다. 해직 교사들 역시 신속히 현업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죠.


출처 - KBS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단체교섭과 노조 전임자, 직권 면직자 복직 등 향후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위 역시 대법원판결에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2017년 대법원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의 재량에 따른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해직 교사에 대한 조합원 자격과 가입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며 2000년부터 2017년까지 8차례에 걸쳐 권고와 우려를 전한 바 있습니다.

 

출처 - 교육희망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ILO 핵심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할 것을 촉구했죠. 생각비행도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게시한 바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지내고 생각하는 부끄러운 노동 환경 : https://ideas0419.com/1003


전교조가 합법화된 것을 모든 사람이 환영하는 건 아닙니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가입한 한국교총과 일부 학부모 단체 등 보수 단체들은 대법원판결에 유감을 표하면서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여전히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보수 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는 동안 7년의 세월이 흐르며 해직된 전교조 전임자는 중 1명은 정년으로 퇴임했습니다. 남은 전교조 해직자는 33명이며 이 중 조창익 전 전교조 위원장 역시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됩니다. 다른 해직 교사들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상식을 회복한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변화를 사필귀정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왜 그렇게까지 전교조를 탄압하고, 양심적인 교사들이 왜 모진 탄압을 당해야 했는지 의문과 분노를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교육 개혁과 학교 민주화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교육계가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전교조의 법적지위 회복이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마땅한 노동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를 희망합니다.

〈패션왕〉, 〈복학왕〉 같은 웹툰으로 네이버의 간판 작가로 활동하는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같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시청자를 만나왔습니다. 최근 여성 혐오적인 내용이 담긴 웹툰 에피소드를 올려 기안84는 논란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이에 네이버 사용자 1167명이 여성, 소수자 혐오 논란을 꾸준히 불러온 기안84의 네이버 웹툰 연재 중단을 요구하며 연대 서명을 하여 지난 19일 공동 요구안과 함께 네이버 측에 전달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복학왕〉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현재까지 12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기안84 논란 뒤에는 웹툰을 미리 검토하고도 업로드하여 구조적으로 방관했던 네이버 웹툰, 그리고 이를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한 네이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네이버 웹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된 민원만 250개가 넘는다고 하죠. 네이버 웹툰의 여성, 소수자 혐오는 기안84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네이버 웹툰의 인기 작가인 박태준이 〈외모지상주의〉라는 작품에서 여성과 중국인을 비하하고 디지털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작중 전개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작가가 사과하고 중국 연재가 중단되며 네이버의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당시는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심할 때였습니다. 여론을 인식했기 때문인지 네이버는 앞으로 약자 희화화, 젠더 이슈, 인종차별 등 민감한 사회문제에 대해 작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책임감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년도 안 된 상황에서 네이버 웹툰은 〈복학왕〉 같은 문제작 때문에 똑같은 변명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최근 문제가 된 기안84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네이버의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최근 인터넷 접속이 대부분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폐해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네이버 웹툰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여성, 소수자 혐오를 침투시키고 있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네이버 포털 기사를 통해 가짜뉴스와 혐오, 선동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네이버는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혐오를 은근히 부추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레기들과 결탁해 여론을 조작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출처 - 네이버


일례로 지난 7월 갑자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조세저항 국민운동'만 봐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죠. 뜬금없는 검색어 때문에 놀란 분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런 검색어가 실시간 상위에 노출된 이유가 뭘까요? 지난 7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부동산 카페와 사이트들이 집단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네이버 검색의 조건까지 따져가며 인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자며 시간까지 정해놓고 체계적으로 전파했습니다. 이런 일사분란한 행동에 대해 기레기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세저항 국민운동이라는 지령으로 만들어진 실검을 타이틀 삼아 여론을 호도하기 바빴습니다.


출처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네이버 측은 억울함을 표현할 수 있겠죠.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포털이기 때문에 여론 조작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작이 가능하게 된 건 네이버의 변경된 기사 정책 때문이기도 하므로 큰 틀에서 보면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2019년 네이버는 언론사에 지금까지 주던 뉴스 사용료 대신 광고 수익을 주겠다면서 정책을 바꿨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2019년 11월 19일자 〈뉴스 전재료 대신 광고수익”…언론사 ‘무한경쟁’ 부추기는 네이버〉라는 기사에서 이를 자세히 다뤘는데요, 네이버의 정책 변화는 비용은 줄이면서도 제휴사를 길들이는 데는 유리한 전략으로, 언론사의 포털 의존도를 가중할 뿐 아니라 뉴스의 품질은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한겨레》 기사에서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불투명한 전재료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다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광고 영업을 통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동안 자사 플랫폼은 쇠퇴하고 결국 네이버에 뉴스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업자로 전락하는 등 포털 종속성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네이버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오티티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나온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편안으로, 앞으로 언론사의 포털 종속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광고 실적에 따라 매체 간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경쟁이 격화되면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부당 영업으로 저널리즘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의 분석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기레기들이 맹렬하게 소위 '어그로 기사'를 써댔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사에 낚인 사람들은 선동을 당해서건 반박하기 위해서건 결과적으로 기사를 퍼나르기 바빴습니다. 그로 인해 기사의 히트수는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가짜뉴스든 선동이든 분탕질이든 검색엔진 평균 유입률이 최대인 네이버에서 트래픽만 올리면 나눠주는 광고 수익으로 돈을 챙기겠다는 심보입니다. 네이버는 전체 트래픽이 올라가니 지화자를 부릅니다. 기레기들에게 배분한다 해도 전체 광고 수익이 커지니 나쁠 건 없다는 심산입니다. 이렇게 변경된 기사 정책에 의해 네이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플랫폼이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글로벌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인터넷 포털의 특성을 이용하여 실검 및 댓글 조작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죠. 브로커들이 온라인상에서 네이버 포털 ID와 비밀번호를 개당 800~900원에 팔아 여론 조작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와 관련해 네이버도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긴 합니다. 네이버 ID 판매에 관해서는 비정상적 ID 생성 및 특정 IP에서 대량 가입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하고 2차 비밀번호 확대 적용도 검토 중이라고 하죠. 지난 3월에는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다는 작성자의 모든 이력이 공개되고 닉네임도 볼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지금까지 작성한 모든 댓글 목록을 공개로 전환하여 악성댓글과 어뷰징 시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댓글 삭제 이력 역시 흔적이 남도록 수정했다고 합니다.


출처 - 이데일리


하지만 지난 5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반대했으나 통과되었던 법안의 면면을 보면 네이버의 책임의식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네이버가 반대한 3법은 인터넷 대기업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의무와 글로벌 인터넷 대기업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주는 전기통신사업법, 불법 성착취물 유통방지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었습니다. 지난 5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네이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법들이죠.

 

출처 - 한국일보

 

특히 네이버와 네이버가 회장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가장 반대했던 것은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법안이었습니다. 인터넷 기반 사회이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테이터센터를 재난관리시설로 하자는 아주 상식적인 수준의 법안조차 반대한 겁니다. 인터넷 데이터센터 같은 기반 시설을 사고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그저 비용으로만 치부하는 네이버의 속내가 드러난 겁니다.

 

출처 - 픽사베이

 

당연한 얘기지만 네이버를 비롯한 데이터센터들은 기업뿐아니라 공공정보를 상당히 많이 취급합니다. 데이터로 돈을 벌고 싶지만 최소한의 책임은 지기 싫다는 기업이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n번방 사건을 막자는 취지의 재발방지대책도 받아들이기 싫다고 하고, 심지어 인터넷 대기업에 대한 대책으로 그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안정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스타트업 혁신 저해라고 주장합니다. 국내 최대 포털이 스타트업이라고 우기면서까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행태에 대해 네이버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출처 - 뉴스1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네이버는 각종 혐오와 선동을 조장하고 퍼뜨리는 온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이면 그 명색에 맞게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텐데, 네이버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책임의식조차 없는 기업이라서 네이버 구석구석에 혐오와 선동을 전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네이버에 자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강력한 입법과 사용자들의 감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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