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이 탄핵을 공부한 이유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끝내 탄핵심판 최후진술마저 대리낭독하게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진술서를 통해 이미 여러 사람이 자백한 사실조차 부인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때에 한 평범한 회사원이 탄핵을 공부해 책을 펴냈습니다. 《평범한 주권자의 탄핵 공부》의 저자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20년 이상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한 분입니다.

 

 

'가족이 있는 삶'을 지향하며 주말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한 지도 15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간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뿐, 일체의 공사 모임에서 정치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왜 탄핵을 공부해야 했을까요? 

 

2016년 겨울 대학생 딸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저자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광장에 울려 퍼지던 사람들의 외침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렸기 때문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차치하고라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2016년 11월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 대란 등에서 과연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드러나는 숱한 진실 앞에 선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자격이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평범한 주권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데, 이 땅의 법률가와 정치인들, 학자와 엘리트들 가운데 그 누구도 민주주의와 공화국과 대통령과 탄핵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갑갑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광장의 주권자들과 마음의 울림에 응답하기 위해 2016년 12월부터 2달간 퇴근 후 공립도서관과 집을 전전하면서 새벽 3~4시까지 숱한 문헌을 뒤적이며 탄핵을 공부했습니다. 그 투박한 공부의 결과를 숭고하고 의연한 광장의 주권자들에게 바친다고 밝혔습니다.

 

 

평범한 주권자의 외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을 탄핵하라며 수많은 주권자가 광장으로 나왔다. 그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소리쳤다. 이는 과연 무슨 의미인가?

 

국왕은 탄핵되지 않는다. 군주정체(君主政體) 하에서는 국왕이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국왕이 존재하는 한 그가 보유한 주권이 실질적이건 명목적이건 마찬가지다. 주권은 국가권력의 통일성으로서, 국가 내에서 최고의 정치적 결정권을 의미한다. 이념적으로 최고성, 독립성, 시원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주권은 현실적 국가권력인 통치권의 원천이 된다. 모든 통치권은 주권으로부터 파생되기 때문에 부수적 권력인 통치권은 본원적 권력인 주권을 경질할 수 없다. 국왕은 처형될 수 있을 뿐 탄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탄핵하라”던 광장의 외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정체(民主政體) 하에서는 국민이 주권자이며, 국민이 주권자인 사회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일 뿐이다. 파생된 권력에 불과한 통치권이 주권을 배신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탄핵이다. 하지만 복수인격의 집합체인 국민은 현실적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주권자의 또 다른 대리인인 의회가 대통령의 배신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된다.

 

대통령은 탄핵되고, 기소되고, 처벌될 수 있다.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 온전한 대리인이 배임적 대리인을 쫓아내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대통령, 비선실세에 둘러싸여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직권을 남용하여 기업들을 갈취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주권자들의 외침은 너무나 정당하다. 하지만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수많은 국민이 아연실색했다.

 

탄핵심판 절차 내내 형사소송법 적용을 줄기차게 외쳐온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말을 바꿔 대통령 심문기일에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검사의 피의자 심문 시 변호인의 대리답변이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박근혜의 경우 소추위원 심문 시 변호인이 대리답변하겠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의 국가가 법치국가라면, 우리의 국가는 과연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시국이다.

 

진보인가 퇴보인가, 갈림길에 놓인 대한민국

 

평범한 회사원이자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저자는 탄핵제도의 연원과 근거,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본질을 깊이 공부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의 탄핵제도와 우리나라의 탄핵제도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도 밤을 새며 공부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헌법에 의거해 뇌물, 직권남용 등과 같은 형사법적 쟁점과 맞물린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의 정당성을 규명한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헌법적 쟁점에 대한 답을 찾는다.

 

① 대통령이 공적기구가 아닌 사적조직에 의존하여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② 국가적 변란 중의 대통령의 행적이 사생활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가? ③ 탄핵절차 개시 이후 대통령의 임의적 사퇴가 가능한가? ④ 탄핵심판절차에 형사소송절차가 엄격히 적용되어야 하는가? ⑤ 직무정지 기간 중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개최가 정지된 직무범위에 포함되는가? ⑥ 피소추자 신분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출석을 거부하고 직접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행위가 변론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가? ⑦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중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평범한 주권자인 우리는 이런 쟁점에 대답할 만큼 헌법을 이해하고 있는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과정에서 제기된 헌법적 쟁점이 주로 탄핵심판절차의 적법요건 및 본안판단과 관련된 절차적 문제였다면,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과정에서 제기된 헌법적 쟁점은 주로 ‘통치권행사의 절차적 정당성’ ‘기본권의 내용과 한계’ ‘탄핵재판의 본질’ ‘공직자의 헌법상 의무’ ‘통치기구 구성원리로서의 민주적 정당성’ 등과 같은 본질적이고 실체적 문제들이다.

 

탄핵심판은 진영 논리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주권자로서 탄핵을 공부한 저자가 더 많은 주권자들과 더불어 이 사안을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어떤 답을 내렸는지 같이 들여다보자.

 

지은이

 

신상준
연세대 법학학사·법학석사, 서울시립대 법학박사(과정). 한국은행 법규실, 조사국, 금융안정분석국 근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Basel Comittee on Banking Supervision), 바젤III 개정을 위한 자본정의 그룹(Capital Group) 참여.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가족이 있는 삶’을 지향하며 주말저녁 식사를 직접 마련한 지 15년이 넘었다. 2016년 11월, 대학생 딸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난 뒤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광장에 울려 퍼지던 평범한 주권자들의 외침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오는 것이다.
길거리 분식점에서 커피 자판기 앞에서 평범한 주권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데, 이 땅의 수많은 법률가와 정치인들, 학자와 엘리트들 가운데 그 누구도 민주주의와 공화국과 대통령과 탄핵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갑갑함을 느꼈다.
이 글은 숭고한 광장의 주권자들과 내 마음 속의 울림(Dimonion)에 응답하기 위해 지난 2달간 새벽 3∼4시까지 숱한 문헌을 뒤적이며 정리한 투박한 공부의 결과다.

 

차례

 

들어가며

 

1. 탄핵제도의 연원

 

2. 탄핵제도의 근거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 원리
   -공화제 원리

 

3. 탄핵제도의 본질

 

4. 주요국의 탄핵제도
   -영국의 탄핵제도
   -미국의 탄핵제도
   -독일의 탄핵제도
   -프랑스의 탄핵제도

 

5. 우리나라의 탄핵제도
   -우리나라의 통치구조
   -우리나라의 탄핵제도

 

6. 쟁점적 현안에 대한 검토

 

나가며

 


참고 문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7년을 시작하자마자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송인서적과 거래한 출판사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저희도 부도를 맞은 금액이 상당합니다. 더 큰 문제는 송인서적에서 받아서 지난 몇 달간 지류회사, 인쇄사, 제책사, 후가공업체 등으로 기 지급한 어음이 앞으로 매달 부도어음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다시 지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좋은 책을 펴내어 독자분들과 만나는 접점을 넓혀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어려운 가운데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책 제목은 《금융·경제 보고서 작성법》입니다. 생각비행의 스테디셀러 중 한 권인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저자 임경 작가의 신작입니다.

 

《금융·경제 보고서 작성법》은 "한국은행이 전수하는 보고서 작성의 야전교범"과 같은 책입니다. 한국은행에서 30여 년간 금융·경제 보고서를 가까이했던 저자가 한국은행 차장, 과장, 조사역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보고서 작성법'을 강의하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덧붙여 실무 교범을 만들었습니다. 

 

그간 발간된 보고서 관련 책들이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기준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면, 이 책은 '현장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 실무적인 물음에 충실한 답을 주는 책입니다. 한두 번은 누군가가 작성한 이런저런 자료를 참고해 형식이 잘 짜여진 보고서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기본기가 잡혀 있지 않다면 이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할 때마다 갑갑함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좋은 보고서는 내용과 형식의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 한국은행에서 30여 년간 다양한 직무를 맡아 수많은 보고서를 썼고, 국장급 지위에서 후임들의 수많은 보고서를 평가하기도 했던 경험자로서 저자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 경제교육 교수(1급, 국장)로서 대학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등을 강의하면서 '보고서 작성법'의 실무를 전달하는 책의 필요성을 느낀 점도 집필의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의 실무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금융·경제 보고서 작성법》을 통해 보고서 작성법의 기본기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순간의 선택이 순탄한 직장생활을 보장합니다.

 

 

실무에 바로 적용하는 보고서 작성법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생각과 글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리된다. 하지만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은 형식을 익힘으로 정리될 수 있다. 금융·경제 보고서 역시 수집한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알맞은 형식을 취하여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실무를 익힐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하여 독자 스스로 문제를 풀면서 생각하고 형식을 찾아가며 잘못된 점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도록 했다.

 

예를 들어 문장의 연결과 끊기를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질문한다.

 

◆ 다음 ‘국내 경제 동향 보고’를 수정하시오.

 

국내 경제를 살펴보면, 수출이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내수는 완만하나마 개선 움직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설비투자는 자동차 구입및 항공기 도입이 줄면서 큰 폭 감소하였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아파트 분양물량 호조 등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제조업 생산은 휴대폰 신제품 출시 효과, 자동차 부품 생산 호조 등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서비스업 생산은 5개월 연속 증가 후 도소매 및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조정하였다. 아울러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하였다. 반면 실업률은 하락하였다.

 

이후 다음과 같은 모범 답안을 보여주며 과도한 접속사 사용을 지적한다.

 

국내 경제 동향 보고

 

국내 경제를 살펴보면, 수출이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하였으며, 내수는 완만하나마 개선 움직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설비투자는 자동차 구입 및 항공기 도입이 줄면서 큰 폭 감소하였으나 건설투자는 아파트 분양 물량 호조 등으로 증가하였다. 제조업 생산은 휴대폰 신제품 출시 효과, 자동차 부품 생산 호조 등으로 증가한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5개월 연속 증가 후 도소매 및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조정하였다.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하였으나 실업률은 하락하였다.

 

한편 서술식 보고서 작성 실무를 익힐 문제도 제시한다.

 

◆ 제시된 자료를 이용하여 '세계 경제 동향'의 개요를 서술식으로 작성하시오.

 

□ 미국 경제: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이어나가고 있음
□ 중국 경제: 완만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
□ 유로지역 경제: 개선 움직임이 미약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음
□ 향후 세계 경제: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
□ 향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요인: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
   인지?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신흥시장국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등

 

 

아래와 같이 모범 답안을 제시하여 스스로 작성한 서술식 보고서와 비교․평가할 수 있게 했다.

 

세계 경제 동향

 

세계 경제를 보면, 미국은 회복세를 지속하고 중국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였으나 유로지역에서는 개선 움직임이 여전히 미약하였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신흥시장국의 경제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 보고서의 완성

 

금융‧경제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국내외 경기 상황과 전망,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 등 경제 여건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경제학, 경영학, 무역학, 회계학 등 관련 분야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제에 대한 사전 공부와 현황에 대한 충실한 고민 없이 충실한 보고서를 쓸 수 없다. 논리 전개도 중요하지만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보고서를 완성했다면 오류가 없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오류 없이 내용을 완성했다고 해도 출력할 때 빠진 부분이 없는지, 제본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수가 생기면 내용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무자들은 보고된 문서를 통해 업무가 진행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구두 보고나 회의 등을 통해 주요 과정이 진행되기도 한다. 심지어 보고서 작성이 생략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직급이 올라갈수록 말하기가 중요해진다. 보고서는 보고를 잘하기 위한 밑바탕임을 명심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에 대한 많은 책이 문장과 형식의 기준을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경제 보고서 작성법》은 형식을 통하여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한다. 또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준에 대한 설명과 사례별 '수정 연습'과 '작성 연습'에 중점을 두어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내용과 형식에서 완성도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지은이 

 

임경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한국은행에 입행하였다. 입행 직후 중소기업금융, 수출산업설비금융 실무를 거쳐 외환보유액 관리, 외화예탁 관련 기획업무 등을 담당하던 중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연수·파견되어 재무론(finance, 경영학 석사)을 전공하였다. 지도교수이셨던 이필상 선생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한국은행으로 돌아온 뒤 금융시장 담당부서에서 총액한도대출, 채권시장동향 분석, 채권시장제도 조사업무 등을 담당하던 중 세계은행World Bank 등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연수과정을 수료하였다. 이후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에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파견되어 채권유통시장제도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였다. 복구 후 다시 채권시장 분석업무를 담당하다가 자리를 옮겨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 관련 기획, 금융시장 동향과 자금흐름 분석 등을 담당하던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과정을 수료하였다.

 

금융시장국 부국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관련 외환·금융대책 한국은행 T/F에 참여하였으며 채권시장팀장으로서 시장의 움직임을 점검하였다. 경제교육부장으로 대對국민 경제교육을 담당한 이후 중앙공무원교육원 고위정책과정에 파견 중 ‘외화와 원화의 긴밀한 연결고리’에 대한 기본체계를 정리하였다. 복귀하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책무를 맡아 경남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은행 경제교육 교수(1급, 국장)로서 대학원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등을 강의하면서 자산가격 결정과 기업재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 생활 중 상당 기간 금융시장 분석업무를 담당하면서 30여년을 금융·경제보고서와 함께 하였다. 한국은행 차·과장, 조사역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보고서 작성법’을 강의하면서 설명자료 등에 실무 경험을 반영하여 작성 기준과 사례case 연습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저서로 《소설처럼 재미있는 금융이야기》,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원화와 외화 그리고 금리와 환율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다.  

 

차례

 

머리말_ 연애를 글로 배우고 수영을 교과서로 익히기

 

1장 준비 운동
  01. 새로 조성되는 동물원
  02. 테스토스테론
  03. A에서 Z까지

 

2장 형식을 위한 수학
  04. 집합: 포함관계 인식
  05. 인수분해: 공통요소 묶기
  06. 차원: 매트릭스 정리
  07. 내용: 생각 연결

 

3장 생각의 틀
  08. 주제와 내용
  09. 접근법

 

4장 작성 기준
  10. 과정: 어떤 순서로 작성되는가?
  11. 준비: 자료정리와 확인
  12.  단어: 어휘의 힘
  13.  문장: 생각의 최소단위
  14. 체계: 구상의 설계
  15. 시각: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상
  16. 퇴고: 밀거나 두드리거나
  17. 상충: 갈등과 적용

 

5장 수정 연습
  18.  연습(1): 문장과 문단
  19.  연습(2): 체계와 제목
  20.  연습(3): 표와 그래프
  21.  연습(4): 종합

 

6장 작성 연습
  22. 연습(5): 서술식
  23. 연습(6): 개조식

 

7장 점검과 보고
  24.  점검
  25.  보고

 

8장 생각 정리

 

맺음말_ 다시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부록 1 금융·경제 보고서 개조식 작성 지침(예)
부록 2 금융·경제 보고서 서술식 작성 지침(예)
부록 3 띄어쓰기(예)
부록 4 순화가 필요한 표현(예)

 

온라인 서점에서 보기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인터파크도서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종로서적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신간 《키워드 오덕학―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을 소개합니다.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이미 오래 전부터 생명력을 얻고 있는 한국식 표현이지요. 우리의 오덕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으되, 그 말이 쓰이는 맥락은 태반이 혼란스럽거나 혼동되거나 심지어는 적잖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오덕’은 일본의 ‘오타쿠’와는 또 다른 맥락성을 지니고 자생해가고 있는 중인데요. 《키워드 오덕학》은 ‘웹툰(WEBTOON)/오타쿠/코스프레/야오이 그리고 BL/OSMU(ONE SOURCE MULTI USE)/기록과 통계/백합(百合)/모에(萌)/지역 캐릭터/짤방/병맛/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서브컬처(subculture)’에 이르는 총 13가지 키워드(열쇳말)를 통해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봅니다. 한마디로 《키워드 오덕학》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오덕 문화’를 충실히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덕후'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오타쿠'(おたく)는 일본에서도 멸칭으로 시작되었다.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는 《만화 브릿코》 1983년 6월호부터 실은 칼럼 〈'오타쿠' 연구〉에서 오타쿠를 '안경에 파묻혀 영양실조 걸린 하얀 돼지 같은데' '엄마가 사준 옷 차려입고' '세기말적으로 어두컴컴하다가 만화 행사장에선 잔뜩 모여 활개 치는' '남창 같은 구석이 있어 여자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놈들'이라고 묘사했다. 명색이 연구란 말을 제목에 달아놓은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상적 악담을 쏟아낸 까닭에 연재가 중단되긴 했으나 이 칼럼은 '오타쿠'라는 용어의 정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다 1989년 미야자키 츠토무가 도쿄·사이타마 연속 여아유괴 살인 행각을 벌이자 일본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일본 경찰은 처음으로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동원해 범인을 검거했다. 그런데 그의 집에서 5763개의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되고, 그 안에 호러 영화와 로리콘 성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은 '오타쿠=잠정적 범죄자'란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하기에 이른다. 미야자키 츠토무는 '롤리타 콤플렉스 살인귀'라고 불렸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일본에서 오타쿠는 시각 기호로 창작된 캐릭터에 집착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범죄 예비군 정도로 인식되었다. 2008년까지 NHK는 오타쿠를 금지어나 다름없는 방송 문제 용어로 구분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되고 그들이 심취한 산업의 규모가 재조명되면서 인문학적 연구가 거듭되고 있다. 이로써 오타쿠는 '꽂히는 취향에 일정 이상으로 몰입하는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지리멸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때 일본의 신어사전은 오타쿠를 '만화, 애니, 비디오게임, 아이돌 등 허구성 강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들을 일컫는다'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현재 오타쿠의 관심 대상은 철도나 밀리터리, 성우, 특정 인물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의 덕후 문화, 어디까지 왔나?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오랜 시간을 거쳐 생명력을 얻고 있던 한국식 표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넘어 다수의 일반 한국 대중 사이에서 '오덕'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건 TV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tvN, 2009. 3. 31~2013. 11. 26)였다. 2010년 1월 27일자 〈화성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안는 베개(끌어안고 잘 수 있는 등신대 베개)를 들고 나와 "이 캐릭터와 혼인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출연자를 소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조롱처럼 돌아다니던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형 인물이 화성인(=상식 밖 인물)의 대표주자 '덕후'의 표상으로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오덕' '덕후' 부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중에게 고정된 것이다.

 

이를 보면 한국의 '오덕' 또한 일본 ‘오타쿠’의 전철을 밟은 듯하지만, '오덕 문화'는 거기에 머무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웹툰이 상업적 정립 10년을 넘긴 2013년을 거치며 미끼 상품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상품으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덕후 문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향유층과 함께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 문화 코드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정의되던 범위 바깥으로 확장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급기야 멸칭마저도 유희화하는 현상을 겪게 마련이고 그러지 못하는 문화는 역설적으로 박제화하거나 사멸하는데, 오덕 문화는 다행스럽게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근래 화제를 모은 TV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능력자들〉(MBC, 2015. 11. 13~2016. 9. 8)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인류는 덕후들의 능력으로 인해 진화되었다" "당신의 덕심이 바로 당신의 능력이다"(프로그램 소개 중에서)라며 '덕후'를 별다른 주석문 하나 없이 전면에 내세웠다. 재밌는 건 〈능력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 자체다. 말 그대로 덕후를 '능력자'로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한술 더 떠 "개개인의 전문성이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라고까지 피력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등장 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어떤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변화로 비치는 현상 이었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이란 바로 덕후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미디어가 '능력자' 이전에 '화성인'으로 분류했던 이들을 의미한다.


아스카(〈신세기 에반게리온〉 여주인공 가운데 한 명)를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연예인과 〈도라에몽〉에 미쳐 사는 몸짱 훈남 연예인처럼 사회적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그럴싸한 오덕층의 출현은 스스로를 덕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일반 대중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라? 우와? 세상에?' 하며 놀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사회성 결여' 같은 비상식적 면모와 거리가 멀다는 점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어느 무언가에는 '덕'이다. '덕질'이 즐거운 유희가 되는 시점에 '오덕·덕후=안여돼' 프레임은 힘을 잃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창궐하던 사방천지의 덕질 놀이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TV라는 절대적 대중문화 살포 도구(!)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오덕' '덕후' '덕질'이라는 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능력자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능력자들〉에 출연한 이들은 겉보기에 멀쩡하고 자기 일에도 충실했다. 더구나 관심 대상을 향한 애정과 노력은 실제 해당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다 못해 "너 이쪽으로 와라"라며 취업 제안을 즉석에서 받을 만큼 전문성마저 갖추고 있었다. 오덕들의 노력과 지식은 '덕질'이라는 범주 안에 놓이지 않아 왔을 뿐 덕후 문화가 애먼 논란 속에 정체를 겪고 있던 시기부터 이미 쌓이고 있었던 것들이다. 우리 시대의 흐름이 이들이 쌓아온 면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칭찬할 수 있는 데까진 온 것이다.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오덕 문화가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몰입하는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콘텐츠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이면 이 분야만 약 170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오타쿠 시장의 규모를 알려주는 단적인 자료가 있다. 2004년 8월 24일 노무라종합연구소(野村総合研究所)가 발표한 〈마니아 소비층은 애니메이션, 만화 등 주요 5개 분야에서 2,900억 엔 시장—오타쿠층의 시장 규모 추계와 실태에 관한 조사〉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애니메이션/만화/게임/아이돌/조립PC' 다섯 개 분야에 걸친 오타쿠들의 소비 시장 규모는 2900억 엔(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콘텐츠 관련 네 개 분야, 즉 애니메이션, 아이돌, 만화, 게임 산업 전체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3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오타쿠 소비층이 금액 기준 1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처럼 오타쿠는 구매 의욕이 높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의 핵심, 차세대 기술 혁신의 장, 신상품 실험 대상으로서의 가치도 높아 산업 관점에서 기대되는 역할이 큰 모집단이라 할 수 있다. 오타쿠든 한국화한 오덕이든, 이들에게 통하는 코어한 부분을 이용하려면 이들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덕들의 문화와 역할은 일본의 오타쿠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되 다르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더욱 달라질 것이다. 이 때문에 《키워드 오덕학》의 저자는 '오덕'을 '오타쿠'와 단순 동의어로 놓고 용어를 해설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본에서 유래한 '바닥 문화'를 파고드는 차원이라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오덕 문화와 개념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키워드 오타쿠학》이 아닌 《키워드 오덕학》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에겐 우리에게 맞는 '오덕' 담론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은이 

 

서찬휘
본명 임채진. 1979년생. 1998년 이후 지면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만화 이야기를 해온 만화 칼럼니스트.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으로 한국 오덕 문화의 흐름과 성격을 역사라는 맥락 안에서 꾸준히 탐색하고 정리해왔다. 만화, 애니, 성우, 애니송, 라이트노블 등을 덕질하다 현재는 만화를 중심으로 정착 중. 만화 정보 웹진 《만화인manhwain.com》 운영을 비롯해 대학 강의, 인터뷰, 팟캐스트 진행, 전시 기획, 세미나 기획 및 진행, 캘리그래피 등 만화와 연관성 있는 일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며 _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

 

01. 웹툰(WEBTOON)
‘MADE IN KOREA’ 만화 형식 웹툰의 정립 과정과 대외 브랜드화 현황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들

 

02. 오타쿠
‘화성인’에서 ‘능력자’까지, ‘덕후’의 즐거운 위상 변화

-생각할 거리들

 

03. 코스프레
불분명한 유래 집착과 일본 콤플렉스를 넘어서

-생각할 거리들

 

04. 야오이 그리고 BL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섹슈얼리티 판타지

-생각할 거리들

 

05. OSMU(ONE SOURCE MULTI USE)
똑바로 서지 못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무시한다

-생각할 거리들

 

06. 기록과 통계
한국 만화가 진정 튼튼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생각할 거리들

 

07. 백합(百合)
소녀(여성) 간의 우정과 유대에 천착한 판타지 픽션

-생각할 거리들

 

08. 모에(萌)
극단적으로 부품화한 취향 코드와 언캐니밸리

-생각할 거리들

 

09. 지역 캐릭터
한국에서 ‘쿠마몬 성공신화’를 바라고 싶다면

-생각할 거리들

 

10. 짤방
이미지 속 맥락의 만화적 재해석

-생각할 거리들

 

11. 병맛
조롱을 내재화한 이 시대의 산물

-생각할 거리들

 

12. 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
상반된 마음의 간극을 부품화하다

-생각할 거리들

 

13. 서브컬처(subculture)
오타쿠 컬처? 문화콘텐츠?

-생각할 거리들

 

마무리하며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천상의 소리를 짓다》 북토크 & 콘서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잠깐 책 소개를 하겠습니다.

 

오르겔(Orgel)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관을 음계에 따라 배열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를 의미합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성당이나 교회,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콘서트홀 등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악기죠. 아직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지만, 서양에서는 ‘악기의 왕’으로 불립니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악기이기도 하거니와 장엄하고 웅대한 오르겔 한 대가 수십, 수백 가지의 소리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오르겔 제작 장인)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13년간 기록한 사진작가 김승범의 사진집이자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르겔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서양의 악기에 한국의 소리를 담으려 노력해온 마이스터 홍성훈의 땀과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북토크 & 콘서트

 

책 출간을 기념하여 북토크 & 콘서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 12월 1일(목) 7시 30분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참석 바랍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
출판기념 북토크 & 콘서트

 

영혼의 소리, 생명의 소리

 

-북토크-

 

사회자: 김민웅(경희대학교 교수)
패   널: 홍성훈(오르겔바우마이스터)
            김승범(《천상의 소리를 짓다》 저자)
            이상만(음악평론가)
            김동철(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장우형(서울장신대학교 교수)
            문병석(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대표)

 


-콘서트-

 

----------------------------------------------------------- ---------------------------Org. 김서휘

Concerto in A minor BWV 593 중 1악장                                                   J. S. Bach


----------------------------------------------------------------------대금. 정재우 / Org. 김서휘

어메이징 그레이스, 캄캄한 밤


--------------------------------------------------------------------------------------Org. 문병석

Toccata in B minor                                                                          Eugene Gigout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565                                              J. S. Bach


연주자: 김서휘(오르가니스트), 정재우(대금연주자), 문병석(오르가니스트)

 

 

일시: 2016년 12월 1일(목)  7:30
장소: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
주관: 생각비행

 

 

천상의 하모니

 

이 책의 지은이 김승범은 2003년 4월 덕수궁에서 홍성훈을 처음 만났다. 당시 44세의 활기 넘치는 홍성훈은 영락없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오르겔바우마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고 드문 터라 사진작가로서 본능적 관심이 발동했다. 첫 만남의 인연을 시작으로 김승범은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했다.


홍성훈은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에 투신해 독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앞만 보고 달렸다. 만 12년 반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라는 직함을 가슴에 안게 되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 일이어서 보통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바쳐 노력한 끝에 독일에서 순탄한 삶을 보장받았으나 홍성훈은 모든 것을 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양의 악기가 아닌 ‘한국적 오르겔’을 만들고 싶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 도제 과정을 밟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흥사단에서 사물놀이, 봉산탈춤 전수 등의 활동을 한 이력과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뮤지컬단)에서 발산하기도 했던 청년 홍성훈의 몸속엔 이미 한국의 신명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겔 제작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홍성훈은 18년의 세월 동안 한 대씩 한 대씩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오르겔을 지어왔다. 그가 만드는 오르겔 소리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천상의 소리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소리이기도 하다.

 

“무형의 공기가 수백 개의 파이프를 타고 들어가 천상의 하모니로 다시 태어나는 그 놀라운 순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38쪽


 

홍대용의 꿈을 잇다
 
기원전 1100년 중국에는 생황이 있었고, 기원전 264년 알렉산드리아에는 수력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물-오르겔이 있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공명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다. 풀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게끔 발전한 오르겔은 13세기 교회의 규모와 크기가 대형화되던 시점과 맞물려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기(15세기 후반~16세기)에 제작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는 오르겔 문화가 전성기를 이루게 된다.


유럽 가톨릭과 기독교와 함께한 오르겔 역사에 비하면 한국의 오르겔 역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있다. 조선 중기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남양 홍씨 담헌 홍대용이 선진 문물을 접하기 위해 떠난 중국의 북경 천주교회당에 있던 오르겔 소리에 감명을 받아 그 구조와 원리에 대한 탐구심을 펼친 일이다. 거문고 명인으로 음악적 조예가 깊었던 그로서는 크고 복잡하고 특이한 형태의 서양 악기에 관심이 동했다. 그는 즉석에서 음을 짚어가며 조선의 가락으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했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오르겔의 기계적 원리까지 파악하여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만약 홍대용이 나라의 지원을 받아 조선에서 오르겔을 만들었다면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르겔은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2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홍대용과 같은 남양 홍씨 홍성훈이 한국 땅에서 오르겔을 지어내고 있으니, 홍대용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홍성훈이 잇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홍성훈이 고국으로 돌아온 까닭도 여기에 있으니.


홍성훈은 세종과 정조 때 조선이 문화의 황금기를 이룬 것처럼 앞으로 머지않아 올 그때를 위해 계속해서 한국적인 오르겔 작품을 세우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문화의 토양에 어울리는 오르겔과 미래 지향적이고 예술적 감흥이 넘치는 또 다른 세계로의 오르겔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소리를 담다

 

“오르겔은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이 합쳐져서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한다.” ―58쪽

 

홍성훈이 오르겔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그는 서양 악기인 오르겔에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를 부여할 때 한국적인 색채를 담고자 노력해왔다. 오르겔 외관을 한국적 격자무늬나 비천상으로 장식한 것, 양평의 아름다운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산수화 오르겔을 만든 것, 한국의 전통적인 경첩과 칠보공예, 채화기법을 오르겔 제작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홍성훈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에 한국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해왔다. ‘홍플루트’ ‘프린치팔코리아’ ‘피리’ 같은 한국적 소리를 담은 레기스터(악기)를 오르겔에 넣은 것이나 블루오르겔이란 작품의 레기스터에 ‘푸르아라’ ‘가온누리’ ‘샛바람’ ‘아련나래’ ‘새암’ ‘미리별’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부여한 것이 바로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홍성훈은 한국 전통문화 작가들과 고민을 나누며 더 다양하고 한국적인 오르겔을 제작하고싶어 한다. 나전칠기 기법을 적용한 채색 파이프를 넣은 오르겔, 한지를 이용해 일월오봉도를 입힌 오르겔, 편종과 편경이 함께 작동되는 오르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한 지은이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홍성훈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아울러 그가 짓는 오르겔이 세상의 번뇌를 씻어주고 평화를 선물하는 천상의 소리가 되길 바란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홍성훈을 응원하는 지은이의 우정의 선물이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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