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올해 추석은 연휴가 길다고 기대하던 분들 많으시죠?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무래도 이번 추석 땐 먹고살기의 팍팍함을 토로하고 신세 한탄을 하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경기침체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 수가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금액이 사상 최대 수준인 1조 원에 달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달까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21만 4000여 명으로 집계돼 작년보다 2만여 명 늘었습니다.

 

또한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 지난해 20만여 건을 기록했고 체불액이 무려 1조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본보다도 10배나 많은 액수입니다. 경기침체로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하는 하청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는데요, 분식 회계와 숱한 경영 비리는 최상층부가 저질러놓고, 그 책임은 최하층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꼴입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하청노동자들의 사정은 정말 심각합니다. 지난해 주요 업종별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 노동자의 95퍼센트가 하청노동자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 이로 인해 원청 책임자가 구속된 사례는 단 1건이었습니다. 이 30개 기업에는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한화케미칼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 중 대우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은 하청노동자 사망해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노동자 쥐어짜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해가 가면 갈수록 하청노동자의 사망률이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무려 95퍼센트의 사망자가 하청노동자였고 이는 원청 사망자의 18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약한 자에게 위험한 일을 헐값에 떠넘기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드러내는 징표입니다. 하지만 이를 정부가 솜방망이 처벌로 오히려 부추기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저임금은 어떤가요? 지난 7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보다 440원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 6470원을 놓고 역대 두 번째로 높다며 소득 격차 해소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의미가 크다고 자화자찬했죠. 최저임금이라면 그것으로 최저 생활이 가능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출처 - 국민일보


주 40시간 일하고 유급 주휴 수당까지 받으면 월급으로는 135만 2230원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 제시한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가 169만 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이 1인 가구 한 달 생활비에 한참 못 미친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뢰로 한국통계학회가 분석한 통계청 자료를 봐도 2014년 1인 가구는 주거비 36만 원, 식비 33만 원, 각종 공과금 25만 원 등으로, 다 합하면 한 달에 155만 원을 써야 했습니다. 2년 전 통계치인데도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20만 원이나 더 써야 했습니다. 그러니 해가 다르게 올라가는 월세 등 물가를 생각하면 내년 최저임금 역시 1인 가구 생활비의 최저선에 못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참담한 사실은 이런 최저시급조차 다 못 받는 노동자가 264만 명으로, 노동자 7명 중 1명꼴로 절대로 적지 않다는 겁니다. 먹고살기도 버거운 이들에게 추석 보너스 같은 소린 언감생심인 노릇이죠.


한편 경영계는 한 달에 103만 원이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가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습니다. 한편 "지금 최저임금이 너무 높고 충분히 밥 먹고 살 수 있다..." 이러던 경영계를 비롯한 있는 집 사람들과 권력자들이 "어떻게 3만 원으로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느냐"며 김영란법을 성토했습니다. 최소한 앞뒤가 맞는 소리를 하는 성의라도 좀 보이기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명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이 '경제에 실패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비판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7.4.7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가 애초 비전으로 내세웠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중 단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죠. 이는 앞으로도 달성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잠재성장률은 4퍼센트는커녕 지난해 2.6퍼센트로 뒷걸음질 쳐서 3퍼센트대 복귀조차 어려울 듯합니다. 통계청이 내놓는 실업률은 60퍼센트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실 겁니다. 한편 국민소득은 어떻습니까? 4만 달러는커녕 2만 7340달러로 오히려 후퇴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3만 달러 달성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정이 이렇자 박근혜 정부는 왜곡된 통계와 엉터리 자료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가 아직 괜찮은 상황인 것처럼 국민을 속여왔습니다. 비리 기업들의 단골 메뉴인 분식회계처럼 대국민 발표용 보고서의 수치를 속인 겁니다. 한 예로 우리나라가 재정 건전성을 평가할 때 비교 잣대로 자주 쓰는 OECD 통계를 기획재정부가 엉터리로 인용해왔음이 확인됐습니다.

출처 - SBS


풍부한 재정 여력을 강조하려다 인터넷 검색 한 번만 해보면 뻔히 드러날 국제기구의 통계를 왜곡하는 무리수를 둔 겁니다. OECD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평균 국가채무비율을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2014년 84.1퍼센트, 2015년은 88.3퍼센트였습니다. 그런데 그간 기재부가 여러 보도자료와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한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 값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5퍼센트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이 다른 나라보다도 풍부하다고 떠들었으니까요. 

 

실제 수치는 거의 30퍼센트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를 지적하자 기재부는 실무적 착오라고 설명했지만 의도적 실수라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재정을 담당하는 재정 당국이 평균값과 전체 값을 구분 못 하고 이를 오랫동안 발견하지도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재부의 착오가 사실이라면 이토록 무능하고 무식한 재정 당국 담당자들은 당장 옷을 벗어야 할 겁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가위는 우리네 전통에서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추석에 가족이 모이면 적어도 다음 정부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차지하지 않도록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에 그늘을 드리우는, 정치도 경제도 외교도 못하는 현 대통령과 현 정부를 지지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최근 과거의 한 조사 결과가 SNS상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질문맹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입니다. 드높은 교육열로 문맹률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자부하던 나라에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글자 자체를 알아보고 읽고 쓰는 '문맹률'은 낮지만, 문장의 뜻을 파악하여 생활이나 업무에 적용하는 실질적인 능력은 한참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오늘은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나라가 선진국 국민들의 실질 문맹률을 비교하는 22개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민의 문서해독능력 비교에서 꼴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의 75% 이상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문서 해독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OECD 국가 문서해독 능력 비교'는 단순한 문자해독율이 아니라 영수증, 구직원서, 봉급명세서, 약 설명서의 처방전, 전자제품의 설명서와 같이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서 내용을 파악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알아본 조사입니다. 실질문맹률이란 말은 기사에서 편의상 사용한 말이고 정확히는 문서해석능력, 즉 문해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조사에서 문해율이 최하위권이라는 말이 되지요.
 
 
고학력자의 문해율도 OECD 최하위권
 
OECD에서 캐나다 통계청과 함께 1994년~1998년 시행한 국제성인문해능력조사(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 IALS)는 세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논설, 기사, 시, 소설을 포함하는 텍스트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산문문해, 구직원서, 급여 양식, 버스/열차 시간표, 지도, 표, 그래프같이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담긴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문서문해, 금전출납, 주문양식, 대출이자 등 인쇄된 자료에 포함된 숫자를 계산하거나 수학공식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수량문해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옵니다.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전반적으로 선진국임에도 문해력이 낮은 편이었고,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은 문해력이 높았습니다. 스웨덴은 산문문해, 문서문해, 수량문해, 전 영역에 걸쳐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칠레는 전 영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북유럽 교육이 대단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니군요.
 
우리나라는 더 늦은 시기에 따로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문항 자체는 같은 것을 썼습니다. 시차가 있지만 조사 점수를 단순 비교한다면 평균적으로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문서문해는 헝가리와 슬로베니아와 비슷한 점수를 받아 OECD 조사 23개국 중 19위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2001년 이 IALS 도구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별도로 조사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조사 시기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몇 년이나 뒤였으니, 유리하다면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조사 결과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우려스럽습니다.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문서문해 단계별 성인 비율은 5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단계는 문해에 매우 취약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으로 아이의 약 설명서를 보고도 정확한 투약량을 결정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2단계는 1단계보다는 어려우며 단순하게 드러나는 복잡하지 않은 일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일상적 문해 능력이 요구되는 일을 말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이나 신기술을 학습하는 것 같은 새로운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처리하기 힘듭니다. 3단계는 진보된 사회에서 복잡한 일과 일상에서 요구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을 말합니다. 높은 문해 수준에서 요구되는 여러 정보를 통합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죠. 4, 5단계는 고도의 정보처리 및 기술 능력을 구사하는 수준을 말합니다.

위 표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나라는 글자는 알지만 그 내용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는 1단계가 무려 성인의 38퍼센트나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고도의 지식 노동을 할 수 있는 4, 5단계는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1위인 스웨덴과 비교할 때 1단계 수준의 비율이 6배 많다는 점도 문제지만, 4, 5단계는 17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대학/대학원 졸업생이 많아 고학력 사회로 불리지만, 실상은 학력 거품이 심하고 실질적으로는 하향 평준화되어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이는 학력별 문서문해율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중졸 이하의 문해율은 중위권 정도이지만 고졸 이상은 최하위인 칠레와 동점이고, 대졸 이상은 칠레보다도 7점 이상 낮아 최하위입니다. 1위인 스웨덴과는 무려 72점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산문, 문서, 수량 등 3개 영역을 평가하는 성인문해력은 학력이 높을수록 세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였다. 중졸 이하 학력자의 문해 수준은 중하위권이었지만 대졸 이상 학력자는 △산문문해 19위 △문서문해 23위 △수량문해 21위 등 최하위권이었다. 금전출납 대출이자 계산 등 숫자를 이해하고 계산하는 능력인 '수량문해력'은 276.87점으로 세계 12위, 기사나 소설 등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인 '산문문해력'은 269.2점으로 체코(269.4점)보다 낮고 영국(266.7점)보다 높은 13위였다. 이 연구위원은 "한글을 단순히 읽고 쓰는 국민은 많지만 숫자 문서 도표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문해능력은 떨어진다"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해 교육에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글자를 읽을 줄만 알지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쓰고 문장이 길어지거나 복잡해지면 알아먹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거죠. 도표나 그래프, 수식이 나오는 실용문서 문해력은 심각할 정도로 뒤떨어집니다. 연구 같은 전문 영역은 더 할 말이 없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관해서는 아주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을 겁니다. 토론이나 논술이 아닌 주입식 교육, 외국어보다 국어 교육을 등한시하는 교육 현실,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독서율 등등 말이죠.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세 줄 요약과 난독증이 판을 치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게 해주는 조사였습니다. 2014년 지금 다시 이 조사를 시행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우리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외국어 교육에만 몰두하는 '어륀지 정권'을 지난 지금 그 수준이 떨어지면 더 떨어졌지 올랐을 것 같지는 않군요.


영어를 나랏말로 바꿀 셈인가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 수업시간을 주당 1시간에서 주당 3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려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영어격차가 교육격차, 소득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14조 원에 달하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던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획일적 관치교육, 폐쇄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며 공교육 강화론을 주장했죠. 그 결과 학교에 영어프로그램만도 20개가 넘는 학교가 생기고, 심지어는 40~50개가 넘는 학교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출처-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이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에 나오는 글입니다.

초등영어교육이 사교육비 증대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1997년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이래 초등 저학년뿐만 아니라 미취학 유아와 갓난아기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영어교육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영어 조기교육이 과연 교육적이기는 할까? 아동기가 '언어습득능력이 활발한 시기'라는 주장을 부인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영어교육 과열이 어린이들의 지적, 정서적 발달을 가로막고 모국어 구사능력을 퇴보시킨다는 것은 학계에 정설로 이해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영어교육을 타교과목에 비해 비중을 높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당연히 국어교육 교과를 비롯한 타 교과목을 경시하는 풍토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기회와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자녀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영어 구사 능력이 마치 생존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학교교육의 목표인 전인교육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영어교육의 강화는 학문의 편식을 비롯한 조기 유학을 부추기고 민족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게 할 뿐 아니라 공교육 황폐화를 불러오게 될 게 뻔하다.

실제로 그간 학교 현장에는 (초중등) 영어교사와 원어민 보조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영어회화를 가르치기 위해 2009년부터 교육청 단위로 6000여 명의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임용시험도 치르지 않고 채용했다가 2011년에는 학교에서 알아서 채용하라고 바꾸기도 했다. 영어공교육 강화정책으로 초등영어 수업시수 증가 외에도 영어 체험교실 증가, 교사 영어연수 강화 정책 등으로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이 온통 실용영어 강화정책으로 편중되고 중복되는 문제도 빚어졌다.

초중등 교육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 지역 편차에 구애됨이 없이, 학생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인성 함양과 지식 습득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무분별한 조기영어교육 강화는 성장과정의 아이들에게 미국 중심의 편향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된다.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에게 과도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은 미국의 창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강요하여 정체성의 혼란을 유발했다.

국제사회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중국어나 아랍어처럼 하나의 외국어에 불과하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영어몰입 소동에서 볼 수 있듯이 영어구사 능력을 한 개인의 인품보다 상위의 가치로 여기는 문화사대주의 풍토가 확대되지 않았던가.

초중등 교육은 국가가 맡아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 지역 편차에 구애됨이 없이, 학생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커가도록 인성 함양과 지식 습득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영어 수업시수 확대방침은 영어교육과 다른 교육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계층 간의 갈등과 교육양극화마저 심화시켰음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5년 임기가 끝났다. 이제는 영어몰입교육의 폐해를 인정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초등영어 수업시수부터 줄여야 한다. 영어는 언어와 사고체계가 발달된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교에 배우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영어학자나 현장 교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중에서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 부끄럽지 않도록

영어 광풍이 휘몰아치는 국내 상황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네스코가 모국어 개발 등 문맹 퇴치의 공로가 있는 기관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의 이름은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입니다. 이 상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고, 개발도상국에서의 모국어 개발 등을 통해 전 세계적 문맹 퇴치에 이바지한 개인이나 단체를 장려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으로 1989년에 제정되어 1990년부터 매년 시상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요르단, 튀니지, 에콰도르, 중국, 사우디아리비아, 이집트, 페루, 필리핀, 토고, 인도네시아, 르완다 등 전 세계 곳곳의 42개 단체에 문맹 퇴치 공로로 세종대왕 문해상이 수여되었습니다. 수상자(단체)는 상금 2만 달러와 상장, 세종대왕 은메달을 받게 되며, 시상식은 매년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에 열립니다.

 

출처-연합뉴스

2013년도 세계 문해의 날에 세종대왕 문해상 수상자로 인도의 인적자원개발부 소속 국립문맹퇴치국의 문맹 퇴치운동인 '삭사르 바랏 미션(Saakshar Bharat Mission, 글을 읽을 수 있는 인도)'과 아프리카 차드공화국 구에라 지역의 '모국어 문해 프로그램(The programme Mother Tongue Literacy)'이 선정되었습니다. 

인도의 삭사르 바랏 미션은 인도의 25개 지역에 분포되어 26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으며 매년 1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 교육, 직업 교육, 기능적 문해, 여성 평등을 포함하고 있고, 30퍼센트에 이르는 인도의 문맹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또 다른 세종대왕 문해상 수상 단체였던 아프리카 차드공화국 구에라 지역의 모국어 문해 프로그램은 구에라 언어의 발전과 표준화, 문맹퇴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누렸습니다. 2012년과 2013년에 교육을 받은 교육생 6577명 중 여성이 5356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의 문해율 제고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합니다.

2013년 10월 15일에 경남도의회가 <경상남도 국어진흥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우리의 말과 우리글이 지닌 의미가 퇴색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지자체가 나서서 국어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는 사실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말과 우리글로 된 우리 문화가 세계로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많은 나라의 국민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22개 OECD 가입국 국민의 문서해독능력 비교에서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상황과 뭔가 들어맞지 않는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국적 없는 외래어나 필요 이상의 영어 남발을 지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어진흥조례를 제정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올바르고 아름다운 언어생활을 영위한다면 온 국민의 문서해독 능력은 자연스럽게 신장하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한국교육개발원 2006 한국의 교육·인적자원지표(SM2006-11)
 
한국 성인의 문해실태에 관한 OECD 국제비교 조사연구(CR2001-47)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2년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굵직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의 삶은 노력 없이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느낍니다. 연말·연초에 스크랩해둔 신문기사를 살피다가 아래 기사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쌍용차 ‘희망텐트’ 한 달 “모두에게 잊혀질까 두렵다”

<경향신문> 1월 6일자 기사입니다. 2009년 8월 6일에 시작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투쟁은 77일간의 옥쇄파업을 거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며 끝났습니다. 하지만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는 복직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노조원 20여 명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여전히 농성하고 있습니다. 2011년 12월 7일 새롭게 시작한 희망텐트 농성은 오늘로 35일째를 맞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OECD의 <고용전망 2011(Employment Outlook 2011)>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상근직 노동자의 평균임금(구매력 기준)은 3만 3221달러로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낮고 지급 기간도 짧아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매우 허술하니 보완하라는 충고까지 덧붙였습니다. 세계 무역규모 2조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라의 현실이 이 모양입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인포그래픽] OECD지표로 본 한국의 노동자
[인포그래픽] 실업계고교 현장실습 제도적 문제는?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소득을 보전해줌으로써 재취업과 생계유지를 돕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의 하나입니다. 4대 보험 가운데 하나이므로 고용자는 의무적으로 가입하여 실업 시 어느 정도의 급여를 보장받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실업급여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OECD의 지적입니다. 보고서 내용으로는 사실상 한국이 사회적으로 실업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들었습니다.

첫째, 턱없이 부족한 실업급여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실직 1년 차 실업자가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평상시의 30.4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OECD 국가 평균(58.56%)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둘째, 실업급여 보장 기간도 최장 240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짧다고 지적합니다. 덴마크는 최장 4년을 보장하고 미국은 금융위기가 닥치자 26주에서 99주로 보장 기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업급여 대상자가 전체 노동자의 3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막 일자리를 얻은 청년이나 비정규직, 즉 4대 보험 적용을 받기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깁니다. 이런 노동자들의 상황으로 보아 한국이 OECD 회원국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에는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이나 급여가 취약한 상황인 만큼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의 근무 여건이 좋았을 리는 만무합니다. 사망한 학생은 평일 근무는 물론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근무 등에 투입되어 주당 최대 58시간 정도 근무하다가 쓰러졌다고 합니다. 10대 학생이 일주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강도 높은 노동 현장에 투입된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계 일각에서 가혹한 현장실습이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특성화고 취업률 실적주의 정책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가 특성화고교에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학교 입장에서는 취업률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학생들이 고강도의 노동에 노출되어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는 얘기입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실업계 고교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여 학생들이 부당하게 노동을 강요받고 취직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방지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8년 4월에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과 '2012년 특성화고 관련 업무계획'으로 말미암아 학생들의 상황은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정상화 노력 이전 상태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학교는 실적을 위해 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내몰았고, 학생들은 다시금 부당한 대우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OECD 회원국인 한국. 하지만 우리 노동자의 삶은 OECD 가입국 국민의 삶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입니다. 2012년에는 이러한 노동현실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 가벼운 장바구니를 한탄하는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012년 2월 15일은 쌍용차 파업사태가 벌어진 지 10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농성 첫날부터 희망텐트를 지키고 있는 문기주 씨(52·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가 인터뷰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새해 소망이요? 새해든 새해가 아니든 소망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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