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주말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을 맞이하여 열린 평화군축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한반도에 당면한 평화 문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과 수출주력사업으로 육성해왔습니다. 그 결과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이 되었고, 국방비 지출은 세계 12위에 해당합니다. 지난 25일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였습니다. 분야별 예산을 추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라고 합니다. 반면 2013년 국방예산안은 35.5조 원에 달하며, 매일 972억 원을 국방비로 쓰게 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는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군비증강, 전쟁무기 도입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제주 해군기지처럼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방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한편 시민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투자(교육, 주거, 의료 등의 복지예산의 중요성 등)를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세계 평화의 날'은 경희대 설립자이자 세계대학총장회의(IAUP) 의장을 지낸 조영식 박사가 1981년 6월 개최된 세계대학총장회 제6차 총회에서 제안한 뒤 유엔에 의해 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총성 없는 날'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2001년부터 9월 2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평화의 날 31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 현장] 풍선으로 만든 탱크 뒤편으로 평화단체에서 다양한 참여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기수출 세계 7위 국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첨단무기를 과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수시로 벌였습니다. 남북관계는 급속히 단절되었으며 그 결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낳았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는 군사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고, 무기산업을 키우고 군비를 확장하면 필연적으로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는 자명한 현실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교육, 주거, 의료 등 복지를 위한 예산을 희생하면서 적정규모 이상 책정되는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3회 평화군축박람회는 우리 사회에 평화에 관한 관심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면서 군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토크쇼, 콘서트,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휴전 상태이므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 여성교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방위비 감축과 여성복지 확대, 군사주의 문화를 평화문화로 전환' 같은 의제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현실을 무시하고 당장 모든 군대를 없애자거나 무장을 해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하자고 제안할 뿐입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친구가 되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와 핵억지력 등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켜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닐 뿐더러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총을 내려놓고 조금씩 군비지출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신뢰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전>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변모하는 세계정세,
과연 군사력이 대안인가?  


과거 국제정치에서 국력을 중요한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주로 '현실주의'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정세는 그동안 많이 변해왔고, 국력만큼 중요한 요인도 많이 생겼습니다. 국제정치에서 현실을 강조하는 이들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세계정세를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그동안 세계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간과하거나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차이는 절대적이었으나 이제는 그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파탄 났던 우리나라가 지금 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군비증강이 그 요인입니까? 아닙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하면서 인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랬듯이 우리와 같은 역량을 갖춘 나라가 앞으로 많이 생겨날 겁니다.

과거 강대국은 세계의 주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렸던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룬 국력으로 지금도 세계 패권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미국을 '불량국가'로 규정합니다. 미국이 세계 유수의 지역분쟁을 유발했으며, 지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깡패국가이기 때문이지요.

시민 한 사람 사람은 도덕적일지 모르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으로서의 사회는 비도덕적이기 쉽고, 깡패국가나 불량국가가 되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친 국방력 그 자체가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미군, 미국의 경제의 한 축이 된 군산복합체, 국가안보사업에 집중되는 최첨단 기술 등은 사실상 미국경제를 떠받치는 토대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유지비가 듭니다. 이 때문에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는 미국은 시시때때로 전쟁을 일으켜 무기 재고를 소진하고, 지하자원을 획득하거나 전후 복구를 떠맡으면서 국가경제를 쇄신해왔습니다.

이렇게 국력 강화에 힘을 쏟는 미국조차 최근 국제정치에서는 영향력을 잃고 있습니다. G3, G7, G8, G20... 이런 국제적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무엇입니까? 세계정세가 단극화 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요? 일부 깡패국가를 제외하면 전쟁보다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편이 각국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세계 정상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와 연대를 공고히 하고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국제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도둑, 강도, 깡패가 있다고 전 국민이 무장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당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위해를 가하는 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신다면, 비록 지금 국제기구의 힘이 약하다고 하나 그 실효성을 키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막연한 이상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이 깡패국가를 이겨낼 만한 군사력을 갖추는 일이 오히려 더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과거 대한민국 안보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북한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국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적인 냉전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전쟁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국방비로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 논리는 필요 이상으로 남북의 군사적 대립을 조장했고, 때때로 무력 충돌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군사력 증강에 투입하는 예산을 복지와 다른 측면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후대에겐 지금과 다른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최근 센가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분쟁이 미·중 간 신경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미·일 양국은 괌 일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데요, 양국 군이 합동으로 도서 상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합동 군사훈련이 일본과 중국 간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미·일 삼국의 군사동맹 강화 시도나 신냉전 구도를 연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해군은 "제주남방해역은 한·중·일의 울타리 없는 앞마당과 같은 지역으로 보호가 절박하다. 주변국들은 항공모함, 잠수함 건조 등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우리의 해양영토 넘보기를 노골화하는 등 우리의 각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해군의 논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미국의 해양패권전략을 위한 것인지가 드러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 행사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실체를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으며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는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제주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해왔는데요, 과연 믿을 만한 이야기일까요?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제주도민을 속이고 이중계약서까지 써가면서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사업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항만 내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 입출항이 불가능하다고 해군조차 설계 오류를 인정했지요. 그 밖에 절차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는 2011년 12월 말에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급제동을 걸었습니다. 예결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삭감된 새해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된 점을 고려하면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거부감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한 해군기지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거짓과 은폐를 조장하여 강정마을 주민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게 함으로써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켰습니다. 제주 해군기지의 진행과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볼까요?

1. 2007년 4월 26일에 강정마을 전 회장 윤태정 씨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불과 87명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하고 다음 날 유치 신청했습니다. 향약에서 정한 공고일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수시로 방송해서 마을주민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공고 내용조차 불명확했습니다.

2. 제주도지사는 2차례 여론조사를 하고서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2007년 5월 14일 강정동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용역 발주, 설문 내용, 설문 대상 선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KBS <추적60분>에도 이런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3.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강정마을 주민은 유치 찬반을 마을 전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 결과 94퍼센트의 주민이 해군기지를 반대했습니다. 이것이 강정주민의 뜻입니다.

4. 2009년 4월에 해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시행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연산호 현황조사 미비와 보존 및 저감대책 부재, 해양 환경의 영향 예측 검토 미흡, 공유수면 매립 및 부유사로 인한 저감대책 부재, 공동생태계조사결과 반영 미흡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5. 2009년 12월 17일에 제주도의회는 <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변경안> 2건을 날치기로 통과시킵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기명전자투표가 아닌 거수표결 실시도 문제였고,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했는데 찬성 수가 적어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한 결과입니다.

6. 2010년 12월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포함 2011년도 예산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2월 16일에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면서 건설 중인 해군기지를 대한민국 해군은 여전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속이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남용하여 강정마을 주민, 평화지킴이, 종교인을 위시한 평화지지자들을 탄압하면서 인권유린 또한 서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렸습니다. 9월 18일 《한겨레》신문에 <세계자연보전총회 뭘 남겼나>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부각하여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해군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제주 강정마을을 고립시키고 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과도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세계자연보전연맹과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총회에서 정부와 자본, 군사주의에 굴복하고, 과학적 근거로 자연 생태계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중립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기사 주요내용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는 것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집행부가 한국 내 환경 현안에 대해 중립적 입자을 취하지 않고 한국 정부 쪽에 기운 듯한 태로를 보이면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강정마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회식에 참석하러 오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일본 지부 대표의 입국 신청까지 거부할 정도로 국외 환경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입국 거부조처를 남발했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결의문(자연보전과 경제개발의 지송가능한 전략으로서 녹색성장) 통과 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으로 포장된 원전 확대 정책과 토건 사업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한국 정부에 의한 환경파괴 사태를 직시하지 않고 결의문이 채택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결의문 발의안 원안에 있던 "한국 녹색성장의 지도국이며,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녹색성장의 사례로 고려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부분은 거의 삭제되고, "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전략과 비전으로 채택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만 살아남았다. 이번 총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정책을 전세계 환경단체들에 홍보하고, 자연환경 부문 세계 환경단체 연합체로부터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공인받으려던 계획은 절반만 성공한 셈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총회장 안팎에서 뜨거운 문제로 부각됐다. 강정마을회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총회 부스 설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총회에 참석하려던 외국 활동가 7명의 입국이 거부됐다. 국방부와 해군은 기자호견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의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려 총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국의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 평화, 통일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입니다. 이런 시국에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면서 무기를 앞세운 평화가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화군축박람회는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습니다. 평화와 군축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가 대화하고 협력하는 만남은 앞으로 더 자유 열려야 하며, 평화와 군축을 지향하는 시민의 공감을 더 많이 끌어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추진한 실리 외교의 결과는 실로 참담했습니다. 대북정책의 실패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습니까? 남북 간에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우리 국민이 득 본 게 있습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또 어떻습니까? 한미혈맹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굴욕적인 외교협상도 모자라 끝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세간의 염려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한미FTA를 통과시켜 애초에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았습니다.

이처럼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계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남북화해를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대한민국이 남북 간 갈등 국면을 넘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계기가 되어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클 테니까요. 무력은 결코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고, 평화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국민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올해 뜻하지 않게 찾아온 극심한 폭염으로 생활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예년보다 가물어 농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요, 요사이 충남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이젠 물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시대에도 농사는 여전히 대자연의 순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올해 가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지난 6월 초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던 세계 곡물가격이 7월 들어 20~40퍼센트나 급등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미국 중서부와 남미, 러시아 등 세계 주요 곡물 생산 지역이 가뭄 탓으로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1400만 톤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식량안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곡물 자급률이 329퍼센트에 이르고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도 100퍼센트를 넘습니다. 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외국 수출국의 공급량이 달릴 경우 해당 물가는 4배 이상 급등한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제는 식량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1980년 전국이 냉해 피해를 당했을 때 한국 곡물시장의 80퍼센트를 차지한 미국 곡물메이저 카길사가 한국에 대한 쌀수출 가격을 세 배나 올려 요구한 전례가 있습니다. 식량과 사료용을 불문하고 우리나라가 곡물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식량위기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다

1956년 이래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과 세계 3대 밀수출국인 러시아와 남미 우크라이나 등을 휩쓸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달 만에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17퍼센트, 콩 생산량은 12퍼센트가 줄었습니다. 옥수수와 밀 가격은 각각 45.6퍼센트, 44.4퍼센트나 치솟았습니다. 세계 최대의 식량 수출국인 미국의 지위를 고려한다면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식량가격 폭등을 유발해 경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의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 밭이 말라가고 있다.

가뭄 때는 곡물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투기성 '곡물 사재기' 현상입니다. 이는 곡물 가격을 더욱 부추겨 안정적인 곡물가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2012년 9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셸(곡물 중량 단위, 옥수수의 경우 25.4kg)당 8.10달러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옥수수 가격이 8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07, 2008년 곡물 파동 때보다도 높은 수준에 해당합니다. 옥수수 가격이 50퍼센트 상승하는 경우 식량가격이 평균 1퍼센트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옥수수 가격이 중요한가?

그렇다면 옥수수 가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식량이라고 할 때 우리는 주로 쌀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곡물은 옥수수입니다. 그다음으로 밀, 쌀 순서입니다. 옥수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의 원료가 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작물입니다. 옥수수에서 액상과당을 추출하여 청량음료, 주스, 과자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주요 가공식품 1500종 가운데 약 1300종에 옥수수가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그 산업적 중요성을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이렇게 중요한 옥수수를 우리나라는 얼마나 생산하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옥수수 자급률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해마다 1000만 톤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하는군요. 옥수수 가격이 국제적으로 상승하면 축산 농가의 사룟값 부담이 늘어나는 까닭에 소나 돼지 등의 육류가격도 인상됩니다. 그러다 한계점에 달하면 축산 농가는 사육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 육류 가격은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대량 도축의 파장으로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생산량이 감소하여 낙농품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식으로 곡물가격의 상승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운용의 기본인 물가체계를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생활비가 오르고 인건비 상승압력이 높아져 경제가 안정될 리 없죠. 최근 글로벌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상승) 공포가 확산하자 불똥이 바이오연료인 '에탄올'로 번지고 있습니다. 가뭄 때문에 옥수수 수확량이 급감했는데, 상당 물량이 에탄올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바람에 옥수수 가격폭등을 부추긴다는 얘깁니다. 56년 만에 미국 중서부를 덮친 최악의 가뭄 탓으로 지난 6월 초 톤당 200달러가 조금 넘던 옥수수 국제 거래가격은 현재 300달러를 웃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출처: 한국일보)

지난 2007년 제정된 에너지법에 따라 미국은 수확된 옥수수의 일정량을 에탄올 생산에 사용해왔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는 전체 수확분의 42퍼센트인 45억 부셸이 에탄올 원료로 투입될 예정이었습니다. 사상 최악의 흉작에 거둬들인 옥수수의 절반을 에탄올 생산으로 돌려야 하니 국제 곡물가격은 갈수록 폭등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죠.

우리의 밥상,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는 지금까지 가격경쟁력이 없고 쌀 소비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논농사 면적을 줄이도록 유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쌀을 비롯한 전반적인 곡물생산계획을 다시 짜야 할 시점입니다. 비록 생산비가 외국에 비해 비싸더라도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식량자급률이 낮을수록 세계적인 곡물메이저들의 손에 우리의 밥상이 놀아날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26%)에 속합니다. 식량자급률이 낮지만 일본이나 스위스 같은 국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항시 곡물을 충분히 확보하는 체계를 갖춰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간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전조가 보일 때마다 수입곡물 할당관세 적용, 사료구매자금 저리 지원, 조사료 재배 확대 같은 단기 대책 외에 국가조달시스템 구축, 해외농업개발, 비축제도,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등의 대책을 시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합대책이 하나의 국가적인 시스템으로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감지될 때마다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국제 곡물가격이 몇 개월 지나 안정세로 돌아서면 국민의 관심이 떨어져 관련 대책의 추진동력이 약해지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국민소득이 높아져 가계에서 식료품 지출 비중이 낮아지고 쌀이 남아도는 까닭에 식량 부족을 우려하지 않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식량은 에너지와 달리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자원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문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식량도 해외나 국제교역시장에서 확보해야 할 중요한 자원의 하나로 보고 비상시를 대비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할 때입니다.

누가 우리의 밥상을 움직이는가?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어 우리 쌀이 남아도는 상황인데도 세계적인 개방 압력을 타고 더 많은 쌀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우리 쌀은 오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식량자급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은 저렴한 쌀을 먹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곡물메이저인 카길을 비롯한 다국적 곡물상들이 추구하는 시나리오대로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생산성이 낮은 농업에 매달리기보다 휴대전화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저렴한 식량을 사 먹는다면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농업을 포기하면 바로 뒤이어 식량재앙이 닥칩니다. 많은 전문가는 식량이 21세기 최고의 전략 무기가 될 것이며, 그 가공할 무기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밥상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 곡물의 자급 비율은 현재 26퍼센트대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쌀을 빼면 2.7%에 불과하죠. 한정된 토지에 인구가 많으니 낮은 식량 자급률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러나 진실은 이런 낮은 식량자급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멕시코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나라의 식량위기에 한몫을 한 것은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미국이 장려한 자유시장 정책이었습니다. 멕시코의 식량위기는 1980년대 초에 불어닥친 부채위기와 더불어 시작됩니다. 당시 개발도상국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채가 많았던 멕시코는 국제 민간은행에 대한 부채 상환을 위해 세계은행과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세계은행과 IMF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경제정책 프로그램을 멕시코 정부에 제시합니다. 고율의 관세를 비롯, 각종 무역규제를 없애고 이를 위해 멕시코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노골적인 계획이 담긴 경제정책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시행되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농민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을 펴왔으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이 같은 정부 지원을 모두 없애버린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정부 지원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거나 급격히 줄어들자 멕시코 농업의 생산성은 크게 하락합니다. 여기에 1980년대 들어 실시한 일방적인 농산물 무역자유화 조치로 농민의 기반은 더욱 허물어졌고, 1990년대 중반에는 NAFTA가 발효되면서 그동안 자급했던 옥수수마저 수입하더니 결국 식량 수입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카길, ADM, 타이슨 같은 다국적 농산물기업들은 자기들 정부에 끊임없이 로비를 펼치고, 그 정부는 각종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충실하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은 엄청난 농산물 수출국이며 한동안 WTO를 쥐락펴락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추구하는 다자간 협상이 잘 진척되지 않으니 아예 1대 1로 만나 각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미FTA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네요. 

대량생산 방식의 농업체계를 돌아볼 시점이 되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자연스럽고 현명한 농업방식에서 억지로 이탈시키고 산업화시켜 불구로 만듭니다. 자급자족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고 모두를 곡물메이저의 고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다국적기업인 곡물메이저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세계 각국의 소농과 가족농을 다 죽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 세계의 먹을거리를 단 몇 개의 다국적 농산물기업이 주무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스스로 먹거리를 통제할 힘을 상실한다면 우리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문제인식을 전 국민이 함께해야 할 때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1년 새해 벽두부터 축산업계가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한우값과 육우값이 끝을 모르고 떨어진 반면 사룟값은 계속 올라 소를 키우는 농민들의 주름살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룟값을 감당하지 못한 한 농부가 소를 굶겨 죽이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축산 농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농민들이 요구했던 소 수매에 대해서도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소 수매는 없을 것"이란 의견을 냈고, 상경집회를 하는 농민들에겐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입니다.

한우·육우 고깃값 폭락, 그 원인이 궁금하다

한우값과 육우값이 이처럼 폭락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주요 원인은 사룟값 상승입니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축산농들에게 사료를 공급하는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사료는 지난해 1조 254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협이 사료로 2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사이 축산농가는 그만큼 손해를 봐야 했습니다. 

고깃값은 내려간 반면 사룟값은 급격히 올랐다. (출처: 시사매거진 2580)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500만 원을 호가하던 한우 2~3등급의 값이 350만 원으로 30퍼센트 떨어진 반면 사룟값은 7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40퍼센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송아지가 태어날수록 축산농의 부담이 점점 커지는 셈입니다. 결국 축산농가는 소를 내다 팔기 시작하자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소값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도 소값하락에 한몫했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한우 수요가 늘면서 한우 개체 수가 2007년 220만 마리에서 300만 마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수그러들고 수입이 재개되면서 그 양이 점차 늘었다고 합니다. 2006년 1만 4000톤이었던 수입량이 2011년에는 9만 7000톤으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증거인데요,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TV에서 선전할 정도입니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와 육우의 수요는 급감했습니다. 현재 육우의 가격은 1만 원이라고 하는데요, 운임비가 더 든다며 축산농가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군요.

한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수 방관했다.(출처: 시사매거진 2580)

한편에서는 양돈과 양계사업의 기업화와 쌀농사의 수익부족이 축산 쏠림현상을 유발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영묵 한우협회 부회장은 "농업시장이 개방되면서 쌀농사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데다 양돈과 양계사업은 기업화돼 있어 농민들이 함부로 진입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합니다. 한때 심각했던 구제역과 조류독감 탓으로 한우·육우 농가로 전업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해법과 농민의 반응

어려움에 처한 한우·육우 농가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어떤 해법을 내놓았을까요? 지난 1월 4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작성한 보도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쇠고기 수요확대책입니다. 한우 선물세트를 할인하여 5만 세트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설 이후에도 한우 할인행사를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더불어 군납 돼지고기 및 수입 쇠고기를 국내산 쇠고기로 대체해 공급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육우값 하락 대책으로 송아지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출처: 시사매거진 2580)

다음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한우 사육두수를 감축하고 생산비 절감을 꾀한다고 합니다.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지급하던 보전금을 임신이 가능한 암소 수를 기준으로 차등지급하며 100만 두 이상 시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한우 암소도태 확대를 추진하고 고품질 소를 생산하는 축산농가 시설 현대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사룟값 가격 안정화도 추진하겠답니다. 사료업체에 사료원료구매 지원금을 확대하고, 수입사료 원료의 관세를 인하합니다.  이 외에도 올해 2012년도 한우산업관련 예산과 FTA 피해 보전 대책 등도 내놓았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 보도자료: 최근 한우사육동향과 소값 안정대책)

이러한 대책에 대해 한우·육우 농가는 심드렁한 반응입니다. 한우 과잉공급이 일어날 당시 수수방관한 정부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단순한 사료가격 지원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축산농민들은 공급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정부가 한우 30만 마리를 전량수매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유통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우영묵 한우협회 부회장은 "농협중앙회가 면 단위까지 들어설 정도로 유통망이 잘 구축돼 있는데 이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생겼다"며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가격 거품을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 축산업의 미래를 염려한다

다급해진 한우·육우 농가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소값하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우·육우 농민들은 우선 소값폭락을 멈추기 위해 국가에서 소를 수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농림수산식품부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수매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상경집회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소를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농가는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 같은 각종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며, 무관세로 수입되는 소 사료도 배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성난 한우농가는 지난 5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열었고, 15일에는 여의도에서 낙농육우협회 회원들이 육우가격 안정화 등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열었습니다.

한우·육우 농가의 장래는 어둡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늘고 있고, 조만간 캐나다산 쇠고기도 수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2009년 50퍼센트였던 국산 쇠고기 자급률이 최근에는 40퍼센트 정도로 하락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한미FTA 발효라는 엄청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축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합니다.

일본의 와규처럼 한우도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출처: 시사매거진 2580)

각계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책이 바로 한우의 고급화 전략입니다. 한우는 다른 나라 고기에 비해 마블링이 잘 되어 있어서 좋은 고기라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러니 일본의 와규(和牛)처럼 고급 브랜드로 만들어 판매하는 한편 육우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육질을 고급화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은 일견 타당하면서도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같은 사육환경에서 획기적으로 육질을 높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소의 기본사료인 풀자원을 생산하기에는 매우 불리합니다. 소는 거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영양 대비 옥수수보다 훨씬 가격이 비싼 볏짚에 의존해왔습니다. 최근 청보리 같은 대체수단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정부의 보조가 없으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별 다른 대안이 없는 농가로서는 곡류 위주의 사료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소위 고급육이라고 하는 마블링이 잘 형성된 소고기 생산에 자연적으로 기여하게 되었던 겁니다. 만일 미국이나 호주처럼 초지가 발달된 나라가 수출을 위해 마블링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고기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말겠지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축산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출처: 시사매거진 2580)

현실이 이런 만큼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축산농가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전망입니다. 사룟값 때문에 자식처럼 키운 소를 굶겨 죽일 수밖에 없었던 농민에게 동물학대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일이 아니라 농민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재기할 수 있는 조처를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농업생산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퍼센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축산농가가 무너지면 농촌과 농업이 무너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값싼 외국산 소고기를 수입해서 먹을 수 있더라도 국내 축산기반이 무너지면 매우 비싼 가격에 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과거 세계적인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농업을 천시하고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꾀한 결과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1년에 삼모작이 가능한 나라였던 필리핀이 어째서 주식인 쌀을 수입하고 걱정하는 지경에 처했는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전 국민이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지는 12월 1일〈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종편 개국〉이란 기사에서 종편 출범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3년 반 동안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방송과 언론의 공공성은 무너졌고, 공정성마저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조중동 같은 언론 괴물들에게 불법과 위법으로 종합편성채널을 선물했습니다.

오늘 《한겨레》는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 연내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위탁을 2년 유예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언론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종편에 2년간 직접영업을 허용하면 이미 무너진 방송의 공공성이 더 크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또한 방송과 언론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합니다.

작은 지역언론 고사 위기에 내몰려

12월 1일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사장은 "종편의 출범으로 지역시문들은 큰 펀치 4방을 한번에 맞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종편 반대 총파업투쟁에 뜻을 같이하는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국제신문》《경남도민일보》 등은 지면에 종편 개국에 항의하는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특히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8월 '조중동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윤전기를 멈추고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지역신문이 신문 발행을 중지할 만큼 종편이 언론 시장을 위협하는 엄청난 문제라는 방증입니다. 

2011년 12월 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투쟁특보

12월 2일자 《한겨레》 보도에서 구주모 사장은 "지역의 광고시장은 규모가 작습니다. 이마저 종편들이 저인망식 광고 직거래로 훑어가게 되면 지역 광고시장이 흔들리고 지역신문의 생존기반이 위험해집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또한 "그간 보수 성향의 조중동이 보도했던 역량을 발휘해 종편 4곳이 반통일, 비민주적인 이념 잣대로 집중 보도를 해대면 지역의 여론도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크게 왜곡될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더구나 "보수 편향의 조중동 종편의 개국으로 앞으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12월10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캐나다 퀸스 대학의 빈센트 모스코 명예교수가 "4개 종편 출범을 보는 한국 내의 우려는 합당하다"면서 "시청자의 다양한 프로그램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디어 기업에는 겸영이 이익이겠지만 시민들에게는 고통"이라는 얘기입니다.  

개국 한 달, 종편의 성적표

이런 심각한 우려가 있음에도 온갖 특혜 속에서 12월 1일 개국한 종편이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먼저 종편 개국 성적표를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한 <민중의소리> 자료를 주목해주십시오. 각종 특혜를 받고도 초라한 성적으로 출발한 종편의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4대종편 개국 성적표 (http://www.vop.co.kr/A00000454304.html)
조중동매 종편 특혜(http://www.vop.co.kr/A00000453869.html)
** 인포그래픽은 링크를 통해 《민중의 소리》에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종편은 개국 첫날 방송에서 수준 이하의 콘텐츠, 선정적 보도, 사실 왜곡 등으로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조중동 종편 3사가 처음 인터뷰한 인물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였습니다. 프로그램 형식은 대본대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뒤 사후 편집을 할 수 있는 사전녹화 방식이었습니다. 

채널A(동아)는 1일 밤 메인 뉴스와 2일 오전 뉴스에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일본 야쿠자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해 선정적인 뉴스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23년 전 일을 무리하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JTBD(중앙)은 예전 TBC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다가 언론 통폐합으로 문을 닫았다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한편 편성 시간을 메울 콘텐츠 부족으로 TBC 시절 프로그램인 <쇼쇼쇼>와 <청실홍실> 등 1970년대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종편은 요란하게 개국했지만 이처럼 상식 이하의 방송으로 시청자를 기만했습니다. 그 결과 4개사의 첫날 시청률은 초라했습니다. 인포그래픽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종편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JTBC의 메인 뉴스 <뉴스 10>가 고작 1.215%에 그쳤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는 개국 첫날 종편의 평균 시청률이 모두 0.5%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0.3~0.5%대의 시청률은 1000가구 중 3~5명이 시청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날 지상파들은 5~9%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이처럼 종편 프로그램 수준이 기대 이하인 데다가 시청률도 예상보다 낮은 탓에 종편 광고 단가 책정 논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종편 4사는 거대 신문을 등에 업고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 단가를 요구해왔습니다. 기업 대부분이 종편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25% 수준으로 보는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서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사장의 염려대로 지역신문은 생존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 벌어집니다. 종편은 신문과 방송의 힘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약탈할 기세여서 광고시장은 무법천지로 변하고 정상적인 거래와 시장 질서가 무너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디어렙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

채널A가 광고주에게 배포한 프로그램 가이드를 보면 "보도상품 패키지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해준다"고 홍보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광고와 프로그램을 맞바꾸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이 쏟아질지 우려를 금치 못하겠군요. 이런 식이라면 종편이 기업의 홍보 창구로 전락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진실을 오도하고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취사선택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이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미디어렙 법안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디어렙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경남도민일보》 투쟁특보에 실린 기사를 인용하겠습니다.

어려워요! 미디어렙?

Media Representative로 우리말로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입니다. TV, 라디오 등 방송광고를 방송사가 광고주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에 판매 대행사를 통하게 하는 것입니다.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해 특정 기업과 집단에 유리한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방송사가 기업들의 약점 등을 잡아 광고를 강매하는 등 나쁜 짓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또 광고비를 멋대로 올리는 것을 조정하고, 시사 고발, 교양, 다큐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계속 방송되고, 지역과 중소·종교 방송사를 지원해 다양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2011년 12월 1일자 《경남도민일보》투쟁특보 3면 내용 중에서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미디어렙법 제정 투쟁을 지난 6월부터 시작해서 8월 총파업 투쟁을 단행했고, 9~11월에도 집중적으로 투쟁했습니다. 미디어렙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맞물린 심각한 문제입니다. 언론노동자들은 2008년부터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입니다. 이를 허용한 종편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독과점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나라당은 2009년 7월 22일 대리투표, 재투표라는 있을 수 없는 불법을 저지르며 언론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 제정을 미루면서 조중동 방송이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판매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 미디어렙법을 새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디어렙법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중동 방송은 광고영업을 직접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사의 광고 직거래는 언론의 공공성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폐단이 심각합니다. '광고주의, 광고주에 의한, 광고주를 위한' 방송으로 변질될 테니까요. 조중동은 전체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독과점 신문입니다. 상품권, 자전거로 독자를 매수해서 세를 불려 왔습니다. 독자 수를 늘리려는 의도는 단 하나입니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종편의 매출을 끌어오기 위한 꼼수인 것이죠. 지금 같은 샹황을 묵과하면 경쟁력이 약한 지역언론이 몰락해 민주주의적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습니다. 

SNS, 종편의 마수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이패드로 타임라인에 새롭게 도착한 메시지들을 살피고 있다. 사용자들은 트위터로 뉴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다른 사라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간다. (출처: 경향신문)

종편 개국으로 보수와 친재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때 SNS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할 마지막 보루입니다. 제도언론에 대항할 독립언론과 시민 저널리즘으로서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SNS는 제도언론보다 빠르고 거짓을 폭로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미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 영향력이 검증되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한국에서 트위터 이용자 중 상위 1%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계정 수는 2011년 9월 19일 현재 392만 7519개로 2010년 8월 31일의 112만 6206개에 비해 3.5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팔로어 수는 68명에서 87명으로 늘었고, 팔로어 링크 수는 4.5배 증가해 계정 증가 수를 웃돌았습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SNS상에서 새로운 생각의 수용>이라는 논문에서 트위터의 비이성적인 정보 확산이나 트위터 사용자들이 객관적 판단 없이 타인의 정보를 받아들여 퍼뜨린다는 통념을 반박했습니다.  이원재 교수는 "누군가를 쫓아가는 메커니즘이 트위터에 분명 존재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면서 "그 후에는 스스로 판단하면서 그런 경향을 거부하는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새로운 정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SNS를 통한 괴담 유포를 우려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왜 정부와 야당은 SNS를 규제하려는 걸까요?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매체 수단을 통제하려는 이유를 <트위터 이후의 민주주의(Ⅱ)> 라는 논문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경향신문》 12월 16일자 기사를 보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투표 인증샷 놀이'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한나라당에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라는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심의팀을 신설하고 조중동이 "괴담" 운운하며 SNS를 제재하려 하는 까닭은 국민의 자발적인 언론 활동을 두려워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 경영진 임명에 개입하거나, 보수언론에 종편 채널을 몰아주는 등,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태도를 보인 이명박 정부 또한 SNS의 파급력을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나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은 여론을 좌지우지하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1987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일찍이 보장했던 한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와 국가안보 부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과 함께 명예훼손의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보수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한국의 인터넷, SNS 검열이 도를 넘었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여론 탄압 사례 (《경향신문》 2011년 12월 9일 3면 내용 중)

2009. 1.
-검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온라인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기소

2010. 2.
-선관위, 6.2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 관련 트위터 활동 규제 방침 발표

2010. 3~8.
-연평도·천안함 사태 당시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 올린 시민들 기소

2011. 10.
-선관위, 10.56 재·보선 앞두고 트위터상 유명인의 투표 인증사진 트위터 게재 등을 제한하는 지침 발표

2011. 11.
-검찰, SNS를 통한 한·미 FTA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방침 발표

12월 8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2개국 정부 대표와 민간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터넷 자유'(Freedom Online)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에 국가 차원의 장벽을 만들려는 일부 나라들의 시도는 인터넷 자유에 재앙"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여러 외신이 한국 정부의 SNS 규제와 심의 착수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인터넷실명제, 청소년 심야게임 셧다운제, 명예훼손죄 등을 거론하며 인터넷에서 표현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언론의 희망은 SNS에 있다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종편과 인터넷 콘텐츠 심의와 차단을 맡은 방통심의위원회의 거꾸로 가는 정책에 대항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희는 SNS에 그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7%가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20대와 30대는 각각 90%와 71%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얻은 정보에 대해 42.9%가 '믿을 만하다'고 답해, '믿을 만하지 않다'는 12.1%의 응답률을 크게 앞섰습니다. 12살 이상의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게 됐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정보에 대한 신뢰도와 전파 구조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낮고 그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종편은 안 보면 그만입니다. '채널 숨기기' 기능으로 종편을 아예 보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언론이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포기할 때, 시민은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납니다. 저희는 SNS가 그 종착지가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트위터

309일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투쟁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세상과 소통한 통로는 '트위터'였습니다. 김 지도위원은 트위터 중독이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SNS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고,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SNS는 기존 정치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미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SNS는 여론을 주도했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의 급등하는 상황을 나타낸 통계자료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의 상황을 넘어 세계를 한번 볼까요?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로 쫓겨났고,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에도 SNS, 특히 페이스북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여름에 일어난 영국 폭동과 미국의 월가 시위 또한 SNS를 통한 시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위 장면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시대의 변화를 원하는 많은 시민이 참가하면서 그 열기가 퍼져 나갔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랍의 봄'을 이끌어낸 SNS는 그저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는 담론의 장이 아닙니다. SNS는 당당히 기존 사회 질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전의 매체와는 다르게 소통방식의 혁신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민언론으로서 기능하는 면도 있습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젊은층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기존 보수 언론의 보도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SNS를 통해 직설적 풍자를 날리는 <나는 꼼수다>는 오프라인 공연으로 대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기존 인터넷 언론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입니다. SNS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관계적이며 소통하는 힘이 셉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기존 대중매체가 담당하지 못한 저널리즘의 기능을 SNS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대안언론, 독립언론, 시민언론으로서 SNS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부의 개입이 없이도 자발적으로 자체 윤리를 확립하고 건강한 소통을 회복하는 SNS의 문화가 살아 있는 한 언론 자유를 향한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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