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라고 하지 말자. 민주화 운동이다." 이 말이 끔찍한 의미로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 2014년이었습니다. 신은미 토크 콘서트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고등학생의 비행(非行)을 마치 도시락 폭탄을 일제의 심장을 향해 던진 윤봉길 의사라도 되는 양 추켜올리며 일베와 극우 인사들이 내뱉었던 저 말은, 2014년에 군사독재의 망령과 공안정치의 부활도 모자라 마침내 백색테러까지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습니다. 

 

출처 - 주권방송



백색테러의 기원,

프랑스대혁명부터 제주 4.3사건까지


백색테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테러의 일종으로, 그 행위를 저지른 주체가 극우나 우파인 경우를 지칭합니다. 프랑스대혁명 중 혁명파에 가한 왕당파의 보복에서 이 말이 유래했는데요, 프랑스 왕가의 상징이 흰 백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백색테러는 위정자가 체제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가하는 탄압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죠. 현대에는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에 대한 탄압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합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단체 KKK단이 현존하는 대표적 백색테러단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유튜브


어떻게 보면 백색테러의 부활은 감히 이 땅에 서북청년단이란 백색테러단체를 재건하겠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면서부터 예견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해방 직후 결성된 서북청년단은 경찰을 도와 좌익 색출 업무를 하고 좌익 세력에 대한 테러를 주도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백색테러 중 하나인 제주 4.3사건 당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토벌대의 상당수가 서북청년단이었고, 백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도 서북청년단 정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공공연한 인터뷰에서 이승만을 찬양하며 한국에 우파는 있지만 극우가 없다며, 네오나치 같은 극우가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토크 콘서트에서 자행된 백색테러


이런 시류 속에서 백색테러가 부활했습니다. 2014년 12월 10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 황선 토크 콘서트 현장에 사제 폭탄을 투척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테러범은 19세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테러의 시작은 시쳇말로 '중2병' 걸린 한 소년의 인터넷 허세인 줄 알았습니다. 자주 가던 사이트에서 한 학생은 자신이 구한 인화물질들의 사진을 찍어 올리며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줄알아라"라고 썼습니다. 사람들은 관심병이 도진 이가 왔구나 싶어 폭발물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것 같으냐며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신은미 황선 토크 콘서트에서 폭발물 테러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오군(18)은 강연 도중 뜬금없이 말을 끊으며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하셨죠?"라고 묻습니다. 그런 소릴 한 적이 없는 강연자들은 부정했지만, 오군은 끈질기게 강연을 방해하여 사람들에게 제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오군은 준비해온 냄비에 불을 붙여 던졌고, 폭발로 토크 콘서트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습니다. 맨 앞에 있던 분이 순간적으로 냄비를 손으로 쳐 바닥으로 떨어뜨려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았으나 폭발물을 사람이 정통으로 맞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출처 - 유튜브


오군은 현장에서 더 난동을 피우다 체포되었는데 당시 황산 1리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왔고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오군은 경찰서에서도 자신의 행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수갑 찬 사진을 인증샷으로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명백한 백색테러라는 얘기지요.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역행적인 정치 상황과 맞물려 축적된 상호 간의 증오가 결국 이런 형태로 터지고 만 것입니다. 적어도 민주화 이후에는 사라졌던 백색테러가 부활했다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죽여도 괜찮다고 하는 사회 해체적인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사회 안전에 대한 근본을, 농협 인출 사태가 경제 안전에 대한 근본을 뒤흔들었다면, 이번 백색테러는 자신이 믿고 지지하는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극단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박근혜 정부의 테러 대응방식

―테러범은 열사로 추앙받고, 피해자는 종북으로 검찰 소환당해


우리 사회에 설사 적색테러가 일어났다 한들 다르지 않습니다. 백색이든 적색이든,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해하려는 행각은 대한민국에서 단죄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테러 없는 사회, 최소한의 사회 안정을 위한 당연한 조치겠지요.

출처 - 뉴시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사회 안정이라는 국가의 근본을 생각해야 할 일국의 대통령이 진영 논리를 따라 가해자를 옹호하는 입장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테러 사건을 거론하면서 콘서트가 종북 성향이라는 말만 했을 뿐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넘겼습니다. 

 

실정법을 위반해 사회 전체에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가해자의 범법 행위에는 눈을 감은 채 억울한 피해자를 종북몰이했으니 개인으로서는 물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각이 전혀 없다고 봐야겠지요.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에 테러의 피해자인 신은미, 황선은 오히려 테러를 당해도 마땅한 '종북주의자'로 낙인 찍혔고, 경찰과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피해자 두 명을 소환하기에 이릅니다. 출국금지까지 했으니 참 가관입니다.




출처 - 시사in


폭발물 테러를 저지른 오군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일베와 우익 사이에서 열사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미쳐도 단단히 미쳐 돌아갑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종북주의자에게는 관대하고 이를 보다 못한 청년에 대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게 정상인가"라는 망언을 했습니다. 인터넷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테러범인 학생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엄마부대봉사단 등 때 되면 나오는 보수 단체들도 선처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오, 애국열사 장하다. 19살 어린 의사가 빨갱이를 척결했다. 헌재 재판관보다도 더 훌륭하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건 당시가 2014년인지 1947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새누리당 내에서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다 제명해야 한다." “청와대에선 정윤회 건 터져 나오고 우파들은 황산 테러 옹호하고, 일부 우파님들 제발 정신 차리세요. 옹호할 걸 옹호하세요. 어떻게 폭력과 테러를 옹호합니까"라고 비판한 하태경 의원 같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요.

출처 - 헤럴드경제


종편과 언론도 미쳐 돌아가긴 마찬가지였습니다. TV조선 같은 종편은 인터넷 《독립신문》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을 보였고, 《헤럴드경제》는 폭탄 테러범에게 '용감한'이란 수식어를 붙였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기사 제목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진짜 속내야 어쨌든 최소한 테러는 안 된다 폭력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언론이 보여야 할 마땅한 모습일 텐데, 퇴행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그런 기대조차 사치인가 봅니다.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는 단죄된다는 엄격함을 보여야


지난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 유세 도중 얼굴에 칼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살짝 베였다고는 하나 이 역시 명백한 테러 행위입니다. 당시 '커터 칼 테러'를 저지른 할머니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계획대로 되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을 폭발물 테러범에게 과연 어떤 처벌을 내릴까요?

출처 - 위키피디아


위 사진은 아사누마 이네지로 암살 사건 현장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퓰리처상을 받기도 해 유명해졌지요. 이네지로 암살 사건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표적인 백색테러 중 하나입니다. 1960년 일본 좌익 정치인인 아사누마 이네지로가 TV 연설회 도중 극우 소년인 야마구치 오토야의 칼에 찔려 살해당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테러범의 나이는 불과 17세였습니다. 야마구치 오토야는 소년원에서 천황폐하 만세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보수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예상을 깨고 다음 선거에서 우익인 자민당은 과반을 넘겨 압승합니다. 일본의 후진적 정치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왜 이리도 50년 전 일본과 겹쳐 보일까요. 2015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 암울합니다.


지난 9월 2일 금요일, 광우병 보도와 관련하여 왜곡·과장 보도 혐의로 기소되었던 《PD수첩》 제작진 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PD수첩》의 보도내용에 허위사실이 있음을 확인했지만 그 내용이 공공성을 근거로 한 보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3년에 걸친 길고 긴 법정공방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순간이었습니다. 

《PD수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감시와 비판에 관한 한 성역이 없으며 언론보도의 자유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중요한 판결이었습니다.

광우병 보도 논란과 《PD수첩》재판

광우병 보도 논란은 2008년 4월 《PD수첩》이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방송에서 《PD수첩》은 미국 도축장의 '다우너 소(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도축하는 모습과 인간광우병 환자로 추정하는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의 파장은 컸습니다. 방송이 공개될 즈음 이명박 정부는 한미 쇠고기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부위 대부분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합의한 바 있습니다. 2008년 5월 5일 그 합의문이 공개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축산농가의 반대가 거셌고,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또한 컸습니다. 무엇보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탓에 각계 각층으로부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였고, 협상 관련 논란이 일기 시작하자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5월 초 청계광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광우병 촛불집회의 시작이었죠. 일부 연예인이 미니홈피에 광우병에 대한 의견을 내어 눈길을 끌었고, 몇몇 웹툰 작가는 만화로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운동(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음)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광우병에 대한 시민의 공포가 반영된 웹툰, 포스터, 로고


민심에 놀란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 주도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설명회를 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으나 애초 쇠고기 협상에 반대했던 국민의 뜻과 달라 촛불집회를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PD수첩》의 탐사보도는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불 끄기에 나선 당황한 정부는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이 명예훼손으로 《PD수첩》을 고발한 뒤 제작진 전원을 체포하여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2008년 7월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을 상대로 낸 정정 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사법부는 《PD수첩》이 일부 잘못된 보도내용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대해 《PD수첩》은 재판부의 자의적인 판단이라며 항소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PD수첩》이 농림수산식품부가 제기한 7가지 내용을 정정 또는 반론보도해야 한다며 한국인은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정부가 대처할 수 없다는 부분, 정부가 광우병 위험을 모르거나 은폐한다는 3가지 내용은 정정보도해야 하며, 정부가 특정위험물질(SRM) 수입을 허용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론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다시금 항소했습니다.

2009년 12월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PD수첩》의 조능희 CP, 김보슬 PD, 김 모 작가에게는 징역 3년을, 송 모 PD와 이 모 PD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에 대해 《PD수첩》 변호인단은 "비판보도를 했다고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사법주의 판결에 대해 《PD수첩》 제작진과 변호인단은 검찰이 쇠고기 협상단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PD수첩》제작진을 기소한 사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0년 1월 20일 재판이 열렸는데요, 법원은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다우너 소, 아레사 빈슨 허위 번역,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모든 혐의를 부정했고, 《PD수첩》의 SRM 수입 보도 판결에 대해서도 허위 보도가 아니라며 《PD수첩》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2010년 12월 3일 검찰의 항소로 열린 2심 공판에서도 법원은 《PD수첩》제작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부분,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광우병이란 부분, 한국인의 MM형 유전자와 광우병의 관계 등에서 일부 허위사실이 인정되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 우리 헌법에 비춰볼 때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2011년 9월 2일 대법원은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보도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만, 국민 먹거리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 대상으로 한 데다, 보도내용이 공직자인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정정보도에 대한 내용도 추가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광우병이라는 보도, 대한민국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보도에 대해선 허위사실을 확정하고 이에 대해 "우리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보도" 부분은 정정보도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명박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

최근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그 안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먼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의 내용을 보시죠.

출처 : 한겨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이야기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전여옥 의원이 했던 말은 더 가관입니다. 한국민들이 중국인 유학생의 난동 사태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더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친한 친구나 가족과의 싸움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친미적 행보에 대해 미국은 호의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외교 관계자들은 외교 전문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유머 감각이 뛰어난 쾌활한 교섭 대상자'(2008년 2월 21일), '우리(미국)와 함께 헌신적으로 일하는 강한 친미주의자'(2009년 9월 24일), '사실상 모든 주요 문제에 미국을 지원하는 성향'(2009년 11월 5일)을 지녔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미국 측과 만나 쇠고기 시장을 조속히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음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되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하여 어떠한 ‘사전협상’도 없었다고 했던 이명박 정부의 해명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기 위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쇠고기 협상을 갖다 바쳤습니다. 더구나 개방을 약속한 뒤 4월 총선을 고려해 그 이후에 공식 조인하자고 했으며,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타결 후에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수입재개를 6월 재보선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위키리크스> "MB, 방미전 쇠고기 개방 약속")

구린 게 많은 이명박 정부로서는 탐사보도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린 《PD수첩》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이후 이명박 정권하에서 진행된 '탐사보도 죽이기' 과정을 보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어처구니 없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PD수첩》 옥죄기로 탐사보도를 억압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린 탐사보도를 시작으로 《PD수첩》은 가혹한 여정을 밟아야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검찰은 제작진을 강제 체포했고, 《PD수첩》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하는 등 인권 침해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PD수첩》은 촌철살인의 탐사보도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PD수첩》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광우병 쇠고기 관련
- 제작진 강제 연행 (檢, ‘PD수첩’ 제작진 또 체포)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검찰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막걸리 보안법' 공안 사건인가")
-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사과한 《PD수첩》(《PD수첩》무죄 MBC ‘이상한 사과’)

검사와 스폰서 관련
- 최승호 PD를 비롯한 《PD수첩》제작진 좌천 (《PD수첩》 제작진 좌천, MBC 보복인사 논란>)

4대강 사업 의혹
- 김재철 사장이 사규위반을 이유로 방송보류 지시(MBC 김재철 사장 "'《PD수첩》 4대강 비밀팀', 방송 보류하라" 지시(종합))
- 8월 24일 방영되었음.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방영 이후)

한강르네상스 관련
- 오세훈 시장 관련장면 모두 삭제관련(MBC 노조 PD수첩 외압설 제기 “오세훈 시장 관련장면 모두 삭제해야만 했다”)

이명박 대통령 무릎 기도 사건
-《PD수첩》 부장, 무릎 기도 사건에 대한 입막음 지시('MB 무릎 기도사건' 보도 PD수첩 '입막음')

경악스러운 《PD수첩》의 현재 상황
-《PD수첩》 한 PD의 노트북에는 '훔쳐보지 마세요, 제발. 고맙습니다'가 적혀있다. 그런데 이 문구는 독일어다. 이 글을 못 읽어서인지 《PD수첩》김철진 팀장의 PD 사찰은 계속되고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요즘 시사교양국 곳곳에 증설된 CCTV 화면만 분석해 봐도 안다. 《PD수첩》의 팀장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PD, 작가, AD의 책상을 열어보고 노트북의 내용을 뒤적이는지. 그래서 요즘 《PD수첩》에는 굳게 잠긴 서랍이 많다. (7월 19일 MBC 노보에 실린 글)

탐사보도의 탈출구, 비영리 저널리즘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PD수첩》 제작진이 처한 상황은 시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PD수첩》은 영리병원 문제, 한강 개발의 문제점,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 같은 굵직굵직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고 할 만합니다.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감시를 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생각할 때 탐사보도의 가치는 빛을 발합니다. 탐사보도를 통해 억울한 사건이나 은폐·조작된 사건들이 제대로 알려짐으로써 사회를 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하에서 탐사보도는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신문사나 방송사도 점차 탐사보도를 홀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이나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과 마찰을 빚기 때문입니다. 자본에 굴종하면 언론사와 방송사는 눈치를 보면서 결국 탐사보도를 축소하게 됩니다.

미국과 유럽의 비영리 저널리즘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에선 '비영리 저널리즘(Non-profit news 또는 Philanthrojournalism)'이라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전통 미디어에서 외면받는 탐사보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비영리 저널리즘은 광고나 구독료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독지가나 재단의 기부를 통해 비판적 탐사보도를 생산합니다. 이들은 광고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지 않고 비판적이고 심층적인 보도에 힘씁니다.

비영리 저널리즘은 2005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생겨났습니다. 프로퍼블리카라는 비영리 저널리즘 매체는 2년 연속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프로퍼블리카는 의료진의 반강제적인 안락사 사건을 심층취재하여 진실을 밝혀냈고,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객에게 손실을 입히고 금융위기를 초래했는지에 관해서도 심층취재했습니다. 이 두 건의 탐사보도는 프로퍼블리카에 퓰리쳐상의 영예를 안겼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비영리 저널리즘이라 할 만한 언론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몇 년 전부터 UCC를 이용하여 사회의 이면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몇몇 분이 힘을 모아 소규모 방송국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직 심층적인 탐사보도 같은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현장의 상황을 어느 언론보다 빠르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여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마당에 비영리 저널리즘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의 정화를 위해 힘쓰는 여러 단체가 있으니 힘을 합쳐 기금을 조성하여 비영리 저널리즘을 구현할 통로를 만들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 사회엔 탐사보도가 더 늘어나야 합니다. 이번 대법원 무죄판결로 《PD수첩》이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성역 없는 탐사보도를 통해 사회를 정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D수첩》을 비롯한 다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힘을 얻어 당당히 취재하고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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