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기업이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겁을 주는 경제단체와 경제학자란 사람들의 으름장이 활개를 친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야당과 경영계에서 그런 볼멘소리를 하는 바람에 정부가 한발 물러나 2020년 최저임금을 공약인 1만 원에 맞추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혼자만 한 것도 아니었고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죠. 그런데도 이를 문재인 정권 때문에 경제와 고용이 망한 것처럼 써대는 언론의 문제는 참으로 심각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하지만 실제로 드러난 경제지표를 보면 야당이나 경영계의 볼멘소리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오히려 물가는 내려가고 고용률은 높게 유지됐습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전년 대비 0.4% 낮았고 올해 들어서는 0%대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편의점 알바생의 월 최저임금이 20만 원 올라봐야 물가상승과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는 얘깁니다. 작년에 일부 경제학자들이 언론을 통해 경고하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87%를 담당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어 물가상승과 고용감소, 투자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도 했었죠. 그런 주장을 하던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지난 4년이란 짧은 기간에 디플레이션이었다가 인플레이션으로 급변했다가 다시 디플레이션이 되는 걸 반복했다는 소린데, 그런 우스꽝스러운 소릴 하고도 학자요 언론이요,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자기네 이익에 맞춰 일시적이고 작은 경제 변동을 두고 설레발을 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최근 고용 상황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7.1%를 기록했습니다. 삼저호황으로 올림픽을 치렀던 1989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실업자 수는 88만 4000명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영계나 각종 경제학회, 연구소 등은 고용률, 실업률의 정확한 통계가 아닌 인구감소로 줄어든 취업자를 두고 고용참사로 몰았습니다. 또한 지난해부터 청년실업률이 감소세로 전환됐고 올해도 낮아졌는데 통계를 왜곡 발췌하여 청년 체감실업률이 높다며 곡학아세했죠. 분석에 실패했으면 겸허히 사실을 인정하고 데이터를 정정해 더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경제학자와 연구소가 해야 할 의무 아닌가요?


출처 - 머니투데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다 망한다던 우는소리도 통계로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통계청에서 지난 9월 발표한 2019년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를 모두 합해도 폐업이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새로 개업하는 개인사업자는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요. 영세 개인사업자가 많이 몰려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4대 업종에서도 자영업 폐업은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자영업자 신규, 폐업 비율은 업종별 사업자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자영업 폐업은 2년 연속 줄어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이상으로 자영업 폐업이 사상 처음 100만을 넘을 거라던 일각의 주장은 무색해진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자영업자 신규, 폐업 비율이나 폐업률 지표도 2년 연속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 폐업 쓰나미 주장 역시 틀렸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경제학자와 언론들은 실증 증거 없이 "자영업자 비명, 자영업자 죽을 맛, 자영업 폐업 100만 넘는다"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마치 통계나 사실인 양 말해왔죠. 애초에 높아졌다 한들 자영업 폐업에는 임대료 상승, 인건비 상승, 경쟁 격화 등 여러 요인이 있을 텐데도 막무가내식으로 최저임금만 붙잡고 늘어진 걸 보면 그들의 저의가 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진짜 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이나 경영계가 왜곡하는 고용률이 아니라 일자리의 격차와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겁니다. 고용률 자체는 늘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사이 86만 7000명이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4%로 12년 만에 최대입니다. 비록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좌절됐지만 최저임금이 꽤 높은 비율로 올랐음에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하위 2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상위 20%의 소득은 증가해 5분위 배율은 지난 2분기 5.3배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심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저소득층 소득이 그나마 제자리걸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정책 덕분입니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관철해야 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백번 양보해서 경영계의 말이 다 옳다 치더라도 사람을 저임금으로 장시간 부려먹으면 그 역작용은 결국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달 음식을 빼먹고 SNS에 자랑하는 배달 노동자 문제 역시 이와 연관된 일이죠. 사실 이런 종류의 알바들의 테러는 5년 전쯤 일본에서 유행했습니다. 바이토 테러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음식점, 편의점 등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음식이나 집기를 이용해 장난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일 등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초밥 프랜차이즈 알바가 횟감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다시 꺼내 회를 떠 손님에게 내가는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편의점에서 어묵 판매대에 든 어묵을 젓가락으로 건져 입으로 빨았다가 다시 집어넣는 등 위생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영상들이 올라온 바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해당 직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도 쇄도하지만 그들이 일하고 있던 프랜차이즈의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개인의 인성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알바=저임금인 고질적 구조가 이런 일탈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식을 취급하는 노동의 경우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하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한 데 비해 알바들에게 강도 높은 업무 완성도를 요구합니다. 시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결국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요구하려면 그에 걸맞은 임금을 지급함이 마땅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런 문제를 알바들의 인성 문제로만 취급하는 건 기업으로서도 큰 리스크가 됩니다. 앞서 든 일본 사례의 초밥집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국민 사과를 하고 2일간 전국적으로 임시 휴업을 하며 횟감을 폐기 처분했다고 하죠. 이에 따른 손실만 102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알바들을 즉시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지만, 저임금 노동자가 막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혁신이다 4차 산업이다 하는 미사여구로 사람을 싸게 부려먹기 시작하자 이런 배달 알바 테러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배달원이 음식점에 직접 고용되어 있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문제죠. 시대가 달라져 배달 테러가 종종 발생하는데도 배달원이 음식점의 직원이 아닌 탓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현재는 음식점이 그 책임을 덮어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만, 조만간 이 리스크는 일개 음식점이 아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번질 겁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해 비용을 아끼겠다고 하다가 사회적인 신뢰와 매출까지 잃고 기업의 위기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깁니다.

출처 - 경향신문

노동이 사람을 존엄하게 한다는 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그 정도의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정부나 기업,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양극화 문제 역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개혁 추진을 위한 동력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부나 기업, 노동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양극화를 막기 위한 주체들의 적극적인 역량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2019년도 최저임금이 진통 끝에 2018년 대비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키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최저임금 적용 업종인 편의점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발표 직후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 선언을 하기도 했죠.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알바를 비롯한 젊은이들은 환영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2년 연속 두자릿수로 오른 최저임금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큰 자영업자들이 많은가 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처음에는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며 심야영업 중단 및 심야에 물건값에 할증을 붙여 파는 식의 강력한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았고 편의점주와 알바라는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편의점주들은 비판의 무게중심을 옮겼습니다. 공동휴업 등 단체행동을 하는 대신 카드 수수료 문제, 근접 출점, 가맹수수료 인하 등의 요구조건을 꺼내든 겁니다. 그러면서 을과 을의 싸움을 절대 원치 않는다며 정부와 가맹본부 쪽에 정당하게 공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적절한 판단이었습니다. 편의점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편의점주들이 어찌할 수 없는 갑들의 문제였기 때문이죠. 을과 을의 전쟁으로 번질 뻔한 문제를 진짜 문제인 갑에게 돌리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편의점 왕국인 일본은 편의점주들이 노동조합으로 연대해 가맹본부와 수수료 요율 등을 매년 협상한다고 하죠.


출처 - KBS


편의점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자들이 힘든 이유는 편의점 업주들이 성토하는 그대로입니다.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높은 비율의 가맹수수료와 건물 임대료가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합니다. 알바생들의 인건비는 5명을 교대로 근무시킨다 해도 이보다 부담이 낮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간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까닭은 가맹수수료와 임대료는 자신들이 낮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인건비는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약자가 더욱 약한 상대에게 피해를 돌리는 을의 전쟁으로 번지곤 했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출처 - KBS


사실 편의점 업계는 장기불황이라는 말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매출이 미미하게 상승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는데, 편의점 업계만 10.9%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니까요. 문제는 이로 인해 가맹본부는 엄청난 이익을 보는 반면 편의점주들의 실질적인 이익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KBS


편의점주 대다수가 근접 출점을 막아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편의점 자체가 너무 많아지는 현상도 문제입니다. 인구가 우리의 두 배인 편의점 왕국 일본의 전국 편의점 수가 5만 5395개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4만 192개 수준으로 인구에 비해 편의점 수가 너무 많은 편입니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편의점 수가 많아지면 만하질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니 좋겠죠. 하지만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편의점끼리 과다한 경쟁을 하게 된다면 자신들의 파이가 줄어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는 가맹본부가 편의점 매출액의 30~40%를 가져가는 정률제 계약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조건 때문에 가맹본부는 편의점들의 매출 신장을 지원하기보다 전체 편의점 수를 늘리려 합니다. 편의점끼리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신경쓰지 않는 것이죠.


출처 - 머니투데이


최근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가맹본부가 수수료를 인하하고 신규 점포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맹본부는 현재 이익률이 낮아 수수료율을 손보기가 난망하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가맹본부가 낮다고 한 이익률이 수천억입니다. 일례로 BGF리테일의 경우 2016년 오너 일가의 배당금이 180억 원이었을 정도입니다. 오너와 주주는 본부에서 배당을, 본부는 편의점주들에게 수수료를, 편의점주들은 알바들의 최저시급을 빨아먹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MBC


이와 동시에 편의점주들에게 큰 문제는 건물 임대료입니다. 일부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이 18년 동안 4배 올랐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하지만 건물주가 받는 월평균 월세는 10년 사이에 6배나 올랐습니다. '갓물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갑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로 인해 치명타를 입는 건 언제나 을들이라는 소립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사태를 초래한 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국회입니다. 이 모든 사태의 요인을 막거나 완화할 수 있었던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100여 건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법률이 일하지 않는 국회에 쌓여 처리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말로만 민생 민생 하지 말고 어서 법안들을 처리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울러 편의점주, 자영업자들도 진짜 요구를 해야 하는 대상을 혼동하지 말길 바랍니다. 을과의 전쟁에 열을 올리지 말고 연대를 통해 갑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며 실질적인 답을 찾야야 합니다. 가맹본부와 건물주, 나아가 이 돈이 집중되는 재벌 오너 일가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을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6월 19일 ‘2018 경향포럼’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지대추구 행위가 불평등을 심화시켜 결국 공동체를 붕괴시킨다면서 정부의 과감하고 직접적인 개입을 주문했습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타인을 착취해 이익을 얻는 것이 지대추구 행위"라면서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면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민주주의까지 약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갑의 횡포, 을의 일터》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다룹니다. 갑이 많은 사회적 부를 움켜쥐게 된 까닭은 을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쥐어짜내 가로챘기 때문입니다. 양극화가 심화된 대한민국이란 ‘하청사회’는 극소수의 갑만 이익을 챙기고 대다수의 을은 희생을 당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청사회는 막다른 골목으로 을들을 내몰고 상호 변절을 강요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성과를 내야 하는 일터에서 살아가는 을의 눈에는 옆의 을이 동료라기보다는 경쟁자로 보일 뿐이죠.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을들은 협동보다 생존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게 됩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을과 을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2018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노동절로 시작된 5월이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고달팠습니다.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이라 하면 지금까지 기본급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에 직무수당이라는 최저한의 기본급을 최저임금이라고 불렀습니다. 상여금이나 복지후생비, 중소기업들의 숙식비 등은 따로 쳤습니다.


출처 – SBS


그런데 지난 5월 개정안으로 최저임금이 기본급에다 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부분까지도 다 최저임금으로 받은 걸로 간주하게 되었죠. 복지후생비 중에서 해당연도 최저임금의 7% 초과 부분까지도 다 최저임금으로 합쳐서 의제하겠다고 말입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더니 상여금, 복지후생비 등 다른 개념까지 합해서 기본급으로 퉁치겠다니 노동자 입장에선 화가 날만 합니다. 이번 개정안대로 최저임금 계산법이 바뀌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이 떨어지는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이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서 잘됐네 못됐네 하는 세간의 평이 분분합니다.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상여금,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게 상식이라거나 직종 관계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거나 하는 식의 해외 사례를 '글로벌 스탠더드'인 양 주장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나라마다 형편이나 제도, 관행이 다른데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소개되는 주장들을 보면 보통 재계의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꼴에 가깝습니다.


출처 – SBS


이 때문에 녹색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노동계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나 할 만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개악을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며 비판 여론 진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기본급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정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기본급이 적지만 상여금을 많이 받는 고임금 노동자까지도 최저임금 혜택을 받아 기업에 부담이고 저임금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벌리는 문제가 일어난다는 거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동위원장이 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할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상여금 한 푼 없고 복리후생비가 존재하지 않는 편의점 알바처럼 젊은이들에게 가장 흔한 직종의 경우, 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달라지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노동자들 입장에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신들의 삶을 좌우할 문제인 최저임금 개정 과정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었기 때문이죠. 더구나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저임금 노동자와 차상위 노동자의 소득을 싸잡아 끌어내려놓고 격차가 줄었다고 얘기하면 대체 누가 이 법안을 곧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녹색당, 정의당을 비롯한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아니라 국회에 최고임금 상한제를 요구하며, 민주노총의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하려면 국회는 최고임금 상한제부터 만들어라]라는 논평에서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그동안 최소한의 생활조건을 반영하지 못했고, 지난 대선 때 대다수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에 동의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기본급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집어넣어 그 합의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무능력한 국회, 방탄국회라 불리는 국회가 왜 이 문제를 유독 관철시키려 할까? 이명박, 박근혜, 재벌과 기업의 편에 섰고, 지금 감옥에 있다. 이참에 국회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녹색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아니라 국회에 최고임금 상한제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녹색당

 

한국노총,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항의하는 의미에서입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으로 통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는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도 큰일이지만, 국가가 소시민들의 노동으로 영위한 경제활동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가 잊지 말기 바랍니다.

새해가 되자 수구 언론과 일부 경제지들이 일제히 최저 임금을 성토하고 나섰습니다. 최저시급이 너무 많이 인상되어 결국 폐업해버릴 수밖에 없다는 식의 인터뷰 기사를 짜냈는데요, 하지만 진짜로 최저시급이 문제였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최저시급 인상률이 16.4퍼센트로 7530원이니 기존에 비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긴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혹시 모를 자영업자들의 충격을 줄이고자 1인당 13만 원씩 최저임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언론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만만한 최저임금 얘기만 하고 있는데, 진짜 문제는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와 가맹비를 올리는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것이죠.


인건비가 올랐으니 부담이 는 건 맞지만, 애초 최저임금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해도 원래 최저임금 수준으론 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파출부 일당도 월급 기준으로 따지면 250만 원이 넘습니다. 그러니 월급 기준 190만 원 미만이 대상이 되는 정부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최저 임금조차 보장하지 않는 업장이 아직 많지만 현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2015년 논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대체로 학자들은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해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아예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도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2년 16.6퍼센트 인상으로 그 폭이 컸을 때나 2010년 2.8퍼센트로 인상 폭이 최저였을 때나 고용률 추이는 58~60퍼센트대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습니다. 가진 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해고의 핑계로 쓸 뿐,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률 사이에는 아예 관계가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사실관계가 이런데도 경총과 보수 세력은 최저임금 정부지원 4조 원 때문에 국민 혈세가 허비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몰락한다고 아우성입니다. 마치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듯 야단을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왜 한 해 대기업에 지원되는 어마어마한 지원금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걸까요? 2014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에 지원된 금액이 '126조 원'이었다고 합니다. 내역을 보면 국가 연구개발예산의 대기업 보조금이 1조 4397억 원이고, 세액공제 등 비과세 감면혜택이 7조 1063억 원이며(전체 기업 몫의 75%를 차지), 4대강 관련 등 공공조달(대기업 나눠먹기)이 12조 8359억 원이었습니다. 또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들이 대기업에 대출·투자·보증을 한 규모가 104조 9677억 원이었다고 하는군요.

출처 - 경향신문

 

국고를 탕진하는 재벌과 대기업의 횡포도 문제지만, 자영업자들에겐 평균 인건비의 3배가 넘는 임대료가 실질적으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임대료 앞에선 최저임금 인상 같은 건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기 불황으로 매출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임대료와 관리비는 최소 연 5퍼센트씩 꾸준히 오르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올해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료 인상 상한을 9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낮췄지만, 법정 임대료 상한을 지키는 건물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갖은 편법으로 임대료를 인상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게 만들어버리죠.


출처 - 한겨레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본사가 뒤집어씌우는 로열티도 임대료만큼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 피자 체인은 자영업자가 4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동안 2배인 8000여만 원을 로열티 및 광고비 명목으로 가져갔습니다. 야간에만 아르바이트를 쓰고 365일 쉬지 않고 15시간씩 일하는 편의점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점주가 월 450시간 이상을 일해 번 돈과 같은 돈을 본사 로열티로 가져가니까요. 계약상 정해진 매출이익의 24퍼센트를 본사가 가져갑니다. 이 편의점은 상위 20퍼센트에 속하는 장사가 잘 되는 점포라 이나마라도 된 것인데요, 여기에 아르바이트 최저 임금만큼 나오는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워킹푸어'라는 말밖에 안 남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화두가 되는 건 오른 폭이 커서가 아니라 사실상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돈이 인건비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임대료와 수수료, 가맹비 등은 어떻게 할 수 없이 뜯기는 돈이니까요.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약자가 약자를 쥐어짤 수밖에 없는 구조가 양산됩니다. 상황이 이러니 최저임금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임대료와 수수료, 가맹비 조정 등 시급히 필요한 쪽에 언론이 조명을 비춰주길 바랍니다.


출처 - 조선일보


강남 논현동 영동시장 골목에는 방송으로 유명한 백종원의 식당들이 즐비했습니다. 쿡방이 인기를 끌며 이 상권에 새로운 가치가 더해지게 되고 급기야 이 거리는 속칭 백종원 거리로까지 불릴 정도였는데요. 이 거리에서 백종원의 가게들이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저임금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백종원조차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죠. 

 

가게가 밀려난 곳에는 대기업 팝업스토어나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정도 급이 아니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로써 사람들은 저렴하고 먹을 만한 식당을 잃었고, 강남구청은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의 관광자원인 먹자골목을 잃었다고 아쉬워합니다. 이런 가운데 쾌재를 부르는 자들은 누구일까요? 문제의 핵심을 잘 가려내어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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